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2화 하이그레 인간이 되기위한 시작.
회의실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하이그레 인간을 처분하는게 옳다는 사람,
전쟁으로 피폐해진 대륙의 복원에 노예로 인력을 쓰면 되지않겠냐는 사람
즉 처분하자는 강경파와 노예로 쓰자는 온건파로 나뉘게 되었다.
여기서 강경파는 전략여왕 아르체쪽에 속해있었고
그녀는 하이그레 인간을 노예로 쓴다는건 말도 안되는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허나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까지 전혀 계산하지 못한게 그녀의 실책이었다.
더욱이 성녀 시온마저 온건파쪽에 손을 들어주자 회의실의 분위기는
온건파의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물론 시온의 경우에 노예에 대한 욕심이있거나 재건에 대한 인력의 필요성으로
온건파에 손을 들어준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하이그레 세뇌에 당한 하이그레 인간도 원래 같은 대륙인이며 ,
그들 역시 알고보면 피해자이기에 생명을 빼앗는건 너무하다고 느낀것이다.
허나, 아르체 역시 순순히 밀려날 마음이 없었다. 여기서 하이그레 인간을 노예로
삼는다는 의견이 통과된다면 분명 그것은 훗날의 화근이 될 것이라
대륙최고의 전략가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햔제 귀족들의 대다수는 어차피 다 이긴 전쟁이니 만큼 보상을 챙기자는
어리석은 욕심에 눈에 멀어버렸다.
오직 아르체와 그녀를 이해하는 이들만이 하이그레 인간의 위험성에 대해 열심히
말한들. 이미 승리를 확신한 그들에겐 전혀 들리지 않을것이다.
지금의 우세함도 어디까지나 3제와 용사가 이끄는 대륙 최고의 최정예의
특공작전 성공덕분에 하이그레 침략군의 게이트가 봉인되어버리고, 세뇌광선총등
세뇌병기가 쌓여있는 보급기지가 파괴되어버린탓에 나온 상황이었음에도
그 사실조차 잊은체 한숨 돌리고 유리해지자 보상을 찾을 생각을 하고 있는것이다.
작전이 실패했다면 여전히 전황은 최소한 엇비슷하거나 불리했을 것이다.
제 아무리 보호구가 있다한들 결국 물량공세를 하게되면
하이그레가 유리해지게 될 테니 말이다.
"잠깐! 다른건 그렇다쳐도 한가지 여러분들이 간과한게 있습니다!
방금 제나양의 상태를 보시지 않았나요?! 세뇌에서 해제됐음에도 저런 상태인데
그보다 더 심한 하이그레 인간들을 노예로 만들어서 무슨수로!
어떻게! 통제를 하겠다는 겁니까?!"
아르체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리고 이게 그녀가 낼수있는 마지막 한수였다.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하면 결국 귀족들도 욕심을 버릴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욕심쟁이 귀족이라 한들 먹어서 체하는 음식인지 아닌지 정도를 알려주고도
먹을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구속구를 차게 만들면 되지 않소?"
"미친 광인을 상대로 구속구를 채워도 통제가 어려운데
하이그레 인간을 그런식으로 통제하는게 말이되겠습니까?!"
에르체의 말은 배가 툭 튀어나온, 눈으로 척봐도 욕심이 온몸에 가득한
귀족들조차도 망설이게 만들었다.
"확실히, 폭동이라도 일으키면 그게 더 피곤하겠군. 알겠소 전략여왕."
'아, 분위기가 이렇게 되어버리면 안되는데에?!'
아세는 계속 생각을 궁리했다. 원래의 그녀 , 즉 현생의 그녀라면
당연히 아무리 머리를 굴린다한들. 돌머리를 굴리는것같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머리보다 몸쓰는 타입이기도 했으며 , 그녀가 제일 잘하던것이 어릴때부터 해오던
사람패는것이 어느새 적성과 재능이 맞아. 초인의 자리에 오른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각성한 아세는 전생에서 그래도 시험 공부를 했던 한국인. 즉, 아세를 아는사람들이 놀랄정도로 머리회전이 뛰어났다.
물론 그렇다고 전략여왕 아르체라던가 천재적인 이들조차 능가할리는 없으나,
한국인으로써 살아온 그의 경험과 지식등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아세리아? 도대체 무슨 방법을 찾아본다는거죠?
당신도 노예가 탐이 나서 이러는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시온 성녀님의 말씀대로 다 죽이는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저들도 따지고보면 원래 같은 대륙인이고 하이그레 인간이 되고싶어서 된것도
아닌데! 자의로 잘못한게 하나도 없음에도 세뇌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 죽어야한다고요?! 그건 너무나 비 인도적인 조치에요!"
아세의 외침에 수근수근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이그레 인간도 원래는
'같은 대륙인' 그리고 본인들이 원해서가 아닌 피해자로서 당한것 뿐이라는 사실을
아세는 특히 강조했다.
"따지고보면 우리가 좀 더 잘 싸웠다면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당하는 일이
줄어들었을거고! 지금 저렇게 그들은 하이그레 인간이 되었고!
세뇌의 경과가 심한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거잖아요! 저희가 좀 더 잘 싸웠다면
지금 하이그레 인간들중 일부라도 저희의 곁으로 돌아올수 있었을, 흑!.."
"네. 아세리아 공녀님의 말씀이 옳아요. 그들 역시 원해서 하이그레 인간이 된것이
아니죠. 그들이 그렇게 된것은 우리들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결국 아세는 논리적이 아닌 감성적으로 회의를 설득했다.
그리고 그것은 성녀 시온의 지지로 인해서 먹혀들었다.
성녀 시온. 그녀는 다 좋은데 너무 인도적이라는 단점은 가지고 있었다.
하이그레 인간과 전선에서 싸울때조차
심지어 세뇌광선을 맞을뻔하기 직전에 조차도,
하이그레 인간이 죄가 없다는 이유로 죽이지 않았다.
그저, 조종당하고 있을 가엾은 꼭두각시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는 것이다.
"크, 하지만 통제에 대한 문제가 해결이 되지않으면
처분으로 결론지을수밖에 없습니다!"
"저한테 시간을 주세요! 제가 방법을 한번 찾아보고 , 그래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저 역시 처분에 반대하지 않겠어요."
아르체는 통제에 대한 부분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려 했지만 ,
결국 아세와 시온의 의견에 밀려. 어쩔수없이 기간을 주고 결정하기로 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통제가 절대 불가능할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한달만 주세요. 어떻게든 해보이겠어요!"
"아무리 잔당이라지만 지금 우리는 전쟁중입니다. 한달이나 줄 시간 여유는 없어요. 특히 7대 초인 아세리아님의 부재를 그렇게 길게 둘수가 없습니다.
7일. 그이상은 줄수없습니다. 무조건 그안에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아르체는 딱 7일로 잘라서 통보했다. 아세는 아쉽지만 어쩔수없다고 생각했다.
7대 초인중 한명이라는 자신의 부재가 길면 좋지않다는 아르체의 말은
정석적인 논리였기 때문이다.
그후 회의는 사소한 부분의 얘기만하다 끝이났고 , 아세는 실비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때, 성녀 시온이 그녀를 따라서 나오고 있었다.
"아세리아 공녀. 잘하셨어요"
"성녀님? 그게 무슨."
의문을 가지는 아세에게 시온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미소에 아세는 마치 전생의 성모 마리아 같은 따뜻한 느낌마저 받았다.
"회의때 잘하셨어요. 저 역시 하이그레 인간들을 모두 죽이는건 반대하고 있어요.
그들은 그저 조종당했을뿐, 죄가 없으니까요. 헬레나 여신께서도
그들을 가엾게 여기고 계실거예요."
"아 네, 솔직히 모두 죽이는건 잔인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거예요."
사실 원래 목적은 자신이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 수뇌부를 하이그레 인간으로
세뇌시킬 계획이때문이지만, 겉으로는 인도적인 이유를 들었기에
시온은 아세를 아주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왈가닥 아가씨실줄 알았는데.
지금보니 많이 성숙해지셔서 훌륭합니다. 아세라드 공녀님. 후훗"
"아, 아니에요. 별거 아닌데요. 헤헤;"
아세는 시온같은 훌륭한 인격자를 속이자니 양심이 매우 찔렀다.
그런 윤리적인 대의가 아닌, 그저 자신이 하이그레 인간이 되고싶어서,
하이그레가 좋아서, 하이그레를 해보고싶어서, 라는
어디까지나 전생의 취향이었다는 개인적인 이유였는데 말이다.
시온이 그직후 아세에게 인사를 한후 퇴장하자 실비아가 아세의 등을 냅다 후려쳤다.
"아야!"
"아가씨? 도대체 무슨 약을 또 드신거예요?! 아니, 네년 아가씨가 아니지?!
아가씨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지?!"
"실비아! 나, 아세라아 드 레베아 본인 맞아!
그러니 등짝 스매시좀 그만좀 때려! 꺄악!"
아세가 울먹이면서 호소하자 실비아는 그제야 등짝 스매시를 멈쳤다.
솔직히 평소의 그녀를 잘 아는 이들에게는 다른사람이라고 착각을 할정도 였으니까.
원래의 아세라면 하이그레 인간 같은건 신경쓰기 귀찮다면서 회의를 나갈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차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예의없게 회의중일때도 닭다리를 들고와서
우걱우걱 소리를 내면서 먹는 아주 비매너적인 인간이었다.
"그나저나, 어쩌실 거예요? 방법은 정말 있어요?"
"걱, 걱정마. 내게 좋은방법이 있으니까."
'바로 하이그레 인간이 된다는 좋은방법이 말이야. 헤헤헤...'
아세의 속마음도 모른체 실비아는 아세가 머리를 다친뒤 성숙해졌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탄하고만 있었다. '이제야 이 인간이 철이 드는구나!' 라는 듯한
생각이 그녀의 얼굴에도 나타날정도로 감탄과 해탈이 같이 섞여있는 표정이었다.
실비아가 만약 아세의 생각을 눈치챘다면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아가씨께서 이제야 철이 드시려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공작가의 기사이자 아가씨의 부관으로써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해!'
"자, 가자고 7일밖에 안주어졌으니까 서둘러야지!"
"네 아세리아 아가씨!"
아세가 철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실비아는 싹싹한 태도로 바꾸어서 그녀를 대했다.
사실 지금까지 아세가 하도 철이없어서 하도 답답한 탓에 막 대하긴 했지만,
원래 실비아는 아세에게 충성을 다 하는 여기사 였다.
그녀들은 그대로 대륙연합의 전진기지로 이동하여 하이그레 인간을 포로로 잡아둔
포로수용소로 이동했다.
실비아에게 별도의 준비를 시킨 아세는 포로수용소의 하이그레 인간에 대해 관찰한
일지문서를 소장 카타리나에게서 쉽게 받을수 있었다.
"7대 초인께서 직접 이곳에 찾아와주시니 영광입니다!
필요하신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7구역 포로수용소의 수장 카타리나 소장의 과대한 환영인사에 부담을 느낀
아세는 문서만 받고서 그녀에게 물러가라고 말했다.
카타리나 입장에선 군대로 비유하면 헌병대에 갑자기 군단장이 방문한 느낌일테니
당연히 저럴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세는 대륙연합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 그제야 자각할수 있었다.
"응, 그러니까 이게 포로수용소 관리일지라 이거네."
이 포로수용소는 3가지의 분류로 나뉘어서 포로를 관리하는데,
갓 세뇌된 이들은 포로수용소에 보내지지 않는다.
연합측에 다행하게도 세뇌된지 불과 3일도 되지않은 이가 세뇌해제에 성공됐을때는
별 부작용 없이 정상적인 인간으로 되돌아왔다.
이런경우에는 하이그레의 쾌감을 떠올려도 '아 하이그레의 쾌감이 잊혀지지않아.'
정도의, 보통의 마약중독자 정도였다.
그리고 아주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세뇌가 풀려났음에도 극히 드물게
하이그레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이그레 진영으로 탈주한 이도 드물게 있었다.
이들의 경우 하이그레에 대한 혐오감과 수치심을 여전히 가지고는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물론 미세뇌자들에 비하면 확연하게 혐오감과 수치심이 옅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낼수 있었다. 하이그레 차림을 극도로 싫어하던 이들조차,
'그래도 뭐,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같은 느낌으로 수치심과 혐오감이
상당히 희석되어 버린것이다.
"막 세뇌된 이들조차 휴우증이 있다니. 역시 하이그레는 대단해..."
감탄한 아세는 다음 문서를 읽었다. 아차, 하고 혼잣말을 꺼낸사실에 스스로 놀랬으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소장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뒤 다음 문서의 페이지를 읽었다.
다음이 재대로된 분류인데, 문서상으로는 '세뇌 1단계 경과.'
라고 임의로 작성되어 있었다.
하이그레에 세뇌된지 7일, 즉 일주일이 경과되면 이때는 세뇌해제에 성공한다해도
정상적인 생활에 조금 장애가 있었다.
대다수 하이그레 인간의 하이그레 수영복이 아니라 , 자기들이 입고 지내는
일반적인 천을 하이그레의 형태로 만들어서 대리만족을 하는 형태로 지내는 것이다.
하마터면 하이그레 인간과 착각할 여지가 있었기에 대륙연합에서는 구분을 위해
하이그레 수영복과 천의 재질을 확연이 다른 천의 재질로 쓰라고 명령했다.
물론 이들도 어디까지나 속옷대신 하이그레 형태의 속옷을 만들어 착용하는 정도라, 그냥 넘기는 정도였다.
처음에는 이것조차 규제했었으나, 세뇌해제자들이 참다못해 결국 대거 탈주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어쩔수없이 허용한 경우였다.
이들은 하이그레를 잊지못하고 있고 , 스스로가 하이그레의 쾌락을 체험한탓에 음란한 몸상태임을 알고있으나 , 이성적으로 붙들고서 하이그레 천 속옷으로
일단 참으면서 지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대륙연합도 이게 딱히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그려려니 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세는 읽다가 잠시 풉!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푸핫! 하이그레 천 속옷으로 참는다니 왠지 좀 웃길수밖에 없는데?"
그리고 세뇌 2단계 경과부분의 페이지부분. 하이그레에 세뇌된지
한달이 덜 된 경우다. 대표적으로 아세와 같은 7대 초인 제나같은 경우다.
이제부터는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마저 생기는 단계였다. 분명히 세뇌를
해제했음에도 그들은 하이그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거의 없어졌으며,
하이그레에 중독된것 마냥 하이그레를 떠올리기만 하면 제나처럼 발작하면서
하이그레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하이그레를 했으나 ,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절망하며 하이그레를 찾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이정도면 주기적인 관리하에 경우에 따라서 정상으로 복귀할 여지가
어느정도는 있었다.
제나의 경우도 하이그레를 떠올리지 않고 지낸다면 지내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전투할때 하이그레를 보지않기위해 눈에 안대형태의
마도구를 사용해서 적을 식별해서 싸우고 있었다.
하이그레를 떠올리며 발작한 제나의 모습을 기억한 아세는 그녀를 최대한
빨리 하이그레 인간으로 다시 되돌려주겠다고 맹세했다.
"힘들겠네 제나. 내가 빨리 하이그레 인간으로 되돌려줄게."
마지막 세뇌 3단계 경과부분의 페이지는 다음과 같았다.
하이그레에 세뇌된지 한달반을 넘어 두달이 되어버린 경우.
이때는 세뇌해제를 해도 되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었다.
심지어 세뇌해제에 성공하기도 힘들었다.
분명히 하이그레 인간에서 세뇌해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들은 하이그레 인간의 사고방식과 인식을 갖고있었기 때문이다.
"나바르 오빠도, 그렇게 내손으로 죽였지. 조금만 더 빨리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다면.. 죽이지 않을수 있었을텐데."
같은 7대초인 중 한명인 나바르가 저 경우에 속했다. 7대 초인이라는 전력이 아까운 연합측은 세뇌된 그를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다했다.
심지어 7대 초인 넷이 함정을 파고 협공해서 사로잡은뒤 , 마탑에서 세뇌를
해제시켰음에도 그는 하이그레 인간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햇다.
하이그레 수영복이 없다면 하이그레 진영쪽으로 어떻게든 탈주해서 다시 하이그레
인간이 되어 자신들에게 적대했기에 아세는 협공을 통해 그를 죽일수밖에 없었다.
아세의 망나니같은 성격을 털털하다고 잘 받아주던 나바르 였기에 ,
당시 그녀는 그의죽음에 슬픔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있네? 3단계가 끝 아니었어?'
마지막에 적힌 페이지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00일이 넘어간 하이그레 인간의경우. 세뇌해제든 무슨수를 써도 의미가 없다. 라고
"당연하지. 오히려 나는 이 세계의 사람들이 하이그레 인간에 대응해서
잘 싸우고 있는게 이상하다고 여길 정도라고 아아.. 나도 빨리 하이그레 인간이 되서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 하이그레 인간이 되고싶어."
그때 카타리나 소장이 들어왔다. 아세는 태연한척 소장을 맞이했다.
"아세님. 포로수용소의 포로를 준비시켰습니다.
혹시 모르니 레그 슈트를 장착하시고 가시지요."
"알았어. 수고했어 카타리나 소장."
레그 슈트란, 하이그레 세뇌 광선총의 세뇌 광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도 보호구이다.
하이그레의 반 하이그레의 느낌을 주기위해 그레 부분만 반대로 바꿔서
레그 슈트라고 명명했데나. 설계자는 3제중 한명인 대마도사 네티.
겉보기엔 12세의 로리지만 실상은 90살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다.
"네티 그 로리 할머니도 참 작성센스가..."
투덜거리면서 레그 슈트를 갈아입은 아세는 순간
레그 슈트의 형태가 어디선가 많이본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뭐야. 이거 견갑하고 보호대 부분을 빼면, 사실상 스쿨미즈 아머 잖아 이거?"
레그 슈트의 외형적 형태는 스쿨미즈에 보호 아머를 부착한것과 유사해보였던 것이다.
실비아 역시 레그 슈트로 갈아입고 아세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타리나 소장과 함께 그녀들은 포로수용소의 깊은 지하로 향했다.
무려 지하 6층이라는 깊은 위치에 있는 감방이었다.
"아무리 레그 슈트를 착용하셨어도 걱정이 됩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제가 옆에서.."
"아니야, 이래뵈도 7대초인중 하나인데
혼자서 팬티스타킹 병사를 만나는것도 안된다고?"
"그 외계 침략군들이 무슨짓을 할지 알수가 없으니까요! 다른 초인들도
세뇌당한 전적이 있는데 아가씨라고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으시잖아요?!"
그말에 실비아는 그들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허나 아세는 당연히 듣지 않았다.
애초에 하이그레 세뇌를 받기위해 찾아왔는데 실비아가 있으면 안되지 않은가?
"걱정안해도 되니까 밖에서 대기해.
괜히 그 팬티스타킹 병사라는 작자가 너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어떻할거야?"
"혹시라도 무슨일 생기시면, 소리를 크게 외쳐주시길.
그게 호위부관으로써의 제 할일이에요."
아세가 자꾸 거부하자 실비아는 어쩔수없이 위층 감방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실비아가 사라지자 아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감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사지가 마법처리가 된 쇠사슬에 묶여있는 팬티스타킹 병사가 있었다.
"뭐야 넌. 여자? 꽤 예쁜데? 뭐 때메 여기왔지?
어, 어어, 너는 미친 마녀! 으아악! 읍!"
누군지 못 알아보다가 아세의 얼굴을 쳐다본 팬티스타킹은 비명을 질렀다.
전장의 미친 마녀. 하이그레 진영에서 아세에게 당한뒤 붙여진
그녀의 별명이기 때문이다.
"조용! , 큰소리를 내면 제 부관이 들을지도 몰라요!"
읍읍 거리던 팬티스타킹 병사는 아세가 자신을 해치려 하지않자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우뚱 했다.
하이그레 인간과 팬티스타킹 병사의 머리를 전장에서 주먹으로 터트리던
여자가 갑자기 왠 바람이 불어 친절하게 대하나 싶었던 것이다.
이에 아세는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었다.
어차피 외계의 존재니 전생에 대해서도 아주 안믿지 않고
그려려니 할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약간의 거짓은 섞긴했다.
자신이 전생의 세계에서 하이그레 인간이었다는 거짓말을 말이다.
"그러니까... 너는 파티에서 술을 쳐먹다 재수없게 베란다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다쳤는데, 그걸로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고,
예전 생에서는 하이그레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거군."
"네 팬티스타킹 병사님. 부디 제가 하이그레 동료들과 팬티스타킹 병사님들의
머리를 주먹으로 터트리는것에 대해서 사과드릴게요!"
아세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이 우스꽝 쓰러운 작자에게 고개를 숙여
상전으로 모시려니 좀 거북하긴 했지만, 자신이 하이그레 인간이 되면
어차피 상전으로 모실 존재인건 마찬가지다.
하이그레 인간은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봉사할때 기쁨을 느낀다고 했으니까.
아세 자신 역시 아마 하이그레 인간이 되면 그럴것이기에
지금 미리 비위를 맞쳐줘서 기분이 조금 거북한 정도는 차후를 위해선
별거 아니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팬티스타킹 병사는 쉽게 믿을수 없었다. 솔직히 자기동료들 머리를 주먹의 건틀릿으로 깨부수고 다니던 여자가 저런 태도를 취하면 어떻게 바로 믿겠는가?
"날 속이려고 드는군 미친 마녀. 내가 아무리 바보같이 이곳에 사로잡혀있다해도
너 같은 멍청이의 연극에 속지는 않아."
"그럼.. 어떻게하면 믿으실건가요?"
"그 레그 슈트를 벗고, 알몸을 보여봐. 그럼 믿어주지."
팬티스타킹 병사는 솔직히 손해보는 구석이 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그는 잃을게 없었다. 이 깊은 지하감옥에 갇힌게 몇개월째였다.
아세가 만약 연극이라면 그녀가 당황해하면서 분노하는 모습을 볼수 있을 것이다.
'미친 마녀가 당황하는 모습이라. 죽기전 마지막으로 보는 광경으론 나쁘지 않겠군
쿠쿡..'
그렇게 생각한 팬티스타킹 병사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더 이상 갇혀있기도 힘들어서 죽는게 낫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아세가 화를 내고 자신의 머리통을 퍽! 하고 박살내준다면
그는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지금 그의 생활은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네 알겠어요 팬티스타킹 병사님. 그렇게해야 믿으시겠다면.."
아세는 주저없이 레그 슈트를 벗었다.
팬티스타킹 병사앞에서 당당한척 하려고 했지만,
현생의 여자로서의 본능이 있어서 인지
왠지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허참 사실이라고? 그런말도 안되는..."
팬티스타킹 병사는 아세의 태도를 보고 그녀가 연극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얼굴이
빨개져서 부끄러워 하면서도 유두와 보지를 가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연극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엔 아세의 표정이 너무 리얼했다.
그리고 전생이 어떻든 간에 그녀가 예전에 하이그레 인간이었다니 땡잡았다고
생각해서 바로 명령을 내렸다.
"그래! 그럼 당장 이 쇠사슬을 풀어서 날 해방해."
"죄송하지만 지금 그걸 풀면 연합에 척살당할수 있어요.
팬티스타킹 병사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말에 팬티스타킹 병사는 '망할' 이라고 내뱉었다. 아세는 그말에 조금 측은함을
느꼇다. 이런 춥고 어두운 곳이라면 자신도 괴로울 것이다.
감방안의 바닥을 보니 먹던 그릇에도 거의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듯한 느낌의
스프가 있었다. 너무 배고파서 먹긴 먹었으나 , 구역질이 나서 결국 다 먹지못하고
뱉어낸 것으로 보였다.
"저기, 일단 이거라도 드세요."
"오오옷! 빵이다! 드디어 먹을만한걸 먹어보는구나!"
아세가 몰래 주머니에 챙겨온 빵 하나에 팬티스타킹 병사는 환호성을 질렀다.
저런걸 계속해서 먹었으니 , 빵 한조각이라도 지금의 그에게는 진수성찬일 것이다.
"팬티스타킹 병사님. 일단 제가 환경 처우라도 어떻게든 개선해볼게요!"
"날 풀어주면 너도 위험할건데? 아무리 네가 7대초인이라해도
그중 섬광의 제나와 폭염의 사라를 제외하면 네가 제일 말석일건데?"
7대 초인중 아세의 위치는 5위. 죽은 나바르와 하사신은 3위와 4위였다.
그리고 제나와 사라는 6위와 7위의 실력자이다.
당연히 적의 주력이니 하이그레 진영에서도
주의하는 대상이기에 신상정보를 최대한 잘 알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네임드의 정보를 파악하는건 당연히 기초중의 기초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말이죠 사실은.. 소근소근..."
아세는 팬티스타킹 병사에게 회의때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렇군. 너는 내부에서 수뇌부들을 세뇌시킬 계획을 갖고있다 이거군. 하하핫!
아주 훌륭해! 정말 훌륭해! 그리고 내가 네게 설득되어 협조한다고 알려지면
내 처우도 개선할수있고, 이 망할 감방에서 벗어날수 있다는거군!"
아세의 계획을 들은 팬티스타킹 병사는 웃을수밖에 없었다.
"네. 그러니 하이그레 세뇌광선총이 필요한데, 그걸 구할 방법은 없을까요?"
"아쉽게도, 광선총을 구할방도가 없을것 같다. 하아!"
"네에에?!.."
아세는 처음 시작부터 큰 난관에 부딪칠수밖에 없었다.
팬티스타킹 병사의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용사와 3제의 특공에 의해 게이트가 봉인되어 버려서 지원이 끊기고,
보급기지마저 3제 대마도사 네티의 메테오 마법에 쓸려나가버린탓에
광선총의 재고는 찾기 엄청나게 어려워져 버린 것이다.
"내가 아는바로는 마지막으로 남은 광선총의 재고 대다수는 네티의 마탑 창고에 있다. 연구용으로 뒀다는 소문을 들었지."
"으응, 아무리 저라고 해도 그곳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방법은 없는데..."
'이래서야 하이그레 인간이 되겠다는 첫 계획부터 꼬이는데?'
난감한 표정을 끝으로 둘은 감방안에서 멍하니 있을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