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3화 (173/193)

  나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며 대답했다.

  "면목이 없네요. 죄송해요. 추천장을 써주신 은인들을 두고 이렇게 늦어버리다니…"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 없듯,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에게 엿을 날린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라엘 프루카이스는 그런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무안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뭐 하다――"

  그는 내게 핀잔을 주려다, 검은 드레스 위로 노출된 부위를 보더니 말을 흐렸다. 특히나 커다란 가슴에 시선이 갔다.

  "……늦은 거냐?"

  그는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보았다. 정십자 귀고리가 바들바들 떨린다. 처음 보았던 때와 현저하게 다른 복장. 알펜리스의 역작이 지금 두 대행자에게 보였다.

  "…라엘."

  그 순간, 파윈 앙그리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라엘이 내게 시선을 둘 때마다 주의하던 그녀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라엘이 눈이 빠지도록 나를 바라보자,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주의했다.

  "…신께서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늘 행동과 말을 주의해야 합니다."

  "여자락 노닥거리다 늦은 저놈은 괜찮고, 나는 저 꼬마애 봤다고 그러는 거야? 정말? 그리고 본다고 닳냐?!"

  라엘은 자기에게만 뭐라 하는 그녀가 원망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런 라엘에게 슈리엘이 말한다.

  "닳는다. 눈 돌리도록."

  "미친놈. 더러워서 안 본다. 아, 정말 네가 더럽다는 건 아니고. 상처받지는 마, 응?"

  하아. 늦은 우리가 감내해야지. 이런 상황에서까지 짜증을 낼 정도로 속이 좁진 않았다.

  나는 묵묵히 차를 타는 셰멜에게 말했다.

  "셰멜, 차 좀 부탁해도 될까요? 저번에 마셨던 걸로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길."

  "고마워요, 셰멜."

  "하지만 산부를 위한 차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다른 차를 내오겠습니다."

  "…아이는 잘 자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쓰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

  "…."

  정적.

  폭풍이 치기 전 잠시 날이 맑은 것처럼, 셰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대행자들은 몇 초간 침묵에 빠졌다. 허나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면, 무슨 반응이 나올진 뻔했다.

  "…대행자 슈리엘."

  "야 이 미친놈아…"

  파윈과 라엘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슈리엘은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와 떡을 치든, 애를 갖든 저들로선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침묵을 나마저 무시하기엔 염치가 없었다. 사실만 말하자면, 내가 개처럼 허덕이지만 않았어도 안 늦었다.

  "…남녀가 몸을 섞어 아이를 가지는 것은, 신이 정한 자연의 섭리이자 숭고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터울 있는 사랑은 한쪽의 판단에 휩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너무 어리지 않냐? 아니, 어려 보이진 않는데, 그, 있잖아? 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내가 입을 다물수록 둘의 망상 회로는 끝없이 돌아갔다. 이러다간 슈리엘이 밑도 끝도 없는 인간 말종 쓰레기가 될 것 같아 꾹 다물던 입을 열었다.

  "…저 스무 살이에요." 

  정정을 요청한다. 키가 쪼끄마해서 종종 어린애로 오해받지만, 지구 기준으로도 제국 기준으로도 성인이었다. 참고로 제국 기준 성인은 열일곱이다. 재구축을 너무 갈겨서 실제 신체 나이는 모르겠다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라엘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나를 훑어봤다. 그의 말마따나 어려 보이진 않았지만, 건드리기엔 양심에 찔리는 그런 비주얼이었다.

  그는 슈리엘을 한동안 노려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그. 아, 하. 됐다. 이런 얘기 하려고 모인 건 아니니까."

  "…라엘. 이 문제는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이러나 날 새겠다 응?"

  ―탁.

  타이밍 좋게 셰멜이 차를 내놓았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왼손으론 목을 긋는 시늉을 보였다. 여기서 어떤 말이 오가든 발설하지 않겠다는 금언 약속. 맘 편히 얘기 나누라는 뜻이었다.

  라엘은 황급히 차를 들이켜며 주제를 돌렸다.

  "자자."

  한번 바뀐 분위기를 무르고 딴지를 걸 수 없는 노릇. 파윈은 이번 사태를 묻고 묵묵히 라엘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슈리엘을 노려보며 말했다.

  "…진심을 말하자면 이 계획, 내키지 않아. 우리가 악마를 잡겠다고 날뛰면 미친놈 취급받기나 더 하겠어? 괜히 가만히 있는 바르페우고스 자극한다고 돌덩이나 맞겠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래서 필요한 게 유진이다."

  "그래! 그 유명하신 붉은마녀! 땅을 들어 올리고 메테오를 떨군다는 엄청난 마법사! 네가 말했었나? 황궁 마법사 수백수천이 모여도 저 붉은 머리 여자애 하나를 못 이긴다고."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나를 향해 말했다.

  "근데, 그런데. 도저히 못 믿겠더라고. 그 쌍둥이 악마. 우리가 죽어라 쫓던 놈이야. 나랑 파윈이랑 네가 죽어라 쫓던 년놈들. 근데 그런 놈들을… 장거리 텔레포트로 바다에 수몰시켰다고?"

  * * *

  라엘은 실로 타당한 의문을 보였다. 눈앞의 소녀가 정말… 정말 메테오를 떨구고 땅을 들어 올리는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뇌는 여전히 이해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 차마 인정하기 싫다는 게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저 검은 드레스를 입고 수줍어하는 소녀의 나이는 스물이었으니까.

  그는 마법을 알았다. 또 그것이 부조리할 정도로 재능을 타는 것도 알았다. 마법은, 재능이 있지 않고서야 꽃 피울 수 없었다.

  그리고 힘들게 꽃을 피워도, 그 꽃에 물을 줄 사람이 없다면 시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모든 마법사는 스승이 존재했고, 없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만들어야 했다.

  마탑에 괜히 마법사들이 모이는 게 아니다. 방랑 마법사. 스승 없는 이들은 서로의 지식을 공유해가며 마도의 길을 걷는다. 그렇게라도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라엘은 믿을 수 없었다. 어쩌면 눈앞의 소녀가 나이를 속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마법사 대부분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인다.

  한 계통의 마법을 익히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린다. 페카폴리스는 부탑주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17년이 걸렸다. 그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도, 심지어 탑주의 제자가 되어 마법을 배워도 1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슈리엘은.

  저 붉은머리 마법사가 모든 속성의 마법을 능통하게 다룬다고 말했다. 불, 물, 빛, 어둠. 심지어 4원소에서 벗어난 것이라도 능히 다루며 통제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고작 스물이라는 나이로. 

  "…유진. 나는 널 믿지 못해."

  그들이 신을 믿는 이유는 존재의 확실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신이 내린 자비였다. 이 세상은 확실하지도 않은 걸 믿기엔 너무 각박하고 차가웠으니까. 증거 없는 믿음은 맹목이고 광신이었다.

  라엘은 고개를 들어 붉은 머리의 소녀를 보았다. 검은 줄기 위에 핀 붉은 장미 한 송이. 루비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라엘을 응시한다. 유진은 조용히 찻잔을 비우며 말했다.

  "믿음이 필요하시군요."

  "그래,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은 결과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말해놓고도 다시 묻는 거야?"

  ――믿음이 필요하다. 라엘은 풉 웃으며 안경을 벗었다. 안경을 벗자 사나워 보이는 눈매가 드러난다. 안경알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그의 진짜 얼굴은 찌들어있었고, 어딘가 지쳐 보였다.

  "파윈."

  라엘은 묵묵히 경청만 하는 앙그리드를 향해 말했다. 일자로 감긴 눈이 부스스 뜨인다.

  "…듣겠습니다."

  "내가 얘 실력을 두 눈으로 봐야 한다면 어쩔 거지?"

  "…그러지 않고선 믿지 못한다면, 성역을 설치해드리겠습니다."

  "넌 저 금발 싸가지 말을 전부 믿는 거야?"

  파윈의 대답은 지극히 무덤덤하고, 한 치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보지 않은 것을 믿을 수 있는 몇 없는 인간이었다. 몸에 수많은 성흔을 새기며 본래의 성격을 잃어버린 그녀는, 대신 눈을 감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그녀가 판단하길 슈리엘의 말은 거짓이 없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거짓에 반응하는 성흔이 빛나지 않았으니까.

  또한 그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라엘은 파윈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의심이 솟아나는 건, 라엘이 누구보다 '존재함'을 믿기 때문이리라.

  프루카이스의 일족은 눈으로 확인할 수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변치 않는 믿음을 새긴다. 그들이 가진 막대한 신성력은 이러한 믿음으로부터 기인했다. 누구보다 신을 믿으니까. 신의 축복을 향해 한 치의 의심도 없으니까.

  라엘은 파윈의 말을 곱씹으며 손수건을 꺼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안경을 닦는다. 그러고는 다시 안경을 썼다. 의심으로 더럽혀진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유진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나한테 믿음을 줄 수 있겠어?"

  유진은 대답 없이 고개만 갸웃거렸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방법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어떤 방식으로?"

  라엘은 소녀의 당돌함에 웃음꽃을 피웠다.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다.

  "야 금발 싸가지."

  라엘은 돌연 슈리엘을 불렀다. 파윈과 마찬가지로 묵묵히 경청만 하던 슈리엘이 고개를 돌려 말한다.

  "뭐지?"

  "내가 얘랑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아니."

  즉답이었다. 찰나의 고민도 없었다. 라엘의 입가가 뒤틀린다.

  "그럼 너랑 나랑 같이 싸우면?"

  "…힘들 거다."

  "그럼, 그러면. 파윈이 합세한다면?"

  "…."

  슈리엘은 대답이 없었다. 유진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대인전 최강이라 불리는 루셸리니, 성역만 설치된다면 땅을 가를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 앙그리드, 신의 축복과 저주를 이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프루카이스. 이 셋이 모여 하나를 상대한다면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건, 확답할 수 없겠군."

  슈리엘은 말을 흐렸다.

  유진의 마법은 무척 섬세했다. 그녀는 마나를 정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끌어다 쓰기 때문에, 특유의 인위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요컨대 인지하기가 어려웠다. 유진이 술식을 짜내고 발사하는 순간까지,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상대방의 인식 범위 밖에서 마법을 발동하니 당하는 입장에선 대처할 수가 없었다. 쌍둥이 악마를 토벌했을 때처럼 눈 깜짝할 새에 바다 위에 텔레포트라도 한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수장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유진을 상대한다면. 성역을 설치하고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한다면. 마법을 사용할 틈도 없이 압박한다면. 둘의 시선이 교차한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 파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거절하겠습니다."

  그녀는 둘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둔함의 성흔이 빛났기 때문이었다. 오른팔에 새겨진 이 검붉은 성흔은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준다. 그런데 둘의 제안을 승낙하려 한 순간, 정신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고통이 오른팔을 급습했다.

  파윈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신께서 말하고 있습니다."

  "또 오른팔이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모릅니다."

  아둔함의 성흔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적용됐다. 그녀의 주변인, 예를 들어 라엘이나 슈리엘이 후회할 만한 선택이라면 예외 없이 고통을 주었다. 허나 파윈과 슈리엘은 유진과의 싸움이 어떻게 되는 상관하지 않았고, 않을 것이다.

  라엘은 달랐다.

  성흔이 말하고 있다. 라엘은 유진과의 승패가 어떻게 되든 큰 영향이 갈 것이다. 라엘 본인도 그 사실을 알았다. 성흔이 진실이라 답한 순간부터, 그의 주장은 어린아이의 고집과 다름없었다.

  "라엘, 저는 당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

  라엘은 이를 꽉 물었다.

  정말. 정말로. 소녀가 모든 악마를 족치고도 남는 실력의 마법사라면. 그녀에게 모든 걸 의지할까 두려웠다. 그가 의지할 대상은 이 세상을 떠받드는 절대적인 존재, 신 하나밖에 없었다.

  "한 인간에게 너무 많은 걸 의지하는 건… 내키지 않아서 말이야…."

  그의 쓸데없는 가치관 중 하나였다. 딱히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스스로도 꼴사나운 가치관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대행자는, 그저 악마를 억제하는 도구일 뿐이다. 라엘 본인이 아니더라도 힘 있는 자라면 누구든 될 수 있다. 하지만 유진은 대체품이 없었다. 유진에게 너무 많은 걸 의지하다 보면, 그녀가 없어졌을 때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당장 슈리엘의 계획을 봐도, 중간에 유진이 죽기라도 하면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래도.

  "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의심을 덮을 정도의 믿음을… 내게 심어준다면…."

  그래도 내게 믿음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너를 지지해주겠다. 너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주마. 라엘은 끝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유진을 조용히 응시할 뿐이었다.

  '의지라….'

  유진은 슈리엘을 흘깃 훔쳐보며 생각에 빠졌다.

   라엘과 유진은 추구하는 바가 정반대였다. 한쪽은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려 하고, 한쪽은 목숨마저 내놓으며 삶의 목표를 부여받으려 한다.

  우스웠다. 라엘이 아닌 나 자신이.

  유진은 슈리엘에게 무언의 허락을 구하며 입을 우물거렸다.

  "제가 감히, 대행자님께 깨지지 않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이겠어요."

  긴장은 없었다. 죽이려고 싸우는 게 아니었다. 그저, 입증하기만 하면 되었다. 라엘 프루카이스가 믿을 수 있게. 그리고 악마들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그런데.

  "그 전에. 장소를 좀 옮겨도 될까요?"

  여기서 싸우긴 조금 그렇지 않겠나.

  ――쿠구구궁…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방 전체가 들썩거렸다. 

  "으윽―?!"

  "큭. 유진!"

  "…."

  극심하지는 않지만 몸으로 느껴질 정도의 진동. 유진은 넘어지려는 찻장과 가구들을 염동력으로 고정하며 마나를 끌어모았다.

  장거리 텔레포트.

  좌표는 서부, 시에라 바위지대의 한복판.

  "하아아으…."

  푸른 마나로 빛나던 눈이 본래의 붉은색으로 돌아온다. 유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진정시키며 숨을 골랐다. 

  "하아. 미안해요. 조금 과격했나요?"

  두통이 심해 웬만해선 쓰지 않는 기술이지만… 마법이나 행동에 지장을 주진 않으니까. 유진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문을 활짝 열었다.

  "여긴…?"

  이 대화를 관망하던 셰멜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평소에 관리하던 꽃밭이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황량한 바위뿐이었다.

  "시에라 바위 한복판이에요."

  유진은 입을 떡 벌리는 그들을 향해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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