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14-1 아세를 습격하는 검은 그림자.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7구역 포로수용소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지 며칠이 지났을 무렵.
"아가씨?.. 기상하실 시간이에요!"
실비아는 평소와 달리 기상시간이 늦은 아세를 깨우러갔다.
"아가씨?.. 아세리아 아가씨?!.. 어디계세요?!"
하지만 아세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비어져 있었던것 마냥.
그녀는 급하게 사야를 찾아갔다.
"사야 마법사님! 아세리아님이 사라지셨어요!.."
"으음? 뭐.. 아세리아치고 오래버티긴 했네요."
"네?.."
후다닥 사야에게 찾아갔으나, 아세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별일 아니라는듯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서 머리를 빗고 있었다.
"일하기 싫다고 난리를 치우던 걔가 며칠이나 더 버텼으니까.
보나마나 더는 일하기 싫다고 도망쳤을게 뻔하죠 뭐."
"태평하게 계실때가 아니에요! 어디로 가셨는지도 전혀 모르잖아요!"
태연한 사야와 달리 실비아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아세가 어디로 갔는지 알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봐도 뻔하죠 실비아씨. 보나마나 7구역 포로수용소로 갔을거예요."
"7구역.. 포로수용소요?"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님을 찾아갔을게 뻔해요.
겸사겸사 어머니인 마리안느님도 만날겸 타이밍을 계산해서 도망쳤겠죠.
그래서 지금까지 참고 있었을게 뻔하고요."
사야의 설명에 실비아는 잠깐 곰곰히 생각하더니 곧바로 납득했다.
확실히 아세가 아침부터 최선을 다해서 빠르게 움직였다면.
지금쯤 7구역 포로수용소에 도착할 마리안느와 만날수 있을 시간이었다.
"저희도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그분을 찾아뵈어야 하지않을까요?"
"저도 마음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지금 영 상황이 좋지않으니까요."
실비아의 말에 사야도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아세를 따라서 팬티스타킹 병사를 뵙고 싶었지만,
지금은 따지고보면 휴전중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에 저도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뵙기위해 7구역 포로수용소로 간다면..
보나마나 다른 하이그레 인간들도 너도 나도 할거 없이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뵈려고 움직일테니까요."
만약 자신까지 7구역 포로수용소로 가게되면,
레베아 공작가 내의 하이그레 인간들 모두가 따라서 움직일 것이다.
"오히려 아세리아가 자리를 비웠다는것을 숨겨야하는게 맞죠.
그냥 별일 없는셈 치고 평소처럼 지내는게 맞아요 지금은.."
오히려 아세가 무단으로 나가버린 지금 그녀들을 제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여기에 태연하게 자리잡고 있는것이 맞았다.
"하지만 저는 당장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뵙고싶은데요.
사야 마법사님. 저라도 빼주시면 혹시 안될지.."
"실비아씨. 아쉽지만 그건 무조건 기각이에요."
자신만이라도 빼달라고 말하는 실비아였지만,
사야의 가차없는 거절에 어쩔수없이 우울한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 * * * * * *
새벽에 레베아 공작가를 몰래 탈주한 아세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쓰고서
아침6시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과해서 7구역 포로수용소 근방에 위치한
도시로 이동한 뒤였다.
"당장 게이트 열어!"
"아, 아세리아님?!.."
게이트를 지키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크게 놀랬지만,
따지고보면 아세는 그들의 주군. 주군이 게이트를 이용해서 나가고 싶다는데
말릴수는 있어도 그걸 거역할수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대로 보내드려도 되는건가요 선배?"
"그럼 어쩌냐 루스. 아세리아님이 초인인거 알잖냐?"
막내 기사인 루스의 물음에 선배 기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답했다.
"지금이야 성격이 좀 나아지셨지만.. 옛날 성격나오시면 우린 피떡이 될거다."
어차피 아세를 말려봤자 의미가 없다면 그냥 보내주는게 나았다.
"정말 예전 성격이 그렇게 안좋으셨나요?"
"괜히 저분의 별명이 레베아 공작가의 원숭이, 대륙 최고의 망나니겠냐?"
선배 기사의 말에 루스도 그려려니 할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성격대로 안되면 다 패고 봤다던 그.."
"맞다. 그러니까 그냥 보내드리는게 나아.
솔직히 초인쯤 되는 저분을 군대가 아니고서야 누가 건드리겠냐?"
아세를 보좌하던 실비아의 눈에 매일 다크써클이 끼어있다는것을
그도 언젠가 한두번 보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초인쯤되면 사실상 걸어다니는 전술병기죠."
왜 그녀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루스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아세가 치고다닌 사고를 실비아가 수습했다고 하면 이해할수 있었다.
"사야 마법사님께 보고나 드려야겠다."
"선배. 그거 제가 보고 드려도 될까요?"
"으흠?.. 푸핫!.. 너 설마 그분을 사랑하는거냐?"
자신의 말에 얼굴이 빨개진 후배를 보고서 기사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쯪쯪.. 하기야 첫사랑이 찾아온 나이긴하지. 가봐라."
"네 갔다오겠습니다!."
사야의 얼굴을 본다기에 기쁜마음으로 뛰어가는 자신의 후배의 뒷모습을
기사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쯪쯪.. 멍청한녀석. 뭐 상관없겠지.
오르지 못할 나무에서 떨어져본 좌절을 겪어보는것도 좋은 정신 수행이니까.
그나저나.. 아세리아 아가씨께서 제발 사고만 안치셨으면 좋겠는데. 휴우!.."
그리고 곧바로 다시 게이트쪽을 돌아본 그는 사라진 아세의 뒷처리를 해야할지도
모를 생각에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다.
* * * * * * *
"휴~.. 이제야 도착했어!"
아세는 자신앞에 있는 7구역 포로수용소의 정문을 보고서 한숨을 쉬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혹시나 귀찮은 잔소리꾼들이 더 쫒아오지 않겠지?"
텔레포트 게이트로 근방의 도시로 이동한뒤에 빠르게 움직였고,
혹시라도 사야가 자신을 따라와서 또 다시 일을 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하나 구해서 전력질주로 달렸기 때문이었다.
"응?.. 저기 멀리서 뭔가가 오고있어."
멀리서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온다는것을 기척으로 느낀 아세는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으아앗?!.. 뭐야 저 과속은?!.."
그리고 그녀는 금세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차 한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 누가 운전하길래 그런 과속을.. 엄, 엄마?!.."
그리고 마차앞에서 거칠게 말을 몰며 과속을 하고 있는 마부는 마리안느였다.
심지어 그녀는 말에 계속 채찍질을 하면서 빠르게 몰고 있었다.
"하하핫.. 팬티스타킹 병사를 보시려 올 생각에 직접 몰고 오신거구나.."
어째서 그녀가 마부 대신 마차를 몰고있는지 뻔히 짐작이 간 아세는 헛웃음을 냈다.
"아세리아?.. 너도 있었구나."
마차에서 내린 마리안느가 아세를 알아보자,
그녀는 곧바로 마리안느에게 뛰어들어가서 그녀의 품에 안겼다.
"엄마!.. 오랜만이에요! 정말 보고싶었어요."
"어머,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 엄마가 보고 싶었다니..
우리딸..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자신에게 곧바로 안긴 아세를 보면서 마리안느는 그녀의 고초를 짐작했다.
아세는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싶지만, 지금은 미루는게 어떻겠니?"
그러다 중간에 마리안느가 제지하자, 아세는 조금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분을 뵙는게 우선이죠. 엄마도 오랜기간 기다려오셨으니까 이해해요."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뵙고싶은건 당연한 일이니까.
엄마가 저러는것도 당연한 일이야.'
이전에 바르가스 요새에 있는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돕겠다는
마리안느를 말린적이 있었던 아세였던 만큼.
그녀가 다리우스를 보기위해 얼마나 참고 기다려왔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마리안느님. 아세리아님."
"아 오랜만이야 카타리나 소장."
안으로 들어서자. 자신과 마리안느에게 인사를 갖추는 카타리나가 있었다.
"인사는 됐고, 당장 안으로 들어가시죠 카타리나 소장."
"아? 무슨뜻인지 알겠습니다 마리안느님."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음에도, 마리안느는 카타리나를 재촉했다.
그녀는 마리안느가 왜 자신을 재촉하는지 눈치챌수 있었다.
"자, 이 방은 저와 제 지시를 받는 하이그레 인간들외에는 들어올수없는곳 입니다."
안내를 받아 방에 도착한 후 카타리나가 알려주자,
아세와 마리안느는 곧바로 레그 슈트와 드레스를 벗어버렸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휴우!.. 아무리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지만,
드레스를 위에 계속 껴입는건 정말 거추장스럽고 답답하네요."
"하이그레! 하이그레! 저도 그래요 엄마. 하지만 답답해도 지금은 참아야죠 뭐."
마리안느가 카타리나를 재촉한 이유는 드레스를 벗고 하이그레 수영복을
드러낸 후, 하이그레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건 그렇고.. 팬티스타킹 병사님은?"
그녀들이 하이그레를 하는동안 카타리나도 겉옷을 벗고
갈색의 하이그레 수영복차림을 드러낸 뒤였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팬티스타킹 병사님은 이 옆방에서 쉬고 계십니다.
아, 혹시 지금 바로 뵈러 가실건가요?"
잠깐의 하이그레를 한 모녀는 카타리나에게 다리우스에 대해서 물었다.
"좋아요.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팬티스타킹 병사님께 인사를 드려야하니까요."
"헤헤헤.. 저도 빨리 그분을 뵙고 싶어요!"
모녀의 재촉에 카타리나는 겉옷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럼 같이가시죠."
그렇게 3명은 카타리나의 안내를 받아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방은 예전에 카타리나가 알레사와 같이 밤을 몰래몰래 보내던 방이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님을 뵙습니다!"
"카타리나인가? 무슨일이냐."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침대에 누워서 하이그레 소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물론 시중이라 해봤자 카타리나와 어울리던 알레사같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밤시중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다리우스의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던가
가볍게 부채질을 하는등의 시중이었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님을 뵙기위해 마리안느님과 아세리아님이 오셨습니다."
카타리나는 다리우스에게 말한뒤, 아세와 마리안느가 다리우스앞에 설수있도록
옆으로 비켜주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인간 마리안느!
팬티스타킹 병사님께 인사드립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인간 아세리아!
팬티스타킹 병사님께 인사드려요! 하이그레! 하이그레!"
두 모녀의 하이그레를 인사로 받은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흡족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네가 아세리아라고?"
"네 팬티스타킹 병사님!"
아세는 한번도 본적없었던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자신을 알아보자 감격스러운 느낌이 가슴속에서 차올랐다.
'팬티스타킹 병사님께서 날 알아본다는 사실에 이렇게 두근거리다니?!..
내가 하이그레 인간이라서 이렇게 느끼는걸까?'
"카타리나 소장을 통해서 네 활약에 대해 어느정도 대강 들었다."
"아, 아니에요! 활약이라 할것도 없는데요!
그저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당연히 해야할일을 했을뿐이에요!"
다리우스의 말에 아세는 자신은 당연한 일을 했을뿐이라서
겸손한 태도를 보였으나, 그는 아세에게 앉으라고 지시한뒤
그녀와 마리안느를 마주보고 앉았다.
"네 활약에 대해서 자세한 얘길 듣고싶으니 한번 얘기해보도록해라."
'활약이라기엔 그냥 당연하게 할걸 한것뿐인데..'
하지만 다리우스의 독촉에도 아세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명령에 거부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은 정말로 크게 한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네 그러니까.. 제가 그날 파티에서 머리를 다친 직후.."
아세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리우스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전생이라.. 믿기 참 힘든 내용이군."
자신이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부분까지 말해야할지는 조금 망설였지만,
하이그레 인간으로써의 본능으로 인해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숨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에 그부분까지 설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않지. 정말 중요한건 아세리아 네가 잘해주었다는거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아무리 머리를 안쓴다지만, 뇌가 없는건 아니었다.
일개 하이그레 인간 1명이 이렇게까지 많은수의 하이그레 인간들을 늘리고,
대륙연합에서 알게모르게 장악해왔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
"그리고보니 팬티스타킹 병사님! 저번 전투에서 다치신 팔은 괜찮으신가요?!"
"아, 다행히 신관이라는 녀석들이 치유를 하니까 붙더군.
지금은 조금 불편할뿐. 별 이상은 없다."
마리안느가 다리우스를 걱정해서 말하자, 그는 괜찮다는듯이
지난번에 짤렸던 팔을 들어올리면서 대답했다.
"하아, 다행이네요. 그러지않아도 루나 신관에게 천천히 따라오라고
말하고 먼저 달려왔는데.. 그럴필요가 없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다리우스의 대답에 마리안느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카린에 의해서 팔이 짤렸다는 소식에,
계속해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였다.
"저기.. 팬티스타킹 병사님."
"뭐지?"
"부디 저희의 레베아 공작가로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모시도록 허락해주세요.
이런 누추한곳에 팬티스타킹 병사님이 계신다고 생각하니..
제 마음이 찢어질것 같답니다."
사실 누추하다고 하기에는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었던 다리우스였지만,
대 공작가의 안주인으로 살아온 마리안느에게 있어서
7구역 포로수용소에 다리우스가 더 지내도록 하고싶지 않았다.
"레베아 공작가라.. 뭐 좋다."
"잠깐만요 마리안느님. 팬티스타킹 병사님이 더 좋은곳에서 지낸다는것은
저도 찬성이지만, 대륙연합에서 의심하기 딱 좋지않을까요?!"
다리우스의 허락과 동시에 카타리나가 끼어들어서 태클을 걸었다.
"확실히 그건.."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지금 포로수용소에서 다리우스가 이렇게 지낸다는것도 대륙연합에 들통나면
하이그레 인간인게 드러날게 뻔한데, 레베아 공작가로 팬티스타킹 병사를
모신다고 하면, 척봐도 하이그레 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건 확정이었다.
"그건 걱정마세요. 제게 방법이 있어요 엄마."
"무슨 방법이니 아세리아?"
"그게 사실은.. 말이죠.."
방법을 떠올린 아세였지만, 막상 이 이야기를 하려니 주저될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않았지만.. 어쩔수없어.. 하아..'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하면 안되는 죄악을 저지른 이야기도 꺼낼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팬티스타킹 병사 가렌님과.. 연관된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그녀는 자신이 팬티스타킹 병사 가렌에게 정보를 얻었다는식으로
대륙연합을 꼬드겨서 속였고, 그후 가렌이 자꾸 무리수를 두려고 하자.
어쩔수없이 그를 죽였다는 사실을 그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밝혔다.
"아세리아!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팬티스타킹 병사님께 해를 끼친것도 모자라서
그분을 죽이다니!.. 어떻게 내 딸인 네가 그런 만행을 저지를수가 있니!.."
"엄, 엄마 그러니까.. 그때는 그게 어쩔수.. 꺅!.."
마리안느는 엄청 화가 난탓에 부들부들 떨면서 아세의 뺨에 싸다구를 날렸다.
'엄마가 이렇게 화난 모습을 보이신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자신에게 이렇게 화낸적도 없었는데다, 손찌검도 한번도 한적 없었던 마리안느가
뺨을 때렸다는 사실에 아세는 충격을 받아서 멍한 표정이 되었을 정도였다.
"아무리 그분이 어려운 요구를 하셨어도 하이그레 인간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 할거 아니니! 거기다가 그분의 목숨까지 빼앗다니! 아아!.."
"엄마.. 잘못했어요! 흑!, 흐윽!.."
엄청나게 무서운 표정으로 혼내는 마리안느의 모습에
겁먹은 아세는 두손을 싹싹 빌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해라 마리안느. 아세리아는 잘못한게 없다."
"팬티스타킹 병사님?!.. 하지만!.. 제 딸은 하이그레 인간임에도 감히
팬티스타킹 병사 가렌님의 목숨을 빼앗은 대죄를 저질렀어요!..
목숨으로 되갚아도 충분하지 않은텐데 잘못한게 없다니요?"
아세를 혼내던 마리안느는 다리우스가 말리자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솔직히 가렌 그놈이 멍청하게 무리수를 저지른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하이그레 인간이 팬티스타킹 병사님께 해를 끼친건.."
"잘 생각해봐라 마리안느! 네 딸인 아세리아가 멍청한 가렌 그놈을
사전에 처치해서 망정이지 그놈을 따라서 무리수를 저질렀다면
너희와 내가 지금 이렇게 만날수 있었겠느냐?"
다리우스의 말은 사실이긴했지만, 사실 그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만약 가렌 그놈이 아직도 살아있었다면.
저렇게 예쁜 하이그레 인간 모녀가 그놈에게 봉사하고 있었겠지!'
그가 아세를 편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팬티스타킹 병사 가렌이
아직도 살아있었다면, 두 모녀가 자신을 만나기위해 찾아올일은 없었을테니까.
'하이그레 인간이 팬티스타킹을 해친건 좀 심각한 일이긴하지만,
가렌 그 멍청이가 죽든지 말든지는 내가 알바가 아니지.'
보나마나 가렌을 시중들고 봉사하고 있었을게 뻔했었기에,
아세가 그를 죽인것을 오히려 반기고 있었던 입장인 것이다.
"최악의 경우 가렌과 함께 너희 모두 대륙연합에 토벌당했을수도 있다.
그러니 가렌이 멍청했던거지. 아세리아가 잘못한건 없다 마리안느."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계속 말리자, 마리안느는 하는수없다는 표정으로
아세를 혼내는것을 그만두었다.
"팬티스타킹 병사님의 말씀이 그러시다면.. 하지만 아세리아.
이 엄마랑 꼭 하나 약속하렴. 다시는 그런 끔찍한 죄악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네.. 알겠어요 엄마."
대신 그녀는 아세와 한가지 약속을 하는것으로 끝내기로 했다.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것은 무엇이냐 아세리아."
"네 팬티스타킹 병사님! 제가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저희 레베아 공작가로 모시고,
대륙연합에는 역정보를 흘리는거예요!"
아세는 자신이 떠오른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로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대놓고 레베아 공작가로 데리고 가되,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협조적으로 나와서 얻은 정보라고 알려서,
흘려도 되는 하이그레의 정보를 일부 흘리는것으로 명분을 얻는것이었다.
"그런 방법이 먹히겠니 아세리아?"
"먹힐걸요 엄마. 왜냐하면 대륙연합에선 팬티스타킹 병사님들께
회유책을 써본적이 거의 없으니까요."
아세가 노린부분은 바로 이것이었다.
팬티스타킹 병사는 대륙연합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한
원수로 여겨지는지라, 포로로 잡히면 보통 혹독하게 대하기 일수였다.
"그러니 정성을 다해서 대우했기에, 협조하기 시작했다고 말한후에,
진짜로 하이그레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면 아마 믿지않을 귀족은 거의없을거에요!"
회유책이라고 해봤자 빵 몇쪼가리 주는정도로 밖에 시도하지 않았기에,
아세는 이 방법이 먹힐거라고 확신을 할수 있었다.
거기다 실제로 하이그레에 관한정보까지 제공한다면 의심하는 귀족도 없어질 것이다.
"거기다 제공하는 정보도 흘려도 되는 적당한 정보만 골라서 흘리면,
딱히 크게 문제 될게없어요. 어.. 엄마? 왜 그런 눈으로 저를.."
"우리 아세리아가 이렇게 머리가 좋아보이다니.. 전해듣긴했지만,
사야라는 마법사 친구가 널 잘 가르친 모양이구나."
방금전까지 아세를 혼내던 마리안느는 아세의 의견에 감탄한 표정이었다.
그야 망나니에 뇌가없던것같은 모습을 보이던 딸이
이렇게 해결책까지 생각해냈으니 대견하게 느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니..
레베아 공작가에서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잘 부탁드리겠어요 마리안느님."
"걱정마세요 카타리나 소장. 팬티스타킹 병사님은
제가 최선을 다해서 모시도록 하겠어요."
카타리나의 인사에 마리안느는 자신있게 답했다.
"그럼 일단 벗어놓은 겉옷을 입도록하죠 엄마."
"휴우.. 드레스를 다시 입으려니 싫구나 아세리아."
하지만 다시 답답한 겉옷을 입을 생각을 하니 기운이 조금 빠지는 마리안느였다.
"팬티스타킹 병사님. 수갑이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그렇게 고개를 살짝 끄덕인 다리우스의 양손에 수갑을 채운뒤,
4명은 7구역 포로수용소의 입구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 * * * * * *
그때, 그들이 포로수용소의 건물을 나선직후에 검은 로브는 쓴 여성은
건물 옥상에서 뚫어지게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나왔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
'저자의 목숨을 취한다면.. 이제..'
다리우스를 뚫어지게 건물 옥상에서 보고 있었던 여성은
그옆에 있는 여자를 보고서 눈이 크게 뜨였다.
"어, 어째서 네가 거기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으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동요를 멈추었고
검은 로브를 휘날리더니 순식간에 그자리에서 사라졌다.
* * * * * * *
걸어가던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카타리나에게 자신이 잊고 있었던
인물에 대해서 물었다.
"아참. 진여명은 어디있느냐 카타리나?"
"아, 진여명씨는 지금쯤 자료실에 있을거예요 팬티스타킹 병사님.
그녀는 남쪽대륙 출신이라, 이 대륙에 대해서 정보를 알고싶다고해서.."
"내가 레베아 공작가로 떠난다는것을 그녀에게도 알리도록."
팬티스타킹 병사의 명령에 카타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마리안느가 세워둔 마차가 보이는곳까지 온 그순간..
"잠깐 멈쳐 아세리아."
"당신은?!.."
그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이 아세의 뒤쪽에 나타났다.
허공에서 검은색 로브를 휘날리며 그녀는 아세의 뒤쪽 방향 20M쯤 거리에 착지했다.
'어,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근방에 있다는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아세는 크게 놀랄수밖에 없었다.
"진수연씨?!.."
"며칠만에 보니까 반가워 아세리아."
그녀는 바로 대륙초인 2위 암살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진수연이었다.
"여기에는 무슨일이시죠?"
"용건을 말할게.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내게 넘겨."
"팬티스타킹 병사님.. 아니, 팬티스타킹 병사를 넘기라고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세는 하마터면 말실수를 할뻔했다.
"도대체 왜?!.. 아니, 어째서 그런 요구를 하는거죠!.."
"그나마 호감이 있는 너니까.. 말부터 하는거지.
다른사람이었다면 무방비 상태였을때 목을 찔렀을거야."
진수연의 말에 아세는 움찔할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녀가 스스로의 위치를 알리기 전까지는
기척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말할게. 아세리아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 그의 목숨이 난 필요해."
"아무리 진수연씨라도 그 요구는 들어줄수없어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거절하는 아세의 모습에 진수연은 하는수없다는 표정으로
2개의 단도를 들어 손에 쥐었다.
"고민도 없이 거절하는거야?.. 어쩔수없네. 그렇다면 실력행사로 나가는수밖에!.."
그녀는 다리를 잠깐 굽힌뒤, 엄청나게 빠른속도로 아세에게 뛰어들어갔다.
아세 역시. 두 주먹을 쥐고 진수연쪽으로 뛰었다.
그렇게 2명의 초인은 7구역 포로수용소에서 서로가 원하는것을 위해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