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근데, 일단 좀 맞자
"…저기, 이모?"
"아, 으… 어어…."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표정, 그리고 내가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겁에 질린 듯이 뒷걸음질을 친다.
"하아…."
나는 좆됐음을 느꼈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좆되고 뭐고 할 게 없었다.
시발, '여동생'이랑 뽀뽀 좀 할 수도 있지.
'엄마'랑 섹스도 하고, '누나'랑 애널 섹스도 하는데, '여동생'이랑 뽀뽀 좀 했다고 호들갑 떠는 듯한 '이모'가 도리어 이상한 것 같았다.
물론, '여동생'과도 섹스는 했지만….
"저, 저리 가!"
"왜 호들갑이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으, 어… 어, 어…."
뒷걸음질 치던 '이모'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엄마한테 헛소리 하기만 해."
지금으로서는 '엄마'가 알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굳이 여기에 '이모'까지 얽혀서 좋을 게 없었다.
"허, 헛소리…?"
"어. 그땐 진짜 가만히 안 둔다."
"…그, 근데 왜 또 반말해… 내가 이모잖아…."
"아, 그랬지."
그런 '이모'는 다행히 내게 손목이 붙잡힌 채로 얌전히 따라왔다.
그리고 부엌에 들어서며 몸을 움찔 하더니, 내게 잡힌 손목을 풀었다.
"어머, 지영이도 일어났네. 더 잔다더니?"
"…언니가 먼저 깨워서, 잠 다 깼거든…?"
"그렇니? 그럼 밥은?"
"…먹을래."
내가 말했던 대로 헛소리 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아들도 밥 마저 먹어야지?"
"아, 응."
"아직 딸들 먹은 거 안 치웠으니까, 지영이 네가 가운데 앉아. 알았지?"
"…어."
'엄마'는 밥과 국을 한 그릇씩 뜨고, 수저 한 벌을 챙겨 '이모'에게 가져다 준다.
"…아, 근데, 언니이…."
"응? 왜? 밥이 너무 적어?"
"아니, 그게 아니라아아…."
'이모'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빤히 바라봤다.
입꼬리가 씰룩씰룩하는 꼴이 입이 근질근질 한 듯 보였다.
"…흐, 아무것도 아니야."
"아침부터 싱겁기는. 그리고 밥 먹고, 씻고, 너 필요한 거나 사러 가자."
"아, 오늘?"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그리고 '이모'의 시선은 다시 한번 내게 날아와 꽂힌다.
"…자꾸 우리 아들을 왜 봐?"
고저가 없는 '엄마'의 으스스한 목소리.
수상한 티를 풀풀 풍기는 '이모' 때문에 나 또한 식은땀이 흐른다.
"아, 아니이… 조카 데리고 가서, 그… 짐꾼이라도 시킬까 해서."
"아아… 나는 또. 안 그래도 같이 가자고 했어."
"진짜?"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겠니?"
다시 '이모'가 나를 바라본다.
"조카도 같이 가는 거야?"
"뭐, 네…."
"헤에… 그렇구나아…."
내가 '이모'까지 건든다는 것을 모르는 '엄마'는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모'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마치 내게 약점이라도 잡은 것 같은 얼굴을 한다.
"잘 먹을게."
"그래,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내가 아직도 앤 줄 알아?"
"그럼 아니야? 우리 애들도 아직 애같은데."
"언니! 내가 어떻게 언니 조카들이랑 똑같아? 나는 얘네 이모라니까?"
"어휴, 어련하시겠어요? 얼른 식사나 하세요, 이모님."
"히… 응."
'이모'는 '이모'라는 말에 만족한 표정으로 젓가락질을 한다.
.
.
.
너무나 당연하지만, 운전은 '엄마'의 몫이었다.
그리고 내가 조수석에 앉고, '이모'가 뒷좌석으로 갔다.
"그럼 침대부터 볼까?"
"침대? 이모가 집에 있으면 얼마나 있는다고, 침대를 사?"
"어머, 이야기 안 했었나?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너네 이모 꼴도 보기 싫다고, 알아서 하라면서 포기 하셨다던데."
"어, 언니이! 왜 그, 쓸데 없는 소리를 해!"
"아, 미안… 비밀이었어?"
"아이씨이잉…."
뒤에서 방방 뛰면서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린다.
"지영아, 가만히 있어야지. 위험하게."
"아아앆!! 아, 몰라아아!!"
확실히 버릇이 없기는 더럽게 없었다.
"…엄마가 무슨 실수했어?"
"아니? 그냥 이모 성격이 지랄맞아서?"
"에이, 아들. 그래도 이모한테 말은 이쁘게 해야지?"
'엄마'는 그래도 자기 동생이라고 편을 들어준다.
나 같았으면 뒤통수를 그냥 한 대 세게 올려줬을 텐데.
"…이모."
"왜애!"
표독스러운 눈빛, 한 마디만 더 하라는 듯한 얼굴로 내게도 악을 쓴다.
"이리 와봐요."
"…왜."
"그냥 와 보라니까요."
"…아니, 왜."
"뒤에 뭐 묻은 것 같아서요."
"뭐, 뭔데? 어디!?"
잔뜩 경계하더니, 그제야 내게 몸을 돌리며 뒤통수를 보인다.
나는 고민도 없었다.
그대로 팔을 들어서, '이모' 뒤통수에 손을 가져갔다.
빠아악?!!
"꺄, 꺄아아아아앙!!"
물론 조금 세게 때리는 감이 없잖아 있어서, 손에 감기는 손맛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아, 아드을!!"
놀라는 '엄마', 그리고 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이모'가 다시 홱- 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역시나 그렁그렁한 눈이 내게로 향했다.
"아니, 그… 벌레가 날아다녀서."
"지영아, 괜찮아? 아들, 아무리 그래도… 그, 그렇게 세게 때리면 어떡하니!"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엄마'가 자꾸 뒤로 눈을 힐끔이며 '이모'를 걱정한다.
그런데, 정작 '이모'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변해서는 얼굴을 작게 붉히고 있었다.
"엄마, 앞에, 앞에!"
"아, 으, 응."
목적지를 지나칠 뻔했다.
다행히 지나치지는 않고,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선다.
"아들! 진짜, 또, 그러지 마. 알았어?"
내게 다 안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엄마'였지만, '이모'에 대한 걱정 또한 진심인 듯했다.
"응… 알았어요."
나로서는 '이모'의 성감대일지도 모르는 곳을 후려갈긴 거라서,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도리어 '이모'가 내게 고마워 한다는 게 더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어휴… 일단은 내리자."
'엄마'의 작은 한숨과 함께 우리는 차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마'는 얼른 뒷자리로 가서 '이모'를 먼저 챙긴다.
"머리는 괜찮아?"
"……응."
"너네 진짜 한 번만 더 다투고, 싸우고 그러면 혼날 줄 알아. 아들도 알았어?"
"네."
"지영이 너도."
"…나,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지만, '이모'가 어디 야설의 히로인이었다면 이미 칼로 찔러 죽이라는 등의 악플이 우수수 달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씁! 그럼 또 싸우고 그럴 거야?"
"아니, 내가 싸운다는 게 아니라아… 쟤가 내 조칸데… 그리고 내가 이몬데, 막, 먼저 때리고… 그런 건데…."
한껏 억울한 목소리로 '엄마' 품에 안겨 웅얼거린다.
"으이구, 우리 지영이가 밖에서 또 왜 이럴까."
'엄마'는 그런 '이모' 등을 쓸어주면서,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준다.
그 모습이 제법 볼만해서 이게 또 눈요기가 되었다.
"우리 아들도 이모 너무 괴롭히지 말고. 지영이가 얼마나 착한데. 그치?"
"씨이잉… 몰라…."
이쯤되자 내가 조금 민망할 지경이었다.
대충 뒤통수를 후려갈기면, 씹물이나 질질 흘리면서 좋아 할 줄만 알았다.
아니, 아까 반응만 보면 내 생각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었는데, 급발진인지 뭔지 또 저러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그리고 '엄마'의 뜨거운 눈빛에, 정말 마지못해서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넸다.
"지영아, 조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네?"
정말 무슨 애를 달래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우리 지영이가 이모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과 받아줘야겠지?"
"…응, 내가 이모니까, 사과 받을게…."
'이모'는 '엄마' 품에 안긴 채로 내게 슬쩍 곁눈질을 한다.
그리고 입술 사이로 혀를 빼꼼 내밀더니,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하, 흐흐…."
아무래도 '이모'의 교정이 시급해 보인다.
*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다 그냥 그래서…."
"차라리 집에서 쓰던 걸 가지고 올까?"
"…나도 엄마랑 아빠는 꼴도 보기 싫어."
"으이구, 그랬어요?"
여자들의 쇼핑이 길다 길다 하지만, 역시나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
서랍장을 하나 보더라도 매장에 있는 모든 서랍장을 확인하고.
뭐가 또 그렇게 까탈스러운지, 성에 차는 게 없는 듯했다.
"아니면 다른 데 가볼래?"
"…응. 여기는 별론 거 같아."
"알았어. 그럼 언니 화장실만 갔다가, 다른 데 가보자. 지영이도 화장실 갈까?"
"…아니, 됐어. 갔다와."
세트처럼 꼭 붙어 있던 '엄마'와 '이모'가 드디어 떨어진다.
"아들, 이모 데리고 차에 가 있을래?"
"응. 그렇게 할게."
'엄마'는 내게 차키를 건네며, 화장실로 간다.
뚜벅- 뚜벅- 뚜벅-
또각- 또각- 또각-
적당한 거리를 벌리고, 우리 둘은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일 오전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근질근질한 손을 계속 꾹- 꾹- 참았다.
"이모."
"…뭐."
뾰로통한 목소리.
"잠깐만요."
"…왜."
나는 주변을 마저 살폈다.
"아, 아니에요."
오가는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았다.
삐빅-
"하!"
차 문이 열리고, '이모'는 원래 탔던 뒷자리로 간다.
그리고 곧장 문을 닫으려고 하길래, 나는 그걸 막아 섰다.
탁-
"…뭐, 또, 왜!"
아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이모'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들어가 봐요."
"아, 왜애!"
"들어가 보라니까."
"어, 어어!"
결국, 문을 붙들고 버티는 '이모'를 힘으로 구겨 넣었다.
저 작은 체구는 내가 툭- 밀치는 것만으로도 뒤로 몸이 넘어가 버렸다.
"아이씨…."
타악-
문이 닫히고, 차 안은 우리 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모'가 반대쪽으로 몸을 옮긴다.
"아, 어디가."
"아, 안 놔!?"
"어. 안 놔."
"아, 안 놓으면… 내, 내가 아침에 본 거 다 말한다!?"
'이모' 성격에 말하려고 했다면, 이미 말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그 일 자체는 나로서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고.
'엄마'가 안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말 하든가. 근데, 일단 좀 맞자."
"뭐, 뭐라는 거야아!"
'이모'의 뒷목을 붙들었다.
그리고 내 위에 엎어지게 만든다.
"엉덩이 맞을 때마다, 숫자나 세고 있어라."
"개소리 하지 말고, 빨리 안 비, 꺄아아아앙!!"
손바닥과 엉덩이가 만나 짜아악?!! 하고 큰 소리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