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짜 다 따먹음-139화 (139/242)

< 139화 > 너네 언니 존나 맛있더라

신주희와 똑 닮은, 그리고 스스로를 처제라고 소개한 사람을 빤히 바라봤다.

"처제 처음봐요?"

"아, 그게…."

"나는 형부 처음보는데. 아무튼, 빨리 들어와요."

자칭 처제는 대뜸 내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현관을 활짝- 열어젖히며 나를 안으로 잡아당긴다.

"어, 어어…."

물론 힘으로 버티려면 버텼겠지만, 자칭 저체의 호의가 내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못 이기는 척하며 끌려 들어갔다.

"신채희!!"

"아, 깜짝이야."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어!?"

"그러게 왜 형부를 밖에 세워둬. 그래서 모시고 왔지."

"아, 진짜아… 집 꼴이 이런데, 손님을 어떻게 들이냐고오…."

신주희의 볼멘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울상이 가득한 그 얼굴은 분명 신주희가 분명했고.

신채희라 불린 처제는 아직도 내 손목을 붙잡은 채로 현관에 버티고 있었다.

"그럼 형부한테 다시 나가라고 해? 형부, 언니가 나가라는데요?"

"…나가라는 게 아니라! 아, 아니야… 됐어… 오빠, 미안… 조금 지저분한데, 괜찮으면 들어올래?"

"아니야, 괜찮아. 깨끗하기만 한데."

"헤헤! 형부, 그럼 제가 집 구경시켜 드릴게요!"

"아, 일단 어머님한테—"

"지금 없어요! 잠깐 볼일 생겨서 가게 나가셨어요!"

쾌활한 자칭 처제 신채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밑으로 숙인다.

"빨리 신발 벗으세요. 얼른!"

"제, 제가 할게요."

"에이~ 손님이잖아요. 그리고 형부신데, 말씀도 편하게 하세요!"

"…야, 근데 언제 봤다고 형부래. 너, 너무 빠르잖아."

볼을 붉히는 신주희의 말에 신채희는 능구렁이처럼 능청을 떨었다.

"그럼 형부한테 형부라고 하지, 내가 오빠라고 할까? 오빠아~ 빨리 신발 벗으세요, 네?"

"하, 하하…."

"…그냥 형부라고 해. 오, 오빠라고 하니까… 더 이상하잖아."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신발까지 벗기려고 해서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나는 애써 신채희의 손길을 멀리 하며 신발을 급히 벗는다.

"그리고 집 구경이 문제가 아니라… 청소부터 해야 하거든…?"

"아니야, 진짜 깨끗하다니까?"

"제 말이요! 언니가 유별 떠는거니까, 형부는 빨리 저 따라 오세요!"

똑같이 생긴 둘이, 똑같은 목소리로 떠들었다.

그리고 신채희가 내 팔짱을 끼며 몸이 가까이에 붙었는데, 팔뚝에서 느껴지는 젖가슴 또한 그 크기가 비슷해서 조금은 신기할 지경이다.

"헤헤, 그럼 일단 우리 방부터 보실래요?"

방긋방긋 웃어주는 신채희가 나를 이끌었다.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신주희를 바라봤고.

신주희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한숨을 짓는다.

"…난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우리 방 말고 다른 데는 안 돼. 알았어?"

"네, 네~ 그렇게 할게요. 형부, 이쪽으로!"

신채희는 건성건성 대답을 마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고.

나는 그 옆에 꿰여 뒤따라 나서는 모양새가 되었다.

"여기는 부엌이고, 저기는 엄마가 쓰는 안방, 이제 저쪽이 저랑 언니가 쓰던 방인데, 지금은 저 혼자 쓰고 있어요."

조잘조잘 신채희의 설명이 그 뒤를 따랐고.

들뜬 듯한 경쾌한 걸음걸이의 연속이었다.

철컥- 끼이이익—

그리고 신채희의 손에 방문이 열린다.

"얼른요!"

보채는 신채희가 나를 방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쾅- 하고 문이 닫히더니, 이내 틱- 하고 문이 잠겨 버렸다.

"하아…."

가라앉은 한숨 소리에 왠지 목덜미가 서늘하다.

조금 전까지 방긋방긋 헤프게 웃어주던 신채희는 더 이상 없었고.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몇 살이에요?"

"스물 한 살이요."

"아, 아… 한 살 위구나. 저기, 대충 편하게 앉아요."

신채희가 침대로 손을 가리키는데, 얼마 만에 보는지 모를 2층 침대였다.

드르르륵—

그리고 화장대에 있던 의자를 질질 끌고 내 앞으로 온다.

"안 앉아요? 그럼 서 있던가."

신채희는 내 앞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한껏 다리를 꼬고 앉으며, 턱에 손을 괴고는 나를 살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신채희의 눈빛은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아니, 시골 시장통에서 파는 새끼 강아지를 품평하는 눈치에 가까웠다.

"흐…."

"…웃겨요?"

신경전 내지는 텃세 같기도 하다.

신주희와 신채희가 쌍둥이라서, 그래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까닭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신주희와 같은 얼굴을 하고.

또 신주희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신채희의 행동과 말들은 내가 받아들이기에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쟤가 평생 남자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요?"

"누가 좋으면 좋다, 아니면 관심이 있다, 뭐 대충 이런 말도 없었단 말이죠?"

신채희의 표정은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그리고 다시 표정을 바꾸며 말을 이었다.

"근데, 남자친구랍시고 당신을 데리고 왔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남자친구가 생길 수는 있는데… 굳이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것도 신주희가…?"

"그게 어때서요."

"…하아,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신채희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발가락을 꼼지락 대며 고민에 빠진 듯하다.

"그게 그렇게 이상해요?"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는데, 그럼 그게 안 이상한가?"

우리 둘은 말을 멈추고 눈싸움을 시작했다.

신주희의 얼굴을 한 신채희, 그런 신채희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한 기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왠지 아랫도리가 조금 움찔움찔한다.

그리고 겉모습이 저리도 비슷한 쌍둥이는 씹구멍도 비슷할까? 하고 고민에 빠져보기도 한다.

"…우리 언니랑 얼마나 만났어요?"

그리고 그 침묵을 깨고 신채희가 먼저 말을 붙여왔다.

"얼마 안 됐어요."

"…근데, 집에 인사를 오고 그러나? 수상하게."

"은근히 말을 까네요?"

"나는 아까 말 편하게 하라고 했는데?"

신채희가 상큼한 눈웃음을 지었다.

꼭 어딘가의 악역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근데, 내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지?"

"…무슨 소리?"

"네가 나 강간한다고, 억지로 나 따먹으려고 했다고 하면… 그럼 언니가 너랑 헤어질까?"

신채희는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보든가."

"헤… 엄청 여유롭네."

"어차피 못 하는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너 강간하려고 했다고 하면. 그럼 주희가 엄청 충격받을 텐데, 그래도 돼?"

"……하! 진짜 그렇게 생각해?"

"주희가 나 엄청 사랑해. 궁금하면 마음대로 한 번 해 봐."

나는 신채희를 마주 보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발을 까딱이며 해 볼 테면 해보라는 듯 고개짓을 한다.

"흐응… 더 마음에 안 드네."

신채희의 눈가가 씰룩거린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

"형부~ 엄마는 한 시간 정도 더 걸린대요."

"…그래?"

"언니, 언니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아, 응. 그렇게 생각은 없는데…."

우리는 거실에 도란도란 둘러앉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는데, 신주희 앞에서 태도를 자꾸 바꾸는 신채희의 모습에는 혀를 내둘렀다.

"형부는요? 저녁 드시고 갈 거죠?"

"아, 그럼 너무 폐를 끼치는 거 같은데."

"히힛, 아니에요!"

신주희가 잠깐 딴짓을 하는 틈에 신채희가 입을 뻥긋거린다.

'알. 면. 꺼. 져.'

"흐…."

"응? 오빠 왜?"

"아니야. 그냥 갑자기 웃긴 게 생각나서."

"…뭐야, 이상해."

신주희는 내가 허튼짓을 할까 싶었는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지고.

눈으로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는 눈치를 주고 있었다.

"아! 근데… 있잖아요…."

신주희와 말을 섞기가 무섭게 신채희는 다시 말을 걸었다.

"혹시, 둘은 진도 어디까지—"

"야아! 그, 그런 걸 왜 묻는데에에!!"

"아, 소리 좀 그만 질러. 그리고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

"그, 그, 그게 왜 궁금해!!"

신주희는 귀까지 붉힌 채로 소리를 빼액— 질렀다.

"우리?"

"아, 오, 오빠아!"

내가 입을 열려는 낌새를 보이자, 신주희가 내게 몸을 던졌다.

그리고 내 무릎 위에 올라탄 채로 내 입을 손으로 막는다.

"우움, 쭙, 할짝할짝."

"아, 아아! 아흥!"

나는 입을 벌려서 혀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 신주희의 손바닥을 핥아 올리고.

놀라 부끄러워 하는 신주희의 얼굴을 감상한다.

"아… 제, 제발 좀, 응…?"

그리고 저 너머에서 인상을 마구 구기는 신채희의 표정은 덤이었는데, 주먹을 말아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게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탁- 탁-

"하응…."

나는 난감해 하는 신주희의 엉덩이를 두들겨 줬다.

스으윽—

그리고 매끈한 허리를 따라 위로 손을 더듬었고.

엄지 끝은 금방 말랑한 밑가슴을 찌른다.

"하앙… 흡!"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신주희는 놀라서 자신의 입을 가렸지만, 조용한 거실에 울려 퍼진지 오래였다.

"…하, 히히… 내, 내가… 이불이라도, 하, 하아… 깔아 줘야 돼…?"

태연한 척하는 신채희의 반응에 아랫도리는 더욱 크게 껄떡인다.

그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던 신주희 역시 몸을 작게 떨었고.

내 어깨를 탁- 탁- 두드리며 얼른 밑으로 내려갔다.

"……."

"……."

"……."

집에는 민망한 공기가 가득했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신주희의 허리에 손을 감는다.

"아, 진짜아… 도, 동생도 있는데…."

신주희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내 이런 손을 쳐내지 않아 조금은 기특했다.

그리고 나는 신채희에게 입을 벙긋거렸다.

'너네 언니 존나 맛있더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