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감정의 맛 (1) (43/193)



〈 43화 〉감정의 맛 (1)

카피 에고는 죽기 직전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재구축을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생사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줄타기. 심장이 멈추려 하면 억지로 뛰게 한다. 피가 부족하면 다시 뽑아낸다. 이렇게 열심히 재생해도 다시 빠져나가 결국 현상 유지밖에 되지 않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최고야….'

최고잖아  몽롱한 기분.
뭐라고 해야 하나. 엔도르핀이 끊임없이 분비된다.
멍청해지는 기분이다.
슬라임한테 뇌를 핥아진 유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카피 에고는 파르시히의 눈치를 보며 표정관리에  힘을 기울였다. 배에 빵꾸 뚫린 여자애가 해벌레하며 쪼개고 있으면 이상하게 볼 거 아니야. 식재료 취급이 더 이상하려나. 아무튼.


다행인 건 요리가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구한 건지 모르는 오븐을 주로 사용하는 그는, 요리 한 번에 기본  시간은 쏟았다. 한마디로 좀 더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여유가 있었다.


"으극…?"


그렇게 비명을 지르는 심장을 가지고 놀기를 수십 분.
카피 에고가 정신을 차린 건 몸에 약간의 이상이 생겼을 때였다.
그녀는 생각대로 재생되지 않는 몸에 여러 의미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재구축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다.

'맞다…. 동기화….'

아무리 유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국 빌려 쓰는 몸.  자아가 자리를 잡은 이상 몸의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거부 반응은 심해질 것이며, 끝내 튕겨 나갈 것이다.

'쯧….'

기껏 즐기고 있었건만…. 흔들리는 마나를 안정시키고 정신을 다잡는다. 그리고 본래 목적을 상기한다. 기억의 복구. 유진의 자아와 하나가 되어 기억만을 남긴 채 퇴장한다. 나는 도구일 뿐이다. 카피 에고는 출혈을 완전히 멈추고 몸을 재구축했다.


'잘 안 되네….'

재구축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다. 기껏해야 생명유지를 하는 정도. 동기화가 덜 되어, 몸에 담긴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좋지 않았다. 요리가 끝날 때까지 재생하지 못한다면 몸이 씹창이  채로 싸워야 했다. 물론 그렇게 싸움을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신경 쓸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상대는 둘이다. 움직이지 않고 재구축과 협공, 공격과 방어를 모두 신경 쓸 수는 없다. 저들의 경지가 어디까지인 줄도 모르고.


재구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

빠르게 재구축을 하려면 조금 더 많은 마나를 써야 했다. 유진이 무의식적으로 뿜어내는 마나로는 부족했다. 유진의 체내에 쌓여있는 마나. 드래곤이 갓난아기로 보일 만큼 정도의 막대한 양의 마나를 써야 했다.

단, 마력을 끌어올리는 건 카피 에고가 아닌 유진 본인이 해야 한다.


그것까지 관여하려면  자아를 밀어내고 몸을 완전히 차지해야 하니까. 주객전도. 안  일이다. 카피 에고는 쓰게 웃으며 유진의 자아를 깨웠다.

'유진. 내  들려?'

최우선 목표는 정신과 육체를 최대한 안전한 장소로 옮겨놓는 것.

기억 동기화는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밑바닥에 처박힌 유진의 자아가 고개를 든다. 유진은 자신의 몸을 차지한 카피 에고의 존재에 당황하면서도,  몸을 되찾으려 반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뭐, 뭐야? 아무것도, 아, 안 보여….


'잠깐! 밀어내지 마!'


튕겨 나가려는 정신을 겨우 붙잡는다.
카피 에고는 유진의 발버둥에 기겁하며 속으로 소리쳤다.


'너 재구축도 못하잖아. 이 상태로 각성하면 그대로 죽는다고.'


-주, 주거?


분명 나인데 왜 이렇게 역겹지.
술에 취해 애교부리는 내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아. 개 같네 정말.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잘 들어. 네 정신 일부를 돌려놓을 거야. 고통은 내가 전부 부담하니 시키는 대로만 해.'

-으, 으에…?


니미 시팔…. 카피 에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미친년은 대체 무슨 깡으로 백치가  거지? 복구용 에고를 만들면 다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 건가? 그야 해결되겠지. 시발. 무책임한 유진을 욕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자신이 미웠다.

'죽고 싶어?'

-주, 죽기 시러….

'그럼 닥치고 내 말에 따라.'


 멍청한 년을 데리고 악마 둘을 족칠 생각을 하니 벌써 한숨이 나왔다. 두려움에 떠는소리를 무시하곤 유진의 정신을 투영한다. 카피 에고는 정신을 차지하고 있던 공간이 좁아짐을 느끼며 몸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뭐 느껴지는  있어?'

-머, 뭔가 꽉 차이서….

'마나야. 네 몸 안에 잠든 마나. 내가 도와줄 테니까 겁먹지 말고 천천히 따라와.'

직접 조작은 무리지만, 간섭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빡통 대가리라도 아크메이지의 도움만 있다면 최소 5서클은 가볍게 찍으리라. 공기  퍼져있는 마나를 모두 끌어모으고, 몸의 마나 감응력을 최대치로 올린다. 유진은 몸을 콕콕 찌르는 낯선 감각에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이, 이상해에….


'정상이야. 이제 마나 회로를 뚫을 게. 잠시 어지러울 수 있어.'


과연. 아크메이지의 육신은 어디 가지 않았다. 감응력을 높인 것만으로 폭발적인 흐름이 감지되었다. 카피 에고는 너무할 정도로 치트인 자신의 육체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흘러나오는 마나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충분하다 못해 토할 정도로 많은 마나가 넘실거린다.

좋았어.

'이제 재구축을 할 거야. 악마가 눈치챌 수 있으니 빠르게 갈 게.'


꿈틀. 근육이 선을 이루고 다리의 형상을 갖춘다. 늘 보는 광경이지만  그로테스크했다. 빠른 재구축의 부작용이 걱정되었지만 일단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안구 하나랑 내장 몇 개 포기하면 되겠지. 나중에 천천히 복구하는 거다.

"후우…."

마지막으로, 늘 입던 옷을 재생한다. 붉은 프릴치마, 부드러운 재질의 하얀 상의와 가터벨트. 재구축 디폴트 값이었다.


"아극…."


카피 에고는 도마 위를 내려가다 말고 부글거리는 속에 몸을 비틀며 피를 토했다. 내장  개가 썩은 거 같았다. 다행히  다리는 멀쩡히 움직이니 문제는 없었다.

-서걱.

주방 위에서 춤추던 칼이 소리를 죽인다.
이제야 눈치챈 건가.
카피 에고는 유진의 자아를 다시 재워놓곤 쭈욱 기지개를 폈다.
메테오를 날릴 정도는 아니지만…  정도 마나면 저 새끼들 족치고도 남지.


"거기. 누구죠?"

재차 일렁이는 마나 파동에 칼을 들고 온몸의 신경을 곧추세웠다. 이질적인 기운이다. 발생지는 전과 같은 소녀가 묶인 도마…. 거기에 위치까지 바뀌었다. 그는 이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분명 다리를 발라내고 배에 구멍을 뚫었는데, 움직였다고?

'어떻게?'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다. 낭패였다. 그러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곧 완성될 자궁찜에 대한 걱정만 있을 뿐. 사실 그게 가장 컸다. 파르시히는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끽해봤자 도마 위에서 굴러떨어진 것이겠지. 게다가 움직이지도 못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으나. 파르시히가 도착했을 땐 유진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
"찾았어?"
"…!"

얕고 부드러운 숨소리가 뒤통수 타고 흐른다. 마치 마녀가 속삭이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외마디. 파르시히는 이 끔찍한 감각에 전율하며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탈을 쓴 무언가다. 그의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유진의 몸뚱어리를 반강제로 점거한 복제 에고를 '하나의 인간'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으니까.


"후흐."


캉! 마나 장막을 둘러 가볍게 공격을 막는다. 그러곤 웃었다. 파르시히는 경악했다. 공격을 막은 것까지는 예상 범위 안이었으나 흠집조차 내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도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유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년이 따로 없었다.


이상하게도, 복제된 유진의 자아는 원판보다 좀  즉흥적이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자신의 끝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죽음을 원하면서도 거부하는 모순적인 유진과 달리, 카피 에고에겐 오로지 죽음만이 있으니 어쩌면 해탈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 누구죠?"


넌 누구냐.  돼지처럼 도축 당하던 어린 계집이 아니다. 파르시히는  성히 서 있는 유진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조금 전까지 신나게 발라냈으면서 그새 까먹은 거야?"
"지랄 마십쇼. 제가 병신으로 보이십니까?"
"살짝."

카피 에고는 파르시히가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는, 죽지 않게 절묘하게 살을 발라내는 전문가다운 기술에 반해버렸다. 리미트가 풀린 그녀는 기억 복구라는 1원칙을 제외하면 오직 본능만을 따랐기에, 눈앞의 악마는 자신의 '마조 본능'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인지 파르시히를 바라보는 카피 에고의 뺨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아쉬운 게 참 많아. 내게 진짜 육체가 있었다면 널 애완동물로 삼았을 텐데."
"…개소리."
"칭찬이니까 속으로 삼켜."

이렇게 말을 하는 동안에도 살벌한 칼질이 오갔다. 카피 에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파르시히의 마력 운용 방법은 기사의 것과 닮아있었다. 검격을 따라 흐르는 푸른 잔상… 오러였다.


"빙의라는 건 이미 눈치챘습니다."
"내가  몸속으로 들어온 건데 문제라도?"
"어디로 들어왔죠?"

파르시히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공간 마법에 능통한 그는 늪지대 일대의 모든 공간을 감시한다. 그런데 눈앞의 미친년은 아무런 낌새도 없이 주방에 침입했다. 침입이라 하기에도 뭐했다. 마치 갑자기 생성된 것처럼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그는 혀를 찼다. 두 차례에 걸친 이질적인 기운. 그때일 것이다.


"눈치   네 잘못이지."
"…."


뿌득. 이가 갈린다. 순간 오븐에서 띵- 하고 청아한 소리가 울렸다. 자궁찜의 완성이었다. 파르시히는 오븐 알람을 기점으로 눈앞의 소녀를 더욱 몰아붙였다.


파르시히가 단순 오러를 쓰는 악마라 위협적인 것일까. 파르시히가 듣는다면 배꼽을 잡고 웃을 것이다. 그의 진가는 공간 마법을 통한 무차별 무기 소환과 그에 따른 검술에 있었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무수히 많은 무기. 그리고 준비동작을 생략한 기괴한 검술. 게이트를 이용한 트릭키한 공격도 무시할  없었다.

철퇴를 사선으로 내리찍는다. 소녀는 크게 웃으며 철퇴를 튕겨냈다. 한 박자 이후 짧은 숨. 철퇴를 버린다. 동시에 단검 두 개를 머리 위에 소환한 뒤, 양손에 장검을 들어 교차하며 벤다. 막힌다. 검을 포기한 파르시히는 반동을 추진력 삼아 땅을 짚고 다리를 크게 돌려찼다. 발끝에 클로를 소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소녀는 빠르게 한 발짝 물러나는 것으로 간단하게 피했다.

허초를 교묘하게 섞어 혼란을 야기한다.
통하지 않았다.


땅을 짚는 척하면서, 게이트를 통해 목덜미를 노린다.
공격 전에 게이트가 파쇄 당했다.


공방이 계속될수록 아공간  무기는 점점 줄어들었다. 파르시히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모든 공격에 살의를 담아, 공격. 또 공격.
하지만.
모두 막혔다.


"…."

거리를 벌린다. 소녀는 아직도 능글맞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파르시히는 매 공격에 살의와 전력을 담았지만, 절망적이게도  합부터 깨달을 수 있었다. 저 빌어처먹을 새끼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심지어, 지금도.

'미친년…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년이지?'


파르시히는 마지막으로 남은 초라하고 작은 단검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무기였다. 이걸 내지른다 해도 막힐 것은 자명한 사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다음 요리를 기다리며 깊은 잠에 빠진 아르타니아를 생각했다. 그러니 패배할 수 없다. 단검에 모든 마나를 담는다. 팔 혈관이 터지고 다리 근육이 녹아도 멈추지 않는다. 전력全力. 마침내 푸른 결정이 그의 손을 떠났을 때, 검푸른 섬광이 서로의 눈을 비추었다. 너무나 눈부셔서, 그 흉포함에 눈이  것만 같은 공격이 소녀를 향해 쏘아졌다.

공간 절단.


세상이 갈라진다.

"허윽…."

파르시히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피를 토했다.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는 얌전히 뿌연 먼지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그리하여 갈라진 공간이 아물었을 때.


파르시히는 눈을 떴다.

"하…."

악마가 신을 찾는 건 부정한 일일까. 어찌 됐든 그들도 신의 피조물이니, 한 번쯤은 기대도 되지 않을까. 파르시히는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멀쩡히 서 있는 소녀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다. 어떻게… 아직도 저 미소를 유지할  있는 것인가. 그는 부조리함마저 느꼈다. 신이 있다면 그를 향해 원망하고 싶을 정도로.


"…당신."
"숨 돌릴 시간은 줄 게."
"악마입니까?"
"가올리스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

가올리스… 혹한의 악마 가올리스. 들어본  있다.
한데 그년이 왜 인간 계집의 입에서 나오는 건가.
설마. 그녀를 죽인 것인가.


"죽였… 습니까?"
"아니. 뿔만."


파르시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백색 재앙의 대악마가 눈앞의 인간에게 쓰러졌다니. 그것도 뿔이 잘리는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니. 이 사실이 악마들 사이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대회의'가 시작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게 끝이야?"

카피 에고는 생각보다 낮은 검술 실력에 실망했다. (그녀 기준) 차라리 마나가 담기지 않은 눈먼 공격이 더 위협적이었다. 마나를 보고 통제할 수 있는 그녀에게 '오러 검술'이란 답지를 본 시험과 같았기 때문이다. 궤적과 게이트는 공격하기도 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

파르시히는 핏물을 찍, 하고 뱉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소녀에게 말했다.

"그 꼴로 뭘  하게? 도망칠 생각은 안 하는  좋을 거야."
"하하. 설마… 요."


동기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놈들에게 정보를 뽑아내야 했다. 브리도니아를 중심으로 악마들이 모이는 이유. 애초에 그거 알아내려고 순순히 잡힌 게 아니었던가. 어떤 미친년이 제 기분 좋아지겠다고 멍청이만 되지 않았어도 진즉에 해결된 문제였지만….


파르시히는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소녀를 향해 말했다.


"제가 왜 무모한 공격을 강행했겠습니까? 어차피 통하지 않을 걸 아는데."
"글쎄. 마지막 발버둥?"
"아니요. 그녀를 깨우기 위해섭니다. 이 정도 공격이면… 아. 말할 필요도 없겠군요."


-쿠구궁….


몸이 떨릴 정도의 진동.
그는 잇몸이 만개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발 밑에 게이트를 생성해냈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무척 흉포하답니다…."


-누구야아아아!!!!


귀가 찢어질 정도의 괴성. 천장에서 흙먼지가 떨어질 정도였다. 카피 에고는 정수리를 때리는 돌조각에 눈을 찡그리곤 주변 마나 흐름을 확인했다. 눈을 크게 뜬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커다란 파동이 밀려오고 있었다.

-감히, 감히 우리를 건드려어어어?!?!  주제도 모르는 잡종 버러지가!!!!

케탈리아 늪지대의 여왕 아르타니아.
나태의 악마 아르타니아.
미식 악마 아르타니아.
그녀를 수식하는 이명은 많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럼. 잘 살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녀가 게으르지 않았다면.


'나태'라는 이명은 '분노'가 되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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