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3화 (153/193)

  또한 이 모든 것은 내 자의일지니, 그녀가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매혹적인 미소를 보이며 손을 움직였다.

  "잘 보세요."

  "…."

  "이건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핏방울이니까."

  그대로.

  그어버린다.

  "꺽, 흐윽…."

  ―샤아악!!!

  날카로운 쇳소리. 핏줄기가 호선을 그리며 쪼르륵 떨어진다. 영화처럼 촥 하고 튀진 않았다. 그저, 간절한 숨 소리에 맞춰 꿀렁이며 튀어나올 뿐. 그렇게 피가 흐른다.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테이블과 옷. 에르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어댔다.

  힘 빠진 손에서 나이프가 쭉 미끄러지자 터엉, 하는 울림소리가 난다. 나는 테이블 위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쿵, 하고 나는 충격음. 흐리멍덩한 눈으로 몇 초간 움찔거린다.

  브리도니아는 숨 쉬는 것도 잊고 나를 바라보았다. 눈가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강렬하게 감상했다.

  생이 꺼져가며 점점 흐릿해지는 눈동자, 피를 흘리며 떨어대는 가녀린 몸. 먼 미래 대마법사라 칭송받을지도 모르는 소녀가,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끊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고작해야 몇 초 후면 의식을 잃고 죽어버릴 게 분명했다.

  1초, 2초, 3초. 그리고 5초가 지나자, 소녀의 눈은 스르륵 감겨 미동도 하지 않게 되었다.

  정말 거짓말 같은 상황이지만―, 이는 명백한 현실이었다.

  브리도니아는 두 눈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끔찍한 피 냄새가 거짓이 아니라 고했다.

  "허어…"

  그렇게 오 분이 지났다.

  브리도니아는 허탈한 웃음을 짓더니 흐르는 땀을 닦았다.

  지금 느낀 감정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것이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확실하게 느꼈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들어 괴짜 백작을 보았다.

  "…!"

  순식간에 경직된 몸. 에르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쿡쿡 웃었다.

  "하으… 어땠어요?"

  재구축을 이용한 속임수라 밝히진 않겠다. 말하면 긴장감이 떨어질뿐더러 향후 계획이 어긋나버리니까.

  브리도니아는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지독한 장난이군."

  "설마 백작님 앞에서 그런 짓을 할까 봐요. 전 자살 따위 하지 않아요."

  "역시 마녀는 마녀인가…. 내 감각은 네가 정말 죽었다고 말했건만."

  "후후. 칭찬으로 알아들을게요."

  그가 뱉은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인육인 척하고 고기를 먹였으니 비슷한 장난을 쳤을 뿐이다.

  "아무튼."

  각설. 나는 에르제가 건네준 수건으로 피를 닦으며 말했다. 이걸로 주도권은 내게 넘어왔다.

  "추천장을 건넬 마음이 좀 드시나요? 아, 처음 건넨 제안은 백작님이 뭐라 하든 지킬 생각이니 걱정 마셔요. 정화시설, 골렘, 포장도로 등등."

  "…고작 한 번으로?"

  "풉. 설마요."

  체험판 따위로 만족할 리 없다는 건 내가 더 잘 안다. 나는 서큐버스를 방불케 하는 관능적인 웃음을 지으며 혀를 할짝댔다.

  "평생 잊지 못할 자극, 이라고 말씀하셨죠?"

  "…."

  "드릴게요. 평생 잊지 못할 자극. 그따위 것,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

  내겐 너무 손쉬운 일이니까.

  "하지만, 준비가 필요해요. 백작님도 아실 테죠. 재능은 둘째치고 죽기를 원하는 미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얼마나 필요하지?"

  "삼 일, 아니. 준비되는 대로 찾아올게요.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셔요. 뒤가 구린 일은 아니니까요. 백작님은 아무 걱정 없이 즐기기만 하면 돼요."

  "믿음직하군. 에르제!"

  브리도니아는 손가락을 몇 번 튕겨 에르제를 불렀다.

  "내 오늘 귀빈을 맞이했으니 지극정성으로 이자를 대접하라. 적색마탑의 마법사여,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는가?"

  "오래는 못 있지만, 두 시간 정도라면."

  "충분하다."

  * * *

  만찬은 예상보다 길어져 초저녁에 이르렀다.

  나는 산속을 빠져나오며 브리도니아와의 만남을 상기했다.

  '미친 또라이 새끼….'

  제국의 장래가 어두웠다.

  저런 놈이 백작이라니.

  '그래도 추천장은 거진 확정이야. 약속만 지킨다면.'

  마음 같아선 그냥 내가 요리재료가 되고 싶었으나,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고작 추천장 한 장에 그런 가치가 있진 않아보였다.

  나는 너무 많은 걸 밝히기 싫었다.

  "후으."

  마탑에 도착한 나는 로브를 벗으며 말했다.

  "페카폴리스, 저 왔어요."

  "백작은 어땠… 음, 음…?"

  페카폴리스는 비릿한 혈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사를 하다 말고 나를 째려본다. 시선 닿는 로브 안에는 피투성이 옷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녀가 이를 알아채기 전, 팔찌에 마나를 불어넣어 포탈을 생성했다.

  "야, 야! 잠깐만! 너 거기서 뭐 하고 온―"

  어깨를 으슥이며 포탈 너머로 들어간다.

  *

  연구실은 어두웠다. 불이 꺼져있었다. 출퇴입 기록을 확인해보았지만, 그 누구도 나간 흔적이 없었다. 클락과 소피아는 이곳에서 나가지 않았다. 

  '불 꺼두고 뭐 하는 거야?'

  냄새와 발소리를 없애고 조심스레 움직인다.

  "흐음…?"

  그런데, 딱 한 곳만이 불이 켜져 있었다. 굳게 닫힌 방문 밑에서 흘러나오는 오렌지색 빛.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슬금슬금 다가갔다.

  ―헤윽, 힉. 햐아읏…?!

  철벅, 철벅, 철벅. 살과 살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 그리고 자지러지는 암컷의 음란한 신음. 굳이 보지 않아도 안의 상황이 절로 눈에 그려졌다.

  ―끼이익…

  조용히 문을 연다.

  "윽…."

  문밖으로 확 퍼져나오는 분비물 냄새에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친다. 지독했다. 얼마나 해댔길래 이리 심한 냄새가 날까. 나는 코를 가리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핑크빛 광경을 눈에 담았다.

  "졔성, 함미다… 하읏, 햐아앙―?!"

  "다시, 말 해!"

  "아, 악마, 쥬제헤엣… 인가님헤게… 대들, 하읏, 어서허… 졔성, 함니다하… 하으윽?!"

  클락에게 후배위로 신나게 박히고 있는 소피아.

  얼마나 많은 정액을 담았는지 배가 임산부처럼 부풀어 있었다.

  베개에 얼굴을 박고 옹알이 같은 신음을 낸다. 소피아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시뻘건 얼굴로 헐떡였다. 입을 다물 힘도 없어 혀를 쭉 내밀고 침을 질질 흘린다. 뜨겁고 축축한 숨. 이불보는 정액과 애액, 서로의 땀과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버려 보온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공기가 무겁다.

  섹스를 얼마나 했는지 감도 안 온다.

  나는 기척을 지우고 슬금슬금 다가갔다. 인식 저하 술식. 배경과 동화한다. 클락은 바로 뒤에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허리를 치댔다. 조그만 보지에 어울리지 않는 흉악한 크기의 자지. 억지로 살을 벌리고, 집어넣고, 확장한다. 자지를 넣을 때마다 팽창하는 배는 마치 인간이 아니라 장난감 같았다.

  "햐읏, 햐아으…"

  "흘리면, 마녀님한테, 말할 거니까!"

  "흐익, 힛…?! 아, 안 흐리게여허… 햐아앙?! 힉, 흣?!"

  말을 하면서도 가버리는 소피아. 나는 흘리지 말라는 말에 피식 웃으며 시선을 내렸다. 클락 밑에 깔린 그녀의 배는 정액 탱크라 불러도 될 정도로 심하게 팽창했다. 멀쩡한 몸에 배만 툭 튀어나오니 배덕감이 실로 대단했다.

  보는 내가 이렇게 감탄이 나오는데 클락은 또 어떠하리. 클락이 허리를 흔들 때마다 출렁이며 정액이 빠져나온다. 소피아의 자궁 안은 이미 과포화 상태였다.

  "졔성해요… 졔성, 하익, 흐기이잇…?!"

  "전부 받아!"

  클락은 온 힘을 다해 소피아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강하게 쥔다. 그녀는 엉덩이를 치켜들고 정액을 담을 준비를 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소피아는 증폭된 쾌감에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 처음에야 주도권을 잡고 클락을 덮칠 수 있을 테지만, 본격적으로 교미를 해버리면 힘없는 암컷이 돼버린다.

  "끄윽…!"

  "하그윽… 햐으, 힉, 히깃…"

  수축하는 질내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애액. 클락은 점점 강해지는 조임에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다섯 배나 증폭된 쾌감은, 비단 정신적인 쪽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육체 또한 그녀가 느끼는 쾌감에 격하게 반응했다. 근육이 찢어질 정도로 강한 조임. 하지만 괜찮았다. 재구축 술식이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줄 테니까.

  "으윽…!"

  ―부르륵…!!!

  "하읏, 햐아아앙…."

  소피아의 눈동자가 약쟁이마냥 흐드러진다. 육체가 한계에 다다랐다. 헌데 정액을 쥐어짤 힘만큼은 남았는지, 올라간 엉덩이 그대로 보지를 조여댔다.

  악마의 자궁 속에 인간의 씨앗이 들어간다. 클락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뿌리까지 집어넣어 정액을 주입했다. 질내를 타고 꿀렁꿀렁 들어가는 새하얀 액체. 다시 한번 배가 팽창한다.

  "하아…."

  "헤으그읏…"

  클락은 사정의 여운을 즐겼다. 그러곤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내려 임산부처럼 팽창한 소피아의 배를 보았다. 배꼽 위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무언가. 자신의 귀두였다.

  "으음… 더 커졌나…"

  클락은 배를 꿰뚫은 자지를 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전보다 더 커진 모양이었다. 배가 이렇게나 부풀었는데, 인간의 평균을 벗어난 자지는 여전히 자궁을 짓누르며 자신의 형상을 드리웠다. 얼마나 더 싸야지 이 거대한 흉기가 가려질까.

  실험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쉽게도 휴식을 취해야 했다. 계속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다간 소피아도 클락도 픽 하고 쓰러질 수 있었다.

  "헤익, 히이익…!!"

  "으윽… 보지에 힘 풀어…!"

  "졔성, 하, 하익, 흐그읏….?!"

  ―쯔브븝…

  힘을 줘 허리를 빼낸다. 그런데 의지와는 다르게, 거대한 자지는 질내를 마구 긁어대며 눈앞의 암컷을 절정시켰다. 천박한 신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애액. 소피아 또한 자의가 아니었지만, 글러먹은 보지는 손쉽게 자지를 놓아주지 않았다. 점점 강해지는 조임에 허리가 떨린다.

  "이거, 놔아…!"

  클락은 이를 악물었다. 자지를 놓아주지 않는 악마 계집에게 화라도 난 듯 손바닥을 들어 엉덩짝을 때린다.

  ―짜아악!!

  "헤그으윽…?!!"

  극한까지 긴장된 몸에 가해진 충격. 소피아는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비틀었다. 순식간에 힘이 빠진다. 클락은 소피아의 조임이 약해진 틈을 타 자지를 빼냈다. 공기가 빠지는 천박한 소리. 그 상태로 몇 초 후, 둘의 몸이 동시에 무너졌다. 클락은 침대에 주저앉아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켰다.

  "헤에윽… 차칸, 아이히…"

  소피아는 엉덩이를 치켜든 그대로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착한 아이, 착한 아이…. 정신줄이 끊어진 듯 보였다. 나는 바람직한 오나홀의 모습에 큭큭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배경과 동화한 몸이 스르륵 나타난다.

  ―딱! 연속으로 두 번 튕기자, 그제야 기척을 알아챈 클락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으힉?!"

  "장난감은 잘 가지고 놀았어?"

  "마, 마녀, 님?!"

  홍당무가 돼버린 얼굴. 나는 얼음 의자를 만들곤 다리를 꼬아 앉았다. 치맛자락 너머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고혹적으로 웃는다. 클락은 나와 소피아를 번갈아 보더니, 옷을 챙겨 들곤 곧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그, 그게. 바, 방! 빨리 치울게요!"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할게."

  "으으…"

  클락은 내 말을 듣곤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소리인지 단박에 이해한 것이다. 편지에 적혀있던 내용. 눈앞 미소녀의 정체는, 수많은 인간을 학살한 악마다. 내가 소피아에게 잘못된 성 지식을 가르치고, 보기 너무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 것도 모두. 소피아가 악마였기 때문이다.

  죽인 만큼 아이를 만들라는 터무니 없는 내용도 적혀있었지만… 클락 입장에선 거리낄 게 없었다. 무책임한 쾌락. 죄책감 없이 마구 임신시켜도 된다는 소리잖는가. 아니나 다를까 지금도 신나게 박아댔고. 저 부풀어 오른 배를 보아라. 몇 번을 쌌는지 가늠도 안 간다.

  나는 소피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렇게 내버려 두면 버릇 나빠져. 끝까지 철저하게. 자기 처지를 되새기게 해야지."

  그리고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었다. 소피아가 악마라는 것도, 인간을 죽여댄 것도 사실이다. 악마와 성노예 오나홀 개조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하여튼.

  "자자, 소피아? 착한 아이라면 청소까지 알아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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