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4
피오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추앙받아 왔다.
사는 사람도 별로 없는 변방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은퇴한 모험가이신 덕분에 둘에게 좋은 가르침과 훈련을 받으며 자라올 수 있었다.
- 피오나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 엄마, 아빠처럼 멋진 모험가가 되고 싶어요!
- 하하하. 그래, 그러려무나. 피오나는 분명 우리보다 훨씬 더 멋진 모험가가 될 수 있을 거란다.
보통 은퇴한 모험가가 부모님이라면, 둘은 자식이 모험가가 되는 걸 말리는 경우가 많다.
모험가는 위험한 직업.
항상 생과 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직업인 만큼, 그 줄의 빈약함을 피부로 직접 느낀 부모님은 자신의 아이에게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피오나의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모험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위험성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와 대조되게 모험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장점도 잘 알고 있었다.
클래스가 낮으면 딱히 장점이라 할 게 별로 없지만, 클래스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모험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벌어들인다.
물론, 초월적인 금액을 버는 건 S클래스나 상위권의 A클래스이지만...... 그 이하의 모험가들도 실력이 있다면 나름 두둑한 돈을 만진다.
비단 금액뿐만 아니라 모험가 지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많아지며, 기본적으로 신체와 마력을 단련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추후 다른 길도 많이 열린다.
때문에, 둘은 딸을 편견 없이 대했다.
무엇보다 피오나는 검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다.
특히나 단검.
그녀는 빛나는 재능에 노력이라는 산물을 더해, 7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검을 잡았다. 그리고 15살의 나이에 모험가가 되었다.
모험가로 제대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8살 무렵.
마을에서 올라와 근처의 도시에 자리를 잡고, 그녀는 본격적으로 의뢰를 받으며 모험가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몸을 단련하고 의뢰를 받으며 전진했다.
워낙 탄탄하게 닦인 기본기 덕분에, 피오나는 의뢰를 수행하면서 단 한 번도 위기 상황을 겪은 적이 없었다.
- 이번 의뢰도 굉장히 빨리 처리하셨네요! 역시 피오나씨십니다.
- 아니에요. 간단했으니까요.
몬스터들은 그녀의 칼질 한 번에 썰려 나갔고, 길 찾기는 그녀의 특기 분야였다.
어머님이 전수해주신 추적에 대한 노하우 덕분에, 피오나는 손쉽게 의뢰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E클래스 모험가가 되고 한창 활약하고 있을 때부터는, 의뢰를 자주 함께하여 마음이 맞는 다른 친구들과 팀까지 꾸렸다.
따라서 그녀에게 위기란 있을 수 없었다. 본인의 실력에 더해 함께 하는 동료들까지 있었으니까.
그건,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C클래스 모험가가 될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20대에 C클래스를 달면 천재라고 불린다.
그녀의 나이에 B클래스나 A클래스의 모험가가 된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규격 외의 사람들이고.
최근에는 ‘백합’이라는 길드에서 그런 규격 외의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긴 했지만, 그건 불가해한 미스테리였다.
사람들도 어떻게 저런 어린 나이에 저렇게 강한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지 의아해했지만, 곧이어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활약과 외모에 그저 열광할 뿐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피오나는 능히 상위 1% 안에 들고도 남는 재능과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상태였다.
그녀의 자신감은 그녀의 노력과 재능에 근거한 타당한 확신이었다.
......
그래.
지금까지는.
“으윽! 시, 싫어어. 하지마아!”
“에, 에이미......!”
촤아아아아악-!
몬스터에게 사지가 속박된 채로 모든 옷이 찢겨 전라가 된 에이미를 바라보며, 피오나는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정도로 전신이 마비된 상태로, 어떻게든 목소리만 쥐어 짜낸다.
‘방심했어. 젠장, 어떻게 이런 일이......!’
세상에 독을 사용하는 몬스터라니.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설마 약한 슬라임밖에 서식하지 않는 이 루이즈 마을에서 이런 몬스터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방심이었다.
‘아니, 방심이 아니지......’
피오나는 속으로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이건 오만이었다.
처음 몬스터와 마주했을 때,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몬스터는 강하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애초에 이렇게 몸을 마비시키는 독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몬스터에게 순수 무력으로 밀리지 않았나.
본능적인 머릿속의 외침에도, 피오나는 싸움을 강행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몬스터에게 순식간에 패배하고 꼼짝없이 당했다.
모험가 지부에는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방침까지 나와 있었다.
[ 처음 보는 몬스터를 만난다면, 무조건 후퇴할 것 ]이라는 방침.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몬스터 지부에는 ‘비경’과 ‘던전’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 어떤 몬스터가 서식하는지, 그 데이터가 전부 나와 있었다.
모험가의 객사를 막고, 보다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해서.
따라서 모험가는 의뢰를 떠나기 전에, 의뢰 장소에 해당하는 곳의 데이터를 머릿속에 꽉꽉 채워 넣고 간다.
간혹 데이터에 없는 몬스터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러한 경우는 10년에 7, 8번 정도. 그중에서, 아예 처음 보는 종류의 몬스터가 발견되는 경우는 10년에 2, 3번.
그만큼 적은 경우지만, 모험가들은 모두가 데이터에는 없는 처음 보는 몬스터를 발견할 경우, 후퇴한다는 철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피오나는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승리해 왔으니까.
커다란 몬스터와도 싸워봤지만, 언제나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혼자서 감당하기 약간 버거운 몬스터라도, 자신이 시간을 끌고 에이미가 마법으로 처리한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이 오만이 되어, 지금 피오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꾸물꾸물-
“시, 싫어! 저리 가! 아, 거긴! 아, 안 돼......!”
촤아악-!
에이미의 옷을 무참하게 찢어버린 괴물은, 이윽고 그녀의 브래지어, 거기에 더해 팬티까지도 찢어버렸다.
에이미의 커다란 맨가슴과 아담한 보지가 몬스터 앞에 숨김없이 드러났다.
‘에이미......!’
미안한 마음이 무럭무럭 들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침착하게 생각했더라면. 몬스터의 강함을 파악하고 도주를 택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에이미도 저렇게 되는 걸까?’
피오나의 시선이 동굴의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정액으로 점칠 되어 온몸이 끈적하게 변한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였다.
의뢰에서 찾고 있던 두 명의 사람 중 한 명.
남자는 죽었고, 여자는 어디 있는가 했는데...... 괴물이 자신의 은신처에서 무자비하게 범하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잠을 자고 있는 듯 보였지만, 도저히 멀쩡한 상태가 아닌 걸로 보였다.
조금 벌어져서 껌뻑거리는 비부에서는 대체 얼마나 많이 강간을 당했는지 정액이 우물처럼 흘러나와 굳은 게 보였고, 그 비부 앞에서는 소변을 잔뜩 지린 듯한 냄새가 났다.
게다가 몸 전체에도 정액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자고 있는 얼굴은 한껏 풀어져 쾌감에 허덕인 걸로 보였는데,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까.’
앞으로 에이미나 자신도 저런 식으로 당할 거라고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아니, 자신은 상관없다. 다만, 에이미가 자신 때문에 저런 꼴을 당하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에이미를 놔줘 이 괴물아!”
또다시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괴물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촉수를 꿈틀거리며 에이미의 가슴을 주물렀다.
애초에 괴물한테 말이 통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냥 이렇게라도 소리치지 않으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에이미는 괴물의 촉수가 역한지 발버둥을 치며 저항했지만, 애초에 그녀의 힘으로는 전혀 당해낼 수 없었다.
“차라리 나를 범해! 나를 범하라고!”
피오나가 다시 괴물을 향해 소리쳤다.
스윽-
‘어?’
그러자, 괴물이 문득 그녀를 돌아보았다.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가. 괴물은 에이미를 벽면에 무언가로 고정하더니, 몸을 꾸물거리며 피오나를 향해 다가왔다.
피오나는 순간 몸을 움찔 떨었지만, 이내 다시 소리쳤다.
“그래! 차라리 나를 범해! 차라리......!”
괴물은 피오나 앞에 멈춰서서 촉수로 엎드려있던 그녀의 얼굴을 살짝 들었다.
괴물을 똑바로 바라보게 된 피오나는 놈이 마치 정말로 네가 친구 대신에 강간당할 거냐고, 버틸 수는 있겠냐고 물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 피오나......!”
“에이미, 미안해...... 우리 반드시 버티고 이겨내자.”
피오나는 그 말과 동시에,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몸을 움직였다.
‘이거...... 이것만 터뜨리면 로샤가 구하러 와줄 거야......!’
그녀는 몸을 비틀거리며,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부쉈다.
C클래스에 승급하며 다 같이 산 목걸이가 하나 있다.
신변에 위협이 있을 때 울리기로 한 목걸이는 세 개가 하나의 세트로 이루어져 있어 한 쪽이 부숴지면 나머지 두 쪽이 모두 부서진다.
따라서, 지금 이 목걸이를 부서뜨린다면, 분명 로샤에게도 신호가 갈 것이다.
‘며칠...... 어쩌면 일주일도 더 걸릴 수 있지만.’
피오나는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 괴물의 강간을 제정신으로 버티고, 로샤와 함께 자신들을 구출하러 온 구조대와 힘을 합쳐서 이 괴물을 토벌하기로.
그때까지, 저 괴물의 역겨운 강간만 제정신으로 참아내면 되는 것이었다.
소중한 처녀.
스물한 살의 나이를 먹도록 지켜온 처음을 저딴 역겨운 괴물한테 준다는 게 너무 슬프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철칙을 어긴 자만심에 의한 업보. 그걸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다.
피오나는 촉수를 꿈틀거리는 괴물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나도 엄마랑 아빠처럼 평생을 함께한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그런 멋진 사람에게 처녀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죽음까지 각오한 마당에 처녀 정도야. 처녀를 주고 목숨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은 장사였다.
만약 그녀가 남자였으면, 바로 목이 잘렸을 테니까.
‘내가 너 같은 괴물한테 굴복할 것 같아?’
지금이라면 기회가 있다.
실종된 지 5일이 된 저 여자도 살아있으니, 아무래도 자신도 오래 살려둘 가능성이 있었다.
성욕 처리 용도로 말이다.
피오나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이런 괴물의 강간 따위는 쉽게 버텨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으며, 놈을 강하게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