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9-2 바르가스 요새 공방전 -중편-
-이번편은 스토리전개상 H씬이 없습니다.-
무패전승에 가까운 전신 카린의 패배. 그 소문의 영향은 매우컷다.
심지어 카린이 보라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체 완전세뇌 선언을 하며
부하들에게 끌려갔다는 소문은 대륙 전체를 강타할 정도였다.
14살에서 현재 23살까지 총 9년간 크고 작은 전투를 합해서
73전 72승 1패를 기록한 카린을 두고 대륙의 모두는
패배를 모르는 여걸이라고 평가했다.
그 1패조차도 하이그레 침략군과 첫 전투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싸운 1패였고,
그이후 카린이 하이그레를 상대로 한번도 패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략여왕 아르체와의 결전도 어디까지나 요지 점령에 실패후
보급로 차단으로 물러난 것이지.
카린 군단의 피해는 아르체의 반의반도 되지않았다.
카린 본인은 자신의 진격이 막힌 그전투를 굴욕으로 여기고 있지만,
대륙에서는 카린이 이긴것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바르가스 요새 토벌전 첫날.
그녀의 패퇴 소식에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의 위용에 관한 소문이 퍼졌다.
물론 대다수는 허풍에 과장이 섞인 내용이었으나,
전승에 가까운 카린을 패퇴시켰다는 것만으로도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명장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심지어 카린의 첫 패전에서도 다리우스가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며
다리우스야 말로 카린의 천적. 이라는 소문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였다. 그러지않아도 카린은 적이 많은 군주였다.
패도를 걸어서 적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며 달려온 군주이니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으리라,
여기서 카린을 좋지않게 여기는 귀족들과 제후들은
바르가스 요새의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를 지원했다.
카린이 철저하게 패배하길 원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들도 대륙연합의 일원이다보니 대놓고 그런 막장짓을 할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일부러, 자신들이 잡은 하이그레 포로나,
싸우던 하이그레 인간 군대등을 바르가스 요새로 보내거나 혹은 지나가게 비켜주었다.
거기다 일부러 하이그레 포로를 풀어주며 각종 물자와 식량등도 지원해주었다.
그들의 생각에는 카린과 다리우스의 공멸이 가장 좋은 결과였겠지만,
공멸되지않더라도 카린이 크게 패배한다면 그걸로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다.
카린이 패배해서 토벌대 다수를 잃어버리고 패주하는 순간, 기회를 노리던 자들이.
그녀의 영지도, 정치적 입지도 미친듯이 물어뜯기 시작할것이다.
"바르가스 요새로 하이그레 인간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지원을 보내야합니다!"
"허? 전신이라면서 겨우 이정도에 지원을 보내다니요?
병력피해는 거의 없다는데 무슨 지원을 보내자는겁니까?"
지금도 소문을 듣고 지원병을 보내야한다는 의견에 상당수의
귀족들이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카린의 후방이송을 막내 유미에게 맡기고서 본진으로 돌아온
라미는 수뇌부에서 일어난 이 설전에 대한 소식을 서신으로 접하고
머리가 아픈듯이 한손으로 이마에 손을대며 고운 얼굴을 찡그리는 표정을 지었다.
미인이라고 할수있는 그녀인지라 찡그리는 표정임에도 그것조차 예쁘게 보였다.
"왜 그래 라미? 어차피 걔네들 여기와봐야 머리수 채우기밖에 안될게 뻔한데."
"휴우, 언니야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단순한 일이 아니야 이건."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언니 레미를 보며 라미는 말했다.
레미야 그저 귀족들이 지원을 보내지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카린의 대타로 차석지휘관을 맡은 라미는 현상황의 국면을 읽어낼수 있었다.
"하찮은 분탕짓이나 하는 한심한 놈들!
당장이라도 이 대검으로 전부 참수시켜버리고 싶어! 젠장!"
"기회가 생기면 물어뜯고 비난하는 그런놈들이라도 일단은 아군이니까
휴우. 머리속에 밀가루가 들어있는 녀석들이라도 말이지."
바로 이번 상황을 기회로 카린을 좋지않게 보는 귀족들과 제후들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라는건 진짜 답답해! 어휴! 내가 그래서 생각도 안하는거라고!"
"덕분에 카린님 부재시 언니가 아니라 내가 일을 다 하게 생겼지.
나한테 미안하지 않아 레미 언니?"
입은 부드럽게 노려보는 라미의 눈빛에 레미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돌격외에 생각없는 그녀라도 항상 자매들을 뒤에서 돕는
라미의 눈치를 안볼수 없었던 것이다.
"그냥 내가 동문으로 돌격할게! 혈장미 기사단과 정예 기사 1천에
뒤를 받칠 1만명만 주면 뚫을수있어!
이러쿵 저러쿵 하는 저 귀족놈들도 승전만 이끌어내면 아무말도 하지 못할걸!"
"그러도록해."
"그러니 내가 돌격해... 엉? 왠일로?"
쿨하게 한번에 허락하는 라미의 말에 레미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의아한 표정으로 순간 멍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늘 레미의 돌격을 단 한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라미였었기 때문이다.
"언니의 말이 정석이야. 왠일로 옳은말을 하네? 맞아, 이기면 그만.
그렇다면 지금의 이 불리한 정국도 뒤집을수 있어."
"그게 무는소리야?"
생각을 하고 꺼낸 의견인줄 알았는데 자신에게 되묻는 레미를 보고 라미는 '그럼 그렇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겨서 요새를 점령하는것만 보여준다면 우리는 우리 할일을 한다.
너희들은 한것도 없으면서 비난만하고 하는게 뭐냐? 라는 반박이 되는셈이지.
언니의 의견대로 일단 공격부터 하는게 맞아."
"하하핫! 그래, 이게 내 지략이지! 내가 안해서 그렇지 나도 한다면 하는 지장이라고?
'... 언니가 아니라 오빠였으면 딱 산적두목같은 느낌이었을지도,
하아. 너무 단순해서 참.'
호탕하게 웃는 레미를 보며 라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바르가스 요새내에서는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소녀가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에게 하이그레로 인사를 올리고있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하이그레 인간 지니.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님을 뵙습니다! 하이그레! 하이그레!"
"오! 오랜만이군. 그런데 어떻게 여기로 왔느냐? 린에게 듣기로는 전선에서
포위당해 고사당하는중이라 들었는데? 난 그래서 죽은줄 알았다."
하이그레 소녀 기사 지니는 시리카처럼 카린이 직접 눈여겨보고 키운 유망주로
카린의 첫 패배때 다리우스가 이끄는 하이그레 인간의 습격에 세뇌되었다.
하이그레 침략군이 대패한뒤 흩어졌고, 포위되어 죽을위험에 처했다고 들었는데,
현재 이 바르가스 요새로 찾아 왔으니 다리우스 입장에선
죽을거라고 생각한 부하가 살아서 눈앞에 찾아왔으니 신기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 저희는 포위당해 식량이 끊겨버린 10일간 빗물만 마시며 어떻게든 버텨왔습니다.
포위망을 뚫을힘도 없었던 저희는 모두 굶어죽을 위기였었죠.
그때 놈들이 포위망을 풀어주고, 식량까지 내준채 길까지 열어줬습니다.
바르가스 요새로 가라고 말이죠."
"진짜 린 네말대로 되었군. 정말 놀랍다."
카린이 세뇌된 그날 린은 흩어진 하이그레 인간들이
이 바르가스 요새로 올것이라고 했었다.
이유를 묻는 다리우스에게는 대륙의 정치와 연관된 얘기라고 하자,
복잡한 얘기를 듣고싶지않았던 다리우스는 더 묻지않았다.
그리고 린의 말대로 패배후 흩어졌지만 살아남은 하이그레 인간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었다. 눈앞에 지니를 포함해서 그 숫자는 1만이나 넘어갔다.
카린이 세뇌된후 불과 3일이 지났음에도 이정도나 되는 인원이
모여들었기에 놀랄수밖에 없었다.
용사가 움직여서 실행한 '충격과 공포의 그지깽깽이다!' 특공작전 이후
초토화 되어버린 하이그레 침략군의 잔당중 하나였던 다리우스가 이 요새에
처음 자리잡았을땐 7천명이었던 하이그레 인간이 2배가 넘는숫자인
1만 8천명으로 늘어나버린 것이다.
"그야 팬티스타킹 병사님은 위대하시니까요! 전신이라는
저희 언니라도 팬티스타킹 병사님께는 이길수없어요!"
"크하핫! 맞다 맞아. 널 세뇌한 덕에 이뤄진 승리지.
그러니 네 능력도 내 능력이라면 맞는말이지 하핫!"
사실상 계획은 린이 다 세운것임에도 그녀는 공을 다리우스에게 돌렸다.
당연히 다리우스는 자신의 능력이라 생각했다.
애당초 하이그레 인간이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온힘을 바쳐
충성하는건 당연하고 당연한 얘기였으니까.
그리고 그 하이그레 인간의 공 역시도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했다.
"다음계획은 뭐냐? 처음보다 유리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놈들 수가
10배 넘게 많다. 방심하다간 괜히 위험할수도 있지."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현상황에 기분이 좋긴 했어도 자만까진 가진 않았다.
몇년전, T백 남작의 전사 소식을 접하고서 충격을 받은 그는 자신의 힘과
세뇌 무기가 있다고 나대면 T백남작처럼 죽을수 있다고 생각한탓에
방심과 자만은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이다.
당시 T백남작은 응축되어 있는 하이그레 세뇌광선을 연발로 쏘는
신무기를 들고 자신있게 나섰지만,
스스로를 너무 과신한 결과로 죽고 말았다.
다리우스는 자신이 T백 남작보다 잘난게 별로 없음을 잘 알고있었다.
'발트 선배의 말이 정확하군. 유능한 하이그레 인간을 측근으로 삼아
중요하게 쓰라는 말을 지금와서 제대로 체감하게 될줄이야.'
그랬기에 그는 자신이 세뇌한 하이그레 인간중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녀석은 적극적으로 썻다.
T백 남작을 전사하게 만든 그 대륙의 미세뇌자 적들을 상대로
자신의 선배 팬티스타킹 병사가 그런방법으로 혼자서 정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안심하세요 팬티스타킹 병사님. 저희 언니가 없는 지금
적의 지휘관이 누군지 뻔하니까요."
"저도 알것 같습니다. 라미일게 안봐도 뻔하죠. 인재는 많지만 군단을 지휘할
군단장의 능력을 가진 인재는 카린군단에 그나마 그녀정도일게 뻔하니까요."
지니의 말에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린 군단은 인재풀이
대륙의 제후중 가장 많았다.
당장에 마스터로만 이뤄진 기사단은 레미의 혈장미 기사단 외에
대륙연합에서 국가들이 모여서 만든 황금사자 기사단 하나밖에 없었다.
물론 숫자는 황금사자 기사단이 2배 많았으나,
그녀를 제외하고 그 어느 제후나 왕국도 단독으로는
그런 최정예 기사단을 보유하지 못했다.
그런 카린으로써도 골치아픈 부분이 있었는데,
수천명 단위의 병력을 지휘할 연대급 지휘능력, 1만명에서
2만명 정도의 병력을 지휘할 사단급 지휘능력을 가진 인재는 데리고 있었다.
허나, 수만에서 10만이상의 대군을 지휘할 군단장급
인재는 그녀에게 대륙사천왕 라미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지휘관으로 라미가 유능하냐면 그건 아니다.
카린의 부재시 , 혹은 그녀가 정예 별동대를 이끌었을시 언니인 레미를 대신해
계속 카린을 대신해서 맡아보다보니 그 경험으로 할수있게 된 것이었다.
다른 대륙4천왕의 경우 레미는 생각이 깊지못하고 단순한 돌격형 선봉장이고,
유미는 사단급 병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그이상을 하기에는 벅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래 카린을 만나기전에 그녀가 병약한 소녀였기에
정신력이나 체력적인 문제로 힘이 들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오는 성격이 성격인데다,
전원이 와이번 나이트로 이뤄진 비룡 기사단의 단장이다.
비룡 기사단의 세부 관리도 부단장이자 1편대장인 시리카가 전부 감당하는 판국인데 그런 레오에게 군단을 맡길수가 없었다.
분명 시리카에게 복잡한일은 다 맡기고 아무생각없이 전투만 할게 뻔했다.
결국 카린은 어쩔수없이 유망주의 육성에 온갖 성의를 다하게 된다.
자신과 대륙사천왕이 직접 부관이나 비서로 데리고 다니면서
케어할정도로 관리하게 된 것이다.
지금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앞에 있는
붉은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소녀 기사 지니 역시
카린이 눈여겨보고 키운 유망주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적장이 누군인지 잘 안다면, 대책도 세우기 쉽죠.
이미 준비해놨습니다. 다리우스님."
"그것 참 좋은 소식이군. 크하하핫!"
이미 작전은 준비되어있었고, 그녀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모여드는 하이그레 인간들과 요새 창고에 쌓여가는 식량과 물자들을 생각하며
다리우스는 크게 웃었다.
다음날 아침 출전 직전 레미가 라미의 막사로 들어왔다.
지금은 총사령관인 카린의 부재로 그녀의 막사를 라미가 대신 사용하고 있었다.
"출전 직전에 무슨일이야?"
"라미. 혹시나해서 묻는거지만, 그걸 쓸 생각은 없어?
네가 그것을 사용한다면 저 요새를 쉽게 함락..."
"레미 언니! 내가 말하지 않았어? 내가 죽으면 죽었지
그 소환주문은 절대 쓰지않겠다고!"
라미는 레미에게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혀서 외쳤다.
그녀가 자신의 언니인 레미에게 이렇게까지 화내는건 매우 드문일이었다.
"알아 기억해. 그래도 요새 공략에 수천이 넘게 죽을수있는데 2020명정도는...
지금까지 전장에서 죽이거나 서스란 학살에서 죽인 숫자에 비하면 별거 아니야."
"거기까지! 무슨일이 있어도 그 소환주문만큼은 절대쓰지않아!
설사 언니와 사생결단을 내더라도! 내게 그걸 강요하지마!"
"암흑마녀라는 이명에 어울리지 않게 성격이 착하네 내동생은, 쯪..."
계속 설득해도 라미가 끝내거절하자 레미는 별수없이 혀를 차면서 포기했다.
"내가 착한게 아니야, 안그래도 몇몇 적들은 카린님을 보고 '마왕'이라는 악명까지
붙이는 녀석들도 있는데 내가 2020명을 제물삼아서 그걸 소환하게되면
전신이라는 이명대신 마왕이라는 이명으로 불리시게 될거야.
그리되면 분명 정치적으로 곤란에 빠지시겠지,
내가 모욕당하고 누명을 쓰게 되는거야 상관없지만,
나로인해서 카린님께 폐가 될바에 자결하는게 나아."
"알았어 알았어. 별수없지, 예정대로 동문은 내가 뚫을게."
"언니가 생각은 없어도 돌격하나만큼은 잘하니까. 언니를 믿고 남문을 공격하겠어."
라미의 말에 서로의 각오를 확인한 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미는 등을 돌려 막사를 나가기직전 잠시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라미를 바라보았다.
"아, 잊을뻔했는데, 유미에게 온 서신은 없어?"
"이미 받았어. 카린님은 정화작업을 받으셨고,
현재 신관의 간호를 받으며 안정을 시키는중이야."
세뇌된 카린을 후방의 보급기지로 이송하는건 3자매중 막내인 유미가 맡았다.
혹여 적들이 카린의 구속을 푼다면 다시 제압하는건 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3명중 방어에 가장 특화된 유미가 그 역활을 맡았다.
"좋아. 카린님께 문제가 없다면 좋은소식이네.
우리힘으로 저 요새를 함락시켜서 카린님 없이도 우리가 강하다는걸 보여드리자고!"
레미와 라미가 동문과 남문으로 부대가 나뉘어 오고있다는 사실을
요새의 망루위에서 부대의 규모를 관찰한 린은 그녀들의 생각을 읽어낼수 있었다.
"남문과 동문으로 부대를 쪼개고, 동문에는 적은 숫자의 군사들이라,
레미의 돌파력으로 시선을 끌고 정면에서 함락시키겠다는 라미의 생각이 보이네요."
린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정작 동문의 방어가 소홀해지면
레미가 방어를 뚫어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리우스는 린의 말을 듣고 고민하는척 했지만, 하이그레 인간의 의견을
잘 들어줄뿐 본인 자체는 머리를 쓰는 타입이 아니기에 린에게 지휘를 맡겨버렸다.
"좋다. 나는 머리 쓰는건 좋아하지 않으니,
지휘는 맡기고 내려가도록 하지. 크흐흐 간만에 손맛좀 보겠군."
"다리우스님이 팬티스타킹 병사님들중 괴력을 가지신덕에 정예기사도 쓰러뜨릴만큼
강하다는건 알지만 혈장미 기사단과 마도 병단만큼은 조심해주세요!"
린의 당부에 팬티스타킹 병사 다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척봐도 자기보다 쎈놈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세뇌무기없이는 들이대지 않는 그였다.
아무리 머리쓰는걸 좋아하지않아도 그정도 눈치와 융통성도 없었다면,
이미 전장에서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전군 공격!"
"와아아아아아!"
라미의 공성명령과 함께 남문쪽 토벌대는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뒤에는 투석기와 공성탑등의 공성병기를 담당한 부대들도 그들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시작됐네. 우리도 가자!"
레미와 그녀를 따르는 기사단은 일부의 기마병들과 함께 말을 타고
동문으로 돌진했다.
어차피 3면으로 공격받는 형태라면 말을 타고
빠르게 움직여 급습하겠다는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미나! 기사들과 기마부대를 지휘해서 성문을 뚫어!"
"네 레미님! 혈장미 기사단 2소대는 나를 따라와!
나머지 혈장미 기사단 소대는 레미님을 따른다!"
혈장미 기사 부단장 미나는 레미의 지시에 따라 10명의 인원을 빼내어
기마대형의 중군으로가 부대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미리 가져온 목책들을 기마의 반동으로 박아버려!"
4명의 기마병의 사이에는 기다란 나무 충차를 연상시키는 끝을
송곳으로 깍은듯한 나무기둥이 있었다.
나무기둥은 기마병의 말에 하나씩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최속으로 돌진해서 그 반동으로 나무기둥을 성문에 박아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푸하핫! 지니님. 쟤네들 미친거 아닙니까?
여기 성문은 강철성문인데 저런방법으로..."
어느 한 하이그레 인간 병사가 그것을 보고 비웃었다.
하지만 지니의 마음은 여유롭지 않았다.
미나 역시 자신처럼 카린이 눈여겨보고 키워온 유망주, 카린 군단에
같은시기에 들어간 동기같은 동료였었기에 그녀는 미나를 잘알고 있었다.
지니가 아는 그녀는 이런 헛짓거리를 할 기사가 아니었다.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거지?"
쿵! 소리와함께 나무기둥이 강철성문에 충돌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무기둥만 파괴되고 주변의 기사병들중에도
그파편에 맞아 낙마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순서대로 성문에 나무기둥을 충돌시켰다.
강철 성문에 나무 기둥을 박아봤자. 강도의 차이가 너무 크기에
성문이 깨질리가 없다.
"당장 막아야해! 나무기둥에 불화살을 쏴!"
하지만 그게 몇번이고, 몇십번이고,
백번까지 한지점만 계속해서 두들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지니는 그제야 깨닫고 급히 명령했다.
하지만 돌격하고 있는 기마병은 너무 빨라서 불화살을 맞추기 어려웠고,
대기중인 기마병은 애당초 화살의 사거리밖에 있었다.
130번쯤 나무기둥이 박히자 일점으로 때려박은
강철성문의 중앙부분이 조금찌그러졌다. 손 하나정도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
별 의미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불과 30분도 안되는 시간안에
공성병기도 없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효과가 있다! 계속해! 나무기둥을 소모한 부대는
사거리 바깥으로 퇴각후 정비! 적의 화살과 투창을 조심하라!"
미나의 외침에 사기가 올랐는지 나무 기둥이 박히는 속도가 올라갔다.
물론 낙마해서 쓰러지거나, 돌아가던중 전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미나는
피해를 입는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순차적으로 돌격을 지시했다.
"당장 성문안쪽에 바위를 밀어넣어! 이대로면 성문이 몇시간도 안되어서 찌그러진다!"
"지니님! 쓸수있는 바위는 전부 남문에 있습니다!"
"뭐? 이런 요새에 린님이 그런준비도 안했을... 아차!"
여분의 바위가 없는건 당연했다.
공성 첫날에 카린이 남문의 전부 베어내버렸고,
토벌대가 있는와중에 바위를 구하러 나갈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산이있는 서문과 절벽을 낀 북벽은 원래 바위를 준비하지 않았고,
동문에 미리 준비한 바위를 남문으로 옮겨둔 것이었다.
애당초 레미의 부대가 1만정도 남짓이었기에
동문에 있는 하이그레 인간도 5천명정도밖에 없었다.
물론 하이그레 인간이 수성측인걸 감안하면 전혀 부족하지 않게 보이겠으나,
문제는 질적차이가 너무 심했다.
"당장에 목책이나 장애물을 성문뒤에 설치해!
저 기마대가 그대로 들어오면 학살이 벌어진......."
성문이 열리고 기마대가 들어오는순간 위험하다고
여긴 지니는 성문뒤에 장애물이라도 둬야한다고 즉시 명령을 내렸다.
그순간 지니는 이상함을 느꼇다. 자신의 명령대로 장애물을 설치한다면,
적군은 쓸데없는 피해만 입고 끝난다.
성문이 파손되긴했으나, 조금 찌그러졌을뿐 완전히 파손되지 않았다.
다른 제후나 장군이 이 하나의 작전만으로 공성을 하는것이었다면
대책없는 작전은 세운 멍청이라면서 비웃어 줬겠으나,
상대는 바로 그 '전신' 카린 밑에서 싸워온 그녀의 측근 대륙사천왕 혈마검 레미다.
지략이 없고 무식하다고 알려졌다해도
전장에서 지낸 세월이 7년이 넘는 그녀가 이곳에 보이지 않았다.
지니는 잠시 생각에 빠져 성문이 파손되면
레미가 그걸 가르고 기사단과 돌격할것도 생각했지만,
이상하다는 느낌을 머릿속에서 지울수 없었다.
"아냐, 분명히 뭔가 있어. 일단 장애물은 설치해!, 그리고......"
아무리 레미가 지략은 없다해도 의미없는 무식한 공세만 반복할정도로
멍청하다면 대륙사천왕이라며 대륙에 명성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레미가 지략에 문제가 있으면서도 늘 언니의 선봉장을 맡아왔던것은
무력만 뛰어나서가 아니야. 그녀는 어디를 언제 공격하는게 좋은지 직감으로 느껴.
전형적인 본능형 무장이라고 할까?'
"그리고보니 아까부터 레미가 한참부터 보이지 않았어!
설마?! 저 성문 공격은 눈속임!"
"으아아아악!"
그순간 쾅! 하고 동쪽 성벽에 우측, 즉 북쪽 성벽의 끝머리에서 굉음이 터지며
성벽위에 있던 하이그레 인간들이 비명을 지르며 성벽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조금 부서진 성벽위에 서있는것은 바로 붉고 검은 대검을 든 레미였다.
"역시 절벽쪽에 가까운 방향이라 허술하긴 하네. 자, 다 쓸어버려!"
미나의 기마대가 시선을 끄는사이에 그녀는 갈고리에 줄을 매달아
혈장미 기사단과 성벽을 기어올라온 것이다.
"팬티스타킹 병사님을 위해 막아! 꺄아아악!"
"이 미세뇌자 녀석들! 아아악!"
성벽위의 하이그레 인간들의 레미와 혈장미 기사들에게 덤벼들었으나,
애초에 초인급인 아세보다 반수에서 한수위의 무력을 지닌 레미를
상대로 덤비는것은 고양이가 탱크에게 덤비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레미는 코앞의 연분홍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을
하이그레 수영복째로 세로로 베어 두쪽으로 토막내어버렸다.
"단장! 하이그레 수영복을 직접 타격하는것은 좋지않습니다!
마나의 소모량을 무시못합니다!"
"칫! 이 망할 하이그레 수영복이라는거, 오러가 아니면 손상도 되지않아서
내힘으로도 힘껏 휘두르지 않으면 한방에 베어버릴수 없다는것 정도는 나도 알아!"
비공식서열 초인인 레미니까 그렇지. 보통의 마스터가
하이그레 수영복을 공격하면서 하이그레 인간을 공격한다는것은 쉽지 않았다.
오러로 파손 시켜도 하이그레 수영복으로인해 파손된 부위에 가해지는
데미지가 경감되어 버린탓에 같은곳을 두번이나 공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다,
하이그레 수영복은 몸통을 감싸는 형태의 의상이기에
사실상 가슴이나 배등의 장기를 공격하는 방법이 어려웠다.
그래서 기사들은 하이그레 인간의 목과 머리를 노렸다.
그곳이 유일하게 쉽게 공격할수있는 급소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카린님이 당하신걸 생각하면
저 하이그레 수영복이란거 당장에 조각조각 내어버려도 부족해!"
처음엔 감정을 실어서 하이그레 수영복째로 베어버린 레미였으나,
그게 쓸데없는 마나소모인것을 그녀도 뻔히 알았기에 부하의 충언에
머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막아! 성벽이 이대로면 장악당!......"
그녀가 가볍게 휘두른 대검에 하이그레 인간들은 머리째로 날아가버렸다.
혈장미 기사단 역시 레미를 따르며 하이그레 인간의 목과 머리를 검으로 꿰뚫었다.
그런 레미와 혈장미 기사단이 활약을 멀리서 지켜본 지니는 하이그레 인간들이
너무도 무력하게 학살당하자 분노에 몸을 떨었다.
당장에라도 손에 든 장검으로 레미를 공격하고 싶었으나, 마스터가 아닌
그녀로써는 레미의 일격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린님의 작전을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데!
벌서부터 쓰기엔 아깝지만 별수없지! 그것을 시작해!"
아직 전투 초반이라 최대한 아껴둘 계획이었으나, 지니는 시간을 끌기위해서
자신이 준비한 패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준비를 위해 급히 성벽아래의 요새내부로 뛰어서 내려갔다.
그렇게 성벽위의 하이그레 인간들을 베어온 레미와 혈장미는 요새 내부의
하이그레 인간들이 무언가 바쁘게 움직이는것을 목격했다.
"단장! 녀석들이 뭔가 하고 있습니다!"
"놈들이 해봤자 뭘 하겠어! 그대로 쓸어버려!
대충 조금만 더 가면 성문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성문을 장악하면 끝이야!"
레미와 혈장미 기사단은 성문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불과 300M의 거리밖에 남지않았다. 그때였다.
"레미!"
"이, 이 목소리는?!"
누군가 레미를 크게 불렀고, 레미는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고는
매우 당황해서 그자리에 바로 얼어붙었다.
레미만이 아니었다. 혈장미 기사단 모두가 경악에 가득찬 얼굴이었다.
"카, 카린님?!"
"말도 안되!"
요새 아래서 보라색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체 장검을 겨누고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카린을 본 레미와 혈장미 기사단 모두는
너무 놀란나머지 굳어버릴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