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4화 (114/193)

  "츄읍…"

  이번에도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나는 정액 묻은 발목을 열정적으로 핥아댔다. 발목을 깨끗이 하고, 바닥에 떨어진 정액마저 필사적으로 핥았다. 짧은 팔다리로 얼굴을 내려 열심히 핥는 꼴은 개새끼가 아니라 암퇘지 그 자체였다. 

  "따라오도록. 네 친구를 보여주지."

  그는 나를 경멸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왈…!"

  나는 정액 핥기를 멈추고 급하게 몸뚱이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직 목줄을 쥐고 있다. 그의 템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다시 전기 충격을 받아야 했다.

  뚜벅, 뚜벅. 필사적으로 기어간다. 그래도 네 다리로 걷는 법에 다소 익숙해진 듯했다. 고작해야 몇십 분이지만, 전보단 덜 아팠다. 아니면 감각이 사라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곳은 방의 구석진 곳이었다.

  그런데.

  "자. 너와 어울리는 꼴이지 않으냐."

  "와… 왈."

  감탄사 와가 나올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구석엔 딜도가 꽂힌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세르티가 있었다. 몸은 귀갑 묶기로 결박되어 있었고, 입엔 재갈을, 눈 위로는 안대가 올려져 있었다.

  '내가 기절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저렇게 방치되어 있었다는 건가?'

   내가 머릿속으로 기절한 시간을 가늠하고 있자, 슈리엘의 다리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움찔하며 몸을 비틀었다. 익숙한 근육의 움직임. 분명 발길질이었다.

  ―퍼억!

  "케흑―?!"

  그 반사적인 움직임 덕에, 배를 정통으로 걷어차이는 건 막을 수 있었다. 허나 배를 걷어차이든, 옆구리를 걷어차이든 고통의 차이는 없었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세르티의 앞으로 쓰러졌다.

  "―으븝?"

  세르티는 자신의 앞에 무언가 날아들자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는 약에 절인 창녀처럼 흐물흐물해진 상태였다. 침샘은 조절이 안 되는지 폭포수처럼 침을 흘려댔고, 엉덩이 아래 고인 애액은 흐르다 못해 웅덩이를 생성했다. 나는 세르티의 애액 웅덩이에 머리를 박고 부들댔다.

  그때.

  "어울릴 시간이다. 돼지 녀석."

  슈리엘이 세르티의 안대와 재갈을 풀어버렸다.

  "하윽, 흑. 제, 제발. 슈리엘. 풀어, 힉. 줘요. 제가 잘못. 했어요. 흐윽. 흑?"

  아직 말할 정신은 남아있었나 보다. 그녀는 안대와 재갈이 풀리자마자 슈리엘에게 애원했다. 당연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슈리엘의 무심한 얼굴을 본 세르티는 애원하길 포기하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흐윽. 유, 유진?"

  그리고 그곳엔.

  "와, 왈…"

  짧은 네 다리로 기어 다니는 비참한 꼴의 개새끼 한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 * *

  전투직을 제외하고, 폭력에 노출되기 가장 쉬운 직종은 창녀였다. 허구한 날 날아드는 주먹질과 욕설. 찌르고 박고 아파하고, 또 몰입 중 쾌락에 빠진다는 점은 전쟁터와 다름이 없으니 창녀들의 고충을 생각하면 끝이 없었다. 프리미엄이 붙은 흑장미의 창녀라고 다를 게 있을까. 교양도, 예의도 없는 모험가들이 대박을 터트리면 1순위로 찾아오는 곳이 흑장미였다.

  세르티는 섹스 중 표출되는 폭력성을 몸소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플레이를 보아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몸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웬만한 건 모두 보고, 겪었다. 더러운 플레이를 원하는 손님도 있었고, 복날 개 잡듯 두드려 '맞기'를 원하는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는 듣도 보도 못했다

  "와… 왈."

  아니. 본 적은 있었지만 금기시되는 플레이였다.

  지끈거리는 머리. 세르티는 눈을 감고 끙끙거렸다. 뒷골목에서나 볼 법한 사지절단 플레이 아니던가. 저렇게 팔다리가 잘린 여자는 한 번 쓰고 버려진다. 운이 좋으면 저질 창관에 팔려나가겠지만, 보통 정사 후 목숨을 잃는다.

  "슈리, 엘. 대체. 무슨 짓을. 흑. 이거 좀! 빼줘요! 하윽, 저 진짜. 안 참을 거예요."

  보지에 꽂혀있는 딜도가 자꾸만 사고를 끊어버린다. 아직 잔존한 미약 효과 때문에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 붙일 수는 있어.'

  세르티는 근처에 나뒹구는 팔다리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신관이었다. 문란함과 별개로 신성력은 제국 정점을 찍은 인간. 팔다리 잘린 것쯤이야 손쉽게 붙여줄 수 있었다.

  슈리엘은 어딘가 허탈한 표정으로 목줄을 쥐었다. 발치에 쓰러진 유진이 깨갱거리는 신음이 들린다. 그녀는 상당히 초췌한 몰골이었다. 코뼈가 깨졌는지 코피가 흐르고, 옆구리엔 푸른 피멍이 들어있다. 살 타는 냄새까지 나는 걸 보니 절단면을 불로 지진 것 같았다.

  "괜찮다. 이 모든 게 하룻밤 꿈처럼 지나갈 터이니… 네년은 돼지처럼 울부짖기만 하면 된다."

  "뭐가 괜찮아요! 그게 무슨 개소, 자, 잠깐! 히, 힉?!"

  세르티는 슈리엘이 손을 들어 올리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유진에게 그랬던 것처럼 팔다리를 자르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들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죽지는 않지만, 과하게 아픈 건 싫었다.

  하지만.

  "으, 으?"

  ―투둑.

  슈리엘은 세르티의 몸을 묶고 있던 줄을 풀어버렸다. 팔다리를 잘라버린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 하기야 신관한테 그딴 짓을 하면 뒷감당이 안 됐다.

  적어도 세르티는.

  그렇게 알았다.

  "왜 갑자기 바지를, 아. 아…"

  정수리를 때리는 우람한 크기의 자지.

  세르티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침을 꿀꺽 삼켰다. 인간의 크기가 아니었다. 일전 정화를 위해 슈리엘과 몸을 섞었을 땐 이렇게 크지 않았다. 그때는 한 뼘 반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두 뼘? 아니다. 그것보다 살짝 더 컸다.

  한바탕 잔소리를 하려던 그녀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잊고 있었던 창관 생활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진한 수컷 냄새. 세르티는 움찔거리는 아랫배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욕망을 거부했다.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문란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할 정도의 치녀는 아니었다.

  그러나. 혹시나 싶어 유진을 바라보니 이미 배를 까뒤집고 슈리엘을 유혹하고 있었다. 세르티는 인간성을 포기하고 오직 쾌락만을 쫓는 그녀의 모습에 입만 뻥긋거렸다.

  "왈, 왈…!"

  어째서.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내던진 그녀는 마개 꽂힌 보지를 내밀고 엉덩이를 살랑대고 있었다. 꼬리가 달렸다면 빠르게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

  정액으로 부푼 배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싸질렀으면 저렇게 부풀까. 아니 애초에 정액으로 배가 부푸는 게 말이나 되는 걸까. 저렇게 실로 고정해야 빠지지 않을 정도라니. 저걸 빼기라도 하는 순간엔…

  "어, 어?"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슈리엘은 작은 날붙이를 들어 보지를 막고 있던 마개를 뽑아버렸다.

  "하익, 흐긱!?"

  ―뽕! 마개를 뽑자마자 터져 나오는 정액들. 짧은 호선을 그리며 튀어나온 정액은 곧 힘을 잃은 물줄기처럼 흘러내렸다.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정액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래에 고인 정액의 못해도 그릇 하나를 채우고도 넘칠 것이다.

  "헤윽, 헥." 

  ―꾸우욱….

  

  슈리엘은 유진의 배를 지그시 눌렀다. 아이를 밴 여자한테 뭐 하는 짓인가 하고 기겁을 했지만, 다행히 힘이 담겨있진 않았다. 딱 정액을 빼낼 정도의 세기. 그렇다고 산부의 배를 짓누르는 게 정상적인 행위는 아니었다. 세르티는 이 모든 도덕을 향한 능멸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유진은 정액 웅덩이 앞에서 네 다리로 서, 텅 비어버린 자궁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희미하게 벌려진 분홍빛 구멍 사이로 차마 긁어내지 못한 정액이 흘렀다.

  그런데.

  ―파지지직!!!

  "헤극, 히긱―!"

  그는 칭찬 대신 유진이 차고 있던 목줄을 당겨버렸다.

  세르티는 헛숨을 들이키며 유진을 부축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세르티가 유진을 부축하려 손을 뻗은 순간, 슈리엘이 살의 담긴 시선을 보내 차마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유진은 그대로 정액 웅덩이에 머리를 박고 부들거렸다. 저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아는 세르티로선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츄흡… 흐붑…."

  유진은 슈리엘에게 정수리를 밟힌 채 정액 웅덩이를 들이켰다. 황홀한 표정으로 마구 핥고 있었다. 고양이가 우유를 핥듯이 맛있게 먹고 있었다.

  "너도 먹을 테냐?"

  슈리엘은 피식 웃으며 세르티에게 말했다.

  "…."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슈리엘의 말처럼 이 모든 게 하룻밤 꿈같았다. 차라리 진짜 꿈이었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으면 모든 걸 잊고 돌아가는 거다."

  아직 남은 미약 때문일까. 사고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성적인 인간의 사고는 수줍게 고개만 내밀고 있는데. 암컷으로서의 본능은 칼을 뽑아 뇌 한가운데를 마구 후벼팠다. 그녀는 이 제안이 퍽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차피 유진의 팔다리야 가볍게 복구할 수 있었다. 애초에 유진도 즐기고 있었고.

  "저, 저는…"

  말끝을 흐린다.

  이게 맞는 선택일까. 한바탕 즐기는 것 치고는 너무 막 나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하던 도중 자신에게 걸려있는 계승 축복이 불현듯 떠올랐다. 전대 신관이 힘의 상실을 대가로 다음 신관에게 걸어주는 불사의 축복.

  그렇게 사기적인 축복은 아니다.

  오히려 불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조건부 불사였다. 계승 축복의 효과는 다소 심심하다. '자신에게 악의를 품은 자에게만 죽을 수 있다', 라는 것이었다. 진짜 불사의 축복을 만들 수 있었으면 직접 나서서 악마를 때려잡았겠지.

  애당초 계승 축복은 전투용 축복이 아니었다. 칼 맞고 모가지가 잘리면 죽는 건 똑같았다. 단지 일하다 급사하는 일이 없도록, 영원토록 신에게 봉사하도록 내려진 축복. 암살 등만 조심하면 죽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축복을.

  고작 섹스하는 데 쓰라고?

  "으으…."

  슈리엘에게 악의는 없었다. 살의는 있되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이걸 즐기고 있었다. 그에게 이 모든 건 고작 놀이에 불과했다. 세르티가 함부로 역정을 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건 연기고, 장난이었다. 미약을 먹고 기절 시킨 건 괘씸할지 몰라도, 그의 모든 행동은 세르티의 계승 축복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불경해… 불경해…!'

  성황청의 남사제들을 따먹은 세르티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헤엑, 헤엑…."

  ―찌븝, 찌븝…

  유진은 어느새 후배위로 박히고 있었다.

  한계 이상까지 엉덩이를 치켜들고 신나게 박혔다. 완전히 벌어진 보짓구멍은 박힐 때마다 씹물을 떨어트리고, 질내는 슈리엘의 거근을 전부 담지 못해 아랫배가 툭 튀어나왔다. 정액 웅덩이에 얼굴을 처박고 헥헥대는 유진의 모습은, 마치 암컷이 느낄 수 있는 원초적 쾌락을 형상화한 듯했다.

  ―꿀꺽.

  세르티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그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슈리엘의 시선이 느껴진다. 명백한 비웃음.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슈리엘과 유진의 정사를 지켜보았다.

  "하극, 죠아, 죠하아…"

  "…가축이 사람 말을 하다니. 괘씸하구나."

  "와, 왈! 왈…!"

  "이미, 늦었다. 멍청한 년."

  유진은 허리 놀림의 반동으로 점점 앞으로 이동 중이었다. 세르티와 유진의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져, 유진이 절정에 다다랐을 땐 세르티의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헤우, 헤윽…."

  유진의 젖가슴은 세르티의 다리를 자꾸만 침범했지만,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유진의 몸 덕에 흐르는 애액을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의 정사는 격렬하고 격렬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슈리엘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린다.

  세르티는 저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부르륵…!!!

  사정.

  사정이 시작되자, 유진은 세르티의 허리춤에 달라붙어 헥헥거렸다. 세르티는 뒷걸음질을 쳤지만 구석이라 더는 물러날 곳도 없었다. 그렇게 유진은 세르티의 몸 위에서 행복 가득한 얼굴로 침을 질질 흘려댔다.

  "히끅."

  쯔브븝…. 정액이 한가득 묻어있는 자지가 세르티의 눈앞에 당도한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진한 수컷 냄새를 맡았다. 머리가 몽롱해진다. 자신의 다리 위로는 엉덩이를 내밀고 정액을 질질 흘리는 음란한 암캐 한 마리가 올려져 있었다.

  "……."

  나도.

  

  나도 저렇게 된다면―

  "아, 아니야!"

  세르티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뭐가 아니란 거지?"

  슈리엘은 뚱한 표정으로 유진의 머리채를 들어 올렸다. 억지로 펠라치오를 시킬 심산이었다.

  붉은 머리가 들어 올려지고, 헤실헤실거리는 유진의 입속으로 커다란 자지가 들어간다. 유진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혼심의 힘을 다해 자지를 빨아댔다.

  "츄릅… 후웁…."

  이 순간.

  세르티의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저, 저기."

  세르티는 시뻘게진 얼굴로 슈리엘을 불렀다. 하지만 유진의 펠라치오에 집중하고 있던 슈리엘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초조해진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슈리엘을 불렀다.

  "슈리, 엘!"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세르티를 바라봤다. 슈리엘은 그녀가 전처럼 훈계나 할 거라 생각해 다소 귀찮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흥. 싫으면 당장 나가서 추기경에게 죄를 고해라. 내 친히 목이 잘려주지. 대행자의 목을 자르면서 말할 수 있다면 말이지. 죄는 신관을 범한 죄, 그것도 검은 머리 창녀 신관의 몸을 능멸한 죄.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나?"

  "전 창녀 이전에 신관이거든요?! 대체 절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럼 정정하마. 신관 창녀." 

  "…이익! 그리고! 그,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면 뭐지?"

  "저, 저도…."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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