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0화 (170/193)

  나는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몰래 치마를 들쳤다. 볼록해진 배 위로 빛나는 음란한 금빛 하트. 안 그래도 꽉 조이는 팬티는, 배가 팽창하자 둔부를 파고 들어가 선명한 도끼 자국을 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늘어나면 팬티가 끊어질지 몰랐다.

  나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정액… 빼, 빼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혼자서 빼기는, 힘들 것 같아서요…"

  "쯧. 암캐 같은 년. 따라와라."

  헤흐… 천박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슈리엘은 매도에 재능이 있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암캐니, 쓰레기니, 쓸모없느냐니 등의 말을 꺼내면, 절로 달아올라 젖어버린다.

  "…「정액을 모두 뺄 때까지 어떠한 소리도 내지 말도록.」

  ……

  …

  …결론만 말하자면 정액을 빼기는커녕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정액을 담았다. 발정 난 몸을 해소한다는 핑계 하에 추잡하게 교미했기 때문이었다.

  * * *

  근처 숲에서 몰래 한 번, 보초들이 잔뜩 깔린 골목길에서 몰래 한 번, 저택에 도착하고나서 두 번. 총 네 번을 개처럼 박혔다. 인간의 삶이 아닌 짐승의 삶이었다. 몸에선 비릿한 정액과 음란한 암컷 냄새가 끊임없이 풍겼다.

  한껏 풀어진 얼굴과 쩔뚝거리는 다리, 허벅지와 스타킹에 묻어있는 희멀걸 한 액체는 누가 봐도 격렬한 교미의 흔적이었다. 나는 그 흔적을 숨길 생각도 없이 당당히 방까지 걸어갔다.

  나를 바라보는 하녀들의 얼굴이 발개진다. 부정할 수 없는 마킹의 증거. 내가 누구의 소유물인지, 사용인들의 뇌리에 단단히 박힌다. 그리고 그 인식의 변화만큼 소문도 빠르게 퍼질 것이다.

  붉은마녀든, 파헬른의 구원자든 전부 의미 없는 별호가 될 테다. 어떻게 불려도 '슈리엘의―' 라는 수식어가 붇겠지. 이름마저 종속되는 삶이다.

  나는 그 사실에 복받쳐 오르는 환희를 느꼈다. 이렇게 영혼마저 손아귀에 잡혀 살아가니 더없이 편안한 기분이었다. 신은 인간을 하나 되게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어떻게든 나를 이끌어주겠지. 삶의 목적이야 주인님에게 부여받으면 된다. 암울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지우고 새로운 미래를 덧칠한다. 나는 이미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더 하다간 약속에 늦을 것 같으니 이쯤 하도록 하지."

  "네헤, 네으… 하윽…"

  ―쯔브븝…

  막 사정을 끝낸 자지는 남은 정액을 자궁 안에 시원하게 털어놓곤 보지를 탈출했다. 스르륵… 나는 슈리엘을 꽉 껴안은 채 밑으로 미끄러져 고간에 머리를 박았다. 정액 찌꺼기가 남아있는 자지가 코끝을 간질인다.

  "츄흐흡…."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지를 핥으며 엉덩이를 살랑였다.

  이미 오나홀 개조가 완료된 입과 목을 사용해 깊숙이 자지를 욱여넣는다. 목젖 대신 자지 기둥이 튀어나온 매끈한 목선. 스멀스멀 올라오는 구토감을 억지로 진정시킨 뒤 정성스레 청소 봉사를 시작한다.

  부랄 밑바닥에 남아있는 정액을 모조리 짜기 위해, 젖소같이 커다란 가슴을 과시하며 딥쓰롯을 진행했다.

  "푸하읍…"

  남아있는 정액을 전부 긁어낸 나는, 턱을 세우고 목구멍 너머로 정액을 흘려보냈다. 미처 삼키지 못한 침과 쿠퍼액이 목울대를 따라 흐른다. 슈리엘의 방은 꿀꺽꿀꺽, 하는 저속한 물소리가 조용하게 퍼져나갔다.

  나는 정액과 침을 모두 뱃속으로 보낸 후, 관능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벌렸다.

  "후아―…."

  모두 삼켰다.

  이걸 굳이 보여주는 이유는, 감히 주인의 체액을 함부로 흘리지 않았다는 걸 알리기 위함이었다. 내 노력을 알아주기만 한다면 나도 기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히흐…."

  나는 기대되는 눈빛으로 부푼 배를 쓰다듬었다. 이대로 마개를 끼워 임신을 확정시켜도 좋았지만, 슈리엘은 아쉽게도 둘째를 원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그러면, 피임을 위해서라도 일단 정액을 빼야 하는데… 그는 그냥 눌러서 빼면 내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금 '과격한' 방식을 고안했다.

  "쓰레기 같은 암캐년… 감사하며 누워라. 친히 정액을 빼줄 테니까."

  추태도 잊고, 암캐처럼 아기씨를 잔뜩 담아 배가 부르면, 곧바로 짓눌러 정액을 빼낸다. 발로 짓밟거나, 주먹으로 강하게 복부를 가격하는 식이었다. 진심으로 힘을 가하면 즉사해버리니 딱 죽기 직전까지의 강도로만.

  "암캐 보지, 정액 빼주셔서… 가, 감사합니다흣…."

  나는 슈리엘의 명령대로 배를 뒤집어 까며 뒤로 누웠다. 발로 밟기 쉽게 다리를 벌린다. 복부 위로 보이는 기다란 그림자. 숨을 내쉬는 동시에, 슈리엘의 발이 내려온다.

  ―콰직!!

  신발 굽에 찍혀 살이 찢어지는 소리.

  "끄흡――?!!"

  먹었던 정액이 역류한다. 나는 입을 꾹 닫고 정액이 나오는 걸 최대한 참았지만,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해 정액과 위액이 소량 튀어나와 입가를 더럽혔다.

  배를 짓밟자 정액이 찍, 하고 튀어나온다. 안에 싸지른 정액이 상당한 만큼 엄청난 양이 방출됐다. 역삼각형 모양으로 흩뿌려진 정액이 웅덩이를 이룬다.

  - 쩌적….

  발을 떼자 신발 굽에 들러붙은 살점이 떨어졌다. 자궁 하트 위에 새겨진 선명한 신발 자국. 너무 세게 짓밟아서 살이 눌리고 찢겼다. 나는 팔다리를 비틀며 고통을 호소했다. 물론, 슈리엘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재구축'을 명령할 뿐이었다.

  짓눌린 살점이 돋아나며 본래의 매끈한 피부를 되찾는다. 나는 점점 사그라지는 고통에 안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재구축도, 자해도, 자살 시도도 모두 슈리엘의 허락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 물론 너무 묶어두면 내가 답답해할 걸 알기에 재량껏 풀어놓지만, 자살 시도만큼은 절대로 풀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원할 때마다 괴롭혀주니까, 괜찮았다. 나는 바닥에 고인 정액 웅덩이에 얼굴을 처박고 개처럼 핥아댔다. 이왕 암캐 노예를 선언한 거, 밥도 정액도 그릇에 담아 개처럼 먹어볼까. 나는 열심히 바닥을 핥으며 생각에 잠겼다.

  슈리엘은 옷을 챙겨입으며 말했다.

  "나갈 때 드레스는 착용할 건가? 아니, 입어라. 지금 안 입으면 평생 묵혀둘 것 같구나."

  "녜흐… 하우웁…"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정액 먹기에 집중한다.

  이 모습만 보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암캐였다. 슈리엘 얼굴만 보면 흥분하는 헤픈년. 저택으로 돌아가는 대로 대행자들을 만나러 가자 했는데, 이 조루 마조 보지는 너무 쉽게 흥분했다. 이래서야 가는 길에도 발정 할 게 뻔했다.

  냄새, 손길, 눈빛. 슈리엘과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달아오르고 본다.

  나중에.

  아니 드레스를 입고나면 당장.

  허락 없인 발정하지 말라는 명령을 걸어달라 해야겠다.

  그런데.

  "…쯧."

  슈리엘은 갑자기 혀를 짧게 차더니 잠겨있는 문을 조용히 응시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금도 개처럼 정액을 핥으며 가버리는 판인데 저런 데 신경을 둘 수 없었다.

  허나 슈리엘이 섬광 같은 속도로 달려가 문을 열었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벌컥!!!

  "으갸아아악―?!!!"

   - 쿵.

  슈리엘이 문을 열자 이름 모를 소녀가 대차게 넘어졌다. 문에 귀를 대고 있었는지 머리를 쿵, 하고 찧었다. 복장을 보면 시녀였다. 갈색 생머리 소녀였는데, 키가 작을 뿐 그리 어려 보이진 않았다.

  "으, 읏…?!"

  나는 정액을 핥아먹다 말고 반사적으로 허리를 세웠다. 급히 가릴 것을 찾는다. 하지만 이 꼴사납고 추잡하고 저속한 모습은 이미 소녀의 눈에 담긴 후였다. 아, 빌어먹을. 몸을 가리길 포기하고 멍한 눈으로 바닥만 응시한다.

  "아야…."

  소녀는 부딪힌 머리가 꽤 아픈지 찧은 부위를 연신 쓰다듬었다. 슈리엘의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진다.

  "뭐 하는 놈이지?"

  쿵. 다시 문을 닫는다. 소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멍한 눈으로 주저앉은 암캐 한 마리와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 그리고 정액으로 더럽혀진 바닥만 보였다. 헌데, 그것들을 눈에 담는 순간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녀가 당황한다. 고통에 머리를 매만질 때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대답하지 못한다면 성난 슈리엘의 분노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나도 슈리엘의 진심 분노를 겪은 바가 없으나―― 쌍둥이 악마를 족칠 때 보여준 포스를 생각하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 테다.

  소녀는 주저 없이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파니 알펜로스입니다! 죄송해요! 훔쳐볼 생각은 아니었어요!"

  "뭐 하는 놈이냐 물었다."

  "네, 네! 저택 내 식자재 입출고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알펜로스. 들어본 바가 없다. 귀족이긴 한데 힘 있는 귀족은 아닐 것이다. 성이 있지만 드물게 영지가 없는 귀족이거나, 황실 산하 기관의 간부직 출신일 가능성이 컸다. 아마 후자인 듯하다.

  알펜로스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미소를 연기했다. 허나 슈리엘은 그녀를 가만히 노려볼 뿐 계속해서 무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급하게 시선을 돌렸지만, 있는 사람이라곤 알몸에 정액투성이인 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자 시선이 맞는다. 그녀는 좀 도와달라는 시선을 보냈다. 딱 봐도 미친년처럼 보이는 내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면 어지간하게 심각해 보였다. 물론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될 대로 되라지. 모르겠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주섬주섬 옷을 주웠다. 허리가 저릿하다. 슈리엘의 자지는 너무 커서, 격렬하게 교미를 하고 나면 온몸이 쑤셨다. 재구축으로 해결이 안 되는 감각이다. 환상통일 수도 있었다.

  내가 속옷도 안 입고 대충 옷만 걸치고 있자, 슈리엘이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다.

  "또 훔쳐본 자가 있나?"

  "저, 저 혼자입니다아…."

  "그런가."

  어떻게 할까. 무슨 방법으로 그녀를 삶아 먹을지고민한다. 나는 쩔쩔매는 알펜로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푸흐…."

  내 생각엔… 알펜로스가 뭘 생각하든 그리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진 않을 것이다. 슈리엘이 미쳤다고 시녀를 죽이겠나. 권력이 없다고 해도 귀족인데.

  오히려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옆에서 계속 슈리엘을 관찰하고 도출한 결과로는, 지금의 표정은 좋은 생각이 났을 때 짓는 표정이었으니까. 그게 정말로 '좋은' 생각인지는 둘째치고 말이다.

  슈리엘은 가볍게 턱짓하며 말했다.

  "하는 일을 바꿀 생각은 없나?"

  "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하지만 노예가 주인님의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될 노릇. 나는 대충 옷을 껴입고 멀찍이 떨어져 둘의 얘기를 경청했다.

  "따, 딱히 상관 없습니다아… 하는 일이 자주 바뀌니까요."

  "식자재 관리 이전엔 뭘 하며 지냈는지 말하라."

  "처음엔 정원 관리를 하다가, 전문 정원사가 들어온 이후론 매일 큰도련님 방을 관리했습니다! 그러다 가끔 장부 쓰는 걸 도와드릴 때가 있는데, 일 잘한다고 칭찬 들은 뒤부턴 식자재 관리로…"

  "그만."

  슈리엘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시 한번 혀를 찼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벌써 저녁이다.

  "바쁘니 본론부터 말하겠다. 저 암… 여자의 시중을 들어라. 적색 마탑의 붉은마녀. 들어본 적은 있겠지?"

  알펜로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날 몰라도 저랬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이라크의 방을 관리하면서 시중 같은 것도 들었나?"

  "아, 아! 아침 당번일 때 깨우면서 옷시중을…"

  "좋다. 일하면서 돈은 얼마나 받지?"

  "네? 자, 잠깐만요. 그게 무슨―"

  "세 배. 지금 돈을 얼마나 받는 그 세 배를 주겠다."

  ―꿀꺽.

  알펜로스가 침을 삼킨다. 애초에 사교 목적으로 일하는 것이기도 했고, 돈보다는 정치적인 관계에 더 집중했기에 보수는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 배라면.

  안 그래도 넉넉히 받는데 그 세 배라면.

  "…."

  고민은 없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세요!"

  그녀는 더 많은 돈을 택했다.

  "시간이 없으니 신속히 진행하도록 하겠다. 지금부터 네 업무는, 유진의 옷시중을 드는― 아니, 그냥 전속 시녀가 되도록. 이봐, 유진!"

  "네 주인, 음, 큼. 네 슈리엘."

  암캐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주인님이라 말할 뻔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곤 슈리엘에게 다가갔다. 그는 알펜로스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하려면 지금 당장 나가야한다. 준비할 수 있겠나?"

  "…죄송해요. 드레스를 입는 건 처음이라서 얼마나 걸릴 지 저도 모르겠어요. 제, 제가 음. 오늘은 좀 심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 앞으로는 자제할게요. 급하면 그냥 이대로 나갈까요?"

  "흠…."

  슈리엘은 짐짓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늦는 한이 있더라도 드레스는 입고 오도록."

  솔직하긴. 상기된 얼굴로 후후, 하고 웃는다. 그렇게 드레스 입은 모습이 보고 싶다면, 입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알펜로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반가워요, 파니. 보다시피 꼴이 엉망이지만… 어차피 같이 일하게 된 거 피차 웃으면서 지내요. 음, 제가 싫으면 어쩔 수 없구요."

  "그럴 리가요! 아니에요 아가씨! 그리고 드레스 입는 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번개처럼 입혀드릴게요!"

  "후후… 부디."

  "그런데, 그 전에 좀 씻어야…"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딱!

  손가락을 튕기자 작은 빛무리가 몸을 감싼다. 그러자 몸에 묻은 오물이 없어지고, 찢어진 옷들이 순식간에 복구된다. 하얀 가터벨트 스타킹과 붉은 프릴 치마를 입고 있는, 이른바 디폴트 모습으로 돌아왔다. 더럽혀졌을 때가 더 좋아서 자주 사용하진 않는 기술이었다.

  "이러면 됐죠?"

  알펜로스의 눈이 번쩍 뜨인다.

  보통 시녀는 정치적인 사유로 팔려오듯 넘어온 게 아니라면, 사교 범절, 고급 행정, 인맥 등을 위해서 일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정치판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 가운데서, 내가 도착한 이후 종일 천박하게 교미만 하고 있으니 사용인들이 우리의 관계에 관심을 보이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슈리엘 뿐만 아니라, 가주를 포함해 모든 일원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용인들의 귀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은 정보가 되어 그들의 힘이 되어준다. 그들은 말만 시녀와 시종이지 감시인과 똑같았다.

  물론 알펜로스처럼 엿듣는 건 해당 가문에게 당장 클레임을 걸어도 이상할 것 없는 중대한 실수였지만, 그녀에겐 무척 다행히도 슈리엘은 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되려 더 퍼지길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나마 소유욕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노예 선언을 하고 싶었다. 슈리엘이 그럴 리 없고 에일린을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모은 추천장을 생각해서라도 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상상은 자유잖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목걸이를 차고 개처럼 박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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