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8화 (88/193)

  그리고.

  권능의 실행 트리거는.

  "저와 몸을 섞으면 쌓여있던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없어진다니… 제게 딱 맞는 능력이에요."

  그녀와 몸을 섞는 것.

  이 세상의 신은 글러 먹은 게 틀림없었다.

  ―탁!

  "세, 세르티?"

  슈리엘의 품에서 벗어난 그녀는 돌연 내 손을 잡더니, 그 음란하고 배덕적인 행위에 나를 끌어들였다. 그녀의 몸에선 맡아본 적 있는 퇴폐적인 분내가 났다. 머리가 어지럽다. 안 그래도 남의 정사를 구경해야 할지 모르는 판이라 충분히 혼란스러웠는데, 암컷의 냄새까지 더해지니 사고가 마비됐다.

  "유진. 밤시중은 해봤어요?"

  "으, 느. 네?"

  세르티는 내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가슴을 쥐어보며 사이즈를 재보거나, 등허리나 엉덩이를 만져 비율을 체크한다. 그녀는 키가 작은 게 아쉽다는 말과 함께 '완벽함'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슈리엘이랑 몸 섞은 적 있느냐는 말이에요. 전속 시녀라면 한 번쯤은 할 텐데. 아닌가요?"

  "아,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제게…."

  "보시다시피 슈리엘은 제 몸에 관심이 없어 보여서요. 이래선 정화 작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스르륵. 옷에 눌린 가슴이 폭발할 기세로 튀어나온다. 크기만 보자면 나보다 살짝 컸다. 희고 거대한 가슴을 지나쳐 눈을 아래로 내리자 털 하나 없이 꽉 다문 음부가 투명한 액체로 번들거리는 게 보였다. 능숙하게 옷을 벗은 세르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알몸이 되었다.

  반면 슈리엘은 무슨 괴물을 보는 것처럼 거리를 벌렸다. 침묵 마법에 걸려 말을 하지 못하는 게 한처럼 보였다.

  나는 그제야, 왜 나를 내쫓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희를 위해서 남겨둔 거구나. 세르티는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화들짝 놀란 나는 그 손을 쳐내려 했지만.

  "자. 망설이지 말고 벗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슈리엘이 악마가 되어버린다고요?"

  악마가 되어버린다는 소리 한 번에 떨림이 잦아들었다. 내가 부끄럽다고 아이의 아버지를 악마로 만들 순 없었다. 세르티는 떨림이 멈춘 몸을 보드랍게 쓰다듬었다. 왜인지 진정되는 느낌이다.

  옷이 벗겨진다. 내 옷차림이 특이하지는 않아도 길거리서 흔히 보긴 힘들 종류일 텐데 마치 제 옷처럼 벗겨낸다. 흑장미의 검은 드레스로 활동하던 연륜이 느껴지는 손놀림. 바닥을 바라보니 어느새 벗겨진 옷들이 즐비했다. 그녀의 손이 지나간 자리엔 풋풋한 살 내음만이 존재했다.

  슈리엘은 가관이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리며 당장 침묵 마법을 풀라고 시위했지만, 세르티는 그럼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씨익 웃어 보였다.

  "대행자 슈리엘? 이건 남자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랍니다~?"

  "흐읏…."

  꽉 다문 균열 사이로 가느다란 손가락이 들어온다. 그녀는 클리토리스를 굴리며 흥분을 유도했다. 열락에 젖은 물이 새어 나온다. 세르티는 내 몸이 충분히 달아오르자 손을 떼며 말했다.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따라와 주시겠어요?"

  손을 잡는다. 나는 말도 못하고 그녀의 손을 따라 걸었다. 걸음의 끝은 슈리엘의 앞이었다. 더 후퇴할 곳도 없어 벽에 기댄 슈리엘은 질린 눈으로 세르티를 바라봤다.

  그때, 세르티는 고개를 숙이더니 작게 속삭였다. 나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 마법적 처리가 가미된 속삭임은 슈리엘에게 닿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내게 무언가를 명령했다.

  ―…….

  "…알겠죠?."

  …그딴 걸 하라고? 

  차라리 자살하고 말지.

  그녀의 말을 듣자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나는 정색을 하며 세르티를 밀쳐냈다. 그대로 한 걸음 떨어져 슈리엘을 바라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나의 흐름을 확인하니 어느새 방음 방벽이 처져 있었다.

  "어머. 여기서 관두려고요? 정말요? 제 정화의 권능은 단순 몸만 섞는다고 되는 게 아니랍니다? 제가 처음에 말했잖아요. 지속해서, 또 성실하게 임해야만 정화할 수 있다고."

  "…."

  "슈리엘이 중간에 저를 거부하기라도 한다면… 정화는 그대로 실패에요."

  자신을 거부하는 사람은 슈리엘이 처음이라는 말을 덧붙인 세르티는 아주 작게, 하지만 뇌까지 파고드는 하나의 사실을 속삭였다.

  "…그이의 아이까지 뱄으면서 정말 그러기에요?"

  "그만."

  …하아. 불덩이를 넘기는 심정으로 침을 삼킨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끊임없이 고뇌했다. 그래. 어차피 말뿐이잖아. 진심도 아니고, 그냥 슈리엘의 흥분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괜찮잖아. 그냥 정화작업일 뿐이야.

  그냥.

  정화 작업일 뿐이야….

  "잘 생각했어요! 자! 그럼 힘내요!"

  방음 방벽이 거두어지고 세르티의 응원이 들려온다. 그 발랄한 목소리에 짜증을 내려다, 직전의 다짐을 상기하곤 금세 표정을 풀었다.

  살짝 불그스름해진 뺨, 수줍게 올라간 입꼬리, 부끄러워 잘 떨어지지 않는 발. 첫날밤의 처녀, 오월의 신부. 나는 침묵 마법으로 입을 떼지 못하는 슈리엘에게 다가가 팔을 휘감았다. 살이 닿는다. 유두부터 짓눌린 유방은 슈리엘의 팔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슈, 슈리에엘…."

  내심 그가 말을 하지 못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정말로. 어차피 정화 작업이 끝나면 조리돌림 당할 게 뻔했지만, 시간이 지나 놀림 받는 건 수치심이 덜했다. 이른바 최악이 아닌 차악이다.

  "사, 사…"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세요.

  "사랑… 해요."

  ―좋아한다고 속삭여주세요.

  "좋아, 해요."

  ―키스해달라 속삭여주세요.

  "키스, 해줄 수. 있어요?"

  세르티가 명령한 대사를 차례대로 읊자 어딘가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 얼굴과 슈리엘의 하반신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올 정도로 빨개진 얼굴은 들기가 무서워 그냥 슈리엘의 팔에 처박기로 했다.

  촛농처럼 떨어지는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폭탄이 되어버린 머리는 언제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했다. 눈을 보기 겁이 나 팔에 얼굴만 처박고 있자니 세르티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어머, 예상보다 효과가 좋네요.' 좋기는 뭐가 좋아. 열불이 났다.

  일단 시켜서 하기는 했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해야 됐나 싶다. 말로 하지 않고 몸을 써서 할 수도 있었잖아. 바보처럼 승낙한 나도, 이딴 걸 시킨 세르티도 원망스러웠다.

  슈리엘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이 착잡한 기분이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부디 이 거짓으로 치장된 연극에 어울려주길 바라야겠지.

  꼭 끌어안은 팔이 부르르 떨린다. 나는 그가 팔을 들지 못하게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기우뚱해진 몸. 배꼽에 손가락이 닿는다. 슈리엘은 쉽게 뿌리칠 수 있음에도 자세를 풀지 않았다.

  "유진? 슈리엘 데리고 이쪽으로 좀 와볼래요?"

  세르티의 손가락은 세 명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를 향해있었다. 자세를 변경한다. 나는 슈리엘의 등에 딱 달라붙어 그대로 밀어버렸다. 최대한 내 얼굴을 보지 못하게 움직인다.

  다행히, 슈리엘은 순순히 따라주었다. 조금, 아니 많이 음란하기는 해도 정화 작업의 일부. 신관이 명령하는데 거부할 수 있을 리 없다. 악마로 타락하기 싫으면 해야 되는 일이기도 하고. 나는 슈리엘을 끌어안은 채로 천천히 이동해 침대로 다가갔다.

  세르티는 이미 침대에 앉아 있었다. 늘씬한 다리를 쭉 뻗으며 다리를 꼰다. 비부가 적나라하게 보였지만 그조차 매력적이었다. 세르티는 슈리엘의 등판에 얼굴을 파묻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나를 보고선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부끄러워하시면 나중에 힘들 걸요~?"

  "…."

  "도와드릴까요?"

  그 입 닥치고 있는 게 날 도와주는 일일 텐데. 라고 생각하자마자 드르륵, 하고 소리가 났다. 세르티는 침대 옆에 장식된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분홍빛이 감도는 물병들이 수십개는 들어있었다. 그녀는 그중 하나를 내게 집어 던졌다.

  액체가 찰랑거린다. 그 수상한 물병을 받아든 나는 영 못 미더운 눈길을 보냈다. 세르티는 요망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부끄러움을 없애주는 약이에요. 정화 작업 전에 종종 쓴답니다. 보통은 정화 대상이 먹지만… 슈리엘은 극구 거부해서 말이죠. 지금은 그이보단 당신에게 더 필요할 것 같네요."

  "…이게 진정제라고요?"

  "제가 마약이라도 쓸 것처럼 보이나요? 성황청에서?"

  그래 보이는데. 그것도 엄청. 세르티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슬픈 눈을 지으며 입꼬리를 내렸다. 연기였다. 몇 초 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능구렁이처럼 몸을 꼬며 관능적인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 미소를 직관하다 슈리엘의 시선이 느껴져 다시금 얼굴을 처박았다.

  그래도 끝말은 신뢰가 갔다. 성황청에서 마약 같은 불미스러운 물약을 쓰겠어? 신관이 아무리 창녀 출신이라고 해도 그런 풍기문란을 두고 보지는 않겠지.

  뽕. 코르크처럼 건조하고 가벼운 병마개를 따자 달짝지근한 냄새가 풍겨왔다. 찰나의 고민이 있었지만, 슈리엘이 몸을 움직이려 하자 금방 사그라들었다. 단숨에 들이킨다. 맛은 없었다. 무無맛.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대로… 인데요?"

  두근거리는 심장은 그대로였다. 역으로 더 심해진 느낌도 든다. 아직 몸에 이상한 반응은 없었다.

  "으음, 그럴 리가 없는데에~?

  세르티는 그럴 리 없다면서 또 하나의 병을 던졌다. 마신다. 그대로다. 그렇게 네 병의 물약을 마셨다. 병에 담긴 양이 워낙 적어서 그런지 배가 부른다거나 하진 않았다. 이거 사기 아니야? 그녀가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멀쩡할 리 없었다. 아니면 내 몸에는 듣지 않는다거나.

  "으윽…?"

  한 병을 더 마셔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다. 숨이 가빠진 나는 슈리엘에게 잠시 떨어져 침대 난간을 붙잡았다. 몸이 뜨겁다. 슈리엘은 대체 뭘 처마신 거냐고 눈짓했고, 세르티는 손으로 입을 가리곤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으음, 큰일 났네요. 효과가 조금 늦게 돈 모양이에요. 원래 안 듣는 사람은 아예 안 듣던데…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네요. 아무튼, 네 병이나 마셨으니 대행자께서 고생 좀 하셔야겠네요."

  "뭘, 먹인. 거에요."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약?"

  "진정, 제라. 했. 잖아요." 

  "부끄러움을 없애주는 약이라 했지, 제가 언제 진정제라고 말했나요? 일단 시중에도 버젓이 팔고 있는 약이니 안심하시고…."

  말을 흐린 세르티는 멀뚱멀뚱 서 있는 슈리엘의 팔을 잡아 침대로 끌어당겼다. 그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그녀가 힘을 쓰자 손쉽게 끌려왔다. 어째 슈리엘보다 힘이 센 것 같다. 연약한 거 맞아? 슈리엘은 똥 씹은 표정으로 탈의를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몸이 뜨겁다. 숨이 가빠진다. 세르티는 안절부절못하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남녀 간의 망설임은 풋풋한 사랑을 이루어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망설임은 독이 되는 법. 이건 그 '망설임'을 없애주는 약이랍니다."

  그냥 미약이라고 말해. 눈가를 좁히고 사납게 노려본다. 물론 씨알도 안 먹혔다.

  그러나. 주체 못할 정도로 발정나게 만드는 극악한 성능은 아니었다. 딱 시중에 파는 정도의 효과. 세르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효과가 늦게 돈 건 몸에 있는 방대한 양의 마나가 약효를 밀어냈기 때문. 그걸 무시하고 네 병이나 때려 부었으니, 약효는 둘째 치고 약 기운이 얼마나 중첩됐는지 모르겠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걸 보니 대충 두 병 분량의 효과는 돈 것 같았다.

  왜 말 안 해줬어. 슈리엘을 바라본다. 먹기를 거부했다 했으니 뭔가 알고 있을 거라… 아, 말 못하는구나. 젠장.

  "준비가 길었네요. 유진. 이리로 오세요."

  세르티에 부름에 홀린 듯 걸어간다. 화를 낼 기운도 없다. 그녀는 나체가 된 슈리엘 옆에 앉아 침대보를 두드렸다. 먼지가 피어오르며 주변을 더럽힌다. 그 먼지를 뚫고 느껴지는 슈리엘의 시선은…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슈리엘? 이제 포기하고 순순히 눕는 게 어때요?"

  왼쪽엔 세르티가, 오른쪽엔 내가 앉아 가슴을 밀착한다. 흑발의 미녀와 거유 미소녀가 양쪽으로 달라붙어 애무하는, 실로 분에 넘치는 광경은 슈리엘의 아랫도리를 부풀게 하기에 충분했다. 얼굴은 썩어 있었지만, 몸은 솔직했다.

  "저는 뒤돌아서 할 테니… 부탁할게요. 유진?"

  결국, 포기한 슈리엘은 될 대로 되라는 듯 몸을 눕혔다. 반항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아… 드디어. 루셸리니의 대행자와 하는 날이 오네요."

  세르티는 하늘 높이 우뚝 선 자지를 보고 크게 감탄하더니, 머리를 뒤로 넘기곤 펠라치오를 시작했다. 딥쓰롯. 목울대가 튀어나올 정도로 깊숙이 처박힌 자지에도 구역질 한 번 없이 왕복한다. 나는 그녀의 기교에 입을 벌리고 지켜보았다.

  "슈리, 엘?"

  고개를 돌리자 눈을 감고 편안히 누워 있는 슈리엘이 보였다.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어차피 말도 못 하는데 후딱 끝내고 싶은 걸까.

  "…."

  나는 뭘 해야할 지 몰라, 슈리엘의 팔만 끌어안았다. 으음, 말한 대로 키스라도 해야 하나. 약을 통해 부끄러움이 거세됐다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아직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물건을 빨아들이는 세르티를 보자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약에 절여진 뇌가 말한다. ―이렇게 도구처럼 쓰이고 내팽개쳐서, 옆에서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고?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이 달아오른 몸을 찬바람 맞으면서 식혀야 한다고? 그리고, 그리고. 슈리엘이 보고 흥분한 건 세르티가 아니라 나잖아.

  그리고.

  '…도와 달라고, 했잖아?.'

  지속적인 흥분.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나는 맡은 역할을 다할 뿐이다.

  복부에 올라탄다. 다리 사이로는 이미 애액이 흥건했다. 슈리엘은 묵직한 무게감에 눈을 뜨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가슴을 들이댔다. 슈리엘은 눈을 가린 가슴을 치우려 팔을 들었으나, 침대보만 들썩일 뿐 그러지 못했다. 내가 마나로 끈을 만들어 묶어놨기 때문이다.

  그대로 입에 유두를 물린다. 그는 입 사이로 들어온 분홍빛 꼭지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혓바닥이 스치고 이가 부딪힌다. 나는 유두가 씹히는 짜릿한 감각에 등허리를 떨며 절정했다. 잔뜩 예열된 몸은 약간의 자극만으로 쉽게 가버렸다.

  "흐기잇?! 흐, 히, 히힛…."  

  약효 때문인지 부끄러움은 없었다.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 키스해달라느니, 그런 남사스러운 말을 해놓고 수치심은커녕 흥분감만 더 돋구어졌다.

  "그, 그거 조하…."

  아이처럼 가슴을 우물거리는 슈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녹는 소리를 낸다. 그렇게 빨아 봤자 모유는 안 나오는데… 후으. 뭔가, 뭔가. 이렇게 다 큰 성인의 입에 가슴을 물리고 있자니 배덕적인 쾌감이 몸에 저며들었다. 

  어딘가 허전했던 나는, 유두가 잘근잘근 씹히는 쾌감을 이용해 자위를 시작했다. 가녀린 손을 이용해 클리토리스를 튕긴다. 손가락을 넣어 질벽을 긁기도 하고, 더 나아가 그의 손을 이용하기도 했다. 슈리엘의 복부는 무척이나 탄탄해, 내가 몸을 들썩인다고 무리는커녕 지장도 안 갔다. 

  "하으…."

  약 기운. 빌어먹을 약 기운.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 한번 시작한 자위는 멈출 줄 모르고 이어져갔다. 그럴수록 내 얼굴은 음탕하게 녹아내렸다.

  가슴을 떼자 잇자국과 침으로 범벅이 된 유륜이 눈에 들어왔다. 수줍게 웃으며 슈리엘에게 엉겨 붙는다. 약으로 망가진 본능이 가리키는 대로. 이 웃음조차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나는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넓은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슴. 좋았, 어요?"

  거친 숨소리가 목덜미를 간질인다. 대답하지 못하는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말. 나는 괜스레 부끄러워져 배시시 웃었다.

  "그럼…."

  ―딱! 손가락을 팅겨 그를 속박하던 마나의 끈을 풀어버린다. 슈리엘은 자유로워진 손을 쥐었다 피며 짜증 냈다. 나는 눈으로만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슈리엘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어딘가 귀엽게 느껴져 허벅지를 베베 꼬았다.

  "죄송, 해요. 그치만. 정화. 해야 하잖아요. 도중에 날뛰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흐븝?!"

  한 번 손을 구속당한 슈리엘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꽈악!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그는 그대로 뒤통수를 눌러 입술을 맞췄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침이 잔뜩 흘러내린다. 혀를 섞을수록 눈앞이 흐려졌다.

  "츄흡… 흐읍…."

  사고와 판단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그렇게 약간 멍청해진 상태로, 그가 손을 놓아줄 때까지 계속 혀를 섞어야 했다. 슈리엘은 입 구석구석을 정복할 기세로 입과 입술을 탐했다.

  '조하아….'

  일 분 넘게 이어진 키스는 사정이 시작됨과 동시에 끝이 났다. 나를 밀쳐낸 슈리엘은 온몸이 경직되더니, 곧 세르티 쪽에서 미약한 신음이 들렸다.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얼굴을 뗐다. 약 때문인지 분홍빛이 감도는 침이 호선을 그리며 멀어진다.

  ―부르릇!! 세르티는 막대한 양의 정액을 입에 다 담지 못하고 흘려버리고 말았다. 채 삼키지 못한 정액이 기둥을 타고 흘러내린다. 눈을 감고 음미하듯 정액을 삼킨 그녀는, 진득하게 묻어있는 정액을 보곤 음란하게 웃어 보였다. 풀린 흑발이 빛을 받아 빛난다.

  "후으… 진짜 무시무시한 양이네요. 우리 귀여운 시녀 아가씨가 아이를 가질 수밖에 없었겠어요. 음. 바로 이해됐어요. 그래서, 유진?"

  "…흐, 으에?"

  "역시, 약을 먹이길 잘했나 봐요. 그렇게 좋아하다니…. 아무튼, '청소 봉사'… 해본 적 있나요?"

  "처, 청소 봉샤아?"

  "자아. 침은 닦으시고 말하셔야죠."

  어디선가 손수건을 꺼낸 세르티는 직접 입을 닦아주며 날 이끌었다.

  슈리엘의 자지는 한 번 사정했음에도 아직 건재했다. 세르티가 삼키지 못한 정액이 잔뜩 묻어 더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약과 쾌락으로 녹아버린 뇌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다. 무릎을 꿇고 자지 앞에 선다. 세르티는 나와 자지를 번갈아 보더니 친절하게,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의 얼굴로 펠라치오를 방법을 설명했다.

  "실수로라도 이가 닿지 않게 조심하세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조금만 닿아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으니까요."

  하겠다는 소리도 안 했는데 이미 펠라치오 확정이다. 그래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이 뜨거워진 몸을 어떻게라도 해소할 수 있으면 아무래도 좋았다. 

  세르티의 설명대로 자지를 움켜쥔다. 왼손으로 뿌리를 쥐고, 오른손으로 기둥을 잡는다. 한 번 입속을 다녀와서 그런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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