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 (131/193)

  "흐. 이게 무슨 냄새람."

  이놈이 오줌을 지려버렸다.

  나는 쥐새끼 머리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아귀. 돌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귀는 가장 처음 죽은 숯덩이를 끌고 가더니 피 웅덩이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내장과 핏물이 잔뜩 묻은 돈주머니를 씻은 뒤 쥐새끼에게 말했다.

  "허리춤에 그거 꺼내 봐."

  "…."

  마석폭열탄. 쥐새끼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벌벌 떨기만 하자, 답답해진 내가 직접 마석폭열탄을 빼앗아버렸다.

  "자… 입에 물고."

  입을 강제로 벌린다. 나는 그의 입에 마석폭열탄을 욱여넣었다.

  "잘있어. 다음에 보자."

  가운데 돌출된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삑, 하고 빛나는 회색빛 구체. 쥐새끼의 눈이 격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풀려버린 팔다리 때문에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앞을 보지 못하는 클락의 손을 붙잡고 뒷골목을 떠났다.

  "마, 마녀님?"

  "응. 나야."

  "괜찮, 으세요?"

  "방금 건 그냥 잊어버려. 그보다 힘들었지? 바로 여관 잡으러 가자."

  "저, 전. 그, 방금. 분명."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클락이 말을 더듬고 있을 때.

  ―퍼어어엉!!!!!

  입에 물린 마석폭열탄이 터지며 굉음을 냈다.

  "흐힉?!"

  나는 깜짝 놀란 클락을 가슴에 파묻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뽀송뽀송한 옷과 부드러운 가슴. 방금 불에 타버린 사람치곤 과하게 멀쩡한 모습이었다. 재구축을 완료한 덕분이지만, 클락이 알 리는 없었다.

  클락은 얼굴을 붉히더니 곧 얌전히 손길을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을 손가락 마디마디에 꼬며 가지고 논다. 나는 비단결같은 감촉을 즐기곤, 눈에 씌운 베리어를 풀어버렸다.

  "마녀, 님. 하아…"

  눈이 뜨인다. 클락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내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팔이 잘리고 피를 뿜으며 쓰러진 유진은 환상에 불과했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다시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걱정해준 거야?"

  대답이 없다.

  클락은 더 깊숙이 얼굴을 파묻었다.

  * * *

  우리는 조금 늦게 여관에 들어갔다.

  뒷골목을 나오면 이미 해가 내려간 상태였다. 나는 클락을 놀려먹을 시간이 줄어들었단 생각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괜찮다. 진짜 '장난'은 밤부터 시작이었으니까.

  여관은 당연히 1인실이었다. 클락은 강하게 사절하며 따로 방을 구하겠다 했지만, 돈을 아낀다는 핑계는 클락의 입을 다물게 했다. 안 그래도 자기가 잃어버린 돈 때문에 시간을 날려먹었다. 그에게 거절권은 없었다.

  "죄송해요. 냄새 많이 나죠?"

  "씻으려고?"

  "네. 그런데, 마녀님은 항상 깨끗하시고, 좋은 냄새만 나시고… 아, 바, 방금 말은 이상한 의도가 아니라…"

  "괜찮아. 맡아볼래?"

  "으으…!"

  나는 마탑에서 챙겨온 네글리제를 입고 있었다. 성황청에서 입어본 게 생각보다 편해서 애용하고 있는데… 이거 아무리 봐도 잠옷 아니다.

  뭐 종류와 입는 방식에 따라서 평범한 옷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입고있는 네글리제는 속옷이 다 비치는 반투명한 재질에 가슴골 위로는 면적도 없어 목선과 어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 이불보를 내리면 바로 자궁 문신이 보일 것이다.

  "저 먼저 씻을 게요…!"

  비싼 여관이라 그런지 샤워실이 딸려있었다. 클락은 샤워실에 들어가 탈의를 시작했다. 보이지 않게 안에서 벗는 모양이었다.

  "흐흠…."

―쏴아아…

  이 세계의 샤워실은 전용 호스가 따로 있지 않았다. 대신,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 비스름한 장식에서 물이 쏟아져나온다. 물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다소 원시적이긴 해도, 현대 샤워실과 비교해 꿀리진 않았다.

  도시마다 배수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게 어딘가. 길거리에 똥물이 흐르는 실제 중세를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중세 그 이상의 문명을 갖추고 있었다. 과학을 대체한 마도 공학의 발달… 그리고, 상식을 벗어나는 마법의 존재.

  뭐 됐다. 깊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지금 문명 수준을 비교해봤자 의미 없는 짓이다.

  ―후으…

  문밖으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뜨거운 공기. 물을 데우고 있었다. 클락 정도면 물을 데우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터. 나는 뒤돌아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시체 냄새를 지우려면… 꽤 걸리겠지.'

  박박 닦아야 할 것이다. 못해도 삼십 분. 그 이상을 비누칠해야 할 테지. 빈 시간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담긴 한숨이 퍽퍽 나왔다. 그냥 피칠갑한 채로 클락을 당황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같이 씻을 수도…

  ……

  …

  깨끗하다고 안 씻으라는 법은 없었다.

  "후흐…"

  저열한 미소를 지으며 이불보를 치운다. 나는 샤워실 문 앞으로 다가간 후, 입고 있던 네글리제를 시원하게 벗어버렸다.

  순식간에 속옷 차림이 된다. 

  발치에 떨어진 네글리제를 쓱 치워버리자, 샤워실에 있던 클락이 소음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녀님? 무슨 일이세요?"

  수증기 가득한 욕탕.

  그곳을 울리는 클락의 여린 목소리.

  등허리를 묶고있는 끈을 풀어버린다. 가슴은 끈이 풀려버리자 한 차례 흔들렸다. 우유처럼 새하얗고, 실제로도 우유향이 나는 음란한 가슴 덩어리가 위아래로 흔들린다. 나는 복숭앗빛 유두를 두어 번 꼬집어 모유가 흐르게 했다. 그렇게 치부를 가리고 있는 속옷마저 벗어 던지자, 남심을 흔드는 매혹적인 몸뚱어리만이 남았다.

  그리고, 자궁 위로 희미하게 빛나는 성흔… 머리 끈을 풀고 얼굴을 흔든다. 꽉 찬 골반 위로 붉고 부드러운 머리칼이 내려앉는다. 나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샤워실 문을 잡았다.

  "마녀님?"

  클락의 영혼을 꺼낼 수 있다면 분명 달처럼 새하얀 색일 것이다. 클락을 만난 건 어찌 보면 슈리엘 다음가는 행운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재밌는 장난… 감이 아니라. 이렇게 순수하고 재밌는 사람을 어디서 또 만날까.

  ―끼이익…

  이런 순수한 영혼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마녀님?!!"

  마음대로.

  내 색으로 물들일 수 있었으니까.

  "자, 잠깐만요! 여긴 대체 왜, 왜 들어온, 아, 으. 마, 마녀니임!!"

  "응? 같이 씻으러 왔어."

  "제가! 제가 나갈게요!"

  익숙한 패턴을 감지한 클락은 물 덥히길 중단하고 문밖으로 뛰쳐나가려했다.

  "어, 어?"

  하지만, 나가지 못했다. 문은 들어온 동시에 잠가 버렸고, 부수지 못하게 베리어까지 둘러놓았다. 클락은 열심히 발버둥쳤지만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꼴이 퍽 재밌어 후후 웃으며 슬며시 다가갔다.

  "아직 다 씻지도 않았잖니. 그 꼴로 밖에 나가려 하는 거야?"

  사방에 퍼진 수증기. 가슴골과 엉덩이에 물기가 맺힌다. 클락은 자신의 발밑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허벅지를 이상하게 비튼다. 이 상태로 뒤를 돌아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심히 기대됐다.

  클락의 어깨를 붙잡고 가슴을 밀착한다. 물방울이 잔뜩 흐르는 승모근에 커다란 살덩이가 달라붙는다. 클락은 뇌를 강타하는 풍만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솟아오른 유두가 등허리를 간지럽힌다. 나는 그대로 얼굴만 넘어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씻어야지?"

  어깨를 붙잡은 채 천천히 뒤로 이동한다. 앞모습을 보이기 심히 곤란한 클락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백스텝을 밟으며, 작은 나무 의자가 있는 곳까지 이동한다. 클락은 의자가 보이자마자 귀신같이 앉아버렸다. 그는 그 상태로 다리를 모아 발기한 자지를 감추려 노력했지만, 크기가 크기인지라 전부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모른 척 해준다.

  제 딴에는 잘 감췄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뭐 하고 있었어?"

  "네?! 저, 전 아무 짓도…!"

  "내 말은, 어디 씻고 있었냐는 말이었어."

  "…."

  "설마,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건 아니지?"

  "아녜요! 정말로! 머, 머리 감으려고 했어요. 진짜, 에요!"

  머리 감으려고 했다라. 들어오면서 얼핏 봤는데, 처음부터 커져 있었다. 손장난은 아니더라도 불순한 생각은 했었겠지. 안 그래도 뒷골목 가면서 힘들어 했었다. 여러 의미로 말이다.

  "후흐. 그래. 머리 감으려고 했다고?"

  "네, 네!"

  "감겨줄게. 기다려 봐."

  염동력으로 비누를 끌고 온다. 손에 물을 잔뜩 묻힌 나는 비누 거품을 만들어 클락의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침투시켰다.

  "흐흥…."

  콧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긴다. 만져도 만져도 신기한 머리였다. 이렇게나 오래 밖에 있었는데, 비단결같은 부드러움을 유지 중이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부드러울지 몰랐다.

  나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머리를 감겼다. 즐겁게 머리를 감기고 있는 나와 달리, 클락은 극도로 긴장해 아예 석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완전 돌은 아니었다. 가끔 유두 끝이 목에 닿을 때면, 스프링처럼 어깨가 튀어 오른다.

  "자, 다 됐어. 물 뿌려줄게. 잠시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온수를 생성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클락은 영창이나 준비 동작도 없이 물을 만들어내는 내게 감탄하더니, 이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에 어버버거렸다.

  "아푸, 흐…"

  "머리는 다 됐고… '다른 곳'도 씻겨줄까?"

  "다, 다른 곳이요?"

  "등 말이야 등."

  "제, 제발. 놀리지 말아 주세요…"

  어깨 위로 가슴을 꾸욱, 꾸욱 눌러대자, 짓눌린 가슴에서 샛노란 우유가 찔끔찔끔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클락은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익숙한 액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끈적이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유가 피부미용에 좋다던데."

  "…."

  "혹시 관심 있어?"

  위, 아래로. 따듯한 물과 모유가 섞여 미끈거린다. 나는 자세를 낮추곤, 양손으로 가슴을 붙잡았다. 목표는 클락의 등. 손가락 모양대로 파이는 음란한 살덩이를 등에 갖다댄다.

  그 상태로 클락의 등을 씻겼다. 아니, 씻긴다 보다는 애무가 더 적당할지도 몰랐다. 클락은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매혹적인 감촉에 한껏 풀린 표정을 지었다.

  "흐윽, 흣…"

  클락은 신음을 참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봉긋 솟은 유두를 살랑이며 등을 간지럽히자, 결국 참지 못하고 힘을 풀어버렸다. 그렇게 등욕背浴을 모두 끝내면, 클락은 녹초가 돼 있었다. 흐물흐물해진 몸을 필사적으로 바로 세운다.

  나는 향긋한 우유향이 나는 클락의 등을 손가락으로 쓰윽 훑으며, 다시금 속삭였다.

  "이제 앞쪽도 씻어야지?"

  "히, 끅."

  앞.

  올 것이 왔다. 클락의 정신이 바짝 든다. 클락은 어느 때보다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앞은 제가 할게요. 제발. 요. 마, 마녀님?"

  그에겐 정말이지 불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체념한 클락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클락의 옆을 빙 돌아, 그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가리고 싶어 하는 '앞'으로 당도했다.

  "으으…"

  "부끄러워?"

  "네, 네흐."

  "이미 서로 본 사이잖아?"

  "그, 그건…!"

  문답무용.

  ―딱!

  손가락을 튕긴다.

  "어어?!"

  그러자 클락이 앉고 있던 의자도, 거울도, 특수처리된 나무 바닥도, 벽도 모두. 물컹물컹한 점액질이 되어버렸다. 바닥을 밟으면 통통 튀어 오른다. 물침대 느낌과 비슷했다. 클락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변한 공간을 두리번거렸다.

  공간 변환.

  이대로 누우면 아프잖아. 나름의 배려다. 나는 상기된 얼굴로 클락에게 달라붙었다.

  "자아… 앞도 씻겨줄게. 그대로 누우렴."

  가슴을 이용해 밀어내자 손도 못 쓰고 넘어진다. 클락은 머리를 찧을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지만, 곧 물캉-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튀어올랐다. 나는 어버버 거리는 클락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쉿."

  "…."

  클락은 뜨거운 숨을 내쉬며 누웠다. 이 상태론 아랫도리를 가리지도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하반신은 이미 거대한 기둥이 하늘로 솟구쳐있었다. 나는 손바닥에 모유를 한가득 짜내곤, 클락의 몸 위에 펴 발랐다.

  "흐으, 으긋…."

  "오래 걸릴 수 있으니…"

  가슴에 물을 뿌려 비누 따위의 불순물을 모두 없애버린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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