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둘이 대체! 뭐 하고 있는 것이냐…!!"
아니나 다를까, 소피아는 이 저열하기 짝이 없는 치태에 눈을 가리고 소리쳤다. 가린 손가락 사이로 눈동자가 슬며시 보인다. 가린 척하면서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킥킥댔다. 그래. 이런 상황을 원했다. 소피아는 내 미소를 보더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하지, 마, 말…"
소피아는 벌벌 떨며 손을 내렸다. 그도 남자애였던 만큼 내 매혹적인 모습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수컷이 되어가는 클락의 시선과, 수컷이었던 소피아의 시선을 받으며 팬티를 내렸다. 애액이 호선을 이루며 떨어진다. 클락과 소피아는 앙다문 보지를 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눈을 떼지 못하는 소피아에게 말했다.
"무슨 짓이냐니? 보면 몰라?"
"…어, 어?"
"클락을 '기쁘게' 해주고 있잖아."
소피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틀린 말은 안 했다.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을 기쁘게 해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스킨쉽과 노골적인 복종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다. 아니라고? 반박 시 반박한 놈의 말이 맞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남성을 기쁘게 해줄 뿐이다.
"기쁘게, 해준다고? 그, 그게?"
"…물론이야."
가슴을 밀착해 클락의 등허리를 간지럽힌다. 클락은 쏟아지는 시선에 고개를 푹 숙였지만, 내려간 얼굴과 달리 자지는 우뚝 서 있었다. 나는 염동력으로 클락의 바지를 내렸다. 그러자 두껍고, 커다란 자지가 불쑥 튀어나왔다.
소피아는 떨리는 눈으로 자지를 바라보았다. 과거 자신의 것보다 더 크고, 우람했다. 이제는 사라져 비교 자체가 의미 없으나 몰려오는 허탈감을 감출 순 없었다.
"흐흥… 클락, 기분 좋아?"
"하으… 네헤…"
클락은 소피아가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숨을 헐떡였다. 나는 클락의 자지를 쥐고 아주 천천히 흔들었다. 하지만 사정을 목표로 한 대딸이 아니었다. 이건 과시용이었다.
팬티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 보지를 보여주고, 자지를 쥐어 흔들어주고, 가슴을 밀착해 간지럽히는 이 모든 행위가. 클락을 '기쁘게' 해준다는 사실을 주입하기 위함이었다.
"저, 저런 짓으로, 기뻐, 한다고…?"
소피아는 초조한 얼굴로 발을 굴렀다. 이 행위에 흥분한 건 아니었다. 뭐 조금은 흥분할 순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고민이 소파아를 괴롭혔다. 내가 미궁에서 나갈때 했던 말. '착한 짓'을 많이 하면 남자로 되돌려준다는,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착한 짓'은 곧 주변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
그렇다면 지금 단명종이 보여준 행동들은 '착한 짓'인가?
"…클락, 이라고, 했느냐?"
소악마는 무지했다.
"나, 나도 보여주겠다…!"
"――?!!"
"미안하다, 인간아! 그, 그게 나쁜 짓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체 무슨 소리를, 으읏?!!"
"나, 난 착하게 살겠다 맹세한 것이다…! 제발 만져다오!"
치맛자락을 들쳐 자신의 팬티를 보여준다. 속옷 위로 도끼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는 음부. 그 어떤 경험도 없는 순수한 처녀의 보지였다. 하지만 팬티를 내려 맨살을 노출하진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은 것인지, 아직 그 정도로 대담하지 못한 것인진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하으… 이, 인간아. 지금은 좀 기쁜가?"
"기뻐! 기쁘니까! 제발…!"
"다, 다행이다! 단명, 아, 으. 어, 언니야! 내가 이 인간을 기쁘게 했다!"
소피아는 이게 '착한 짓'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였다.
"크큽… 그래, 기뻐 보이네."
순간 존댓말을 까먹은 듯 보였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마녀님! 대체 얘한테 뭘 가르치신 거예요…!!"
"미궁에서 머리가 다친 모양이야. 클락, 사랑으로 보살펴줄 수 있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클락은 열심히 항변하며 나를 타박했다. 나는 예전에 했던 말을 다시 들려줄 뿐이었다. 놀라지 말고, 눈물 흘리지 말고, 의심하지 말기. 오늘부터는 나 말고 소피아에게도 적용이다.
"가만히 좀 있어라 인간아!"
"으아아…"
소피아는 클락이 자꾸만 손을 떼려 하자, 팔을 억지로 붙잡고 자신의 치부를 만지게 했다. 썩어도 악마라고 인간보단 근력이 좋았다. 개조로 몸을 갈아엎어도 힘은 쓸 수 있나 보다. 아무튼. 거창한 테크닉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손을 가져다 비비기만 하는 수준이었다.
"그, 그만―!!"
그때, 클락의 손가락이 소피아의 클리토리스를 튕겼다. 격렬한 공방 중에 일어난 참사였다.
"햐앙―?!"
소피아는 야릇한 신음을 내며 손을 놓았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각에 몹시 놀란 것이다. 그녀는 힘이 풀려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클락은 자신을 향해 쓰러진 소피아를 받아 안아주었다. 불가항력적 사고였다.
―몰캉.
소피아의 보드라운 가슴이 클락에 어깨에 닿는다. 소피아와 클락은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한창 대딸을 받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
"…."
침묵.
나는 토마토밭이 되어버린 마차 안의 풍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하아, 소피아?"
"…."
"대답해."
"네, 네. 언니…."
클락의 자지는 아직 커다랬다. 지금까지의 대딸은 사정은커녕 쿠퍼액도 흐르지 않을 미약한 자극이었다. 아직 부족했다.
"남자를 기쁘게 해주는 건."
나는 클락의 몸 위로 올라타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쫘아악!
염동력으로 상의를 모두 찢어버리자, 속옷밖에 남지 않은 풍만한 가슴이 출렁인다. 나는 소피아와 클락을 차례대로 보며 등허리에 달린 끈을 풀었다. 스르륵, 하고 떨어지는 브래지어. 복숭앗빛으로 빛나는 유두 끝에는 샛노란 모유가 몇 방울 매달려 있었다.
"소피아."
어차피 옷은 곧바로 만들 수 있고, 도착까지 네 시간 정도 걸리니…
"…잘 보고 배워."
새 '교육'의 시간은 충분했다.
* * *
"여기, 약속한 은화 다섯 장이에요."
"크흠. 고맙수다."
마부는 은화 다섯 장을 받더니 곧바로 사라졌다. 마찻값 치고는 과하게 비쌌지만, 이건 탑승료가 아니었다.
비밀 유지 값.
마차 안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잊기 위해 필요한 돈이었다.
최근에 안 건데 마차 섹스는 생각보다 흔하다 들었다. 마부들은 이제 '남사스러운 일'을 비밀로 해주는 대신 돈을 조금 더 받는 것이고. 마부를 수전노라 욕하진 않겠다. 못 참고 마차 안에서 섹스한 손님들 탓이지, 암.
"으으…."
"히끅…."
클락과 소피아는 얼굴을 식힐 생각을 하지 못했다. 특히 소피아는 뇌가 익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얼굴이 뜨거웠다.
"소피아?"
"네, 네?"
"…성황청 견학하기 싫으면 노력하자?"
끄덕끄덕.
미치도록 고개를 끄덕인다.
아쉽게도, 소피아와 3p를 하진 않았다. 그녀는 내 옆에서 격렬한 정사를 구경할 뿐이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착한 짓'이 무엇인지는 알 거라 믿는다.
"후후…."
소피아가 잘못된 성지식을 배워 길거리에서 윤간당하든, 납치당해 팔다리가 잘려 귀족들 장난감으로 팔리든 아무 상관 없었다. 그러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그러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왕이면 내 입맛대로 조교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 잘 듣는 애완동물로 만들고 나서는, 그래. 클락에게 선물로 주면 딱 맞겠다. 보지 구조는 나와 같으니 조임도 문제없을 것이고, 가슴과 모유는… 임신시키면 해결되는 문제다. 내 몸을 복제한 이상 성장은 확정이었으니까.
―끼익!
나는 커다란 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페카폴리스, 저 왔어요!"
일단은 연구실에 가둬두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늘 적색마탑의 1층을 지키고 있는 분홍 머리 아가씨, 페카폴리스. 그녀는 평소와 같이 외안경을 끼고 책을 읽고 있었다. 저자는… 페카폴리스. 자기가 쓴 책을 자기가 읽고 있는 거야 지금? 그렇게 이상하진 않으려나.
그녀가 자의식 과잉에 털털한 성격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24시간 스튜어디스와 같은 예의 바름을 연기하니까. 그녀의 본성은 진심을 담은 전투 말고는 볼 수 없었다. 그녀와 호각으로 붙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물론 나만 빼고.
아무튼.
나는 클락과 소피아를 데리고 접수 테이블로 다가갔다.
"페카폴리스, 저 왔어요."
탁. 페카폴리스는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유명하신 붉은 마녀잖아?"
"오늘따라 친근하게 구시네요."
"그럴 수밖에. 이거 받아."
―슉!
수리검처럼 날아오는 편지 봉투.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검지와 중지 사이로 편지를 받아냈다.
"이건…?"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받은 편지지에는
"…."
애타게 기다리던 '답장'이 들어 있었다.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참으며 편지 봉투를 뒤집었다. 익숙한 문양이 찍혀있었다. 이건 슈리엘의 인장이었다. 대리인이 써서 보낸 것도, 하이라크가 보낸 것도 아닌 슈리엘 본인이 직접 쓰고 찍은 편지였다.
페카폴리스는 확 밝아지는 내 얼굴을 보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너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 한 거야?"
"그냥, 악마 몇 마리 잡고, 대행자랑 같이 다닌 것 정도…?"
"미치겠네. 이게 '그냥'이라는 말로 퉁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왜 말 안 했어?"
소피아의 어깨가 떨린다.
나는 편지를 품에 넣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편지 봉투를 뜯기엔 자리가 안 좋았다. 연구실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고 읽을 것이다. 슈리엘…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편지 한 통 못 보낸 걸까.
"서로 개인적인 일은 밝히지 않기로 했잖아요. 문제라도 생겼어요?"
"네가 그 인간병기랑 아는 사이인 줄 누가 알았겠어? 네 힘을 가늠하면 이해 가긴 한다만… 그리고."
"그리고?"
"…카르드라실! 카르드라실에 갔었구나!"
페카폴리스는 극도로 흥분하며 침을 튀겼다.
"진정하고 다시 천천히 말해보실래요?"
"하아… 그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수도 탈레온, 마드리아 대회의장. 모든 탑주와 신관, 대행자, 그리고 기타 귀족들이 소집되어 제국의 정세와 미래에 대해 의논하는 '대회의'. 그곳에서 나온 이야기가 온갖 곳에 퍼졌다고 한다.
하긴 대회의가 소집되고 월반이 지났는데 잠잠한 게 더 이상했다.
"난리도 아니더만. 그 금발머리 귀공자."
대회의의 주인공은 당연 슈리엘이었다.
미궁을 박살내고, 악명높은 쌍둥이 악마를 섬멸했다. 그것도 모자라 수백 년간 엘프 말고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카르드라실을 인간의 몸으로 들어갔다. 하나만 달성해도 꺼드럭거릴 수 있는 업적를 무려 셋이나 해치웠다.
그런데 그 엄청난 일들은 혼자서 처리했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자리에 남은 탑주와 대행자, 신관들은 자연스레 슈리엘과 함께한 '조력자'에게 관심을 보였다.
슈리엘이 말하길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괴물. 자신이 셋이 있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이레귤러.
그런데.
그 조력자가 나라는 사실은 둘째치고.
"뭐, 하여튼. 제국에서 널 모르는 귀족들은 없을 거야. 축하해. 축하할 일인가? 아니면 말고."
왜 하필 요근래일까.
나는 그게 궁금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그게 왜 최근에서야 소문이 났을까요. 제가 칼날숲의 미궁을 공략하러 떠난 날을 제외하고도, 대회의를 소집하고 2주는 훌쩍 넘었는데 말이죠.
"응응."
"대행자와 함께한 일들은 모두 길드에 반영됐어요. 궁금하다면서 일개 모험가 정보를 안 뒤져볼까요? 제가 아는 '귀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보를 쥐어야 속이 편해지는 족속들인데요."
페카폴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동부와 서부는 정보격차가 심하니까. 특히 동부는 모험가 길드가 손에 꼽잖아? 탈레온은 말할 것도 없고. 모험가는 직업도 아니라고 매도하는 곳인데 무얼 새삼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