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근데, 우리 어디로 가?
[완료조건 : '여동생' 박서현과 1m이상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친구 신주희와 섹스해야만 성공으로 간주.]
[남은시간 - 6시간]
"……."
할말을 잃을 수밖에 없는 난이도였다.
하지만, 멀쩡한 내 자지를 줄이니 마니 하는 페널티 앞에서 내 선택지는 이미 정해진지 오래.
"아, 저희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전 서현이 오빠 박한솔이에요."
"아! 네, 네! 저는 서현이 친구 신주희입니다!"
나는 '여동생'을 등에 업은 채로, 그것도 길거리에서 서로를 소개했고.
신주희는 술이 조금 깬 건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제 이름을 말한다.
"아까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안 그래도 너무 늦었다 싶었는데."
"아, 아니에요!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 하셔도 괜찮아요…."
"하하… 그럼 동생 친구니까 편할게 할게. 너도 편하게 해."
"…그, 그럼 그럴까?"
말을 곧장 놓으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나로서는 오히려 좋았다.
"흐… 근데, 술들을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얘는 완전히 뻗었고, 주희 너는 괜찮아?"
"아! 으, 응… 난 괜찮아. 그리고 많이 마신 건 아닌데에…."
아까 테이블만 봐도 최소 두당 두 병씩은 조졌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내 등에 업힌 '여동생'의 몸에서 소주 냄새가 아주 코를 찌르고 있었다.
"아, 읏!"
그리고 역시 맨정신은 아닌지 길을 잘 걷다가 혼자 다리가 꼬여 휘청이는 신주희.
나는 이번에도 손을 뻗어 넘어지려는 것을 잡아줬다.
"아흐… 고, 고마워."
"취했네, 취했어."
"…아, 안 취했거든."
"취한 사람 특. 안 취했다고 함."
"앜! 진짜 안 취했다니까아!?"
"됐고. 괜히 혼자 넘어지지 말고, 내 팔 잡아. 알았지?"
"…으, 응."
취했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던 건지 노발대발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팔을 붙잡으라는 말에 냉큼 팔짱까지 끼어 오는 대범함을 보인다.
그리고 조용해진 우리는 시끌벅적한 거리를 정처 없이 거닐었다.
딱히 이렇다 할 목적지는 없었지만, 비록 내 등에 '여동생'이 업힌 상태였지만, 어째 핑크핑크 한 게 당장 모텔로 직행해도 될법한 그런 분위기였다.
"…근데, 우리 어디로 가?"
커피를 핑계로 같이 나가자는 말에 조용히 따라 나섰던 신주희.
이미 카페를 수도 없이 지나쳤으니, 어쩌면 당연한 물음이었다.
"그냥, 너 술도 깨고… 바람도 좀 쐬고."
"흐으응… 그렇구나아…."
신주희가 자신 쪽으로 내 팔을 당긴다.
봄에 어울리는 얇은 니트 안으로 조금은 딱딱한 속옷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안에 있을 푹신한 젖가슴 사이에 팔이 자리를 잡았다.
"…아까 나한테 커피 마시자고 했잖아…."
"아, 응. 그랬지. 왜? 커피 마시고 싶어?"
어떻게든 핑곗거리를 만들어서 모텔로 갈 생각이었다.
"…그, 오해는 하지 말고…."
이어지는 말은 분명 오해를 부르는 말이었다.
"…근처에 내 자취방 있는데, 거기서 커, 커피 마시고 갈래?"
"흐흐… 나야 너무 좋지."
나는 입으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곧장 신주희의 자취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
"드, 들어와. 근데, 조금 더러워서…."
"아, 괜찮아.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뭐."
신주희의 말은 엄살인 듯했다.
집은 아주 깔끔한 상태였고, 흔히들 1.5룸이라고 하는 침실과 주방겸 거실이 분리된 형태였다.
실내에는 디퓨져의 상큼함이 가득하며 왠지 여자가 사는 집이라는 듯 페로몬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집주인의 안내에 따라 침실에 '여동생'을 눕혀 두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하아… 취한 애를 업었더니, 좀 힘드네. 커피 마시면서 조금 쉬었다가 가도 괜찮지?"
"어, 어! 괘, 괜찮지… 잠깐만, 커피 가져올게."
신주희가 주방으로 달려가다가 또다시 휘청했다.
나는 조심하라며 너스레를 떨고 자연스레 소파에 가서 엉덩이를 붙였다.
"후우…."
이제 절반쯤은 성공했다고 본다.
시스템 덕분인지는 몰라도 신주희를 따먹을 수 있다는 근거는 없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문제는 장소인데… 굳이 '여동생'이 만취해서 널브러져 있는 침실로 가야 한다.
그리고 1m이상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섹스를 해야만 한다는 게 조금 골칫거리다.
차라리 소파에 눕히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아… 오빠? 얼음… 넣어 줄까?"
"응, 시원하게 부탁할게."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미친놈으로 볼 것 같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굳이 여동생 앞에서 그 짓거리를 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히힛, 여깄어… 캡슐인데, 괜찮아?"
"어, 네가 주면 거면 다 괜찮아."
"아… 뭐야아…."
내가 생각해도 제법 느끼한 말에 싫지 않은 듯 눈을 흘기고, 신주희 또한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흐으… 이제 좀 깬다아아…."
그리고 아아를 물처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소파에 등을 깊게 묻는다.
"안 취했다며?"
"안 취했어도 취기는 있었거든?"
"아, 그래? 아쉽네."
"…뭐, 뭐가 아, 아쉬운데…?"
나야 취해주면 땡큐였다.
미션 자체가 맨정신으로는 아무래도 힘든 난이도였으니까.
그래서 그냥 별 뜻 없이 뱉은 말이었는데, 신주희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했더라?"
"아, 아니이… 방금 아쉽다며. 그게 뭐가 아쉽다는 거냐고오…."
신주희가 얼른 대답하라는 표정으로 내게 얼굴을 가까이 붙여왔다.
하지만, 나는 말에 앞서 시스템 창을 먼저 확인했다.
[신주희 / 20살]
[처녀]
[나에 대한 호감도 : 8/10]
[나에 대한 성욕 : 8/10]
[섹스 판타지 : 친구 몰래 친구 오빠와 즐기는 밀회.]
큰 변화는 없었다.
아니, 나에 대한 성욕이 2나 올랐으니 크다면 큰 변화라고도 할 수 있었다.
"으… 술냄새. 이러니까 취하지."
"…내, 냄새 심해?"
내가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시늉을 하자, 얼른 얼굴을 뒤로 피하며 입을 틀어막는다.
그리고 충격을 받은 건지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며,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어, 야, 주희야, 어디가."
"…나 씻고 올래."
"이렇게 갑자기?"
"…어. 씻을래. 오빠는 TV라도 보고 있어."
곧장 욕실을 향해 달려가는가 싶더니, 또 방향을 꺾어 침실에 들어간다.
그리고 품에 무언가를 잔뜩 가지고 나와서는 다시 욕실로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갈아입을 옷이나 속옷 등을 챙긴 것 같았다.
"흐흐…."
손님을 집에 불러 놓고 샤워라도 할 모양이었다.
내게는 호재도 이런 호재가 없었지만, 씻을 정신이 있는 걸 보면 앞으로가 조금 걱정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보상으로 받았던 수면제가 떠올랐다.
섭취하면 30분간 완벽한 수면 상태에 빠지는 수면제.
이걸 신주희에게 먹이고 침대에 둘을 나란히 눕혀서 따먹는다.
얼핏 완벽한 계획으로 보였으나, 명백한 특수 강간인 듯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유독 이런 걸 깐깐하게 따지는 시스템이 의심스러웠다.
분명 보상으로 수면제를 준 이유도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아… 그리고 현재 정체 중인 미션 하나가 생각났다.
[돌발미션 : '엄마' 최지은에게 면간당하기.]
설마하니 수면제의 용도가 면간을 당하기 위해서였을까 싶지만, 면간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제법 쓸모가 있어 보였다.
중간에 내가 깨어버린다면, 자칫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고민이 길어지다가 끼이익? 하는 소리가 집을 울린다.
그리고 뿌연 수증기가 욕실에서 뿜어져 나왔다.
"흐응… 오, 오빠도 씻을래?"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은 건지, 아니면 열기 때문인지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했다.
그리고 품이 넓은 옷 너머로 희끗희끗 비치는 몸매에 아래가 절로 욱씬거린다.
"아, 응. 혹시, 칫솔 있어?"
"헤헤헷… 잠깐만."
신주희가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다시 욕실에 들어가더니, 손에 새 칫솔 하나를 들고 나온다.
"…여기."
"고마워. 금방 씻을게."
"아, 으, 응… 천천히 씻어도 괜찮아."
조금 전에 확인한 신주희의 성욕은 10에 달했다.
아마 섹스 판타지를 충족한 지금의 환경이나, 우리 사이에 흐르는 야릇한 기류 덕분인 듯하다.
나는 천천히 씻고 나오라는 말이 무색하게 급하게 몸을 씻었다.
이미 씻고 나왔기도 하고, 아무리 미션 때문이라지만 꼴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으니까.
"후우…."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았다.
아직 흥건한 물기 때문에 옷을 입을 때 조금 찝찝함이 있었다.
하지만, 밖에 기다리고 있을 신주희 덕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끼이익?
그리고 거실의 선선한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코에 스며드는 암컷의 체취에 내 아래도 절로 반응했다.
"버, 벌써 다 씻었어…?"
"응. TV는 뭐 재밌는 거 해?"
"아니…? 그냥 볼 게 없어서 아무거나… 힛…."
그리고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며 나를 부른다.
나는 냉큼 옆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안 피곤해?"
"어… 응. 오빠랑 이야기 하다가 술도 다 깨서… 히히."
"근데, 머리도 덜 말렸네."
"으, 응… 밤이라서 드라이기 쓰면 너무 시끄럽잖아."
"축축한 게 꼭 미역같네."
"아앆! 마, 만지지 마아…."
나는 괜히 신주희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물은 잔뜩 머금어 정말 미역처럼 보였다.
"…먹어볼까?"
"뭐, 뭘…."
"이거. 진짜 미역 맛 날 거 같은데."
"흐응… 그, 그러지 마아아…."
교태로운 콧소리였다.
나는 그대로 신주희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쓰읍… 하아아… 샴푸 냄새 좋네."
"흐, 흐윽… 흣!"
신주희가 몸을 떨며 신음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