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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15화 (15/108)

Ep. 15

달달달-

“으......”

달달달달달-!

“으으으......!”

“왜 그래, 로샤?”

하카피아 통치령, 페드로스 도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창가 자리에 앉은 로샤는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다리를 달달달 떨어댔다.

맛있는 파스타를 즐기다가 말고 이상한 태도를 보이는 친한 동생의 모습에, 세실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은 옛날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생과 오랜만에 같이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날이다.

몇 시간 전에 얼굴을 봤을 때만 해도 반갑다면서 와락 안겨 온 그녀였는데, 이상하게도 밥을 먹다가 말고 갑자기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표정도 뭔가 굉장히 좋지 않아 보였다.

세실리아는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하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로샤를 쳐다보았다.

“아 그게요, 언니......”

푸른색 머리카락을 한 도도한 얼굴의 로샤가 잔뜩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실리아는 어서 말해보라는 듯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재촉했다.

“그으, 그냥 그 뭐라고 해야 하지......? 너무 불안한 느낌이 너무 들어서요.”

“불안한 느낌?”

“네.”

불안한 느낌이라.

세실리아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일반적인 사람이 말했으면 그냥 넘어갈 법한 말이지만, 로샤의 경우는 좀 달랐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감이 굉장히 뛰어났으니까.

그녀가 불안하다고 느끼면 뭔가 반드시 안 좋은 일이 그녀의 주변에 일어났으며, 기분이 좋다고 느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났다.

이 정도면 거의 능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세실리아가 물었다.

“어떤 느낌인데?”

“막......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몸을 꽈아악 옥죄는 느낌......? 그리고 그 옥죔으로부터 전혀 벗어날 수가 없고 오히려 천천히 빠져들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엄청 불안한 느낌이에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로샤가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뭔가가 몸을 꽉 옥죄는 느낌과 전혀 벗어날 수 없는 느낌이라.

일단 상상해 보니 느낌 자체는 알 것 같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감이 오는 게 없었다.

세실리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으음, 뭐 짚이는 거라도 없어?”

“그건......”

로샤는 말을 끌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제 동료 두 명이 이번에 의뢰를 떠났거든요. 루이즈 마을로.”

“아, 루이즈 마을. 되게 평화로운 곳이라고 들었는데, 아닌가?”

“네, 맞아요. 그런데 그 마을 사람 두 명이 실종됐다고 하더라고요.”

“실종이라......”

세실리아가 흠,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로샤는 말을 이었다.

“임무는 실종자의 신변 확인 및 보호. 그리고 그 원흉이 되는 것의 토벌이에요. 토벌 의뢰는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루이즈 마을이니까 저는 안심하고 둘한테 맡겨도 되겠다 싶어서 그냥 쉬겠다고 했는데......”

“했는데?”

“이상하게 둘이 떠나고 나서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 있죠. 그래도 조금 정도라서 그냥 놔뒀는데, 지금은 그 불안감이 엄청나게 커진 상태에요......”

로샤의 말에 세실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면, 일단 의뢰를 떠난 그녀의 동료 둘에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소리였다.

세실리아가 물었다.

“으음, 그래서? 로샤는 어떻게 하고 싶어? 지금이라도 둘을 찾아갈래?”

“네? 아, 아뇨! 그건 아니에요.”

로샤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러고 싶기는 한데, 그건 너무 오지랖인 것 같고...... 그냥 불안해서요. 무사하길 바란다...... 아하하. 그 정도 마음?”

“그렇구나. 동료 둘은 저번에 소개해 준 피오나와 에이미야?”

“네네, 맞아요.”

“무사하면 좋겠네. 으음, 그래! 내가 기도라도 해줄까?”

“어, 정말요? 그래 주시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세실리아의 말에 로샤가 반색하며 좋아했다.

세실리아의 기도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녀의 기도를 받고 안정을 되찾았다.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로샤를 바라보던 세실리아가 이내 양손을 모았다. 로샤 또한 세실리아를 따라서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성녀 복장 비슷한 옷을 입은 세실리아의 육감적인 몸매를 담당하는 커다란 가슴이, 그녀의 팔에 눌려 찌그러졌다.

남자가 본다면 절로 침이 넘어갈 만한 장면이었다.

“그럼 시작할게.”

“네에.”

기도는 5분 정도가 지난 후에 끝났다.

세실리아의 기도를 받은 로샤가, 한결 차분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세실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아,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분위기 무겁게 해서.”

“아니야.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은 무엇보다 중요한 거잖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

역시 세실리아 언니는 천사다. 어떻게 이렇게 심성이 착하고 예쁘실까.

그런 생각을 하며, 로샤는 이내 이야기의 화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둘은 다시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먹으며 한창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그렇게 서로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던 그때.

파사삭-!

“어?”

“응......?”

돌연 로샤가 차고 있던 목걸이에 금이 갔다.

동시에, 로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 어어......? 이, 이거......!”

그녀의 표정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다. 세실리아가 얼른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래? 그 목걸이, 소중한 거야?”

“이거...... 이 목걸이......! 저랑 피오나랑 에이미가 C클래스로 승격한 기념으로 산 목걸이거든요. 서로 끝까지 함께 하자고 약속하면서, 신변에 위협이 있거나 굉장히 위기 상황일 때만 목걸이를 부수기로......!”

“아!”

세실리아는 로샤의 말을 듣고,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순식간에 이해했다.

그녀도 저 목걸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만, 상당히 수요가 있는 목걸이.

보통 연인에게 많이 선물하는데, 운명을 함께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게 저거구나.

피오나, 에이미, 로샤는 서로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생사를 함께 하는 동료이므로 저 목걸이를 찬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 로샤의 동료에게 신변의 위협이 생겼다. 세실리아는 로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얼른 가야지!”

“네! 으...... 그, 그런데 신변의 위협이 있으면 일단 모험가 지부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어떻게 요청해야 할지...... 분명 파티 꾸리는 데에도 오래 걸릴 텐데......!”

로샤의 걱정은 타당했다.

피오나와 에이미의 신변에 위협이 생겼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둘은 C클래스의 모험가. C클래스 모험가 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루이즈 마을 근처의 숲에?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중요한 건 로샤 혼자만 가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도리어, 동료와 함께 그녀도 신변에 위협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최소 C클래스 모험가 세 명. 혹은 B클래스 모험가 한 명과 같이 떠나는 게 안정적이다.

그러나, 그런 모험가를 빠르게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

“오래 걸린다니 무슨 소리야, 당연히 내가 같이 가줄게!”

세실리아의 말에 로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어, 언니가요?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언니는 잠깐 휴가 나와서 내일은 복귀해야 하는 게......”

로샤의 말에 세실리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으휴, 지금 휴가가 중요해? 네 동료가 중요하지.”

“어, 언니......!”

세실리아가 타박하듯 말했고, 로샤는 굉장히 감동받은 얼굴을 했다. 그 눈빛에 고개를 저은 세실리아가 로샤의 이마에 딱콩을 때렸다.

“감동은 나중에 받고, 빨리 행동하자. 루이즈 마을 어느 쪽 숲으로 떠났는지 위치는 알아?”

“아, 네! 알고 있어요.”

“좋아, 그럼 얼른 가자!”

“네!”

세실리아는 책상 위에 대충 음식값을 올려두고, 자리를 박찼다.

로샤의 얼굴에는 처음에 있던 초조함과 불안감이 어느 정도 사라져있었다. 세실리아 언니가 함께 움직여 준다면, 그보다 든든할 수가 없으니까.

원래라면 모험가를 구출하기 위한 구조대는 편성에 시간이 꽤 걸린다.

사람을 구하고, 출발해서 피오나와 에이미가 어디 있는지 찾고, 어쩌고 하면 일주일이 넘게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실리아 언니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녀는 무려 A클래스의 모험가였다. B클래스나 C클래스의 모험가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압도적인 강자.

그 유명한 길드 ‘백합’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도 있고, 거기에 친구도 있다고 하는 평범한 모험가와는 질이 다른 모험가였다.

추적술 또한 자신보다 훨씬 능할 테니, 며칠도 아니고 어쩌면 하루 만에 피오나와 에이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희망이 보였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점원이 음식값보다 한참 많은 양의 돈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저, 저기요! 거스름돈......!”

“필요 없어요! 팁이에요! 가져요!”

세실리아가 점원 옆을 굉장한 기세로 지나가며 말했다.

“아, 가, 감사합......”

쌔앵-

“꺄악!”

“지나갈게요!”

그 뒤를 이어 로샤 또한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세실리아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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