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13-5 스쳐가는 각자의 바람들
카르세 왕국의 수도 디제르내에 위치한 세르칼 아카데미.
그곳의 학생회실에서는 보통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존재했어야 했으나,
지금 학생회에 있는 3명은 모두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하이그레 인간들이었다.
"학생들에게도 하이그레에 대해 알려주고 싶지만,
이곳은 카르세 왕국의 수도니까 대놓고 할수없는게 아쉬울 따름이네요."
"로제타도 하이그레를 애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같아..
하지만 언니가 나쁜사람들이 있어서 하이그레 수영복이 드러나면 안된다고 했어."
레이라의 말에 로제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을 긍정했다.
아세가 그녀에게 하이그레가 드러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만약에라도 아카데미 내에서 하이그레 인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전원 체포당한후 세뇌해제 정화작업을 당할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언니가 자신을 믿고서 맡긴일이었기에, 로제타는 레이라와 함께
최대한 머릿속으로 생각을 궁리할수밖에 없었다.
"...좋은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녀들의 고민에 부회장인 유니스도 끼어들었다.
그녀 역시 이제는 하이그레 인간이기에,
아세의 뜻에따라서 로제타를 최대한 돕기로 한 것이었다.
"우웅.. 애들끼리 모여있는 모임같은게 있으면 좋을건데.."
"모임?.. 로제타양 그거에요!"
로제타의 말에 레이라는 손뼉을 탁! 하고 치면서 감탄했다.
"아카데미내에는 클럽이라고 있어요! 학생들끼리 친목밑 모임을 위한 조직이죠."
"꺄아~ 하이그레 모임이라니 로제타는 정말 마음에 들어!"
로제타도 레이라를 따라서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하이그레 인간들의 모임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하이그레 클럽을 만들면 학생들에게 몰래몰래 하이그레의 훌륭함을 알려줄수있어요!"
"…… 하지만 하이그레 클럽이라고 클럽이름을 대놓고 쓸수는 없잖아."
유니스의 태클에 두 하이그레 소녀는 박수를 치면서
들떠있던 분위기가 식어버릴수밖에 없었다.
"그, 그건 그렇죠?.. 선생님들과 학장님이 눈감아주셔도
언젠가는 하이그레 인간과 연관이있지않냐는 의문이 들어올수도…"
아카데미의 학생들의 반이상은 귀족들의 자제였다.
가끔 특출난 평민들이 들어오긴 했으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즉, 학부모들이 대부분 귀족이라는 의미인데, 클럽 이름을 말할수도 없고,
이름을 숨기면 그거대로 자식이 불랑 클럽에 다니는게 아닌지
의심하고서 찾아올수도 있었다. 그것은 그녀들에게 좋은일이 아니었다.
"로제타 한가지 생각났어! 클럽 이름을 줄이면 되지않을까?"
"하아, 로제타양.. 그런 단순한 방법으로 될리가 없잖아요."
레이라는 로제타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우웅.. 하지만 언니가 때로는 단순한게 해답이라고 했는걸?"
"…… 좋은 생각이야 그거."
방금전까지 태클하던 유니스가 로제타의 편을 들고나선 것이다.
"…… 하이그레의 첫글자만 따서 H클럽. 이라고 부르면 될것같아."
"H클럽! 로제타는 부르기 간편해서 듣기좋아! 헤헷!.."
"그럼 H클럽의 창설을 위해 교무실로 가도록하죠!"
학생회의 주역인 회장 레이라와, 부회장 유니스,
그리고 서기인 로제타의 만장일치로
그녀들은 H클럽의 창설을 위해 교무실로 움직이려했다.
그리고 로제타가 학생회실의 문을 열려던 찰나..
"잠깐 로제타양!.."
"우웅?.. 레이라 왜 그래?"
문을 열려던 로제타의 손을 레이라가 붙잡고서 말렸다.
"지금 로제타양과 우리는 하이그레 수영복차림이잖아요!
이 상태로 문을 열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 미세뇌자 학생들에게 들킬확률 100퍼."
레이라의 말에 유니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조했다.
"우웅.. 어차피 선생님들도 하이그레 인간들이라,
로제타는 편하게 하이그레 수영복차림으로 가도 괜찮을것 같았는데에.."
"그래도 교복을 입으시는건 잊지말아야죠. 저도 하이그레 인간이 되고나서는
하이그레 수영복 위에 다른 옷을 걸치거나 위에 입는것이
엄청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여기지만, 지금은 어쩔수없는 일이잖아요?"
레이라 역시 마음같아서는 아카데미 내에서 하이그레 수영복차림으로만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현재 상황상 그녀들이 하이그레 수영복차림으로
있을수있는곳은 학생회실과 교무실뿐이었다.
그것도 문을 잠근후에나 안심하고 교복을 벗고서
하이그레 수영복차림 왔다갔다할수 있었다.
자신들이 미세뇌자 학생들에게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있는
하이그레 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안되는 일이었기에,
그녀들은 어쩔수없이 교복을 하이그레 수영복 위로 입고서
20분뒤에 교무실로 이동했다.
"으으으.. 로제타 교복 입는거 싫어.. 교복입으면 다시 치장해야해.."
로제타는 정말 싫었는지 짜증을 냈다.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교복을 입는것도 싫었지만,
그것보다 더 귀찮은건 교복을 입으면서 외모관리를 다시 해야한다는것이었다.
머리를 빗는것부터 시작해서, 화장에, 옷무새까지 전부 다시 해야했기에,
필요해서 어쩔수 없이 싫어도 입는것임에도,
귀찮음까지 더해지니 짜증이 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도 이런건 지금은 정말 귀찮네요.. 한때는 귀족의 일원으로는
그게 당연한것이자, 명예를 위한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레이라도 로제타의 말에 긍정했다.
그녀는 미세뇌자 시절을 떠올리면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그레 인간이 된후로, 하이그레 마왕님께 충성하는것외의
명예따위는.. 진짜 쓸모없다는것을 깨달은거죠."
"…… 지금부터는 목소리좀 낮추면 좋겠어 둘 다."
유니스는 그녀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왜냐하면 복도앞에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도를 걷자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레이라 회장님이야! 멋있고 아름다우셔!"
"유니스 부회장은 어때? 저 침착함에서 보이는 지성이?.."
당연한일이었다. 아카데미내에서 학생회란 명예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라 회장님! 오늘 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실수 없을까요?!.."
"어머, 당신은.. 소나양이셨나요? 오늘은 일이 있어서 무리고,
다음에 한번 좋은 식사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죠. 후훗.."
"꺄아아아앙!~ 좋아요 회장님!"
우수한 재학생들중에서만 선발하고,
학생회 경력을 가진채로 졸업하게 되면 자국내에서 중앙요직은 확정이었기에,
출세 예약을 가진 학생회의 회원과의 인맥을 위해서라도,
학생회의 이들은 인기가 있을수밖에 없었다.
"진짜 쟤 뭐야. 무슨 신입생이 서기를 바로 맡아?"
"레베아 공작가의 출신빨이지. 그 미친 마녀가 청탁하고 갔다면서?"
"미친 마녀는 무슨, 레베아의 원숭이라고 불러야지."
하지만 로제타는 유독 시기와 비난을 심하게 받고 있었는데,
그것은 아세가 그녀와 같이 있었고,
죠안 학장을 아세가 만났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막을 모르는 학생들의 눈에는 로제타는
가문에 청탁빨로 서기가 된 낙하산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시기와 질투, 비난등을 받을수밖에 없었다.
"신경쓰지마세요 로제타양. 앗?!"
로제타에게 무시하려고 말하던 레이라는
로제타가 훌쩍거리면서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자 당황하고 말았다.
'로제타 양은 워낙에 순수한분이라,
자기에게 오는 비난도 넘기는 사람인데 어째서 이렇게? 아!..'
레이라는 머릿속에서 왜 로제타가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떠올렸다.
바로 학생들의 비난이 로제타 본인의 선에서 안끝나고 아세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녀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아세가 욕먹는게 더 싫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뭐하는짓이야?"
그때, 하늘빛 머리색을 한 소녀가 그들앞에 나타났다.
"당사자앞에서 가족 욕을 하다니, 참 할짓들 없나봐 너네들?"
"아이리스…"
바로 로제타의 친구인 아이리스였다.
"쟤는.. 신입생인 아이리스 아니야?"
"학생회 서기인 로제타와 붙어다닌다는 그 아이인가?
그런데 왜 갑자기 저렇게 건방진 태도지?"
아이리스가 나서자 학생들은 그녀에게 주목했다.
일단 그녀에 대한 대다수의 인식은 사근사근한 미소녀였다.
물론 그것은 아이리스의 내숭이었기에
지금 갑자기 건방지게 학생들을 비꼬면서 나선 모습에 다들 의문을 가진 것이다.
"거기까지해. 애가 울고있는데도 단체로 모여서 비난하다니, 뭐하는짓이야 그게?"
"네가 뭔데 참견이야!?… 으, 히이이익?!"
아이리스의 말에 그녀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한 초록색 머리의 여학생이 다가갔으나, 그녀가 내뿜는 살기에 그만 주저앉아버렸다.
'히익! 나, 나 방금전에 검에 몸이 베여버린듯한 착각이 들었어!..'
마치 아이리스가 휘두른검에 자신이 절단나버린듯한 느낌이
머릿속에서 갑자기 떠올랐던 것이다.
주저앉은 여학생은 그만 실금해버렸고,
그녀의 치마에서는 노란 액체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뭐냐고?.. 너네가 그렇게 씹어대는 로제타가 내 친구야."
"히끅!.. 당, 당신 정체가 뭐야.. "
초록머리의 여학생은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마스터라도 긴장하게 만드는 초인의 살기를 어린소녀가 견뎌낼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아이리스가 적당히 조절해서 망정이지, 그러지않았다면,
여학생은 실신하거나 혹은, 재수가 없었다면 살기만으로도 죽을수도 있었다.
"너희들과 같은 이 아카데미의 재학생."
아이리스의 말에 여학생은 그럴리가 없다면서 외치려고 했지만,
차마 입에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이리스가 숏소드를 꺼내서
목을 베어버릴것같은 환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얘뿐만이 아니라, 너네들도… 알아둬,
또 다시 로제타가 내앞에서 우는일있으면... 말 안해도 알겠지.."
학생회인 하이그레 인간을 제외한 모두에게 살기를 내뿜어서
주변의 분위기를 제압해버린 아이리스의 말에,
복도에 있었던 학생들 모두는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외모는 여리고 귀여웠지만, 그녀가 허리에 찬 숏소드를 뽑는순간,
모두가 죽을것같다는 공포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만해 아이리스! 애들이 다 무서워하고있어!"
"아, 조금 지나쳤나봐. 모두에게 미안해~"
로제타의 말에 금세 평소처럼 귀여운 모습을 보이며,
내숭을 떨면서 상황을 수습하려는 아이리스였으나,
아까의 모습이 너무 임펙트가 큰탓에 그녀의 내숭을 받아주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방금전까지 살기를 뿜어대던 소녀가 발랄하고 귀엽게 미소 짓는데,
그걸 받아주는 사람이 오히려 정상적이지 않을것이다.
'쯪.. 280살이나 먹고 이런 꼬꼬마들에게 살기를 뿜어대다니..
나이먹고 이게 무슨 주책인지..'
적당히 평범한 여학생처럼 보이려고 내숭을 떨어왔으나,
이번사건으로 그러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아이리스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말았다.
그런 아이리스의 손목을 잡아끌고서 로제타는 그녀와 같이 복도를 걸었다.
"고마워 아이리스. 로제타를 위해서 그렇게 한거, 로제타도 알고있어."
복도내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자,
로제타는 아이리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녀도 자신을 위해서 아이리스가 평소의 내숭이 모두에게 들통날 것을
각오하고서 본 모습을 드러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응?.. 으, 응!"
스스로를 자책하던 그녀였으나, 로제타의 말에 어느새 마음이 풀린듯
기운차린 목소리로 답했다.
'뭐, 어차피.. 유희를 편하게 하기위한 내숭이었을뿐이니까.'
"안그래도 교무실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아이리스도 같이가자."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한 아이리스는 로제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아참, 아이리스양. 혹시 학생회에 들어오실 생각은 있으세요?"
"내가.. 왜?"
어차피 본 모습이 드러났기에, 레이라의 의견에 귀찮다는 표정을 한 아이리스였다.
"로제타양과 친하시고, 하이그레 인간이시니까.."
"그런 이유라면 거절하겠어. 굳이 내가 아니여도 되잖아."
자신이 하이그레 인간임을 인정하고 싶지않았던 아이리스였기에,
하이그레 인간이라는 이유로 학생회에 들어오라는 레이라의 말이
그녀는 마음에 들지않았다. 하지만,
"로제타는 아이리스가 학생회에 들어왔으면 좋겠어."
"알았어.. 들어갈게."
"뭐, 뭐에요 이 온도차이는 대체?!.."
자신의 제의에 곧바로 거절했지만, 로제타의 말에 받아들인
아이리스의 태도를 보고서, 레이라는 어이가없어서 순간 멍하니 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런 레이라를 무시한체 그녀들은 함께 교무실로 움직였다.
"잠, 잠깐만요! 저만 두고 떠나시면 어떻해요 모두!..."
그리고 자신만 홀로 뒤에 남았다는 사실을 떠올린 레이라는
급하게 그녀들을 쫒아가면서 외치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여러분. 무슨일로 찾아오신건가요?"
잠시후, 교무실에 도착한 그녀들을 마리는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이모.. 아니,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으흠, 샤란 선생님. 문을 좀 닫아주시겠어요?"
레이라의 말에 마리는 교무실내에 있는 인원들을 둘러보고서 샤란에게 말했다.
마리의 말을 들은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서 교무실의 문을 닫아 잠구었다.
문이 잠겼던것을 확인한 마리는 곧바로 선생들이 있는 제복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선생님?.."
노란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드러내고 하이그레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잠깐 놀란눈으로 4명의 여학생들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세뇌자들에게 들키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선생님!.."
"어머, 걱정마세요 여러분. 이미 이방은 방음 마법진이 설치되어있거든요."
죠안의 설명과 동시에 사랸과 헬렌도 겉옷을 벗고
각자의 하이그레 수영복을 드러낸 상태였다.
"죠안 학장님도 벌서, 설마 다들 여기서 하이그레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미 죠안은 설명하고 있을때부터 연두색 하이그레 수영복차림으로 있었다.
"네 당연한말씀을?.. 하이그레 인간이 하이그레를 안할수는 없잖아요."
레이라의 물음에 죠안은 당연한듯이 말했다.
이미 교직원들은 교무실에 방음마법을 걸어놓고서,
교무실 문을 닫아놓고 하이그레를 몰래하는 시간을 가끔씩 가졌던 것이다.
"으으!.. 저희는 기숙사에 들어가기전까진 하이그레를 못하는데 부러워요!.."
"...... 이하동감."
레이라의 불평에 유니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조했다.
선생들과 달리, 학생들인 자신들은 기숙사에 들어가기전까지,
하이그레를 하고싶어도 하는것이 불가능했다.
만약에 하다가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곧바로 세뇌 해제 정화 작업을 받게될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이번기회에 여러분들도 같이 하이그레를 하시는게 어때요?"
"마음같아선 그러고싶지만, 20분뒤에 수업이 있어서 그건 무리에요."
레이라는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도 하이그레를 정말로 하고싶었지만,
지금 하이그레를 했다간 수업시간에 늦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수업따위, 하이그레 인간들인 그녀들에게 큰 의미는 없었지만,
지금은 미세뇌자인척 연기를 해야하는 실정인지라,
아무 이유없이 수업에 빠지는건 좋은것이 아니었다.
"그건 좀 아쉽네요. 그렇다면 대신에 학생회실에도 방음마법진을 설치해드리지요."
"고마워 학장님! 하이그레! 하이그레!"
죠안 학장의 말에 로제타는 정말 기뻣는지,
교복을 입은채로 하이그레를 해서 그녀에게 답했다.
"아참, 그리고보니 저희가 온 이유는 따로있어요 선생님들."
레이라는 H클럽의 창설에 대해서 교직원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H클럽이라, 마음에 드는 얘기에요! 학생들에게도 하이그레를 알려주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할수있는 마땅한 방법이 딱히 없었는데,
클럽을 통해서 학생들을 하이그레 인간으로 바꿔가겠다니!..
정말 좋은생각이에요 여러분!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죠안 학장은 그녀들의 생각에 크게 감탄했다.
왜냐하면 학생들을 하이그레 인간으로 만들려고 그녀들도 생각했지만,
들통나지않고서 조용하게 서서히 바꿔나갈 방법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H클럽의 창설은 바로 통과에요!,
그리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않고 해드리겠어요!"
"학장님 고마워! 이제야 애들에게도 하이그레를 알려줄수있어서 정말 기뻐!"
세르칼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하이그레를 알려줄 생각에,
교무실에 있는 7명의 하이그레 인간들은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 * * *
그시각 마리안느는 레베아 공작가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직후였다.
그녀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예약하고 왔다는 소식에,
잔느 수녀원장은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뇌활동이 잘되고 있는데 마리안느 공작부인께서 이렇게 가시다니.."
"잔느 수녀원장님. 저도 아쉽긴 하지만.. 팬티스타킹 병사님께서
7구역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그분을 그런 누추한곳에 하루라도 계시게 할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리안느의 말을 들은 잔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뇌활동도 중요하지만,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팬티스타킹 병사가
포로수용소같은 감옥에 있도록 할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마리안느라면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빼올수있는 방법이 있었다.
"루나. 그럼 저희를 대신해서 그분을 잘 섬기도록 부탁드려요."
"네 잔느님. 제가 잔느님과 신전에 있는 하이그레 인간들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그분을 모시도록 하겠어요."
잔느의 작별인사에 루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카린에게 팔을 잘렸다는 소식에
이곳에 있는 인원중에서 가장 치유력이 강한 루나도 마리안느를 따라서
같이 따라가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잘린 직후에 바로 즉각
임시 치료로 팔을 다시 붙이긴했으나,
하이그레 인간들인 그녀들로써는 그에게 무슨 휴우증이라도 있지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긴탓에 전대 성녀인 루나도 함께 보내기도 한 것이다.
"그럼 애쉬 후작부인. 슬슬 출발하도록 하죠."
마리안느의 말에 애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영지를 너무 오랫동안 비워둔탓에 어쩔수없이 돌아가야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하이그레 수영복과 외형만 똑같이 생긴
옷을 입은 아르체가 유심히 지켜보면서 관찰하고 있었다.
'벌서부터 마리안느가 떠나다니.. 아쉽게도 알아낸 정보가 많지않네요.'
같이 있던 기간이 짧은지라, 아르체가 알아낸 정보는 많지않았다.
알아낸 정보라고 해봤자, 아세와 잔느 사라등이 하이그레 인간이 되었다는
정보정도가 끝이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 레베아 공작가를 하이그레 인간의 소굴이라고 선포해서
끝장을 내는 방법도 그녀에게는 있었지만,
그것은 딱히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을 세뇌한 배후가 누군지 알아내지 않는다면, 그녀들을 잡아들인다해도,
도마뱀의 꼬리만 자르는것일뿐이니.. 일단은 조금만 더..'
아르체는 조금 더 인내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세뇌해제 정화 작업을 받은 이후,
그녀는 가짜로 하이그레를 할때마다 고간이 조금 쑤셔오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게 아닌덕에 어찌어찌 버틸수는 있었다.
'팬티스타킹 병사나, 하이그레 인간들 상당수는 지난번 특공 작전이후에
이미 근황이 잡혔을텐데, 대체 어떻게 세뇌활동을 이렇게 많이 벌일수 있었던건지..'
예전에 있었던 '충격과 공포의 그지깽깽이다' 작전 이후에,
하이그레 침략군은 사실상 게릴라라고 말할수있을정도로 완전히 초토화 당해버렸다.
그리고 아르체의 첩보대는 그런 하이그레 인간들의 근황을 거의 파악하고 있었다.
설사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해도, 세뇌활동을 벌이면 바로 잡아낼만큼 말이다.
'일단 레베아 공작가. 그곳이 시작에 가까운건 사실인데.. 어떻게?.. 무슨 수로?..'
그러나 그녀가 가장 의문을 가진 장소는 바로 레베아 공작가였다.
자신의 추측은 레베아 공작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도대체 하이그레 인간이 어떻게 레베아 공작가에 스며들었는지,
어떻게 초인인 아세리아와 공작가의 안주인인 마리안느를 세뇌할수 있었는지,
그녀는 전혀 감도 오지않았다. 즉, 원인과 과정을 전혀 알수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체가 추측조차 할수없는것이 당연했다.
아세가 전생의 기억을 찾아서, 스스로 하이그레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은,
대놓고 말해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설사 아세리아 드 레베아가 원인이라고 해도, 그것은 전혀 말이 될수가 없어요.'
아르체 본인의 추측으로는 아세가 원인이 될수가 없었다.
그녀의 근황은 이미 거의 잡혀 있었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평범했다.
솔직히 이번에 자신도 마리안느가 하이그레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아세가 하이그레 인간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세를 원인으로 생각할수는 없었다. 그녀의 이명은 전장의 미친 마녀.
하이그레 인간들과, 팬티스타킹 병사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려서,
수박처럼 퍽하고 터트리면서 그걸 즐기던 망나니 초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전장에서 싸우던중 세뇌되었다면,
이미 첩보대에 정보가 걸려들어야 하는것이 맞았다.
결국 아르체는 어쩔수없이 정보를 더 모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리안느와 루나가 마차를 타고 떠난 바로 직후..
한명의 팔라딘이 신전앞에 도착한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잔느님이라면.. 어떻게든 도와주실수 있을거예요."
그녀는 바로 오필리아였다. 바르가스 요새 공방전에서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당한 그녀는, 베키에게 구출되어
세뇌해제 정화 작업을 받았다. 하지만,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서,
하이그레를 하고픈 욕구는 매일밤 잘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애써 잊으려고 하여, 자위행위를 하면서 잊으려고 했었음에도,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아무리 혼자 위로해봐도.. 하이그레의 자극에 비하면.. 으읏!.."
자신의 몸이 달아오르면서, 오히려 하이그레가 하고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점점 커져나갔을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필리아는 자신의 팔라딘 부대는 카린 군에 둔채로,
곧바로 카르세 왕국의 수도, 디제르에 위치한 헬레나 신전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이제 다 왔어.. 조금만 더 참으면, 하이그레를 잊을수가...
그리고 나도 여신님께 다시 돌아갈수있어.."
잔느가 자신을 구원해줄것이라고 믿고서,
그녀는 희망에 가득찬 눈으로 신전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