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13-7 지나가는 각자의 바람들. (80/104)



〈 68화 〉13-7 지나가는 각자의 바람들.

그시각 레오는 무릎을 끓고서 눈앞의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의 장군들과 행정가들이 그녀의 좌우에 서있었다.


"보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눈으로보니까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
혹시나 하고싶은 변명은 있어 레오?.."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자는 바로 최강의 초인이자, 자신의 주군인
카린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꼬마대장.. 이래뵈도 나는 전공을 세우고 귀환한 셈인데.. 대우가 좀?.."


"닥쳐!.."

레오의 말에 카린은 쿵! 하고서 주먹을 들어서 자신이 앉은 의자의 한귀퉁이를
내려쳤다. 의자 귀퉁이는 그녀의 힘을 이기지못하고
퍽. 소리를 내며 부셔지고 말았다.


"하아, 카린님? 화가 나신건 알지만, 그것도 우리 재산이니까
함부로 좀 부수지 마시죠?.."

"알았어. 여하튼 레오? 하나 묻겠어."


루비아의 눈치에 카린은 화를 애써 가라앉힌체 레오를 노려보며 말했다.


"시리카가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버린것에 대해서 책임을 어떻게 질 생각이지?.."


"그러니까 사고 안치게 내가 잘 관리한다니까 꼬마 대.. 커어억!?.."


"자기야?!.."

안젤리카는 기겁할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레오에게 카린이 다가와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버린 것이다. 레오는 그대로 벽에 쿵! 하고 부딪쳤다.


"이게 무슨 짓?!.. 시리카?!..  말리는거야!?.. 저렇게 맞으면
우리 자기는 죽는다고?!.."

"리카 언니 진정해!.. 카린님은 절대 레오 오빠를 죽이지않아!.."

카린에게 달려들려던 안젤리카의 손을 시리카를 잡고서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그런 시리카의 말을 안젤리카는 믿기 힘들었다.
지금 레오는 벽에 쳐박혀서 정말 미친듯이 쳐맞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바르가스 요새전으로 분위기가 영 좋지않은데,
유일하게 승전보를 갖고온 장수를 카린님이 절대 죽일리가 없잖아.
지금 살벌하게.. 때리시는것처럼 보여도, 막상 레오 오빠가 중상을 입지는 않을거야."

"믿어도.. 되지 그말?.. 저 여자가 자기를 안죽일거라는거."


안젤리카의 물음에 시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녀도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카린은
맨날 인재가 없다고 아쉬워하던 사람. 그런 카린이 비룡 기사단의 단장인 레오를
반역도 아닌, 이런 일로 죽일리는 없다고 추측했다.

"지금 언니가 가만히 있으면, 레오 오빠는 적당히 맞고 끝나겠지만,
만약 언니가 나서는 순간, 언니나 나는 물론 레오 오빠까지 죽어."

그리고 이부분에 관해서 시리카는 확신이 있었다.
만약 안젤리카나 자신이 저기에 끼어든다면, 카린은 셋다 죽여버릴것이라고 말이다.
그후, 20분정도 맞아서 눈가에 시퍼렁게 멍이들고 얼굴이 퉁퉁부은 레오는
다시 무릎을 끓은채로 카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아, 네 입으로 사고안치게 관리한댔으니까.. 책임지고,
만약에 하이그레 인간이  늘어난다면... 그순간.. 어찌될지 알지?.."


"알겠어! 알겠다고 꼬마대장!.. 그러니까 제발  낫좀 내목에서 치워!.."


카린이 칠흑의 낫을 자신의 목에 갖다대자 레오는 기겁할수밖에 없었다.
마치 사신이 자신의 목에 낫을 갖다댄것같은 소름이 온몸에 끼쳤던 것이다.


"시리카."


"네, 네넷 카린님!.."


갑자기 카린이 자신을 향해 묻자 시리카는 놀라서 대답했다.


"아직도 나한테 충성을 하고있어?"

"... 네."

시리카에게 있어 틀린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레오고,
그런 레오가 모시는 주군은 카린이니까 말이다.


"하이그레 인간들과 내가 싸운다면 어떻게 할거지?"

"카린님의.. 검이 되어 싸우겠어요."


시리카는 같은 하이그레 인간들에게 검을 겨눌 생각에 가슴이 아팟지만,
그들이 카린의 손에 죽는걸 볼바에 차라리 자신이 투항시키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좋아. 내가 하이그레 인간을 죽이라고 하면 어쩔거지?"


"네?.."


"내가 하이그레 인간을 죽이라고 명령하면 어쩔거냐고 시리카?"


카린의 강조에 시리카는 순간 매우 망설였다. 하이그레 인간인 자신이,
같은 하이그레 인간을 죽여야한다는 말에 엄청난 거부감을 느낀 것이다.

"시리카?.. 대답해."

"...... 정 그들을 죽여야한다면 어쩔수없겠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서 여기 있는 리카 언니처럼 항복시킬수있도록 노력하겠어요!"

안젤리카를 가리키며 말한 시리카의 선언에
카린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걔네들을 받아들여서 어떤 이익이 있지?.."


"하이그레 인간마저 복종시킨 '위대하신 군주'라는 명예를 카린님이 얻을수있어요!
여기있는 리카 언니도 한때는 하이그레 해적여왕이라고
악명을 펼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카린님의 밑에 계시잖아요!"


시리카의 말에 카린은 안젤리카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안젤리카는 하이그레 인간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카린에게 있어서 인재라고 할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해적여왕이라고 불릴정도로  함대를 이끌었던 그녀의 전적을 생각하면,
훗날 해군전력으로도 활용할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좋아. 한번 물어보지. 안젤리카. 내게 충성을 맹세할수있나?"


"...... 하이그레 마왕님을 제외하고 일단 충성하겠어요."


고민하던 안젤리카는 일단 분위기를 보고서 카린에게 한쪽 무릎을 끓고
충성맹세를 선언했다.
그말에 카린을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하이그레 마왕을 제외하고라는말이 그녀에게 매우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카린님, 종교까지 간섭하는건 무리수 아닐까요?
하이그레 마왕은 하이그레 인간들의 신같은 존재라는데 말이죠?.."


이에 갑자기 얘기에 난입한것은 루비아였다.


"이거 잘못 건드리면 신전과도 싸움나는거 아시죠?
안그래도 오필리아같이 카린님을 동경해서 들어온 팔라딘이나 신관도 있는데,
이거 잘못 처리하면 걔네들 전부 우리에게 등돌려요. 알겠어요?.."

"어쩔수없네.. 그래 , 하이그레 마왕은 너희들의 신이니까, 그부분은 예외로 하지."


루비아의 말에 카린은 어쩔수없다는듯이 찡그린 표정을 풀었다.

"일단 레오나 시리카 너희들은 자신들의 저택으로 돌아가있어.
차후에 저번 전공에 대한 상을 내릴테니까. 자, 다음 안건은 뭐지 루비아?.."

"카린님!.."


레오가 물러남과 동시에 시녀가 나타나서
카린이 레오를 팬 자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린앞에 한명의 금발 여성이 나타나서 무릎을 끓었다.


"뭐야. 시에라? 국경은 어쩌고 여기까지 온거야?.."

"하하핫!.. 카린님이 귀환하셨다는데 국경이나 지키고 있을수는 없어서 말이죠."


거구의 철퇴를 든 거한이 나타나서 금발 여성의 옆에 무릎을 끓었다.


"오른 너까지.."

"하핫!.. 너무 걱정마십시오! 어차피 한동안은 건드릴 놈들도 없습니다!"

나타난 이들은 카린쪽에 있는 초인급의 강자인 '귀감기사 시에라'와
'무대포 오른'이었다. 그들은 카린이 원정을 나가는동안 루비아와 함께
카린의 영지를 지켜내는 수문장과 같은 존재였다.

"쟤네들 이렇게 여기와도 괜찮은거야?.."

"뭐, 며칠정도는 문제없을걸요?.."

"국경수비대장 격인 두사람이 멋대로 임지를 냅두고 와버린것을 문제삼아야할지,
아니면 얘네들이 며칠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다는것에 기뻐해야할지 모르겠네.."

카린의 물음에 루비아는 괜찮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루비아를 본 카린은 알수없는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 제가 불렀어요 카린님."


"어째서야?.."

"그야, 나라를 건국한다고 선포할건데, 그자리에 초인이 한명이라도 더 있으면
카린님의 위상이 더 높아보일것 같거든요."


루비아의 말에 카린은 할말이 없어졌다.
그녀의 말이 딱히 틀리지 않은것이기 때문이었다.

"얘기가 끊겼네, 일단 다음 안건은 뭐지?.."

"베키가 구출작전에 성공한것에 대한 안건요."


루비아의 말에 베키는 중앙으로 나와서 카린의 앞에 무릎을 끓었다.

"훌륭했어 베키. 이번껀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

"감사해요 카린님! 헤헷!, 그러니 이번에 보너스좀 왕창 주세요!.."

"너무 노골적으로 요구하는거 아니야?.."

카린의 말에 베키가 웃으면서 보너스를 달라고 대놓고 말하자,
루비아는 표정을 찡그리면서, 그녀의 말을 막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루비아의 입장에서 예산이 나가는것은 반갑지않은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가만있어 루비아. 베키의 말대로 하도록해."

"하, 하지만 카린님..."

"공을 세운 부하에게는 포상을 재대로 해주지않으면 안되잖아?"

"야호! 오랜만에 고급 식당가를 전진할수 있겠네요~!"


기분좋아서 일어나서 날뛰는 베키를 레미와 루비아는 노려봤지만,
카린이 아무말도 하지않자 자신들도 어쩔수없이 가만히 있을수밖에 없었다.

"카린님은 정말 베키에게 너무 너그러우세요!"


"어쩌겠어, 저래보여도 베키는 정말로  잘해주고 있으니까.
조금 더 성실하게 노력했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


"확실히 베키가 성실하게 노력했다면, 지금쯤 초인이 되었을 겁니다."


카린의 말에 레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레미가 보기에도 베키는 성실하게 노력했다면,
아마 지금쯤 초인의 말석에 올라갔을 인재였다.
베키가 성격이 노는걸 좋아하고 , 쾌락주의자였기에,
성실하지않은편이라 아직도 마스터에 머물렀을뿐이었다.
물론 쾌락주의자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할일은 하면서 놀았기에
카린이 그녀를 인정해주고 있었다.


"좋아. 일단 오늘의 안건은  끝냈지?.. 회의는 일단 여기까지 하자."

베키에 대한 보상의 결정되자, 카린은 그날의 회의를 끝냈다.
그녀로써는 빨리 린에게 가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으으으, 자꾸 주머니속에 있는 하이그레 수영복이 신경쓰여요.
빨리 어디 맛있는 저녘이라도 먹고서, 하이그레 수영복에 대해 잊어버려야 겠어요.'


베키 역시도, 주머니에 넣은 하이그레 수영복이 자꾸 신경쓰인탓에
맛있는 밥이라도 먹으면서 하이그레 수영복에 대한것을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카린측의 모든 이들이 회의실에서 퇴장하자,
청소를 하고 있었던 시녀는 카린의 은발 머리카락을 들어서 입안에 삼켜버렸다.


"아직 조금 부족하네.. 피를 먹는게 제일 확실한데,
역시 머리카락으로는 한참 먹어야해."

[아인 언니!.. 계획대로 잘되어가고 있어?!..]

그순간 시녀의 품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츠바이.. 너, 네쪽에서 통신하지말라고 했을텐데?
괜히 언니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아아, 그게 너무 궁금해서! 언니가 잊어버렸을수도 있잖아!..]

"라미가 가진 마도서는 몰래 바꿔치기하는데 성공했어.
그녀가 세뇌해제 정화 작업을 받은 직후라 그런지 정신 못차리고 있더라고?
츠바이 네쪽은 문제없이 잘 해결됐어?"

시녀는 자신의 품속에서 라미가 들고있는 마도서를 꺼냈다.
강마전쟁 당시 마왕이 사용했었던 마도서였다.
그녀는 라미가 세뇌해제 정화 작업을 받아, 정신이 없을때를 노려서
겉보기만 비슷한 가짜와 몰래 바꿔치기 해버렸던 것이다.

[나야 쉬웠지. 용자왕이라는 사람의 무덤을 지키는사람도,
관리하는사람도 한명도 없는덕에, 도굴하는것쯤은 별거 아니었어.]

"후후훗, 그렇다면 곧 대륙이 그분의 손에 들어올날이 머지 않았겠네."


[아인 언니는 언제 돌아올건데?]

"아직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어. 머지않아 채우게 될건데 그때 돌아갈게.
카린에게 들통나면 안되니까 통신은 여기까지. 끊을게."

그렇게 말한 시녀는 의자매와의 통신을 종료했다.

"피를 섭취했다면 금방일건데, 일일이 떨어진 머리카락을 섭취하려니,
생각보다 기한이 오래걸렸어.."


자신이  바티나스 영지에서 카린을 모시는 시녀를 죽이고,
똑같이 위장한채로 숨어든지가 2년, 그동안 바닥에 떨어진 카린의 머리카락을
몰래몰래 먹으면서 오랫동안 기다린 세월이었다.

"모든것은 그분을 위하여.."

그녀는 아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카린의 방을 청소하면서
머리카락을 회수할 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아르케 국의 수도 트리니티. 그곳에서는 철혈왕 빌헬름이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푸하하핫! 계획대로 잘 흘러가는군!.. 거기다 이 타이밍에 카린 그년이
바르가스 요새에서 큰 피해를 입었을줄이야!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호호호, 이게  철혈왕 폐하께서 대륙을 통일할거라는 좋은징조죠."

그의 옆에는 이국적인 느낌의 옷을 입은 여성이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혈귀봉 채효령. 남쪽대륙에서 마교 5장로라고 불리던 사람이었다.
십천과의 싸움에서 마교가 괴멸한뒤, 북쪽대륙으로 도망쳐온 그녀는
빌헬름의 옆에서 그를 부추겨, 세력을 넓히게 만들어 쳘혈왕이라는
야망가득한 늙은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즉, 빌헬름의 비선실세로써 그를 이끌어 온것은 마교의 장로였던 그녀였다.
그녀는 빌헬름을 꼬드겨서 야망에 불을 지폇고, 그가 강마전쟁 당시의
잔당인 이들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바로 그들이 빌헬름의 밑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4명의 메이드 자매인 아인, 츠바이, 드라이 , 뷔어였던 것이다.
도플갱어  , 강령술사 , 연금술사 , 서큐버스로 구성된 4명은
음지에서 열심히 뛰어서 빌헬름의 아르케 국을 점점 불러나갔다.

"아참 폐하? 드라이가 완성한게 있다고 보여드릴게 있다고 하셨더래요."

"그 '비밀병기' 말인가?.. 기대되는군. 드라이가 짐을 과연 어떻게
만족시킬지 벌서부터 두근거리는구나."

빌헬름과 채효령은 수도내의 지하로 향했다.
그곳에는 안경에 꼬깔 모자를 쓴 여드름이 있는 여성이 앉아있었다.

"네가 준비한게 어떤지 한번 짐에게 보여봐라."


"네에~! 자 짜잔!.. 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골렘들이랍니다!"

거대한 지하실의 불이 켜짐과 동시에 2.5미터쯤 되는 거대한 골렘들이
기사의 형태를 한채로 정렬해 있었다.  숫자는 어림잡아 수백대를 넘어보였다.

"크하핫!, 이게 정예기사 3명을 상대로도 우위에 선다는  나이트 골렘이군.
카린 녀석. 과연 이걸 보면 어떤 표정이 될까?.. 벌서부터 짐은 기대되는구나."

수많이 서있는 기사형태의 골렘들을 본 빌헬름과 채효령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준비한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두고봐라 십천.. 그리고 연휘와 진여명, 이 대륙의 평정이 끝나면,
이 힘으로 너희들에게 복수하러 갈테니..'


7년전의 패배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채효령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십천과 진여명등이 이미 하이그레에 정복되었다는 사실을,
7년전에 남쪽대륙을 떠나온 그녀는 꿈에도조차 모르고 있었다.



* *  * *  * * *



라미는 자신의 저택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아.. 아무리 세뇌됐었다고 해도.. 내가 남자에게 그렇게 안기다니.."


세뇌된 상태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스스로의 행동을 그녀는 납득할수가 없었다.
평소에 그렇게 혐오하던 남자를, 그것도 적의 수장이 되는 존재에게
스스로 안겨서 헐떡이면 자신을 상상하니 라미는 괴로웠다.

"그건.. 그건 내가 아니야! 아니라고!.. 절대로, 절대 내가 아니야!.."


그녀는 스스로의 기억을 애써 부정했지만, 자신의 고간이 욱씬거리면서
하이그레가 하고싶다는 욕구가 머릿속에서 떠돌기 시작했다.


"아니야!.. 나는 하이그레 인간이 아니야!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창녀마냥 안긴적도 없고!..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고개를 새차게 돌리면서 그녀는 하이그레를 머릿속에서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때 정말로 기분좋고 황홀했어.. 그 느낌은..
다시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 그분께 안긴다면.. 그래.."

'아아.. 맞아, 그분께 안겼을때 정말 최고였어.. 그런 기분좋은 느낌은..
한번도 살면서 겪어보지 못했는데.. 아아...'

그러나 어느새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에게 안기며 겪은 쾌감이
그녀의 머릿속을 멤돌고 있었다.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어야...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나, 나는 하이그레 인간이 아니야! 정신차려 라미!.. 하아, 하아.."


'안되.. 제발 잊어버려! 그러지않으면, 하이그레 인간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것만 같아!.. 제발!.. 제발 잊어버려!..'

괴로운 마음이 들어버린 라미는 팔짱을 끼고 웅크리고 있었다.

"아니, 이런방법으로는 안되.. 스스로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그렇게 말한 그녀는 팔짱을 풀고 일어나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억을 소거하는 마법진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이제 됐어. 이제 하이그레의 기억을 잊을수있어."

마법진을 모두 그린 라미는 스스로 그위에 올라섰다.
이제 마법진에 마나만 불어넣으면 되는일이었다.

"어, 어째서.. 할수없는거야. 이 기억을 지우면 편해질건데.. 왜에!?.. 흐윽!.."

그순간 그녀는 망설이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것 같은 괴로움을 라미는 느끼고 있었다.


"제발, 정신차려 나, 그는 적이야. 우리의 적이라고!.."

'하지만 잊고싶지않아.. 아아.. 어째서 나는...'


이성적으로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적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와의 기억을 없에는것을 스스로의 마음 한편에서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카린님께 반역하지 않아. 그럴 생각이 없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결국 라미는 하이그레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자신은 카린에게 반역할 마음이 없다는 그런 이유로 말이다.
 선택이 자신에게 어떻게 올지 모른체 라미는 침대에 누웠다.



* * * *  * *


유미는 누워있는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린님이 그렇게 서글프게 우시는건 처음들었어.."

그녀는 카린이 우는것을 몰래 들었던 것이다.


"내가, 내가 린님을 다시 되돌려 드려야해. 설사 내가 희생하더라도.."

그녀는 린을 바라보면서 각오를 다졌다. 카린은 하지말라고 했었지만,
자신은 세뇌당해서 아군을 공격한 죄가 있었다.
그런 죄를 아무 처벌도 없이 넘긴다는것이 유미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나의 죄를 카린님께 갚을방법은 오직 이것뿐이야."

린이 하이그레 인간이 된 기간을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은 매우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유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내가 하이그레 인간이 된다고해도.. 린님을 되돌릴수있는 가능성이
1퍼라도 있다면.. 그리고 나의 죄를 갚을수있다면.."

그리고 그녀는 결심을 굳혔다. 카린을 위해서, 설사 자신이
다시 하이그레 인간으로 변한다해도, 린을 되돌리는 시도를 할것을 말이다.


"제발, 신께 빌게요. 부디 성공하게.. 도와주세요."


신앙은 딱히 없었지만, 너무 가능성이 낮은 도박이기에,
유미는 처음으로 기도를 올리고서 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 *  *  *  * *



베키는 간만에 고급 식당에서 맛좋은 음식을 먹고서 좋은기분으로 돌아갔다.
그때만큼은 잠깐이나마 하이그레 수영복을 머릿속에서 지울수 있었다.

"어라?.. 저기 있는건 시리카가 아니에요?"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길목에서 베키는 시리카를 보았다.

'한번 하이그레에 대해 물어볼.. 아앗?!..'


순간 하이그레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려던 베키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방금전까지 하이그레를 잊고 있었던 베키는 시리카가 입은
초록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보자, 갑자기 다시 하이그레가 떠올랐던 것이다.

"으으으.. 그냥 빨리 침대로가서 잠을 자는게 낫겠어요!"

그녀는 후다닥 자신의 저택으로 가서 침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옷을 벗어서 잠옷으로 갈아입으려던 찰나..


"하이그레 수영복... 뭐, 자는동안 잠깐입는걸로는.. 별일없겠죠?.."

머릿속에 자꾸 하이그레 수영복이 머릿속에 떠오른 베키는,
민트색 하이그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서 잠자리에 누웠다.

'뭔가 하이그레 수영복이 고간을 조여오는것 같은... 제 착각이겠죠 뭐,'

애써 하이그레 수영복의 감촉과, 하이그레를 하고픈 욕구를
무시한채로 그녀는 잠에 들기 시작했다.



* * *  *  * * *



세실리아는 모두가 모르게 짐을 챙긴상태였다.
그녀는 동료들 모르게 떠나버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세뇌광선총도 아닌데, 하이그레 수영복의 세뇌에 걸려버리다니..
내가 초인이었다면 그런거에 당하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수행이 부족함을 책망하는 그녀는 수행을 위해 남쪽으로 움직였다.
바니타스 영지의 남쪽인 볼튼산을 넘어 남쪽에 은거해서 수행을  계획이었다.


"누구냐!?.."

'몬스터?!.. 아니, 강마전쟁 이후 몬스터들은 씨가 말랐을텐데!?..
그렇다고 이런 깊은 산의 중턱에 민간인이 있을리가 없어!'


그때, 볼튼산에 중턱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세실리아는 창끝을 인기척이 느껴지는곳으로 향했다. 그순간,

"하이그레 세뇌 광선총. 발사!"

"꺄아아아아아아!.."

순간 분홍빛이 자신에게 명중했다. 수행을 위해 레그 슈트조차
챙겨오지않은탓에 세실리아는 세뇌광선총을 막아낼수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옷은 사라지고,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있었다.


"세뇌광선총은 네티의 마탑을 제외하고 없을텐데.. 어, 어떻게?!.."

"크흐, 레그 슈트를 안입은 녀석이라 다행이군. 너 하이그레를 해라!"

"웃, 웃기지마! 하이그레에 두번이나 굴복할것 같.. 아앗?!..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읏!.."

세실리아는 저항하려고 했으나,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하이그레를 하고 말았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악!"

'어, 어째서 마나가 남아있을에도 저항할수 없는거야?!..'


마나가 남아있음에도, 그녀는 하이그레를 중단할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실리아 본인도 마음 한편으로 하이그레를 하고픈
마음이 세뇌해제 정화작업 이후에도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윽! 제, 제발 멈쳐어! 이대로면 나..
다시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버려! 제발 멈쳐줘!..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안되.. 하이그레의 쾌감이 점점 강하게 느껴져, 그때처럼 기분이 점점 좋아져..
거부하려고 해도 몸이 하이그레의 쾌감에 전율하고 있어!.. 안되에..'


자신이 점점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세실리아에게는 스스로 멈출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항♥ 너무 기분좋아아♥ 하이그레의 쾌감♥
세뇌해제 정화작업을 받은후에도 이걸 느끼게 될줄은♥아아♥ 잊을수가 없었어♥
이렇게나 기분이 좋았으니까아♥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응♥"

'이제는 안되.. 하이그레가 너무 좋아서어♥.. 내가 왜 이걸 거부하려고 했지?
이렇게나 굉장한 하이그레를..♥ 잊으려고 하다니♥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점점 하이그레를 하는 그녀의 손동작에 서서히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앙♥ 하이그레 굉장해에♥
하응♥ 이런걸 또 느끼면  다시 하이그레 인간으로 돌아가아♥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에에♥"

'아아 하이그레 기분좋아♥.. 수행따위를 할게 아니라..
하이그레 인간으로 되돌아가는것부터 찾아야했어♥..'

절정과 동시에 세실리아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그녀는 애액을 내뿜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인간 세실리아.
완전세뇌 완료되었습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저를 다시 하이그레 인간으로
되돌려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세실리아."


세실리아를 세뇌한 존재는, 예전 안젤리카를 두고 도망친 팬티스타킹 병사 세트였다.
도망쳤던 그는 어찌어찌 길을 해메다 카린의 영지인 바니타스 근방에 있는
볼튼산까지 겨우겨우 도망쳐 온 것이었다.


"일단 은신처부터 찾아야하는데, 네 도움을 받아야겠다 세실리아."


"하이그레! 하이그레! 팬티스타킹 병사 세트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세실리아와 팬티스타킹 병사 세트는,
그렇게 카린의 바니타스 영지로 숨어들기위해 볼튼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 * * *



"대륙 최강의 초인인.. 그 전신이 나를 왜 부른거지?"


"네게 의뢰할일이 있어."

진수연은 자신의 앞에 있는 카린을 마주보았다.
영입제의는 받은적 있어도 그녀가 자신에게 의뢰를 한적은 이전까지는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의 암살. 단, 절대로 들통나면 안되."

카린은 다리우스를 용서할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함부러 손댈수없는곳에 있었기에,
그녀는 진수연을 고용해서 그를 암살하러 한 것이다.

"그 의뢰를 받아들임으로써 보수는 뭘 줄거지?"


"네가 돈을 밝히는 이유를  알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지?
남쪽 대륙까지 갈수있는 대형 선박과 항구의 제공."

카린의 말에 진수연은 흠칫 할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필요로 한것을 그녀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놈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줬으면 좋겠어."


"걱정말고 보수나 준비하도록해."


카린의 말과 동시에 진수연은 입을 마스크로 가리고 그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어느새 카린이 있었던 궁전의 옥상에 나타나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곧 다시 만날수 있어 여명 언니..."

어릴적 헤어진 언니와 재회할것을 기대하며 석양을 바라보던 진수연은
어느새 그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 *  *  * *  *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 그는 7구역 포로수용소의 한 감옥에 갇혀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면.. 별수없군.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그는 하나의 장치를 꺼냈다. 이것은 긴급구출용 장치였다.
이걸 쓴다는것은 팬티스타킹 병사로써도 최후의 순간에 쓰는것이었기에,
그동안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까지도 쓰지않는것은 멍청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간다!.."

버튼을 누르자, 눈앞에 1회용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마음같아선 자신이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 게이트는 상대쪽에서
오는것은 가능해도, 자신이 들어가는것은 불가능한 구조였다.
누가 자신을 구출하러 오는건지 기대하던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8분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않자, 실망을 감출수가 없었다.


"에라이, 이거 결국 고장났잖아! 젠장할!.."


화가 난 그는 장치를 발로차서 던져버렸다.
장치가 던져지자, 게이트 역시도 움직여서 벽의 앞에 멈쳐섰다. 그순간이었다.

"꺄으앗!.."

"누, 누구야?!.."

갑자기 나타난 빨간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안경쓴 여성의 모습에
팬티스타킹 병사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으으!.. 게이트를 통과했는데 왜 눈앞에 벽이있냐고?!.."

등장한 하이그레 인간은 진여명이었다. 그녀는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벽에 그대로 박치기를 해버리고 만 것이다.

"너, 너는 본적이있어. 그때 발트 선배의 뒤에 있었던 애 맞지?"

"으으.. 팬티스타킹 병사님이셨군요. 발트님을 아세요?"


진여명의 말에 다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여러가지 할말이 서로 있겠지만, 여기는 좋은장소는 아닌것같아요."

"그말에 동감한다. 일단 이거부터 풀어줘."

자신앞에 쇠사슬을 내미는 다리우스를 본 진여명은 손날에 기를 모아서 휘둘렀다.
그녀의 손에 닿은 쇠사슬이 부셔지며, 다리우스는 자유의 몸이 될수 있었다.

"일단 이 감옥부터 탈출하고 보죠 팬티스타킹 병사님."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부를걸 그랬군."


감옥문을 발로차서 부서버린 진여명을  다리우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바르가스 요새 공방전때 그녀가 있었으면 상황이  나아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잠깐만요?!.. 인기척이 느껴져요!.."

계단을 올라가려던 진여명은 다리우스를 잠시 멈쳐세웠다.
그녀는 전투 준비를 마친 직후였다. 곧바로 눈앞에 사람이 나타나서
공격하려던 찰나..

"에에?.. 하이그레 인간?!.."

"당, 당신은 대체 누구?!.."

갈색의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카타리나 소장과 마주친 것이다.

"아니, 왜 이곳의 소장인 카타리나가 하이그레 인간인거야?!.."

서로 마주보게 된 양쪽은 순간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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