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193)

  힘겹게 고개를 들어 흉기와 같은 페니스를 눈에 담는다. 내 정수리 위로 빳빳이 서 있는 자지는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흉악한 길이와 크기를 자랑했다. 다시 맡아도 가버릴 것 같은, 아니. 또다시 가버리는― 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진한 농도의 냄새. 나는 애액을 찍찍 흘리며 겨우겨우 일어나, 무릎을 꿇고 정면으로 자지를 마주 보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귀두 끝에 입맞춤하며 절정한다.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 이렇게 가버리는데, 저런 걸 몸 안에 넣으면 도대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감히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허락도 없이 입을 가져다 대는 거지?"

  ―퍼억!

  "―케흑! 끅, 하윽, 흑?"

  귀두 끝에 키스 자국을 남겼을 때. 슈리엘은 돌연 명치를 걷어차더니 싸늘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가슴 부위를 얻어맞은 나는 호흡 곤란으로 끅끅댔다. 충격으로 눈앞이 새하얗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힘조절 없이 진심으로, 뼈가 부러질지도 모를 정도로 강하게 나를 걷어찼다.

  혼란한 머리를 진정시킨다. 구토감을 가까스로 넘기고 슈리엘을 바라보면, 그는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슈리엘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걸 가지고 싶다면, 허락을 구해라."

  허락을 구해라.

  나는 그 소리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떨었다. 저건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소리였으며, 내게 무조건 맞춰주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조금 더 풀어 설명하자면, 연기해주겠다는 말이었다.

  "주제도 모르는 잡것이… 어디 노예가 버릇도 없이 주인을 탐하려 드느냐."

  내가 좋아해 마지못한 난폭한 슈리엘을.

  "하흑… 주, 주인님…"

  이걸 거절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고, 그럴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자세를 낮춰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이라는 호칭까지 쓰며 스스로를 낮춘다. 노예가 아니라 개새끼도 될 자신이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지 앞에 무릎을 꿇고 천천히 머리를 낮췄다.

  "제, 제가… 부디, 핥을 수 있게. 해주, 해주세요."

  "…."

  그러나.

  ―퍼억!

  "쿠흡, 끅?!"

  돌아온 건 전과 같은 발길질.

  옆구리를 걷어차여 땅바닥을 구른 나는 대자로 뻗어버렸다. 다만 그대로 있어선 안 됐다. 끊어질 것만 같은 근육을 억지로 각성시켜, 다시 무릎을 꿇곤 머리를 조아린다. 내게 맞춰주는 건 좋았지만, 여유가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붉게 빛나는 자궁 문신. 빨리 이 넘쳐흐르는 성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필히 미쳐버리리라.

  "죄, 죄송합니다. 제, 제발."

  "…마음에 안 드는구나."

  "으, 에?"

  슈리엘은 뺨에 자지를 갖다 대 툭툭 치면서, 손으로는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트렸다. 눈앞을 아른거리는 커다란 물건. 당장 눈앞에 자지가 있는데도 몸 하나 움직일 수 없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내 머리채를 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리더니,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곤 말했다.

  "너무 인간다워. 노예는 노예답게. 천박한 말을 써야지."

  "아, 으."

  난폭하게 손을 놓은 그는 나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튕겨 나간 반동에 머리를 박는다. 머리가 울릴 정도로 아팠지만 무시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마 사이로 피가 한 방울 떨어진다. 살이 찢어진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웃으며 입을 벌렸다.

  약에 취한 듯 몽롱한 미소였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음란함은 흑장미의 창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음탕하고, 배덕적이고, 추잡했다.

  나는 그대로 입을 벌렸다. 어린애처럼 작은 입을 벌리고, 포동포동한 혀를 쭉 내민다. 앙증맞은 혀 밑으로 침이 질질 흘렀지만 닫을 생각은 없었다.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천박하게 입을 벌린다.

  "노예. 이, 입보지. 사용해, 주헤여…."

  그제야.

  이렇게 추잡하게 애원하고 나서야.

  ―쑤욱!

  그 커다란 물건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큽, 끅."

  뒤통수를 잡고 단숨에 자지를 처넣은 슈리엘은 허리를 치대며 목 깊숙한 곳을 찔러댔다. 나는 최대한 입을 벌리며 이가 닿지 않도록 노력했다. 세르티에게 한 번 배워서 그런지 어려움은 없었다.

  목울대 위로 무언가가 툭 튀어나온다. 슈리엘의 물건이었다. 자지 크기만큼 부풀어 선명하게 형상을 드리웠다.

  "이렇게 찔리면서 가버리다니…. 정말 추잡한 변태가 따로 없구나."

  "크흡, 끅. 헤븝…."

  자지가 목젖 너머를 찌르자, 그에 맞춰 보짓구멍에서 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 번 찌르면 찍, 하고 튀어나오는 애액. 보지는 마를 기미도 없이 계속해서 물을 뿜어냈다.

  나는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껄떡였다. 호흡곤란으로 얼굴이 창백해진다. 분명 세르티에게 딥쓰롯을 하면서 숨 쉬는 방법을 배웠지만, 고통을 선호하는 내 특성상 그 말을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탓에 나는 죽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의식이 끊어진다. 폐가 쪼그라들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다. 그런 기분까지 들었다.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침대 위에선 각오 좀 해야 할 거다."

  "흐븝, 큽. 끄흡…"

  슈리엘이 뭐라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못 했다. 숨을 쉬지 못해 정신이 없었다.

  그의 물건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 크기 부풀며 사정의 전조를 알렸다. 당연히 이상태에서 정액이 들어오면 사망은 거진 확정이었으나―

  ―부르르륵!!

  그딴 건 신경 쓰지도 않는 난폭한 사정이.

  지금 시작 됐다.

  "우훕, 흡. 끄흐읏…"

  슈리엘은 목 안에 자지를 내리꽂아 직접 정액을 주입했다. 꾸르륵, 하고 들어온 정액들이 단숨에 위를 채워가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이 쌌는지 배가 약간 부를 정도였다. 인간의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은 사정량. 당연히 다 들어가지 못하고, 역류한 정액들이 코와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다소 추잡하고, 그리고 많이 퇴폐적인 얼굴로 손발을 경련했다.

  '죽을 것 같은' 게 아니다.

  정말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이 느껴졌다.

  "헤극, 하, 하려… 져…"

  눈, 이.

  감긴――……

  "우으, 흐에?"

  

  정신을 차려보면.

  정액투성이가 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정액을 마시다 의식이 끊어진 것까진 기억이 났지만, 어떻게 해서 침대에 올라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려 몸을 움직였으나 팔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팔목과 발목을 스치는 까끌까끌한 감촉.

  밧줄이었다.

  나는 팔다리가 묶인 채 침대 위에 올려졌다.

  "하아…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렇게나 많이 흘려버린 네 탓이다. 다시는 흘리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주지."

  슈리엘은 정체 모를 도구들을 양손에 가득 들고 있었다. SM 용품처럼 보이지만… 실전용으로 보이는 날붙이 같은 것도 껴있어, 단순 SM 용품이라기엔 너무 난폭했다. 깔때기 같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하하… 깨어났나요? 유진?"

  "닥쳐라."

  "흐긋, 힉! 아, 알았어요. 미안, 해요."

  겁에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세르티가 있었다.

  세르티는 알몸이었다. 보지엔 딜도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꽂혀있었고, 목엔 개목줄을 차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슈리엘이 줄을 쥐고 있었다.

  이상했다. 

  뭔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 * *

  슈리엘은 악인이 아니다.

  비록 선인이라 불리진 못할지언정, 악인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이 못돼먹은 건 절대로 아니었다. 그는 늘 지키는 쪽이었고, 빼앗는 자가 아닌 성취하는 자였다. 대행자로 활동하며 쌓아 올린 수많은 업적은 그가 이룩해낸 역사이자 영웅적인 면모로서의 이력이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이다. 한 줄기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추면 그만큼 어둠이 생긴다는 걸 잘 알았다. 한 줄기 빛. 고작해야 한 줄기 빛이다. 그 정도로는 세상 모든 곳을 비출 수 없었다. 태양이 되어 모든 곳을 비추기엔 인간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작았다.

  밖을 돌아다니며 온갖 추악한 인간군상들을 맞이하고, 때로는 더러운 일들을 처리하며, 제국의 썩어 문드러진 부분을 보고도 외면해야 하는. 그런 일을 수도 없이 겪어온 그는. 세상의 선과 악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물론 구분과 행동은 다른 개념이다. 악을 알면서도 행하는 게 인간이니까. 무지에서 태어난 악은 어떤 의미에서 순수라고 할 수 있었다.

  입에 오르기를 순수악.

  말 같지도 않은 재미없는 말장난이다.

  세르티는.

  점점 안색이 좋아지는 슈리엘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슈리엘은 미궁 탐사를 위해 카할리아 갔을 때만 해도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로. 

  그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성황청의 일을 그저 '업무'로 보며 그리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을 위해 검을 드는 신의 대리인? 그런 말을 할 때면, 슈리엘은 헛웃음을 지으며 넘어가기 일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신앙심이 깊지 않았다. 그의 힘은 핏줄을 타고 내려온 혈통의 힘이지 개인의 신앙심으로부터 우러나온 기적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오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염세적인 면이 강했다. 세상을 비관하고, 자신조차 비관한다. 신앙심도 없으면서 기적을 행하는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 늘 신을 의심하며 검을 휘두른다.

  세르티는 슈리엘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뒤에서는 부적합 평가를 내렸다. 성기사나 대행자에게 내려지는 부적합 평가는 단순히 '자리에 어울리지 않다' 따위로 끝나지 않았다.

  성황청은 부적합 평가를 내린 순간 '처리 계획'을 만들어놓는다. 그런 불안정한 상태로 일을 계속하다 보면 심마에 빠져 타락하기 때문이다. 대對악마 전투의 정점에 선 자들을 '대행자', 혹은 '신의 대리인'이라며 칭송하지만, 대행자만큼 악에 물들기 쉬운 자리도 없었다.

  많아봤자 10년.

  슈리엘은 1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유진을 만나고 난 뒤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심리적 안정은 물론이고, 갑자기 뿔을 달고 오더니 심마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했다. 비관적인 사고도 자제하는 듯했고.

  세르티는 역시, 인간은 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혼자 모든 걸 짊어지기엔 각박한 세상이다. 유진은 동반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녀가 알지 못한 게 있었다면.

  "버, 벌써 끝났나요?"

  유진은 슈리엘의 상태를 완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악화도 아니지만, 완화라고 부를 순 없었다.

  "저기, 슈리엘? 말 좀 해줄래요?"

  세르티는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슈리엘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 유진과 신나게 몸을 비비고 있지 않던가? 그런데 유진은 어디 가고 혼자 온 거지? 희미하게 정액 냄새가 나는 걸 보면 몸을 섞은 것 같긴 했다.

  그러나.

  "…따라와라."

  슈리엘은 싸늘한 목소리로 손짓했다. 따라오라는 말이었다. 세르티는 놀라움에 입을 떡벌리며 발을 옮겼다. 그녀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에 놀라지 않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자신의 앞에선 경어를 고수하던 그가 말을 낮췄음에 놀랐다.

  "네, 네? 슈리엘?! 잠깐만요!"

  속옷이 살짝 틀어져 유듀가 보이는 것도 모르고 방을 나선다. 세르티는 다소 천박한 옷차림으로, 그것도 신발도 없이 복도로 나갔다.

  차갑다.

  습기 어린 바닥은 세르티의 몸에 한기를 느끼게 했지만, 꼭 바닥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어딘가 달라진 슈리엘의 행동에 소름이 끼쳤다.

  "…유, 진?"

  그렇게 슈리엘과 유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면.

  "맙소사. 잠시만요. 유진! 유진!"

  정액투성이 게거품을 물고 경련하는 유진이 보였다. 세르티는 헛숨을 들이키고 곧바로 유진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호흡 곤란으로 죽기 직전까지 몰려있었다.

  세르티는 침착하게 치유 술식을 준비했다. 목에 가득 찬 이물질을 빼내며 착실하게 기도문을 읊는다.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슈리엘의 정액이 세르티의 입에 들어갔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신관으로 선택받기 전에는 흑장미의 에이스였다.

  유진은 치료가 다 끝났음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잠시 기절한 상태였다. 세르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목숨은 건졌어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줄래요?"

  "…."

  슈리엘은 말이 없었다.

  세르티는 아직도 몸을 떨어대는 유진을 들어, 조심스레 침대 위로 옮겼다. 자궁 위에 새겨진 성흔을 보아하니 아직 부작용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본격적인 성행위는 시작도 안 했다는 뜻이었다. 유진이 정신을 차린다면 다시 발정 상태에 들어갈 것이다.

  대충 예상은 갔다. 입으로 봉사하는 과정에서 너무 깊게 찌른 나머지 이 꼴이 난 거겠지. 그래서 목구멍 깊숙이 자지를 넣고도 숨 쉬는 방법을 알려줬건만, 제대로 듣지 않은 모양이었다.

  "…유진이 '그런' 취향인 건 알고 있지만, 저도 없는데 너무 난폭한 플레이는 하지 말아줄래요? 대행자는 치유 마법도 모르잖아요."

  세르티는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훈계했다. 씨알도 먹히지 않으리라 예상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그녀는 슈리엘이 조금이라도 무안해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럼 네가 있으면 되겠구나. 따라와라."

  "뭘 자꾸 따라오라는… 저기! 제 말 좀 들어줄래요?!"

  슈리엘은 세르티의 손목을 틀어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는 소리까지 지르며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슈리엘이 향한 곳은 다시 세르티의 방이었다.

  그는 세르티를 데리고 성큼성큼 안으로 향하더니, 갑작스레 침대를 들어 뒤집어버렸다. 콰당! 뒤집힌 침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져 버렸다. 피어오르는 먼지, 바닥에 널브러진 시트. 슈리엘은 세르티가 경악하는 것도 모르고 침대가 있던 곳에 쭈그려 앉았다.

  "자, 잠깐만요! 대체 어떻게 안 거예요?! 거긴 대주교도 모르는 곳인데…?!"

  침대 아래에는 황갈색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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