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두에 돋친 가시들은 질벽을 난폭하게 긁으며 통증을 유발했다. 그가 자지를 넣었다 뺐다 할 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척추를 타고 뇌에 전달됐다.
목을 조르며 들고 박는다. 나는 숨을 쉬기 위해 추잡한 얼굴로 헐떡였다. 혀를 쭉 내밀고, 게슴츠레 풀린 눈은 감기지 않게 노력한다. 여기서 눈을 감으면 진짜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관객들은 이 필사적인 모습에 낄낄거리며 저마다의 음담패설을 나누었다. 붉은 머리의 인간 마법사가. 자신들을 조롱한 그 싸가지없는 마법사가. 살려달라고 빌며 강간당하고 있다. 한계까지 벌어진 음부와 출렁이는 가슴은 관객들의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삼 분 안에 보내버리지 않으면 왼팔을 먹어버려!
개중에는 이런 난폭한 요구를 하는 자도 있었다.
"후, 후으, 으힛?"
"들었지?"
"헤, 헤엑…?"
"지금부터 삼 분이다. 날 사정시켜라. 그러지 않는다면 왼팔을 먹어버리겠다."
목을 조르는 힘이 약해진다.
"켁, 끄흑… 사, 샴부운?"
"지금 말하는 사이에 오 초 지났다."
"아, 안대에… 하, 하께여. 삼 분 안에 싸게 할 테니까아…"
그는 어디 해보라는 듯 몸에 힘을 풀었다. 벽에 기대어 내게 몸을 맡긴다. 나는 매미처럼 매달려 몸을 밀착했다. 주어진 시간은 삼 분이었다. 그사이에 그를 최대한 흥분시켜야 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남성을 흥분시키는 데 최적화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솟아오른 복숭앗빛 꼭지를 차쿠루의 가슴팍에 문대며 아랫도리를 조인다. 하체에 힘을 주자 질벽이 꿈틀대며 그의 페니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읏, 흐으으…."
그렇게 일 분. 차쿠루의 물건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나는 초조해졌다. 아슬아슬할 정도로만 재구축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팔까지 잘린다면 그대로 죽거나, 대놓고 회복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목덜미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엉덩이를 살랑인다. 나는 질벽을 긁는 가시의 고통을 무시하고, 차쿠루의 자지로 자궁 안을 휘저었다. 닿으면 안 되는 곳까지 들어간 물건은 갑자기 세진 조임에 급격히 단단해졌다.
"싸, 싸줘어… 빨리이…."
억지로 미소지으며 매달린다. 꼴에 그를 흥분시키겠다고 지은 미소였지만, 부자연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는 처연함만 증가시킬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 흘러나온 애액은 다리 사이로 뚝뚝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이루어 음란함을 배가시켰다.
"마법사보다는 성노예가 어울리는 몸이야. 안 그런가?"
"마, 마자여. 저, 저. 성노예에요. 하익. 하, 하께여. 제, 제발. 싸주, 세여. 흐읏…."
"노력은 해보지."
한 줌 남아있던 인간성마저 내던지며 애원한 노력은 성과가 있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쿠루의 페니스가 부풀기 시작했다.
"헤익, 흐이익―?!"
―부르륵!! 자궁 가득 정액이 들어온다. 아이가 베리어를 펼치면 배가 팽창할 게 분명했지만, 지금은 팔이 먹히지 않았음에 안도할 따름이었다. 죽지는 않을 테니까. 지금 머리는 '살았다' 한마디로 가득 찬 상태였다.
"흐우으… 해, 해냈다아… 사, 삼 부운…."
정확히 2분 57초. 정말 아슬아슬했다. 벌어진 음부 사이로 정액이 꿀렁꿀렁 역류한다. 끈덕진 정액이 피투성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 차쿠루의 발등을 더럽혔다. 피와 애액 섞인 정액 냄새는… 끔찍했다.
그런데.
―아아~!! 아쉽게 됐습니다!!!
저 멀리 사회자 시렉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품에서 회중시계 하나를 꺼내 무대 위로 던졌다.
"으음?"
그것을 보지도 않고 받아낸 차쿠루는 회중시계를 몇 초 쳐다보더니 씩 웃었다.
"아쉽군."
"우에…?"
"삼 분 초과다."
"아, 으. 그, 그럴 리 없는데에…?"
날 바닥에 내팽개치고 회중시계를 던져준다. 피 섞인 애액 웅덩이에 주저앉은 나는 멍한 표정으로 회중시계를 확인했다.
"거, 거짓말이지…?"
회중시계는 3분 3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왼팔 다음은 오른팔인가요?! 아아!! 정말 기대됩니다!!!
"아―…."
사회자가 시간을 조작했다.
그저 그뿐인 이야기였다.
마치 버퍼링이라도 걸린 것처럼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는 내 모습은. 과연 저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아마 절망. 절망뿐일 것이다. 나는 회중시계를 힘없이 떨구며 고장 난 태엽 인형처럼 신음했다.
"아아… 아, 아…."
풍덩. 정액 웅덩이 위로 회중시계가 잠긴다. 차쿠루는 시계를 가볍게 밟아 박살 낸 뒤 가녀린 팔을 붙잡았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하얗게 질린 얼굴로 팔을 빼내려 했지만, 이 음란하고 연약한 몸으로 황호족의 근력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질질 끌려가며 목이 쉬어라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갈라진 목에선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차쿠루는 날 관객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릎 꿇린 뒤, 크게 소리쳤다.
"너의 신분을 말해라!"
뜬금없이 이름과 나이를 말하라는 명령이었다.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지금 내가 그의 명령을 거스를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기에 얌전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 유진. 스무 살. 이에요."
나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관객들을 향해 웃어 보였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배에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명령을 착실히 수행했다.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도록!"
그가 그리 말했을 때. 이것이 일종의 쇼맨십이란 걸 알아챘다. 이건 쇼였다. 결투가 아니라 쇼. 마법사 유진은 무대 위에서 사용될 뿐인 소모품이었다. 나는 다시금 도게자를 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무엇이 감사하지?"
"고, 고작. 제 하찮은. 왼팔을 먹는 걸로, 살려, 살려주셔서. 가, 감사. 합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비참한 상황이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샘솟는 생을 향한 갈망은 마약과 같아서.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서. 고의적으로 위험을 유도하고, 빠져든다. 나는 이렇게 생을 유지하면서 저속한 황홀경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도 살았구나. 이렇게 추잡하게 빌면서 목숨을 구가했구나.
"히익…."
비록 왼팔이 먹히더라도. 무참히 강간당하더라도. 끝내 살았다면. 몸에 축적된 고통을 웃도는 쾌락이 찾아온다.
"흐읍!"
차쿠루는 내 왼팔을 붙잡곤 천천히 힘을 주었다. 산채로 뜯어 먹힐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끄으윽, 끄으흐으읍?!!"
그는 내가 비명을 지를 걸 예상이라도 한 듯, 찢어진 속옷을 뭉쳐 입에 집어넣었다. 덕분에 이가 깨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대신, 팔이 뜯겨나갔지만.
"끄으으윽?!!!!"
―콰득!!! 왼팔이 뜯겨나가며 피분수가 일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벌레처럼 꿈틀댔다. 세상이 먹구름이라도 낀 듯 흐려진다. 그 와중에도 정신은 멀쩡해 고통과 흐려지는 의식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아!! 차쿠루!! 저러다 죽는 거 아닌가요!!!
사회자 시렉은 내 목숨을 걱정, 아니. 이대로 끝이 날 쇼를 걱정했다. 그는 회색 귀를 쫑긋거리며 품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받으세요! '결투'는 계속됩니다!
맹수용 진정제와 황호족용 급속 치료제였다.
"잘 쓰도록 하지!!"
―당신이 아니라 저 인간 계집에게 쓰라고 준 겁니다!
시렉은 낄낄 웃으며 턱을 괴었다. 이 이상의 중계는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도 '관객'이었다. 철저히 망가질 나를 구경할 뿐인 관객.
"이 계집의 팔은 필요 없다! 먹고 싶은 놈들이 먹도록!"
휙! 관객석으로 날아간 왼팔은 피를 뿌리며 아인들 사이로 떨어졌다. 뺨에 묻은 피를 슬쩍슬쩍 핥아 먹는 아인들. 그들은 내던진 팔에 겁을 먹거나 불쾌해하기보단, 맛있는 음식을 맛본 미식가처럼 입맛을 다시었다.
―인간 고기는 암시장에 가도 구하기 힘든데….
―운이 좋았어. 결투에서 목숨을 구걸하다니. 나 같으면 혀 깨물고 자살했어.
―이봐! 손가락은 내 거라고!
그리고 그대로.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이제 목을 내밀도록!"
"하큭, 하흑. 끄흐윽…."
목덜미를 잡아 입 안으로 억지로 포션을 들이붓는다. 차쿠루는 내가 호흡곤란으로 포션을 넘기지 못하자 입으로 직접 밀어 넣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 성기와 마찬가지로 가시 돋친 혀가 입 안을 유린하며 포션을 집어 넣는다.
그 결과 출혈은 멎었다. 급속 치료제는 생명력을 일부 소모해 상처 부위를 재생시키는 포션. 사용자의 수명을 줄이는 악명높은 효과로 시장에선 이미 사장된 지 오래며, 구하는 것조차 불법적인 루트밖에 없는 포션이었지만. 저들은 어째서인지 가지고 있었다.
"후에으… 흐, 흐긱, 히긱?! 히이잇…?!"
그러곤 파란 주사기를 들어 목 혈관에 주사했다. 맹수용 진정제였다. 광폭화로 난폭해진 아인들에게 일시적으로 투여하는 물약. 이 또한 소량의 마약 효과를 가지고 있어 금지된 물약이었다. 옆을 보니 차쿠루도 자신의 팔목에 주사를 놓고 있었다.
'뭘… 맞은 거지?'
몸이. 나른하다. 주사를 맞은 직후 한차례 경련한 후 바닥에 축 늘어져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굴러떨어진 주사기 옆면을 보면, '산모 및 어린아이에게 사용 금지' 라고 쓰여 있었다.
"헤, 힉. 흐."
이유는 얼마 가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나는 대자로 뻗은, 다소 꼴사나운 모습으로 가랑이를 훤히 벌리며 절정했다. 무의식중에 오르는 절정. 진정제에 포함된 마약 성분과 극도의 피학성애가 맞물리면서 추잡한 물을 뿜어냈다.
―찌익! 관객석을 향해 투명 끈적한 액체가 날아간다. 허리가 활처럼 휘며 발작하는 모습은 조금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했다.
"헥, 히읏, 힉. 하익?!"
그와 동시에, 자궁 안 가득 찬 정액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약물 탓은 아니었다. 이건, 이건. 아이가 벌인 짓이었다. 베리어의 크기는 늘어나지 않았다. 대신, 마법을 사용해 직접 정액을 빼내고 있었다.
'정액 빠지면서 또 가버려어어….'
빠져나온 정액은 약간 고체화 되어 슬라임처럼 변해 있었다. 아마 진정제의 효과로 추측된다. 그래서 산모에게 쓰지 말라고 한 거였나. 별개로, 몸 깊숙히 박힌 딜도를 빼내는 기분이라. 이거, 이거…
"히기이익―?!"
기분, 좋아서.
또. 절정. 해버리는. 데.
―하하! 절경이구만!
―팔이 잘리면서 가버린다고? 인간은 다 저런 변태밖에 없는 건가?
―너무 추잡해서 두려울 지경이야.
정말이지.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욕보일 정도의 음란함이었다.
"후으―…. 후으―…."
놀랍게도 차쿠루는 절정이 끝나기를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었다. 그는 가랑이 사이에 쌓인 고체화된 정액을 걷어차 저 멀리 치워버리곤 날 공주님 안기로 들었다.
"후으, 으…?"
"…."
"끄, 끄치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전신을 지배한다. 나는 뺨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눈물을 흘리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끝이냐고. 차쿠루는 씩 웃으며 속삭였다.
"아, 그래. 끝이지."
"으…?"
"물론, '나'는 끝이다."
그가 가는 방향은 출구가 아니라.
"어, 어…? 차, 차쿠르으…?"
…관객석이었다.
"시렉! 다음 경기는 언제지!"
시렉은 중계석을 풀쩍 뛰어넘어 차쿠루 앞에 섰다. 경기의 끝. 그는 더이상 사회자가 아니었다.
"정확히 삼 일 뒤 적랑족 사냥꾼이랑 예약 잡혀있으니 오전 다섯 시 경에 오면 되오."
"크하하! 적랑족이라! 그거 기대되는군!"
―툭.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눈을 붉게 빛낸 관객들 앞에 놓여졌다. 벙찐 얼굴로 차쿠루를 바라본다.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출구를 향해 나아갔다.
"나는 이만 가보겠다! 마법사! 생각보다 상대할만한 적수였어!"
"가는 길 칼 맞지 않게 조심하고, 또 짭새들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이번엔 안 도와줄 거니 알아서 하쇼."
점점 멀어지는 그의 등.
"차, 차쿠루우으…"
멀어지는 그에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을 뻗어본다.
"아, 아.'
당연히, 닿지 못했다.
"후. 우리 마법사 나리께서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옆에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시렉은 바지춤을 내리며 내게 다가왔다. 뒤에 있던 관객들과 함께 걸어온다. 그의 뒤에 선 수많은 관객은 하나같이 남성 아인들이었다. 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사, 살려. 준다며."
시렉이 웃는다.
능글맞게, 또 진실만을 말한 채.
"살려줬잖아? 이제 그 후는 네 알아서 해야지. 마법사인데 그정도는 식은죽 먹기 아니야?"
"이, 이건. 사기야. 사기, 라고."
"뭐… 그건 내 알바 아니고. 하여튼 죽기 싫으면 잘 조이는 게 좋을 거야. 혹시 몰라? 자비로운 아인님들이 살려주실지."
킥킥. 웃음소리가 역병마냥 퍼진다.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겨우 지우고 최대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 * *
"우읏, 흐윽…."
"슬슬 조임이 약해지는데…."
"히, 힉. 조, 조일게여. 말하는거. 다, 다 하테니까. 제발. 머, 먹지 말아주세여어…."
"오오. 좋아.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