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10-6 상처뿐인 승리. (42/104)



〈 49화 〉10-6 상처뿐인 승리.

< 이번편은 스토리 전개상 세뇌씬이 없습니다.>



라미의 마법이 막힌것을 확인했음에도 카린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휴우.. 정말 위험했습니다. 카린님."


부하의 말도 무시한체 그녀는 마치 당연한것을 뻔하게 보는듯한 느낌으로
병사들이 올라가고 있는 성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의 불꽃이 병사들을 덮쳤다면 상황이 뒤집힐수도 있었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판단으로 막아낼수 있다는 확신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이정도에서 끝이야?"

"네?.."


카린의 말에 옆에있던 부하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라고 묻는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혼잣말이야. 목이 마르네. 차나 한잔 따라줘."


'이정도가 끝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운걸 린.'

부하들에게 차를 요구한 카린의 얼굴에 실망감이 감돌았을무렵,
전령이 그녀앞에 뛰어와서 무릎을 끓고 예를 표시했다.


"보고! 후방에 하이그레 인간들이 출현했습니다!"

"그래. 역시 이정도에서 끝날리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어.
후방의 부대에게 지정된 좌표로 이동하면서 진형을 바꾸라고 지시해."

카린은 손에 들고있는 지도를 가리키면서 지시했다.
명령에 따라서 카린 군의 후방에 위치한 부대들이 지시에 따라
진형을 바꾸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 * * *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하이그레 인간 지니는 린의 작전에 따라서
전투가 시작하기전에 별동대를 구성한뒤 , 동문에서 멀리 돌아와서
카린 군의 후방을 기습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군량이다! 싸움은 최대한 피해!"


카린이 군량을 불태웠다는 소식이 첩자로 인해서 알려졌고,
남은 군량도 7일치밖에 없다는사실을 알게된 린은
지니에게 기회를 틈타서 후방을 기습한뒤,
혼란을 틈타서 남은 군량마저 태워버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저기있네, 역시 후방에 있는것들도 마저 전부 끌고왔어."

린이 예측한대로 카린은 남은 7일치의 군량을 후방기지에 두지않고
그대로 가지고와서 진영후방에 둔 것이었다.


"저것만 태워버린다면 녀석들은 그대로 굶어죽을수밖에 없겠지!"

지니는 하이그레 인간들과 같이 군량이 쌓여있는 막사를 향해 돌진했다.

"어라?.. 어째서 우릴 안막는거지? 오히려 길을 열어주고 있잖아?!"


그러나 카린 군은 그녀를 막기를 커녕, 오히려 모세의 기적처럼
좌우로 나뉘어서 무방비하게 그자리에서 진형까지 바꾸고 있었다.
지니는 순간 고민했다. 이것이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대놓고 열어주는데다, 좌우로 나뉘어진 부대는 무방비하게 진형을 바꾼다라,
이건 누가봐도 대놓고 함정인데.."

"지니님? 눈앞에 목표가 있는데 뭐하시는 겁니까?"


그녀가 잠깐 정지한채로 고민하자, 옆의 초록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하이그레 인간이 그녀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이건 누가봐도 함정이야. 그러니 신중하게 움직여야.."

"팬티스타킹 병사님께서 위험하실수있습니다! 지금 당장 저걸 태워버리고
그분을 구하러 가셔야죠!"


"큿, 그말이 맞아."

그녀는 이것이 함정이라는걸 뻔히 알고 있었으나,
요새 성벽위의 상황이 좋지않음을 알기에, 옆에 있는 하이그레 인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할수밖에 없었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와 린은 아마 자신들만을 믿고서 버티고 있을것이 뻔했다.

"좋아. 함정이라고해도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위해서라면,
하이그레 인간으로써 알면서도 뛰어들수밖에 없지! 가자!"

그렇게 망설임을 끝낸 지니는 군량막사로 향해서 돌진했다. 그순간..

"뭔가가.. 날아온다?!.. 아......"


갑자기 그녀의 눈앞이 갑자기 까맣게 물들면서 의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지니님!?.. 이건.. 찻, 찻잔!?"

지니의 머리를 강타한것은 카린이 아까까지 마시고 있던 찻잔이었다.
카린이 찻잔에 오러를 담아서 그대로 지니의 머리로 던져버린 것이다.
좌우로 길을 열어준것은 장애물을 치우기 위한것이었다.
찻잔에 맞아서 쓰러진 지니는 정신을 잃고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  * * * *  *

"카, 카린님.. 방금 그건?.."

"날파리가 뒤에서 시끄럽게 윙윙거리길래 잡은것뿐이야. 혹시 문제라도 있어?
찻잔이나 다시 가져와서 한잔 더 따르도록해."

하이그레 기사 지니의 머리에 찻잔을 던져 뇌진탕으로 죽여놓고,
아무렇지 않은체로 다시 차를 요구하는 카린의 모습에,
같은 아군이자, 자신들의 상관이었음에도 그녀에게 두려움을 느껴버린
부하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차를 가져올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세뇌됐다고해도, 불과 1년전까지 직접 데리고다니면서
아껴오던 부하를 저렇게 끔살시켜버리시다니...'

"보고! 좌측과 우측의 적도 퇴각을 시작했습니다."

전령의 보고를 들은 카린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난 후에 대답했다.

"적당히 추격하면서 피해를 입히다가 돌아오라고해.
너무 파고들면 역으로 당해버릴 가능성도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대단합니다 카린님! 지금 상황을보면 이전투는 저희가 이겼습니다!"


부하들이 승산이 없다고  전투를 이겼음에도 카린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을뿐이었다.

"이정도 승리에 들떠있기는, 서스란 영지에서 귀족 연합군과의 싸움에 비하면,
이정도는 딱히 대단한 승리도 아니야. 거기다, 녀석들에게 세뇌병기가
이제는 더 없어.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고전을 면치 못했겠지."

거기다, 하이그레 측에서 세뇌병기가 더 없었기에 이렇게 쉽게 승리한 것이다.
지난번에 카린이 당했던 하이그레 세뇌 폭탄이나, 혹은 세뇌광선총이
몇개만 적들에게 있었어도, 그녀는 꽤 골치아팟을것이다.
정화작업을 받은후 요양차 병실에 누워있던 카린은,
그전에 적들이 해왔던 행동에 대해서 보고서로 알게되었고,
바르가스 요새내에 세뇌병기가 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아직 확신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러 각 전설에서 적의 작전을 받아치는정도로만,
전술을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하이그레 침략군이 불리한 상황을 참지못하고, 만약에 세뇌병기를 썻다면,
몇개 없을게 뻔하지만 세뇌병기가 있다는걸 확인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득이고,
만약에 세뇌병기를 이런상황에도 쓰지않는다면,
하이그레 침략군에게 남은 세뇌병기가 전부 바닥났다고 판단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놀랍습니다. 적의 절반이 조금 안되는 숫자는 얼마전까지 아군이었을텐데,
우리 장병들이 예상보다 더  싸워주고 있었으니까요."

"흥, 녀석들이 멍청하게 부대를 편제해둔 덕분이지.
세뇌시켜서 병사로 그대로 쓸생각만 할뿐이지, 병과를 서로 섞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생각은 전혀하지 않았으니까."

성벽위에 아군의 깃발이 많아지고 있는것을 눈으로 확인한 카린은
손에 든 지도를 부하에게 건네고 나서 차를 한잔 더 요구한뒤,
그것을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 * * *  *  *  *



"... 설마 지니까지 실패하다니. 라미 네 말이 맞았는데.."


하이그레 기사 지니가 실패했다는것을 린은 보지않아도 알수있었다.
그녀가 성공했다면, 아마 지금쯤 성벽위에서 싸우는 카린 군에게서
뭔가 흔들림이나 동요가 조금이라도 있어야했다,
하지만 지금 성벽위에서 싸우는 카린 군의 병사들에게는
전혀 동요나 혼란의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실망하시 마세요 린님. 린님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라미는 우울한 표정이  린을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위로를 받는다고해서
불리해진 전황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는다.
린은 라미의 위로에 자신의 실책을 깨달을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린 자신은 주로 해본 전투가 수성이다보니 궁병을 제외하고
대게는 병과나 병종에 상관없이 움직여서 전투를 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카린 군의 3면으로 보낸 별동대 역시도,
그냥 숫자만 맞춰서 보낸것이 전부였다.
레미나 유미가 막힌것은 카린이 대책을 세운것도 있었으나,
린이 별동대의 병과를 재대로 맞추지 못한부분도 매우 컷다.
예시로 유미쪽의 별동대에 궁병이 1천명이라도 있었다면,
월터에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농락당할일은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린은 정석대로 궁병을 전부 성벽위에 세워둔 상태였다.
레미쪽의 별동대 역시도, 그녀에게 돌파의 역활을 재대로 맡겼다면,
카린이 예전 귀족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있었던 때처럼
정예중에 최정예를 전부 맡겨두고 , 돌파를 지시 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린은 레미에게 그녀와 함께 세뇌될때 같이 있었던
전 혈장미 기사단 10명을 제외하고는 정예라고 할만한 전력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에 라미는 불안한 마음으로 린에게 한마디 의견을 냈었다.
그것은 라미가 카린옆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이 있었기에,
숫자만 맞춘다고 되는게 아니라, 병과의 중요성도 약간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라미의 마법외에는 그녀의 능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저 린의 뜻대로 하라고 명령했었다.
후방에서 등장한 지니 역시도, 소수 기병으로 재빨리 몰아쳤다면,
최소한 카린 군에게 조금의 동요라도 이끌어낼수 있었을것이다.

"내 생각이 틀렸어. 이빨과 발톱을 뽑고, 가죽이 찢어져도..
맹수는 맹수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어."

린은 그저 사기가 떨어진 카린 군을 한번만 흔들어주면 붕괴할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진짜로 한번만 더 흔들었다면,
아마 카린 군은 사기가 제로에 가까워져서 '모랄빵'이 되어버렸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승리할 전략의 포인트를 알아내는것과, 그걸 실행하는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머지 별동대를 시선을 끄는 용도로 구성하고,
레미에게 주력을 몰아줘서 돌파를 시키던가,
정 3면에서 나타나서 흔드는게 주 목적이라면,
요새 깊숙히 끌여들인후에 3면에서 동시에 출현해서 카린 군을 흔드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린은 야전 경험이 아예 없었고, 결국 대충짜놓은듯한
별동대의 부대 구성으로 인해서 어느곳에서도 효과를 보지못하고 말았다.

"레미랑 유미, 그리고 지니에게 철수하라는 신호를 보내.
그러지 않으면 여기 2성벽도 사수할수가 없을거야.
이대로는 더는 버틸수가 없어."

린의 말에 하이그레 인간 1명이 신호탄을 하늘로 쏘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분홍빛의 연기가 하늘위로 올라가자,
요새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 하이그레 침략군은 그대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후, 어떻게든 요새로 철수하는데 성공한 하이그레 침략군의 별동대는
오후 내내 필사적으로 항전에서 성벽을 장악하려는
카린 군을 물러나게 만드는데는 성공할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물러나게 할수있었지만 피해가 너무 큰데.."

"모든게 뚫지못한 제탓입니다 린님."

"아니, 레미의 잘못이 아냐. 모든건 내 실책이야.
죄송해요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님."

바르가스 요새내에서 하이그레 침략군의 수장이라 할수있는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 지금 어깨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
그정도로 오후에 일어난 방어전이 하이그레 침략군측에서는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나의 부상이야 경상일뿐이니까 그렇다치고, 이제 어떻게 이길거냐 저걸?"

"......"

다리우스의 물음에 하이그레 인간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누가봐도 유리한 상황에서 , 오히려 져버리고 말았고,
거기다 수천이상의 전력을 잃어버린 상황까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다들 말이없어?! 이길 방법을 말하라고 방법을!.."


"저어, 팬티스타킹 병사님."


아무도 입을 열지않는 와중에 라미만이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에게 물었다.


"그래 라미. 얘기해봐."

"오늘 아침과 오후의 전투에서 저희가 잃어버린 전력이 몇명인지는 아시나요?"


"1만명이 조금 안되는거라고 듣긴했지, 그런데? 어차피 전쟁터에서
누군가가 죽거나 포로가 잡히는건 일상다반사 아니냐?"

다리우스의 말은 맞는말이었다. 전쟁터에서 죽거나 아군이 포로도 잡히는일은
매우 흔한일이었다. 다만 하이그레 인간들은 명령없이 도망치지않으니,
흩어지는일은 없다고 쳐도 말이다.
그러나, 이어진 라미의 말을듣은 다리우스는 입을 쩌억 벌릴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의 군사는 1천명도 줄어들지 않았어요."


"뭐?.. 그게 말이되는 소리냐?"

라미의 말이 너무 어이없게 들렸었기 때문이었다.
수만명이 부딪쳐서 싸운 전투에서 이쪽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오전은 몰라도, 오후의 방어전은 불과 3시간밖에 되지않았지만,
상당히 격렬한 전투였었다.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직접 도끼를 들고나가서 카린 군의 병사를
10명넘게 도끼로 머리를 찍어버렸고, 심지어 기사도 한명정도 참수했었다.
그러면서 정신없게 싸우다가 적의 병사가 찌른 창에 어깨를 찔러서
지금 이렇게 붕대를 감고있을정도로 정신없이 싸웠음에도,
적의 숫자가 겨우 1천명도 줄지않았다는 사실이 말이 안되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것도 전력밑, 사기보존에 중점을 둔거라 그렇지..
카린님의 상황이 좀 더 나았다면 아마도, 오늘 아예 버티지 못했겠죠."

라미는 단언하듯이 말했다. 오전에 기세를 잡았음에도, 오후에 적당히 싸우다가
돌아간것은 , 카린 역시 전력보존을 위해서였다.
하이그레 침략군의 생각대로, 카린 군은 한번이라도 더 밀리거나 불리해지면,
바로 모랄빵이 나올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상황에서 카린은 자신들의 작전을 적당히 받아치면서
전력이 최대한 보존되는선에서 공격을 해온것이었다.
그녀의 상황이  더 좋았다면, 아마 물러서지않고 계속 공격했을 것이다.

"첩자의 보고에 따르면 언니는 7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사실 7일이라고 말한것도 거짓말이었어, 지금 우리상황을 보니까
아마도 잘쳐봐야 3일이면 무너지겠는데?"

린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의 전투를  생각해보니,
카린이 정말 작정했다면 2~3일내로 자신들을 무너뜨리고 남았다.
그러나, 카린  역시 상태가 좋지않은것은 마찬가지,
기세를 잡았다고해서 괜히 무리하게 밀어붙이려고 했었다면,
차칫하다 역공을 맞아서 모랄빵이 나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7일이라고 말 한것도 어디까지나 병사들에게 허풍이라 여겨지지 않을선에서
적당히 말한게 분명했다.


"지형에 기대서 하려는것도, 언니가 작정하니까 의미가 없어졌어."

"아마.. 세뇌병기가 더 없다는사실을 알아챈것이 크니까 그런것일거예요."


마스터와 마법사를 투석기에 실어서 성벽위로 쏘아내서,
성벽내에 거점을 만든다는 작전은 정말 치명적이었다.
최근에 세뇌한 3자매를 제외하면 ,  바르가스 요새내의 하이그레 침략군에서
혈장미 기사단인 마스터를 처리할수있는 인물은 기껏해봤자 카이사나,
레미를 세뇌했을때 같이 세뇌한 혈장미 기사단 10개 소대밖에 없었다.
그들이 바깥에서 묶여버린 상황이라면, 당연히 혈장미 기사단이
성벽위에 발을 내딛는 즉시 , 일방적으로 양민학살을 할수있었다.
세뇌병기나 세뇌광선총이 있었다면, 오히려 고립된 그들에게
세뇌공격을 가해서 역으로 세뇌시킬수 있었겠지만,
현재 세뇌병기가 유물에 가까운 세뇌기계장치를 빼고 전부 없는 현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거기다 카린님은 일부러 그들을 투석기에 넣어서 투사했어요.
제 예상이 맞다면, 아마 세뇌병기가 더 없는지 확인차해서 실행한 것일거예요."


라미는 정확하게 카린의 의도를 짚어냈다. 공성을 편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었으나,
카린의 가장 큰 목적은 세뇌병기가  없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지난번 세뇌병기가 아예 없다는 정보를 믿고서 돌진했었다가,
잠깐이나마 세뇌당했던 경험이 있던 그녀였기에, 세뇌병기가 있는지의
유무의 확인이 카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전투에서 저희가 잃은 가장  손실은.. 전력을 잃은것도,
작전이 실패한것도, 성벽의 방어력을 상실한것도 아니라.."


"세뇌병기가 정말로 하나도 안남았다는 사실이 언니에게 들통난거라는거네.."


린은 한숨을 쉬었다. 매우 유리하다고 싶은 전투조차 이렇게 밀려버렸는데,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 확인과 전력 보존에 중점을 두었다는 라미의 설명에
할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카린을 도발해서 멘탈을 날려먹지 않았다면,
아마 전투시작 첫날에  요새는 함락되었을것이고, 자신의 상관인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처형당했을것이라는 생각에
린은 순간 소름이 끼칠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같은작전을 써야하나? 언니의 멘탈을 또 건드려볼까?..
이번에는 너희들까지 같이해서 한다면 아마도..."


"크흠, 그 작전을  쓰자는거냐? 아, 라미까지 한다면 맘에는 들것같군."

또 NTR 생중계 작전을 쓰자는 린의 말에 다리우스는 흠칫했다.
그러나 라미까지 같이할거라는 말은 끌리는듯한 말투로 그는 말했다.

"하지만 같은작전이  먹힐리가 없잖아요 카린님에게?"

"하아 그러게, 언니에게 같은게 두번이나 먹힐리가 없지..
그나마 포로들이라도 세뇌했다면 결과가 조금 달랐을텐데.."

"죄송합니다. 제가 포로들을 잘 관리하기만 했었어도.."

린의 말에 카이사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네 탓이 아니야.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할 마나리움이라면,
특상급일건데 카르세 왕국의 반년치 예산에 맞먹을 물건을 이상황에 사용해서,
그녀들을 구출할거라고 여기 있는 그 누가 상상할수 있었겠어?"


"애초에 그 텔레포트 스크롤 자체도, 지난번에 린님을 잃었을때 같은,
그런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질때를 대비해서 만든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걸 이번에 이렇게 사용할거라고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역시 그건 탈출용으로 쓸거라고 예상했었으니까요."

자매의 말에 레미와 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베키가 이번에 사용한
 텔레포트 스크롤은, 카린이 1년전 린을 잃어버리고 나서,
다시는 그런일을 겪지않기위해 비상용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이었으나, 혹시라도 쓸지 몰라서 만든 물건인데,
이번에 포로들을 구출하는데 바로 사용해버린 것이다.
그러지않아도 휘하 장군들이 대다수 포로로 잡혀버린탓에 ,
지휘관 숫자가 부족한 카린으로써는 반드시 성공해야할 작전이었기에,
베키에게 주었을게 분명했다.
만약 그들이 세뇌당해서 전선에 출현했다면, 자신들은 카린 군의 지휘관 숫자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노려서 찔러댔을것이고,
그렇다면 카린은 고전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지난일을 이러니 저러니 해봤자, 그건 큰 의미가 없어."

"그말이 옳다! 그러니 빨리 대책을 세우라고!.."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답답한 마음에 책상을 쿵! 치면서 외쳤다.

"좋은생각은 없어 라미? 오늘 오전의 전투도 네 말을 들었다면,
조금이나마 달라질수 있었을테니까. 네 의견을 듣고싶어."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저라고 해도 괜찮은 방법이 있을리는.."

라미는 대답을 하지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녀라고 해도, 지금 기울어진 상황을 역전할 뚜렷한 방안이 있는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라미. 좋은 방법이 없는거냐?"


"팬티스타킹 병사님께서 정 제게 물어보신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에요."

"방법이 있는거야 라미!?.."


라미의 말에 린은 놀란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방법이라기보다는, 도박수에 가깝지만요."


"뭐든 좋으니 말해봐라. 이대로 계속 있다만  목이 잘리게 생겼으니까!"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의 재촉에 라미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얘기를 듣는 하이그레 인간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
그날밤, 카린 군의 막사에 몇개의 마법 폭격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라미의 세뇌된 마법사들이 사용한 마법이었다.


"어느정도는 이걸로 타격을 줄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콰광! 펑! 하고서 카린 군의 막사에 몇개의 마법이 명중했다.
일부의 마법은 해체당해 사그라들었으나, 갑작스러운 야습이라 그런지.
전부 막아내지는 못한것이었다.


"됐어! 계속해서 쏴! 마나가 바닥날때까지!"


"네 알겠습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라미의 명령과 함께 세뇌된 하이그레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마법들이 생성되어서 카린 군의 막사로 계속해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  * * *



"보고! 적의 폭격으로 전방에 피해발생! 거기에 야습입니다!"

"설마, 하다하다 이런 방법을 써올거라곤 생각도 못했네.
기껏 생각해낸 작전이 야습으로 나를 잡겠다는 도박수였어?"


자신의 막사로 뛰쳐들어오며 전황을 보고하는 미나의 말에
막사안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던 카린은
현상황에 어이가 없다못해서 하찮다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적의 생각이 안봐도 너무 뻔한게 눈에보였던 것이었다.
자신이 있는 중앙의 막사 앞쪽을 위주로하여 마법으로 폭격당했다는
보고를 접한 카린은 하이그레 침략군의 목표가 자신이라는걸 바로 간파했다.


"길 열어줘. 애들로 막게했다간 피해만 커지니까."

"하, 하지만 그랬다간 하이그레 녀석들이 카린님께 접근해서
지난번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수도..!"


"그럴일은 아예 없어. 적에게 세뇌병기가 아예없다는 사실을 오후에 확인했으니까."

미나의 염려에 카린은 마시던 차를 탁자에 내려놓은체 일어나면서 대답했다.


"장병들에게 전하기나해 미나. 중앙으로 향할수있게 적의 진로를 열어주라고."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신을 염려하는 부하의 물음에 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레그 슈트로 갈아입고서 천천히 막사밖으로 나섰다.
하이그레 침략군은 자신의 코앞까지 이미 진격해왔다.
야간에 폭격으로 피해를 주고 혼란에 빠뜨린것도 있었지만,
카린 본인이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빠르게 진격할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리는 불과 200M도 되지않았다.
하지만, 카린의 얼굴에는 긴장감이나 두려움은 커녕 황당함만이 있을뿐이었다.


"아무리 방법이 없다지만, 내가 서스란 영지에서 귀족 연합군과 싸울때
썻던 작전을 그대로 따라서 쓰다니, 어이가 없어서 기가찰뿐이야."

지금 하이그레 침략군이 하고있는 작전은 자신이 예전에 썻던걸
그대로 따라 갖고와서 상황에 맞쳐서 약간 바꿔서 쓴정도에 불과했다.


"제군들에게 전해. 지금 야습해온 적의 선봉은 나 혼자서 막을거라고."

"무모합니다!.."


"하아, 내가 누군지 잊은 모양이지?.. 시키는대로 전하기나해."


미나는 걱정이 되어서 그녀를 말렸지만, 카린은 명령에만 따르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하이그레 인간들의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의 주군에게 달려오는 하이그레 인간들의 무리를 홀로 막아선 카린.
거기다 그 하이그레 인간들의 돌격의 제일 앞에 선것은,
그 전장의 '미친 마녀'라고 불리는 대륙초인 5위 아세리아 드 레베아보다
한수정도 더 강하다고 평가를 받는 혈마검 레미였다.
그러나, 미나가 걱정하는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어떻게 이럴수가.."

30분뒤, 카린에게 달려든 하이그레 인간들중에
30분이 넘은뒤에 이 자리에 여전히 서있는 하이그레 인간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린님께서 적을 모두 쓰러뜨리셨다! 와아아아아아!"

"하아.. 하아.. 하아, 이런 말도 안되는... 쿨럭!.."


심지어 레미조차도 무릎을 끓은채로 검을 붙잡고 기대어서 허덕이고 있었다.
카린과 그녀에게 달려든 하이그레 인간들과의 전투는,
아니, 그것은 전투라고 할수가 없었다. 그건 그저, 일방적인 사냥이었다.

'크윽! 직접 싸워본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설마 같은 초인끼리도 이정도의 격차가 있을줄은..'

예전 카린 군이었지만, 세뇌된 이들을 제외하고, 그녀에게 달려든
모든 하이그레 인간들은 그녀의 낫에 저승행 열차를 타게되었고,
세뇌되기전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적당히 손속에 자비를 두어서
부상을 입힌정도에서 제압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예전 카린 군의 일원이었음에도,
부상에서 끝나지않은 하이그레 인간이 있었다.

"레, 레미님.. 쿨럭!.."

"카이사.. 크읏!.. 미안하다."

자신을 감싸려다 카린의 낫에 베여버린 카이사는 그녀가 입은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과 함께 가슴이 그대로 베여버린탓에
피를 많이 흘려버린 상태였다.

"카린님 제발!.. 그녀에게 응급처지라도!.. 쿨럭!.."

"세뇌되더니 너 혹시 미쳤어? 방금전까지 나한테 검을 겨눈 녀석들을
제압도 하지않았는데 치료해줄수있을리가 없는건 네가 잘 알고 있을텐데?"

이대로면 카이사가 출혈과다로 살수없음을 알고있는 레미는
카린에게 선처를 부탁했으나, 카린은 레미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부했다.


"얘네들 전부 구속해서 정화작업팀에게 인계해.
그뒤엔 지금당장 녀석들에게 역공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공격을 막아낸 카린은 곧 바로 역공을 펼쳤다.
 아니면 도 라는 생각으로 야습을 시도한 하이그레 침략군은
야습이 막혀버린후에는 카린의 역공에 그대로 당해버릴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다수의 하이그레 인간은 죽거나 제압당해버리고 말았다.

"언니! 제발!.. 제발 부탁이야! 팬티스타킹 병사님만은 살려줘! 제발!.."

"린..."


밧줄에 묶인채 자신에게 간절하게 애원하며 부탁하고있는 하이그레 인간은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

"언니가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죽인다면, 나도 목숨을 끊어서 그분곁으로 갈거야!"


"하아. 알았어. 그자의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러니 일단 가서 쉬도록해."

마음을 독하게 잠깐이나마 잠시가졌으나, 역시 카린은 린에게 손을 댈수없었다.
일단 린을 보내버린 카린은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노려보았다.

"드디어 니놈을 참수할수 있겠네."


"잠, 잠깐! 나를 살려준다고 린하고 아까전에 약속하지 않았나?!.."

기겁해서 묻는 다리우스의 말에 카린은 비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멍청하긴, 그걸 믿어? 당연히 거짓말이지.
네녀석을 내가 살려둬야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을까?.."

그리고 카린의 낫이 다리우스의 목에 걸쳐졌다.
이대로 힘을 주어 당기는순간 , 그는 머리와 몸이 두개로 분리될게 뻔했다.


"카린님!.. 대륙연합에서 보낸 서신입니다!.."

"그건 나중에, 일단 이 팬티스타킹 병사를 죽인뒤에 읽을거니까!.."


전령의말을 무시하고서 카린은 낫을 들어서 내리쳤다.


"크아아악!"


"이대로 한번에 편하게 죽게해줄수없어. 다음은 오른팔,
그뒤엔 다리 하나하나 자르고, 네녀석의 물건까지 잘라버린뒤에 목을칠거야."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의 왼팔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한번에 죽이기에는 카린 본인이 가진 분노를 쉽게 풀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카린의 모습을  다리우스는 공포로 인해 기겁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카린은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팬티스타킹 병사에 대한 처우가 적혀있습니다!"

"뭐라고?!.."


전령의 다음말을 들은 카린은 곧바로 서신을 뺏어서 보기 시작했다.
바로 아르체가 하이그레 세뇌를 잠시 당했을때 보낸 서신이었다.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이딴이유로 적의 수장을 살려두라고?!.."


카린은 그렇다해도 무시하고서 서신을 바닥으로 던져버리고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죽이기위해 다시 낫을 들었다.

"카린님 제발 진정하시길!.. 여기 적힌대로라면, 초인 서열5위인 아세리아가
하이그레 세뇌에 대해서 뭔가 단서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신 서신을 부하가 읽고서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게 뭐 어떻다는거지?"

"린님을 세뇌해제하셔도.. 제나의 경우를 보아서 부작용이 매우 심하실겁니다.
그러니.. 그분을 위해서라도 일단 저자를 살려두는것이!.."


"........"


부하의 말을 무시하고서 그의 목을 베려던 카린은,
린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흠칫하고서, 결국 어쩔수없이
팬티스타킹 병사의 팔을 베어내려던 낫을 거둘수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할!.."

승리를 했음에도 얻은건 없고, 잃은것만 있는 전쟁의 결과로 인해서
카린은 분통에 빠진체 그저 화를 낼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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