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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뒷골목 신드롬 (5) (37/193)



〈 37화 〉뒷골목 신드롬 (5)

광기. 누군가의 오랜 친구일 수도 있는 이 미쳐버린 기질은 대개 무의식 속에서 표출된다. 그러니까, 의식해서는 절대로 광인이  수 없다. 자신을 미친놈이라 칭하는 사람 중 진짜 미친놈은 단  명도 없듯이 말이다. 자신은 멀쩡하다 생각하나 주변인이 보기엔 비정상. 광기는 무의식을 동반하기에 광기다.

"…눈이요?"
"형님. 진짭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살인과 강간을 숱하게 해온 그들이었지만 눈을 지진다는 발상은 해본 적도 없는 종류였다. 불쌍하다거나 징그러워서 아니라, 꼴리게 따먹으려면 상판대기는 보존해야 한다는 지극히 수컷다운 생각이었다.

"이익…."


라힐은 자신을 미친놈처럼 바라보는 부하들의 시선에 무안하면서도 화가 났다. 시발 지들은 순결한  아나? 괜한 곳에서 화딱지가 붙은 라힐은 부하들의 대갈통을 후려치려다 말고 담뱃불을 내려 유진의 눈에 처박았다.


상품 가치가 내려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미 뱉은 말을 철회할 수도 없는 노릇.


-치이익…

"아아아아아악!!!!"


그냥 잿가루를 뿌린 것도 아니다. 한껏 숨을 들이마셔, 연초 끝이 가장 뜨거울 때의 단면을 각막에 대고 그대로 눌러버렸다. 그것도 양쪽 다. 나는 사람 몸에서 나왔다곤 생각할  없는 기괴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쉬다 못해 갈라진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각막이 녹고 시신경이 불타는 고통에 몸이 부서지라 난동을 부렸지만, 계속된 강간과 담뱃불로 인해 체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의미 없는 발버둥은 라힐을 기쁘게 만들 뿐이었다.

"어우…."
"……."


웃고 있는 자는 라힐 뿐이었다.
소리 내 웃지는 않았지만 올라간 입꼬리는 그의 기분이 고조됐음을 알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실실 웃으며 안구를 태우는 라힐의 모습에 기가 질려 마른 입술만 연신 핥아댔다.
강간살인과 인신매매를 숱하게 해온 그들이지만… 어디까지나 일.
가학심을 채우기 위해 눈을 지지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후우! 생각보다 재밌구만!"

두 눈을 성공적으로 지진 라힐은 즐거움에 소리치며 내 몸에서 떨어졌다.
그는 얼굴을 감싸고 절규하는 내 모습을 보며 자지를 세웠다.
그의 사디즘 성향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 아피…아, 안버여…."


인간은 외부정보의 70% 이상을 시각으로 습득한다고 누군가 말했던가. 시각을 상실한 나는 무지에 빠져버렸다. 각막 위로는 담뱃재가 눌러붙어 거뭇한 구름만이 비추어졌다. 방향을 어디로 잡은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자빠져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우으…."


가끔 방향을 잘 맞춰 라힐 패거리 쪽으로 다가갈 때도 있었는데 곧바로 자비 없는 발길질이 날아들어 왔다. 나는 잘못 가면 머리를 박고, 제대로 가도 발길질을 당하는 답이 없는 양자택일에 움직이기를 포기하고 웅크리기를 택했다. 사실 더 움직이고 싶었으나 발목이 부러졌는지 움직이질 않았다. 차는 맛이 기깔나서 좋았는데 아쉽네.

라힐은 내 꼴을 보곤 박장대소했다.

"푸하하!!!"


서커스장에 갇혀있는 원숭이를 구경하듯 즐거운 음색을 내며 크게 웃는다.

처음엔 라힐만 이 광경을 즐겼다. 부하들에겐 사디즘으로 범벅된 무대 위를 즐길만한 깡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자, 따라서 웃는 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비인간적인 폭력 행위에 적응해버린 것이다.

내 숨소리, 떨림… 모든 게 저들의 유희가 되었다.


"흐읏…."

육변기가 되어 질펀하게 강간당한 다음 재떨이 대용으로 사용되고… 이제는 재밌는 장난감이 되어 저들을 기쁘게 해준다. 눈이 타버린 탓에 경멸하는 시선을 느낄 수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았다. 최고였다. 나는 인격적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진 내 처지에 변태 같은 환희를 느꼈다.

"형님. 한 번만 따먹어봐도 됩니까?"

몰아치는 감정, 그리고 성욕. 저자를 휘감은 본능은 리비도였다.
사디즘을 성욕으로 승화시킨 남자는 커다란 자지를 껄떡이며 라힐에게 물었다.

라힐은 질색을 하면서도 흔쾌히 허락했다.

경박하게 혀를 내민 남자는 바지를 내리고 내게 다가왔다.


"흐흐."

폭력과 강간 속에서도 소녀의 몸은 빛을 냈다.
특히나   하나 없는 매끄러운 보지…
다시 성욕이 충전된 남자는 일 초라도 빨리  균열에 자신의 자지를 박고 싶었다.
담뱃재가 눌러붙은 눈이 조금 징그럽긴 하나… 눈을 가리거나 후배위로 따먹는다면 오케이다.


"뒤돌아.  뜨면 죽인다."
"우흐…."

혐오스러운 눈을 감아 가리고 개처럼 기어 움직인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나는 소리에 의존하며 바닥을 더듬었다.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면 발길질이 날아올 테니까. 일부러 방향을 틀릴까 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지만, 순간의 쾌락을 위해 미래의 쾌락까지 포기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나는 그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기로 했다.

"엉덩이 치켜들어."
"네, 네으헤…."


애써 대답하려 했지만 철판을 긁는 쇳소리만 나올 뿐. 땅에 얼굴을 처박고 엉덩이를 치켜든 모습은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와 같았다. 비록 정액과 애액, 눌러붙은 반점들로 엉망이 되었지만 탐스러운 엉덩이와 흰 피부는 건재했다. 한마디로 아직 사용할  있다는 뜻이었다.


남자들이 자지를 세우기에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푸욱!

"헤으윽…!"


이제는 아프기만 한 삽입.
그래서 더욱 좋았다.

"하윽, 흐윽…."
"그윽….  번을 써도 질리지가 않네."

 남자는 피스톤질 도중 엉덩이를 때리는 것을 좋아했다. 첫 번째 피스팅에 오른쪽 궁둥이.  번째 피스팅에 왼쪽 궁둥이. 끝을 모르고 울려 퍼지는 찰진 소리에 궁둥이는 완전히 새빨개졌고,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나오는 암퇘지 같은 비음은 남자의 피스톤질이 지겹지 않도록 만들어주었다.


"크윽. 싼다!"

꾸우우욱… 질근육이 수축하며 자지를 죄인다. 차오르는 비참함과 별개로 보지는  일관성 있게 자지를 조였다. 아랫도리를 미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속으로만 한탄한다. 솔직히 기분 좋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이게  번째 사정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던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애꿎은 돌조각만 쥐었다.

-부르륵!!

"헤, 헤윽…."


털썩. 자궁 가득히 정액을 받으며 쓰러진다. 교미에 모든 힘을 쏟아부은 토끼처럼 힘없이 늘어졌다. 보지도 지쳤는지 떠나가는 자지를 붙잡지 않았다. 아마 이 섹스를 기점으로 완전히 탈진해버린 것 같았다. 수많은 자지로 확장된 질구멍 밖으로 정액이 꿀렁꿀렁 흘러나온다. 나는 정액이 고인 웅덩이에 머리를 처박고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암전.

`어…라?`

정신은 깨어있지만 오감이 폐쇄된 상태.


나는 마법사들이 흔히 겪는다는 준각성 상태에 빠져버렸다.




* * *


유진이 탈진으로 쓰러지고 수컷들의 성욕도 사그라질 즈음, 남자들은 옷을 챙겨입고 바닥에 널브러진 적발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쌓일 대로 쌓인 성욕이 풀리자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거다. 수컷이란 존재가 다 그렇지만 일단 저지르고 생각한다.

"슬슬 끝내야 될 거 같은데요."
"팔아야 하는데, 그래도 원형은 유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힐은 배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알아서들 해라.  가볼 테니까."


뒤처리를 하는 건 늘 라힐이 아닌 그의 부하들이었다.

"씨발새끼…."

떨어지는 콩고물이 많아서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거지, 그거 아니였으면 진즉에 칼 놓고 죽여버렸을 거다.


"후우…."

쫄따구 트리오는 다시 한  소녀를 바라봤다. 안구는 녹아 본래의 눈동자 색을 잃어버렸고, 몸 이곳저곳엔 담뱃불로 지진 흔적들이 남았다. 비단 그것뿐만이랴. 발목을 포함한 신체 몇 군데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기괴하게 꺾여있었다. 이걸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인간 형태의 탈을 쓴 고깃덩어리. 그게 더 적절하겠다.

그놈의 연초….

남자는 피우던 연초를 씹어 끊어버리곤 저 멀리 내던졌다. 잿가루가 흩날리며 허공을 수놓는다. 그는 흩날리는 잿가루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연초를 피우면 폭력성을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곤죽이 되어버린 소녀의 몸. 그는 눈앞의 결과물을 보곤 약간의 후회를 했다.


"이렇게 망가트리면 제값 못 받는데…."


아예 팔아버리지 않고 묻어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기엔 카르텔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팔아치워야 한다. 주 타겟은 뒤져도   없는 마약 중독자나 부모 없는 고아 새끼들. 예를 들어 마약에 찌든 눈앞의 소녀라든지.

다만, 절대로 일반 시민들을 건들면  된다.
그랬다간 영주에게 소탕당하기 때문이다.


부랑자들을 납치해 대체 어디냐 쓰냐고? 그건 카르텔 고위간부도  모른다. 그냥 돈 준다니까 하는 거지. 사실 이렇게 인신매매를 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시체나 산 사람을 사들이는 미친년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거든. 뒷골목뿐만이 아니라 여러 루트에서 구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요구하는 바는 딱 하나였다.


인간.

시체는 깨끗할수록 값을 더 쳐준다.
살아있다면 플러스로 더 쳐주고.
마약에 찌들거나 더러운 시체도 사가는 걸 보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진 않았다.


"어디보자…."

남자는 소녀의 아작난 손목을 짚어 맥박을 확인했다.
느리지만 미약하게 뛰고는 있었다.
살아있다는 소리였다.

"그놈들이 올 때까지 살아있을진 모르겠네."


그래도 살려는 봐야겠지.
죽으면 어쩔  없고.
그리 생각한 남자들은 유진을 들쳐업고 `도축장`으로 향했다.

……

.


`도축장`은 납치한 상품들을 보존하는 곳이다. 바깥 공터를 장식한 쓰레기장에는 인간의 팔다리, 내장 따위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저 많은 살점은 따로 모아 갈아버려 가축 사료로 만든다고 한다. 아무래도 대놓고 처리하기엔 눈치가 보이기 때문일까.

남자들은 언제 봐도 적응 안 되는 공터를 지나, 도축장 내부로 진입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육점 고기처럼 늘어진 시체들이었다. 그것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다양했는데, 비통한 표정으로 죽은 몸통이 있는가 하면 활짝 웃으며 죽은 몸통도 있었다. 찡그린  거지새끼, 웃는 건 마약중독자. 비교적 구분하기 쉬웠다.


저들의 끝은 아마 쓰레기통일 거다.
이미 값을 치르고 팔려나간 놈들이기 때문이다.
저것들 대부분은 폐기 처분 예정인 시체들이다.


남자는 항상 이상한 가면을 쓰고 거래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게다가 시체를 통으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어떨 때는 심장만 가져갈 때도 있고, 팔다리 몇 짝만  떼고 갈 때도 있다. 통째로 가져가는 건 드물었다. 고기의 품질을 검사하듯 꼼꼼히 살펴본 다음 엄선한 부위들만 가져간다. 그렇다고 돈을 덜 주거나 하진 않았지만… 소름이 끼치는 건 어쩔  없었다.

"토할  같아."
"시발. 저런 것들을 사서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돈 주니까 해야지 뭐."

남자는 소녀를 차가운 철판 위에 올려놓고 한숨 돌렸다.


시간은 늦어 오후 4시 정도.
공교롭게도 오늘은 그들이 도착하는 날이었다.
그들은 항상 오후 6시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남았다.

남자  한 명이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 그놈들 만나기 싫은데. 꼭 기다려야 돼?"
"먼저 가든가. 난 돈  꿍치고 갈련다."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그들은 따로 응대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와 성실하게 돈을 낸다.
돈을 받는 자가 누군지는 신경 쓰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가는 조직원이 있으면 그에게 대금을 치른다.
남자는 그걸 노렸다.


"씨발. 난 갈래."
"그래라. 넌?"
"…모르겠다 시벌. 나도 걍 갈련다."
"겁쟁이 새끼들."

겁을 먹은 남자들이 하나  이탈한다.
혼자 남은 남자는 연초를 피우곤 소녀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축냈다.
도축장 내부에 질 떨어지는 연기 냄새가 퍼진다.


`시발… 나도 돈 좀 만져보자.`

...그러나.
그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 남자들이 겁을 먹었는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새끼가 왜 아무도 없는지.
지극히 단순한 의문이었으나 연초 기운에 굳어버린 뇌는 굴러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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