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12-5 시스리아 왕국내전의 시작. (53/104)



〈 61화 〉12-5 시스리아 왕국내전의 시작.

다음날 아침 6시. 샤를마뉴 후작가의 당주 샤리는 이전보다 더 빨리 일어났다.
평소에는 급하거나 주요 업무의 일정이 있는 날이 아니면,
 8~9시가 되어서야 일어나는 그녀였였으나,
현재시각인 6시에 기상한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일이 있었다.
잠을 깬 그녀는 자신의 잠옷을 벗어 침대옆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그리고 푸른색 하이그레 수영복차림만 입은체로 하이그레 자세를 취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이런 이른아침부터 무슨일이시죠 샤리 당주?]


그러자 샤리가 자신앞에 둔 구슬이 빛을 내면서 사야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앗?, 아세리아님이 아니라 사야님이 받으셨군요. 혹시 그분께 무슨일이라도?"

[아세리아 걘 원래 이시간에 안일어나요. 하암~..
아무리 빨라도 여기서 1시간에서 1시간반은 지나야 일어날걸요?]

통신구슬에서 아세가 아닌 사야의 목소리가 나오자
샤리는 혹시나 걱정이 되어서 사야에게 아세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물론, 별일은 없었다. 아세는 그저 평소처럼 자고 있었을뿐이었다.

"그렇군요. 사야님은 그럼 왜 이시간에?"


[아세리아의 부탁에 오마르호를 대체할 장비를 연구하다가 밤을 셌어요.
흐암~.. 오후에 낮잠이라도 자버리죠 뭐.]


하품을 하는 사야의 말을 들은 샤리는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무슨일로 연락하신거죠?]


"어제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하이그레를 한다고 그만 잊어버렸는데,
밤에 잠에 들기직전에 떠올랐거든요. 푸른눈의 백랑에 대한 정보를 드릴까해요."


샤리가 이른아침부터 연락한 이유는 이것이었다.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에 대한 정보를 주기위해서 였다.


"그들의 숫자는 아시다시피 5천명, 모두가 레인저에요.
그중에 단장인 데보라와 직속 500명은 저기 대륙의 북쪽끝에 있는 야만족의 전사죠."


[야만족이라.. 그렇다면 직속 500명은 평균적인 레인저의 수준을 넘어가겠네요.
어지간한 왕국의 특수부대급 전력이라.. 과연 대륙에서 2위 용병단 답네요.]


샤리의 말을 들은 샤아는 상당히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레인저가 5000명인것도 상당한 전력인데,
단장 본인과 직속의 500명은 야만족 전사라는것은
그들이 보통사람보다 힘과 민첩성이 더 뛰어나다는것을 의미했다.
그정도의 전력이라면 사실상 대륙에서 1위 용병을 맡을정도의 규모였다.
용병왕 벤같은 초인급 용병이 없기에 2위에서 그쳤지,
용병단의 세력과 규모, 정예적인 질적만 따지면 1위 용병단이라고봐도
무방할정도였다.


"게다가 그들은 카린 군단에서 함께 싸운 경력도 있어요.
심지어  카린이 영입제의를 한 용병단이에요."

[카린이요?.. 아, 물론 그녀는 자신의 눈에 차는 인재로 보이면
영입제의를 망설임없이 하는 사람이긴 하죠.
그렇다쳐도.. 용병단에게 영입 제의를 하다니..]

용병단에게 정규군 제의를 하는것은, 말이 쉽지 실상은 어려운 얘기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는데, 첫번째. 용병단과 정규군이 섞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용병단이 정규군에 편입되면 기존의 정규군쪽에서 당연히 불만을 가질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용병단이 정규군에 적응할수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이것 역시 쉬운문제가 아니었다. 용병은 군대와 달리 규율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들에게 군대의 규율을 적용시키고 따르라고 하는것은 쉽지않은일이었다.
세번째.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인데. 푸른눈의 백랑 용병단은 대륙2위의 용병단이자,
레인저가 5000명이라는 국가의 특수부대급 전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그렇다면 단기적인 계약도 부담스럽지만, 장기적인 계약이라면
자금적인면에서 엄청나게 부담이 들수밖에 없었다.


[문제점이 그렇게 많음에도 영입제의를 했다는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라고 봐야겠군요 샤리 당주.]

"네. 레인저 5000명도 엄청난 전력이지만, 직속500명은 울프 라이더이기도 하니까요."


[울프 라이더... 야만족들이 타고다니는 그 화이트 울프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샤리의 말을 들은 샤아는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제가 전력평가를 실수한듯 하네요.
샤리 당주를 세뇌하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실수를 할뻔했겠네요.]


그저 레인저5000명과 그 5000명중에 울프 라이더인 야만 전사가 있는가의 차이는
무시할수없을정도로 컷다. 그러지않아도 레인저는 기동성과 은밀성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 그런데 울프 라이더가 있다는것은
일반 기마병 이상의 기동력과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의미했다.

"걱정마세요. 앞으로도 제가 모든 정보를 레베아 공작가에 넘길게요.
이렇게 도움을 드리고 보니까.. 왠지 40년전에 저희 샤를마뉴 후작가가
레베아 공작가 휘하에 있었다는 옛 시절이 떠오르네요."

[그런적이 있었나요?]

"네. 아, 물론 어차피 지금도 하이그레 덕분이긴 하지만,
그때처럼 돕고있으려니까 어찌보면 아이러니한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샤리의 말에 사야는 연락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로써는 먼저 확인할게 있었기 때문이다.

[연락은 여기까지하죠. 앞으로도 정보 잘부탁할게요 샤리 당주.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어요.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샤리가 하이그레로 답을 한것으로 마법구슬의 빛이 꺼졌다.

"시녀들이 오려면 1시간은 더 걸릴테니.. 그동안 하이그레나  할까?"

세뇌된 이후 그녀 가문의 시녀들이나 기사들의 눈과 귀를 피해서
몰래몰래 하이그레를 하는 재미에 빠져버린 샤리였다.



* *  * * * * *

샤리와 연락을 끊은 사야는 레베아 공작가의 서재에서 급히 무언가를 찾은뒤
아세리아의 방으로 걸어갔다.

"사야님? 이른아침부터 무슨일로..?"

"안녕하세요 실비아씨. 아세리아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어요."


아세리아의 방문앞에는 실비아가 노란색 하이그레 수영복 한장만 걸친 차림으로
경호를 서고 있었다.


"아세리아님은 주무시고 계시니까 조금있다가 오시는게..
늦어도 1시간뒤에는 일어나실거예요."


"중요한일이에요. 실비아씨."


실비아는 어젯밤에도 사야와 공부를 하다가 늦은밤에 잠을 자기 시작한 아세를
아직은 깨우고 싶지않았지만,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야의 표정에
어쩔수없이 문을 열었다.


"아세리아. 일어나."

"우웅.. 실비아.. 5분만 더."

"하아..."


사야는 아세를 깨웠으나, 잠꼬대를 하면서 배개에 얼굴을 파묻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서, 한숨을 쉰뒤에 , 아공간에서 지팡이를 꺼낸뒤 손에 쥐었다.
치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전격마법이 아세에게 날아갔다.


"꺄아아아아앗!. 으갸가가가각!.. 으아아!..
전기충격으로 기상시키는게 어딧어 사야!.."

"오히려 내가 너한테 따지고싶어!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웰링턴 후작가와 샤를마뉴 후작가가 원래 레베아 공작가의 휘하 귀족에서
왕당파로 바뀌게 된거야?!... 이런 중요한 정보를 나도 오늘 이제서야 알았다고!"


아세는 아침부터 자신을 전격마법으로 지져서 깨운 사야에게 따지려고 했으나,
오히려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면서 화를내자 당황하고 말았다.

"그, 그건 사실 나도 잘 모르는데..."


"아세리아 드 레베아!.. 너 정말!.. 하아..."


아세의 태도에 사야를 이마를 짚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정말 그녀도 모르는 눈치였기 때문이었다.

"저 사야님. 그건 제가 알고있어요."


"실비아씨가요?"


사야의 물음에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세의 뒷처리를  해오던 그녀는 당연히 그런 정세나 상황도
알고있을수밖에 없었다.


"아세리아님의 조부. 즉, 선선대의 레베아 공작까지는
웰링턴 후작가와 샤를마뉴 후작가는 70년전까지 존재했었던
구 알카디아 제국에서부터의 인연을 따라서 레베아 공작가 휘하 귀족이었어요."

"하지만, 구 제국 멸망후에 막 생겨난 약소국인 시스리아 왕국에
레베아 공작가가 붙어버렸고, 그후에 아무것도 하지않고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모습에, 샤를마뉴 후작가와 웰링턴 후작가의
선대 후작들이 왕가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중앙정계로 진출.
그후에는 왕당파로 갈아탔다고 들었어요."


"아니, 제가 정말 이해가 안가는건 이거에요 실비아씨!
도대체 레베아 공작가는  거대한 세력을 두고서..
왜 아무것도 하지않은거죠? 하다못해 시스리아 왕국을 먹어치우고서
레베아 왕가를 열어도 전혀 문제없을정도였었어요!"


사야는 답답할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의 레베아 공작가도
그 규모가 크긴하지만, 50년전부터 왕가의 견제로 계속해서 세력이
점점 줄어들어갔다. 처음엔 레베아 공작가의 손발이나 다름없었던,
웰링턴 후작가와 샤를마뉴 후작가를 빼내버린뒤,
중앙정치, 상계, 군부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견제를해서
영향력을 상실시켜 버린 것이다.

"그게.. 저도 어디까지나 아세리아님을 대신해서 마리안느님께 들은것이지만,
70년전 알카디아 제국 멸망당시, 레베아 공작이 야망을 가지고서
아르체의 할아버지인 카르세 왕국의 시조 페르안과 결전을 벌인적이 있다고해요.
그는 결국 패전을 했고, 다시는 야망을 드러내지않겠다는 맹세하에,
겨우겨우 남은 세력만 온존해서 풀려나게 되죠.
그사람이 바로 아세리아님의 증조부고요."

"그리고 그 맹세때문에 시스리아 왕가가 그렇게 견제를하고,
마치 도마위의 대어처럼 하나하나 해제를 당하는데도 가만히만 있었다?..
정말 어이가없어서 말이 안나오네요."

70년전의 맹세가 대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기에, 하나하나 영향력을
잃어가면서 왕가에 항의 한번 안한 선대 레베아 공작들을 생각한
사야는 너무나도 답답해서 고구마를 수백개 먹은듯한 느낌이었다.
진짜 하이그레로 인한 변화가 공작가에 없었다면, 아마 레베아 공작가는
아세의 대에서 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확신이들 정도였던 것이다.


"맹세를 깨면 대체 뭐가 문제가 되죠?.. 저주라던가..
아니면 혹시 대륙연합에서 악적으로 규탄이라도 하나요?"

"아뇨. 그런건없고.. 그저, 맹세를 깨면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맹약을 깨는것이니,
레베아 공작가 자체가 구제국부터 이어져온 명예를 스스로 부정하는셈이다.
라는것밖에는 듣지못했어요."


"아이고 머리야. 고작, 그딴이유로 지금까지 이런 꼴이 나도록 했다니..
레베아 공작가에서 아세리아같은 애가 나올만했네요.
애초에 선대부터 저꼬라지니 하아.. 머리가 아플지경이에요 정말로!.."

사야는 왼손으로는 이마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뒷목을 잡고서 침대위에 걸쳐앉았다.
진짜  뭣도없는 맹세로 인해서 레베아 공작가가 이렇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어이가 없을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가 하이그레 인간이라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레베아 공작가는 구 알카디아 제국부터 이어져온 유서깊은 명문가 귀족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해서 세력을 모아오면서 공작가의 규모가 거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작가의 일원들도, 자신들이 300년이 넘는 세월간 이어져온
명예로운 명문가라는 사실에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맹세를 깬다는것은 , 선대로부터 300년간 그대로 이어져온
명문가라는 명예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져버린다는것을 의미했었기에,
아세의 아버지인 선대 공작도 답답한 상황이지만,
어쩔수없이 맹세를 지키고 있을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마리안느가 선대 공작의 실종이후에도 중립을 지키면서 가만히 있었던 것도,
선대 공작이 했었던 행동을 따른것뿐이었다.


"물론, 지금와서는 저희 하이그레 인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맹세죠.
귀족의 명예따위, 하이그레 인간에게는 이용가치에 불과할뿐이니까요."


"그나마 그게 다행이라는건데.. 그래도 마치 선대부터
싸오던 똥을 치우던 느낌이라 짜증이 날수밖에 없네요."

물론 지금 하이그레 인간이  그녀들에게는 답답하고 ,
한심한 의미없는 약속에 불과한것이지만 말이다.

"일단.. 아세에게 물어봤자 의미는 없을테니 실비아씨에게 묻죠.
현재 레베아 공작가의 가용전력은 어떻게 되죠?"

"산적토벌정도를 빼면, 사실상 군 활동을 한게 아예 없어서..
가용전력은 1만명정도일거예요. 기사는 200명정도고요."


실비아의 말을 들은 사야는 아세에게 냅다 전격마법을  날렸다.


"으갸갸갸갹!.. 왜에!, 왜 또 그래!?.."


"야이.. 아세리아 너! 공작가의 후계자라는 애가 도대체 그동안 한게 뭐야?!..
보통 일반적인 공작가의 사병만 3만명이야 3만!.. 기사는 500명이고!..
레베아 공작가의 규모쯤 되면 사병만 최소5만에 기사는 1천명이 넘어야한다고!.."

"사, 사야님 진정하세요! 당장 가용할수있는 정예전력만 이렇다는거에요."

하지만 실비아의 만류에도 사야의 찡그린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휴우.. 그렇다고해도 이건 너무 작잖아요? 아이고 머리야..
너무 심각해서 이거 야근을 얼마나 해야 될련지..!"

현재의 레베아 공작가는 정예전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완전 개판이었다.
지금 정예전력을 저정도라도 유지하고 있는게 신기하다고 느낄정도였다.
다만, 기존의 영지 규모가 있었기에 정비만 하면 어찌어찌 괜찮겠지만,
그러기위해선 얼마나 야근을 하면서 일을 해야할지 알수없었다.


"그나저나 오마르호는 어떻게 됐어 사야? 꺄아아아악!.."


"...... 지금 누구때문에 심각해졌는데 눈치없게 굴래?!.."

눈치없게 끼어든 아세에게 사야는 한번 더 전격마법을 날렸다.
애초에 아세가 공작가의 후계자로써 기본만 했어도,
이정도로 개판으로 흘러가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즉, 아세와 선대 공작들로 인해서 야근을 할 생각에
사야는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가득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으으으.. 머리가 아프지만, 일단 하나하나 시작할수밖에 없겠네 하아..
아세리아. 오전 식사가 끝나면, 예정대로 아까 실비아가 말한
병사들을 이끌고, 셋으로 쪼개서 지방 영주들을 걸고서 공격해."

"에? 영지전이라는게 그렇게 바로 걸리는거였어?
보통은 선포를 하고나서 최소 3일은 있어야 공격할수있잖아?"


보통 영지전은 영지전을 하겠다는 선포를 하고나서 상대에게
선전포고용 서류를 보낸후, 서로 준비할 3일의 시간을 가진후에
전투를 하는것이 대륙법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아세는 곧바로 싸우러 가라는
사야의 말에 의문을 가질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리 진즉에 선전포고를  서류를 인접 영지들에 싸그리 뿌려놨어.
오히려 몇몇 영지들은 지금쯤 우리에게 선제공격을 하려고
여기로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에에에?!.."

"내가 말했지. 레베아 공작가에 도착하면 바빠질거라고 너."

사야의 말에 아세는 당황했다. 이제  일어났는데, 밥먹자마자
싸우러 나가야한다는말에 놀랄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세리아님!.. 아세리아님!.."

"제나?.. 갑자기 무슨일이야."

그때 갑작스럽게 제나가 아세의 방문을 열고서 급하게 들어온 것이다.

"지금 2개의 백작가와 1개의 자작가 군대가 여기 레베아 공작가의
영지 인근에 나타났어요! 무장을 한 것으로 보아 공격할 목적인것 같아요!"


"에? 정말? 이런 이른 아침에?.. 에이.. 농담하는거지 제나?"

아세는 제나의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전생의 기억을 찾기전에는, 하이그레 침략군과의 전투외에
전투 한번 해본적 없었기에, 이런 이른 아침에 선제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혀 믿겨지지 않은 것이다.


"사실이에요! 당장 레그 슈트를 입고 나오셔야해요!
이미 사라는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수비군을 급하게 편성하고 있어요!"

"사야 너!.. 이런걸 나한테 상의한번 안하고!.."

"수고해~ 아세리아. 나도 야근한다고 고생할건데,
너는 푹 쉬고 있으면 그건 불공평하잖아? 같이 잘 힘내보자고?"


아세는 화가난채로 사야를 노려보면서 레그 슈트를 후다닥 갈아입었으나,
사야는 약올리는듯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면서 아세의 방을 빠져나갔다.


"으으, 아침밥도 못먹고 이게 뭐하는짓이야 대체!.."

아세는 불만에 차서 투덜거렸으나,
결국 어쩔수없이 공작가의 성 바깥으로 기사들과 함께 전선으로 나갔다.


* *  *  *  * * *



"정말 빈집이 맞소?"

"그렇다니까  믿겠소? 아세리아 그 계집년이 이곳에 오려면
거리상 최소 10일은  걸릴것이오. 마리안느까지 없으니,
사실상 레베아 공작가는 수뇌부가 없는셈이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 60대의 흰머리 수염을 가진 샨토스 자작에게
덩치가 크고 턱수염을  남자인 듀발 백작이 자신있게 장담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제공격하면 아무리 레베아 공작가라해도
오합지졸처럼 혼란에 빠져서 재대로 방어도 못할것이오."


"하지만 아세리아 그년이 10일후 돌아와서 반격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전장의 미친 마녀라고 불리던 초인에 속하는 존재요 그녀는.."


샨토스 자작은 겁이 많았기에, 계속해서 불안한 표정이었다.
레베아 공작가의 재산이 탐이나서 그들의 제의에 혹하여 함께 움직이긴 했으나,
아세와 레베아 공작가와 싸울 생각을 하면 막상 두려울수밖에 없었다.


"그건 걱정마시죠 자작님. 저희의 뒤에는 왕가가 있어요.
아세리아가 나중에 반격하러 온다해도, 왕가가 저희의 뒤를 받쳐준다면
그녀가 함부러 나설수 없어요."

"케이트 백작.. 하지만."

계속 불안해하는 샨토스 자작을 달래기위해
갈색머리를 가진 30대의 여성이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들과 함께 레베아 공작가를 선제공격하기로 합의한 케이트 백작이었다.


"만약에라도 정말 그녀가 정말로 복수를 하려고 온다면,
저희는 웰링턴 후작가와 샤를마뉴 후작가에게 지원을 요청하면 되니까요."

"흠흠, 확실히 웰링턴 후작가와 샤를마뉴 후작가가 도와준다면야..."

그제서야 불안감이 없어졌는지, 헛기침을 하면서 근엄한척하고 있었으나,
그가 겁쟁이란 사실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있었다.

"좋소! 레베아 공작가의 영지를 약탈하라! 전부 싸그리 약탈해버리면
너희들도 크게 한몫 챙길것이다!"

"전부 약탈해버리자아!"

그렇게 듀발 백작과 샨토스 자작은 앞장서서 말을 타고 나아갔다.
그들은 이번에 레베아 공작가를 약탈해서 크게 한탕해먹을 생각으로
마음이 크게 들떠있었다.

"라나님의 명령이긴 하지만, 저런 소인배들하고 같이 행동하려니 힘들군.. 하아.."

케이트 백작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선제공격을 계획한 것은
시스리아 왕국의 1왕위 계승자인 공주 라나 였다.
그녀는 아세의 이름으로 영지전을 선포할 선전포고문들이
인접 영지 사방에 뿌려지자, 급하게 자신의 왕당파에 속한 귀족중,
레베아 공작가 영지의 인근의 지방 귀족인 케이트 백작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세가 지금 마차로 천천히 돌아가는 이때, 곧바로 선제공격을 하라고 말이다.
그녀는 라나의 명령에 따라서, 자신의 인근 영지에 있는 귀족 2명을 설득해서
레베아 공작가에 대한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그 둘이 지금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말을 타고서
앞으로 달려나가는 샨토스 자작과 듀발 백작이었다.

"잠깐?, 저건.. 두분은 멈추세요! 적이 나타났어요!"

"적? 그래봤자 수뇌부도 없는 오합지졸따위가 뭐가 무섭다고!
해봤자 제로스 기사단장이 급하게 기사들만 이끌고 왔겠지!"

눈앞에 어느정도의 군대가 나타나자 케이트 백작은 급하게 둘에게 외쳤다.
그러나 듀발 백작은 자신만만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잘해봤자
레베아 공작가의 기사단장인 제로스가 기사100명 정도에
병사 3천명정도를 이끌고 급하게 허둥지둥 온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전혀 겁먹을거없다! 공작 대리인 마리안느도, 후계자인 아세리아도 없는 지금.
잘해봤자 기사단장인 제로스 혼자서 허둥지둥 수비군을 끌고온게 뻔하다!"

실제로도 눈앞에 나타난 군대의 규모는 어림잡아서 3천명 정도로 보였다.


"잘 봐라! 공작가라는 놈들이 겨우 3천명만 급하게 끌고오지 않았느냐!
푸하하하! 얼마나 급하게 허둥지둥 왔으면 데려온 병사가 저거밖에 없느냐?!"


"푸하하하하하!"

3명의 귀족연합군의 1만이 넘는 병사에 비해 눈앞에 나타난
레베아 공작가의 수비군은 정말 허약해보였다.

"저런 오합지졸따위를 뭘 두려워하겠느냐! 나를 따라서 당장 쓸어버리자!"

듀발 백작은 그렇게 외치고 검을 들고서 앞으로 나갔다.
위풍당당하게 기사들과 함께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레베아 공작가의 수비군을 쪼갤듯한 기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백, 백작님?!.."


"아 진짜! 니네 때문에 아침도 못 먹고, 이게 뭐하는짓이냐고?!.."


수비군쪽에서 빠르게 누군가 튀어나오더니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듀발 백작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나가고 말았다.
머리가 사라진 몸뚱아리는 힘을 잃고서 그대로 말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백, 백작님이 전사하셨다!"

"전, 전장의 미친마녀!.. 아세리아 드 레베아가 여기있어!.."


아세를 목격한 듀발 백작의 기사들은 귀신을 본 것마냥 기겁할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그녀가 없을것이라는 정보를 믿고서 공격해왔기에,
예상치못하게 아세가 나타나자 크게 혼란스러울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가짜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아세는 아침밥을 못먹은탓에
짜증이나서 예전의 습관대로, 적장이라 생각되는 자의 머리를
주먹으로 빠르게 때려서, 수박처럼 퍽! 하고 터트려버렸다.
그런 아세의 모습을 본 기사들은 그녀가 진짜라는 사실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짜증나니까 니네 다 쳐맞을 각오나해!.."

"아세리아님이 적장을 잡았다! 우리도 놈들의 기사들을 쓸어버리자!"

혼자서 먼저 냅다 돌격해서 듀발 백작을 죽여버린 아세는 그대로 옆의 기사들에게
달려들어서 한놈한놈 머리를 주먹으로 퍽! 소리가 나도록 때려서
수박처럼 하나하나 깨버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생포도 고려를 했겠지만,
지금 그녀는 짜증이 많이 난 상태였다. 그것은 듀발 백작의 기사들에겐
아주 불행한 일이었다.

"도, 도망쳐! 상대는 초인이다!.."

"말도안되! 아세리아가 여기 있다니!.. 라나님의 정보가 틀렸다고?!.."


혼란에 빠진 연합군사이에서 케이트 백작은 경악을 금치못했다.
라나가 준 정보가 지금까지 틀린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모두가 속을만했다.
애초에 기만질과 계략도 써본 상대에게 그걸 경계하지,
무식하게 혼자 앞으로 나가서 싸우는 상대가 기만작전을 쓸거라고
상상을 할수있을리가 없었다.
사야가 예전에 아세에게 마차로 이동하라면서
대역을 쓰고 곧바로 레베아 공작가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라고 그녀에게 시킨 것은 바로 이런것을 노린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후퇴! 후퇴하고 전열을 정비한다!.."


"히이익!.. 도망쳐라! 이대로면 죽는다 당장!.."


"아니 샨토스 자작! 당신!.."

케이트 백작은 어찌 잠시 물러나서 아세의 등장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군대를 정비해보려고 했지만, 예상치못했던 아세의 등장에다,
자신있게 외치고 돌격하던 듀발 백작의 전사에 혼이빠져버린
샨토스 자작은 앞장서서 냅다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케이트 백작은 어이가 없을수밖에 없었다.

"누구 마음대로 도망치려고요?"


"네, 네년은 누구냐!.."

그러다 도망치려던 그를 막은것은 제나였다.
그녀는 30명쯤되는 기사들을 거느리고 그들의 후방에서 나타났다.


"란스경!  앞에 있는 계집을 얼른 해치워 버려라!"


"네 자작님! 죽어라 계집!.."

샨토스 자작은 자신의 기사에게 제나를 해치우라고 했지만,
그것은 전진하는 탱크에게 태클을 하라는것과 마찬가지인 지시였다.
제나가 레이피어를 뽑아서 스윽. 하고 몇번 휘두르자,
그녀에게 메이스를 휘두르려던 거구의 기사는 몸에 몇개의 구멍이
나버린 상태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순순히 투항하시죠? 그러지않으면 당신도 이꼴이 될걸요."

"항복.. 한다. 다들 무기버려!.."


자신의 기사가 몸에 구멍이 몇개 난채로 죽는것을 본 샨토스 자작은
겁먹은 나머지 제나에게 투항해버리고 말았다.
상황이 개판이 된것을 확신한 케이트 백작은 급하게 직속병력과 함께
우측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레베아 공작가의 원숭이라고 불리는 아세리아  레베아에게 속다니!..
크윽!.. 이런 굴욕을!.. 일단 라나님께 그녀가 여기있다는것을 알려야!.."


"빨리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백작님! 어엇?.. 저건.. 크아악!"


그순간 누군가 위로 뛰어올라서 기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알수없는 폭발이 펑! 터져버렸다.
폭발로 인해서 날려진 기사들이 있던 위치에서 메이스를 든
여성은 적발을 흩날리면서 일어섰다.

"보내줄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커억!"

케이트 백작은 그녀에게 검을 들어 덤벼들었으나, 메이스를 든 여성이
슬쩍 피한뒤 자신의 복부에 주먹을 꽃아넣자 의식을 잃고 기절하고 말았다.


"일단 세뇌할  포로를 잡았으니, 아세리아님도 기뻐하시겠죠?"


케이트 백작을 생포한 사라는 의식을 잃은 그녀의 허리를 한쪽팔에 낀채로
그녀를 구하기위해 덤벼드는 기사들에게 사정없이 활활타는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렇게 시스리아 왕국내전은 왕국의 모든 귀족을
재대로 속인 아세의 뒤통수 후리기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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