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16-2 왕국 내전의 결말
[이번편도 H씬이 없습니다 H씬 찾으시는분들은 쉬어가는 구간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왕국측의 군대가 반대편 레베아 공작가의 군대로 진격하기 시작하자
루비아는 갑자기 의문이 들어서 라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라나 왕녀님. 저희측 배치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제가 비록 문인이라 전투는 잘 모른다지만.. 어째서 사령관이 좌군에 있는거죠?"
"아 클레어경이 개인적으로 상대해야할 초인이 좌군에 있다고 했었거든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루비아 양?"
라나의 말에 루비아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버리기 시작했다.
'이건 무언가 잘못 됐어!'
총사령관이 중군이나 선봉도 아니고, 좌군에 있다는점에서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사실 루비아는 그전부터 이상함을 느끼기는 했었으나 클레어의 위치를
라나에게 듣자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 전투 뭔가 이상해요 왕녀님! 당장 군대를 물려야!.."
"이해할수 없네요 우리가 질래야 질수가 없는 전력차인데 뭘 걱정하는거죠?
그리고 당신은 전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문인이라면서요."
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에게 말하냐는 표정으로 루비아를 바라보던 라나였으나,
이어진 그녀의 말에 자신도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네. 제가 전투는 잘 모르죠. 하지만 카린님 옆에서 보면서 느낀게 있는데,
절대질수없는 전투라는건 존재하지 않고, 아군에게 너무 유리하면
무언가 의심을 해봐야한다고 그분께서 말씀하셨어요!"
"쓸, 쓸데없는 기우에요!.. 거기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돌아갈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런 루비아의 조언을 라나는 뿌리쳤다.
자신 역시 석연치 않은 느낌이 있긴 했었으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 퇴군한다는것도 마음에 들지않은 선택지였다.
어차피 전투를 치르게 될 예정이라면 단기간에 빨리 끝내는게
이득이라고 판단하고 불안한 느낌을 애써 무시했다.
"왕녀님 저, 저기!.."
그러나 근위기사단장 지타의 외침에 라나의 얼굴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클, 클레어경?!.. 말도 안되!.."
"라나 왕녀님 큰일났습니다! 갑, 갑자기 클레어 장군을 비롯한 이들이
창을 돌려서 저희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레베아 공작가에 접근해서 싸울것같은 분위기는 전열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간악한 왕녀 라나를 잡자!"
클레어의 부대와 웰링턴 가문의 군대를 비롯해 왕녀의 중진에 있는 인사들이
이끄는 부대들이 그대로 창을 반대로 잡고서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이상황에 당황해서 어느쪽에 서야할지 혼란에 빠진 부대도
있는데다 분위기가 좋지않자 반역자에게 붙어버린 부대도 있었다.
"어,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저들을 회유한거죠?!"
자신을 배신한것도 믿을수 없었지만, 어떻게 아세가 저들을 회유했는지
라나는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었다.
"재물?.. 작위?.. 아세리아가 대체 뭘 제시했길래 저들이 이렇게 넘어간거죠?!
그 이유를 도저히 알수가 없어요!.."
라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이유를 찾고자 머리를 굴렸지만,
'상식적인 선'에서는 도저히 그 이유를 찾을수가 없었다.
클레어는 젊긴했지만 예전부터 국경을 지켜오며 충성심이 입증된 군부의 인사였고,
웰링턴 후작가 역시도 이미 레베아 공작가를 버리고서 왕가로 온 이들이었다.
게다가 클레어나 시라노나 이미 레베아 공작가에 있는 이들에게
개인적인 원한(?)같은게 있는 이들이었기에, 어떻게 아세가 이들을
회유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는지 라나는 납득할 이유를 찾을수 없었다.
하지만 전황은 그녀가 이유를 찾을 여유조차 떠오르지 못하게 만들정도로 급했다.
"라나 왕녀님 큰일입니다!.. 후방에 푸른눈의 백랑 용병대가!.."
"설, 설마 그들도 우릴 배신한건가요?!"
"네!.. 갑자기 저희 후방에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데보라 그년이 선두에 서서 근왕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의 데보라가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라나는 순간 정신을 놓을뻔했다.
"어떻게?!.. 왜?!.. 아세리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네년!.."
용병단은 의뢰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다.. 대륙 2위 용병단이
의뢰자를 배신했다는 사실이면 사실상 그 용병단은 명예가 떨어지게 된다.
즉, 신용이없어서 의뢰를 받는게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얘기였다.
"대륙 2위라는 자리에 오른동안 쌓아온 명예와 신뢰를 버릴정도면
어떤 조건을 제의한거지?!.. 레베아 공작가에 혹시
숨겨진 던전의 재화라도 있는건가요?!.."
설령 카린처럼 진짜 던전털어서 대박을 얻은 재물을 제의했다 해도,
푸른눈의백랑 용병단이 그동안 쌓아온것을 버리고 의뢰자를 배신할리가 없었다.
"아, 아직이에요! 아군이 숫자가 많으니까 어떻게든 계속 싸우면!.."
'이대로 아세리아에게 이렇게 패배한다는건 있을수 없어요!!..'
"왕녀님 이미 늦었습니다! 숫자가 많아도 지금 지휘체계가 다 붕괴되었고!..
거기다 진형까지 무너져서 사실상 패배한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근위기사단장인 지타의 말을 들은 라나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그럴수가!.. 아니, 아니지! 아직 한가지 방도가 있어요! 루비아 양!"
"네 왕녀님."
"당신이 데려온 '그녀'라면 아세리아를 확실하게 잡을수있겠죠?!"
라나의 말에 루비아는 고민했다. 자신도 그녀의 의도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분명히 자신옆의 있는 철가면의 여자를 이용해서 아세를 잡으려는게 분명했다.
그 생각이 나쁜것은 아니었다. 이쪽은 개판 5분전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긴 했으나
만약 아세를 잡는데 성공한다면 뒤집을수 있는 찬스가 생겨나는 셈이었다.
'하지만 위험성도 높은데다 성공확률도 높지않아.'
아무리 자신이 데리고온 초인 2명이서 아세를 잡으러고 적의 중군으로 간다한들,
초인의 숫자만 5명 대 2명이었다. 오히려 합공만 맞고 잃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루비아는 그냥 이쯤에서 라나를 손절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든 좋으니까! 어떤 조건을 걸어도 좋으니 아세리아를 잡아주세요!"
절박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부탁하는 라나의 모습을 보고서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그 대가도 클거야'
자신은 도박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전쟁을 끝까지 책임져달라는것도 아니고,
아세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말에 루비아는 승낙했다.
"그 말씀 잊지말아주세요. 그리고, 만약에 좌,우측에 있는 초인 4명이
중군으로 가서 아세리아를 돕는다면 저희는 즉시 빠지도록 하겠어요."
가망이 아예없다 싶으면 그때 빠지면 그만이라고 판단한 루비아였기에,
그녀는 라나의 부탁을 승낙했고 자신의 할아버지와 철가면의 여성에게
해야할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참. 그리고 근위기사단도 필요할것 같네요."
"근위기사단과 지타경까지?.."
자신의 최측근이라고 할수있는 이들까지 내놓으라는 말에
라나는 잠시 꺼림직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럼 지금 혼란한 전방을 뚫고 아세리아가 있는 중군까지 가는데
정예병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저걸 일일이 치우면서 가면 체력과 마나 분배가 되지않을걸요?"
"알겠어요. 지타경. 저들을 도와서 아세리아를 꼭 잡도록하세요!"
"왕녀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금 라나 자신은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이었기에 곧바로 제의를 승낙했다.
그녀가 이길 방법은 아세를 잡는거외에 없기도 했었고 말이다.
"아세리아를 잡는것으로 이 위기를 타개한다!
근위 기사단은 나와 함께 적의 전열을 뚫자!.."
"네 단장님!"
드워프 혼혈인탓에 키가 작아서 소녀처럼 보이는 지타였지만,
그래도 그녀가 검을 들어올리면서 돌격명령을 내리자
근위기사단은 앞장서서 아세가 있는 레베아 공작가측의
중군을 향해 각오를 다지고서 돌격을 개시했다.
"크핫~! 요새 젊은이들은 용기도 좋군."
"......"
그리고 근위기사단의 바로 뒤에는 용병왕 벤과 철가면의 여자가
아세리아를 잡기위해 그들을 따르고서 있었다.
* * * * * * *
"계획대로 잘 되어가고 있지?"
아세의 물음에 마법으로 전장을 관측하고 있던 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적은 완전히 혼란 그자체야.
설마 그 클레어 장군이 우리쪽에 붙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테니까."
"헤헤!.. 최측근에게 통수를 맞아서 반쯤 제정신이 아니겠지.
거기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었는지 상상도 못하고 있을테니까!"
전투를 한 이시점에서 이미 클레어와 시라노 그리고 데보라등은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되어있는 상태였다.
에이미에게 여러가지 기밀을 들은 아세는 한달의 시간동안 시스리아 왕국의
주축들을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시키는데 성공했다.
"설마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시켰다고는.. 이시점에 상상도 하지 못하겠죠."
그들은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시킨것은 에이미였다.
그녀는 틈을 파고들어서 마치 전염병처럼
왕국의 중신들내에 하이그레 인간을 그렇게 늘려놓았던 것이다.
"잘했어 에이미. 네 생각이 이렇게까지 성과를 거둘줄은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아세리아님! 제 어리석은 생각이 아세리아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아아!..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올것 같습니다!"
"응. 수고했어. 눈물까지 흘릴 필요없으니 오버는 하지말자."
아세의 칭찬에 눈물까지 흘리는 광신도 같은 에이미의 모습에
실비아를 비롯한 일부는 표정이 조금 구겨졌지만 아세는 대충 넘겨버렸다.
이러나 저러나 잘 활약해준것도 사실이고, 자신에게 광적인 부분이 있다는게
조금 흠이지만, 본인의 자업자득이니 이걸가지고 뭐라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참 아세리아 쟤네들 특공하려는것 같은데?"
"특~고옹 이라고?.. 라나 그년이 미쳤나 정말."
마법 관측으로 돌격해오는 근위기사단을 확인한 사야의 말에
아세는 어이가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전세가 확 뒤집힌 마냥에 특공같은걸 해서 뭐하겠다는건지
이해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세리아님. 그래도 무시할수는 없습니다. 제가 라나였다고해도
똑같이 아세리아님께 특공을 감행했을테니까요."
"으흠.. 아무리 말을 많이 따여도 킹만 잡으면 그만이라 이건가?"
에이미의 말을 들으니 아세는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체스판에서 아무리 말을 많이 딴들 킹이 체크메이트를 당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니까 말이다.
"그게 이상황을 뒤집을수있는 유일한 한수니, 어서 제나님과 사라님을 부르심이.."
"에이~.. 그래도 내가 초인인데 여기까지 뚫고온 애한테 잡힌다고?"
에이미의 의견을 듣고 고민하던 아세에게 사야도 재촉해서 말했다.
"에이미씨의 말을 들어야할걸 아세리아. 지금 선두에 돌격해 오는 기사단은
라나의 최측근인 근위기사단인데다, 널 잡겠다고 오는 애들이면 아마도.."
"초인이 섞여있겠지. 그런데 그게 왜?"
"클레어가 알려준 정보에 카린쪽에서 초인 2명이 왔다고 했잖아.
아마 그들일 가능성이 높아."
아세가 공식적인 초인 순위가 5위여도, 그녀의 무력만 따지면
그녀보다 강한 초인은 손가락으로 꼽을정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아세를 잡기위해 보내는 특공대라면, 그들이 아세에게 닿았을시
확실하게 아세를 잡을 자신이 있다는것을 의미했다.
"그거 잘됐네! 간만에 수련의 성과를 보여줄때가 왔으니까!"
그러나 그런 주변의 걱정에도 아세는 자신만만할수밖에 없었다.
비록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인질로 잡혀 있었지만,
저번에 진수연에게 패배할뻔할때의 경험으로 인해 자신보다 확실히
강하다고 생각되는 강자인 진여명에게 가르침을 청했고,
그 덕분에 어느정도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멍청한 소리하지마. 그러다 괜히 네가 큰 부상을 입거나 하면 어쩌려고 그래?!"
"에.. 나 못 믿는거야 사야?"
"널 못 믿는게 아니라.. 네가 크게 다치거나 죽거라도 하면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님께서 민폐를 끼치는거라고?"
하지만 사야의 태클에 자신만만하게 적을 맞이하려던 아세는 추춤할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제나님과 사라님을 불러서, 적의 초인이라도 막아내라고 전하자."
"으응.. 수련의 성과를 볼수있을까 싶었는데. 아쉽네.."
적의 초인을 직접 상대할수 없다는것은 아쉬었지만,
주변의 만류를 거절할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그녀는 어쩔수없이
좌군과 우군에 있는 제나와 사라에게 적의 특공을 막으라고 전달했다.
* * * * * * *
"우리가 있는데 아세리아님을 잡으려고 들다니.. 진짜 오만하게 그지없네!"
근위기사단의 특공은 제나와 사라의 기사단이 좌우에서 달라붙어버리자
그대로 돌격이 멈춰지는것 같았다.
"단 한명도 아세리아님께 닿지못합니다!"
그리고 사라는 자신의 앞에서 레베아 공작가의 기사에게 대검을 꽃아넣은
철가면의 여성에게 메이스를 휘둘렸다.
"흥..."
폭발할것같은 메이스와 대검이 충돌하면서 펑! 하고 폭발하는듯한
충격파가 일어났고, 사라의 메이스가 박살나면서 그녀는 튕겨나갔다.
"꺄아앗!.."
"사라?!.."
1합. 단 1합만에 사라가 적의 초인에게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쪽도 정리가 필요한가?"
"하핫~!.. 젊은이랑 노는 시간을 뺏으면 안되지. 천천히 정리하고 가겠네!"
"알았다.."
사라를 일격에 쓰러뜨린 철가면의 여기사는 그대로 근위기사와 함께
아세리아가 있는 중군으로 함께 돌격했다.
"멈쳐!.. 아세리아님께는 가지못한!.. 끄윽!.."
"섬광의 제나라.. 오랜만에 보는군 자네! 근.. 20년만에 보는거였나?"
"3년만에 보는거입니다 용병왕!.. 저 그렇게까지 늙지 않았어요!
어디서 저를 30대 아줌마로 보는겁니까!.."
자신을 가로막은 초인을 보고서 제나는 분노했다.
아세를 지키려고 가는길을 그가 막는것도 있었지만
여자로써 나이 많은것처럼 말하는 그의 모습에 화가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핫!.. 내가 좀.. 나이좀 먹어서 말이야. 요새 기억이 가물가물해."
"관짝에 계셔야할 사람이 걸어다니니까 어이가 없군요!"
70년전에 용병으로 현역을 뛴 사람이 나이를 좀 먹었다는 말에
제나는 어이가 없다못해 화가 수그러드는 느낌을 받았다.
"허헛!.. 너무 그러지말게나 아가씨! 아직 난 현역이니까 말이야!"
"방해되니까.. 최대한 빨리 치워드리죠!"
"할수있다면 얼마든지 해보게 하핫~!"
거구의 용병에게 제나는 파고들어서 검을 찔러갔다.
'사라를 일격에 쓰러뜨린 그녀가 설마 그사람이라면!.. 위험할수도 있어!..
빨리 이자를 쓰러뜨리고 아세리아님께 합류해야해!..'
마음이 조급한 제나와 여유롭게 상대하는 벤의 싸움이 전장에서 시작되었다.
* * * * * * *
"사라님이 당했어 아세리아!"
"사라가?.. 꽤 강한 상대인가보네. 크게 다치지는 않은거야?"
"다행히 쓰러진거외엔 생명에 지장은 없나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실비아씨가 사라님의 안전을 확보해주세요!.."
그리고 아세리아 이렇게 여유부릴때가 아니야! 퇴각을 하는게!.."
사라를 일격에 쓰러뜨린 초인이 이곳에 도착하면 아세도 위험할거라는 생각에
사야는 아세에게 물러나라고 말했으나, 아세는 손을 들었다.
"물러서면 쟤네에게 역전기회를 주는거잖아?
나 말고 사라를 일격에 쓰러뜨린 초인을 막을 사람이 여기 누가 있어?"
"하지만 너무 위험해! 일단 물러났다가
다른 초인들을 부르거나, 혹은 진여명씨에게 연락을!.."
"여기서 총대장인 내가 쟤 무서워서 튀어버리면,
우리쪽도 진영에 대혼란이 오는건데? 거기다 저 초인이 미쳐날뛰게 될거고 말야."
그러나 사야의 생각과 달리 아세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아세리아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만약 아세리아님이 퇴각하게 된다면 하이그레 인간들이라면 몰라도
상황을 모르는 멍청한 미세뇌자 병사들은 가만있지 않을겁니다.
분명 이쪽 진형도 무너지겠죠. 그렇다고 다른 초인을 불러와 협공을 한다고 해도,
그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아세리아님이 퇴각하시게 된다면 라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변수가 생겨, 잘못하면 유리하던 전세가 완전히 역전될 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하이그레 인간측 인원이 많아도, 일반병까지 전부 세뇌시킬수는 없었기에,
아세쪽의 병사들의 대부분은 미세뇌자 남성 병사였다.
진짜 소수의 몇몇 하이그레 인간이 마을에서 의무병 정도로 자원한 정도일뿐.
그나마 총대장이 초인 순위 5위인 아세리아인데다 초인인 제나와 사라도
함께 싸우고 있기에 별 문제없이 따르고 있지만, 하이그레 인간과는 달리
여전히 배신의 가능성이 남아있어 퇴각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여기서 아세리아가 당해버리면 모두 끝이에요!
사라님을 일격에 쓰러트린 저 초인이 얼마나 강한지도 제대로 모르는데...
이대로 아세리아를 보냈다가 만약에라도 쓰러지기라도 하면...!"
"하지만 저는.. 아세리아님께서 당연히 이기실거라 믿습니다!.
아세리아님은 위대하신 하이그레 마왕께서 이 대륙을 정복하기 위해
전생에 하이그레 인간으로써의 기억을 되찾으신분! 그런분이 이런곳에서
쓰러질리가 없죠!.."
"어.. 으응 맞아. 사야 너는 어떻게 신입인 얘보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없어?"
"지금 장난칠때가 아니야 아세리아! 도대체 너란 애는!.. 하아!.."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아세를 바라보며 말하는 에이미와
자신에게 자신만만하네 두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자신있어하는 아세를 보고서
사야는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었다.
"큰일입니다 아세리아님! 적의 특공대가 코앞까지 왔습니다!"
"자, 그럼 맞이하러 가줘야지. 걱정마! 이길자신 있으니까!"
아세는 자신을 호위하는 하이그레 기사들과 함께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돌격해오던 적의 특공대도 아세를 확인하자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아세리아 드 레베아."
"맞아. 그쪽은?.."
"... 내 이름 따위 상관없다. 그저 카린님을 위해 널 베어버릴뿐."
아세가 물었음에도 철가면의 여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서
대검을 들고 그녀에게 겨누었을뿐이었다.
"하아... 재차 묻는거지만... 정말로 이길 자신은 있는거지?.."
"정말...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만약 여기서 내가 이기면,
날 못믿은 벌로 앞으로 잔소리하지 않기다?"
"아니... 그건 좀 어려울것같은데?.."
평소의 아세 행실로 때문에 잔소리를 금지하라는 명령은 들어주기
어렵다는듯 난감한 표정으로 사야는 아세에게 말했다.
"꼬우면 연구비 삭감을 할.."
"자제하는것까지는 해줄게."
"에휴~!.. 내가 현생에 진짜 믿음직스럽지 못했나보네! 어쩔수없.. 아앗?!.."
연구비로 협박까지 했음에도 잔소리를 아예 안한다는 말은 안하는 사야의 고집에
아세는 어쩔수없다는 표정으로 레미의 앞까지 걸어나섰다. 그순간..
"야. 아무리 싸울때 싸우더라도 최소한의 대화는 하.. 꺅!.."
철가면의 여기사가 베어오는 대검에 아세는 당황하면서 급하게 피하고 있었다.
피하기 급급한 아세의 모습에 사야는 정말 걱정되어서 조마조마한 느낌이었다.
"자길 믿으라고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으으...
이러다가 정말로 아세리아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걱정마시죠 사야 마법사님. 아세리아님은 반드시 이기실 겁니다!"
"그렇게 확신하시는 근거는 있는거죠?.."
에이미가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아세의 승리를 확신하는 것을 본
사야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세리아님은 위대하신 하이그레 마왕님의 가호를 받으시는 분!
그런 아세리아님이 저런 미세뇌자따위에게 패배하실리가 없죠!!"
"...... 네..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어요... 하아..."
에이미에게 광신도같은 말만 들은 사야는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려 다시 아세쪽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쳇. 이게 뭐야. 멋있게 처리하려고 했는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만만하게 적의 초인을 처리하려고 했었던
아세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태세를 정비한다고 여념이 없었다.
"야이, 죽자살자 공격해오는건 너무하잖아!"
"전장에서 죽이지 않으면 죽는건 당연한거다!"
아세의 투덜거림에 상대도 어이가 없었는지 한마디 내뱉었다.
'으.. 빈틈을 파고들어서 한방 꽃고싶은데.. 피하는게 쉽지않아.'
보통 무기가 크면 클수록 공격이 막혔을때의 반동으로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상대는 대검을 휘두르는 궤도를 적절히 조절한탓에
아세의 생각처럼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파고들어서 배에 주먹을 박아넣을생각이었지만,
상대는 대검을 휘두른뒤 그 추진력으로 그대로 회전하면서 반격해왔기에
아세는 어쩔수없이 공격을 못하고 물러설수밖에 없었던것이다.
'배운걸 써먹을겸 멋지게 피해버리고 한방 넣어버리고 싶었지만..
이렇게 되면 원래 스타일대로 하는수밖에!..'
"우씨!.. 그래 한번 치고받아보자!.."
아세의 오러를 휘감은 펀치와 적의 대검이 빠르게 충돌했다.
몇차례의 충돌에 충격파가 터지면서 주변에 구경하던 이들은 조금 물러선 상태였다.
보통 초인끼리의 힘의 충돌을 하면 당사자들도 몇걸음이상 물러나기 마련이었으나
아세와 적의 초인은 한발짝 움찔한거외에 서로 밀려나지 않았다.
"어느쪽도 밀리지않았어!.. 그렇다면 막상막하인가?!.."
"아니! 정면으로 잘 맞서고 있는데도 아세리아님이 파고들지 못하잖아!
그럼 리치가 긴쪽인 저 여자가 더 우세하다고!"
사람크기만한 대검에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밀리지않은 아세를 보고
대등한게 아닐까 추측했지만, 막상 격투쪽인 아세가 적의 초인에게
파고들어서 공격하지 않는걸 보고 아세가 밀린다고 다들 생각했다.
보통 무기를 든 상대에게 격투가는 무기의 사정거리 안쪽으로 파고들어서
급소를 노리는것이 정석적인 싸움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아 진짜!.. 내가 이기고 있으니까 제발 그런식으로 말하지.. 읏!.."
주변에서 들리는말에 아세는 화가나서 외치려고 했으나,
자신의 목을 향해서 횡으로 베어오는 대검에 오러를 담은 손을 들어 급히 막아냈다.
"네년.. 쓸데없는데 한눈팔지말고 재대로 덤벼라!"
"아니.. 나도 이미지 체인지 할겸 폼좀 잡아보면 안되? 큭!.."
지금 아세의 상황은 여유로우면서도 방심하기엔 애매한 그런 상황이었다.
'솔직히 그냥 바로 이겨버리면.. 그 수행을 한 보람이 안느껴진다고..'
진수연과의 싸움이 있은후 얼마정도 지난때, 아세는 진여명을 찾아갔었다.
"저한테 그.. 무공이란걸 가르쳐주실수 있을까요 진여명씨?"
"으음.. 아세리아님은 아마 안맞을거예요. 지금보니까 저희식으로 말하면..
외공에 너무 중점이 되어있는지라.. 앗!.."
그러자 아세는 진여명에게 망설임 없이 곧바로 도게자를 했다.
그런 아세의 모습에 진여명은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부탁할게요! 제가 더 강해질수있는 방법은 진여명씨밖에 없어요!"
초인에 들어가는 자신을 가르칠사람이 사실상 없다고 할수있었기에,
아세에게 있어 자신을 가르쳐줄 스승이라고 할수있는 사람은
눈앞에 있는 그녀밖에 없었다.
"아으으!.. 알, 알았어요. 그나마 같은 권각쪽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일단은 기초부터 가르쳐 드릴게요.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앞으로는 내가 스승인 셈이니까.. 말을 놓도록 할게 아세리아."
아세는 진여명에게 하이그레로 자신의 감사 인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배운 기초로 인해 아세는 사라를 일격에 패배시킨
적의 초인을 상대로 나름 여유까지 부리면서 상대하고 있었다.
'기초만 배웠을뿐인데.. 이렇게까지 성과가 나다니.. 상상 이상인걸?'
아세는 워낙에 특이하게 강해진 케이스였다.
그냥 무식하게 남자애들 패면서 사람패는맛에 재미를 붙여서 하다보니
본능적으로 마나를 익히고 초인이 되어버린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그전까지 그녀가 휘두르는 공격들은 사실상 짐승이
본능적으로 휘두르는 공격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즉, 변칙적인 공격이나 허수의 공격이 거의 없었다.
직선적으로 급소만을 향해서 내려친 공격에서 변칙과 페이크가 섞인 것이다.
"큭!.."
철가면의 여성도 그런 아세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지
아세의 주먹에 어깨가 스치면서 느낀 고통에 신음소리를 흘렸다.
아세가 어설프게 배운거로 피하면서 싸울때야 밀어붙일수 있었지만,
자신의 대검을 무식하게 팔로 막아가며 광전사마냥 들이치니까
힘겨운듯 살짝 숨을 쉬었다.
"네년!.. 큿?!.."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아세의 주먹을 보고서
그대로 베어버리고자 했으나, 사실 아세의 공격은 페이크였고,
찔러가던 주먹을 회수하면서 몸을 숙여 상대의 얼굴을 향해 발차기로 올려차버렸다.
"빈틈발견! 하얍~!"
갑자기 발로 공격하던 아세의 행동에 적의 초인은 대응하지 못했다.
싸울때부터 계속 주먹으로만 맞대응을 했었기에,
처음으로 공격한 발차기에 유효타를 맞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퍼억! 하는 소리가 전장에 울리며 부셔진 철가면이 하늘로 날아갔다.
"....어..? 너 어디선가... 설마 레미?!.."
"......"
아세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채고서 잠깐 흠칫할때
이마에 피가 한줄기 흐른 레미는 전력을 다해 대검을 위로 올려서
아세에게 힘껏 내려쳤다.
"아세리아 네 이년.. 어째서!.."
그러나 레미의 대검을 아세는 두팔을 X자로 들어서 막아냈다.
자신의 일격이 이렇게 매번 막혀버리자 레미는 분노할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거냐 네년! 약이라고 먹었나!?
아니면 마족과 계약이라도 했느냐!.."
"아니.. 약을 먹긴 무슨 약을 먹었다고 그래!.."
레미로써는 이해할수가 없었다. 반년전 대륙연합 회의때
아세가 카린에게 비아냥 거리면서 시비를 걸었을때,
그걸 보고 분노한 레미가 나서서 그녀를 상대로 반죽음을 만들어놨었기 때문이다.
반년전만해도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쳐맞던 녀석이
지금은 자신을 상대하면서 여유까지 부린다?
이에 레미는 본인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화가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족과 계약은 무슨!.. 아.."
'하이그레 마왕님도 '마'라는 글자가 들어가니까 아주 틀린말이 아니게 될려나?
근데 으음.. 이건 계약이 아니라 내가 세뇌되어서 그분의 노예가 된거잖아.'
레미의 외침에 '어라라?'하고 고민하던 아세는 곧바로 자신의 다리를
횡으로 베어오는 대검을 보고서 줄넘기마냥 점프해서 피해버렸다.
"네년때문에 카린님께 또 폐를 끼칠수없다! 무슨수를 쓰더라도 쓰러뜨려 주겠어!"
"이제 여유는 못 부리겠네. 어쩔수없지.."
광기까지 보이는 레미의 모습에 아세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버렸다.
상대가 정말로 필살의 각오로 자신을 죽이려 든다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럼..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줄게."
'뭐지?!.. 아세리아의 기운이 더 강해진것 같다?!..
설마 나와 엇비슷하게 싸울때 전력을 다 하지않을거라고!?..'
사실 아세는 이때 하이그레 인간용의 장갑과 니삭스를 이미 착용한 상태였다.
자신에게 무예를 가르쳐주는 진여명에게 그 효능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다.
"장갑 니삭스를 착용해서 하이그레의 힘을 전투용으로 쓸수있다는 건가요?"
"하이그레 세뇌 광선도 에너지의 일종이니 가능하기야 한데..
원래 그러라고 있는게 아니라서 사용한 사람의 부담이 클거야."
'아하!.. 경유차에 식용유를 들이붓는것과 같은느낌이구나?'
진여명의 설명에 아세는 전생에서 보았던 물건으로 비유를 하면서 이해했다.
"솔직히 기.. 이곳에선 마나라고 부르는 기운을 다루는데 숙달되고
뛰어난 무예인정도나.. 그게 임기응변으로 가능하다고 할까?"
"에.. 그럼 딱히 좋은게 아니잖아요."
"도핑같은 느낌으로 쓸수는 있어. 물론 세뇌용의 에너지를 전투용에 쓰기때문에
몸에 부담에 없을수가 없지만 말이야. 겸사겸사 기의 제어 수련도 될테니까
사용해서 나쁘지는 않을거야."
지금 레미와의 싸움에서 아세는 그 장갑 니삭스와 하이그레 수영복에 깃든
하이그레의 세뇌력을 전투용으로 끌어내서 도핑한 상태였다.
물론 이렇게 세뇌하는데 쓰이는 하이그레의 마력을 자신의 몸에
전투용으로 끌어내서 쓰면 몸에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되지만,
갑작스럽게 강해진 아세의 기운에 레미는 그대로 압도되고 말았다.
'크, 크윽! 이, 이기운은 대체!.. 그 아세리아가 이렇게까지 강해졌단 말인가?!..'
도핑빨을 받은 아세가 그녀보다 더 강해진것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압도탓에 레미는 잠깐이지만 아세의 기운을 받아칠 생각조차 못해서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씩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웃, 웃기지마라!.. 네년이 무슨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카린님께 수련 받아 초인이 된 강자다!"
'그래!.. 아무리 저년이 강해졌다한들 카린님에 비하면!..'
아세가 아무리 강해졌다해도, 카린과 싸울때에 비하면 이정도의 압박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그녀는 애써 아세의 기운을 받아치고
자신의 모든 마나를 끌어모아서 대검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아세리아가 나보다 강해졌다는걸 인정한다. 그러니!..'
붉은빛의 오러가 대검에 휘감겨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길게 공방을 나눠봤자 질게 뻔하니 일격!.. 일격으로 아세리아를 끝장낸다!.'
그녀는 방어조차 포기한체 모든 기운을 검에 집합시켰다.
이렇게되면 사실상 레그 슈트의 방어력에만 의지해야 한다는것인데
초인을 상대로는 맨몸으로 칼끝에 들이대는것과 마찬가지였다.
'설사 맞찔러 죽는다해도 카린님을 위해서 반드시 해치우겠다!'
오로지 아세를 죽일수있도록, 필살의 의지도 함께 담아서.
"아세리아 드 레베아!.."
5M정도 되는 높이로 점프해서 대검을 들고 내려치는 레미를 보고서
아세는 자세를 잡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 일격에 반드시 죽이겠다는 레미의 살기가 그녀에게도 전해져온탓에
아세는 조금 긴장한체로 진여명과 있었던 수련을 회상하며 자신도 마나를 모았다.
"기술을 쓸때 기술명을 외치라니.. 그런거 조금 오글거리지 않아요?"
"하지만 이게 네게는 도움이 될거라고 봐.
미안하지만 아세리아 너는... 올라온 경지에 비해서 너무 기초가 안된상태니까.. 말이지."
"진여명씨의 질풍선뢰각 같은건가요? 근데 굳이 기술명을 외치는 이유가 뭐에요?"
"굳이 말하자면.. 의념.. 아니, 이미지의 집중이라고 할까?
강한 이미지로 마나의 기운을 제어해서 쏟아내는 기술이니까 말이야."
"강한 이미지라.. 막상 그런걸 생각해봐도.."
그리고 아세는 수련하면서 강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전생한 후의 강한 이미지라는것은..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진여명이 자신보다 강하긴 했으나, 그녀가 전력을 다한것을 본것도 아니었고..
"굳이.. 여기서 강한 이미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을까? 아, 맞아!.."
고민하던 그녀는 전생에서 본 애니메이션에서 어느 한 대머리 망토 히어로가
펀치 한방에 모든걸 다 부수고 다녔던것을 떠올렸다.
"그 히어로가 쓴.. 최강의 필살기. 그걸 최대한 이미지해서.."
레미를 노려보던 아세는 오른손 주먹에 모든 마나를 최대한 회전시킨후 응축시켰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올린 히어로의 펀치 모습을 따라해서 자세를 잡았다.
"죽어라!.."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내려쳐오는 레미를 향해서 아세는 펀치를 내밀면서 외쳤다.
'이것이.. 내가 수행한 결과!..'
"하이그레 '파워' 펀치!"
콰광! 소리가 울러퍼지며 아세 주변에 있었던 모든이들은 그 압력에 고개를 숙였다
아세의 주먹에서 오러의 응축이 터져나가며 모든것을 부셔버릴듯한
강렬한 파동과 함께 레미를 덮쳐갔다.
"꺄아아아앗!!"
그힘은 그녀의 레그 슈트가 누더기가 될정도로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오러의 충격파가 끝난후 힘없이 바닥에 툭 쓰러지고 만들었다.
'죄송합니다.. 카린... 님'
두번이나 충성하는 주군에게 폐를 끼쳤다는것을 자각하며
레미의 의식은 서서히 어둠속으로 가라앉았다.
"......"
레미가 누더기 상태로 쓰러져서 바닥에 쓰러진채로 일어서지 않자,
아세의 주변 전장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고...
"와아아아아!.. 아세리아님이 대륙 사천왕 레미를 일기토로 이겼다!"
아세가 오른손을 위로 들어올림과 동시에 레베아 공작가의 이들은
그녀의 승리를 알아채고 모두 환호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지? 반드시 이길거라고!"
"저는 아세리아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자, 사야 앞으로는 잔소리는 안할거.."
자신에게 감격의 눈빛을 부담스럽게 보내는 에이미를 뒤로한체
아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사야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잠깐 기다려봐! 적의 중앙에서 텔레포트 마법이 감지되었어!."
"에.. 엥?!.. 지원군이 누가 오는건 아니겟지?.."
"아, 그건 아니야. 아무래도.. 누군가 텔레포트 마법으로 탈출한것같아."
사야의 말에 아세는 그녀가 말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기감에 아직도 은은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지는것을 보아
레미가 하이그레 파워 펀치에 맞고 쓰러지자마자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한 흔적을 느낄수 있었던 것이다.
"잠깐, 그거 라나 아니야? "
"글세 모르겠어.. 일단은 전장 정리부터 하는게 우선이야."
"알았어. 일단 저기 쓰러져 있는 레미부터 회수하자."
아세의 전력을 다 한 일격에도 레미는 죽지 않았다.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을 했었기에, 아세의 그냥 펀치로도
충격을 이기지 못해서 그녀의 장기가 터져나가야 했었겠지만,
대신 그녀가 애용하던 마검이 반쪽으로 두동강 나버린채로 뒹굴고 있었다.
"애용하던 무기가 충격을 대신 받아줘서 목숨을 건진덕에
하이그레 인간으로 재세뇌되는게 그녀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
"팬티스타킹 병사님께 좋은 선물이니까 우리에겐 좋은일이지."
"그건 그래."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기뻐할것을 생각하자 하이그레 인간들은
미소를 지으면서 전장을 바라보았다.
"아참, 제나는?.. 다른초인하고 싸우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걱정하지마. 네 싸움이 결판나기 조금전에 이미 정리됐으니까.
클레어와 시라노가 제나를 도와줬었거든."
조급한 마음의 제나와 여유로운 용병왕의 전투는
심리에서 이기고 들어간 벤의 우세였으나,
어느정도 전장 정리가 끝난 클레어와 시라노가 제나에게 가세하자
3대1 이라는 숫자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상황이 망했다고 확신한 루비아는 예전에 카린에게서 받았던
텔레포트 스크롤과 마나리움을 사용해서 그대로 바니타스 영지로 튀었던 것이다.
"음 그럼 텔레포트로 도망친건 카린쪽 부하들이네. 라나는?"
"죄송합니다 아세리아님. 그게.. 일반 기사의 갑옷을 입고
도망친탓에 알아볼수가 없어서 놓쳤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적들이 항복하거나 흩어져서 전장의 정리가 끝난후
제나는 아세에게 사죄를 했다.
주로 흩어진 도망병보다 투항병이 더 많았는데,
이유는 라나가 클레어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이고,
그런 총사령관인 클레어가 아세의 편에 섰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상당수 병사들과 귀족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클레어에게 투항해버렸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어. 걔 근위기사단들도 싹다 잡았고,
어차피 도망친다면 어디로갈지 뻔하니까 말이야."
아세에게 있어서 최악의 전개는 만약에라도 라나가
다른 외부세력에 몸을 의탁하러 간다면 그들의 지원을 받고 돌아온게 뻔했기에
이 내전이 길어질 우려가 있었을 것이나,
'보나마나 시스리아 왕국의 수도인 슈프림으로 갔겠지 뭐.'
자신이 아는 라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일 성격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느긋느긋하게 쫒아가자."
"네 알겠습니다 아세리아님! 느긋느긋하게 추격하자!"
"잠깐만 에이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당장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을 이끌고 라나의 뒤를 쫒아가려던
에이미를 아세가 급하게 붙잡았다
"하아... 제발 오버는 적당히 해주면 안될까?"
자신을 위해서 행동하는거라 차마 화는 낼수없었던 아세였기에,
그녀는 에이미를 바라보며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다.
* * * * * * *
"하아.. 하아.. 헉, 헉!.. 허억!.."
"라나 왕녀님 거의 다 왔습니다!.."
라나는 자신을 호위하는 일부 기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겨우겨우 인근의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는 도시에 도착했다.
"클레어!.. 시라노!.. 샤리!.. 데보라!.. 으드득!.."
자신을 배신한 이들의 이름을 외치며 그녀는 이를 갈았다.
나중에 반드시 모두 복수해서 자신의 발을 햛게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세리아.. 드 레베아.. 으으!.."
그리고 그녀가 가장 이를 갈며 분노한 대상은 바로 아세였다.
애초에 아세가 없었다면 이런 상황도 없었을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돌아가면.. 설사 마족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년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요!!"
아세를 파멸시킬수 있다면, 설사 마족에게 뭐든지 내줄수있을 각오였다.
'설사 카린이나 철혈왕에게 모든 이권을 주더라도 반드시!..
시스리아 왕국이 토막나겠지만, 레베아 공작가 전체를 주고,
공국으로 낮추는 한이 있어도, 그년을 잡을수있다면 뭐든 좋아!..'
라나는 지금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선대부터 내려온 나라는 다 말아먹는한이 있어도 외세의 힘을 빌려서
아세를 파멸시킬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서 라나는 텔레포트 게이트로 수도 슈프림의 왕성에 도착했다.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자신의 앞에는 그녀의 여동생 프리시아가
단정한 드레스를 입고서 귀족들과 함께 라나를 맞이했다.
"오셨어요 언니?"
"프리시아.. 마중을 나와줬군요. 이 언니를 위해서.."
분노하던 라나였지만, 귀여워하던 여동생의 마중을 보자
그나마 마음속을 활활 불태우던 분노가 사그라드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야 왔네. 기다린다고 한참 걸렸잖아."
그런데, 그녀의 귀에 들려서는 안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아세리아 드 레베아!?.. 당신이 어떻게 여길?!.."
프리시아의 뒤에서 나타난 아세를 본 라나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에는 보안이 있어서 원래라면 아세가 이용할수가 없었다.
누군가 보안을 열어주지 않는한.
"프, 프리시아?.. 거, 거짓말이지?!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 언니를!.."
"헤헤.. 미안해 언니. 하지만 언니를 위해서였는걸."
아세에게 텔레포트 게이트를 오픈해준 사람이 누군치 눈치챈 라나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귀여워하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아세리아님. 이제 좀 벗어도 될까요?"
"아아, 많이 답답했지? 좋아. 어차피 쟤네빼고는 우리편밖에 없으니까.."
아세의 눈치에 곧바로 프리시아는 화려한 드레스를 벗어던졌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앙!.. 아아!..
하이그레 참는다고 정말 힘들었어!"
"하이그레.. 인간이라고?.."
'내동생이 하이그레 인간이었다니.. 믿을수 없어..'
동생의 배신한 충격이 가시기도전에, 그녀가 하이그레 인간임을 알게되자
라나는 마치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듯한 충격에 아연자실하고 말았다.
"아아!.. 프리시아님이 그러시니까 저희도 못참겠어요!"
"너, 너희들까지!"
그러나 충격은 거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프리시아가 하이그레를 하자마자,
귀족들과 호위기사들도 기다렸다는듯이 드레스와 갑옷을 벗어던졌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이, 이건 악몽이야!.."
자신이 알던 이들이 하이그레 수영복차림으로 하이그레를 하는 모습에
라나는 자신이 마치 악몽을 꾸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헤헤헷!.. 라나 네가 그런 표정을 지으니까 정말 기분좋은데?"
"아세리아 드 레베아.. 설마 이 모든걸 네가.."
아세도 레그 슈트를 벗어던지고,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과 같은색상의
장갑 니삭스를 착용한채로 라나앞에 섰다.
"헤헤!.. 맞아.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바로 내가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이들을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시켰어."
"아아!.. 아아아!.. 설마.. 클레어나 시라노.. 샤리.. 데보라들도!.."
"그건 직접 눈으로 보는게 어때?"
아세의 뒤에서 나타난 클레어와 샤리 데보라들도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명의 여성은 라나가 처음보는 인물이었다.
"저 여자는 대체.."
"응? 기억 못하는거야? 예전에 아카데미 동창회에서 너를 경호했었잖아."
"시, 시라노경?!.. 말도 안되!.."
180cm가 넘는 장신의 남자가 저렇게 여리여리한 여성으로 바뀌어서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라나는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든든한 장신의 남성기사였던 그가, 하이그레에 미친 음탕한 여자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뭐.. 너무 놀랄 필요는 없어. 너도 곧 저렇게 될꺼니까."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그리고 라나를 둘러싸고서 하이그레를 하는 하이그레 인간들의 모습에
그녀는 그만 무릎을 끓고서 두눈에서 눈물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악몽이야. 악몽이라고!"
'제발 깨어나게 해줘.. 제발!..'
그렇게 하이그레 인간을 사이에 둘러쌓여서 현실을 부정하는 라나를 보고서
아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다음 유열을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