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악마와 검은 소와 마법사 (2)
피학자위의 장점 아닌 장점이라 하면, 흘러나온 애액이 피와 흙먼지에 섞여 보이지 않는다는 정도일까. 솔직히 그것 말고는 모르겠다. 때로는 더한 게 흐르기도 하니까. 내장이라든지, 토사물이라든지. 나 말고 이런 식으로 흥분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분명 있을 거다.
이렇게 몸을 파괴하면서까지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좀 더 건전하고 보람찬 일들이 있을 거다. 이제 와서 그런 걸 찾기엔 너무 늦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치만, 한 번 중독되니 벗어나질 못하겠단 말이야.
자해하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꼴이라니. 변태도 이런 변태가 따로 없다.
목이 죄이고 팔다리까지 잘려봤다. 촉수들에게 장난감처럼 다뤄지기도 했고, 인간성을 부정당한 채 무참히 유린당하기도 했다. 까놓고 말해서 이것보다 더한 일을 겪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늘 새로웠다.
질리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삼 일을 못 넘기고 의욕과 흥미를 잃어버리는 작심삼일의 내게 있어 고통이란, 목마른 자의 우물과 같았다. 그것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우물.
그런 의미에서 미노타우로스는, 이런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완벽'하다고밖에 말 못 하겠다.
-콰아앙!!
"케으흑!!"
야구 선수가 공을 던지듯 나를 날려버린 미노타는 아랫도리에 있는 물건을 한껏 부풀리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벽에 부딪혀 한 번 튕기고, 꼴사납게 앞으로 쓰러져 땅바닥과 키스했다. 서리 동굴의 차가운 돌가루가 입으로 마구 들어간다. 건조한 혓바닥에 달라붙은 돌가루들은 무척이나 썼다.
뜨거운 숨이 폐 속으로부터 빠져나온다. 나는 허벅지를 이리저리 비비며 미노타를 올려다보았다.
"하, 하윽…?"
몽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시간 째였다.
옷은 전부 찢어졌다. 때리고, 짓밟고, 끌고 다니기를 반복하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했다. 자연스레 나는 알몸이 되었고, 나체의 상태로 지하 감옥 이곳저곳을 끌려다녔다.
그 탓에 피부가 찢기고 멍 자국이 생겼지만 아쉽게도 큰 피해는 없었다. 전신에 두른 얇은 마나 베리어가 치명상은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베리어고 뭐고 그냥 말 그대로 산채로 찢기고 싶었지만, 미노타가 안심하고 행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미노타의 폭력성을 끌어내는 이유는 단순히 '어디까지' 가능한지 궁금해서이다.
미노타는 내가 멀쩡한 모습을 보이자 강도를 점점 높혀갔다. 짓밟고, 던져버려도 생채기만 나자 이상한 자존심 같은 게 발생한 듯 했다. 아무리 죽지 않게 힘 조절을 하고 있다 해도, 눈앞의 가녀린 소녀를 때려눕히지 못한다니?
―인간!!!!
점점 더 과격하게.
검은 소의 눈이 붉게 빛난다. 전력으로 가겠다는 신호였다. 마나 베리어는 만능이 아니었기에 한 번 굽힐 수밖에 없었다.
"아, 으…"
진짜 죽을 것 같기도 했고.
"재, 재송… 합니, 다."
한계였다.
죽지 않기 위해서면 뭐라도 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 사려주, 새요…."
개처럼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흥분되었다.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바닥에 이마를 댄다. 그리고 엎드린다. 육체의 굴복이었고, 정신의 굴복이었다. 흙먼지에도 가려지지 않는 새하얀 나신은 오물투성이인 땅바닥과 대비되어 미노타의 정복감을 상승시켰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퍼져 나가는 패배감과 굴욕. 그리고 결국에는 굴종해야 한다는 비참함. 이 상황 하나에 담긴 감정의 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내려다보는 시선.
고민하는 듯한 눈초리.
짜릿했다.
쾌락에 뇌가 녹아버릴 것 같았다.
―그오오오오!!!!
굴이 진동할 정도의 괴성.
먹먹한 귀를 진정시키고 고개를 들어 미노타를 바라본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부술까. 팔다리를 꺾어도 좋았고, 구토할 때까지 배를 가격해도 좋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산 채로 사지를 뜯어내도 좋았다.
'어… 음. 어, 어?'
다만 내가 한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인간!! 암컷!!!!
몬스터의 성욕.
'미, 미친.'
몇 시간을 처맞기만 하다 보니 잊고 있었던 거다. 저 새끼는 수컷이었고, 지금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암컷이었다.
"히끅."
-툭.
이마 위에 올려진 묵직한 성기, 아니 몽둥이는 미노타의 체구에 걸맞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삼십 센티는 가볍게 넘겼고, 무엇보다 둘레가 말이 안 되었다.
저런 걸 넣었다간 찢어진다.
나는 파들파들 떨며 눈앞의 몽둥이를 바라보았다. 냄새는 고약했다. 당장에라도 구역질을 할 정도로.
'시발….'
결국, 또 범해지는 건가.
확실히 내 몸은 어그로가 심했다.
특히 남자들한테.
땅달막한 키와 어려 보이는 외형은 생각조차 안 나게 하는 완벽한 비율, 비단같이 부드러운 붉은 트윈테일, 쓸데없이 가학심을 부추기는 살짝 우울한 표정까지.
―너!! 버텨라!!! 안 그럼!! 나한테 죽는다!!!!
미노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계까지 발기된 귀두 끝에서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가 뚝 하고 떨어졌다. 쿠퍼액이었다. 쿠퍼액은 얼굴에 떨어져 뺨을 타고 내려갔다. 안색이 창백해진다. 토할 거 같았다.
-꽈악!
미노타는 내 다리를 벌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했다. 털 하나 없이 반들거리는 음부는 음핵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굳게 닫혀 있었다. 여러 차례 사용된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일자의 보지. 재구축의 결과였다.
―범한다!!!
멍청한 소대가리가 전희前戱를 알 리 없었다. 단순히 구멍만 보이면 박아버리는 짐승 같은, 아니 짐승 맞구나. 하아. 하여튼 그냥 욱여넣기밖에 모르는 놈이었다.
그런데 정말 부끄럽게도, 내 아랫도리는 이미 젖어있었다. 저 커다란 게 뱃속에 들어올 때의 고통을 상상하자 흥분해버린 것이다. 숨이 턱 막히는 이물감, 음부가 찢어지는 고통, 내장까지 짓누르는 삽입. 분명 미치도록 고통스럽겠지.
-꾸우욱!!
"흐극, 끅. 끄으윽!!!"
거대한 몽둥이가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당연히 전부 들어가진 못했다. 아니,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좀 그랬다. 귀두가 질구에 걸쳤을 뿐인 상태를 '삽입'이라고 부르기에도 뭐 하지 않은가.
―그오오!!
상식이 있다면 행위를 멈췄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마물.
그것도 소대가리.
-꾸득, 꾸드득!!!
"아, 아아윽!!! 끄으윽!!!"
무식하게 밀어 넣는다. 수줍게 닫혀 관능적인 매력을 자아냈던 음부는 어디 가고 흉하게 벌어진 구멍만이 남았다. 꾸득, 꾸드득… 살이 찢어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굴 안에 퍼진다. 지금 미노타가 하는 '삽입'은 성적인 의미보다 물리적인 의미가 강했다.
다만 완전히 찢어져 피를 쏟아내거나 하진 않았다. 몸에 두른 마나 베리어가 찢어지려는 살을 도로 당겨 제 형체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찢어진다' 라고 하기보단 '늘어난다'에 가까웠다.
지금 흐르는 피는 처녀의 눈물.
결국 절반을 삽입하는 데 성공한 미노타는 기괴하게 부푼 내 배를 보며 만족스러운 콧김을 뿜었다. 미노타의 모양대로 늘어나 성기 형상을 선명하게 드리운 뱃거죽은 아름다운 소녀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끄으읏, 끄윽. 끅…!"
내장까지 짓뭉개지는 감각에 손가락, 발가락 할 거 없이 뒤틀린다. 커다랗게 부푼 배와 기괴하게 떨리는 손발은 언뜻 보면 그로테스크하게도 보였다.
"아으…."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미노타의 거근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번식의 기본적인 요건은 전부 갖추었다. 미노타가 멈출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꾸오오오!!!!
"에, 으?"
그리고 또 하나 간과한 게 있다면, 미노타우로스가 아무리 몬스터라 해도, 결국은 소라는 것.
소의 교미 시간은 짧다. 사실, 이건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에게 해당하는 말이지만, 소는 그중에서도 극히 짧았다. 조루라고 놀림받는 토끼보다도 더.
성공적으로 삽입을 마친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자명했다.
-부르륵! 부르르륵!!!
"히이으으극?!?!"
교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법한 괴성怪聲이 목구멍에서 빠져나온다. 동시에 부륵, 부르륵, 하고 뱃속에 무언가가 세차게 들어왔다. 약간은 끈덕지고, 굉장히 뜨거운 기분 나쁜 액체가 자궁구를 두드리며 뿜어져 나왔다. 미노타의 덩치만큼 사정량도 어마무시했다.
이렇게까지 싸면 역으로 나올 법도 한데, 단 한 방울도 역류하지 않았다. 형체를 유지하려 살을 끌어당기는 마나 베리어의 인력引力 덕분이었다.
-부륵, 부르륵……
첫번째 팽창이 미노타의 양물로 모양만 드러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진정한 의미의 팽창이었다. 수도꼭지를 틀 듯 계속해서 나오는 정액은 자궁을 가득 채우다 못해 공간을 넓히기까지 했다. 임신시키겠다는 의지만이 가득한 난폭한 사정.
섹스라고 하기엔 서로의 교감이 부족했다.
교미라고 하기엔 서로의 지성이 충분했다.
그렇다면 넣고, 싸는 것뿐인, 이종간의 임신 여부도 확실치 않은 이 행위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후우우욱!!!
만족스럽게 사정을 마친 미노타는 거근을 빼내곤 미처 싸지 못한 정액을 내 몸 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건 자위였다.
상호간 쾌락을 위한 섹스도, 번식을 위한 교미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미노타 본인의 쾌락을 위한 자위.
-꾸룩… 꾸르륵…
"헤윽…."
인간의 정액보다 수십 배는 끈적한 미노타의 정액은, 거근이 빠져나오고 구멍이 열렸음에도 자궁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마저 새어나오는 정액도 자리가 없어 억지로 나오는 모양새였다.
덕분에 부푼 배는 그대로였다.
차가운 돌 바닥 위에서, 임산부처럼 배를 부풀리고 초점 없는 눈으로 쓰러진다. 행위가 끝나자 찾아오는 기묘한 감각. 나는 칠칠치 못하게 소변까지 흘리며 전신을 감싸는 탈력감을 받아들였다.
-쪼르륵…
후우욱. 미노타우로스는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쓰러져있는 내게 다가왔다.
―인간!!!
"아으으……."
나는 겨우겨우 구석에 등을 기대곤, 부푼 배를 끌어안았다. 모양새가 태어날 아이를 기대하며 배를 쓰다듬는 꼴이라 배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태아 대신 미노타의 정액이 들어가 있었고, 올라간 입꼬리는 미래의 아이를 향한 기대가 아닌, 앞으로의 고통의 기대였다.
미노타는 부푼 배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더니, 내게 다가왔다.
그러곤 발을 크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더!!! 한다!!!!
나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렇게 사정했으면서, 또 한다고?
지금의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가 있다면, 그것은 미노타우로스가 사십 년간 성욕을 풀지 못했다는 것.
-꾸우우욱!!!
미노타우로스는 부푼 배를 거칠게 짓밟았다. 갑작스레 배에 가해진 압력은, 자궁을 넓히면서까지 잔류한 정액들을 대차게 밀어냈다. 자연스레 부푼 배는 원래의 자그마한 상태로 돌아가 배꼽을 수줍게 드러냈다.
나는 배를 짓누르는 압력에 구역질을 하며 발버둥쳤다.
"으굽, 으후읍! 꾸으으읍!!!"
끈덕진 정액들이 폭포수처럼 밖으로 쏟아진다. 가랑이 밑에선 미노타의 정액이 호수를 이뤘다. 정액투성이인 내 몸과 퍽이나 어울렸다.
"으구웁…."
미노타는 나를 집어 들고선 몸을 그대로 뒤집었고, 정액 웅덩이에 얼굴을 처박게끔 하였다. 후배위였다. 그러곤 내 항문에 손가락을 꽂고 엉덩이를 억지로 들어 올렸다. 그 덕에 내 의지와 상관없게 삽입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는 정액 웅덩이에 코를 처박고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
―으음…
그렇게 두번째 삽입이 시작되기 직전의 찰나, 구석에 처박혀 자고 있던 여기사의 몸이 움찔, 하고 떨렸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리기엔 직전의 상황이 너무나 격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