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공략 (4)
죽음마저 기꺼이 받아들이는 극단적 피학 성향은 한 번 길을 잘못 잡으면 이상한 곳으로 빠질 위험이 컸다. 단순 자해로 시작한 취미가 지금은 폭력과 강간이 아니면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 된 것처럼. 그래서 나는 함부로 내 본심을 밝히지 않는다.
진짜 위험한 거에 맛이라도 들리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할 테니까. 문득 길거리서 '절 강간해주세요.' 푯말을 들고 얼굴을 붉히는 캐릭터가 생각이 났다. 이세계에 떨어지기 전 인터넷에서 스치듯 본 그림이었다만…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별개로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 어떻게 제정신으로 매달리냐고. 불건전한 상황을 유도하는 건 이제 와선 별생각 안 들었지만 멀쩡한 상태로, 이성적인 사고로. 날 엉망진창으로 강간해달라고 애원하는 거에 익숙해지기라도 한다면 진짜 나락으로 떨어질까 두렵다.
"저, 저느은…."
서슬푸른 칼이 피부를 파고든다. 슈리엘은 피 한 방울 나지 않도록 힘 조절을 했지만, 목에 칼을 들이댔다는 사실만으로 오금을 저리게 했다. 사고가 마비된다. 본능과 욕망이 얽히며 충돌하고, 마법사의 이성은 마비된 사고를 실시간으로 풀어헤쳤다.
나는 이대로 몇 초면 이성적인 사고를 내릴 것 같아 초조해졌다.
"대답. 해라."
하지만.
'밝힌' 게 아니라 '들킨' 거라면.
괘, 괜찮을지도….
"쟈, 장난감…"
그는 내가 쥐꼬리만한 소리로 말하자 칼을 거뒀다. 나는 그때다 싶어 정액이 꿀렁꿀렁 흐르는 음부를 무시하고 무릎을 꿇었다. 허벅지 사이로 끈적하고 기분 나쁜 촉감이 느껴진다. 옷은 찢어져 반나체 상태. 온통 상처투성이에 정액과 애액으로 무척 더러웠지만 얼굴은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슈리엘은 내가 무릎을 꿇자 눈을 흉흉하게 빛냈다.
"되께요…"
"다시. 더 크게 말해라."
"쟝남가아암… 되, 될게요…."
"하…."
무정한 웃음소리.
-콱!
"햐극!"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자 뒤통수에 발길질이 날아왔다. 충격에 이명이 울린다. 나는 이명이 끝나기도 전에 정액 웅덩이에 얼굴을 처박곤 몸만 부르르 떨었다. 본의아니게 개처럼 엎드린 모습을 해버렸다. 정신을 차리자, 살짝 쓰고 텁텁한 무언가들이 입에 잔뜩 들어왔다. 정액이었다.
"말로만?"
"으브읍… 흐븝, 흐긋…."
코와 입으로 끊임없이 정액이 들어온다. 숨을 쉬려 해도 뒤통수를 꾹 누르고 있는 슈리엘 탓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 상태로 어떻게 말하라고. 발버둥 칠수록 정액이 내부로 들어와 호흡이 어려웠다. 죽을지도 몰랐다.
'하으으…'
정액에 익사해서 죽는다고 생각하니 구제불능 마조 보지가 눈치 없이 물을 뿜어댔다.
슈리엘의 심술은 정말 익사하기 직전, 내 머리채를 휘잡아 올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케, 케흑…"
정액웅덩이에서 건져 올려진 내 몰골이 정상일 리 없었다. 눈물과 정액은 뭐가 뭔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흘러나왔고 그에 준하는 양의 애액이 비부를 타고 허벅지에 묻은 흙을 씻어내렸다. 얼굴은 탈수가 걱정될 정도로 물을 뿜는 보지만큼이나 헤퍼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럽고, 천박한 년…."
"하아… 하윽…"
-촤악!
"꺄읏…."
슈리엘은 물통을 열더니 그대로 내 머리에 쏟아버렸다. 그러곤 얼마 남지 않은 옷조각을 한 움큼 찢어 얼굴에 거칠게 비벼댔다. 정액과 눈물이 닦여나간다. 몽롱했다. 그는 깨끗해진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지더니 만족한 듯 작게 읊조렸다.
"감사 인사는?"
"감샤합니다앗…."
"이래서야 애완동물이군…."
자조 섞인 미소. 슈리엘은 뺨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음, 애완동물 취급도 나쁘진 않다만. 개목걸이 플레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목줄을 당길 때마다 끅끅대며 강제로 끌려간다니… 최고잖아. 인간성을 박탈당하는 시츄는 폭력 못지않은 흥분을 가져다준다.
목조르기나 사지절단에 비교하면 순한 맛이었지만… 그에게도 나름의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처음부터 팔다리 자르고 짐짝처럼 취급해달라 하다가 거부감 느끼고 물리면 나만 손해다.
'일단은… 죄책감부터 없애버리는 거야.'
이곳엔 나와 슈리엘 밖에 없었고, 올라갈 층은 많았다. 강도는 높여나가면 되는 거다. 더 자극적인 시츄를 위해선 슈리엘의 죄책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재구축을 밝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전부 다 밝히는 게 아니라 신체 일부분을 고칠 수 있다는 정도로.
약한 곳부터 공략하는 거다.
……
…공략?
그렇게 추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자니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니, 잊으면 안 될 걸 잊고 있었다. 우리 미궁 공략하러 왔잖아. 이렇게 즐기기만 해도 되려나. 백작가 대행자가 몇 주나 돌아오지 않는데 칼버드나 성황청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미궁 공략은 언제 하지….'
으음… 까짓거 둘 다 하자. 슈리엘도, 미궁도 공략하는 거다.
* * *
"하응… 흐긋…."
내가 그의 장난감으로 전락한 건 좋았으나, 미궁 공략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틈만 나면 몸을 만지고 자지를 욱여넣는데 어떻게 진행한단 말인가. 미궁을 돌파하다가도 휴식 시간만 되면 짐승처럼 달려든다. 그 탓에 나는 옷을 입지 못했다. 그나마 걸치고 있던 천 쪼가리도 슈리엘의 손길로 찢어지거나 벗겨져서였다. 휴식은 섹스와 이음동의어가 되어버렸다.
"더려니임… 이제, 그마안…"
"장난감이 말하기 있나?"
"끄흑, 끄으으… 제, 제성합니다아…."
그렇다고 반항하면 줄을 사정없이 당겨 목을 조인다. 내 목에 올가미를 채우고 자신의 손에 줄을 묶어버린 슈리엘 덕에, 나는 그에게서 다섯 걸음 이상 떨어지지 못했다. 나는 그에 품에 안겨 보지만 조여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대면좌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 상태. 알몸으로 밀착하며 몸을 비빈다. 부드럽고 탱글거리는 우윳빛 가슴은 만짐에 질림이 없어 한참을 주물럭 당했고, 가슴 위로 솟은 뾰족한 유두는 옷자락에 긁힐 때마다 움찔거리며 떨어댔다. "하앗, 흐윽…." 그의 목에 팔을 휘감고 신음을 참는다.
조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는 어김없이 줄을 당겼다.
"케, 케흐으으…."
꾸우욱… 마조 보지가 천박하게 물을 뿜으며 보지를 조여댄다. 슈리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올려쳤다. 쿵. 단 한 번 올려친 것인데 배가 툭 하고 튀어나와 그의 압도적 크기를 과시했다. 순간 숨이 멎는다. 나는 눈을 허옇게 뒤집고 그를 감싸 안았다.
"뭐냐. 또 실신해버린 거냐."
"그르륵…."
"하아. 답도 없는 년이군."
탁. 턱을 한 손으로 붙잡은 슈리엘은 억지로 입을 벌리곤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다. 또, 키스야? 다른 건 다 익숙해져도 이것만큼은 적응이 되지 않았던 나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뒤로 빼고 입을 꾹 닫았다. 흐르는 살기. 나는 그가 뿜는 살기를 정면으로 받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한지 깨달았다.
나, 장난감이었지.
"지금… 날 거부한 건가?"
"으, 으… 제 제송-"
-퍼억!
"끄, 끄후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주인을 거부한 대가. 슈리엘은 삽입한 채로 그대로 명치를 가격했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같아 구역질이 나왔지만 그는 그마저 허락하지 않겠다며 휙, 하고 목줄을 당겼다. 올라오던 위액이 도로 내려간다. 보지는 연달아 이어진 폭력에 상황파악도 못 하고 터트릴 기세로 자지를 조였다.
'기분 져아아…'
목조르기에 배빵… 모든 게 꿈처럼 몽롱했다.
슈리엘은 갑작스러운 조임에 얼굴을 와락 구겼다. 질내에 끈덕진 액이 조금 흘러나온 걸 보니 겨우 사정을 참은 것 같았다. 짜악! 그는 경련하는 허벅지와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려 손자국을 남기곤 짜증을 냈다.
"조임을 봐서 넘어가 주겠다. 두 번은 없다."
-츄읍.
곧바로 이어진 키스. 주제 파악을 했기에 저항은 없었다. 혀와 혀가 부딪히며 타액을 섞어댄다. 혀를 움직이는 쪽은 주로 슈리엘이었다. 나는 그 미끈거리는 혀의 움직임을 따라 반강제로 움직일 뿐이었고. 살짝 신맛이 올라온다. 그는 꾸준히 피스톤질을 이어나가면서도 입을 탐하길 잊지 않았다.
"푸하으으…."
"곧 싸겠다. 흘리면 용서하지 않겠다."
"네, 네흑. 네헤…."
그와의 섹스는 항상 마지막이 제일 기대되었다. 사정감이 치달으면, 성난 황소처럼 몸을 흔들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는 그저 씨를 담을 주머니에 불과하다는 듯 사정만을 위해 허리를 흔든다.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드는 나는 정말로, 숨이 넘어가지 않게 온 힘을 써야 했다.
"하극, 흐으윽…!!!"
"큭!"
-부르르르…!
서로의 몸을 터질세라 껴안은 상태로 사정이 시작된다. 그는 사정 도중 날 몸에서 때놓아 바닥에 눕혔는데, '흘리면 용서하지 않겠다' 라는 말은 허투루 한 게 아니었다.
물이 흐르듯 교배 프레스로 자세를 전환한 슈리엘은 사정 도중에도 자지를 넣다 뺐다 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씨를 쏟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는 날 그대로 찍어눌러 정액을 쏟아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암컷화가 된 몸뚱어리는 자궁을 가득히 채운 정액을 느끼며 달콤한 신음을 내뱉었다.
"하아읏…!!"
"하아…."
사정은 수십 초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여러 번 당했지만 정말 경이로운 정력이었다. 사람이 맞기는 한 걸까. 뒷골목 양아치들도 이렇게 싸진 못했는데…. 이 실없는 생각은 자지를 빼며 질벽을 긁어댈 때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안쪽 긁으면 바보가 돼버려….
"…유진."
"녜에에…."
양 허벅지를 눌러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슈리엘은 흐르는 정액을 보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물통이었다. 그는 안에 담긴 물을 전부 쏟아낸 뒤, 마개만 남기곤 도로 집어넣었다. 상당히 큰 크기의 마개였다. 어중간한 구멍 정도는 내용물을 한 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게 막을 수 있는….
"…."
…슈리엘?
"흘리면, 용서하지 않겠다."
"우, 우으… 도려니임…"
-찌븝!
"햐앙?!"
그는 내가 거절하기도 전에 구멍에 마개를 집어넣어 정액이 새어 나오는 걸 막았다. 조금 커다란 이물감에 깜짝 놀란 나는 몸을 움찔 떨며 마개로 틀어막힌 보짓구멍을 내려다봤다. 정액으로 가득 차서 그런지 속이 상당히 질척거렸다. 슈리엘은 이걸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마개 단면과 허벅지에 줄을 묶어 삐져나오지 않게 단단히 고정했다.
"일어서라."
"하윽…"
벽을 짚고 일어서자 이질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움직일 때마다 자궁 안의 정액이 출렁거리며 거동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애꿎은 슈리엘의 팔만 잡으며 눈물을 담아 올려다봤다. 휙. 그는 대답 대신 목줄을 당겨 날 품에 안았고, 그대로 꽉 껴안은 채로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그 상태로 진행하겠다. 그동안 마개를 빼기라도 한다면…"
…한다면?
"뭐, 어쩌겠나. 네가 싫다는데. 다시 원 관계로 돌아갈 수밖에."
"하, 할게여. 마개, 그, 아, 안 뺄게여…"
싫다고 해야 하는데… 원 관계로 돌아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긍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머리를 강하게 쓰다듬었다. 품에 안겨 머리를 쓰다듬어지니 수치심이 스멀스멀 올라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하으으…."
최근 뒤처리도 제대로 안 했는데…
이러다 진짜 임신하면…
……
…어쩌지?
* * *
"코르딜. 아직도 안 죽었어?"
포르딜은 침대… 라기엔 뭔가 부족한 솜뭉치 더미 위에서 뒹굴 거리며 물었다. 코르딜은 주어 없는 질문에 뭐라 반문하지 않고 그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답변해주었다.
"안 죽었어. 대신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졌는데… 다치거나 한 거 같진 않아."
탑을 정복할 기세로 올라오는 인간 둘. 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함정들을 확인하니 빠짐없이 파훼 당한 상태. 함정이나 몬스터에게 당한 것 같진 않았다.
"내가 확인해볼까?"
"…괜찮아?"
포르딜은 자리에서 일어나 핵심 코어 위에 올라탔다. 탑의 성장을 노래한 대가로 체력과 마나가 상당량 소모되었지만, 탑 내부를 확인하는 것쯤이야… 조금 힘들긴 해도 참을 만 했다. 소리 없이 화면만 비추면 마나 소모도 덜 했고.
"괜찮아. 그리고 나 말고 볼 사람도 없는데 어쩌겠어?"
"…미안해."
"미안하면 나중에 키스해줘."
코르딜이 고개를 끄덕인다.
-라라라…
아주 짧게, 하지만 의지는 확실하게. 소량의 마나를 대가로 탑 내부를 비춘다. 핵심 코어는 포르딜이 원하는 바를 잘 짚어 유진과 슈리엘이 있는 곳을 비추어주었다.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벽에 투사된 화면 속의 인간은…
인간은…?
"어때?"
"…."
포르딜은 소리 없이 화면만 비춘 것에 첫 번째로 안심했고, 코르딜이 이걸 보지 못함에 두 번째로 안심했다.
'…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