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지하수로에서 (2)
내가 이 빌어먹을 세계에 떨어지고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몬스터 사냥도 해보고, 곤란에 빠진 초보 파티를 구해준 적도 있고, 정체를 숨기고 실력 있는 마법사로 활약한 적도 있었다. 소용은 없었지만 심지어 마약도 해봤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내게 두근거림을 선사해주지 못했다. 순간의 만족은 있을지언정 금세 흥미가 식어버려 다시는 시도하지 않았다. 반면 살고 싶다는 열망은 다른 무엇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자극을 가져다주었다. 마약보다 몇 배는 강한 중독성. 나는 그 자극을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고통을 자처한다.
그런데,
어째서―.
"케이프는 방해되니 벗기겠다. 뭐… 내 말이 들릴진 모르겠다만."
―이렇게 긴장되는 걸까.
이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긴장이라곤 해본 적 없는 내가, 긴장을 한다고?
후드남은 충격으로 찢어진 가터벨트를 손쉽게 분리해 던져버리고 프릴치마를 조심스럽게 벗겨 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후드남이 내 몸을 어루만질 때마다 움찔, 하고 떨렸다.
'기분… 나빠….'
머릿속과 다르게 내뱉는 숨은 얕은 열기를 띄었다. 그리고 마침내, 속옷까지 벗겨져 가녀린 하반신이 그 치부를 모두 드러내었을 때.
"이건…."
지하수로를 관통하는 차디찬 바람이 굳게 닫힌 꽃봉오리를 스쳤다. 치부에 서린 물기와 지하수로의 찬 바람이 만나자 형용할 수 없는 자극이 찾아왔다. 나는 짐승같이 허리를 비틀며 자지러졌다.
"헤으, 윽!"
남자는 털 하나 없이 깨끗한 가랑이 사이를 쓰윽 훑더니 어이가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또 한 번 자지러질 수밖에 없었다.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고통과는 다른 새로운 자극이었다.
"이거야 원. ."
'젖었, 다고? 내가?'
이, 이건. 고통 때문에 그런 거야.
내가 마조히스트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아무 남자한테나 흥분하는 사람은 아니다.
아니 시이발 그보다!
애초에 난 남자다.
남자한테 흥분하는 게 말이 되냐고.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는 도중, 후드남은 슬슬 참기 힘들었는지 벨트를 풀어 재끼고 바지를 거칠게 내렸다.
"에으, 아?"
이세계에 떨어져 여자가 되고 자위조차 해본 적 없는, 내 몸에 무지한 나였지만 지금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다.
"못 참겠군."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저 우락부락한 손아귀에 붙잡혀 성처리 도구처럼 쓰이는 모습을 상상한 순간 나는 '공포'를 느꼈다. 단신으로 트롤 수천 마리 앞에 서도 느끼지 못한 공포를 저 약해빠진 남자 앞에서 느끼고 있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공포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공포.
이 사실을 깨닫자 다리 사이는 무척이나 빠르게 젖어갔다.
'왜… 젖는 거야….'
아랫배가 욱신거린다. 이 변태 같은 몸뚱어리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흉악한 남성기를 꺼내 들고 다가오는 후드남을 저지하진 못했다.
아니, 저지하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무척이나 흥분됐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뭘 해도 흥미를 못 느끼는 내게 쾌락을 선사해주는 고통과 굴욕은마약과도 같았다.
찌르고, 때리고, 목을 조르고, 꺾고, 잘라도 좋다. 그러니 부디 날 산산조각 내주었으면 한다. 내가 울며 빌며 애원할 때까지 멈추지 않아 주었으면 한다. 너의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내라. 추악하고 저열한 감정을 내게 내뿜어라.
이게, 내 본심일지도 모르겠다.
"………?"
그 순간, 아랫배에 닿는 소름 끼치는 감각.
"……!!"
나는 곧바로 시선을 내려 아랫배에 닿은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뱃거죽과 대비되는 압도적인 크기의 막대기.
"히윽."
나는 머릿속에 있는 잡생각들을 모두 지우고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내 팔뚝만 한 것이 아랫배를짓누르고 있었다.
저게, 내 몸으로 들어온다고?
남자였던 시절이 있는 만큼 저게 결코 정상적인 크기라는 게 아니란 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인터넷에 가끔 올라오던 흑인들의 것보다 커다랬다.
대물.
그 이상.
"내가 좀 크지?"
나는 고통도, 쾌락도 잊고 다급히 왼팔을 들어 마법을 준비했다. 이, 이건 아니야. 지금이라도―
"흐읍!!"
-찌걱!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랫배를 가득 채우는 묵직한 감각. 단순히 삽입만 한 것뿐인데 배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나는 두 눈을 까뒤집고 몸을 떨었다.
"꺼, 꺼으, 윽."
동시에 마법을 쓰려고 들어 올린 왼팔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헛숨을 내쉬면서 후드남을 바라보았다.
"피를 보니 처녀인 거 같은데… 으윽, 참기힘들군."
가슴 속 깊이 피어오르는 절망감.
"그래! 그 표정이 보고 싶었어! 하하!"
테크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후드남의 난폭한 허리놀림에 고장 난 기계처럼 신음을 흘리자 후드남의 양물은 만족스럽다는 듯 크기를 부풀렸다.
"하으, 으읏, 헤윽."
쿵! 쿵! 침을 질질 흘리며 자궁을 짓누르는 후드남의 거근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보이지 않는 두꺼운 무언가가 빠르게 왕복하며 내 몸을 꿰뚫는다. 상대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욕망뿐인 몸놀림은 나를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쾌락은 없고 고통만이 있다.
마치 장난감.
그래, 오나홀이었다. 남성의 성욕 처리만을 위한 도구.
허리를 빼면 툭 튀어나온 배가 제 모양을 되찾고, 다시 넣으면 모양에 맞춰 튀어나온다. 좁은 질구는 한계를 넘어 후드남의 거근에 맞춰 넓혀지고 있었다.
후드남은 내가 자지에 박혀 신음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목을 슬며시 움켜쥐었다.
-꽈아악!
"…케흑! 케흐윽!"
다시 숨구멍이 막혔다. 남은 왼팔로 땅을 연신 두드렸지만 후드남은 기쁜 듯한 얼굴을 짓더니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편이 더 조이는군."
죽기 직전까지 몰리면 살짝 힘을 풀어 숨구멍을 튼다. 후드남은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나는 숨구멍이 트일 때마다 필사적으로 숨을 내쉬었다. 그럴때마다 질구멍은 조이고 플리기를 반복했다. 후드남은 가학적인 미소를 짓더니 흐르는 눈물을 핥아 먹었다.
성적인 쾌락은 제로에 가까웠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 난폭하기만 한 행위에서 쾌락을 느끼는 여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기분이 좋다는 건, 내 정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증거겠지.
"헤윽, 케흐읏…."
체위를 바꾼다.
대면좌위.
후드남 다리 위에 내가 올라탄 자세였다.
후드남은 목을 쥔 채로 팔을 높게 들어 그 거근을 빼내었다.
하지만 내 체구가 원체 작은 것도 있고, 후드남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는지라 반밖에 빼내지 못했다. 분홍빛 속살이 고기 막대기를따라 삐져나온다.
나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보다 강해진 목구멍의 압박. 나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황홀했다.
이 모든 필사적임이 내게 쾌락으로 다가왔다.
"사, 사려…저…"
그렇게 의식이 날아가려는 순간―
쿵!
갑작스레 풀린 후드남의 손.
"헤으윽!!"
엉덩이는 중력에 이끌려 다시 아래로 향했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거근이 다시 질내를 휘저었다.
자궁을 꿰뚫을 기세로 처박힌 후드남의 거근은 내가 숨을 겨우 고르기 시작할 때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을 돌릴 여유조차 주지 않는 계속되는 충격.
"칠칠치 못하게 오줌이나 지리고… 쯧."
한계까지 수축하였던 근육이 풀리자 쪼르륵하고 나온 노란물물줄기는 후드남의 다리를 더럽혔다.
"후우… 나도 쌀 테니 제대로 받아라."
가뜩이나 커다란 페니스가 부풀어 오름을 느꼈다. 나는 최후의 저항으로 허리를 비틀었지만 후드남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목을 죄어 몸을 고정했다.
"으윽!"
-부르릇!
가장 깊은 곳에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흔적이 새겨진다.
자궁 안에 직접 때려 박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강렬한 사정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배가 약간 부풀어 오른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미처 들어가지 못한 정액이 역류하여 밖으로 흘러나올 때가돼서야 사정을 멈추고 거대한 물건을 빼내었다.
"하으… 헤윽…"
힘없이 쓰러진 바닥엔 피와 정액, 그리고 지려버린 노란 액체만이 남았다.
후드남은 몸에 묻은 얼룩들을 대충 닦아내곤 옷을 챙겨입은 뒤, 털보를 깨우러 천막으로 향했다.
"이봐. 끝났다."
"크흐, 뭐? 뭐가 끝나?"
"볼 일 다 보면 깨우라고 하지 않았나."
"아 그래 씨발."
털보는 내 곁을 지나가면서 퉤, 하고 침을 뱉었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남은 팔로 힘겹게 일어서려 하는 나의 배를 걷어찬 건 덤이었다.
"흐으으…."
지하수로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나는 시체처럼 축 늘어졌다.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한 숨소리만이 미약하게 울려 퍼졌다.
후드남은 나를 집어들어 쥐가 모일 법한 곳에 처던지곤 발걸음을 돌렸다.
"빠져 죽거나, 쥐들한테 먹히거나."
"엥? 걍 죽이는 게 낫지 않냐?"
"내 손으로 죽이는 건 취향이 아닌지라."
"씨발. 넌 진짜 미친 새끼야. 알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지랄."
저들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쥐들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진다.
나는 반 시체나 다름없는 몸을 억지로 비틀어 대 자로 뻗었다. 차가운 석조 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
……
…
마약처럼 달콤한 열락은 결국 끝을 맞이했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을 테지.
"……."
꿈은 깨어졌다.
내게 남은 건 지독한 현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