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12화 (12/108)

Ep. 12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 으으, 루이즈 마을에 돌연변이 슬라임이 있다니 좀 충격적인데.

- 그러게. 어쩐지 의뢰 보수가 좋더라니, 뭔가 있긴 있었네. 그 남자도 타박상이 많았지.

‘그 남자?’

둘에게 다가가면서 나는 당연히 감지촉수로 들려오는 여자들의 말소리에 주목했다.

잠시 촉수 고개를 갸웃했지만, 나는 곧바로 두 여자가 말하는 남자가 내가 얼마 전에 죽였던 엘리네와 함께 피크닉에 왔던 남자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꽤 멀리까지 가서 시체를 묻어뒀는데, 그걸 벌써 찾았단 말이야?

저 두 여자.

아직 능력치를 보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유능한 것 같았다.

- 응응. 근데, 아무리 돌연변이라고 해도 슬라임이 어떻게 타박상을 줬는지 전혀 모르겠어.

- 어쩌면 슬라임이 아닐 수도.

- 하지만, 흔적만 봐서는 완전 슬라임인데? 몸을 질질 끌면서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 그건 그래.

‘슬라임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둘은 나를 슬라임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고 보면, 처음에 남자와 마주쳤을 때도 남자가 나를 슬라임으로 착각했었지.

아무래도 이 세상에는 이런 식으로 유동적인 몸을 가지고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몬스터가 슬라임밖에 없는 것 같았다.

이것도 완전 전작이랑 똑같네.

응......?

‘가만. 이거 전작과 비슷한 세계가 아니라, 그냥 완전 전작이랑 똑같은 세계 아니야......?’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신이 나를 끌고 오기 전에, 그녀는 분명 차기작 테스트라는 명분으로 나한테 게임을 보내줬었지.

차기작이라는 게 전작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 그런데, 슬라임이 여자도 죽였을까? 그러면 좀 기분이 별론데. 히잉.

- 그러게, 루이즈 마을이라고 해서 그래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나름 높다고 봤는데...... 설마 슬라임이 인간을 먹지 않고 죽여서 묻어두다니.

루이즈 마을.

전작에서 들어본 적 없는, 기억나지 않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변방의 마을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아무래도 다음에 확실하게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세계가 전작의 그 세계가 맞는지.

만약 전작의 세계와 동일한 세계라면, 전작 주인공도 있을까?

내가 모든 능력치를 압도적 최강자 수준으로 도배하고, S클래스 1위 모험가로 만들어 놓은 대륙 1위 길드 ‘백합’의 수장.

이름이 왜 백합인가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텐데, GL( Girls' Love )할 때 그 백합이 맞다.

전에도 말했지만, 전작 주인공은 보빔으로 하렘을 차리는 게 목표인 레즈비언이라서, 길드 내에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소수정예.

주인공을 제외한 24명의 길드원 중 9명이 S클래스이고 15명이 A클래스인 개 미쳐버린 길드.

심지어 S클래스 1, 4, 5, 6, 7, 9위를 한 길드에서 독점하고 있어서,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적폐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길드다.

명실상부 대륙 1위.

주인공은 그런 길드원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원탑인데, 만약에 이 세계가 전작의 세계와 동일하면 나는 굉장히 위험했다.

전작의 주인공은 길드원들 24명으로 하렘을 차린 걸로도 모자라 각지를 돌아다니며 예쁜 처녀 여자들을 골라 보빔으로 따먹고 다니곤 했는데...... 그런 예쁜 처녀 여성들의 정조를 위협하는 몬스터들을 극적으로 싫어했다.

따라서, 그녀는 성욕이 강한 몬스터가 발견됐다는 정보가 들리면, 바로 직접 처단하러 나선다.

젠장.

설마 아니겠지.

아마 아닐 것이다. 여신이 내게 그런 빅엿을 줄 리가 없어.

‘아무튼, 슬슬 보일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여자 둘의 대화를 귀담아들으며 어느덧 숲의 끝자락까지 왔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천천히 움직이자, 둘에게 들키지 않고 몸을 숨긴 채 접근할 수 있었다.

아무리 내 몸이 크다고 해도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에, 나무나 풀숲에 맞춰서 몸을 변형하면 이 몸도 숨기는 게 가능했다.

- 맞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애초에 몬스터가 사람을 묻어둔 게 이상하지 않아? 그냥 내팽개치고 갈 텐데.

- 어쩌면 지능이 다른 개체들보다 월등한 몬스터일수도.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묻어뒀다고 생각하면......

- 으으! 상상만 해도 소름 돋아.

여자가 몸을 떠는 시늉을 하며 질색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여자의 그런 하이톤 목소리를 들으며, 감지촉수를 움직여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

‘보였다.’

나무 옆으로 삐죽 고개를 내민 감지촉수가, 동굴 앞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하는 여성 두 명의 신체를 훑었다.

‘오오......!’

그리고 나는, 둘을 보며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예쁘다.’

빨간색 머리카락을 한 여성과 노란색 머리카락을 한 여성.

둘 다 군침이 절로 흘러나오는 상급의 암컷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당장에 촉수자지를 박아넣고 싶은 충동이 드는 색기 넘치는 암컷들.

빨간색 머리를 한 여성은, 고양이와 같은 앙칼진 눈매를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노출이 전혀 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몸매의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직접적으로 살이 노출된 부분은 없어도, 몸에 딱 달라붙는 타이즈와 같은 옷을 베이스로 위에 무언가를 걸쳐 입은 복장이라서, 배와 다리의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배에 있는 저 11자 복근. 하루종일 혓바닥으로 낼름낼름 핥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였다.

다음으로 노란색 머리를 한 여자.

그녀는 빨간 머리를 한 여자와는 정반대의 얼굴상을 지니고 있었다. 굉장히 활기차고 밝은 강아지와 같은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눈매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해맑은 아이와 같은 얼굴상이었다.

하지만, 몸매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해맑고 착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그녀가 소유한 건 너무나도 폭력적인 가슴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 마음껏 자궁 안쪽에 퓻퓻 질내사정을 해준 엘리네보다도 가슴이 더 커다래 보였다.

심지어 엉덩이도 그렇다.

빨간 머리의 여자보다 옷을 한 겹 더 입고 있어서 드러난 몸매의 라인은 딱히 없지만, 그 옷으로도 숨길 수 없는 탱탱한 엉덩이와 폭력적인 가슴이 내 수컷의 본능을 자극했다.

따먹고 싶다.

내 여자로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치를 볼 필요가 있었다.

------ 만생의 주인 / 시야 대상 스테이터스( Status ) ------

⚫ 기본 정보( Basic Information )

- 진명 : 피오나

- 종족 : 인간

- 성별 : 여성

- 나이 : 21세

⚫ 육체 능력 평가 : E

- 근력 : 24

- 민첩 : 26

- 체력 : 23

- 내구 : 21

- 감지 : 22

⚫ 마력 능력 평가 : E-

- 효율 : 12

- 용량 : 18

- 회로 : 8

- 친화 : 11

⚫ 성감대 및 경험

- 성감대 : 혓바닥, 입술, 배꼽, 자궁구, 클리토리스

- 경험인원 : 0명 ( 처녀 )

------ ◦ ------

‘빨간머리 여자의 이름이 피오나구나.’

피오나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능력치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자, 마치 내 능력치를 보는 것처럼 시야에 반투명한 창이 하나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치는, 딱 내가 비비기 좋은 능력치였다.

민첩과 감지를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나보다 낮다.

심지어 둘은 가시촉수와 감지촉수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되는 능력치라서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성이었다.

‘다음은 노랑머리.’

------ 만생의 주인 / 시야 대상 스테이터스( Status ) ------

⚫ 기본 정보( Basic Information )

- 진명 : 에이미

- 종족 : 인간

- 성별 : 여성

- 나이 : 21세

⚫ 육체 능력 평가 : E

- 근력 : 16

- 민첩 : 18

- 체력 : 19

- 내구 : 15

- 감지 : 23

⚫ 마력 능력 평가 : E

- 효율 : 24

- 용량 : 23

- 회로 : 22

- 친화 : 23

⚫ 성감대 및 경험

- 성감대 : 유두, 엉덩이, 자궁구, 클리토리스

- 경험인원 : 0명 ( 처녀 )

------ ◦ ------

‘이쪽은 마법사구나.’

육체 능력도 저 정도면 엄청난 수준인데, 마력 능력이 대단했다.

이름은 에이미.

능력치의 종합을 따지면 에이미가 피오나보다 훨씬 높지만, 마법사는 원래 직접 전투가 아니라 후방 보조나 탱커가 있을 때 화력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따라서, 상대하기는 오히려 에이미가 더 쉬울 것이다.

‘둘이 2:1로 같이 싸워도...... 이길만 하겠는데?’

둘의 능력치를 감상한 내 솔직한 소감이었다.

자만일 수도 있었다. 피오나 한 명만 하더라도 육체 능력치는 나와 비슷했고, 도리어 앞서는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본능이다.

처음에 남자와 싸웠을 때도 그랬지. 전혀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저들을 짓뭉개고,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뒤따랐다.

심지어, 둘은 방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가 지능이 높으면 위험한 거 아니야?”

“맞아. 그래서 빨리 없애야지. 지능이 있는 몬스터는 언제나 제거 대상 1순위야.”

“힝. 마냥 산책하는 것처럼 편한 의뢰는 아니었네.”

“그래도 남자한테 입혀진 타박상을 보면, 몬스터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아. 솔직히 E클래스 모험가만 돼도 위험하긴 하지만, 혼자서 토벌이 가능할 정도로 보이니까. C클래스인 우리한테는 쉽지.”

“헤헷! 그렇긴 하지.”

시체를 묻어두고 온 남자.

오히려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 덕분에, 저들이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있었다.

하긴, 그때의 나는 평균 능력치가 7.4밖에 되지 않았으니. 저런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의 나에 비해, 저 둘은 능력치가 월등히 높았다.

“그럼, 이제 진입 할까?”

“응. 흔적은 여기에 가장 많아. 최소한 이곳에서 3일은 머무른 걸로 보여. 지금은 흔적을 보니 어디 나간 것 같은데, 아마 오늘 다시 돌아올 확률이 높겠지. 어쩌면 안에 그 실종된 여자가 있을 수도 있어.”

피오나의 말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인 에이미가 그녀의 허리춤에서 단도를 잡았다.

“그럼~ 난 왼쪽 맡을게.”

“알았어. 난 오른쪽.”

둘은 서로 떨어져서 양쪽에서 내가 고정액으로 만들어 놓은 막에, 단도를 꽂아 넣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촤아아아악-!

눈을 번뜩인 나는 곧바로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촉수를 뻗어 둘을 공격했다.

피오나에게는 가시촉수를, 에이미에게는 둔기촉수를.

가장 틈이 많을 순간.

가장 빠른 속도로 기습을 가했다.

“!?...... 잠깐만! 뭐가 온다! 으흑-!?”

“뭐, 뭐야!? 꺄악!”

하필 피오나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지, 나름 빠르게 반응해 커다란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다.

“으윽! 에이미 괜찮아?”

“어, 어떻게든......! 피오나 너는?”

“후우...... 나도.”

에이미는 피오나의 말에 재빠르게 베리어를 펼치긴 했지만, 타이밍이 살짝 어긋났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며 팔 한쪽을 절고 있었다.

피오나는 공격을 막았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는지 팔뚝을 스쳐 지나간 가시촉수에 피를 조금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둘을 유쾌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촉수의 몸을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사냥감의 숨통을 조여가듯, 여유롭게.

“대, 대체 이게 뭐야. 괴물......!? 엄청나게 크잖아!”

에이미는 내 모습을 보더니 질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피오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에이미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거야. 우리가 찾던 슬라임이.”

“저, 저거라고?”

“응.”

“저게 어딜 봐서 저게 슬라임이야!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데......! 저런 몬스터 한 번도 본 적 없어.”

“그러게, 우리가 방심했어.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피오나는 특유의 앙칼진 눈매를 치켜뜨며 나를 표독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느덧 그녀의 손에는 두 자루의 단도가 들려있었다. 그녀의 머리와 같은 색의 새빨간 손잡이의 단도였다.

에이미는 그런 피오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 우리 후퇴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런 몬스터랑 싸우는 건 무리야. 게다가 처음 보는-.”

에이미는 얼른 도망치고 싶은 듯 말했지만, 피오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까지 왔잖아. 우리는 의뢰를 맡았고, 그 해결이 코앞이야. 게다가 우리는 C클래스잖아.”

“으, 으응. 그렇지.”

“그러면 해야지. 최선을 다해 토벌한다.”

피오나가 눈빛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나를 향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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