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15-4 하지만 어림도 없지.
레베아 공작가를 시작으로 순조롭게 하이그레 인간들을
대륙에서 모르게 늘려나가고 있었던 아세에게 있어,
자신들이 하이그레 인간임을 들통났다는 소식은 충격 그자체였다.
'안들키려고 그렇게 주의를 기울였는데!'
"어차피 이렇게 된거 하이그레 군단의 부활을 대륙에 알리는게 어떻겠니? 아세리아."
이상황에 하이그레 침략군의 부활을 알리자는 마리안느의 말에
아세는 하마터면 뒷목을 잡을뻔했다.
"네?.."
아세는 아무리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하이그레 침략군의 부활을 알리고,
하이그레 수영복을 대놓고 드러내고 싶은 마리안느의 생각을
같은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엄마. 왜 그러지않는건지는 지난번에 설명해드렸잖아요."
어머니인 마리안느에게 차마 화를 낼수는 없어서 조심히 주의를 준뒤에
실비아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첩자 하나 못잡은거야 실비아?!"
"네에?!.. 죄, 죄송합니다 아세리아 아가씨!"
"첩자가 뻔히 팬티스타킹 병사님 근방에 있었는데도,
봉사한다고 여념이 없어서 실신해 있었다니..
그 첩자가 팬티스타킹 병사님 목숨을 노렸으면 어쩔 생각이었던거야 실비아?"
아세의 지적에 실비아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무릎을 끓었다.
그자리에 있었으면서도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와의 행위에만 빠져서
아무것도 대처하지 못한것은 자신의 실책이었기 때문이다.
"면, 면목이 없어요!.. 어떤 처벌이든 받겠습니다!"
"하아.. 이미 지난일이니까 됐어. 나도 근방에 갔다오는거였지만,
공작가의 내성을 그렇게 쉽게 비우면 안되는거였는데."
실비아를 혼낸 아세는 한숨을 쉬고서 사야를 바라보았다.
"첩자는 어디쯤까지 도망쳤지?"
"우리가 추격하는걸 아는지 경로를 계속해서 바꾸고 있는것 같아."
사야의 말에 아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소한의 경비인원만 남기고 가용 인력 다 출동준비해.
외곽 지역에 있는 제나와 사라에게도 연락해서 포위망을 짜도록하고."
"너무 과한거 아닐까? 네가 말한대로면 초인 3명에
기사 1천명에다, 병사 수만정도를 첩자100명을 잡는데 움직이겠다는건데,
토끼 하나 잡는데 사자가 움직이는셈이야 이건."
아세가 너무 무리한 판단을 내렸다고 판단한 사야는 그녀를 말리려고 했으나,
"걔네들 우리가 하이그레 인간이라는거 알아챘다면서?
그럼 걔네들이 누군가와 접촉하면? 그래서 우리가 하이그레 인간인거
대륙 전체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그 뒷감당은 되?!.."
"아세리아 네 말이 맞아. 생각해보니 지금은 이런거 저런거 따질때가 아니야."
진지한 아세의 표정에 사야는 곰곰히 생각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추격대가 따라붙었기에 100명 정도의 첩자를 처리하는데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악의 경우에 생길수있는
후폭풍을 생각하면 만의 하나의 사태라도 생기는것을 막아야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이그레 인간인게 드러나면 대륙 전체가 우리에게 몰려올테니까.
당장 준비하라고 하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모두 가동준비 해놓으라고 지시할게."
"다들 서둘러서 준비해. 나도 직접 나갈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단순한 전략상의 문제로는 아세의 판단은 최악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첩자 100명을 포위해서 잡겠다고
전쟁하려는 전력의 상당수를 빼버린셈이었다.
"녀석들이 그 어떤 미세뇌자와도 접촉하지 못하게 만들어!
만약에 걔네들이 지나가는 위치에 마을이 있다면 주민들도 다 잡아놓고!"
"네!"
하지만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미세뇌자에게 정체를 들킨다는것은
정말로 심각한일이었기에, 사야의 첫 만류 외에는
아무도 아세의 지시에 이견을 제의하지 않았다.
"누군지 몰라도 잡으면 진짜 가만안두겠어!"
정말로 화가 많이났었기에 아세는 눈앞에있는 책상을
주먹으로 깨서 부셔버리며 외쳤다.
하이그레 인간들을 대륙에 들키지 않고서 순조롭게 잘 늘려가던
아세에게 있어서, 이번일은 최악의 경우 하이그레 인간의 전원 몰살이라는
결과로까지 이어질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화를 참을수가 없었다.
* * * * * * *
"헉!.. 헉!.. 에이미님!.. 굳이 계속 대로가 아니라 산길을 경유해야 합니까?!"
"다들 너무 지쳤습니다!"
"그딴 소리 할 여유가 있으면 한발짝이라도 더 움직여 바보들! 헉!.."
부하들의 투덜거림에 에이미는 성질을 낼수밖에 없었다.
만약에라도 잡히면 잘해봤자 세뇌, 혹은 살인멸구를 당할게 뻔했기에,
그녀와 용병단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중이었다.
'분명히 추격대가 오고 있을거야.'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에 들어가기전, 전직 기사출신이었던 그녀는
예전 하이그레 침략군과의 전쟁에서 겪은 경험으로 인해서
하이그레 인간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광기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녀석들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났으니 어떤수를 써서라도 잡으려고 할테지!'
"그나마 다행인건 마법무효가 가능한 아티펙트를 가져온게 다행인건가."
에이미는 자신의 품속에 있는 구슬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티펙트 구슬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보라에게서 빌려왔던 물건이었고,
일정반경의 마나의 흐름을 꼬이게 만들어서,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아티펙트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살짝 꼬이게 만들어서 하위계열 마법만을 무효화 시키기에,
사실상 상대측에서 추격이나 탐지마법을 쓰지못하게 막는 용도로 쓰이는게 끝이었다.
"혹시나해서 데보라에게 애써 부탁해서 빌려온 보람이 있었어."
그렇다해도 아티펙트는 아티펙트.
대륙2위 용병단인 푸른눈의 백랑에서도 이런 마법도구는 하나밖에 없었기에,
에이미와 매우 친한사이인 데보라 조차도 그녀에게 빌려주길 망설였던 물건이었다.
"에이미님! 산길로 계속해서 가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근방에 마을 하나를 경유해서 지나치는게 더 속도가 빠를지도!"
"나도 안다고 이 얼간아!
하지만 마을을 경유해서 지나친다면 분명히 우리의 진로가 들통나고 말아!"
에이미는 아티펙트로 탐지마법을 무효화시켰다고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아세가 자신들이 있는 위치를 대충으로마나 알거라고 확신했다.
"지금 산을 타고 있는 지금도 우리 위치를 대충이나마
알아차리고 있을텐데 마을쪽으로 간다고?! 잡아달라고 말하는 멍청한 소리지!"
탐지마법이 안먹혀서 정확한 위치를 알수없기에, 오히려 그 지역에
자신들이 있을것이라고 쉽게 추측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대충 아는것과, 정확하게 아는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 위치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현재 상황이라면,
아세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눈치채기 어려울 것이지만,
만약 에이미와 용병단이 마을을 경유해서 가는 진로가 드러나 버린다면?..
'그때는 정말 끝장이지! 도망칠 가망이 100분의 1도 되지않을거야.'
물론 현재도 도망칠 가능성이 10퍼도 되지 않지만,
굳이 탈출 확률을 스스로 줄여버릴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렇게 계속 산을 타다보면 애들이 빨리 지칩니다!"
"나도 아니까 그딴 멍청한 소리 하지말라고!
우리 용병단이 레인져 훈련을 개똥으로 받은게 아닌데
왜 이렇게 징징거리는거야!"
에이미 본인도 서서히 숨이 차오르고 지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일부러 부하들을 다그치면서 산을 계속 올랐다.
그녀라고해서 용병단의 부하들의 고생을 모르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라나와 계약하기 전까지는 주로 대륙 북부에서 활동한탓에
하이그레 침략군과의 전쟁에 참여한 경험이 없어서 겪어본적도 없는 이들에게,
외계 침략군의 무서움에 대해서 알려줘도 전혀 이해할수 없을것이다.
"기력이 빠지는건 알겠지만, 굳이 산속을 택한 이유는 따로있어.
추격대가 온다면 맞서 싸우게 될건데, 산에선 우리가 유리할 테니까."
"평지라면 모를까, 산속에서라면 기사도 저희가 이길수있어서 그런겁니까?"
에이미의 말에 옆에있던 갈색 근육질 여자 용병이 눈치를 채고 되물었다.
그녀는 데보라와 같은 야만족 출신의 용병으로,
야만족 출신중에서도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편이었기에
에이미가 굳이 선별해서 데리고 온것이다.
"맞아 소니아. 어차피 1번은 추격대와 조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여기가 아세리아의 본거지인 레베아 공작가의 근방에 위치한 곳인 이상,
어차피 조우한다면 산에서 한번 격퇴하는게 나아."
평소 부하들에게 독설을 자주 내뱉던 에이미였지만,
소니아같이 눈치 빠른 부하에게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확실히!.. 평지라면 몰라도 산에서라면 아세리아같은 초인이 안오는이상,
레베아 공작가의 기사 전원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지요!"
푸른눈의 백랑은 전원 레인져 훈련을 받은 용병들.
그러니 만큼 산지나 숲에서의 전투에 특히나 탁월하다.
"해봤자 추격대 수백에서 천명정도라면, 정예기사가 끼어있어도
그까짓정도야 쓸어버릴수 있을겁니다!"
소니아가 자신있게 한손 도끼를 들고서 외쳤지만,
에이미의 표정은 좋지않았다.
'소니아의 말은 정석적으로 틀린게 아니야. 휴전으로 서로 굳혀진 전선에서
수천이상을 뺀다는건 어디 한군데에 공백이 나온다는 얘기니까. 하지만..'
하지만 에이미는 소니아의 생각이 틀릴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아세리아가 하이그레 인간인 이상!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움직이지 않겠지!'
솔직히 전략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아세가 자신들에게 그렇게 많은 인력을
움직이는것은 엄청난 손실이 맞았다. 에이미 역시도 나쁘지않았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아세가 하이그레 인간이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자신들이 레베아 공작가에 심어둔 첩자부터, 아세와 접촉한 이들 전부가
하이그레 인간인지를 의심해봐야하기 때문에, 전략 단위자체에서 틀어지기 때문이다.
'시스리아 왕국 내부에도 분명히 100퍼 하이그레 인간이 첩자로 있어!
어디까지 의심해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에이미는 아세가 자신을 잡기위해 엄청난 인력을 움직였을거라 생각했다.
그들에게 있어 자신은 알아서는 안되는것을 알아버린 사람.
그렇다면 모든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입을 막으려고 할것이 뻔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초인인 아세리아가 직접 움직일수도!..'
초인과 조우하면 아무리 그녀들에게 유리한 산속이라고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에이미는 그런 사실을 소니아등 부하들의 싸울 의지가 꺽일수도 있기에
굳이 그녀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만 있는건 아니야.'
끝장났다고 생각할수도 있는 현상황이었지만,
에이미는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 예상대로 아세리아가 무리해서 움직인다면?.. 빈틈이 생길가능성이 높아.'
에이미의 추측은 정확했다. 아세가 만약 미세뇌자였다면,
사야의 말대로 굳이 무리해서 자신을 쫒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어떤 기밀이 드러났다해도 말이다.
하지만 아세는 하이그레 인간이었고, 자신과 레베아 공작가의 일원들이
하이그레 인간이라는 사실을 극도로 숨기고 있었다.
그런 아세의 비밀을 발견한 자신이 절대로 되돌아갈수 없도록 애쓸것이 분명했다.
'내가 아세리아 였어도 분명히 할수있는 모든방법을 써서 나를 잡으러 들겠지!'
그렇다면 그것이 오히려 자신이 살아날 구멍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세가 그렇게 무리를 할경우 탈출 확률은 낮아지겠지만,
포위망을 뚫는데만 성공한다면 역으로 탈출하기 쉬워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데보라나 클레어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거야!'
에이미는 자신의 친우이자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 단장인 데보라와
여장군으로써 군부에 경험이 있는 클레어라면, 자신을 잡기위해
아세리아가 벌려놓은 그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 * * * * *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걸까?.."
에이미의 생각대로 클레어쪽도 아세측의 변화를 감지할수 있었다. 그러나..
"전선측의 전력을 하나하나 빼고 있어요! 심지어 초인인 제나와 사라까지
부재중임을 확인했습니다!"
"아세리아가 미쳐버리기라도 한걸까?
첩자 100명정도를 잡겠다고 이런 말도 안되는 무리수를 둔다고?"
부관인 레아의 말을 클레어도 믿을수가 없었다.
"무리수든 뭐든, 오히려 기회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파나."
그러나 부관들의 외침에도 클레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유지한채로
계속해서 지도를 바라보고 있을뿐이었다.
"상식적이라면?.."
"네가 아세리아라면 첩자 100명 남짓한 애들 잡자고,
초인 2명에 기사단 수백을 전선에서 빼버리는게 말이 되는것 같나?
클레어의 부관인 파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말이 안됩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만큼 아세리아가 숨기고 싶은 기밀을.
그 에이미라는 용병이 알아낸것이라는 가정이라면, 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파나의 말에 클레어도 크게 고민했다. 에이미를 구출하는가,
아니면 아세의 무리로 인해 빠져나간 전선과 영지들을 공격하느냐.. 그때였다.
"들어가시면 안되요!"
"비켜! 아무리 의뢰자라지만 너무한거 아니냐고!"
요새 내에 있는 회의실 바깥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이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아 진짜! 에이미를 구해야한다니까! 비켜!.."
회의실의 문을 벌컥 열어재끼고 들어온 사람은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의 단장인 데보라였다.
"꺅!.."
그녀는 자신을 가로막던 붉은 머리색의 단발여성을 밀치고서 회의실에 들어왔다.
"안나?"
그 모습을 본 클레어의 부관 파나는 데보라를 노려보며 창을 들었다.
"네 이녀석 감히 내동생을!.."
그녀는 자매를 밀치고 들어오는 모습에 창을 들고서 데보라에게 뛰어들려고 했으나,
"멈춰라 파나!"
"큭!.. 클레어님?!"
상관인 클레어의 제지에 멈쳐설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을 듣기도전에 뛰쳐나갔지만,
마치 무언가의 기류가 자신의 몸을 붙잡는것처럼
마나에 구속되어버렸기에 옴짝달싹하게 되었던 것이다.
"너는 유능한 부관이지만, 네 동생 안나와 연관만되면
다혈질이 되는 그 성격은 좀 자제할 필요가 있어."
"죄송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클레어에게 급히 고개를 숙였다.
"무슨일인거지?"
"왜 우리가 움직이려는것을 말렸던거지?!"
데보라는 크게 화가난 상태였다. 에이미가 위험해 처했다는것을
그녀는 직감하고서 용병단을 움직이려 했지만,
클레어가 용병단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너희가 용병이고 독립부대라고 해도
의뢰를 받은 이상은 내 지시에 따를 이유가 있다."
"망할! 내 친구가 위험에 빠졌다고!.. 크윽?!"
당장에라도 클레어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면서 다가오던 데보라는,
무언가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듯한 압박을 받고서 무릎을 끓었다.
"부단장이라는 녀석은 똑똑했는데, 단장이란 녀석은 뇌까지 근육이군."
"크, 크윽!.. 이, 이자식!"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마라. 아세리아의 함정인지 확인할 이유가 있으니까."
클레어의 말에 데보라는 그녀를 한번 더 노려봤지만
초인의 마나로 누르는 살기의 압박에 쉽게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어지간한 기사들도 때려잡는 그녀라해도, 상대가 초인이면 급이 달랐기 때문이다.
"클레어님 말씀대로 아세리아의 함정일수도 있어요.
그녀는 저번에도 자신의 바보 이미지를 이용해서 통수를 친적이 있으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일부러 첩자를 잡는척 가용 전력을 모두 빼버리고
비어있는곳을 노리서 오는 우리군을 역으로 잡아먹으려는 함정이 분명해."
자기꾀에 자신이 빠진다는 말이 있듯이, 클레어와 부관들은
현재 아세의 돌발행동이 자신들을 또 낚으려는 함정이라고 확신했다.
"함정이든 뭐든 그런거 상관없어! 나는 에이미를 구하러 갈.. 큭!.."
"그럼 계약파기라고 생각해도 되나?"
하지만 이번에는 데보라도 순순히 무릎을 끓지않았다.
그녀는 클레어가 주는 압박으로 인해 다리를 덜덜떨었지만,
조금씩 일어나서 자신의 큰 기로 클레어를 내려보며 외쳤다.
"우리 용병단만 움직이면!.. 큭!.. 되잖아!.."
"하아.. 이래서 무식한 야만족은.."
고집을 계속 피우는 데보라는 보고 클레어는 어쩔수없이 고개를 돌렸다.
"알아서해라.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의 독자행동을 허락한다.
파나 저들의 길을 막고있는 부대를 뒤로 물러라."
"클레어님?!"
데보라는 클레어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말도 하지않은체 허겁지겁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그녀의 머릿속은 에이미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다고 들을 녀석도 아닌것 같고,
정말 함정인지 용병단이 확인해주면 좋은거겠지."
"하지만.."
"어차피 쟤네랑 계약을 맺은사람은 내가 아니라 라나 왕녀님이라,
압박에 굴하지않으면 내가 막을 명분도 없다."
부관의 말에 클레어는 선을 긋는다는듯이 냉정하게 말했다.
함정을 확인하는 소모품으로 쓰기엔 푸른눈의 백랑이라는 용병단의 전력은
너무나 아까웠지만, 자신이 막는다고해서 데보라가 들을리가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럴바에,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게 하는것보다
스스로 가도록 허락해주고 함정인지 확인하는게 낫다고 클레어는 생각했다.
"기다려 에이미! 빨리 구해줄테니까!"
그리고 용병단 막사로 돌아온 데보라는 에이미를 구하기위해
이동 준비를 마친뒤, 부하들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
"함정이다!.. 크악!"
"망할!.. 대체 몇번이나 당한거냐!"
레베아 공작가의 기사단장인 제로스는 아세의 명령을 받아서
곧바로 추격대를 짜고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에이미와 용병단을 쫒는일은 수월하지 않았다.
"진짜 지독한놈들!"
추격하는중에 산과 숲속을 지나면서 함정에만 벌서 10번이 넘게 당했다.
물론 그들은 수준높은 기사들이기에 사망자는 없었지만,
벌서 중상사만 30명이 넘어가는 와중이었다.
왠만한 기사들이었다면 여기서 이미 추격하길 포기하거나
지원을 요청한채 따라가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놈들을 잡아서 동료들의 복수를 하자!"
예전에 레베아 공작가가 빈집털이를 당했을때
기사 가이를 포함한 동료들의 전사로 인해
레베아 공작가 내의 남성 기사들은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독한 마음으로 따라붙고 있었다.
"아세리아님의 말씀대로 하이그레 인간임을 눈치챘다면 꼭 잡아야해!"
"개미새끼 하나라도 빠져나가지 못할 포위망을 구성하겠습니다!"
게다가, 그들을 쫒는것은 제로스 단장뿐만이 아니었다.
하이그레 기사들과 초인인 제나 사라까지 에이미를 잡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산을 포위한채로 수색하고 있었다.
* * * * * * *
"지독한 녀석들!.."
에이미는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랬지만, 그러지 못했다.
물론 하이그레 인간들이 집요할 정도로 광기가 있다는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 하나 잡겠다고 이렇게까지 할줄은!..'
그러나 이정도까지 작정하고 나설줄은 몰랐다.
'이건 쥐 하나 잡겠다고 산을 불태우는거랑 같은거잖아!'
아무리 대륙에서 2위에다, 실질적인 1위라고 할수있는 용병단에다,
자신이 아세리아가 하이그레 인간이라는 기밀을 봤다고 해도,
이건 너무 과하다 싶을정도로 너무 과했다.
'정말로 개미하나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지금까지 산에서 함정을 파고, 매복을 해서 기습하는등
추격대를 계속해서 괴롭히면서 시간을 끌어왔으나,
그것도 슬슬 한계가 오고 있다는것을 에이미는 느낄수 있었다.
"더 이상 못버틸것 같습니다 에이미님!"
자신들을 조여오는 추격대의 움직임에 소니아도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젠장할.. 무기가!"
그녀가 들고 있었던 한손도끼중 하나는 이미 추격대를 기습하면서
싸운 전투로 인해 날이 빠져버린 상태였다.
"이제 정말로 방법이 없는건가?.."
'만약 생포라도 당하기라도 하면..'
에이미는 자신이 사로잡혔을때를 상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그 하이그레 수영복이라는 괴상한 옷을 입을뿐만 아니라,
외계의 침략자들에게 세뇌가 되어 죽지도 못한채 노예로 지배당할것을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실비아라는 여자처럼 그 꼴사나운 남자에게!..'
범해질수도 있다는 문장까지는 일부러 떠올리지 않았다.
너무 뻔한 결과겠지만, 자신이 세뇌되어 그런 옷차림을 한채로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허리를 흔들것이라는 상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에이미는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돌리면서 애써 머릿속에서 그 상상을 지웠다.
"여기와봐! 여기 발자국이 있다!"
"이런 망할!"
추격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자 에이미는 욕설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계속 흔적을 지우며 도망갔지만, 이제는 여유가 없었다보니
미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이동한 것이다.
"하아!.. 아무래도 모두 귀환하긴 틀렸어 소니아.
몇명이나.. 살아남, 아니. 돌아갈수 있을지."
"저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에이미는 한숨을 본 소니아와 부하들은 더 이상 방도가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이제부터는 20명씩 조를 짜서 흩어진다.
가능하면 한명이라도 돌아가는데 성공한다면..
데보라와 클레어 장군에게 이렇게 전해."
"뭐라고 전하면 됩니까?"
에이미의 말에 부하들은 그녀를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야만족 출신의 500명으로 시작한 이 용병단이 5천명이라는 큰 숫자로
늘어난것은 데보라가 스카웃한 에이미의 능력덕분에
용병단의 인원들은 모두 에이미에게 가장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에이미가 진지하게 전해달라는 말이니 분명히 무언가 중요한게
있을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모두 집중하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아세리아와 레베아 공작가의 사람들은.. 하이그레 인간이라고!"
"하이그레 인간?.. 그게 뭡니까?"
소니아부터 '저게 무슨말이지?' 라는듯한 눈빛으로 에이미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용병단의 이들이 하이그레 침략군과의 주 전장과 멀었던 북쪽 출신이 대부분인데다,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진행된 하이그레 침략군과의 전쟁때 참여한적은
에이미외에 없었기 때문에 하이그레 인간이 대체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전해주면 되 이 바보들아!"
에이미 역시도 부하들이 이해할거라고 기대도 안했기에,
자신이 알아낸것을 상세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흩어져도 멍청하게 길 잃어먹지말고 잘 돌아갈수있도록 힘내고."
"허참 너무 힘빠지신거 아닙니까 에이미님?"
"그, 그러게 추격해오는게 초인이라서 내가 많이 긴장했나봐.
녀석들을 따돌리고 돌아갈수 있도록 애써보자 이녀석들아!"
근육질 여성 용병의 태클에 에이미는 일부러 억지웃음을 지었다.
몇이나 무사할지 모르지만 이런상황에서도 부하들에게 독설을 날리기엔
꺼림직 했었기 때문이다.
'아마 과반수는 죽겠지. 하지만 어찌보면 죽는게 나을지도..'
설사 죽는다해도, 생포당해서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당하는거에 비하면
그것이 더 나을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럼요! 저희가 대륙2위 용병단이 되기까지
그렇게 사선을 겪어왔는데도 잘 넘기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어찌어찌 돌아갈수 있을겁니다!"
다들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억지로 긍정적인 말을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아무리 지능이 떨어지는 야만족 용병들도
자신들이 사지에 들어왔고, 나갈 방법이 더는 없다는것을 안다.
"크흐~! 이런 위험한 임무에 같이 동참해줬으니 돌아가는데 성공하면
반드시 술 한잔은 쏴주실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래. 돌아가서 만나면 실컷 마시게 해줄게!"
의미없는 덕담이지만, 암울한 분위기속에서도
잠깐의 훈훈한 분위기가 생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각자 짐을 챙기자 그들은 인원을 나눠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세뇌당하기보다 편안하게 죽기를 바래.'
에이미는 부하들의 죽음을 기원한채 산을 내려갔다.
보통은 무사 생환을 바라는게 맞겠지만, 그럴가능성은 이제 3퍼도 되지않았다.
게다가 생포된다면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시킬게 확정적인 사실이었기에..
"여기다!"
그리고 에이미의 생각대로 산을 내려가던 이들은 모두 추격대와 조우하고 말았다.
"네 이녀석들! 네놈들을 모두 죽여서 가이 녀석과 후배들의 복수를 해주마!"
맨처음 용병단과 마주한것은 기사단장 제로스였다.
"크악!.."
"네놈들 때문에 내 친구가!.. 죽어라!"
그와 남성기사들은 분노에 차서 지친 용병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숫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밀린상태에서 함정과 지형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기에,
그들의 칼날을 받아낼수있는 용병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복수는 했다. 부디 그곳에서 평안하길 바란다 후배들아."
마지막 20명째 용병의 목에 칼을 박아넣은 제로스는 가이를 비롯한
죽은 후배 기사들의 명복을 빌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 * * * * * *
"제나님. 어째서 그들을 데리고 온거죠?.."
"아, 제로스 단장과 휘하에 있는 남자 기사들?.."
제나의 말에 하이그레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단은 비록 적이긴하지만 세뇌할 가치는 있는애들이었다.
그런데 제로스등에게 맡기면 아마 그들은 모두 학살당할 것이다.
"그들과 조우하면 첩자로 온 용병들은 아마 다 죽을텐데..
차라리 저희가 생포해서 세뇌하는게 낫지않을까요?"
그럴바에 자신들이 제압해서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하이그레 기사는 생각하고 제나에게 물었다.
"나도 그 생각을 했는데, 사야 마법사님은 생각이 좀 다르더라고?
하이그레 인간인 나로써는 이해할수 없지만, 복수심에 가득찬 저들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적당한 제물이 필요하다고 했었어."
제나는 사야에게서 들은 얘기를 그녀들에게 설명해주었다.
확실히 전원 세뇌한다면 하이그레 인간 입장에서야 좋지만,
복수할 대상을 만났다고 눈에 불을 켜는 그들을 말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는 충분히 있어."
그러지 않아도 지난번 기사 가이의 배신으로 인해
그들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둘 필요성을 알게된 이상은
용병단 전체도 아니고, 극히 일부정도를 복수의 제물로 던져주면
아마도 복수심으로 인해 돌발행동은 하지않을 것이라는게 사야의 생각이었다.
"내 마음같아선 그냥 제로스 기사단장과 휘하 기사들도 전부 TS광선총으로
세뇌시켜버리고 싶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그게 최악이라고 말해줫거든.
그들을 안고 가는건 아세리아님도 허락해주신 일이고 말이지."
"뭐, 아세리아님께서 허락하셨다면 필요한 일이겠죠."
제나의 설명에 하이그레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했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아세가 허락했으니까.
"잠깐! 녀석들이 오고있으니 당장 준비해!"
얘기하던 제나는 산을 내려오는 기척을 자신의 기감으로 느낄수 있었다.
"전부 세뇌시킬거니까 죽이지말고 사로잡자고!"
"네 제나님!"
그렇게 제나는 내려오던 용병단을 전원 생포했다.
초인이 있었기에 결과는 안봐도 뻔한 결과였다.
"전부 여기서 세뇌시키고 싶지만, 급하게 온다고
하이그레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았으니. 전원 공작가의 내성으로 끌고가."
"알겠습니다!"
용병들은 분한 얼굴로 제나와 하이그레 기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쟤네들 저희를 노려보는데요?"
"냅둬. 어차피 내성에 도착하면 동료로 전향할 애들이잖아?"
하지만 제나와 하이그레 기사들은 그런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자 갈색 피부의 근육질 몸매를 가진 여성 용병이 기사들에게
침을 뱉으며 외쳤다.
"개소리! 네녀석들의 동료가 될리가 있겠냐! 차라리 죽여라!"
당연히 자신들을 동료로 전향시킨다는말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후후!.. 죽이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내말이 맞을지, 너희들의 말이 맞을지, 두고보면 알게될거니 기대하라고?"
제나와 하이그레 기사들은 여유만만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머지않아서 자신들의 동료가 될것이니까 말이다.
* * * * * * *
레베아 공작가의 기사들이 포위망을 짜놓은 산의 북쪽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한창 들리기 시작했다.
"너희들 때문에 아세리아 아가씨께 큰 죄를 저질렀다고!"
"막아!.. 상대는 1명이야!"
그것은 정말로 크게 분노한 실비아였다.
자신의 실책으로 이 사단이 났다고 생각한 그녀는
용병단의 흔적을 보자마자 부하들을 기다리지도 않고 달려나갔다.
"크악!.."
소니아는 비명을 질렀다. 자신에게 남은 무기인 한손도끼가
실비아의 오러에 반으로 잘려버렸기 때문이다.
"마스터!? 에이미님 도망치십쇼!.."
"미안해 다들!"
실비아가 마스터인것을 눈치챈 소니아는 에이미에게 도주하라고 외쳤다.
에이미 역시도 빠른 판단으로 자신이 남아있는것이 더 훼방이 될것을 알기에
곧바로 옆으로 방향을 틀어서 도망갔다.
"놓칠줄 알고?!"
그 모습에 실비아도 에이미의 뒷 모습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넌 못 지나간다!"
"꺼져! 죽여버리기 전에!"
거의 근 1.8M의 키를 가진 소니아가 앞을 가로막자 곧바로 그녀를 베었다.
"큭!.."
실비아의 오러에 견갑이 잘려나가고 상위에 입은 비키니 아머까지 손상되어
누더기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그녀는 실비아에게 덤벼들었다.
"어라?!"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실비아는 크게 당황했다.
소니아가 아무 무기도 없이 육탄 공격을 해올줄 몰랐던 것도 있지만,
특유의 피지컬 덩치로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서 깔아뭉갤줄 몰랐기 때문이다.
"꺅!"
결국 왠만한 덩치남성급의 피지컬을 가진 소니아의 몸에
그대로 실비아는 깔려버렸다.
"지금이다! 다들 나랑 이녀석을 같이 공격해!.."
"하지만 어떻게 소니아 조장님까지!.."
"빨, 빨리!.. 커억!.."
부하들이 망설이는 사이에 소니아는 압력에 의해 옆으로 튕겨나갔다.
"짜증나.. 정말!"
자신을 깔아뭉갠 소니아를 마나를 사용해서 내려친 주먹으로
옆으로 튕겨내버린 실비아는 화가난 얼굴로 그대로 서있는 용병들에게 돌격했다.
"으악!"
"무, 무기가 일격에!.. 쿨럭!"
그뒤로는 일방적인 농락이었다. 실비아는 용병들의 무기를 전부 부셔버린뒤
한명한명 부상을 입혀서 제압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야만족 출신의 용병이고, 전투력이 강한편이라고해도
상대가 마스터인 실비아라면 그들의 단장인 데보라조차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는 상대였다.
"헉헉!.. 실비아 선배! 혼자서 나가시면 어떻해요!?"
"네가 너무 늦은거 아니야 마르티나?"
정리가 끝난후에야 자신을 따라온 마르티나를 실비아는 노려보았다.
"솔직히 마스터인 선배를 저희가 어떻게 따라가요.."
"그런 실력으로 하이그레를 하고 있냐?"
지친 나머지 하이그레를 하면서 회복하려는 마르티나의 모습에
'그 실력에 잠이오냐'라는 드립을 바꿔서 후배들을 까는 실비아였다.
그녀는 아세에게 혼난 것을 괜히 후배에게 화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죄, 죄송해요 선배!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실비아의 화풀이를 받은 마르티나는 움찔거리며
하이그레를 하려던 자세를 멈추고 할수없다는듯이
땀을 흘리며 변명할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한명 놓쳤어. 쳇!.."
후배들의 변명을 들은 실비아는 에이미가 사라진곳을 바라보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굳이 에이미를 추격하지 않았다.
* * * * * * *
"소니아.. 모두.. 젠장할!.."
이런생각으로 그들을 데려온게 아니었다.
그저 정보만 얻고 적당히 귀환할 계획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용병단에서 나름 정예인 애들을 데리고 왔지만,
설마 이런 최악의 상황에 몰릴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나 혼자 남은거야?"
부하들은 모두 생사를 알수없고 홀로 도망친 상황,
거기다 식량도 이미 가지고 있던것을 포함해서 3일치밖에 없었다.
"데보라가 날 버린걸까?"
상황이 정말로 암담하게 느껴졌기에 그녀는 용병단의 단장이자,
자신의 친우가 자신을 버린게 아닐까라는 망상가지 들정도였다.
"아니, 그럴리가.. 아세리아쪽에서 작정하고 포위망을 짠것뿐이야.
그렇다면 방법은.."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다음 방법을 고민했다.
소니아등의 부하들이 자신이 도망치기위해 벌어준 시간을 벌어주었기에,
이대로 순순히 잡히면 부하들에게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숨은뒤에, 포위망이 풀리면 그때 돌아가자."
숨는데만 성공하면, 식량은 산에서 나는 열매와 풀로 버텨볼 계획이었다.
"산이라면 동굴이 있겠지. 하지만 수색을 당하기 쉬운 장소니까 패스.. 잠깐?!"
자신이 숨을곳을 떠올리던 에이미는 동굴을 패스하려다가 순간 떠올렸다.
"하이그레 인간들은 동굴을 먼저 뒤졌겠지. 그래서 못찾으니까
산을 통째로 에워싸고 조여오기 시작한거고.. 그렇다면?!"
역발상으로 동굴에 숨으면 될것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 한번 수색한곳을 두번이나 할리는 없겠지."
한번 뒤진곳을 두번 뒤질리는 없다는것을 떠올린 그녀는
산에서 게릴라를 하면서 보았던 동굴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미안한데 동굴까지 따라가는건 사양하고 싶은걸?"
"누구냐!.. 헉!"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에이미는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매우 크게 놀라고 말았다.
'아세리아가.. 하늘을 날고있어?..'
하늘을 나는 사람이야 마법사도 있지만, 아세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런 아세가 마법사마냥 자신위에서 날고있는 모습에
에이미는 크게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휴우~ 오마르 호를 대체할수있는건 나쁘지않은데.
마나를 써야하는데다 연비가 최악이야!"
투덜거리면서 자신앞에 착지한 아세를 보고 에이미는 욕을 내뱉을 뻔했다.
"순순히 투항하는게 어때? 어차피 이제 너도 못 튀는거 알잖아?
안그래도 너 때문에 화가 많이나서 용서가 안되긴 하지만,
순순히 투항해준다면 선처도 생각해주겠어."
"네년 말대로 도망치는건 안되겠지! 하지만 이건 어떨까!.."
"아앗?!.."
이번에는 아세가 당황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에이미가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서 찔러갔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뇌당할거라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었기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자결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꺄악!"
"휴!.. 아슬아슬했네!"
곧바로 주먹에 마나를 담아서 날린덕에 에이미는 자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나서 나무에 등을 부딪치고 말았다.
"망설임 없이 자결하려 할줄이야! 이런 미친년을 봤나!?
정말 용서가 안되네! 넌 도착하면 진짜 재대로 해주겠어!"
그렇게 에이미와 용병들을 생포한 아세와 기사들은
그녀들을 데리고 레베아 공작가의 내성으로 복귀했다.
"으윽.. 나.. 기절해 있었.."
에이미는 정신을 차렸다. 아직 멍멍한데다 희미한 시야였지만,
자신이 자결하려는것이 실패했다는것은 알수 있었다.
'감옥?.. 아니야 감옥치고 어둡지가 않아.'
시야가 회복되진 않았으나,
자신이 있는곳이 감옥이 아니라는것을 그녀는 알수 있었다.
"깨어났나보네."
"아세리아?! 큭!.."
그러나 아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눈이 확 뜨였다.
"혹시나 혀를 깨물고 자결하려는 수는 쓰지마.
네 자결을 막기위해서 루나 신관까지 오라고 했으니까."
"날 세뇌시킬.. 생각이야?"
"헤헤.. 잘알고있네? 순순히 하이그레 인간으로 전향해주지 않겠어?"
아세의 웃음에 에이미는 그녀를 노려보며 일어섰다.
두손이 등뒤로 돌려서 묶여있는 상태지만, 다리는 묶여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딴 개같은 제의를 내가 받아줄 이유는 없!.. 앗?!.."
"헤헤!.. 늘 언제나 똑같은 반응이지만, 그럼에도 재밋있단 말이지!"
자신의 머리색과 비슷한 연보라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에이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아세는 미소를 지으면서 웃었다.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패턴은 질릴만도 하지만,
아세의 입장에서는 늘 신선한 별미나 마찬가지였다.
"뭐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쩔수없지. 사실 순순히 전향해주지 않길 바랬어."
"내게 뭐하려고.. 읍읍?!"
아세는 두손이 묶여있는 에이미의 입을 입마개로 막았다.
"솔직히 너는 용서가 안되. 어째서냐고? 옛날 이야기속에서 들어본적 있겠지?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을 안 자는.."
아세의 눈빛은 에이미는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가는 웃고 있었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그것도 망가져도 상관없는,
그런 장난감을 발견한듯한 눈빛을.
"바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걸 말이지! 자 들여보내!"
"읍읍!.. 우읍!"
들어오는 이들을 본 에이미는 놀랬다.
소니아와 야만족 용병들이 하이그레 수영복이 입혀진채로
하이그레 기사들에게 둘러쌓인채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하이그레 수영복이라는걸 입고서, 하이그레라는걸 하면
에이미 부단장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이 사실이냐?"
"아까 말해준대로야. 너희가 그옷을 입고 아까 알려준대로
하이그레를 하면, 너희의 부단장의 몸에 상처를 입히진 않겠어."
"알겠다! 약속은 지켜라 아세리아!"
야만족 용병들이 하이그레 자세를 취하자 에이미의 두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읍읍! 우읍읍!!"
'안되!.. 다들 그러지마! 그 하이그레 라는것을 해버리면 안되!'
에이미는 필사적으로 그녀들에게 하이그레를 하면 안된다고
외치려고 했지만, 입마개로 입이 막혀있는 지금은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야만족 용병들은 하이그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녀들이 마치 운동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하이그레를 하는 모습에
에이미는 미쳐버릴것만 같은 마음으로 외쳤다.
'하지마! 이 멍청이들아 하지말라고! 그거하면 세뇌당한다고 바보들아!..'
물론 입이 막힌탓에 다른사람들에게는 읍읍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으나,
제발 부하들이 자신의 뜻을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이그레! 하이그레! 걱정마십쇼 에이미님!
당신을 지키기위해서 이정도의 수치따위는.. 큭!,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니야 멍청아! 너희들에게 수치를 주려고 하이그레를 시키는게 아니라
너희를 세뇌하려고 하이그레를 시키는거라고! 그러니까 그만해 제발!'
부하들이 세뇌당한다는것을 척봐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바라볼수밖에 없는
에이미의 두눈에서는 이제 눈물이 한방울씩 맺히기 시작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흐읏!.. 왠지 기분이.. 하이그레! 하이그레! 앗!.."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앗!.. 이 옷이 민감한곳을
파고드는듯한 느낌이 든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앙!"
하이그레를 몇번하자마자 그녀들에게 곧바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헤에, 아무래도 평소에 비키니 아머같은걸 입으면서 하이그레 수영복보다
더한 노출을 하고다닌터라,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는것에 거부감이 없어서인지
세뇌가 더 빠르게 되는것 같은데?"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흥!.. 세뇌라고?.. 그게 무슨..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앙!"
소니아는 자신에게 세뇌 된다고 말하는 아세의 말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아.. 이 하이그레라는거 정말 기분좋다.'
하이그레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는것도 있었지만,
아세의 말대로 하이그레 세뇌가 빨리 진행된탓에
벌서부터 인식개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악! 기분좋으면서 몸이 달아올라! 하이그레! 하이그레! 앙!"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응! 하이그레를 할수록 더 기분좋앗!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항!"
"우읍! 읍읍! 읍읍읍!"
부하들의 얼굴이 하이그레를 하면서 흥분으로 물드는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에이미는 정말로 환장할것만 같았다.
저 모습이 세뇌되기 직전의 모습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헤.. 멈쳐줬으면 좋겠어?"
"읍! 읍! 읍!"
그때 아세가 에이미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싫은데에~? 아까 말했지. 너는 특별하게 처리해주겠다고."
자신을 농락하는듯한 아세의 말에 에이미는 그녀를 죽일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네 부하들이 세뇌되는것을 지켜보는것. 그것이 네게 주는 첫번째 벌이야."
'아아.. 젠장할! 저주하겠어 아세리아!'
마음속으로 아세를 필사적으로 저주하던 에이미는 고개를 돌려 부하들을 보았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앙♥ 하이그레 좋아♥ 정말 좋아♥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흐앙♥"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아♥ 이렇게 기분좋은게 있을줄은 몰랐어♥
몇번을 계속해도 빠져드는듯한 이 기분♥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악♥"
그녀가 그러는사이, 갈색 피부에 근육질 몸매를 가진 야만족 용병들은
모두 하나같이 음부를 가린 하이그레 수영복 부분에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다.
'...... 도저히 지켜보지 못하겠어..'
이미 하이그레의 쾌감에 빠져들어서 세뇌되어 하이그레를 열정적으로 하는
부하들의 모습에 에이미는 차마 더 보지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뭐해? 미안하지만 고개를 돌리는것도 허락한적없어.
똑바로 보라고. 널 따르는 부하 용병들이 하이그레 인간으로 바뀌는 과정을."
"우읍읍!!"
'아세리아 드 레베아!..'
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아세는 그녀의 얼굴을 잡고 부하들쪽으로
시선을 강제로 돌려버렸다.
"고개를 돌리는것도, 눈을 감는것도 허락하지 않을거니까 똑바로 잘 봐.
너도 곧 저렇게 하이그레 인간이 될테니까"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아♥ 하이그레만 했을뿐인데에♥
몸이 점점 뜨거워져서 가버려엇♥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에엣♥"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흣♥ 하이그레 최고오♥
이제 하이그레말고 아무생각도 떠오르지않앗♥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에♥"
합을 맞춘듯 여자 용병들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젖히며
아랫쪽에서 물을 튀기면서 하이그레로 절정에 올랐다.
'아아.. 안되!'
"헤헷!"
그 모습을 지켜보는 두 여성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인간 소니아!
완전 세뇌 완료되었습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완전 세뇌 선언을 하는 소니아와 야만족 용병들을 보고서
아세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짓고서 에이미의 입을 막은 입마개를 풀어주었다.
"흐윽!.. 아세리아 드 레베아! 이 망할 개자식!.. 꺄악!.."
분노한 에이미는 입마개가 벗겨지자마자 곧바로 아세에게 욕을 했지만,
그녀의 뺨을 누군가가 때렸다.
"소니아?!.."
방금전까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하이그레를 하겠다던 부하
소니아가 빠르게 다가와서 그녀의 뺨을 때린것이다.
"미세뇌자가 감히 우리에게 하이그레를 전파해주신 아세리아님께 욕을 하다니!"
소니아의 분노한 모습에 에이미는 순간 멍한 얼굴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되면 바뀌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세에게 욕했다는 이유로 그녀가 자신의 뺨을 때릴줄 몰랐기 때문이다.
"내 부하들을 저렇게 세뇌시키다니.. 절대 용서안해 망할 년!..
널 저주하겠어! 아세리아 드 레베아!"
하지만 금세 다시 정신차리고서 아세를 저주했다.
물론 그녀가 할수있는건 이게 고작이었기에 어쩔수없었겠지만 말이다.
"흥, 용서 안하는건 내쪽이거든? 너는 쉽게 하이그레 인간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거야. 그러니 기대하라고!"
그렇게 에이미에겐 길고긴 절망의 시간이,
아세에게 있어선 정말 즐거운 화풀이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