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9-3 미끼를 이용해서 세뇌할 타겟을 유인하자.
"카, 카린님?!"
"말도 안되!"
요새 아래서 보라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체 장검을 겨누고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카린을 보고서 레미와 혈장미 기사단 모두가 너무 놀란나머지
굳어버릴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후방에 이송된 카린님이 어떻게 여기에 계시는거야?!"
"설마 하이그레 녀석들! 카린님을 빼내는데 성공한거야?!"
혈장미 기사단은 대혼란에 빠졌다. 카린 군단의 치명적인 단점중 하나는
그녀에 대해 군단이 신뢰하고 존경하는만큼 의지도 많이 하고있다는점이다.
자신들의 편에서 무패에 가까운 전승을 하던 대장이 적이 되어
당장 싸워야한다면 그 부하들의 심정은 안봐도 뻔할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정예인 혈장미 기사단이라 혼란에 그쳤을뿐 일반 기사들이었다면
저 멀리서 자신들에게 장검을 겨누는 카린을 보자마자 전부 탈주해버렸을 것이다.
"카, 카린님이 적이라니 이길수있을리가 없잖아! 저분은 그 '전신'이라고!"
"단장! 당장 퇴각하셔야 합니다! 카린님이 적이라면 이길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혈장미 기사단 3소대장 카이사는 레미에게 즉시 퇴각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단장?..."
"말도 안되, 유미가 분명히 카린님을 데리고 가셨을건데..
어째서 카린님이 저기.. 그렇다면 유미도..."
"레미님을 대신해서 명령하겠다! 혈장미 기사단 전원 퇴각해!
레미님! 정신차리시고 퇴각하셔야 합니다!"
혈장미 기사단원들은 레미가 혼란에 빠진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 레미는 혼란에 빠지지않았다.
충격이 크긴했으나 레미는 특유의 직감으로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분명히 아무리봐도 카린의 얼굴 그자체였으나
그녀 특유의 카리스마나 위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퇴각하지 않는다! 무시하고 성문을 장악!.. 어이?! 너희들 뭐하는거야?!"
레미가 이상함을 느끼고서 움직이려 했을땐, 이미 혈장미 기사단의 대다수가
준비를 마치고 퇴각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레미가 혼란에 빠진것처럼 보인데다가 자리에 있는 이들중
차석 지휘관인 3소대장 카이사의 명령이 옳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정예 기사들이라 진영을 유지하며 피해없이 물러나서 그렇지
일반 기사들이었다면 진영자체가 무너졌을것이다.
"이런 망할! 카린님이 유망주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녀석이라
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겁쟁이었어?!"
레미는 화가났지만 별수없었다. 이상함을 빨리눈치채지 못했기에
그녀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대신 퇴각명령을 내린
카이사의 판단은 혈장미 기사단원들에겐 정황상으로는 정석적인 판단이었다.
애초에 혼란에 빠진 기사단으로 성벽위로 올라왔다지만
공성을 해서 성문을 여는건 위험부담이 큰 일이었다.
아니, 혈장미 기사단의 표정은 혼란에 빠진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들은 사기까지 전부 바닥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그만큼 적으로써 카린을 만나는것 자체가
혈장미 기사단에게는 악마와 만나는것과 같은 공포였다.
이런상황에서 더 싸우는것은 큰 위험을 초래할수도 있다.
"망할! 카린님과 유미의 안전이 걱정된 나머지 판단이 늦었어. 당장 퇴각해!"
눈앞의 카린이 가짜라는 근거는 부하들에게 하나도 설명할수 없었으나,
레미는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저 보라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카린이 가짜라는것을 본능적으로 알수있었다. 혼자서라도 뛰어들고 싶었으나,
지난번의 카린때처럼 어떤함정이 있을지 모르기에 레미는 별수없이 퇴각을 지시했다.
세뇌병기가 거의 없다는건 알지만, 지난번처럼 숨겨놓은
세뇌병기에 당할수도 있다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레미와 혈장미 기사단이 물러나자, 카린의 주변에 있는 기계들이 꺼지며,
카린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지니가 있었다.
"하하핫! 정말 믿다니! 목소리도 비슷하게 흉내만 내본건데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
이 CG라는거 생각보다 굉장한데!"
가짜 카린 작전은 지니가 꺼낸 생각이었다.
세뇌 광선총과 세뇌병기는 남은 재고가 없었으나, 다리우스 역시
팬티스타킹 병사라 그런지, 그의 하이그레백에는 이런저런 물건이 많았다.
지니는 그중 지금 쓴 CG기계장치를 보고 감탄했다.
자신을 카린의 외형으로 완벽하게 보일수있도록 해서
적을 속일수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지니 스스로도 이 속임수의 성공확률은 반반으로 생각했다.
말을 하면 아마도 드러날 것이고, 아무 말도 하지않아도
이상하게 여길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작전의 기획자인 지니가 실패확률을 고려하고 있을때,
오히려 이 가짜 카린 작전이 성공할것이라 확신한건 린이었다.
반반의 확률이라 먹힐지 스스로 의문을 갖고있던 지니에게 린은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속아! 내가 장담할게! 언니처럼 노려보기만 하고
가만히 서있어도 애들 전부 기겁할걸?"
그리고 린의 장담대로 혈장미 기사단이 혼란에 빠져 퇴각한것을 본
지니는 바로 옆의 하이그레 인간에게 조명탄을 터트라고 명령했다.
"비장의 패를 꺼내버린건 아쉽지만, 일단 계획대로야,
나는 남문쪽으로 갈테니까 여기 뒷정리를 하도록해!"
지니는 바로 2성벽위로 올라가기 직전 하이그레 인간들에게 뒷정리를
지시한뒤 뛰어올라갔다.
퇴각한 레미는 화살의 사거리밖에서 한참 물러난 미나와 합류한후에
화가난 나머지 퇴각 명령을 내린 카이사를 찾았다.
"3소대장 어딧어?! 당장 오라고해!"
"저기 레미님! 카이사는 혈장미 기사단 퇴각후 본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뭐?"
그말에 레미는 매우 불길한 기분을 느꼇다.
"라미! 라미가 위험해!"
그녀는 카이사가 언제부터 세뇌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하이그레 인간의 스파이라는 직감이 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의심을 할수밖에 없었다. 정황상 너무 절묘하게 노린듯한 행동과,
그직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발 무사해 있어줘! 라미! 혈장미 기사단만 나를 따라서 즉시 남문으로 간다!
2소대만 빼고! 뒷일을 부탁해 미나!"
"네 레미님! 피해없이 퇴각할수있게 준비하겠어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서 레미는 미나에게 성문을 공격하다 입은 피해를 수습하며
따라오라고 하며, 미나의 직속휘하 2소대만 두고서
다시 혈장미 기사단을 이끌고 바로 남문으로 뛰어갔다.
"마도병단은 공성탑이 불타지 않도록 물계열이나 빙계 마법으로 소화작업에 집중해!
6기사단을 우측 8번째 공성탑에 투입해!"
"혈장미 기사단 3소대장 카이사가 라미님께 보고드립니다!"
한편, 라미는 정석대로 공성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 마도병단의 지원하에 본대는 느리긴했어도,
차근차근 요새를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그때 레미쪽에서 보낸 전령의 말을 들은 라미는 크게 경악했다.
"카린님이 나타나셨다고?! 그게 말이되는 소리야?"
"정말입니다! 제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전령으로 온 카이사의 말에 라미는 크게 당황했다.
"가짜일게 뻔해. 어떻게 녀석들이 우리의 시선을 피해서 카린님을 탈취할수있겠어?!"
"오마르호라는 비행수단이 있습니다!
레미님도 카린님이 진짜임을 알고서 퇴각하신 겁니다!"
"레미 언니가? 정말, 정말 그게 사실이라고?!"
다른건 몰라도 본능 하나만큼은 좋은 레미가 진짜로 여기고서
퇴각했다는 말을 듣자 라미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린님이 동문에 나타나셨다고?"
"그럴리가! 분명 후방으로 이송되셨잖아!"
"전령의 말대로 하이그레 놈들이 오마르호로 공중에서
이송행렬을 습격했다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카이사가 마나를 사용해 큰 목소리로 외친덕에
라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이 모두 듣게되어버린 것이다.
"다들 진정해! 진짜 카린님이라는 확증도 없다! 그리고 설사 만약
그분이 적으로 나온다면! 이길수없다는건 알지만 나 혼자서라도 맞서겠다!"
'위험해! 이대로면 아군의 사기가 바닥칠수있어!..'
심상찮은 기류를 느낀 라미는 급히 주변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세뇌되어 적에게 우리의 주군을 빼앗겼다면 목숨을 걸고 되찾는게
나의, 우리들의 의무다!
그분은 우리 모두를 이끌고 우리는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나갔다!
꿈을 빼앗기고도 두려워서 움츠리는게 우리들일가?!"
라미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혼란에 빠지진 않았다.
그녀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방금전 장병들을 진정시키기위해 외친 라미였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일뿐이었다.
10만이 넘는 대군에 혼란이 일어나고, 그중에 소문을 듣고서
겁을 먹고 도주하는 이가 하나라도 생기면,
부대전체의 전열이 파괴되는걸 라미는 알고있었다.
일단 임시적으로 혼란을 막긴했으나, 레미가 보았다는
카린이 만약 진짜라면, 동문에서 자신이 있는 남문으로 올 가능성도 있었기에
라미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투입되지않은 예비대를 투입해서 즉시 1성벽을 장악해!
이미 올라간 부대는 예비대와 조우시 잠깐의 휴식만을 취하고 재공격하고!"
"그리되면 병사들과 기사들이 빨리 지칠우려가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그 가짜 카린이 언제 이곳에 올지 몰라.
레미 언니가 속을정도면 고도의 성형마법 이상의 수법일거야.
성형마법이었다면 초인인 언니가 마법으로 인해 얼굴에 담겨 있는
마나를 간파했을테니까."
병사들과 기사들의 눈앞에 가짜 카린이 등장하면 혼란을 막을수없을것이라
라미는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마음은 매우 조급해졌다.
"라미님! 1성벽의 점령이 반이상 되었습니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점령가능합니다."
"앗! 라미님. 저기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가 있습니다!"
전령이 현상황을 라미에게 보고했을때,
카이사가 2성벽에 위치한 우측 망루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도끼를 든 팬티스타킹 병사가 있었다.
"놈이다! 바로 잡는다! 마도 병단은 뇌전 마법을 준비!
뇌전의 망치로 적을 섬멸하라! 기가 라이트닝!"
"라이트닝!"
라미와 마도병단의 마법이 굉음과 동시에 망루를 강타했다.
그녀의 주문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낙뢰이 망루를 덮쳤고,
그뒤를 마도병단이 따라서 전격 마법을 퍼부었다.
낙뢰와 전격 마법으로 인한 충격에 망루는 파괴되어 반이상 초토화가 되어버렸다.
망루의 지붕과 기둥은 파괴되어 부셔진 바닥밖에
남지않았을정도로 심하게 파괴되었다.
라미는 5분정도 잠시 고민했다. 최대위력은 아니었으나,
위치상으로는 낙뢰를 떨어뜨리는 마법을 쓰게 그 상황에서는 최고였다.
팬티스타킹 다리우스는 정예기사도 쓰러뜨렸다는 맹장이지만,
저 낙뢰와 전격마법을 맞고도 살아있을리 없었다.
마스터도 아닌 그가 원소계열중 제일 빠른 전격계열 마법을 피할수도 없었다.
그러나 라미는 다리우스가 죽었다고 단정할수 없다고 판단하고
직접 그의 생사를 확인하기로 했다.
"마도 병단 1소대는 나를 따라 공중부양 마법으로 저곳으로 간다!
나머지 소대는 병사들을 보조해!"
라미는 그렇게 명령하고 '플라이!' 라고 외치며 공중 부양 마법을 사용해
마도병단 20명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혈장미 기사단 3소대장 카이사는 자신 역시 따라가겠다며 말했다.
라미는 자신과 마도병단 1개소대라면 팬티스타킹 병사의 생사확인정도는
하고 남았으나 혹시 모를 사태를 생각해 마스터의 호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이사의 의견을 받아서 그녀도 자신의 마법으로 공중으로 띄우고 데리고 갔다.
"처참하네요 라미님."
공중부양 마법으로 망루에 오른 그들은 그곳의 상황을 살폈다.
파괴된 망루에는 몇명의 하이그레 인간의 시신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팬티스타킹 병사의 시신이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라미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팬티스타킹 병사의 시신에 불꽃의 화살을 몇발쏘았다.
그러나 마법을 맞은반동으로 조금 움찔거리는정도를 제외한다면
팬티스타킹 병사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신중한 라미는 일단 기사이자 마스터인 카이사부터 내려보내 확인부터 했다.
"카이사. 혹시 모르니 네가 저기있는 녀석들을 확인사살해."
"네 라미님, ...... 모두 죽었습니다."
라미는 한명한명 검으로 목을 베어버리라는 의도로 카이사에게 말했으나,
카이사는 쓰러진 하이그레 인간의 기도에 자신손을 대고 죽었다고 말했다.
평소의 라미라면 이상함을 느꼇겠지만,
조급한 마음과 팬티스타킹 병사의 사살에 집중한 라미는 그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팬티스타킹 병사의 시신에 몇번이나 마법 화살을 쏘았다.
"불결한 남자따위가 카린님을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하다니.
한번에 죽여버린게 아쉬울정도야.
공중에 떠있는 그녀는 마도병단 1개소대와 함께 망루위에서 내려와
팬티스타킹 병사를 유심히 살폈다.
남성혐오가 있었던 라미는 내려와서도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불꽃화살을 몇발 더 쏘았다.
확인사살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 남성혐오를 가진 그녀에게 있어
다리우스가 자신이 모시는 카린을 잠깐이나마 세뇌했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매우 불쾌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떨어진 도끼를 보고 말했다.
"피로 얼룩진 이 도끼. 분명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의 것이야."
"그럼 저희의 승리입니까?"
적장을 죽였다고 생각한 마도병단의 한 마도사가 라미에게 물었다.
그때 라미는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팬티스타킹 병사가 달랐다.
라미가 지난번에 본 다리우스는 근육질의 남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팬티스타킹 병사는 덩치는 비슷했지만.. 뭔가 달랐다.
"잠깐?, 저 팬티스타킹 병사 당장 옷을 벗겨!"
"네?, 알겠습니다. 앗? 안에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팬티스타킹 병사의 옷을 입혀놓은
중년남성의 하이그레 인간이었던 것이다. 덩치가 비슷한 탓에
그들이 멀리서는 재대로 확인 할 방법이 없었다.
"함정이야! 당장 공중으로 날아!"
"으악!"
라미가 외친 그순간이었다. 시체로 보였던 쓰러진
하이그레 인간들이 일어나서 마도병단의 마법사들의 몸에 무기를 붙이며 제압했다.
목이나 가슴 등등 급소부위에 검이나 단검등의 흉기가 닿은 그들은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라미 역시 재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근접전이 약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대륙 초인 6위 제나와 비슷한 수준의
마도사인 그녀가 부하들이 당하고 있는것을 뻔히 보면서도
움직이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언제부터였지?..."
"반년전쯤이었죠."
바로 라미를 호위하던 카이사가 몸을 돌려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인 카이사가 검을 들이대자 라미는 움직일수 없었다.
마도사가 마스터를 압도하는 수준인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초근접해서
기습적으로 목에 칼까지 들이대는 상황이면 어쩔도리가 없었다.
"7년이나 우리와 함께해온 혈장미 기사단인 네가 배신자였을줄은!.."
"오해하지 마시길 라미님. 저는 지금도 카린님께 충성하고 있습니다."
배신으로 인한 분노에 카이사를 노려보던 라미는 그녀의 말에
어이가없어서 비웃고 말았다.
카이사는 검은 들지않은 남은 한손으로 레그 슈트의 끈을 풀어 옷을
바닥에 벗어버렸다. 그녀는 갑옷안에 빨간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충성? 카린님께 충성하는게 내 목에 검을 겨누는거야?
하이그레 인간이 제정신이 아닌건 알고있었지만 어이가 없네."
"반년전쯤에 린님의 위치를 알아낸 저는, 혼자서 린님을 구하러 갔었죠.
그분을 잃고 괴로워하는 카린님의 상태를 저도 알고있었으니까,
거기서 린님과 만난 저는 팬티스타킹 병사님께
하이그레의 축복을 받아 다시 태어났습니다."
카이사는 반년전 있었던일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린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의뢰가 있었다. 1년전에 린을 잃고서 카린은 매일 괴로워 했고,
보통의 장병들이나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차선 지휘관급 이상의 측근들은 그걸 알고 있었다.
눈치가 없는 레미가 술자리에서 카린의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괴롭다면서 떠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카이사 역시 자신의 주군인 카린을 존경하고 있었기에, 정보를 알게되자
린을 구출하기위해 단독으로 움직였다.
"린님을 구출하신다면 , 카린님도 기운을 차리시겠지?"
당시에는 하이그레 침략군과의 전쟁이 한창인 시점이었고,
그때의 카린은 매우 바쁜와중이었다.
왜냐하면 대륙연합군 전선의 총사령관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대륙 연합과 하이그레 침략과의 싸움은 양측군이 다 합쳐서
수십만에서 100만에 가까운 대군이 여러전장에서 계속해서 싸우는 상황이었다.
카린 혼자서 야근을 매일매일 해야할정도로 각 전장의 상황은 시시각각
계속 변하고 있었고 , 대륙 사천왕들 역시도 그녀를 따라서
매일 야근해야할정도로 각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바쁘게 싸우고 있었다.
오죽하면 그 레미가 서류를 읽을정도로 지휘관급 이상은 싸그리
야근을 뛰어도 부족할정도 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카이사는 우연히 린의 행적에 대해 알아냈어도,
카린이나 직속 상관인 레미에게 보고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사실을 만약 카린이 알게된다면 , 전선 총사령관이라는 자신의 직무조차
내팽겨치고서 바로 뛰쳐나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이때는 대륙 연합측이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아군은 계속 줄어들어가는데 , 적은 줄어든 아군의 일부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패전한 전장의 경우에는 아예 아군부대가 통채로 적 부대가 되어버릴수도 있었다.
이렇게 비 합리적인 전력교환비에도 대륙연합이 버틸수 있었던 것은
각 전선에서 싸워주는 대륙 7대 초인과 3제, 그리고 후방에서 지원밑
전략을 짜서 큰 그림으로 이끄는 아르체의 역활도 컷으나,
애초에 카린이 전선 총사령관으로써 유동적인 전술로 탱킹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들이 활약할 여지조차 없이 하이그레 침략군이 승리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카린에게 괜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이곳인가?.. 린님이 계시는곳이..."
카이사는 어느 작은 자작가의 성으로 잠입했다.
자신이 마스터인것도 있었기에, 충분히 린을 데리고 나올수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분명히.. 이 성의 자작가 저택에 있다고 들었어."
카이사는 정보대로 저택으로 잠입했지만, 그녀는 들어가자마자 들통나고 말았다.
"침입자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어, 어떻게?! 들은 정보와 다르잖아!.. 이건!.."
그녀가 놀란건 따로 있었다. 들통난거야 이해할수 있었다.
하이그레 수영복만 입은 하이그레 인간들만 존재하는 이곳에서
자신은 레그 슈트를 입은 상태로 잠입했으니, 자신의 움직임이 보이기라도 하면
바로 적임을 알아차릴수 있을것이라는것 정도는 예상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런 조그마안 성에 하이그레 인간이
무려 천명이 넘게 있었던 것이다.
"헉!.. 헉!, 어, 어째서 이렇게 많은거야.."
그녀는 하이그레 인간들을 한명한명 베어넘겼다.
마스터인데다, 마스터로 이루어져있는 혈장미 기사단내에서도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유망주인 그녀로써는 하이그레 인간들을 학살하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너무 숫자가 많았다. 아무리 세뇌광선총의 세뇌광선을 레그 슈트가
막아낼수있다한들 , 그녀의 마나가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설마.. 이곳은.. 함정..."
"맞아. 누나를 낚으려고 흘린 정보였는데.. 카이사 네가 걸리고 말았네.
아쉬워. 대어를 잡으려고 던진 그물에 미꾸라지가 걸린 기분이야."
"린님!?"
마나가 거의 고갈된 상황이 되서야 카이사는 함정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앞에 연보라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린이 나타나서 말했다.
"전선 총사령관인 누나를 세뇌하는데 성공한다면 , 우리 하이그레 인간측
승리로 전세가 확 기울어질수 있으니까.. 누나라면 혼자라도 올거라고 믿고서
파둔 함정인데.. 아마도 네가 알리지 않고 혼자서 온거겠지?"
"린님!.. 당신은 카린님과 정말 둘도 없는 아끼는 관계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친누나이자 사랑하는 연인인 그분을 상대로 이런 함정을 파신겁니까?!"
카이사는 분노에 차서 린에게 외쳤다. 아무리 세뇌당했다고 해도,
그렇게나 서로 못 붙어서 환장할정도로 아끼고 사랑한 존재를 상대로
이렇게 함정을 팔거라고 상상도 못한 것이다.
"무슨 소리야? 당연한 얘기잖아? 누나는 미세뇌자니까."
"뭐, 뭣?! 고작 그런이유로..."
그렇게나 사랑했었는데도, 미세뇌자라는 이유로 당연하다는듯이
말하는 린을 보고 카이사는 어이가 없어진 나머지 멍때리고 말았다.
"하이그레 인간에게 미세뇌자는 세뇌해야할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누나니까 내손으로 직접 세뇌해주고 싶었어.
누나도 하이그레의 이 쾌감과 기쁨을 알아줬으면 해서 말이야."
"그, 그런.. 으아아아앗!.. 내.. 내가 하이그레 수영복을!.. 하이그레! 하이그레!"
결국 그녀의 마나가 고갈나서 레그 슈트의 방어막이 꺼져버리자,
카이사는 세뇌 광선을 맞았고, 그녀가 입은 레그 슈트가
빨간색 하이그레 수영복으로 바뀌고 말았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 아직.. 입니다! 저는 반드시 린님을 카린님께
데려가겠어요! 아, 아직은.. 흐읏! 버틸수.. 있습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그래도 꼴에 마스터고, 몇년뒤 초인이 될거라 기대받고 있던 유망주라 그런지,
카이사는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었다고 바로 세뇌되지는 않았다.
"후후후.. 그래? 나는 네가 곧 있으면 그 생각이 바뀔거라고 확신할수있는데?"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읏! 그, 그럴리가! 지금 당장 제앞에
하이그레 인간을 베어버려서 제 의지가 꺽이지 않았다는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린님! 대륙 연합의 마스터를 얕보지 마십시오!"
카이사는 얼마 남지않은 마나를 억지로 쥐어짜내 몸에 둘렀다.
그러자 하이그레를 하던 몸이 일시적으로 멈쳤다.
그상태로 카이사는 하이그레를 한다고 떨어진 검을 다시 손에 집어서
바로앞에 분홍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하이그레 인간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녀는 자신의 검이 하이그레 인간의 목을 갈라버릴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어.. 어째서?!"
그녀의 검은 하이그레 인간의 목 앞에서 멈쳐섰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검은 더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하이그레 인간이 앞으로 나서서 검에 목이 닿으려하자
카이사 스스로가 자기도 모르게 검을 내리고 있었다.
"마스터가 세뇌광선에 맞고 세뇌되는 시간이 30분에서 40분이라고 알려져 있지.
그건 맞는말이야. 물론 그 마스터가 마나가 남아있을때 얘기니까 말이야."
"아..."
"하이그레 세뇌는 하이그레를 해야 재대로 세뇌가 되.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세뇌광선총을 맞았다해도 세뇌가 매우 느리지.
마나 사용자는 자신의 마나를 사용해서 하이그레를 하려는 스스로의 몸을
제어해서, 하이그레를 안할수 있지만 , 그렇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마나의 소모가 심한탓에, 결국엔 세뇌될수밖에 없어.
이제 카이사는 스스로 검을 떨어뜨리고 하이그레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남은 마나가 더는 없는탓에 몸에 마나를 넣어서 억지로 움직일수도 없었다.
"그 30분에서 40분이라고 알려진 시간은 어디까지나 그런점에서 그런거지.
아무리 마스터급 강자라해도, 레그 슈트가 꺼져버릴정도로
마나 소모를 한다면? 세뇌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도 되지않아. 그러니.."
"하이그레에! 으아아앙!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악! 하이그레!"
린이 설명하는중에 카이사는 스스로 하이그레를 힘차게 했다.
그 한번의 하이그레로 카이사는 쾌감의 파도에 빠지며 절정하고 말았다.
절정과 동시에 그녀가 입은 빨간색 하이그레 수영복의 보지를 감싼 부분이
흘러나온 애액으로 젖어서 얼룩이 생겼다.
"기껏 설명하는중에 하이그레 세뇌가 되어버리면 설명해준 의미가 없잖아. 차암.."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앙!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읏!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앗!"
카이사는 이제 하이그레만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항!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아흥! 하이그레에에!"
계속해서 하이그레를 하던 그녀는 하이그레의 쾌감을 느끼며 절정해버리고 말았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인간 카이사! 완전세뇌
완료되었습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좋아 카이사. 네가 세뇌된 것은 아마 대륙연합의 모두가 모르고 있을테니까.
평소대로 혈장미 기사단으로 활약하면서 내 지시를 기다려.
확실할때 내가 명령을 내릴거니까.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네 린님! 어차피 저는 휴가를 내고 이곳에
혼자 몰래왔으니, 제가 하이그레 인간이 된것은 아무도 모를겁니다!
린님의 명령대로 스파이로 위장해서 지시가 오길 기다리겠습니다!
카린님도 하이그레 인간으로 만들어드리는 그날이 오길 바라면서!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그렇게 카이사는 아무에게도 의심받지 않은체, 카린 군단에 스파이로 잠입했다.
린이 카린의 행적을 너무 잘알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녀는 이전까지 계속 레그 슈트 속에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체,
레그 슈트를 단 한번도 벗지않았기에 의심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 린의 지시에 따라서 가짜 팬티스타킹 병사를 이용한 작전으로
라미를 이렇게 몰아넣을수 있었다.
"하이그레 인간으로 태어난 지금도 저는 카린님께 충성하고 있습니다.
그분을 존경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치않았죠."
"미친소리..!"
라미는 어이가없어서 항변했다. 하이그레 인간이 된 지금도 충성한다고
말하면서 지금 반역을 저지르고 있는데, 카이사 스스로가 모순적인
언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라미는 눈치챈 것이다.
"다만 저는 지금도 두분이 함께 하이그레 인간으로 지냈으면 하는 마음일뿐!
지금도 카린님은 린님을 잃은것으로 괴로워하시고 계시잖습니까?
그렇다면 두분이 함께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서 재회하시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이런게 바로 충성이 아닐까요? 후후.."
'미쳤어... 이 녀석은 진심이야..
카린님께 충성한다는 마음이 저렇게까지 개변될수가 있단말이야?'
카이사의 말을 들은 라미는 하이그레 세뇌의 지독함에 크게 놀랬다.
둘이 함께 하이그레 인간이 되는것이 카린에게 충성하는것이라는
카이사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이그레 세뇌로 인식개변된 그녀는 카린도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시켜
린과 함께 지내는것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저렇게 행동하는것이 알았기 때문이다.
"라미님 자, 그럼 이제 이 하이그레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주시죠."
"흥, 내가 그런걸 입을것같아? 네 말을 들어야할 이유가.. 앗! 그만둬!"
"아악!"
라미가 거절하는듯한 태도를 취하자 하이그레 인간 한명이 붙잡고 있던
마법사의 배에 단검을 푹 찔러넣었다.
"라미님께서 제말을 듣지않을때마다 한명씩 죽어나가게 될겁니다."
"이딴 인질극이나 벌이다니 하이그레 인간들이란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지
알겠... 알았어! 하면 되잖아!"
방금전에 배에 단검이 꽃힌 마법사의 목에 검을 들이대자
결국 라미는 카이사의 제안을 승낙하고 말았다.
그녀는 어쩔수없이 검보라색의 하이그레 수영복으로 그자리에서 갈아입었다.
은은한 신성력이 감도는 정화작업이 된 하이그레 수영복인것을 보고
그나마 안심하고 갈아입은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다.
라미가 안심하고 검보라색의 하이그레 수영복을 갈아입은것을 보고
카이사가 사악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