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11-2 악역영애같은 악우와의 동창회를.
< 이번편은 세뇌씬이 없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세는 로제타와 함께 일찍 일어났다.
"좋은 아침 로제타. 하이그레! 하이그레!"
"언니도 좋은 아침! 하이그레! 하이그레!"
서로 하이그레를 하면서 인사를 한 자매는 10분간 같이 하이그레를 계속했다.
"첫등교 잘갔다와야해 로제타."
"응응! 잘갔다올게 언니!"
그후 아침식사를 끝낸자매는 서로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오늘은 제가 로제타를 마중할게요 아세리아님."
"고마워 사라. 그런데 제나는?"
사라의말에 아세는 감사인사를 한 뒤, 제나의 근황에 대해서 물었다.
"제나님은 오늘은 잔느 수녀원장님께 가셨어요. 미세뇌자 수녀 몇명에게
하이그레의 축복을 드리는데 도움을 드리겠다고 하셨거든요."
"아하? 제나는 세뇌활동중이었구나."
아세의 납득에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동생분은 염려마시고 아세리아님은 동창회에 가셔서
목적달성을 하시길 바랄게요."
"걱정마. 사야와 단둘이 있기만 한다면 그정도는 어렵지않아!"
"언니 로제타 잘 갔다올게!"
그후 사라가 로제타를 데리고 아카데미로 떠나자,
아세는 1시간뒤 자신이 입은 빨간색 하이그레 수영복 위에
레그 슈트를 입고서 동창회가 있는 강당으로 이동했다.
로제타나 사라와 가는길이 같으니 같이가도 되겠지만,
동생의 등교시간은 9시고, 동창회가 열리는 시간은 9시 반쯤이었기에
아세는 1시간정도 더 쉬다가 움직인 것이다.
미리가서 기다리는것도 나쁘지않은 행동이었지만,
레베아 공작가의 영애가 동창회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동기들을 기다린다는 소문이 나게되면 딱히 좋을건 없었다.
보통 귀족사회에서는 낮은 신분이 높은 신분을 기다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세는 동창회가 열리고나서 20분쯤 지나고 강당 입구로 움직였다.
"아세리아 드 레베아 영애시군요. 들어가도록 하시죠."
아세의 신분을 확인한 기사가 강당의 입구에서 그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기사의 뒤에 병사들이 아세를 보면서 키득키득 거렸으나,
머릿속에 사야를 찾아서 그녀를 세뇌할 생각만 가득한 아세는
병사들이 자신을 보고 뒷담을 하는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명단에는 사야가 있었는데.. 어디쯤에 있으려나?"
동창회에 참가한 아세는 동창회실로 쓰인 아카데미의 강당에서 사야를 찾았다.
강당이라고해도, 아카데미의 동창회는 아카데미를 졸업한
유력 집안의 자제나 귀족 혹은 왕족도 참여하는장소였었기에,
최대한 파티장처럼 꾸며둔 상태였다.
"사야? 너 사야 맞지?"
"아세리아?.. 뭐 오랜만.. 잠깐, 너 꼴이 그게 뭐야."
아세는 사야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반갑게 다가갔으나,
사야는 아세의 모습을 보고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슬금슬금 뒤로 피했다.
"내가 왜? 뭐 어때서?"
"동창회에 전투복을 입고오는 귀족영애가 어딧어!..
게다가 그, 고간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투명한 치마는 대체 무엇이고?!.."
그제서야 아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꼇다.
동창회에 참석한 모든 인원은 파티용 드레스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사야도 예전에 봤었을때 착용한 순백의 새하얀 로브 대신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있었다.
"보는 내가 정말 부끄럽네!.. 저리가! 옆에 같이 있으면 나까지 부끄러우니까!
"잠, 잠깐만!.. 사야!…"
아세가 변명을 하기도전에 사야는 자리를 뜨고 말았다.
동창회라길래 전생의 동창회같은걸 생각했었지.
이렇게 파티장을 생각하지 못했던 아세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전생에 있었던 현대로 비유하면 고등학생 친구 생일파티에
예비군 군복을 입고간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런 행사는 실비아가 다 챙겨주었기 때문에
아세 본인은 뭘해야할지 모르고 입장한 것이다.
"실비아의 부재를 이제야 재대로 느끼네… 하아.."
사야와의 재회 시작부터 꼬여버린 아세는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다.
아세가 한숨을 쉰뒤 그녀를 쫒아가려는 그때,
그녀에게 적색의 드레스를 입고 다가오며 진로를 막은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부채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반쯤가리고 있었다.
"꺄하하핫! 오랜만이네요 아세리아양."
"누구야…? 라나?! 너도 여기 있었어?"
시스리아 왕국의 공주이자 왕위계승자 1순위인
라나 공주가 다가와서 말을 걸자, 아세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너는 동창회에 잘 안나오는걸로 기억하는데.."
"악우를 비웃어주기 위한 자리라면 바빠도 참석하는게 좋은거겠죠 꺄하핫!"
그렇게 말하면서 라나는얼굴을 가린 부채를 접은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 분위기에 맞지않게 레그 슈트라? 파티용 드레스가
혹시 레베아 공작가에는 없었나보네요? 꺄하핫!"
라나는 내심 아세를 비웃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동창회에 드레스 한벌없이 전투복인 레그 슈트
그대로 입고온 아세리아는 이 자리에서 웃음거리가 되기 딱 좋았다.
"혼자 전투복을 입고서 파티에 참가한
악우의 부끄러운 모습을 감상하다니! 이번 동창회는 최고네요 히히힛!"
다만 미친 마녀라는 아세의 이명도 있는데다,
현생의 아세는 온갖 깽판을 부렸었기에,
괜히 미친개에게 물리기 싫어서 뒤로 뒷담만 깐 것이다.
"응? 뭐.. 그래. 최고의 동창회 잘 보내."
"뭐라고요?.."
아세가 흥미없다는 말투로 대답하자 라나는 당황했다.
그녀는 아세가 부들부들 거리는 모습을 보기위해
바쁜 일정을 제치고서 이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사야는 어디있지? 으으.. 보이지가 않아. 놓쳐버렸어.
쳇, 라나 얘만 아니었어도 바로 따라갔을건데..'
현생의 아세였다면 라나의 말에 부들부들거렸을지 모르지만,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데다, 하이그레 인간이 된 지금의 아세에게는
악우인 라나의 도발따위는 딱히 의미가 없었다.
분위기에 안맞게 레그 슈트를 입고 와버려서 쪽팔리는 차림으로 온셈이지만,
부끄러움과 당황도 아세에게는 잠깐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나는 하이그레 인간.
미세뇌자들이 부끄러워할 그런부분에 내가 부끄러울 이유는 없어.'
"칫! 그렇게 나오겠다 이건가요?
저를 대놓고 무시하는것으로 도발을 하다니 당신은!.."
자신에게 전혀 흥미가 없는듯한 아세의 태도에 화가난것은 라나였다.
현생의 아세와 견원지간인 그녀로써는
지금의 아세의 행동이 자신을 무시하는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 화를 내며 자신과 입싸움해봤자, 결국 아세에게 좋지않으니,
이렇게 자신을 무시해서 역으로 도발하려는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응?.. 무시한건 맞지만.. 도발이라니? 그럴이유가 난 없는걸."
"뭐, 뭐라고요?! 아세리아 당신! 시스리아 왕국의 공주이자
왕위 1계승자인 저를 무시한다고 대놓고 말할줄이야! 이런 무례한!.."
화를 내며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라나의 모습에 아세는 슬슬 짜증이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강당의 인원들은 두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얘는 또 뭐래… 안그래도 사야를 놓쳐서 짜증나는데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네.'
"시스리아 왕국의 공주이자 왕위계승자 라고해도,
그 시스리아 왕국. 사실 레베아 공작가를 빼면 반으로 토막나잖아?"
"아세리아 드 레베아!!.."
아세의 말에 라나는 한손으로 그녀의 따귀를 때리기위해
손을 들어서 아세의 볼에 자신의 손바닥을 휘둘렸다.
"꺄아악!.."
그러나 라나의 손은 아세의 볼에 닿지않았다. 아세가 그녀의 손을 잡아챘기 때문이다.
초인인 아세였기에 라나가 갑작스럽게 휘두른다해도 하품을 하면서 잡아챌수 있었다.
"아파!.. 아파요! 이거 놓으세요 아세리아!.."
아세의 손아귀에 자신의 손목이 잡히자 라나는 비명을 질렀다.
"야. 안그래도 기분 별론데 자꾸 시비걸지마. 이 손목 그대로 찌그러뜨리기 전…"
"그 손. 놓아주시지요."
스르릉. 라나를 협박하려던 아세는 말을 잇지못했다.
황금갑옷을 입은 몇명의 기사가 아세에게 검을 겨누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또 뭐야?"
"황금사자 기사단 6소대장이자, 시스리아 왕국의 근위대장인
시라노 폰 웰링턴입니다. 대륙 초인 5위 아세리아 드 레베아님께 인사드리죠."
기사들중 은발의 미남기사는 자신을 소개한뒤 고개를 숙이며 아세에게 인사를 했다.
"아, 웰링턴 후작가의 후계자였네. 네가 황금사자 기사단이 되어 있었는지는 몰랐어."
"아세리아님 덕분이죠. 13살이었을때 8살의 아세리아님께
얻어맞은 이후 세상이 넓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시라노의 말에 아세는 잠깐 식은땀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잘 생각해보니 눈앞의 기사는 현생의 아세에게 어릴때 폭행당했던
남자아이들중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일단 공주님의 손목부터 놓아주시죠?"
"어, 알았어."
아세는 라나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그녀때문에 황금사자 기사단과 굳이 충돌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서야 기사들은 아세에게 겨누었던 검을 내려놓았다.
"으으윽! 시라노! 저년이 절 모욕했어요! 당장 복수해주세요!"
'유치하게 뭐하는거야 얘?.. 무슨 공주가 아니라
어디 만화같은데서 본 유치한 악역영애같네.'
시라노의 뒤로 숨어서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라나를 보고 아세는 어이가 없었다.
"사실입니까 아세리아님?"
"아니, 그전에 쟤가 시비를 걸어서 이렇게 된...
하아, 그래. 뭘 원하는거지?"
변명을 하려던 아세였었으나, 잠시후 생각을 바꾸었다.
그녀도 대강 분위기를 읽은것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뻔히 보이네.. 내 기를 죽여놓겠다고 얘네들을 같이 데려온거였어?'
라나가 자신에게 시비를 건것은 아마 이 황금사자 기사들을 믿고서 한것이 뻔했다.
아마 현생의 아세라면 무작정 싸우자고 했을것이다.
"저희는 왕실을 지키는 근위기사.
차기 여왕께서 모욕을 당하셨는데 그냥 물러설수는 없습니다.
"하아, 역시 예상대로네.
강당밖 300M거리에 아카데미용 연무장이 있으니 거기서 붙자."
하지만 지금의 아세라고해서, 걸어오는 싸움까지 피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어차피 사야와 단둘이 시간을 내겠다는 계획도 꼬여버린 상황이었다.
즉, 한마디로 기분이 딱히 좋은편이 아닌데 시비가 걸린 것이다.
그렇게 서로 얘기가 되자 아세와 기사들은
아카데미 내에 위치한 연무장으로 움직였다.
"뭐야? 싸움이야?"
"그 황금사자 기사단과 전장의 미친 마녀가 연무장에서 붙었어!"
"이런걸 안볼수는 없지!"
동창회에 참석한 인원들중 다수도 관심이 생겼는지 연무장으로 따라나왔다.
"저 시라노 폰 웰링턴. 아세리아 드 레베아 영애님께 대련을 신청합니다."
"귀찮으니까 됐고? 네 부하들도 같이 한번에 덤벼."
연무장에서 서로 마주보자 시라노는 검을 두손으로 들어 아세에게 대련신청을 했다.
그러나 아세는 귀찮다는듯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대답했다.
"네?.."
"두번말해야 알아들어? 니네 기사단원들 동시에 덤비라고?"
"하지만…"
그러나 아세의 재촉에도 시라노는 망설였다. 아무리 상대가 초인이라고 해도,
여자를 상대로 기사들 전원이 우르르 덤비면 이겨도 좋은 모습이 되기 어렵고,
만약에 지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명예에 큰 타격이 되고만다.
"역시 레베아 가문의 원숭이네요! 저기 시라노경은 최근 갓 초인이 된
황금사자 기사단의 에이스 나이트중 한명이에요!
전장의 미친 마녀라고 불리는 아세리아라고 해도,
시라노경과 황금기사단을 같이 상대해서 이길리가 없잖아요? 꺄하핫!"
'하아.. 공주님.'
라나를 달래주기위해서 적당히 대련만하고 끝내려던 시라노는
라나의 의기양양한 말에 골치아픈듯한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1대1로 싸우다지면 초인이 된 경험차가 있으니 진거라고 체면이라도
세울수있지만, 라나의 말대로 여러명이 덤비게 되면 이겨도 손해,
만약에 지면 극심한 손해였다.
"시라노경! 저 원숭이에게 본때를 보여주세요!"
그러나 철부지같은 공주의 독촉에 그는 한숨을 쉬고
부하들과 같이 앞으로 나설수밖에 없었다.
"황금사자 기사단 6소대. 앞으로!"
부하들과 같이나온 시라노는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상대는 초인이다! 방심하지.. 크으윽?!"
"선빵부터 맞고 시작하자 너네."
그러나 아세는 그들이 진형을 짤 시간따위 주지않았다.
아세가 주먹에 담긴 오러를 그들에게 쏴버리자,
기사들은 급히 산개해서 흩어질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있었던 자리는 펑! 하고 폭발해서 흙바닥이 깊게 파여버렸다.
"이렇게 다짜고짜 선수를 치시다니! 초인의 자존심도 없으십니까 아세리아양!"
"적에게 시간을 주는게 바보같은짓이지 이 얼간아!"
자신에게 항의하는 시라노에게 역으로 질책한 아세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기사단원들을 지휘하고 중심이 되는것은 소대장인 그였고,
시라노만 쓰러뜨리면 황금사자 기사단이라 한들 자신을 상대로
체계적인 협공을 할수없을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저를 타겟으로 먼저 노리시는겁니까?!.. 하지만 저도 초인!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 크억?! 어째서 제 오러가!.."
"초인같은소리하네. 이 반쪽짜리야. 마스터와 초인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마나필드를 쓸수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라고!.."
초인은 자신의 신체내의 마나의 제어가 자유로운 마스터가
주변의 마나를 통제할수있게되면 초인급이라고 불리게 된다.
그리고 초인이 자신 주변의 마나를 통제할수있는
그 기술을 마나필드라고 사람들은 부르고 있었다.
주변의 마나를 통제하여 마나필드를 쓸수있게되면,
마스터 미만의 존재가 마나를 못쓰게 마나동결을 쓸수있거나,
혹은 검을 허공에 띄어서 원거리 조종을 하는 '컨트롤 블레이드'(이기어검) ,
혹은 주변의 마나를 자신에게 끌어모아서 스스로를 강화시키는 강화계 등,
초인의 자기성향에 따라 여러가지 권능을 쓸수있었다.
시라노 역시 마나필드를 쓸수있었지만, 그저 주변의 마나를 움직이는정도였다.
즉. 초인을 앞둔 마스터들도 할수있는것을 조금 더 능숙하게 쓰는정도였다.
그러니 아세가 마나를 끌어모아서 강화된 오러로 주먹을 휘두르자
오러를 두른 그의 방어가 순식간에 깨져버리고 만것이다.
"크억!.."
쓰러진 그의 위로 아세가 올라타서 마운트자세를 취했다.
"안그래도 기분이 별로인데 건드렸으니까.. 좀 맞자?"
"잠.. 잠깐만! 크아아악!"
퍽! , 퍽! , 퍽! 소리와 함께 아세가 주먹을 휘두르는 소리가 연무장에 울러퍼졌다.
시라노가 쪽도 못쓰고 얻어맞는걸 본 나머지 황금사자 기사단원들은 굳어버린채로
아세가 시라노를 마운트자세로 패고있는것을 보고있을수밖에 없었다.
3합만에 자신들의 소대장을 쉽게 쓰러뜨려버린 아세를 상대로
마스터인 자신들이 덤벼들 엄두조차 나지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숫적 우세라는것은 아세에게도 무시할수없는 숫자였다.
그래서 아세는 그들이 뭉치서 협공을 하기전에 흩어놓은뒤
선수필승으로 중심이 되는 시라노부터 때려서 쓰러뜨려버린 것이다.
"후.. 이제야 좀 스트레스가 풀린다. 간만에 손맛보니까 좋네?
너희들도 이리올래?"
"아, 아닙니다! 저희들은 항복하겠습니다! 초인급인 소대장님도
순식간에 쓰러뜨려버린 아세리아님을 저희가 덤벼들어봤자 무슨수로.."
황금사자 기사단은 검을 내려놓고 두손을 위로 올려서 포기의 의사를 밝혔다.
'조금 고전할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쉽게 끝냈네?'
아세는 쉽게 끝난탓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면서,
한편으로는 손맛을 더 볼수없어서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시라노가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기에 아세의 뜻대로 잘 풀렸던 것이었다.
즉. 아세가 운이 좋았다고 볼수 있었다.
그는 초인급에 올랐다고 생각이 든 후에. 황금사자 기사단내의
초인들을 제외하고, 초인중에 하위권이라 생각되는 아세와 겨룰 기회가
이번에 오자, 라나를 핑계로 겨뤄볼 생각에 라나를 편들어서
아세에게 대련을 청했다.
애초에 아세를 이길생각보다는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고 싶었던
그는 초인중에 좀 만만해(?)보이는 하위권인 아세와 만나게 되자
그녀에게 대련을 하자면서 라나가 모욕당했다는 핑계로 들이댔고,
자신이 반쪽자리 초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서 아세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리고 애초에 아세와 기본기도, 숙련도도 차원이 달랐기에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만약 시라노가 치명적인 실책을 하지않았다면, 아세와 정면으로 충돌하는것을
피하고서, 레미를 상대한 미나처럼 기사단원들과 연계를 해서 상대했었다면,
아세의 생각대로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사야는 여기에 없네."
관중들사이에 사야가 없는것을 확인한 아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너무 화가난 나머지 손에 든 부채를 땅에 집어던져버린
라나의 모습이 보였다.
"아세리아 드 레베아!.. 당신 어디로 가는거예요!"
분노한 라나가 외쳤지만, 아세는 무시하고 연무장을 떠났다.
애초에 목적이었던 사야를 놓쳐버린 이상, 아세가 굳이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일단 학장실로가서 죠안 학장님을 만나는걸로 할까..
학장님이라면 사야가 어디에 지내는지 알고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자신을 무시한채 연무장을 그대로 떠나버린 아세의 뒷 모습을 바라본
라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를 갈고 있었다.
"나를 또 무시하다니!..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겠어요 아세리아!.."
* * * * * * *
"안녕? 네가 내 룸메이트구나 반가워!.."
로제타는 자신의 기숙사방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하늘빛 머리의 소녀에게 인사를 했다.
"응 안녕."
"이름이 뭐야?"
소녀는 무덤덤하게 흥미없다는 눈으로 대충 로제타의 인사에 답했다.
하지만 로제타는 그런 소녀에게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무시당했다는 느낌도 받을만한데도, 로제타는 기분나쁘다는 느낌조차
받지않은것처럼 소녀의 옆에 딱 따라붙어서 말을 걸었다.
"아이리스.."
"내 이름은 로제타야! 같이 잘 지내자 아이리스!"
로제타의 적극적인 반응에 아이리스는 귀찮다는듯이 대충 대답했다.
"그런데 선생님들하고 애들많에서는 활발했으면서 지금은 다르네?"
"그야, 가식적인 모습 보여주는게 귀찮으니까. 어차피 룸메이트면
숨기려고해도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고, 내 성격 원래 이러니까 알아둬."
그렇게 로제타와 거리를 두려고 차갑게 대답한 아이리스였다.
"응! 알겠어."
"?.. 넌 기분 나쁘지도 않아?"
자신이 좀 심했다고 싶은 행동을 했음에도 기분나쁜표정조차 짓지않은체
고개를 끄덕이를 로제타를 보고 아이리스는 의문을 가지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로제타가 그렇게 말을 걸었음에도,
그동안 아이리스는 무시하고 벽을 보고 대답했기에,
두 소녀가 서로 두 눈을 마주보고 말을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니가 같이지내는 친구는 서로 이해해줘야한다고 말했어.
로제타도 언니말이 맞다고 생각해."
"알아서해."
"응! 잘 지내보자 아이리스!"
로제타의 말에 아이리스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기숙사의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이 만남이 나중에 아세에게 큰 도움이 될지 지금의 로제타는 알지 못한체
아이리스의 손을 잡고서 같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