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뒷골목 신드롬 (4)
로건이 떠나간 자리엔 새로운 자들이 자리를 꿰찼다. 라힐이라 불린 남자와 그의 쫄다구로 생각되는 남자 셋. 그들은 경박한 웃음을 지으며 눈물콧물 범벅인 내게 다가왔다. 심장이 요동친다. 완전히 으스러진 왼손은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탓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나는, 대신 손목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남자들은 짐승처럼 기어가는 내 모습에 연신 환호를 보냈다.
몇 놈은 바지를 내리고 수음을 하기도 했다.
"정액 뚝뚝 흘리면서 기어가는 꼴 좀 보십쇼 형님."
"로건 그 새끼는 이 좋은 걸 말도 안 하고 혼자 즐겼다 그거지?"
그들은 여타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 음란한 육체에 자지를 세우며 발정하기 시작했다. 로건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은 그와 다르게 `온전함`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박을 수 있는 보지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소리다. 놀랍게도 로건은 카르텔 조직원 중에서 상냥한 편에 속했다. 치사량에 가까운 마약을 놓고 질펀하게 강간한 게 어디가 상냥하냐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만.
……이게 싫다는 건 아니고.
-퍼억!
"까흐윽…!"
가시 달린 장화로 옆구리를 차인 나는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겨우 기어가던 힘마저 쭉 빠져버려, 일어날 엄두도 못 내고 신음한다.
라힐은 입술을 크게 핥았다.
"자지가 막 설 거 같군."
로건보다 두세 배, 아니 열 배는 더 강한 욕망이 서린 시선.
피가 줄줄 흐르는 옆구리와 손목은 더 큰 폭력을 암시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조수를 뿜으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하으으…."
꽈악. 궁둥이를 붙잡고 골반을 들이대는 남자의 자지는, 컸다. 눈앞에서 수음을 하는 남자의 자지도, 보짓구멍에 귀두를 맞추는 남자의 자지도 전부 무지막지하게 컸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째서 죄 자지가 팔뚝만 한 것인가. 이게 이세계 평균인 것인가.
물론 작은 것보단 낫다만…
이런 생각을 하니 미약하게 남아있던 남성 자아가 좆까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미안해. 이런 거에 흥분하는 변태새끼라서.
"크으. 쫙 달라붙는데?"
정액이 윤활유 되어 거리낌 없이 들어온다. 겨우 다물어지나 했던 보짓구멍은 다시 억지로 넓혀졌다. 마약과 섹스로 걸레짝이 되어버린 몸은 미약하게 떨기만 할 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좆쩌네 시발."
라힐은 휘파람을 불며 식은땀을 흘렸다. 허리를 치대면 쫄깃한 보짓살이 들러붙어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엄청난 흡입력에 당장에라도 싸고 싶었지만, 부하들 앞에서 조루 취급을 받긴 싫어 내색하진 않았다. 그는 피스톤질을 할 때마다 자신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라힐은 생각했다. 이거, 생각보다 물건이라고. 한 번 즐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물건이라고.
머리칼과 등허리 따위에 자지를 비비며 딸딸이를 치던 남자 몇이 라힐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형님. 앞구멍 좀 써도 되겠습니까?"
"어어, 어? 아. 그래라."
그러나 라힐은 부하의 말을 들을 겨를이 없었다.
집중을 끊으면 바로 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크흐 감사합니다 형님!"
허락 아닌 허락을 받은 부하는 머리칼에 비비던 자지를 떼곤 곧바로 내 입에 처박았다. 포동포동한 혀와 보드라운 입천장이 남자의 자지를 휘감으며 빨아들였다. 뒷구멍과 앞구멍이 동시에 범해지는 추잡하고 저속한 행위에 아랫배가 찡하고 울린다. 남자 둘 사이에서 꼬챙이처럼 매달려 범해지는 기분이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배덕감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켰다.
"크윽!"
목 깊숙이 들어와 숨구멍을 막으면 고통에 질근육이 수축한다. 자지를 처박고 있던 라힐은 급격히 조여오는 보지에 이를 악물며 사정을 참았다.
그때였다.
"허으윽!"
목구멍에 자지를 처박던 남자가 참지 못하고 싸버린 것이다. 으븝… 으브읍… 꿀렁꿀렁 넘어오는 정액은 미끈거리고, 끈적해서 넘어가는 데 한참이 걸렸다. 나는 끈덕지게 달라붙은 정액에 숨을 쉬지 못해, 온몸을 떨며 경련했다. 퀭해진 눈에선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시발…!"
그와 동시에 뒷구멍서 느껴지는 불길한 감각.
사정의 전조였다.
-부르릇!!
라힐은 유진의 궁둥짝을 찢어질 정도로 세게 쥐며 정액을 뿜어냈다. 이제 한계였다. 가뜩이나 참기 힘든데 여기서 더 조인다니? 그는 조루가 아니었지만 이런 보지에 박는다면 누구나 금세 싸버리고 말 거다. 라힐의 정액은 로건의 정액과 섞여 유진의 자궁을 침범했다. 만약 임신하게 된다면, 누가 아빠인지도 모르겠지. 여기선 유전자 검사도 못 하니까….
"후우…."
입술을 쭉 빼며 자지를 꺼낸 라힐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연초를 꺼내 들었다. 칙! 작은 마찰로 불이 붙고 쑥 타는 냄새가 퍼진다. 그는 연기를 쭉 들이마시고, 내쉬며 말했다.
"보지 쓰고 싶은 새끼 있으면 알아서 해라. 난 좀 쉬련다."
…뒷골목의 수컷들은 여자를 단체로 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만성적인 여자 부족, 그에 따른 집단강간. 오랫동안 다른 수컷과 함께 한 구멍을 돌려먹은 그들에게 타인의 정액이란 그다지 불쾌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오히려 흥분을 하면 했지. 그러니까, 보지와 입, 머리칼 전부 정액으로 절여진 내 모습은 저들의 흥분만 돋굴 뿐이었다.
쫄따구들은 라힐의 휴식 선언에 활짝 웃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키히… 뒷구멍은 내가 써도 되지?"
"씨팔… 입보지로 빨아들이는 게 완전 서큐버슨데?"
"서큐버스 만난 적은 있고?"
"아니."
"병신."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며 각자의 구멍을 찾은 그들은, 나를 구석으로 끌고 가 다시 범하기 시작했다.
"으급… 으흡…."
찌걱찌걱…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추잡한 소리만이 울린다. 커다란 쾌락과 고통에 귀는 먹먹해졌고 시야는 흐려졌다. 목구멍을 찌르는 남성기의 존재 때문에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그저 구멍을 들락날락하는 커다란 막대기의 존재만을 느낄 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싼다…!"
질벽을 타고 들어오는 세 번째 정액.
"하그읏…."
사정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자지가 보지를 차지하려 든다. 마치 경쟁을 하듯, 자신의 씨를 가장 많이 싸넣으려 한다. 그 원초적 본능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나를 범했다. 구멍이란 구멍은 다 범해지며 장난감처럼 다뤄진 나는 시체처럼 축 늘어져, 조그마한 신음도 못 내고 피폐해진 눈으로 제 구멍을 들락나락 거리는 물건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계속되는 사정에 자궁과 배가 부풀어 오를 정도였다.
"아헤… 흐…."
질내사정 6번, 구강사정 4번, 장내사정 2번, 체외사정 4번.
가늘고 기다란 몸에 대비되는 정액으로 부풀어 오른 배….
임신한 지 얼마 안 된 암컷처럼 마른 몸에 배만 툭 하고 튀어나왔다.
라힐과 부하들은 이 배덕적인 모습에 또 자지를 세웠다.
"하아 시발… 얘 더 붙들고 있으면 부랄이 남아나질 않겠는데."
"후우우…."
하지만 더 사정하기엔 정력이 딸렸는지 내 주변에 빙 둘러앉아 연초를 피우기 시작했다. 케케묵은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코를 찌른다. 실신 직전이었던 몸은 연초 연기까지 더해져 더욱 나른해졌다.
나는 이 모든 감각이 마냥 좋기만 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추한 줄도 모르고 입꼬리를 올린다. 약 기운은 떨어진 지 오래였지만, 상관없었다. 그보다 더 큰 감정의 격류에 취했으니까.
"형님. 재떨이 있습니까."
그러던 중, 부하중 한 명이 연초를 피우다 말고 투덜거렸다.
흩날리는 잿가루가 불만이었나 보다.
"걍 닥치고 바닥에 털…."
바닥에 털어. 그 말을 하다말고 시선을 내린 라힐은 좋은 생각이 난 듯 입술을 핥짝였다. 이 생각이 과연 유진에게도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썩 마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야."
"예?"
"밑에 있잖아. 재떨이."
"대체 어디에…"
빠악!
말귀를 못 알아듣고 딴말을 해대는 부하의 뒷통수를 한 대 갈겼다.
"병신아. 넌 눈치가 그렇게 없냐?"
"…."
부하로서는 참으로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뒷골목 특유의 제스쳐를 못 알아본 그의 잘못도 있었다. 욕망에 솔직한 이들이 다 그렇듯 안에 쌓인 욕구들은 몸 밖으로 표출되기 마련. 입술을 핥짝인다거나, 휘파람을 분다거나. 특히나 뒷골목에서 이런 새끼들이 있으면 백이면 백 뒤가 구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했다.
부하는 라힐의 말을 곱씹으며 시선을 따라갔다.
밑에 재떨이가 있다고…?
밑에는 조금 전 따먹은 계집애밖에 없…
"아."
"아는 무슨 씨발."
부하는 그제야 라힐의 말뜻을 깨달았다. 잔혹한 처사라 생각되진 않았다. 어찌됐든 그도 뒷골목 일원이었으니. 오히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흐."
-치이이익!!
"까흐윽…?!"
삐거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시체처럼 숨을 내쉬고 있자니 등허리에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몸이 고되도 신경까지 죽은 건 아니었기에, 나는 살을 지지는 고통에 발작을 하며 튀어 올랐다. 뜨거웠다. 비록 연초잎을 둘둘 말아 소지만도 못한 좁은 범위였지만, 화상의 고통은 정신을 각성시키기에 충분하다 못해 과했다.
"크... 반응 죽이는데."
한 명이 스타트를 끊자 너도나도 재밌다는 듯 몸에 담뱃불을 지지기 시작했다. 등허리에서 시작한 불은 점점 올라가 목덜미를 지졌고, 이마를 지졌다. 재미삼아 머리칼 끝 부분을 태우는 놈도 있었다. 머리가 흉한 여자를 따먹긴 싫다는 걸까, 그래도 머리칼 전부를 태우진 않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땐 이미 흉측해진 뒤. 열기에 눌러붙은 살덩이들은 붉고 검어 겉으로 보기에 매우 징그러웠다. 그런 검은 반점이 몸 이곳저곳에 나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이것에 재미라도 들렸는지, 연초를 다 태우면 새로운 연초를 피우면서까지 내 몸을 지져댔다.
피우는 연초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광기도 끝을 모르고 치솟았고, 스스로의 광기에 취한 나머지 도를 넘는 짓거리를 할 때도 있었다. 그들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아무튼.
"혀 내밀어."
"흐에…?"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의도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다. 느와르, 폭력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행동이 아니던가. 내가 입을 다물고 있다고 안 할 새끼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혹시 몰라 물기 젖은 눈으로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하하… 진짜 보면 볼수록 귀엽네."
역시는 역시였다. 그들은 내 눈물방울을 허락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허락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턱을 붙잡은 남자는 입을 강제로 열고 혀를 내뺐다.
"으브에…."
짧고 포동포동한 혀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잡혀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고.
-치이익!!
그대로 지져버렸다.
"아그으윽…!!!"
쪼르륵…. 최대한 참으려 했지만, 더는 무리였다. 노란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땅바닥을 적셨다. 고통에 풀려버린 방광은 더러운 물을 흘려댔다.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물줄기는 혀에 담뱃불을 지지던 남자의 신을 살짝 적셨고, 그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엄청나게 묻어버린 뒤였다.
남자는 기분이 잡쳤는지 담뱃불을 지지다 말고 나를 내동댕이쳤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른 채, 당한 것만 기억한다. 그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에 오줌이 묻었다는 사실에 땅이 꺼지라 분노했다.
"이 씨발련이…."
-퍼억!
"으베엡…."
부풀어 오른 배를 힘껏 짓밟은 남자는 발길질을 몇 차례 더 날렸다. 갈비뼈가 박살이 나고 팔다리가 부러진다. 짓밟은 발의 압력에 정액과 소변이 역류해, 보짓구멍을 통해 쏟아져나왔다. 남자의 폭력은 내가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갔을 때 멈춰졌다. 그마저도 본인의 의지로 멈춘 게 아니었다.
"그쯤 해 시발. 팔 때는 살려서 팔아야 하니까."
"후우…."
라힐을 남자의 폭력을 멈추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지랄하지 말고 불이나 더 지지자고."
"근데 더 지질 데가 있나? 지진 데 또 지지기엔 영 재미가 없는데."
"음핵에다 지지는 건 어때?"
"좆까. 아직 덜 박았어."
라힐은 부하들의 얘기를 듣다 또 `좋은 생각`이 났는지 또 한 번 입술을 핥짝였다.
이제는 눈치를 챈 부하들이었기에, 그들은 라힐이 할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음… 그게 좋겠네. 그게 있었어."
그 모습을 보자 아랫배가 움찔거렸다. 지금까지 당한 것도 매우 좋았으나, 이보다 더한 걸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해버린 것이다. 이번엔 어디지? 팔? 다리? 자르는 것도 좋고, 꺾는 것도 좋았다. 그냥 산 채로 불살라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힐은 새로운 연초에 불을 지피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은 데가 둘 남았잖아."
그런데 라힐의 말은 정말 예상밖의 것이었다.
"눈에 지지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