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14-2 회심의 반격. 그러나..
7구역 포로수용소에서는 펑! 하는소리와 함께 진동이 울렸다.
아세의 오른 주먹과 진수연의 단검이 충돌하면서 생긴 충격으로 인해 울린것이다.
"으읏!.."
초인의 힘을 가진 2명의 오러가 충돌한뒤, 둘은 똑같이 서로 뒤로 밀려났다.
"큭!.. 제법이야 아세리아!.."
진수연은 쉽게 제압할수없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단검을 쥔 자신의 손이 살짝 떨렸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5위정도라길래 초인중에 말석에 들어갈줄 알았는데 이건!..'
아세를 자신이 이전에 보았던 섬광의 제나보다 약간 윗 정도의 실력이라고
생각했었던 자신의 예상외로 아세가 강한 모습을 보이자 얼굴이 조금 굳었다.
'이정도의 위력이라면 힘만으로 따졌을때
이전 전쟁에서 전사한 2명의 초인에게 밀리지않겠어!..'
진수연은 자신이 아세를 완전히 오판했음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세에 대해 오판을 할수밖에 없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망나니라는 별명과는 달리 재능에 의지하지 않고
수련을 꾸준히 한 모양이네 아세리아."
"쓸데없는 잔말 말고 덤벼 진수연."
자신이 아세를 인정했다고 생각하고 나름의 경의를 담아 말했음에도,
아세는 그녀를 차가운 눈동자로 마주보며 말을 끊었다.
"너.. 서로의 입장차이가 있어서 아무리 싸우게 됐다지만,
무인으로써 서로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것도 없는거야?"
180도 태도 전환에 이어서, 곧바로 존댓말에서 반말로 낮쳐버리자
살짝 당황한 진수연은 그녀에게 물었다.
"햐?.. 어차피 싸울건데 상대에 대한 예의는 무슨 헛소리야!..
그쪽에서 오지않으면 내가 가겠어!"
'감히 팬티스타킹 병사님의 목숨을 빼앗으려한 악당따위에게
예의나 존칭은 말도 안되는소릴!..'
그동안 미세뇌자인척 자연스럽게 위장하면서 나름 진수연과 살갑게 지내왔으나,
그녀가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의 목숨을 빼앗으려 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절대 용서못해!..'
하이그레 인간이라면 자신이 모시게 될 팬티스타킹 병사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왔다는 적의 목적을 듣게된다면,
아세가 아니라 그 어떤 하이그레 인간이라도 누구나 분노할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하아압!.."
아세의 정권이 진수연의 머리를 향했다.
'오러의 위력은 엇비슷해.. 하지만 기본 근력의 파워에서 밀려.
그렇다면 정면으로 오러를 부딪쳐서 내게 좋을게 없어.'
그녀는 고개를 우측으로 급하게 꺽어서 아세의 주먹을 살짝 스쳐서 피해냈다.
"꺄윽!.."
그리고 그대로 몸을 숙여 아세의 좌측 허리를 발로차버렸다.
"무작정 덤비는것밖에 모르는거야 아세리아?.."
물론 진수연 자신이 아세를 상대로 정면대결해서 이길자신이 없는것까진 아니었으나,
괜히 그녀와 정면대결을 해서 데미지를 입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닥쳐!.."
화가난 아세는 왼손으로 마구잡이식 잽을 날렸다.
"철저하게 본능으로만 때리는 공격이라.. 기본자체가 안되어있어!.."
하지만 진수연은 아세의 공격을 피하고서 곧바로 단검으로 그녀의 어깨를 베었다.
"꺄앗!.. 웃, 웃기지마아!.."
아세가 입은 레그 슈트의 견갑을 진수연의 오러가 담긴 단검이 베고 지나가자,
견갑이 잘리고 그녀가 베고 지나간 아세의 어깨에 붉은색의 작은 실선이 새겨졌다.
'마나로 몸을 보호하지않았으면 깊게베였을거야!..'
아세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의 검이 자신의 어깨로 파고들때,
급히 마나를 몸밖에 두르지 않았다면,
그대로 어깨를 쓰지못할정도로 베였을게 뻔했다.
'젠장.. 속도는 크게 밀리지않는데, 저 발놀림을 따라갈수가 없어!..
남쪽대륙에서 무인들이 사용한다는 보법이라는게 저걸까?..'
아세는 자신의 공격을 피한 진수연의 움직임을 보고서 그녀가
남쪽대륙의 무인들이 사용하는 보법이라는것을 쓰고 있다고 확신했다.
'저걸 어떻게 상대해야하지?..'
* * * * * * *
"아세리아!.."
"마리안느님! 멈추세요! 초인끼리의 싸움이라 여파만으로도 다칠수 있습니다!"
카타리나는 딸인 아세가 상처입은것을 보고 뛰어나가려는 마리안느를 잡고 말렸다.
"크읏!.. 여기까지 충격이!.."
100M넘게 떨어져있는 지금도 둘이 싸울때마다 충격파가 울리고 있었다.
"꺄아악!.."
마리안느는 충격파로 인해 넘어지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도망쳐야겠다! 따라와라 마리안느!.."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어차피 자신은 초인에게 한합에 죽을걸
알고 있었기에 냅다 튀려고 했다.
"팬티스타킹 병사님.. 읏!.."
그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초인끼리의 싸움이면 자신이 있어봤자
잉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리안느 너나, 내가 여기있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는 쓰러진 마리안느를 부축해서 일으켜세웠다.
"잠깐 멈추세요 팬티스타킹 병사님! 어차피 상대가 초인이면,
뛰어서 도망쳐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어쩌냐는거냐 카타리나!.."
카타리나의 말에 다리우스를 짜증을 낼수밖에 없었다.
"아세리아님이 버티고 있으니 제가 갔다오겠습니다!.."
"네가?.. 네가 끼어들어봤자 너도 한방에 훅갈텐데?..
그럴바에 차라리 빨리 도망치는게 낫겠지 않겠냐!"
마스터가 끼어들어도 별 도움이 안될텐데 카타리나가 끼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다리우스는 그녀를 말렸다.
"이유가 있습니다 팬티스타킹 병사님! 이럴시간이 없으니 빨리 갔다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타리나는 곧바로 포로수용소의 건물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젠장. 부디 이겨다오 아세리아."
결국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어쩔수없이
아세가 이겨주길 바라는수밖에 없었다.
진수연에게 아세가 패배한다면 그다음엔 자신이 바로 죽게될테니 말이다.
* * * * * * *
'다른 초인들이나 마스터들과는 다른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어.
특히 기교쪽에서는.. 카린 그 언니를 제외하고 대륙에서 최고라고 봐야할지도!..'
아세 자신이 아는 다른 초인들이나 마스터는 저런식으로 현란하면서
복잡하게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금전까진 기세등등하게 덤벼들었는데.. 이제는 조용하네."
진수연은 한발짝 물러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아세에게 말했다.
"이제 실력차이를 알았다면 순순히 비켜주지 않겠어 아세리아?"
그녀 자신의 언니와 닮은 아세를 가능하면 상처입히고 싶지않았다.
"뭐라고?.."
"이대로 계속 싸워봐야 너만 상처입을뿐이야. 어차피 뻔한 결과라면..
순순히 포기하는게 좋지않겠어?"
그렇기에 한번 더 아세를 설득하기위해 말을 걸었다.
만약 아세가 미세뇌자였다면 고민을 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야 진수연."
하지만 그녀는 하이그레 인간이고, 차라리 자신이 죽으면 죽었지.
적에게 팬티스타킹 병사가 죽도록 순순히 보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나를 네 언니와 겹쳐보고 봐주려는거 뻔히 보이는데..
나는 네 언니가 아니야. 잠깐 친하게 지냈었다고
내가 네 말을 들어줄리가 있다고 생각해?!.."
"... 선을 넘었어 너."
하지만 자신의 제의에도 아세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거절하면서,
그녀가 아세를 자신의 언니와 겹쳐보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아세가 말하자.
진수연의 표정은 아세와 마찬가지로 곧바로 차가워졌다.
'생각할것도 없는 제의라서 곧바로 거절하긴 했었는데..
도발까진 안할걸 그랬나?..'
곧바로 분위기가 냉각된 진수연의 모습을 보자
아세는 그녀를 도발한것을 잠깐 후회할 정도였다.
"큿!.."
곧바로 진수연이 왼손의 단검으로 아세의 목을 찔러갔다.
"막았.. 아앗!.."
그 모습에 아세는 오른팔로 머리를 가려서 방어했으나,
진수연의 진짜 목적은 그녀의 왼쪽다리였다.
"이런 단순한 속임수도 간파못하는 주제에.."
목을 노린공격은 애초에 페이크였던 것이었다.
아세가 오른팔로 머리를 가리자마자 그녀는 남은 단검 하나를 던졌다.
"윽!.."
어찌어찌 다리를 움직여서 피했으나, 단검이 스치면서 살짝 베일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상대하지?!.. 진수연의 속도는 나보다 한수위. 여기까지면
어떻게든 그녀의 위치까지 다가갈수있지만..
저 보법이라는 기술 때문에 공격할 방법이 없어!..'
주먹에 오러를 담아 방출해 날리는 방법도 생각했으나,
아까처럼 진수연이 피해버린다면 오히려 아세가 더 데미지를 입을게 뻔했다.
'그녀가 오는것을 노리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않아!..'
역으로 방어를 해서 반격을 노리거나 카운터를 쳐보려고까지 했었지만,
진수연의 속도가 아세보다 조금 더 빠른데다, 그녀가 더 민첩했었기에.
주도권이 그녀에게 있는 상황에서 반격도 쉽게 할수는 없었다.
'카운터를 노린다해도.. 내가 분명히 먼저 맞게 될거야. 무슨방법이 없을..'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아세리아? 그럴 여유는 없을텐데!"
아세가 잠깐의 고민을 하는사이 진수연은 재빠르게 그녀의 우측으로 달려왔다.
"아 진짜!.. 잠깐의 틈도 안주는건 너무하잖아!.."
"적에게 기본적인 예의도 필요없다고 한건 너 아니었어?"
하도 답답한 나머지 투덜거린 그 잠깐의 틈으로 진수연은 단검으로 아세를 베었다.
"좀 맞아! 맞으라고!.."
아세도 그냥 당해주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오러를 휘감은 주먹과 발로
진수연을 향해서 계속해서 날렸지만,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세를 바라보았다.
'어찌어찌 잘 피하고는 있는데.. 한대라도 직격을 맞으면.. 타격이 클거야.'
아세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진수연도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었다.
'기본기도 재대로 없는애가 초인이 됐다길래 황당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아세가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진수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치명적인 부분만 골라서 노려오고 있어!..
사람이 아니라 마치 야성적인 본능을 가진 짐승과 싸우는 느낌이야!..'
하지만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내지른 주먹과 발은 인체의 치명적인 급소로
향해서 움직인데다, 무게중심과 오러의 위력까지 담으며 움직였기에,
직격이라도 맞는다면 오히려 진수연 자신이 타격이 클수도 있었다.
"으아아아!.. 맞아라!"
진수연이 생쥐처럼 계속 피하자, 아세는 뒤로 점프한뒤,
자신의 주먹에 실린 오러를 방출해서 진수연에게 날렸다.
"이건 못 피할거야!.."
'위험!..'
진수연은 위기를 느끼고서 급하게 피했다.
아세가 무식하다 싶을정도로 마나를 사용해서 오러의 범위를
부채꼴 모양으로 넓혀서 진수연쪽으로 방출한 것이었다.
"읏.."
쾅! 하고 바닥을 강타함과 동시에, 진수연은 바닥을 굴렀다.
"헉.. 헉.."
그 모습을 본 아세는 많은 마나의 사용으로 인해 숨을 조금 거칠게 쉬고 있었지만,
눈빛을 또렷하게 빛나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정면으로 맞서거나 막으면 될건데.. 굳이 아까의 공격을 피했어.
처음에도 나와 정면으로 맞섰지만, 그 이후로는 그러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리고 아세는 진수연에 대해서 머릿속을 뒤져서 떠올리려고 애썻다.
그녀가 암살왕이라고 불린 이유는 정면에서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
타겟을 죽이는데도 아무도 막아내지 못해서였었다.
암살자가 정면에서 뻔히오는데도 막지못할정도인데,
기척을 숨겨서 온다면 목숨을 내놓을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진수연의 암살 성공률은 지금까지 단 한번의 실패도없는 100퍼였다.
물론 애초에 암살자가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낸것도 디메리트가 컷겠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아세앞에서 자신을 드러냈다는것은 자신감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나와 정면으로 부딪치는것을 피했다는것은..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거야.'
곧바로 일어선 진수연이 공격자세를 다시 취했음에도,
아세는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간다!.."
'확신은 없지만 한번 해보는수밖에!..'
그리고 아세는 진수연이 공격하기전에 먼저 선제 공격을 가했다.
"학습능력까지 없을줄은 몰랐는데!.."
처음의 격돌직후의 단순하고 직선적인 정면 공격.
그런 아세의 오른 주먹이 자신의 머리를 향했다는 사실을 본
진수연은 슬쩍 고개를 돌려서 피했다.
"으윽!.."
"아까처럼 또 당하고 싶어서.."
그리고 아세의 우측 가슴에서 조금 밑의 부분을 단검으로 베었다. 그러나..
"쿨럭?!.."
동시에 아세의 주먹이 그녀의 복부에 명중했다.
진수연의 머리를 향한 공격은 아세의 페이크였던 것이다.
"꺄으윽.. 끗.. 이제야 맞, 맞쳤다아."
진수연에게 레그 슈트가 베이고 피가 약간씩 흘려내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아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켁!, 으읏!.. 이런짓을 하다니.. 정신이 나간거야 아세리아!?.."
아세가 생각한것은 바로 카운터였다. 하지만 진수연의 공격이
자신에게 먼저 닿아서 실패할것이라 생각한 아세는,
어차피 먼저 맞을걸 안다면 '나도 맞고 때린다!' 라는 미친 작전으로 나온 것이다.
'아무리 진수연이 빠르고, 복잡하게 움직여서 내 공격을 피한다고해도..
나한테 공격을 명중시킨 바로 그 타이밍에는 회피할수는 없을거야!'
그리고 진수연 역시도 아세의 미친생각에 식은땀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먼저 맞고 친다니?!.. 물론 내 움직임을 아세리아는 따라잡지 못하니
이해는 할수있겠지만 맞받아치는것도 아니고 먼저 맞고 친다고?!..'
말로는 쉬운얘기지만, 같은 타이밍에 동시에 맞받아치는것과,
조금 타이밍이 늦어서 공격받은 직후에 맞추는것과는 느낌이 아예 다르다.
'그렇게하면 맞출수야 있겠지만, 그게 무슨의미가 있는데?!..'
공격을 맞은 직후라서 데미지로 인해 반격의 위력도 떨어지는데다,
오히려 자신의 단검에 베여서 몸이 잠깐이라도 경직된다면,
카운터의 위력은 엄청나게 떨어질게 뻔했다.
'확실히 복부를 직격으로 맞았음에도.. 타격이 전혀 크지않아.'
아까 아세의 공격도 진수연의 복부에 주먹이 작렬했었으나,
그 위력은 이전에 휘두른 공격에 비하면 정말 볼품없는 정도였다.
"기껏 생각해낸게 그런 한심한 생각이라니, 실망스러워 아세리아!"
이렇게 주고받는다면 오히려 아세가 엄청나게 손해일것이라는 생각에,
진수연은 다시 아세를 단검으로 베었다.
"그건 두고봐야 알아 진수연!.."
하지만 아세는 자신의 왼팔로 진수연의 단검을 막음과 동시에
그녀의 왼쪽 다리를 발로 찼다.
"큿!.."
"아윽!.. 아, 아직이야!.."
아세의 왼팔에서는 피가 줄줄 흘려내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멍청한짓을 할수있는지 보자고 아세리아!.."
그렇게 진수연과 아세는 10합가량을 같은식으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어, 어째서 아세리아가 쓰러지지 않는거지?!..'
그리고 10합째의 공방을 교환한 직후, 진수연은 이상함을 느꼇다.
"헉.. 크윽.. 어, 어째서.."
분명히 아세가 먼저 쓰러질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막상 오히려 자신이 더 타격을 입는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헤헤헤.. 성, 성공했어!.."
진수연의 반응을 본 아세는 자신의 생각이 먹혔다는 사실에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보통 민첩캐는 탱킹력이 비교적 약한법이지!'
부채꼴 모양으로 넓게 퍼트린 오러 방출을 굳이 피한 진수연의 모습과,
전생에서 했었던 게임에서 암살자같은 민첩한 캐릭터는 보통 내구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떠올린 아세는 일부러 손해를 보면서 진수연에게 카운터를 날린것이다.
'예상이 맞아서 다행이야!'
막상 실행하려고 해도 이것은 아세가 먼저 쓰러진다면 의미가 없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성공할것이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아세는 초인중에
세 손가락안에 들정도로 튼튼한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방법이 그거외엔 없었으니까..'
물론 진수연의 공격은 그런 아세에게도 무섭고 치명적이긴 했으나,
어차피 맞을걸 뻔히 안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생각으로
마나를 방어위주로 사용해서 피해를 어느정도 줄이고 그녀를 때린 것이다.
여기에는 사실 하이그레 수영복의 내구력도 감안하고 생각한것도 있었다.
"쿨럭!.. 큭.."
진수연도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암살자로 오래 지내온 부작용일까.. 이정도의 데미지에 몸이..'
잠깐 휘청거린 그녀는 아세와 공방을 주고받을수록
오히려 자신이 데미지를 더 입는다는 사실을 깨달을수 있었다.
'도대체 쟨 얼마나 튼튼한거야?..'
물론 이경우에는 진수연이 물몸이라기보다는,
아세가 미쳤다고 할정도로 튼튼한것이었지만 말이다.
'이대로는 안되겠어!'
자신의 단검에 베여서 상처를 몇군데나 넘게 생기고,
조금 깊게 베인부분은 피까지 줄줄 흘리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비교적 쌩쌩했던 것이다.
"읏!.. 어쩔수없나.."
진수연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세를 제압하는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딜보는거야?.. 앗!.."
진수연이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아세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달려들려고 했었다.
"위험해요!.."
하지만 자신의 우측방향으로 빠져서 뱅돌아가자 그 시선의 위치가 어디로
향했는지 깨달은 아세의 얼굴은 금세 굳어져 버렸다.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노리고있어!..'
마리안느가 양팔을 벌려서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전투력이 아예 없는 그녀가 진수연을 막아낼 가능성은 제로였다.
"으아아아아!.."
이에 아세는 전력으로 발을 박차서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와 마리안느의
앞으로 돌진. 어찌어찌 진수연에게 숄뎌태클을 날릴수 있었다.
"쳇!.."
뱅돌아가는 자신과 달리 아세가 직선거리로 달려와서 숄뎌태클을 날리자,
진수연은 어쩔수없이 살짝 뒤로 빠질수밖에 없었다.
"뭐 때문에 그를 지키는거지?.. 내가 그럴이유는 없잖아!"
"네가 그걸 알필요는 없어 진수연!.."
사실은 하이그레 인간이었기에 팬티스타킹 병사를 필사적으로 지키는 아세였지만,
미세뇌자 병사들도 많이 있는 7구역 포로수용소에서 굳이 그걸 말할 이유는 없었다.
"예전에 대륙연합 수뇌회의에 전달했던 공적문제 때문에 그런거야?"
"..."
진수연의 물음에도 아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이것은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와서 그런 이유따위는.. 상관없겠지."
아쉬운표정으로 진수연은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향해 쇠침을 암기로 던졌다.
그리고 동시에 들고있는 단검으로 그를 향해 베었다.
"꺄앗!.."
어쩔수없이 아세는 고기방패마냥 그앞을 막아낼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녀가 레그 슈트안에 입은 하이그레 수영복의 내구력 덕분에
하이그레 수영복이 감싼 부분은 데미지가 조금이나마 경감되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피하거나 반격을 한다면.. 팬티스타킹 병사님이!..'
자신을 노리는거라면 튼튼한 자신의 신체 내구력을 바탕으로 반격이라도 할수있지만,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노린다면 전혀 얘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꺄으읏!.."
다시금 진수연의 쇠침을 튕겨냄과 동시에, 그녀의 단검을 몸으로 받아낸
아세는 고통스러운 나머지 신음소리를 흘렸다.
"정말.. 치사하게 싸우네!.."
안그래도 진수연이 속도가 조금 더 빠른탓에 그녀가 선제 공격을 한다면,
주도권을 그녀가 가지고서 공격하는 상황인데.
만약에 아세 자신이 진수연의 공격을 피하거나 혹은 반격한다면,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한방에 골로갈수있도록 유도해서 공격한 것이다.
"계속 그렇게 그녀석을 지키다가는 네가 죽어 아세리아!.."
고기방패가 되어버린 아세의 몸은 얇게얇게 난자당하기 시작했다.
"윽!.. 그럴바에 차라리 죽는게 나아!.. 꺄아아악!.."
아세가 입은 레그 슈트는 진수연의 공격을 몇 차례 받아낸탓에
마치 누더니 넝마마냥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정말 그렇게까지 멍청한 선택을 하는 이유가 뭐야 아세리아!..
내가 널 죽여야하는 이유는 없다고!.."
하지만 아세가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면서도 자신을 몸으로 가로막자
진수연은 그런 그녀를 이해할수 없었기에 아세에게 외치면서 그녀를 베었다.
"앗?.. 그건.. 하, 하이그레 수영복?!.."
너무 많은 공격을 받아서 찢겨진탓에, 결국 아세의 레그 슈트는 가슴위쪽
아랫부분이 툭 하고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어, 어째서.. 어째서 네가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있는거야 아세리아?!.."
결국 그녀가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었다는 사실이 진수연에게 드러나고 말았다.
'결국.. 들통나고 말았어.'
근방에 미세뇌자는 더 없었지만, 진수연에게 자신이 하이그레 인간임을
들통난것도 심각한 일이었다.
"헉.. 헉.. 헉.."
당황한 진수연은 아세에게 물었지만, 이미 빈사에 가까울정도로
베여버린 아세는 서있는것조차 너무 버거운 상태였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네가 왜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지키려고
그렇게까지 필사적이었는지. 네가 하이그레 인간이었다면 말이되는 얘기지.."
그제서야 진수연은 어째서 아세가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지키기위해
고기방패가 되어 난자당하면서 버티고 있었는지 알수 있었다.
"이전에 내게 보인 호감과 예의도.. 모두 날 이용하기 위한 수작이었구나..
그래, 그런거였어."
'너무 오랫동안 외롭게 이 대륙에서 지내와서 그런지..
겨우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만한 대상이 생겼나 했는데..'
노예선에서 노예로 팔려가다가 폭풍에 배가 좌초된후에,
북쪽대륙에서 고독하게 암살자로 살아왔었던 진수연이었기에,
그리워하는 언니와 많이 닮은 외모인 아세를 보고 호감을 가질수밖에 없었다.
"꺄하하하핫!.. 바보같이.. 정말 멍청했었네 나..
하이그레 인간에게 마음을 열고서 친근하게 지냈었다니.."
진수연은 충격을 받은듯 크게 웃었다.
"용서못해. 하이그레 인간!.."
그리고 곧바로 거칠게 아세를 베어갔다.
"꺄윽!.."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에게서 다시 아세로 목표를 바꾼 진수연은
그녀에게 분풀이를 하려는듯이 빠른 몸놀림으로 아세를 난자하기 시작했다.
'아까랑 달리 무작정 공격하는거지만..
지금은 상처투성이라 그런지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반격할수가 없어!..'
자신에게로 목표가 옮겨진것은 아세에게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아까와 달리 그녀의 몸도 한계에 다가가고 있어서 서있는것도 고작이었기에,
이번에는 전혀 반격할수가 없었다.
"나를 농락했을때 기분은 어땟어? 대답해 하이그레 인간!.."
분노에 찬 진수연의 칼날은 아세의 몸을 거칠게 난자했다.
"꺄앗!.. 하아, 하아, 하아.."
하지만 지금의 아세에게는 그녀의 말에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하아.. 쓸데없이 흥분했네. 머리를 차갑게 식혀야 했는데."
몇번 아세를 벤 진수연은 잠시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골랐다.
하이그레 인간과 대화라니.. 세뇌되어서 생각이 없는 애한테
재대로 된 대답을 바라다니.. 진짜 한심한 생각을 했네 나."
"닥, 닥쳐.. 큿!.."
진수연이 잠깐의 틈을 줬음에도 아세는 무릎에 힘이 빠져서 휘청거렸다.
'이, 이제는 더는 막을수가 없어..'
"여기까지야 아세리아. 마음같아선 세뇌해제 정화작업을 받게 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널 죽이지않고 제압하는건 어렵겠어."
물론 지금 빈사에 가까운 상태가 된 아세라면 진수연이 충분히 제압할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아세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그녀는 굳이 그러고 싶지않았다.
"이게 내가 해줄수 있는 마지막 자비야. 죽여서라도 하이그레 세뇌를 풀어줄게."
"팬, 팬티스타킹 병사님.. 엄..마아.. 도, 도망치세요. 꺄흐읏.."
상처로 인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목숨이 위험한 직후에도
아세는 떨어져있는 그들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다.
"아세리아!.."
딸이 위험하다는것을 직감한 마리안느는 아세를 불렀다.
"잘가 아세리아. 죽어서 하이그레 세뇌가 풀리면 좋은데 갈수있도록..
명복정도는 빌어줄게."
'이대로.. 끝인거야?.. 이렇게 끝날수는..'
진수연이 든 단검의 칼날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찔러오는것이
뻔히 보임에도 아세는 저항조차 할수없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내 목숨을 써서라도 저분을 지켰으니까...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할일은 충분히 다했어..'
"아세리아!.. 안되에!.."
진수연의 단검이 가슴의 코앞까지 다가오고
마리안느의 비명이 들렸음에도 아세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꿰뚫으며 피가 바닥에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