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11-3 얘야, 인생이란 자기뜻대로 되지않는법이란다.
어느날, 아르체는 비밀리에 네티의 마탑을 찾았다.
그녀가 현재 이곳에 있다는걸 아는사람은
자신의 측근인 첩보대장 키아나와 남편인 이루스 대공 정도였다.
마탑내에서도 마도사급의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아르체가 이날 이곳에 방문한
사실을 아는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어서오세요. 아르체 여왕님."
"3제 네티님을 뵙습니다."
서로 인사를 마친뒤, 그녀들은 네티의 연구소로 들어갔다.
들어와서 문을 닫자마자, 네티는 펄쩍 뛰어서 갈색의 쇼타위로 몸을 던졌다.
그녀는 쇼파위에서 다리를 꼬은채로 거만하게 아르체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네가 여기 무슨일이야? 비밀리에 날 찾아왔다는건,
대 마도사 네티인 '나'에게 용건이 있어서는 아니겠지?..'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아르체는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인사했다. 카르세 왕국의 여왕이자,
대륙연합의 수뇌부를 맡은 그녀가 이렇게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서
인사한적은 없었다. 설사 그 대상이 대륙을 한번 구한 용사라고해도,
이렇게까지 아르체가 허리를 굽혀서 예를 갖출 이유는 없었다.
"네르티우스님께 부탁이 있어서 실례를 무릎쓰고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존재는 예외였다. 7천살을 살아온 존재이자,
골드 드래곤의 로드인 네르티우스. 그녀는 대 마도사 네티라는 이름으로
유희를 하고 있었다.
"흥, 네 할아버지인 카르세 왕국의 시조가 루짱의 스승이라는 인연이 아니었다면,
네년은 나와 얘기조차 할수없었을거야."
"그건 저도 잘 알고있어요."
"영악한것... 그래, 무슨 부탁으로 찾아온거지?
아참. 니 얼굴 올려다보려니까 좀 힘드네. 앉아."
네티의 말에 아르체는 무릎을 끓고 바닥에 앉았다.
일국의 여왕인 그녀에게 있어서 모욕적인 상황이라고 볼수있겠지만,
상대는 애초에 인간이 아닌 드래곤. 그것도 드래곤의 수장격인 로드다.
아무리 옛 인연때문에 자신과 만나준다해도, 자신이 혹여 무례라도 저지른다면,
카르세 왕국에 홧김에 브레스도 쏴버릴수있는게 그녀이기에
아르체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끓고 바닥에 앉아 네티를 올려보며 말했다.
"하이그레 세뇌광선총의 연구성과에 대해 알려주실수 없으신가요?"
"또 그얘기야?.. 알고있겠지만, 그건 외계의 물건이라서 애초에.."
"3제 대 마도사 네티가 아니라, 네르티우스님의 의견을 여쭤보는겁니다."
아르체의 말에 네티의 눈빛이 변했다.
"이유가 그것이었구나, 왜. 너도 하이그레 인간들을 인간병기로 삼으려는 목적이야?"
"그들을 되돌릴방도가 없다면, 그렇게라도해서 전쟁의 상처를 복구하는데
쓸수밖에 없으니까요."
"되돌릴방도가 없다니?.. 세뇌해제 정화 작업이라는 방법이 있잖아?"
"애초에 네티님도 그게 재대로된 세뇌해제라고 생각하진 않으시잖아요?"
아르체의 말에 네티는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세뇌해제 정화 작업은 재대로된 세뇌해제라고 볼수가 없었다.
물론 이 사실은 수뇌부중의 수뇌부만 아는 극비기밀에 속한것이었지만 말이다.
"애초에 그건 하이그레 인간을 인간병기로 만들려다가 나온 파생작이니까 말이지..
하지만, 지금 굳이 그 계획을 실행해야 되겠어?"
"네티님께서는 걱정이 되시지않나요? 저희 대륙을 공격한 하이그레 침략군의
본대가 어떠한 존재들인지는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아르체의 말에 네티는 대답할수 없었다. 자신도 뻔히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번에 쳐들어온 하이그레 침략군은 알고봤더니 극히 일부였다.
팬티스타킹 병사 10명에 그들을 보좌할 하이그레 인간 10명.
그것도 하이그레 인간은 전투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팬티스타킹 병사의
시중을 들기위해 데려온 인원이었다.
불과 20명이 쳐들어왔음에도 불과하고 , 하이그레 침략군은
대륙인들을 세뇌시켜서 서서히 규모를 늘려가기 시작했고,
침략한지 불과 1년만에 대륙의 절반 가까이를 정복하는데 성공했다.
"놈들의 게이트가 대륙남부의 끝부분에 열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저와 카르세 왕국의 왕국민들도 하이그레 인간이 되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않았지, 그러면 된거 아냐?"
"제말의 요점은 그게 아니에요 네티님. 불과 20명이 온것만으로도
대륙이 이꼴이 되었는데, 놈들의 본대는 1천만이 넘는다고 들었으니까요."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되었다가, 세뇌해제 정화작업을 받은 제나의 증언에 따르면,
세뇌되었을때 받은 하이그레의 지식이 자신에게 주입되어서 알게되었다고 한다.
하이그레 행성에서 그들은 행성단위로 정복을 하고 있었으며,
그 규모는 최소로 잡아도 1천만은 훌쩍넘는데다,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대륙연합에 말해준 것이다.
너무 충격적인 사실이었기에, 이 사실 역시도 수뇌부중의 수뇌부만 아는
극비사실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이 본대를 이끌고 침공해올거라는 확신도 없지.
아니, 오히려 본대를 이끌고 왔다면, 더 쉬운 상대가 될지도 몰라."
하이그레의 무서움은 적을 세뇌시켜, 하이그레 인간으로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첩자로 만들어서 스며들게 하는것이었다.
그렇기에 드러나지않은 하이그레 침략군이 무서운것이지,
오히려 저런 규모로 본대를 이끌고 온다면 그 물량에 깔릴지언정
상대하기가 더 단순할지도 모른다는것이 네티의 생각이었다.
거기다 하이그레 침략군 만약에라도 본대로 온다면,
그들은 현지조달에 어려움을 겪게될게 뻔했다.
아무리 세뇌를 해서 하이그레 인간을 늘려간다 하더라도
오히려 덩치가 큰탓에 유지해야할 자원만 더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네르티우스님."
"음?.."
"물론 만약에 하이그레 침략군의 본대가 온다면, 그 규모가 워낙에 큰 탓에
원정군이 되어서 저희는 버티기만해도 승산이 있겠죠.
규모가 그렇게 크다면 자원소모라는걸 무시할수없으니까요"
아르체의 말에 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본대가 온다해도 그런문제로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설사 그 물량으로 깔고 온다고해도, 자연재해를 일으켜서 기세를 꺽는정도야
드래곤인 자신에게는 쉬운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현재 동면중인 자신의 동족들을 깨우는 방법도 있었고 말이다.
"만약에 저희 세계, 아니 행성이라고 해야겠지요.
저희의 행성에 적들의 전진기지 같은게 생긴다면 얘기가 달라져요."
"그런게 있을리가. 최소 천만이라는 규모를 받쳐줄 전진기지 같은게
이 대륙, 아니 세계를 찾아봐도 어디.."
"남쪽대륙."
"!!.."
아르체의 말에 네티의 얼굴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확실히 남쪽대륙이 하이그레 침략군에게 당해버려서
그곳에 있는 인간들은 대부분이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버린것은
최근에 그들이 알게된 사실이었다. 물론 이 사실도 극비기밀에 속했다.
"진수연이라는 아이의 고향이군. 한때는 무림이라고 자칭하던 곳이었지?"
"네. 수백년전에 무림이라는 이세계에서 차원이동으로 오게된
이들이 남쪽대륙을 그렇게 바꾸었죠.
4년전에 하이그레 침략군에게 당해버리고 말았다고 하더군요.
저항하던 이들이 있었던것도 불과 1년전이라고 들었어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네티의 물음에 아르체는 자신이 알아낸것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원래 아르체의 계획은 남쪽대륙과 연계를 해서 하이그레 침략군을
남북으로 감싸서 없에버릴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첩보대
일부를 남쪽대륙으로 상단으로 위장해서 보냈다.
그리고 상단으로 위장한 첩보대원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남쪽대륙의 인간들 대다수가 하이그레 세뇌가 되어서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버린 상태였었기 때문이었다.
남아있는 미세뇌자도 일부있었긴 했으나, 그들도 서서히 자청해서
하이그레 인간이 되려고 하는 분위기였었다.
다행히 남쪽대륙의 하이그레 침략군의 지도자는 '발트'라는 이름의 총독이
자신들이 있는 북쪽대륙을 침략한 하이그레 침략군과 달리,
유화책을 펼쳤었기 때문에, 첩보대는 별일없이 정보만 수집하다가
돌아올수 있었다.
"아무리 그 발트라는 총독이 유화책을 펼치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하이그레 본대에서 명령한다면 그들도 저희를 공격할수밖에 없겠죠."
아르체의 말에 네티는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남쪽대륙이 하이그레 본대의 뒤를 받쳐준다면,
대륙연합은 드래곤들을 모두 깨운다하더라도 필패일것이 분명했다.
물론 드래곤들에게 하이그레 세뇌광선이 먹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이그레 침략군에게는 드래곤에게도 타격을 줄수있는
과학기술과, 자신들이 정복해온 행성에서 얻어낸 힘과 기술들이 있었다.
"알겠어. 알아낸것을 말해주도록하지. 조금 긴 이야기가 될거야.
세뇌광선총을 연구한바로는 광선총을 쏘았을때 나오는 광선이 대상에게 명중하면,
하이그레 본 행성에서 제작된 하이그레 수영복을 전송시켜
광선총이 맞은 대상에게 입히는 개념이야."
네티는 잠시 쇼파에서 일어서서 책상위에 올려진 그릇에 담긴
쿠키를 먹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하이그레 수영복은 세뇌력을 갖고있는 하이그레 수영복으로,
하이그레 에너지가 하이그레 수영복에 담겨있지, 추측상으로는..
녀석들이 하이그레를 할수록 하이그레 마왕이 힘을 얻게되는,
일종의 신성력과 비슷한 개념이지."
"그렇다면 하이그레 마왕은 놈들의 신이나 마찬가지일까요?"
"신..이라, 어떻게 개념적으로 보면 광신자들의 신이라고 봐도 될지도 모르겠어.
신도들의 광신도적인 신앙을 받으면서, 그 신앙에 따라 힘을 얻게되고,
미친듯이 신도들을 늘려간다는점에 대해서는 광신교와 비슷하니까 말이지."
"하지만, 보통의 신앙은 신자들이 경건한 자세로 신을 믿는 마음으로
얻게되는것이라고 한다면, 하이그레 인간들의 경우는.."
아르체의 말에 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키가 담긴 그릇은 이미 전부
비어져 있었다. 그러자 네티는 상자에서 쿠키를 더 꺼내 그릇에 담았다.
"맞아. 다르지, 우리는 하이그레 마왕이 누구인지 본적도 없고,
어디까지나 세뇌되었던 제나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정도에 불과해. 하지만 하이그레 에너지는 분명하게 있어."
"네 그렇죠."
말을하면서 쿠키를 먹은 네티는 어느새 쿠키상자를 3개나 비웠다.
10대 초반의 소녀치고는 엄청 많이 먹는편이었으나,
아르체는 그녀의 정체를 이미 알고있었기에, 이상한 느낌이 들지않았다.
"하이그레 수영복에도 세뇌력도 있지만, 그 하이그레 에너지로 인해서
세뇌율을 높히기 때문에,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혀서 세뇌하는것보다,
세뇌광선총을 쏘아서 세뇌하는게 몇배나 되는 세뇌력을 가진것이고 말이지."
'몇상자를 드시는거지.. 저렇게 먹어도 살이 찌지않는건.. 정말 부러운데...'
쿠키 상자가 다 떨어진걸 확인한 네티는 자신의 아공간 가방에서
또 쿠기 상자를 꺼냈다.
아르체는 그런 네티의 모습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할수밖에 없었다.
"하이그레 세뇌가 된 하이그레 인간들은.. 하이그레 마왕에게 맹목적이면서,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지. 하지만 이 세뇌에도 빈틈이라는게 조금 있더라고?"
이제부터가 본론임을 아는 아르체는 네티의 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이죠?"
"세뇌해제 정화작업은 엄연히 말해서 실패작.. 하지만, 단서는 얻을수 있었어.
대상에게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심을 가지게 된다는점을 바꾸는것은,
아무리 드래곤 로드인 내가 연구를 해봐도 어떻게 할수가 없었어."
네티의 말에 아르체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마법의 시조라고 할수있는 존재인 드래곤중의 최고의 드래곤인,
바로 그 드래곤 로드조차도 방법이 없다고 말한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이그레 마왕이라는 녀석에게 충성을 바치는 부분조차도,
내가 아무리 애써도 손댈수 있는 여지조차 없었지. 하지만..."
"하지만?..."
"그건 말이지..."
네티는 자신이 알아낸것을 아르체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것은 드래곤 로드 '네르티우스'로써 연구해서 알아낸 성과.
즉, 극비기밀에 들어가는 내용이었다.
네티의 말을 듣는 아르체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그렇군요. 그럼 게이트를 여는것은 가능한가요?"
"봉인된 게이트라면, 내가 조작해서 열어낼수있어.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런데 굳이 하이그레 본 행성을 공격한다는 작전을 세워야겠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쪽에서 공격하기전에,
선제공격을 하는게 최선이니까요."
아르체의 말에 네티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생각에는 이건 무리수였다.
남쪽대륙의 인간들이 거의 하이그레 세뇌가 되어 정복당했다는 소식을
듣지못했다면, 아마도 네티는 아르체의 작전에 결사반대를 했을것이었다.
그러나, 아르체의 작전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그녀로써는 어쩔수없이
아르체의 말을 찬성할수밖에 없었다.
"네. 승낙해주셔서 감사해요 네르티우스님. 그나저나.. '검제'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는건가요?"
"아 그녀석... 맨날 숲속에 쳐박혀살다가 나와서 그런지,
유희라는걸 재대로 맛보는중인것 같아. 안그래도 얼마전에 있었던
'충격과 공포의 그지깽깽이다' 작전에서 상당히 활약해줬으니까.
이번에는 좀 쉬게 냅두는게 어때?"
자신의 말을 승낙한것으로 판단한 아르체는 무릎끓은 다리를 펴고 일어선뒤,
네티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녀는 다리에 쥐가나서 고통스러웠지만 애써 참은체로 웃으면서
감사인사를 한뒤, 남은 '3제'중 한명인 '검제'의 근황에 대해서 물었다.
"연락도 없이 사라지셔서, 저도 그렇지만 키아나도 많이 놀랬다고 하더래요."
"뭐어.. 그녀석에게 듣기로는 잠깐 훈수 한번 둔게 고작인데
선생님이라면서 부르면서 귀찮게 하는녀석이라고 하던데?"
아르체의 측근인 키아나는 몇년전 실비아처럼 마스터의 벽 앞에서 막힌적이 있었다.
그때 수련하던 그녀의 모습을 본 검제가 키아나를 지나치면서
몇마디 훈수를 둔적이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따른 키아나가 마스터의 벽을 깨고
마스터라는 경지에 오른뒤로는 그녀는 검제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존경했다.
"일단 마스터의 앞에서 막힌벽을 뚫어둔것이 검제시니까...
그녀도 은인이라 여기고 그런거 아닐까요?"
"흥, 검쓰는놈들의 생각따위를 내가 어떻게 알겠어?
우리 동족중에서도 검을 쓰는녀석들고 있고, 오러를 쓸수있는 녀석들은 있지만,
초인이라고 불릴정도의 권능을 얻을정도로 수련을 하는 괴짜는 없단 말이지."
네티는 쇼파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네가 이곳에 온것은 기밀일테니까. 돌아가는길은
내가 텔레포트로 전송시켜주도록 할게. 위치는 말안해도 알고있겠지?.."
아르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티가 좌표로 설정한곳은
용사가 지금 회복중인 바로 그 신전이었다.
"자, 그럼 다음에는 드래곤 로드 '네르티우스'가 아닌,
3제 대 마도사 '네티'로써 보자고? 나도 괜히 유희를 깨고싶진않으니까 말이지."
"후후훗, 깨고싶진않은게 아니라, 애초에 깨실마음자체가 없으시잖아요?..."
아르체는 네티가 그녀의 절친이자, 사랑하는 대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상은,
지금의 대 마도사 네티라는 유희를 깨지않고 지낼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에 네티는 표정을 찡그리면서 주문을 외웠다.
주문이 완성되어가자 아르체의 발밑이 빛이 나기 시작했다.
"칫, 쓸데없이 남의 마음을 읽어버리기는.. 닥치고 잘 돌아가기나해. 텔레포트!.."
주문이 끝나자 아르체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네티는 그후 쇼파에 다시 앉아누웠다.
"쟤 미친거 아니야? 하이그레의 본 행성을 기습 공격하겠다니.."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였다. 하이그레 침략군은
애초에 행성단위로 세뇌정복을 하는 외계의 침략자들이었다.
"그런 침략자를 상대로 본진에 쳐들어가서 하이그레 마왕을
죽이겠다는 계획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얘기일까?"
하이그레 침략군은 기술력조차 우주를 여행할수있는 수준인데다,
이미 세뇌정복이 끝난 행성만 셀수가 없는것으로 그녀는 알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계산한바로는 가능성은 1퍼도 되지않았다.
"가망이 거의 없는 무리수인건 알고있지만..
그렇다고 남쪽대륙이 정복당한게 맞다면,
언젠가 이 북쪽대륙도 녀석들에게 노려지겠지.
그점에서.. 아르체의 말은 아주 틀린게 아니야."
이미 한번 침략해온 팬티스타킹 병사들중 2명을 제외하곤 모두 처리했다.
그러나 불과 10명밖에 되지않는 팬티스타킹 병사를 상대로,
대륙은 20만명이 넘는 인원들이 그들에게 세뇌되어 하이그레 인간이 되었다.
물론 처음 공격해온 6개월간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기에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지만 말이다.
"만약 녀석들이 선발대라고 한다면, 싸우지않을수는 없겠지?..
하지만.. 아르체의 계획은 너무 극단적이야. 꼭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네티는 다시 한번 더 한숨을 쉬었다.
50년전 강마전쟁때 마족의 침공으로 인해 대륙의 모든 이들이 힘을 모아서
마왕에게 맞서싸우게 만든 마계의왕 벨제뷔트와 결전을 치를때에도,
그녀가 이렇게까지 절망을 느낀적이 없었다.
"같은 마왕이여도 하이그레 마왕에 비하면 벨제뷔트는 귀여운 수준이네 후훗."
네티는 허탈감을 느낀 나머지 헛웃음을 내며 잠깐 웃었다.
하이그레 본 행성에 대해 들어본바로는 같은 '마왕'이라고 칭해도
마족의 왕 벨제뷔트는 하이그레 마왕에 비하면 듣보잡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루짱. 만약 네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넌 내게 뭐라고 말했을까?..."
지금은 죽고 없는 연인을 잠깐 떠올린뒤 그녀는 다시 자신의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 * * * * * *
"으아아아. 정말 뜻대로 안되고 있어!.."
"제가 그냥 납치라도 해올까요?.."
아세의 푸념에 제나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여기가 어딘지 잊은거야? 카르세 왕국의 수도 디제르잖아.
잘못해서 걸리기라도 하는날에는 황금사자 기사단 전원이 출동할걸?"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초인이 3명이나 있는데도 마법사 1명을
뜻대로 빼내올수 없다니.. 이것 참 할말이 없네요."
죠안에게 사야의 행적에 대해 들은 아세는 그녀가 현재 수도내에 위치한
왕실 연구실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아세는 더 할수있는것이 없었다.
사야는 아세가 아무리 부르고 뭔짓을해도 연구실에 쳐박혀서
바깥으로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즉, 그녀에게 말 한번 붙여볼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제나의 말대로 납치를 해보자니, 그래도 왕궁안에 위치한지라,
경비가 있었고. 이곳은 하이그레 인간의 입장에서는 적지나 다름없는곳이라,
괜히 걸리기라도 하면 망할게 뻔하기에 아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좀 나와주면 좋겠는데! 방구석 폐인마냥 연구실에만 쳐박혀있으니까..
세뇌할 방도가 아예 없어!.."
"정 안되면 무리를 해야겠죠. 연구실을 습격해야겠어요."
제나의말에 아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궁을 습격한다는것은 엄청난 무리수이기에
아세에게 있어선 최후의 수단이지만, 이대로 시간을 계속 보내는것도 좋지않았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와 카린의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저께 로제타와 교복을 사러갔을때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이기고 있다는 소식을 진수연에게 들은데다, 대륙연합 수뇌부에서도
비상이 걸리긴했지만,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수가 없었다.
"일단은 주말까지는 두고보자, 내일은 로제타와 쇼핑을 하기로 약속했었거든."
"아, 그리고보니 주말에는 동생분과 같이 만난다고 하셨죠?"
"응. 그러니까 주말까지는 생각해보고 실행하도록 하자."
'제나의 의견인 왕궁습격은 가망이 낮지만.. 이대로면 그 방법밖에 없겠어.'
분명 무리수일것이 분명했으나, 방법이 없다면 어쩔수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강행해야겠다고 결심한 아세는 침대로 가서 몸을 누웠다.
'하아.. 전생과는 달리 이번에는 잘 풀릴줄알았는데,
원래 인생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법일까?..'
속으로 한숨을 쉰 아세는 곧 바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