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 박수를 치자 소피아의 몸이 저절로 일으켜 세워진다. 재구축과 염동력을 동시에 구사한다. 강제로 체력이 보충된 소피아는 부푼 배를 움켜잡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까운 정액이 흐르고 있다. 그녀는 구멍을 틀어막을 마개를 찾고 있었다.
"이거 찾는 거야?"
"아, 으…!"
바닥을 나뒹구는 코르크 마개를 집어 건네주자 소피아의 얼굴이 밝아진다. 세뇌에 가까운 '교육' 덕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지키는 수준이 되었다. 고작 하룻밤 만에 말이다. 죽기 싫어서 처신하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뭐가 됐든 보기엔 무척 좋았다.
―찌걱…
"하그으, 으윽…!"
마개를 끼우자 천박한 표정을 지으며 가버린다. 나는 풀썩 주저앉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일으킨 뒤, 억지로 무릎을 꿇렸다. 소피아는 빵빵하게 부푼 배가 답답한지 자꾸만 배를 쓰다듬었다.
"클락, 시작하자."
"네, 네!"
클락은 무를 꿇은 소피아 앞에 다가가 자지를 들이댔다. 정수리 위에 얹어진 두꺼운 고기 막대기. 소피아는 머리 위로 느껴지는 무겁고, 뜨거운 감촉에 벌벌 떨어댔다. 그렇게나 허리를 흔들었는데 아직도 커다랬다. 눈가가 푸르르 떨린다.
그녀는 커다란 자지를 양손으로 감싸곤 엄숙히 선언했다.
"처, 청소오… 하게씁니다아… 하읍…"
귀두를 입에 물고, 천천히 반달 모양으로 혀를 굴린다. 사정 후 남은 찌꺼기들을 남김없이 빨아들인다. 소피아는 자그마한 입으로 열심히 봉사했다.
클락은 흥분했다. 아무리 악마라고 하지만, 판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외견이었다. 백지장처럼 순수한 미소녀를 장난감처럼 다루는데 흥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케훕…?!"
"으윽…"
음욕이 가열된다. 고작 귀두를 핥는 것으론 만족하지 못한 클락은 소피아의 뒤통수를 잡아 억지로 눌러댔다. 목구멍 안으로 쑤욱 들어가는 자지. 소피아는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떴다.
"헤우웁…?"
그런데, 구토감이 덜했다. 커다란 고기 막대가 목구멍을 찌르고 있는데 고통스럽지 않았다. 숨이 막히고 의식이 희미해지는 건 똑같았지만, 처음 봉사했던 것처럼 힘들지 않았다. 호흡 곤란으로 부들댈지언정 헛구역질을 하진 않았다.
목울대 밑으로 자지가 튀어나온다. 소피아는 숨을 쉬지 못해 창백해진 얼굴을 흔들었다. 부디 기절하기 전에 사정하기를 바라며, 의식이 붙어있는 한 필사적으로 자지를 쥐어짠다.
"끄흡… 끅…"
나는 그 꼴을 보며 실실 웃어댔다.
이걸로 목까지 성공적으로 개조가 완료됐다. 딥쓰롯을 하며 숨 쉬는 법만 배운다면 완벽해질 것이다. 안 그래도 개조하면서 목구멍 구조를 살짝 바꿨다. 보지 못지않은 쾌감을 가져다줄 테지. 윗입, 아랫입 모두 남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성능 생체 오나홀의 완성이었다.
"크윽…!"
"쌀 것 같아?"
"네, 네…!"
클락은 소피아의 머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사정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흔든다. 소피아가 괴로워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에, 죄책감이 옅어진 것이다. 이런 걸 가스라이팅이라 부르기엔 좀 많이 어설퍼 보이지만… 심경의 변화라고 생각하자.
"끄후웁…!"
―부르르릇…!!
사정.
소피아는 발작하며 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클락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했다. 숨이 막히는 고통에 오줌까지 지리며 처참하게 망가진다. 자신이 얼마나 꼴사나운지 모르는 소피아는 몽롱한 표정으로 정액을 삼켜댈 뿐이었다.
나는 희미하게 퍼지는 냄새에 코를 부여잡곤 과장된 리액션을 취했다.
"더럽게 오줌이나 지리고 말이야…"
"쿠훕, 끄훕…"
"그래서 착한 아이가… 으음, 응?"
그런데.
호흡 곤란으로 부들거리는 꼴을 구경하고 있자, 소피아의 자궁 위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마나였다. 마나로 이루어진 선이었다.
웃음기를 지우고 마나의 흐름을 지켜본다. 분홍색으로 빛나는 마나의 선은 촘촘하게 짜이기 시작하더니, 곧 하트 모양으로 변해 자궁 위에 안착했다.
"큭, 크흡… 큭큭…"
나는 목 위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건, 생명 반응이 감지될 때 실행되는 마법진이었다. 범위는 당연히 자궁 안. 셰멜이 사용한 탄생의 축복을 참고해 만든 술식이다. 물론, 마법진 자체는 하트 모양으로 반짝거릴 뿐 아무 효과도 없다.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임신, 해버렸네?"
―딱! 손가락을 튕겨 소피아의 몸을 재구축한다. 새로운 생명이 깃든 자궁을 건들지 않도록, 조심조심 몸을 구축한다. 강제로 정신이 깨워진 소피아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끄윽… 이제헤… 끄, 끝인 것이냐하…?"
"그럼그럼. 잠시 쉬고 있어. 클락?"
소피아를 진정시키고 클락을 부른다. 클락은 움찔 떨며 대답했다.
"네?"
"소피아 좀 씻겨줄래? 마개는 빼도 되니까."
"아, 알겠습니다아…"
정신을 차린 소피아를 끌고 샤워실로 향한다. 그녀는 자기가 임신한 줄도 모르고 클락에게 '이, 이건 무엇이냐?' 하고 물어볼 뿐이었다. 허나 물어본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클락도 이 사실을 모르니까. 하트 모양 마법진을 보고 흥분한 클락에게 따먹히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으음…"
하지만.
임신한 건 좋은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대로 팔아넘기긴 좀 그런데…'
탈 없이, 죄책감 없이 죽여도 되는, 미래가 창창한 소녀.
그럴싸한 설정은 나중에 기워 붙인다 해도, 팔아넘긴 뒤가 조금 문제였다. 원래대로라면 소피아가 죽기 직전, 더미 육체로 의식을 옮길 계획이었다. 소피아를 정말 죽일 생각은 없었으니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소피아가 더미 육체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야 하는 것이었다.
'…리얼리티.'
소피아 본인이 정말 죽는다 생각해야, 백작도 그녀가 죽었다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작은 감이 좋으니까.
그런데 임신을 해버리면…
"쯧…."
임신이란 게 이리 빨리 될 줄 알았는가. 못해도 한 주는 걸릴 줄 알았지. 젠장. 생명의 범위를 너무 낮췄나?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애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소피아는 나와 달리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다. 막 수정란이 된 세포를 보고 베리어를 치라 할 순 없는 노릇이잖는가.
그러면 더미 육체로 의식을 옮긴 뒤 백작에게 넘겨야 했다. 그런데, 뒷심이 있다는 걸 확인한 소피아가 진심으로 연기를 해줄까? 죽기 직전까지 몰리면, 아니. 몸에 칼만 들이대도 빨리 의식을 옮겨달라고 소리칠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입을 틀어막으면 백작이 싫어할 게 분명하고…
'변태 백작 같으니라고. 그냥 내가 소피아 몸으로 들어가서 연기해?'
끄응… 여분의 육체를 만들어 놓고 즐기는 건 자체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는데…
'즐기려고 하는 건 아니니… 상관없으려나….'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자. 베이스 되는 몸은 나와 같으니 의식 교체 자체는 문제 없을 것이다.
자세한 계획은… 소피아와 따로 얘기를 해봐야겠다.
클락과 소피아의 '샤워'는 조금 길게 이어졌다. 왜 그런지는 뻔했다. 보나마나 격렬한 교미 중이겠지. 나는 신음을 배경 삼아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멍청한 소악마 소피아'를 '기대받는 인재'로 만들려면 여러 준비가 필요했다.
―햐아앙…?!
저 음란한 신음을 생각하면 못해도 한 시간은 걸릴 듯하니…
잠시 밑에 내려가야겠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1층으로 향하는 포탈을 만들었다. 페카폴리스를 만나야 했다.
푸른색 포탈을 통과하자 익숙한 풍경의 홀이 보인다.
나는 발을 내려 살포시 착지하곤 페카폴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응?"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그녀는 불현듯 나타난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나와 시선이 맞는다. 페카폴리스는 나를 발견하곤 맥 빠진 표정을 지었다.
"멋대로 등장하고 멋대로 사라지고… 백작가에서 있었던 일 물어봐도 대답 안 해줄 거지?"
"미안해요."
"그럴 줄 알았어. 그래,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추천장이 필요해요. 아스트라 입학 추천장이요."
"아스트라?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 말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인다. 페카폴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근데 왜 네가 부탁해? 당사자는 어디 가고?"
"으음… 지금 질펀하게 섹스 중이라 못 오거든요."
"푸흡, 큽. 큭. 무, 뭐―?"
지금쯤이면 한 번은 사정했으려나. 정력이 늘어났으니 대충 세 번은 더 싸야 정액이 마를 것이라 사료된다.
"카흐…"
침을 잘못 삼켜 끅끅대는 페카폴리스를 무표정한 눈으로 응시한다. 그녀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무덤덤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해?"
"어머, 죄송."
"죄송까지야. 됐고, 나한테 부탁하는 거면 67기생 마법 학부일 텐데, 맞아?"
재차 고개를 끄덕인다.
아스트라는 입학 시즌이 지나 내년에야 들어갈 수 있지만, 어차피 정말 입학시킬 생각은 없으니 괜찮았다. 문서상의 '소피아'는 사고사로 죽을 예정이니까. 적어도, 서류에는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흐음…"
페카폴리스는 나를 찌릿 째려보더니 턱을 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네 부탁은 웬만하면 들어주는데 말이야, 추천장은 나도 좀 곤란해. 매년 아스트라에 입학하려는 놈만 수만 명이야. 재능있다고 소문 난 놈들을 추리고 추려서 수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온 거라고.
―그리고 그중에서 뽑히는 건 고작 천 명 남짓. 페카폴리스는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나는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형평성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야 내 추천장 한 장이면 입학이 반쯤 확정인데, 당연히 쉬이 줄 수는 없지."
"…."
"정 얻고 싶으면 당사자를 데려와. 내가 공명정대하게, 오로지 실력만으로 판단해줄 테니까. 내 추천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말이야."
그녀는 적색마탑의 부탑주였다. 내 앞에서 어설픈 짓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제국에 끼치는 영향력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다.
부탑주에 오르기까지 끊임없는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제국의 역사와 함께했기 때문에. '페카폴리스'라는 이름은 그 어떤 칼과 창보다 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니 추천장을 받으려면 당사자를 직접 데려와라.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고. 혹시 몰라, 입학 신청서에 '붉은 마녀의 제자'라고 쓰면 나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지."
아쉽게도, 내 제자를 백작에게 팔아넘길 수는 없었다. 아끼는 제자를 식재료로 넘긴다고? 그리고, 제자가 산채로 해부되는 걸 백작과 같이 구경한다고? 이 미친 상황을 납득이 가게 풀어낼 자신이 없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대문호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눈을 감고 등을 돌렸다. 뭐 상관없다. 소피아의 잠재력은 미치도록 높았으니까. 그야 아크 메이지의 복사본 육체다. 마나 회로 몇 개만 뚫어주면 엄청난 재능을 보여줄 것이다.
"알겠어요. 그럼 몇 시간 후에 봬요."
페카폴리스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애, 애는 안 생기게 적당히 하고."
부끄러운지 책에 얼굴을 박고 글 읽기에 집중한다. 나는 풉 웃으며 포탈을 생성했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소피아도 예비 애 엄마가 된 지 오래였다. 말하면 목덜미 잡고 쓰러질 것 같아 굳이 말하진 않기로 했다.
분홍색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붉어 보인다.
* * *
샤워실의 문은 정확히 1시간 20분이 지나고 나서야 열렸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수증기, 그리고 어렴풋 느껴지는 음란한 냄새. 클락과 소피아는 쭈뼛거리며 옷을 챙겨입었다.
둘 다 무척이나 깨끗한 상태였지만, 바로 전까지 격렬한 정사를 나눈 흔적이 이곳저곳에 보였다. 목덜미를 비롯해 가슴, 어깨 등에 입술 자국이 남아있는 걸 보면 대충 예상이 갔다.
나는 이불보를 두드리며 소피아를 불렀다. 침대는 둘이 열심히 섹스하는 동안 깨끗하게 청소해 매우 뽀송뽀송한 상태였다.
소피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클락에게 눈짓했다. 어떻게 좀 도와달라는 얘기 같았다. 하지만, 클락 또한 내 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염동력으로 문을 열며 말했다.
"소피아랑 잠시 얘기할 게 있으니 잠시 나가줄래?"
"몇 분이면 될까요?"
"조금 오래. 두 시간 정도. 그 전에 끝나면 내가 직접 찾아갈게. 아니면 밖에서 놀다 와도 좋고. 돈은 얼마나 주면 될까?"
"…괜찮아요! 제 연구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후흐. 고마워."
소피아는 절망 어린 표정으로 클락의 옷소매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손길이 닿는 일은 없었다. 쿵, 하고 닫히는 문소리는 매정하기까지 했다. 소피아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내 앞에 섰다.
"앉아. 할 얘기가 많아."
"네, 네에…"
옷은 여전히 알몸에 원피스 한 장. 옷 틈 사이로 치부가 훤히 보인다. 자궁 위로 떠오른 분홍색 하트 모양 마법진까지. 나는 그 음란한 모습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남부 지역에 클레이드 자작가라고, 알아?"
"어, 어―"
"알리가 없겠지. 오십 년 전에 멸문했으니까."
"며, 멸문?"
화재로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가문이었다. 아들 셋과 딸 둘. 첩과 정실, 가주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딱히 양자를 들였던 것도 아니기에 그대로 씨가 말라버렸다. '클레이드가의 참변'이라고. 역사서에 짤막하게 적힌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역사 따위를 가르치려 이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었다.
"클레이드가만의 특징. 자작가의 일원은 모두 백옥같은 흰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그리고."
"그, 그리고?"
"오직 클레이드의 피를 이은 자에게만 나타나는 방패 모양의 자국…. 보통 왼 어깨에 난다고 해."
여기까지 말했으면 대충 눈치채야 할 텐데, 여전히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다. 나는 소피아의 어깨를 붙들곤 새롭게 몸을 구축했다.
"끄읏―?!"
"가만히, 있어."
왼 어깨가 분해되고 재조립된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지만, 팔이 부서지는 감각만큼은 남았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당황했다.
"어깨 보여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