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4/193)

  "몸에 이상은 없고…"

  "그마, 그마안…"

  "그만이라니? 그곳도 확인해야지."

  개인적으로 처녀막이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흐읏…?! 거, 거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네게 거부권은 없어."

  "햐아앙―?!"

  날 떼려는 팔을 염동력으로 묶고 음부를 벌린다. 내가 내 치부를 벌리니 이 또한 기묘하다. 구조상으로는 나와 동일한 보지였으니까. 그런데 이 몸으로 임신하면 내 자식이 되는 건가? 그것까진 모르겠다.

  "으음… 처녀막은 있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응…"

  모든 검사를 끝마치고 소악마에게서 떨어진다. 소악마는 수치심과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허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몸을 갈아엎으면서 마나가 모두 소실돼 그나마 쓸 수 있는 마법도 모두 봉인 당했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푸른 실이 엉키고 묶이기 시작한다. 나는 '소피아'에게 입힐 옷을 만드는 중이었다. 과거 내가 입었던 옷 중 가장 무난한 디자인을 뽑는다.

  가터벨트는… '소피아'에겐 아직 무리인 듯하니 평범한 오버 니삭스로. 하의는 나와 같은 프릴치마였지만, 길이가 더 길었다. 무릎까지 닿으려나. 그리고 상의는 무난하게 조금 헐렁한 브이넥으로 결정했다. 속옷은 당연히 여성용이다.

  "자, 입을 준비해."

  "뭐, 뭘…"

  "그렇게 자꾸 내빼면 팔다리 자르는 수가 있어."

  소악마는 슬금슬금 뒤로 움직였다.

  "…두 번 말 안 해. 이리 와."

  "으, 으으. 제발…."

  "내가 장난하는 걸로 보여?"

  ―콰직!

  얼음송곳을 생성해 소악마에게 날린다. 날카로운 고드름은 소악마의 뺨을 스쳐 지나갔고, 벽에 부딪혀 무수히 많은 파편을 날렸다. 흐른 핏방울은 곧바로 얼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떨어진 피얼음보다 차가운 눈으로 소악마를 바라봤다.

  "…."

  "아, 알겠다… 주, 죽이지만 말아,"

  "…."

  "주, 주세요…"

  이제야 좀 할 만하네.

  옷을 받아든 소악마는 자포자기한 얼굴로 착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입는 거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아…"

  "뭘,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면 된 거지."

  옷 하나 가지고 수십 분을 낑낑대자 보다 못한 내가 나서서 도와준다. 여성 속옷을 입을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제는 보지 못할 '그것'과의 영원한 작별. 나는 얼굴에 드러난 처절한 절규를 무시하고 브래지어를 채워주었다.

  "으음… 귀엽네. 마음에 들어."

  "흑…"

  "울지 마. 살았으면 된 거 아니겠어?"

  물론, 곱게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소악마가 정신 못 차리고 개짓거리를 반복한다면, 치사량의 마약을 투입한 후 팔다리를 잘라 창관에 팔아넘길 생각이었다. 진심이다. 악마에게 보여줄 자비는 없었다. 멀쩡히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악마라니… 너무 불공정하지 않은가. 이놈에게 죽어버린 사람들이 보면 지옥 혹은 천국에서 이를 갈고 분노할 것이다.

  "…뭐, 착한 짓 많이 하면 남자로 돌려줄 수도 있고."

  그래도.

  내가 감히 유예 기간을 주마.

  "저, 정말이냐?!"

  "네 하는 거 보고."

  다시 남자로 돌려줄 생각은 없었고, 그러지도 못 했지만 한 번 해본 소리였다. 그 사실을 모르는 소악마는 눈을 크게 뜨고 매달렸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는 '착한 짓'이란 게 뭔지 몰랐다. 악惡에게 선善은 너무 어려운 개념이었다.

  "착한, 짓? 그런데, '착한 짓'이란 걸 하려면 내가 뭘 해야 하는 것이냐?"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턱을 간지럽혔다. 애완동물 취급에 화를 낼 법도 했지만, 방금 날린 얼음송곳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주변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

  피식 웃으며 말한다.

  소악마는 내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 알겠다!"

  여자 옷도 나름대로 적응 됐는지 금세 기운을 차리고 발발거린다. 애초에 꼬리 때문에 속옷도 안 입던 놈이었다. 치밋자락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는 건 익숙한 모양이었다.

  "이제 준비해야지 '소피아'?"

  "소피아? 그게 무슨―"

  "소피아?"

  "…그, 그렇구나. 알겠, 다. 인간."

  미궁 코어에 폭파 술식을 설치하고 굴 밖으로 나선다. 코어는 약 열 시간 후에 파괴될 것이다. 미궁은 코어가 박살이 나고 삼 일 후부터 부서지니, 탈출까지 시간이 얼추 맞을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텔레포트 쓰면 되고.

  소피아는 미궁 코어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곧 나를 따라 굴 밖으로 나섰다. 나는 소피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인간이 아니라 언니라 불러."

  "…알, 겠다. 어, 언니."

  "존댓말."

  "…네 언니."

  "아, 그 전에."

  ―딱.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블레이드를 생성한다.

  "어, 어?"

  "몸 멀쩡히 나가면 의심받지 않겠어? 팔다리 내밀어. 한 일곱 군데만… 아니, 음…. 납치당했다는 설정이 더 어울리겠네. 미안해. 다리 좀 부러트릴게."

  네 다리 부러트리고 내 팔도 으스러트릴 거니까 그리 걱정하지 말렴. 으음. 이게 문제가 아닌가. 뭐 내 알 바는 아니었다.

  "히, 히에엑―?!!!"

  던전 마스터의 굴에 앙칼진 비명이 퍼진다.

  * * *

  소피아는 불우한 아이였다.

  어미는 자신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숨이 끊어졌고, 아비는 아직 갓난아기인 소피아를 저주하며 집을 떠났다. 빵 담던 바구니에 담겨 거리에 버려진 게 생후 2개월의 소피아였다.

  하지만 신이 그녀를 버리진 않았는지, 노파 한 명이 바구니를 주워 소피아를 대신 키워주었다. 풍족하지는 못한 환경이었으나 그럭저럭 살만했다. 그녀는 늘 감사하며 살아갔다. 작은 빵 한 조각도 자신을 거두어준 노파와 함께 나누어 먹으며 함께 미소 지었다.

  그러나 소피아가 열 살이 되었을 때.

  노파는 병에 걸려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소피아는 열심히 노파를 간호했다. 약초를 채집해 먹이기도 하고, 없는 돈을 끌어모아 의원을 부르기도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소용 없었다. 노파는 죽었다.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였다. 

  결국 열 다섯 살이 되던 해.

  소피아는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슬픔에 공감해주지 못할망정 더 큰 시련을 내렸다.

  약초 채칩 의뢰를 받고 산속에 들어갔을 때였다. 소피아는 평소와 같이 땅을 헤집고 광주리에 약초를 담고 있었다.

  미궁에서 나온 몬스터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소피아는 흠씬 두들겨 맞아 반 시체가 된 상태로 미궁에 끌려갔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배도 고픈 비참한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을 구해오기를 바라며. 기약 없는 희망을 붙들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런 슬픈 사연이…."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고 내가 지어낸 이야기란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구출해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간칸이 사실은 착한 몬스터였다니… 믿기지 않군요."

  "결국 칼날숲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거죠."

  "역시, 칼날숲의 산주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군요."

  던전 마스터는 이미 간칸에게 목숨을 잃었고, 간칸은 남겨진 코어에 의해 난폭해졌을 뿐이었다. 대충 그런 설정이었다. 나는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 그럴싸한 개연성을 부가했다.

  하지만 간칸이 칼날숲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말은 진짜였다. 그는 칼날숲을 떠나지 않겠노라 발굽을 두드리며 강력한 의지를 어필했다. 나는 그를 존중해주었고, 그 또한 나를 떠나보냈다.

  "하하…."

  그때, 이야기의 주인 되시는 '소피아'께서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흰색 머리의 여자아이였다. 다리는 부러졌는지 붕대가 감겨져있었고, 눈가는 어디서 얻어맞았는지 퉁퉁 부어있었다. 응급처치를 해서 그나마 멀쩡한 모습이지, 구조대에 처음 발견됐을 땐 정말 죽기 직전까지 몰려있었다.

  "…구해줘서 고, 고마워. 요. 오… 오빠."

  나는 소피아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싸늘한 얼굴로 전음傳音을 보냈다.

  '웃어.'

  미궁 공략이 끝났다 하더라도 바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궁극적 목표는 미궁의 파괴. 미궁이 무너진 걸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돌아가지 못했다. 우리는 칼날숲의 베이스캠프에서 삼 일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달이 세 번 지고, 세 번째 태양이 하늘을 향해 날아들 때. 칼날숲 일대에 극심한 지진이 일어났다. 카미에르와 나는 올 것이 왔음을 직감하고 곧바로 미궁으로 뛰어갔다.

  미궁은 지반째로 가라앉았다.

  미궁의 붕괴.

  코어가 없는 미궁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하아…일단 대충 마무리는 난 것 같고…."

  "…고생 많으셨어요. 마녀님."

  "후흐. 너도 따라오느라 고생 많았어."

  뭐… 그 뒤로부터는 할 게 있나. 복귀뿐이지.

  마탑으로 돌아가는 2인용 마차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덕에 약간의 혼잡함을 이루었다.

  나는 왼쪽 창가에, 클락은 가운데에, 마지막으로 소피아는 오른쪽 창가에. 클락은 두 미소녀 사이에 낀 사실에 흥분하기보단, 새로운 인원이 합류했다는 사실에 더 큰 흥미를 보였다.

  클락에겐 사실대로 털어놓을까 조금 고민됐지만, 그냥 숨기기로 했다. 소피아도 그걸 원하는 듯했고. 그녀는 자신의 정체가 까발려지는 것에 병적일 정도의 공포를 보였다. 성황청에 실험체로 팔아넘긴다는 소리가 그리도 무서웠나 보다.

  창밖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와- 소리를 멈추지 않는 흰색 머리의 미소녀, 소피아.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몸엔 온통 멍투성이였지만, 그따위 고통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기대감을 가릴 수 없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 오지와 음지를 돌아다니며 인간 시체나 주워 먹던 소악마에겐 '인간의 거리'는 더없이 풍요로워 보였다. 그녀는 치맛자락이 올라가 팬티가 보이는 줄도 모르고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나를 닮아 완벽하기 그지없는 골반.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눈을 돌렸다. 열다섯 살치고는 비율이 너무 완벽했다. 통짜 골반으로 만들었다면 조금은 괜찮았으려나. 이래서야 열다섯 살이라 말해도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았다.

  "마, 마녀님?"

  "응?"

  "소피아, 라고 했나요? 왜 파헬른에 두지 않고 데려온 건가요?"

  클락은 옆에서 엉덩이를 살랑이는 소피아를 보며 말했다. 실례되는 주제인 건 아는지 나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나는 묘하게 얼굴이 붉은 클락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자꾸만 소파아의 엉덩이로 눈이 간다. 티 안 나게 노력은 하고 있지만 수컷의 본능은 솔직했다.

  "관심 있어?"

  "네, 네?!"

  "계속 보고 있었잖아. 소피아 엉덩이."

  "제가, 어, 언―"

  일부러 소피아에게 들리게 크게 말한다.

  "…무슨 일이느냐?"

  소피아는 창밖 풍경을 구경하다 말고 머리를 빼냈다. 불어온 바람으로 엉망이 된 머리. 얼굴을 부르르 떨어 머리칼을 정돈한다. 그녀는 클락이 엉덩이를 보고 있었단 말에 고개를 내려 치맛자락을 확인했다.

  "햐앗――?!!"

  치맛자락이 올라가 순백색의 팬티를 훤히 보이고 있었다. 소피아의 얼굴이 붉어진다. 안 그래도 꽉 끼는 속옷이라 도끼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는 급히 치마를 내리고 클락에게 소리쳤다.

  "어, 어딜 보고 있는 것이냐!! 눈 돌리거라 인간―!!!"

  "미, 미안해!!"

  클락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풉."

  피식 웃으며 입가를 가린다. 정말이지 외견에 맞는 행동들이었다. 소피아는 내가 미궁에서 행한 '교육' 덕에 기본적인 '상식'을 배운 상태였다. 그간 속옷을 안 입고 다녔다 해도, 치부를 바라보고 있으면 부끄러움 정도는 느끼겠지. 그것도 여자가 됐다면 더욱이

  소피아가 받은 '교육'은 기초 지식과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법밖에 없었다. 도덕과 인륜은 악마에겐 너무 난해한 주제이기에 가르치지 않았다. 가르친다 해도 알아들을지 의문이었고. 이런 건 직접 경험을 쌓으며 배워가는 게 더 좋았다.

  나는 고개를 돌린 클락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앙큼하긴. 눈 떠 봐."

  "…으."

  "하긴 나보단 또래에 더 관심 가겠지. 이해해."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긴.

  나는 손가락으로 치맛자락을 들치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니면 내 거 볼래?"

  "무, 뭘…."

  "내 건 마음대로 만져도 되는데. 여기도, 가슴도."

  새하얀 팬티를 보여주며 속삭인다. 소피아와 같은 팬티였다. 꽉 껴서 도끼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는 팬티. 그녀가 한 치수 작은 팬티를 입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소피아의 옷은 내가 입었던 옷들로만 구성돼 있으니까. 나는 꽉 끼는 팬티를 선호한다. 이유는 별거 없다. 찢어버리기 쉽잖아.

  클락은 속옷 위로 보이는 작은 실선을 보더니 거친 숨을 내뱉었다.

  손을 뻗어 당기기만 하면 손쉽게 찢어질 팬티. 그대로 바지를 내려 자지를 꺼내면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대딸 해주고, 보지를 대줄 게 분명했다. 가슴을 빨아 모유를 마시고, 아이처럼 응석 부리며 섹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소피아가 신경 쓰였다. 베이스캠프에서 짧지 않은 일면식을 나눴다 해도 아직은 어색한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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