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감정 포식자 (5) (56/193)



〈 56화 〉감정 포식자 (5)

미궁에 들어와서 엉망진창 당할 거라곤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 대상이 슈리엘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예상외라 놀랐을 뿐이었다. 당한다면 이름 모를 모험가나 나머지 병사 둘한테 당할 줄 알았거든.


별개로,  전체가 송곳을 박은 것처럼 쑤시니 발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다 써도 고작해야 몸을 비트는 정도. 그래도 그거면 충분했다.

"으으… 으아아아악!!!"

목에 칼을 꽂아넣으려는 슈리엘을  수 있었으니까.

슈리엘의 눈이 맑아졌다. 정신 침식의 끝. 그가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자살이었다.  질펀하게 강간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렸으니 이해는 간다. 괴롭겠지. 미궁에 고립된 것도 자신 때문인데 그걸로 모자라 강간까지 하다니. 정신 침식의 탓이라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일어난 결과는 되돌릴  없다.

다만, 자살을 방관하겠다는 건 아니다.


글쎄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순수한 악의로 날 겁탈하려 들었으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터지만 슈리엘의 경우는 정신 조종 내지는 행동 유도로 일어난 사태다. 강간에 본심이 섞여 있는지는 둘째 치고, 백퍼센트 본인 의지가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아니, 뭐라 하는 게 정상인가. 하지만 나도 기분 좋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도… 련님."

마법사만의 장점을 꼽자면, 육체의 고통과 별개로 정신만 멀쩡하다면 마법 행사가 가능한 것이다. 나는 쑤시는 몸을 무시하고 소규모 방어 술식을 구축했다.

캉-!


제 주인의 목을 찌르려던 서슬 퍼런 칼날이 투명한 막에 막혀 하릴없이 튕겨 나간다. 죄책감에 심연처럼 가라앉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슈리엘은 이를 꽉 물며 작게 읊조렸다.

"…왜냐."

그는 왜 나를 막은 거냐. 라고 물었다. 막은 이유를 대라면 수백 가지나  수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면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다는 정도일까.


당장에라도 죽고 싶은 침울한 얼굴로 부들대는 게  안쓰러워 사실을 말할까 고민됐으나 아직 이르다 생각했다.  피학 성향을 밝힌 이는 아직은 아그네스 하나뿐이다.


"도련님이 죽으면… 카, 흑…. 제가. 어떻게 나가겠습니까…."

그렇다고 죄책감을 덜어줄 생각은 없다. 이리 말을 하는 도중에도 옅은  맛이 번졌다. 그냥 여기서 슈리엘이 죽으면 미궁 제작자 손에 놀아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 만약에. 미궁의 악마가 최정상에서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면 기분이 무척 안 좋을 거 같거든.


이번엔 또 어떻게 뿔을 꺾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와중, 슈리엘이 입을 열었다.


"…유진.  위험하다. 침식에 저항하지 못했어. 나와 함께해봤자 명만 단축할 뿐이다."

슈리엘은 자조하며 웃었다. 이후 짧게 이어진 침묵. 나는 그 미소를 보자 정적에 잠겼다. 그의 뒤틀린 미소는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종류였기에.

나와 비슷한 미소였다. 자괴감에 빠지면서도, 앞으로의 삶을 멀쩡히 살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혐오스러워서. 결국 내면의 무언가를 버려야 할 때 짓는 미소.


"네가 진정으로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내 머리를 터트려라. 내 네게 해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약속하마."

그는 품속에서 도장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마력 인장이다. 사용자의 마나 파장과 일치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하는 도장이지. 각서를 쓰겠다. 그러니―."


날 죽여라.
 목소리는 떨림이 없었다.

"도련, 님."


땅에 널브러진 채로 말한다.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아, 팔다리를 재구축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처는 그대로다. 괜한 의심이라도 받으면 좋지 않으니.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벽을 짚었다. 바닥은 정액과 애액으로 축축했다. 허벅지를 타고 발목까지 내려온 끈덕진 정액이 느껴졌다. 정액은 어찌  일인지 아직도 온기를 잃지 않아 몸을 데웠다.


"도련님은, 끝까지 이기적이시군요."

찢어진 속옷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근처에 나뒹구는 천 쪼가리를 주워 상체만 가렸다. 임시방편이라 이마저도 만족스럽진 못했다. 또 음부를 훤히 드러낸 채 애써 가슴만 가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배덕적이었지만 내  바가 아니었다.


"뭐라…고?"
"정녕 저를 생각하신다면 이래선  됩니다."

언젠가부터 죽음이 면죄부가 된 세상이다. 죽음으로써 갚는다니 참 이기적인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정말로, 정말로 내게 사과하고 싶다면.

"살아서 갚으세요. 죽어서 도망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난폭하게 대해주면 된다.


"모험가 유진."

슈리엘은 수심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태의 묵인, 그리고 사과의 보류. 이번 일은 넘어가겠으니 후에 죄를 묻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검어졌다. 눈을 질끈 감은 슈리엘은 손에 피가 날 정도로 검을 쥐어 잡고 공포에 몸을 떨었다.


"난 두렵다. 다시 침식이 시작될 때, 네게 무슨 몹쓸 짓을 할지 몰라 두렵다. 그리하여 죄책감이 무뎌질까 두렵다. 어쩔 수 없다. 라는 말 만큼 잔인한 말이 있을까. 장담하건대 일평생 이토록 겁에 질린 적이 없었다."

하소연을 들은 나로선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를 향해 똑똑히 말했다. 도련님이 아닌 루셸리니를 바라보면서.


"슈리엘."

그런 감정 따위 내게 전부 내뱉어라. 두려움, 후회, 죄책감, 절망. 모두 내가 먹어치우겠다.


"괜찮아요. 미궁 안에서 일어난 일들은 묻지 않을 테니…."


나는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치켜세워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망가진 듯한 미소. 슈리엘이 지었던 미소와 똑 닮은 미소였다.


"일단은 살아야.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내가 제일 악마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보면 악마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악마들은 욕망에 솔직할 수는 있어도 교묘하게 사람을 이용하지 않으니까.  욕망을 채우기 위해 슈리엘을 이용한다. 그뿐인, 실로 악마적인 이야기였다.









* * *

다시 말하지만, 빛 하나 들지 않은 미궁의 구조는 사람을 미치게 했다. 비단 미궁뿐만 아니라 색이 통일된 장소에 처넣으면 누구라도 미칠 것이다. 미궁의 침식을 제외하더라도 슈리엘의 정신 상태는 무척이나 불안정했다. 그나마 폐인이 되지 않은 건 말동무  내가 있기 때문이지 정신 쪽으로는 평범한 사람과 별반 차이는 없었다.

슈리엘은 언제 정신 침식이 될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미궁을 거닐었다. 그는 내 행동 하나하나를 의식했으며 내가 앓는 소리라도 내면 기겁을 하며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다리 사이에 흐르는 정액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중간중간 내가 임신이라도 한다면 책임지겠다는 실없는 얘기를 꺼내 들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그럴  없다며 쏘아붙였다.  경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그다지 설득력 없는 말이란 건 나도 알았기에 그냥 그러고 말았다.


미쳤다고 임신을 하겠느냐고. 아이는 아니고, 현실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촉수를 통해 경험해본 바로는 그닥 좋지는 않았다.


"…왜 그러지?"
"아, 아니에요."

그리고 이번 일로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내게 피학 성향만 있지만은 않음을 말이다. 아그네스 때도 그렇고, 악마들의 뿔을 꺾을 때도 그렇고, 불안감에 차 있거나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 묘하게 흥분됐다. 이딴 성벽 알고 싶지 않았는데. 젠장.

슈리엘을 계속 보다간 한  뒤틀린 성벽이 또 뒤틀린 것 같아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차근차근 층수를 높여가고 있었다.

그럴 거라곤 생각했지만 다음 층으로 향하는 순간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허물어져 사라졌다. 고작 이런 거에 놀라기엔 너무나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크게 반응하진 않았다.


미궁 25층. 추정 절반 정도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바닥에 풀이 자라있음을 확인했다. 검고, 시들시들한 풀이였다. 그간 흙과 돌밖에 보이지 않던 삭막한 미궁과는 대비되는 광경. 나와 슈리엘은 달라진 미궁의 모습에 경계하며 몸을 낮췄다.


"젠장… 이번엔 또 뭐야?"

풀의 의미는 몇 시간이  지나자 드러났다. 풀은 아무래도 좋았다. 풀이 의미하는 바가 더 중요했으니.


공간의 확대.


미궁이 넓어졌다.

"으극…."

이를 가는 소리가 옆에서도 들릴 지경이다. 25층에만 여덟 시간을 체류했다. 보통 쪽잠을 제외하면 2시간, 길어도 3시간이면 한 층을 돌파했는데 이번엔 너무 길었다.


털썩. 검은 풀밭을 즈려밟으며 주저앉은 슈리엘은 고개를 푹 내리고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
"…."
"나 때문이야."


육체적으로 지친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그의 앞에 마주 앉아 작은 모닥불을 만들었다. 주변에 태울 풀은 많았기에 불을 지피는 데 문제는 없었다. 나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괜한 생각 품지 마세요 슈리엘."
"하아. 그래. 부정적 생각은 침식만 가속하니까."
"마스크는 벗는 게 어때요? 답답해 보여서 그래요."


마스크는 벗었다. 25층에 들어서면서 누런 먼지도 적어져 굳이 쓸 이유를 찾지 못해서이다. 하지만 슈리엘은 계속 쓰고 있겠다 했다. 그냥 버릇이니 신경 쓰지 말라나 뭐라나.

풀이 타는 냄새는 살짝 달짝지근 했다. 몸을 간질거리는 기분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흐힛, 하고 칠칠찮게 웃는다. 나른했다. 슈리엘은 갑자기 웃는 날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기분 좋네.


"유진…?"
"네으, 에?"

어으, 왜,  이러지. 몸이 뜨겁다. 모닥불의 연기를 들이마실수록 몽롱해졌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나는 바닥에 있는 풀을 한 움큼 뜯어 모닥불에 집어넣었다. 타닥, 타닥. 검은 풀은 연기를 뿜으며 내게 당도했다.

"하힛, 흐."
"유진? 왜 그러는 거지?"


나는 기계적으로 풀을 뜯어 모닥불에 집어 던졌다. 그러길 반복하길 수십 번. 슈리엘은 무언갈 눈치챘다는 듯 크게 눈을 떴다. 그가 소리친다.


"풀 버리고 마스크 써! 당장!"

나는 그 말에 입꼬리를 내리고 슈리엘을 바라봤다. 왜? 별다른 이상도 있는 것도 아니고. 기분도 좋은…

아.


"모닥불 꺼! 그  마약이야!"


콰직. 발에 오러까지 두르고 모닥불을 밟아 박살 낸 슈리엘은 연기를 검풍으로 날려버리곤 내게 다가왔다.

"괜찮나?!"
"햐읏?!"

그가 내 어깨를 부여잡자 형용할 수 없는 쾌락이 몸에 닥쳤다. 그 쾌락에 나조차 놀라 눈을 토끼처럼 떴다. 슈리엘은 혀를 차며 내게 한 발자국 떨어졌다.


그런가. 미궁에 들어왔을 때부터 모든 걸 의심했어야 했는데. 바닥에 난 풀이라고 정상일 리가 없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것도 그 탓이었어. 시발. 어쩌지?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몸은 괜찮나?"
"우븝… 녜헤…."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든  대신해 마스크를 씌워준 슈리엘은 풀을 슬며시 바라보더니 콱, 하고 짓밟았다. 저 풀이 마약으로써 작용하는 효과는 안 봐도 뻔했다. 달아오른 몸. 풀려서 제대로 발음도  하는 혀. 접촉하기만 해도 크게 반응하는 몸뚱어리. 최음제였다. 미궁 제작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참으로 변태였다.

"연기가 남아있을 수 있으니 일단은 벗어나겠다."
"흐히, 네, 네헤."
"미안하다. 내가 주의했어야 했는데."

내 몸에 반응할 정도면 상당히 강력한 최음제일 텐데… 마스크를 썼다 해도 정말 슈리엘한텐 영향이 없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눈을 굴려 그를 바라봤지만 멀쩡한 듯했다. 젠장. 나도 마스크 낄걸.

"업혀라."

미약하게 떨리는 팔을 그의 목에 휘감는다. 찢어진 옷 너머의 무르익지 않은 젖가슴이 그의 등에 밀착했다. 나는 빨딱 선 유두를 그의 등판에 비볐다. 그렇지 않고서는 참을  없을  같아서.

"햐, 햐윽!"
"왜 그러, 아…."

찍, 하고 투명한 액체가 쏘아진다. 유두가 옷 장식에 긁히자 지조 없이 애액을 뿜어댄 것이다.

아, 젠장.


반쯤은 제정신이라 더욱 괴로웠다. 무의식적으로 음란한 행동을 하는 걸 모두 눈에 담아야 했으니까. 지금 나는 '업힌다'보단 성적인 의미의 '안긴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졔송, 제송해여…."

사과를 하면서도 그의 목에 얼굴을 부볐다. 구역질이 나왔다. 끔찍했다. 남자한테 엉기다니. 암컷으로서의 본능을 자극하는 미약은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결국, 나도 여자의 몸이었다. 정신이 남자라고 최음제가 여자한테 발정하게 한다는 게 아니란 소리다. 발정이  암컷의 몸은 수컷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수컷이라곤 슈리엘 밖에 없었다.


여기선 보이지 않았지만 슈리엘의 다리 사이가 부푼 느낌이 들었다. 나는 히히 웃으며 그의 귀를 간질였다. 평소라면 가까이하자마자 꺼지라고 윽박지를 수컷의 냄새가 왜인지 달콤하게 느껴졌다.

악질적인 성능이었다. 정신을 반쯤 유지한  발정이 나게 하다니. 당연히 정신이 남아있는 한 서로 달려들 일은 없을 거다. 그 상태로 싸우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지.

붉은 눈도 그렇고, 미궁 전체가 분열을 조장하기에 좋은 구조였다.


"지금은 어떻지?"

두 시간이 지나고, 슈리엘이 물었다. 나는 업힌 몸을 부비적대며 앙탈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놀랄 정도로 음란한 목소리였다.

"갠차나여…."

사실, 괜찮지 않았다. 이는 나도 슈리엘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효과. 지금 업힌  버티고 있는 것도 기적이었다.


그렇게 위태로운 상태로 2차 휴식.

슈리엘은 날 바닥에 앉히고 비교적 정상적인 재료로 불을 피웠다. 내가 마법으로 피워주겠다 하니 마나를 아끼라면서 저지당했다. 나는 치- 하고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유치했다. 약의 효과인지 행동도 점점 유치해졌다.

"…."

그의 등은 무언가의 액체로 흠뻑 젖어있었다. 전부  애액이었다. 나는 그 넓은 등판을 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슈리, 에엘."
"그만."


슈리엘은 내가 무어라 말하려 하자 손을 들어 저지했다.
지금,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그도 알기 때문이다.

"슈리에엘…."
"닥쳐라. 듣고 싶지 않다."
"제성, 해여. 하, 하지만. 더는 못 참겠, 서요."


이젠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무리였다. 정확히는, 정신은 멀쩡했으나 육체가 버티질 못했다. 몸이 아프면 정신도 따라간다고 하던가. 아크메이지인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지만 성욕은 조금 달랐다.


성욕에 좀먹히는 육체.


결국, 나는 정신을 유지하길 포기했다.

"저…  괜찮아요. 팔을 꺾어도, 눈을 뽑고 장난감으로 써도 괜찮아요…."


그런데 이제 피학 성향을 조금 곁들인.


나는 기다란 로우 트윈테일을 양손에 하나씩 쥐며 위로 들어 올려 보였다. 붉은 머리칼이 얼굴을 간질였다. 나는  간지러운 촉감에 음란하게 웃으며 미소지었다.


"이, 이거 손잡이로 써도 돼요. 막, 물건처럼 당겨도 좋아요."


그의 눈이 붉게 빛나기 직전.

"망가트려도 좋으니까…"

처참하게 웃으며.


"제바알…."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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