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
‘흐끄아암~ 잘 잤다.’
부르르르-
아침.
기본촉수를 부르르 떨며 일어난 나는, 온몸을 흐물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촉수 괴물은 기지개를 켤 수 없지만, 모든 촉수를 강하게 뻗으며 꿈틀거리면 그와 비슷한 느낌은 낼 수 있었다.
‘자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지?’
근처를 둘러봤지만, 딱히 뭔가 일이 일어난 흔적은 없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 전투를 치르고, 여자를 처음으로 범한 지도 어느덧 5일이 지났다.
다시 말해, 이 세계에 떨어진 지 벌써 10일이 지났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 그럭저럭 촉수 괴물의 몸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이 괜한 말이 아닌 듯, 내 정신은 촉수 괴물의 삶에 나름대로 익숙해진 듯하다.
‘처음 며칠은 일어날 때마다 꿈인가 싶었지만.’
이제는 그냥 아 맞아, 나 촉수 괴물이었지 하고 끝낸다.
나는 그동안 적당한 은신처를 골라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은신처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동굴 하나를 점거했다.
땅굴이라도 파볼까 싶었는데, 그건 역시 좀 귀찮더라고.
동굴의 위치는 여자와 남자를 마주한 들판으로부터 대략 이틀하고도 반나절 정도를 꼬박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장소에 있었다.
솔직히 이곳은 은신처를 만들 필요조차 없는 안전한 숲이라는 게 내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그래도 몸을 따뜻하게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는 동굴 만한 곳이 없으니까.
은신처는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애초에 내 몸이 워낙에 커졌어야 말이지.’
나는 감지촉수를 꿈틀거리며 내 몸을 바라보았다.
10레벨을 찍으면서 몸집이 키가 작은 여자 수준으로 비대해졌었는데, 이제 20레벨을 넘으면서는 대형 냉장고 두 개를 합친 정도의 커다란 크기가 되었다.
진짜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릴 지경이 된 것이다.
능력치 또한 이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이 상승했다.
------ 스테이터스( Status ) ------
⚫ 기본 정보( Basic Information )
- 진명 : 천유진
- 종족 : 촉수 괴물
- 레벨 : 23
⚫ 육체 능력 평가 : E
- 근력 : 26
- 민첩 : 24
- 체력 : 25
- 내구 : 24
- 감지 : 21
⚫ 마력 능력 평가 : E
- 효율 : 21
- 용량 : 19
- 회로 : 17
- 친화 : 16
⚫ 스킬
- 유동적인 몸과 코어
- 진화하는 촉수( 11족 : 기본촉수 4, 소화촉수 1, 감지촉수 1, 둔기촉수 2, 가시촉수 1, 치유촉수 1, 성기촉수 1 )
- 만생의 주인
- 사랑과 복종의 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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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쌔지긴 했다.’
솔직한 감상이었다.
나는 내 능력치를 볼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감지를 제외한 모든 육체 능력치가 20대 중반을 찍었고, 마력도 10대 중후반을 넘어가는 평균 능력치를 지니게 되었다.
레벨업 한다고 한 번에 모든 능력치가 오르지는 않지만, 어떨 때는 특정 능력치가 2씩 오르기도 했다.
능력 평가가 ‘E’라고 해서 딱히 기죽을 필요는 없었다.
전작에서도 저 능력 평가라는 항목은 굉장히 짜기로 유명했다. 분명히 A클래스 모험가인데도, 능력 평가로 들어가면 C~C+를 왔다 갔다 하는 NPC들이 허다했다.
심지어 S클래스 중에서도 C+의 능력 평가에 머무르는 모험가도 있었다.
물론...... C+의 능력 평가는 S클래스의 최하위권이고, S클래스는 워낙 사람마다 능력치 편차가 천차만별이라 그중에는 진짜 말도 안 되는 괴물도 있지만.
게다가 능력 평가 C-를 받으려면 일단 모든 능력치 평균이 50 이상은 돼야 했다. 내게는 아직 먼 이야기였다.
하여튼, 지금 내 능력치는 매우 강한 D클래스의 모험가. 혹은 약한 C클래스 모험가와도 비빌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능력치만 봤을 때 그렇지, 여러 개의 촉수를 사용하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 유연하고 재생 가능한 괴물의 몸을 지녔다는 점을 봤을 때, 가진 능력치보다도 전투력이 훨씬 준수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게다가 촉수도 더 생겼지.’
근력 능력치에 1.1배의 보정을 주었던 ‘둔기촉수’는 이제 1.2배의 보정을 주는 것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동시에 2개의 둔기촉수를 뽑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것만 해도 위협적인데, 거기에 더 생겨난 것이 바로 ‘가시촉수’와 ‘치유촉수.’
가시촉수는 명백한 전투용 촉수였고, 치유촉수는 딱히 전투와 상관이 없지만 매우 유용했다.
- 가시촉수 : 약간 변화된 형태의 공격용 촉수. 촉수 끝에 매우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여러 개 달려있다. 가시에는 촉수에서 분비된 마비독이 묻어있다. 가시촉수는 1.2배의 민첩 능력치를 지닌다.
- 치유촉수 : 기본적인 형태의 치유용 촉수. 마력을 사용해 대상의 상처를 치유한다. 치유촉수는 1.1배의 효율과 친화 능력치를 지닌다.
설명만 들어보아도 둘 다 정말로 사기적인 촉수라는 게 느껴진다.
가시촉수는 둔기촉수에 비해 살상력이 월등했다.
그냥 가시만 있어도 위협적인데, 가시에 발려있는 마비독은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는 대신, 지금의 내 레벨로 고래도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효력를 자랑했다.
치유촉수는 자동으로 몸을 재생하는 내게는 별로 필요가 없는 촉수지만, 앞으로 내 여자들이 다칠 일이 생긴다면 매우 요긴하게 써먹을 것이 분명한 촉수였다.
실제로, 엘리네가 동굴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다 까진 적이 있는데, 그때 치유촉수를 이용해 치유해주자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참고로 ‘엘리네’는 내가 5일 전에 내가 처음으로 범한 여자의 이름이다.
나는 그녀를 처음 범한 이후로도 매일같이 그녀가 실신할 때까지 끈덕진 섹스를 했는데, 둘째 날에는 조금 저항하는 듯싶더니 셋째 날부터는 전혀 저항이 없어졌다.
오히려 섹스 도중에 좋다고 신음을 흘리고 스스로 허리를 흔들기까지 했다.
‘아마도 사랑과 복종의 음문 때문이겠지.’
20레벨을 찍으며 새로 얻게 된 스킬, 사랑과 복종의 음문.
⚫ 사랑과 복종의 음문
- 대상과 성행위를 하면 할수록, 대상이 스킬 사용자에게 가지는 호감과 복종심이 늘어난다. 효과가 일정 수준 이상에 달하면, 대상에게 음문이 새겨진다. 효과가 강력해질수록 대상에게 새겨진 음문이 더욱 진하고 화려해진다. 음문은 평소에 보이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 대상의 정신력에 따라 효과 발동이 느려질 수 있다.
섹스를 하면 할수록 여자가 내게 호감과 복종심을 가지게 되는, 완전히 사기적인 스킬.
정신력이 강한 여자일수록 효과 발동이 느리다고 적혀있긴 하지만, 엘리네는 정신력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은지 벌써 조그마한 음문이 그녀의 보지 위로 새겨져 있었다.
음문은 당연히 국룰인 하트 모양.
지금 내 옆에 지푸라기와 나뭇잎들로 만들어진 침대에 누워 ‘고정액’으로 다리가 묶여있는 엘리네의 보지 위쪽에는, 회색의 하트 모양 음문이 존재했다.
“초, 촉수님. 이거 이제 그만 풀어주시면 안 돼요......? 저 안 도망갈게요.”
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엘리네가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해왔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의사소통도 계속하고 있으니까.
아직 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촉수가 없지만, 바닥에 흙을 이용해 글자를 적으면 그만인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나를 촉수 괴물의 몸에 집어넣은 여신은 그래도 서비스 정신이 있는지, 이 세계의 언어 패키지는 다 집어넣어 준 것 같았다.
글자를 적고 싶다고 마음먹으면 어떤 식으로 적어야 할지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르더라고.
나는 엘리네의 말에 기본촉수를 도리도리 저으며 바닥에 글자를 적었다.
- 안 돼.
글자를 보자마자 엘리네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읏, 제발요오. 화장실 가고 싶단 말이에요...... 네? 이거 너무 불편해요.”
......애교부리는 거 귀엽다.
사실 나도 그녀를 속박하고 있는 고정액을 풀어주고 싶기는 했다. 여자를 언제까지나 묶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아직 완전히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음문이 생겨나긴 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일 뿐이었다.
하트모양 옆으로 화려한 문양들이 뻗어나가고, 이윽고 색까지 분홍색이 되어야 음문이 진정으로 완성된 것이다.
지금도 풀어준다고 해서 딱히 도망칠 것 같지는 않다만, 할 때는 확실히 해야지.
- 안 돼. 그냥 여기서 싸.
나는 다시 글자를 적었다.
솔직히 미소녀가 오줌싸는 모습은 좀 꼴리는 모양이 있으니까. 직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 언제부터 이런 변태가 된 걸까.
이게 다 나를 촉수 괴물로 만든 여신 때문이다.
젠장할.
“네, 네에? 그러면 동굴에서 냄새나잖아요...... 제발요. 싸고 와서 입으로 해드릴게요......”
입으로 해준다는 건 펠라치오를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와의 섹스를 즐긴다는 걸 알아서, 이제는 아주 거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엘리네였다.
근데, 너도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잖아.
말로는 특별히 펠라를 해준다는 어투인데, 오늘 아침에는 아직 섹스를 하지 않은 터라 그녀도 좀 자지가 고픈 모양이다.
게다가 섹스야 그냥 내가 원할 때 박으면 되는 거 아니까?
생각해 보니까 그녀가 조건을 세우는 것도 웃겼다.
하지만, 확실히 동굴에서 냄새가 나면 좀 그렇지. 나는 기본촉수를 끄덕이며 바닥에 적었다.
- 그래. 싸고 와라.
“아......! 감사합니다.”
엘리네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글자를 적음과 동시에 성기촉수로 해제액을 발사해 그녀를 묶고 있던 고정액을 풀어주었다.
“갔다 올게요.”
그녀는 몸을 조금 풀더니 후다닥 동굴을 나가 옆쪽 숲속 나무에서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혹시 도망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숲속이라 도망도 못 칠 테지만.
쉬이이이잇-
그런데, 레벨이 높아져서 감지촉수의 성능이 좋아진 탓에, 오줌 소리와 더불어 냄새까지 다 난다.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타다다닥-
“봐요. 안 도망갔죠? 저 풀어주고 있어도 돼요. 헤헤.”
오줌을 다 싸고 다시 동굴로 들어온 엘리네가 뭔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저 딱 1시간만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네?”
이번에는 엘리네가 나를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지간히도 고정액으로 묶여있는 게 불편한 모양이다. 또 애교까지 부리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나는 단호하게 촉수 고개를 저었다.
- 안 돼.
그러고 나서 곧바로 그녀의 발과 동굴을 고정액으로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