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왜 나에게 온정을 줘서. 차라리 강간하고 뒷골목에 버렸으면 이런 불안감 느끼지도 않았을 텐데 왜. 남들처럼, 내게 이해불능의 시선을 던지고 포기했으면 됐는데 왜.
상처는 곪는다. 상처로 썩어문들어진 마음은, 애써 괜찮은 척해도 결국 괴사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메마른 인간을 만들었다. 슈리엘은 그런 내게 약을 처방했다. 이해와 온정이라는 아주 달콤한 약을.
나는 약에 중독됐다.
"유진."
단말마처럼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 나는 찢어진 이마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옷을 챙겨입은 그는, 머리를 조아리는 내 앞에 쭈그려 철제 개목걸이를 들었다. 드르륵, 하고 쇳소리가 울린다.
휙. 목줄을 당기자 몸이 끌려간다. 아주 살짝 당겼을 뿐인데,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목걸이의 효과로 추측됐다. 그는 휘청거리는 나를 안아 들었다. 피투성이 얼굴 위로 눈물이 덧씌워진다.
"네가 이딴 짓 안 해도."
슈리엘이 말한다.
"난 널 버리지 않는다."
얼어붙은 심장이 녹아버릴 정도로 따듯하게.
"아, 으으…"
녹는다. 몸이 녹아버린다. 환희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복종에 기쁨을 느끼게 하는 노예의 각인 덕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쌓인 불안이 눈처럼 녹아버리자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 도착하고 줄곧 약한 모습만 보이던 나는, 확답을 듣고 나서야 피어오를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 내 노예가 됐으니 주인으로서 책임은 다하겠다 맹세하지."
피어오른다.
"정말, 아, 안 버릴 거죠?"
"그딴 생각 한 적 없다."
눈 녹은 땅에 꽃이 피어오른다.
"다시, 다시 말해주세요."
"끝까지. 책임지고 키워주지."
나는 슈리엘에게 한참을 응석 부렸다. 그 황홀한 한마디를 다시 듣고 싶어서, 다시 말하게 만든다. 버리지 않겠다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할 때마다 몸에 전기가 오르는 듯했다.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었으면 좋겠다.
* * *
노예 각인으로 뒤틀려버린 사고는 결코 바꿀 수 없다. 각인이 새겨지기 전과 후의 나는 같은 유진이 아니다. 사고방식 자체가 노예로 개조된 탓이었다. 내가 워낙 마조라 티가 안 날 뿐이지, 노예 각인은 '정신 조작' 카테고리로 분류됐으니까. 아무리 멀쩡한 사람이라도 충실한 노예로 바꿔버리는 흉악한 물건이다.
그래도 돌아갈 생각은 없다.
지금 이렇게 지내는 게 몇 배는 더 행복했다.
"헤헤…"
엉망이 된 서류를 정리하는 슈리엘 옆에서 교태를 부리며 부비적거린다. 개처럼 달라붙은 암캐의 목에는 그 꼴에 걸맞은 단단한 개목걸이가 채워졌다. 슈리엘은 자꾸만 달라붙는 내가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묵묵히 정리에만 몰두했다.
절그럭, 절그럭… 머리카락을 비빌 때마다 쇠사슬이 긁히며 약간의 소음이 난다. 슈리엘은 서류를 정리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목줄을 쥐었다.
"불편하면 풀어주겠다."
―철컥! 목줄이 분리되며 떨어진다. 슈리엘은 분리된 목줄을 대충 구석에 던져두고 다시 서류 정리에 들어갔다.
"아…."
쪼르르 달려가 다시 목줄을 찬다. 뭔가, 이게 없으면 허전했다. 안심되는 기분이라고 할까. 완전한 소유물이 된 것 같아 편안해진다. 나는 손잡이를 들고 슈리엘에게 달려갔다. 그는 헤헤 웃으며 손잡이를 건네는 나를 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계속 찰 생각인가?"
"저, 저. 노예잖아요."
나는 그가 쓰다듬을 수 있게 정수리를 내밀며 중얼거렸다.
"이걸 끼면 노예가 됐다는 자각이 들어서, 기분도 좋고, 또 편해져서…"
"이제 속마음 숨겨도 된다고 말했을 텐데."
"계속, 계속 차고 싶어요. 주인님이 준 선물이잖아요."
"…."
둘밖에 없는데 뭘 숨기랴. 슈리엘은 걱정이 담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앞의 소녀가 아무리 정신이 엇나갔다 해도, 이렇게 아양 떨며 교태를 부리는데 싫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나와 대등한 관계가 되려 노력했지만, 내 쪽에서 노예가 되기를 자초했다. 그 탓에 슈리엘이 그간 참고 있었던 '소유 욕구'가 폭발해버렸다. 지금 그가 짓고 있는 미소엔 저열한 욕망이 깃들어 있었다. 눈앞의 순종적인 소녀를 더럽히고 싶다는 욕망.
"아응…."
이렇게 괴롭혀달라고 애원하는데 참는 게 바보였다. 뺨을 간지럽히던 손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가슴으로 향했다.
"햣, 흐읏…"
끈을 당기자 손쉽게 옷이 벗겨진다. 능숙한 손길로 브라를 끌어낸 슈리엘은, 샛노란 액체가 질질 흐르는 젖가슴을 꽉 잡아 유두를 희롱했다. 나는 쾌락을 숨기지 않은 솔직한 얼굴로 달콤한 신음을 냈다.
찌익, 찍. 유방을 쥐어짤 때마다 모유가 흐르며 바닥을 더럽힌다. 나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 목마르며언… 마셔도 대여…"
내 모유는 이상할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성장 촉진은 물론이고 몸의 마나량도 늘려준다. 마나 증진 아이템이 마법사 사이에서 초고가로 거래되는 걸 생각하면, 모유의 가치는 감히 매길 수 없을 정도다.
슈리엘은 피식 웃더니 허리를 붙잡았다. 그는 본심을 꿰뚫어 봤다. 목이 마른다거나, 모유가 몸에 좋다는 등의 얘기는 핑계일 뿐이고, 그저 난폭하게 젖가슴이 빨리고 싶은 게 아니냐고 눈빛으로 말한다.
그는 날 너무 잘 알았다. 역시, 주인으로 선택하길 잘했다. 나는 슈리엘 위에 올라타 젖가슴을 물렸다.
"하으응…"
빨딱 선 유두를 잘근잘근 씹으며 모유를 마신다. 그는 암소의 젖을 짜듯 유방을 양손으로 꾹꾹 눌러댔다. 수도꼭지를 돌린 것마냥 모유가 질질 흐른다. 나는 배려 따윈 없는 난폭한 손아귀에 약하게 절정하며 녹아내렸다.
내 몸은 흐르는 모유만큼이나 물이 많았다. 무한에 가까운 마나가 순환하며 소모된 수분을 바로바로 보충해주는 탓일까. 속옷은 애액으로 축축해지다 못해 음란한 꿀을 뚝뚝 떨어트렸다.
슈리엘은 짜도 짜도 나오는 모유에 신기해하며 입을 닦았다. 이렇게나 마셨는데 아직도 흐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몸인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쓰흡… 암캐가 아니라 암소였군."
"햐아으, 하아, 흐…"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젖소처럼 쥐어짜진 유방은 선명한 잇자국이 남아있었다. 목걸이도 그렇고, 이렇게 몸에 흔적을 남길 때마다 저열한 만족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
그래도, 이렇게 쥐어짜져도 에일린 줄 모유는 남아있겠지. 이제 신체가 다 만들어질 때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
…미안해, 에일린. 엄마, 노예가 돼버렸어.
물론, 주인이 아빠라서 괜찮을 것 같았지만… 아니, 역시 안 괜찮으려나. 몸을 얻고 겨우 세상 빛을 봤는데, 엄마가 노예가 돼 아빠 밑에 깔려있으면 역시 싫어하겠지.
"저, 저기. 슈리엘, 아니, 주인님…?"
"슈리엘이라고 불러도 된다."
"가, 감사합니다아… 저기, 슈리엘…?"
나는 떨어진 옷가지를 주섬주섬 주우며 물었다.
"그게… 저, 임신했다고 했잖아요오…"
"흐음… 그래서?"
슈리엘은 세계수가 딸의 육체를 만들어줬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때는 비밀로 하고, 에일린과 함께 슈리엘을 만나려고 했지만, 노예가 된 지금은 계획을 조금 바꿔야겠다.
"앞으로 한 달 조금 안 돼서, 에일린,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자세히 설명해라."
아이 관련 문제가 나오자 슈리엘의 눈이 가늘어진다. 나는 세계수와 딸을 만난 일부터, 에일린의 육체가 완성되기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얘기해주었다. 그는 에일린이 벌써 지성을 가졌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지만, 곧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미를 닮아 똑똑하군."
"고마, 워요. 부, 분명 아빠도 좋아할 거에요."
"하아… 대행자가 아이를 들이다니. 프루카이스가 보면 박장대소를 할 거다."
"어, 어…"
"뭘 그리 떠는 것이냐. 당연히 책임은 질 거다.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을 뿐이지."
오히려 다행이었다. 기저귀 채우고 젖병 물리며 애를 키웠으면 나나 슈리엘이나 발이 묶이게 된다. 뱃속에서부터 철이 든 기특한 딸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내가 아니라 에일린을 향한 걱정이었다. 엄마인 내가 노예가 될 때 발생하는 문제 말이다. 불안공황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엄마가 노예면…."
"자식도 주인 소유다. 그게 싫다면 어미가 돈을 내거나, 노예가 된 자식이 커서 변상을 해야 하지."
"자살. 할게요. 돈은 마탑 명의로 꺼내주세요. 대충 금화 400장이에요."
―스르릉!
처참한 미소를 지으며 얼음송곳을 생성했다. 빨리 자살해야겠다. 끝까지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엄마다. 살아봤자 더 큰 민폐만 끼칠 것 같았다. 나는 송곳을 들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목을 찔렀――
"――그만!"
슈리엘이 팔목을 붙잡았다.
"…미등록 노예는 해당 사항 없으니 안심해라. 그리고, 들킨다 하더라도 죄 없는 사람을 노예로 만든 내가 처벌을 받겠지."
"하지만."
"「내 허락 없이 자살하지 말도록.」"
"…죄송해요."
힘없이 얼음송곳을 떨군다. 에일린을 만나기 더 힘들어졌다. 심상세계에서, 날 안타깝게 바라보던 그 눈빛. 분명 한심하다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슈리엘은 공황에 빠진 나를 토닥이며 말했다. 부끄럽다면, 부끄럽지 않게 명예로워지라고. 작위를 따고, 악마를 쳐죽여 영웅이 되라고. 세상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딸을 위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기,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말해라."
"에일린이 태어나면, 같이 살 수 있을까요?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받을 영지는 어떻게 하고?"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고 대리인을 세우면 될 거예요."
수로나 도로 따위는 손가락 튕기기 한 번이면 만들 수 있다.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대리인을 세우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가끔 들려 장난질하는지 확인하고, 부정부패를 확인하면 모가지를 따버리면 되는 거고.
* * *
내가 노예가 됐다고 따로 뭘 당하든가 하진 않았다. 애초에 나는, 슈리엘이 팔다리를 자르든 배를 짓밟든 강간을 하든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던 년이었다. 이제 와서 그런 짓을 한들 큰 의미는 없었다. 나는 이미 한참 전부터 노예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당하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스킨쉽을 요한다는 점일까.
지난 삼 일 동안.
나는 슈리엘과 24시간 붙어다니며 생활했다.
슈리엘은 유독 나를 신경 써줬다. 내 정신 상태가 보기에 퍽 안쓰러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앞에서 사무적인 일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 일을 미루기까지 했다. 그 꼴을 본 하이라크가 여자에 미쳐 일까지 쉬냐며 핀잔을 놓았지만, 슈리엘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넘어갔다.
같이 밥을 먹고, 저택을 돌아다니고, 가볍게 산책하고, 밤이 되면 다시 개처럼 박혀 가버리고를 반복한다.
특히 맛들린 게 있다면, 쾌락을 봉인해놓고 교미하는 것이었다. 정신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쾌락을 쌓았다가 팍, 하고 터트릴 때의 자극은, 팔다리를 자르는 것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기껏해야 오줌이나 코피를 터트릴 뿐이라 뒤처리도 쉬웠다.
하지만, 그 탓에 걱정되는 게 하나 생겼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행복하게 지내서 문제였다. 온종일 응석 부려도 전부 받아주니 점점 음란하기만 한 바보가 돼가는 느낌이었다.
슈리엘 앞에 서기만 하면 아랫배가 울리면서 숨이 거칠어진다. 가까이서 냄새라도 맡기라도 하면 곧바로 젖어버린다. 그의 손길이 내 몸을 스칠 때면, 오르는 자극을 참지 못하고 암컷 같은 신음을 내뱉는다.
항상 붉어진 얼굴로 슈리엘과 붙어 다니니 사용인 사이에서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도련님이 여자를 들이셨다고?
―정말이라니까! 밤에 도련님 방 지나가면 무슨 말인지 알걸?
―그래도… 그 차갑기 그지없는 도련님이?
―못 믿겠으면 몰래 숨어서 지나가 보든가!
대행자는 귀족보다는 평민에게 인기가 많은 직업이었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대행자의 특성상, 가문끼리의 장기적 관계를 원하는 귀족들은 대행자와 연을 맺으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정략결혼이라도 살아있어야 패로 쓰든가 하지 않겠나.
반대로, 평민은 기회가 된다면 대행자와 붙어먹으려 온갖 힘을 썼다. 하룻밤 사이의 관계라도 좋았다. 아이를 낳기라도 하면 권력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눈물과 애로 협박하는 더럽기 그지없는 방법이었지만, 임신은 기회는 놓칠 수 없는 신분 상승의 기회였다.
문제가 있다면, 슈리엘은 그동안 어떤 여자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형 하이라크가 철혈공자로 불리는 것처럼, 슈리엘 또한 냉랭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하녀들이 아무리 작업을 쳐도 꺼지라는 말로 응수한다. 그래서 슈리엘은 하녀들 사이에서 반쯤 포기당한 남자였다.
그런데 그런 도련님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붉은 머리 소녀와 노닥거리고 있다.
나에 대한 소문은 금방 났다. 적색 마탑의 신인 괴물 붉은마녀. 대회의에서 한 번 소문이 났고, 파헬른 구원에서 또 한 번 소문이 났으니 대략적인 정체는 알려졌었다.
나는, 하녀들을 지나칠 때마다 수군거리는 그 상황이 너무 좋았다. 내가 슈리엘의 소유라는 걸 모두에게 알리는 것 같았다. 그녀들 사이에선 붉은마녀 유진은, 이미 루셸리니의 백작 부인이 되어있었다.
"흐흥…."
나는 얇고 빡빡한 목걸이를 차며 흥얼거렸다.
은으로 만들어진 띠 한가운데엔, 루셸리니령을 상징하는 작은 에메랄드가 박혀있었다. 답답할 정도로 목을 조이는 이것을 목걸이라 부를 수 있냐는 의문이다만… 그래, 목걸이보단 초커라 부름이 옳았다.
물론,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 밖에 나가서까지 개목걸이를 찰 수는 없는 노릇. 당장 문밖으로 나가면 시녀와 하녀들이 널려있는데 커다란 개목걸이, 그것도 노예용 목걸이를 찰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받은 게 이것이다. 이 목걸이는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슈리엘로부터 500미터 이상 떨어지면 강력한 전기충격을 일으키는 술식이 내장되어있다. 운 나쁘면 죽을 수도 있는 강도다. 목줄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마음에 드나?"
"네…!"
나는 강제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을 원했기에, 술식을 새기는 동시에 나를 포함,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만들었다. 목걸이의 탈착은 오직 슈리엘의 허락 하에만 할 수 있다.
나는 슈리엘의 옷자락을 붙들며 말했다.
"시험해봐도 돼요?"
"…목걸이의 술식을 말하는 거라면, 뒷골목으로 들어가서."
"헤헤… 고마워요."
백작저에서 조금 떨어진 상가 지역 .
나와 슈리엘은 단둘이서 저택을 나섰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저택 정원에서 섹스할 때 여러 번 나갔고, 광장 분수대 근처에서 노팬티로 돌아다닐 때 한 번 나갔었다. 들키진 않았다. 물론 평범하게 돌아다닌 적도 많다.
"…."
벌레 한 마리 안 보이는 으슥한 뒷골목. 죽은 설치류 몇 마리와 질 낮은 낙서 몇 개만 보일 뿐 어느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기대되는 표정으로 슈리엘을 올려다봤다.
"술식 발동시키려면 손가락을 튕기면 돼요."
"한 번만 튕기면 되나?"
"말로 해도 되구요. 대충 '발동!' 이라고 외쳐도 실행되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