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짜 다 따먹음-175화 (175/242)

< 175화 > 이모 - 친구들

"…진짜 이사를 가겠다고?"

"그럼 어떡하니? 여기서 모두 함께 지낼 수는 없잖아."

"아, 아니이… 너무 급한 거 아닌가 싶어서…."

밥을 먹다가 말고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어제 '엄마'와 장모님이 따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도 알았고.

대충 이런 흐름의 이야기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을 진행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

"…혹시,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그래?"

식탁의 상석에 앉은 내게로 무수한 시선이 날아들었다.

특히나 신주희의 눈빛은 살벌하기까지 하다.

"저기, 형부… 아니면 나랑 결혼할래요?"

"야!"

"아, 왜. 형부가 언니보다 내가 더 좋을 수도 있는 거잖아."

"얘들이 식탁에서…."

장모님은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으셨고.

신주희와 처제를 다독이며 다시 내게 시선을 주신다.

"…혹시, 부담스러워서 그런 거면… 미리 말하지 그랬니… 어제 별말이 없길래 나랑 사돈이랑 대충 이야기는 끝냈거든…."

침울해하는 장모님의 표정이었다.

만약 장모님에게 꼬리가 있다면 축- 하고 처지다 못 해서 가랑이 사이로 돌돌 말려 들어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희가 아직 어리기도 하고, 서로 깊은 이야기까지 나눠본 적은 없었거든요."

"아, 그럼 싫은 건 아닌 거지?"

"다, 당연하죠."

내가 신주희와 더불어 장모님과 처제 세트를 마다할 리가 없었다.

"그런 거면 둘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겠네. 괜히 저랑 사돈만 호들갑 떤 꼴이 됐네요, 호호…."

장모님과 '엄마'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로 민망해하신다.

"아, 근데… 오늘 출근은 안 하세요?"

"해야지. 밥만 먹고 출발하려고."

"너네도 오늘은 수업 빼먹지 말고."

"…응."

"아, 알았어."

'엄마'의 말에 '여동생'과 '누나'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비슷한 처지인 '이모'만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지영이 너는 정말 학원 안 가?"

"응. 나 현모양처 하기로 했어."

"…현모, 뭐?"

"현. 모. 양. 처."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 진짠데…."

그리고 '엄마'는 나를 돌아봤고.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뜻으로 고개를 옆으로 가로젓는다.

"라면도 혼자 끓일 줄 모르는 애가. 현모양처?"

"아니이… 음식은 하다보면 늘겠지… 그리고 언니가 있잖아."

"어머, 얘 웃긴다. 현모양처 하겠다더니, 집안일은 다 나한테 떠넘기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도, 도와 달라는 거지이…."

그렇게 오늘부터 집안일은 '이모'까지 합세하게 되었다.

"설거지는 해봤어?"

"아, 아니이… 엄마가 괜히 건들지 말라고 해서…."

"어휴, 엄마도 참…."

워낙에 곱게 자라서 설거지를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이모'를 보며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너희는 이러다가 늦는 거 아니니?"

"…조금 있다가 알아서 나갈게."

"아… 그냥 집에서 오빠랑 뒹굴뒹굴하고 싶다아…."

빈 그릇을 치우던 '여동생'이 곧장 내게로 달려왔다.

그리고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로 내 얼굴에 마주 얼굴을 비빈다.

"아아앙… 오빠가 엄마한테 나 집에서 쉬라고 해주면 안 돼?"

"…내가?"

"응… 엄마가 오빠 말은 들을 거 같은데… 나랑 언니랑 오늘 쉰다고 했다가 아까 맞았단 말이야아…."

어쩐지 표정이 우울하다 싶었더니, 이미 '엄마'와 한바탕 했던 모양이다.

"갔다와. 갔다 와서 놀면 되잖아."

"…오빠까지 너무해."

"아, 아아…."

'여동생'은 내 목에 이를 박아넣었다.

그리고 잘근잘근 씹어대며 혀로 내 목을 핥는다.

"딸! 엄마가 하지 말랬지!?"

'엄마'의 호통이 이어졌지만, '여동생'은 더욱 깊이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끝내 '엄마'가 그런 '여동생'을 붙잡아 내게서 떨어트린다.

"아, 아아앙!"

"어디서 앙탈이야!"

'엄마'의 손바닥은 '여동생'의 등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찰싹- 찰싹- 찰진 소리가 부엌을 울리고.

'엄마' 눈치를 살피며 내게로 오던 '이모'는 이윽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까 이야기 했지? 아들 좀 쉬게 하자고. 응?"

"…아이씨잉… 내가 뭘 했다고오…."

"그러다가 또 가족들 몰래 섹스하고 그럴 거 모를 줄 알아?"

"…진짜 하기라도 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

'여동생'은 한껏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를 잔뜩 흘기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아들도 애들이 막 달라든다고 다 상대해주고 그러면 안 된다?"

'엄마'의 손은 내 턱을 매만진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간질간질하면서 얼른 대답하라는 눈치를 준다.

"아, 알았어."

"약속 한 거다?"

"으, 응."

그리고 손등으로 내 얼굴을 마구 비비며 스킨십을 했다.

"다들 괜히 굼뜨게 있다가 안 늦게 조심해."

"어휴…."

"하아…."

"우리도 슬슬 갈 준비 해야지? 그리고 주희 너도 학교 빼먹으면 아주 혼난다? 사돈한테 벌써 다 말씀드려 놨으니까, 괜히 밉보이지 말고. 알았니?"

"아, 응. 알았어요…."

사방에서 곡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하나둘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영이 너는 이제 나랑 같이 청소 좀 할까?"

"처, 청소…?"

"그래. 현모양처가 될 거라며."

"알았어… 할게, 하면 되잖아…."

'이모'는 제 무덤을 스스로 판 듯했고.

그렇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한껏 울적한 표정이 되어간다.

*

폭풍이 모두 지나갔다.

그리고 월요일을 맞아 모두는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나는 여전히 백수처럼 집안에서 뒹굴거리는 게 일이었고.

'이모'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를 따라 집안 곳곳을 누빈다.

"할만해?"

"…아니."

"그러게 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

"쓸데없는 말 아니거든?! 나, 진짜 현모양처가 될 거라니까!"

"아, 알았어. 왜 화를 내."

'이모'는 전의를 활활 불태우며 다시 청소기를 돌린다.

"…언니한테 로봇 청소기 한 대 사자고 하면 혼나겠지…?"

"나는 좋은 거 같은데?"

"…그럼 네가 언니한테 이야기 좀 해주면 안 돼? 언니한테 힘들게 청소하지 말라고, 로봇 청소기 사자고, 응?"

속이 뻔히 보이는 말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여준다.

나로서도 누군가가 힘들게 청소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더 나았으니까.

"그럼… 식기세척기는? 식구도 더 늘어날 텐데, 그걸 다 손으로 하는 건 너무 비효율 아닐까?"

"…솔직히 말해. 하기 싫어서 그렇지?"

"아, 아니이… 너무 비효율이니까… 차라리 그러고 있을 시간에 너랑 같이 노는 게 훨씬 재밌는데!?"

나름 그럴듯한 이유를 대지만, 역시나 그 시커먼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런 이모가 하는 거 봐서 내가 말해보던가 할게."

"…응. 꼭 좀 이야기 해줘. 알았지?"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나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아들, 바쁘니?"

"아니, 왜?"

"점심 전에 장 좀 보려는데, 같이 갈까?"

"아… 응. 괜찮아."

"나도! 나도 갈래!"

"당연히 우리 지영이도 같이 가야지."

"아싸! 그럼 지금 준비할까?"

"아니. 하던 청소마저 하고."

"…알았어."

솔직히 외출은 조금 귀찮았다.

그냥 이렇게 소파 위를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게 훨씬 좋았다.

그래도 가끔은 콧바람을 쐬는 것도 중요하고.

오랜만의 외출이라서 구미가 당기기도 했다.

그것도 혼자도 아닌 '엄마', '이모'와 함께였기에 가능하겠지만.

"좀 도와줘?"

"…괜찮아. 괜히 언니가 봤다가는 난리도 아니라니까…?"

원래도 좋은 '엄마'였지만, 요즘 들어서는 나를 아주 싸고 돌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만 했다하면 일단은 자리에 억지로라도 앉힐 정도였다.

방금도 도울 것을 찾아 부엌을 서성거렸더니, 그대로 나를 끌어다가 소파에 앉히게 만들었다.

"아, 그럼 청소 말고 다른 거 해줘."

시무룩해져서는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던 '이모'가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내게 한 걸음 성큼 다가왔다.

"어떤 거?"

"나는 청소기 돌릴 테니까, 뒤에서 나 안아주면 안 돼?"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은데…."

"아, 왜애! 해줘, 응? 그게 도와주는 거라니까?"

이어지는 닦달에 나는 별 수 없이 '이모'의 뒤로 가서 선다.

그리고 내가 뒤에서 업히는 것처럼 목을 감싼다.

"이게 도움이 되나?"

"응… 기분 져아…."

'이모'는 그 상태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다리 길이가 제법 차이가 났지만, 까치발까지 들어서는 엉덩이로 내 아랫도리를 비빈다.

"엄마가 보면 또 잔소리 할 걸?"

"으응… 그래도, 조금만 더어…."

급기야 소파에 팔을 걸치고는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꼭 후배위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 손은 자연스레 골반으로 향했다.

"아, 어떠케… 진짜 따먹히는 기분이라서, 흣! 밑에 젖을 거 같단 말이야아아…!"

처음에는 뒤에서 안아달라던 '이모'지만, 어쩐지 점점 본격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손에 들고 있던 청소기를 내동댕이 쳐버리고.

몸을 뒤로 돌려서 이번에는 내 목에 팔을 감았다.

"으응… 쭙, 쫍…."

발뒤꿈치를 들어 내게 키스한다.

나는 괜히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서, '이모'가 내 입술에 닿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아앙!"

이어지는 앙탈에 나는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렸고.

'이모'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내게 몸을 바짝 붙이게 했다.

"아, 기분 져아… 나, 흣! 저저써… 밑에, 흐읍! 다, 저저써어…."

'이모'는 허벅지를 배배 꼬면서 거친 숨을 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손으로 내 몸을 마구 더듬으며 서로의 본능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얘들이!"

"아!"

저 멀리서 '엄마'의 목소리가 거실을 울린다.

놀란 '이모'가 몸을 급히 떨어트렸지만, '엄마'는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 언니! 어, 언니이!"

"내가 아들한테 꼬리치지 말라고 했지!?"

"자, 잘못해써!"

황급히 내 뒤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둘은 나를 가운데 두고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아, 언니이! 내가 잘못했다니까!?"

'이모'는 요리조리 잘 피해다녔지만, 결국은 '엄마'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

.

.

"…지영이 너, 정말 삐진 거야?"

"아. 니."

"에이, 삐졌네."

"아. 니. 라. 니. 까?"

"…그러게 왜 하지 말라는 걸 해서."

"……."

'이모'는 '엄마'에게 붙잡혀서 한참을 얻어맞았다.

그래봐야 얼마나 아팠겠냐마는 워낙에 오냐오냐 자라서 맞았다는 사실 그 자체로 충격인 듯했다.

"마트 가서 먹고 싶은 거 3개 담을 수 있게 해줄게."

"……내가 아직도 앤 줄 알아? 막 과자 좀 사준다고 풀리고 그럴 거 같아?"

"4개."

"……5개면 생각해볼게."

"그럼 기분 푸는 걸로 약속 하는 거다?"

"응!"

스무살이니 만큼 아직도 애는 애였다.

금방 또 얼굴이 헤벌쭉해져서는 '엄마' 팔짱을 낀 채로 신나서 방방 뛰고 난리가 났다.

"얘는. 밖에서 이게 뭐하는 거야."

"헤헤, 빨리 약속. 5개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며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자."

이제 막 신호등을 지나려던 참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울리는 '엄마'의 벨소리.

"어머, 왠일이세요?"

반갑게 전화를 받은 '엄마'지만, 금방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 어떡해요. 요즘 정신이 없어서 오늘인 걸 깜빡했어요. 네. 네, 네."

그리고 전화를 끊더니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머, 어쩌지. 오늘 반상회 있는 걸 깜빡해버렸네."

"아, 그럼 지금 가야겠네?"

"응…."

"그럼 장은 어떡해… 내 과자… 나, 과자 5개!!"

조금 전까지 해맑던 '이모'가 울상이 되었고.

'엄마'도 난감한 표정으로 잠깐 고민을 하는 듯했다.

"아들, 지영이랑 같이 가서 과자 좀 사줄 수 있을까? 많이는 안 되고 약속대로 5개만."

"아, 응. 그거야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럼 장은 어떡해? 내가 대충 사서 갈까?"

"아니야. 오후나 내일 같이 가. 오늘은 여기 앞에서 지영이 과자만 좀 부탁할게."

그 말을 남긴 '엄마'는 다급한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고.

'이모'는 금방 내 팔짱으로 갈아타며 헤픈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자, 빨리 가!"

"과자가 그렇게 좋아?"

"아닌데, 너랑 이렇게 팔짱 끼는 게 좋은 건데?"

아무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바뀐 신호에 따라서 신호등을 건너고 있을 때였다.

"아! 지영아!!"

"헐, 진짜 지영이네."

어디선가 웅성웅성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들은 모두 '이모'를 찾고있는 듯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