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우리가 친남매가 아니라면 괜찮아?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안 좋다고 해야 할지, 어쨌거나 대충이나마 거실의 정리를 끝마쳤을 때 안방 문이 열리고 '엄마'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
"…아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는 꼴이 밖에 '누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아, 누나는 지금 씻고 있는데."
"…그, 그렇니?"
할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공교롭게도 화장실 문이 열리며 '누나' 또한 모습을 드러냈다.
"…배들 많이 고프지? 엄마가 얼른 준비할게."
"어, 응. 천천히 해. 배 많이 안 고파."
'누나'도 나를 곁눈질하며 '엄마'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머리를 매만지며 부엌으로 가는 '엄마'를 확인하고, 잰걸음으로 내게 빠르게 걸어왔다.
"…야, 따라와."
내게 그렇게 말하고는 '누나'가 본인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 뒤를 따라간다.
탁-
나로서는 처음 들어오는 방이었다.
그리고 원작에서 묘사로나마 봐왔던 대로 정말이지 휑해 보이는 그런 인테리어가 특징이었는데, 대부분의 가구들은 빌트인에 침대와 화장대 말고는 이렇다 할 게 보이지 않는 깔끔한 상태였다.
"…너, 진짜야?"
"갑자기 진짜냐니, 뭐가?"
"뭐, 뭐기는 뭐야아…! 네가, 그… 나, 나를 좋아한다는 거… 진짜냐구."
"흐… 사랑한다는 거?"
"아, 아무튼!"
퍼억-
'누나'는 소리를 빼액- 지르며 내 팔뚝에 주먹질을 했다.
아프다 뭐다 할 수준도 아니고, 그냥 새끼 고양이의 앙탈 정도였지만.
"어. 존나 사랑하는데?"
"……."
내 이런 대답이 바랐던 대답이 아닌 건지, 사람을 불러 놓고는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특히, 눈을 크게 뜨고는 입을 살짝 벌리는 게 제법 귀여워서 또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싶다는 작은 충동이 일었다.
"아, 으… 야아… 우린 남매잖아…."
뻔하디뻔한, 그리고 식상하기 그지없는 전개였다.
남매니까, 가족이라서, 우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내가 활자로 골백번도 더 겪은 지긋지긋한 상황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아까… 나한테 했던 건…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줄 테니까, 그건 못 들을 걸로 할게…."
아까까지만 해도 동생에게 얼싸를 당하면서 밑으로는 씹물이나 줄줄 흘리던 주제에 지금은 이렇게 이성적인 척을 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에 어떻게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 밑에 '누나'가 깔려 앙앙거리는 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던 기정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길은 수없이 많았으니 고민되는 것은 당연했다.
"음…."
당장에 약을 먹이고 재운 뒤에 실컷 따먹는 것도 방법이고, 시스템이 내 자지에 씹구멍을 떠먹여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또한 방법이다.
"…그럼 알아 들은 걸로 알게."
내가 자신을 어떻게 따먹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모르고 속편한 소리를 한다.
그리고 몸을 홱-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하길래 얼른 손을 뻗어 내게 잡아 당긴다.
"꺄아아앙!!"
'누나'는 내게 고작 손목이 잡힌 걸로 암캐 같은 신음을 토해내더니, 자기도 놀랐는지 남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몸을 움찔 떨어대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해서, 나는 성큼성큼 걸음을 따라 옮기며 바짝 따라 붙는다.
"어, 어… 야, 야아…."
한눈에 봐도 당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뒷걸음질을 계속 치다가, 이내 툭- 하고 벽에 부딪친다.
"오, 오지마아……."
바들바들 떨어대는 '누나'의 이런 반응만 보자면, 내가 당장에 강간이라도 할 분위기였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내심 찝찝한 것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박수지 / 22살]
[처녀]
[나에 대한 호감도 : 5/10]
시스템이 곧장 강간하라던 '엄마'와 비교하면 아직도 한참이나 낮은 호감도였다.
두 번의 이벤트로 호감도를 어떻게 3이나 올렸지만, 맥스까지는 한참이나 남은 상태.
'엄마'의 경우 말이 강간이지, 사실상 화간에 가까웠고.
그것도 은근히 내게 다리를 벌리는 것을 즐기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만약에 '누나'에게 억지로 좆대가리를 들이밀었다가 문제가 커진다면?
호감도를 계속 올리라는 시스템을 무시하기에는 아무래도 리스크가 큰 듯했다.
"야, 야아… 이거 안 놓으면, 소, 소리 지른다?"
눈가가 그렁그렁하게 변했다.
내 모습에 적잖이 놀란 모양인데, 나도 겁을 줄 생각은 없었기에 잡고 있던 팔을 순순히 놓아주었다.
"누나."
"…왜, 왜."
한껏 떨리는 목소리로 내 얼굴을 마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동생이라서 그래?"
"그, 어, 응…? 어, 그러니까…."
내 말에 '누나'는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것 같았다.
"내가 동생이라서 이러는 거냐고."
"…어, 어. 당연히 우리는 남매니까, 이러면 안 되는?"
"우리가 친남매가 아니라면 괜찮아?"
'누나'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다.
"…뭐? 그, 그게 무슨 소린데…?"
그리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얼빠진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다.
"누나랑 내가 친남매만 아니면, 내가 누나 사랑해도 문제 없는 거냐고."
내 입에서 담담하게 흘러 나오는 말에도 아직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입을 작게 벌린다.
"누나가 그랬잖아. 우리는 남매라고, 그래서 안 된다고. 그럼 남매만 아니면? 그럼 된다는 거네?"
아마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을 테고,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한참 입을 뻐끔거리며 대꾸할 거리를 찾는 듯했지만, 입에서는 바람 빠지는 한숨만이 계속 새어 나왔다.
나 또한 숨죽여 기다려본다.
과연 '누나'의 입에서 내 말에 어떤 대답이 흘러 나올지가 상당히 기대되었으니까.
"하… 흐, 흐으… 하아아…."
조용한 방에는 누나의 숨소리만이 가득하고.
눈을 이리 저리로 열심히 굴리고 있었는데, 머리도 세차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누나?"
"하, 하아…."
그리고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누나'는 내게 어떠한 대답도 들려주지 못했다.
다시 '누나'를 압박하기 위해 내가 입을 열려던 순간에, 정말 아쉽게도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먼저 정적을 깨트린다.
"혹시, 한솔이랑 같이 있니?"
"으, 응!"
"…그, 그럼 이제 밥 먹으러 나오겠니?"
놀라 대답하는 '누나'와 한 템포 늦은 '엄마'의 대답까지.
그리고 덜컬이며 문을 열리려는 것을 내가 몸으로 밀어 막아섰다.
"조금 있다가 나갈게. 엄마 먼저 가 있어."
'누나'를 조금 더 몰아붙이고 싶었다.
'누나'의 입에서 무슨 대답이라도 듣고 싶었다.
"어, 얼른! 밥이랑 국이랑 다 떠 놨는데, 시, 식으면 어떡하게…?"
"괜찮아. 하던 이야기만 마저 하고 갈게."
"……."
'엄마'는 무슨 고집인지 문을 계속 두드리며 나를 귀찮게 만들었다.
쾅- 쾅-
"빠, 빨리 안 나오니!?"
일이 이렇게 되자, 내가 계속 문을 막고 버티고 있기에 꼴이 조금 우스웠다.
그래서 결국, 먼저 막고 있던 문에서 비켜섰고.
'엄마'는 뭐가 그렇게 급한지 방으로 몸을 내던지다시피 들어왔다.
"하, 하아… 후우…."
그리고 나와 '누나'의 행색을 살피는가 싶더니, 눈으로 주변을 훑으며 내 손목을 낚아챈다.
"…평소보다 늦었잖니. 더 늦기 전에 얼른 밥 먹자… 수지 너도 빨리 나와."
분명 내가 원작으로 봐왔던 것과 결이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엄마'와 몸까지 섞은 마당에 나로서는 어찌되었 건 상관이 없었지만, 옆에서 종종걸음으로 쫓아 오는 '누나' 때문에라도 눈에 띄는 행동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자, 맛있게들 먹어."
식탁 가득 차려진 반찬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말이 가장 많은 사람이 빠져서인지, 셋의 저녁은 아침 보다 훨씬 조용했다.
*
만족스러운 저녁을 즐겼다.
그리고 나와 '누나'는 '엄마'를 도와 뒷정리까지 마쳤다.
나는 이제 기회를 엿보다가 '누나'와 아까 끝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걸 복병이라고 해야 할지 갑자기 '엄마'가 나를 붙들고 안방으로 가자고 하셨다.
"…지금?"
"응… 한솔이 너, 슬슬 학원 문제도 있고 대화를 조금 해봐야 하지 않겠니?"
원작에서의 '엄마'는 주인공을 방목에 가깝게 키웠다.
그저 아들놈이 하고 싶은 걸 하게 도와주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일 뿐, 이렇듯 깊게 관여하거나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주인공이 재수 학원으로 반쯤 투신했던 이유도 어디까지나 '누나'와 '여동생'이 좆같을 정도 갈궈댔기 때문이었으니, 말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역시, 내가 행했던 강간 때문에 무언가 많이 바뀐 듯했다.
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라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알았어."
설마하니, 억지로 나를 학원에 잡아 처 넣을 생각일까?
내가 빙의된 뒤로 단 한 번도 염두하지 않았던 방향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작에 나왔던 좆집들을 떠올리면 자지가 절로 움찔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탁- 철컥-
문이 닫히고, 이내 잠긴다.
그리고 몸을 돌린 엄마의 매서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아무래도 이게 당연한 수순이다.
아까는 경황이 없었다고 해도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강간까지 했던 나를 이렇게 방치하는 건 내가 생각해도 조금 웃긴 일이었니까, 여태 조용했던 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수많은 좆집이 있다 한들 내게 있어서 우선순위는 명확했다.
혹여나 나를 학원으로 멀리 떨어트려 놓을까 싶어서, 이런 저런 변명거리를 떠올리며 '엄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봤다.
"…저기, 한솔아?"
"응."
생각보다는 온화한 목소리였다.
"설마… 수지한테도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런 건 아니지…?"
"…뭐?"
어떻게 알았지?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뻔했다.
기껏해야 아직은 얼싸를 했을 뿐이고, 뒷처리도 분명 제대로 했었는데….
"…이게 다 이것 때문이지? 어떡하니, 한창 때라서 그런가 보구나…."
'엄마'가 내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손이 아래로 쑥- 내려와서 내 아랫도리를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