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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화 〉[구출 작전] (130/131)



〈 130화 〉[구출 작전]

"사령관님."

다이아몬드 전선의 지휘권을 맡고 있는 아델의 방에, 누군가 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병사는 그녀와 오랜 기간 함께했던 직속 호위대의 병사이자 지휘관인 케이겐이었다. 그가 품속에 들고 있는 문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서인 것 같았다. 그녀는 조금 냉랭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케이겐에게 장난스레 물었다.

"자네가 내게 몰래 사랑을 고백하려 여기 들어온 건 아닐테고, 무슨 일이야?"

"하하.. 장난치지 마십쇼. 수색을 나갔던 벨라토르 중대와 인류 보안부 대원들이 방금 복귀했습니다. 그들이 왜 수색을 나갔는지는 그쪽에서 정보를 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그는 아델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문서를 살포시 올려놓으며 아델의 눈치를 살폈고, 아델은 내려놓아진 문서 사이사이 보이는 사진들을 보았다.

"이건 뭐지?"

"....지옥 군세에게 함락당한 브로취른 전선 아시죠?"

"그야 알지."

"그 전선을 기준, 동남쪽 지형을 샅샅이 찍은 위성 사진들입니다. 방금 전 우주 궤도 기지에서 보내왔습니다."

"왜?"

아델이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 케이겐도 그녀처럼 잘 깨닫지 못한다는 표정이었으나, 아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위성 사진을 보시죠. 이 위성 사진을 확대해보면.... 차량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군."

"이 차량 안에 현재 최우선 호위 인물이 탑승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어느 악마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원 병력을 급파할까요?"

"흐음...."

아델은 그녀의 결정을 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연방의 최중요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현재의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만한 자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는가. 안그래도 다이아몬드 전선은 어림잡아 수십억의 악마들을 막느라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전선이며, 더이상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곳이었다.

케이겐은 그런 아델의 눈치를 금방 읽고는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직속 부관으+로서 함께한 7년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으니.

"아무래도, 지원은 포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희측의 피해를 무시하면서도 그쪽으로 갈 수도 없는 법이고, 재수 없으면 지옥 군세의 함정일지도 모르니까요. 지금으로썬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병력과 벨라토르 중대, 인류 보안부 대원들 모두 중요한 전력입니다."

"...(어찌해야 하는가. 케이겐의 말대로 중요 인물을 붙잡아두고 우리의 지원 병력을 몰살시키려는 악마들의 계락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적진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자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인데....)"

눈을 감고 고민하는 아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케이겐은 그녀의 답변만을 초조히 기다리며 헬멧을 푹 눌러쓸 뿐이었다.

"저희가 하죠."

"?"

뒤에서 들려온 자신만만한 음성에, 케이겐이 뒤돌았다. 활짝 열린 사령관실의 문앞에는 새카만 군복을 입은 어느 병사가 서있었다. 가슴팍에 인류 보안부의 문양을 새긴 그녀는 왼쪽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었는지, 피가 묻은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 여긴 함부로 들어오면 안되는 곳이다. 당장 나-"

제스는 자신을 가로막는 케이겐을 살포시 밀며, 아델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녀는 아델의 테이블 위에 놓인 문서를 집어들어 위성사진을 훑어보고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저희가 할  있습니다."

"보안부인가."

케이겐이 그의 글라디오에서 손을 떼며 을러댔다. 그는 이곳에 함부로 들어온 이들을 경계하며, 아델의 신변을 보호할 준비를 마친지 오래였다.

"아, 소개가 늦었군요. 미안합니다. 저는 로스토크 제 2 보병연대의 피터 소위를 호위하는 임무를 받은 인류 보안부 제스 준위입니다."

제스는 그에게 진정하라는 것처럼 제스쳐를 취하곤 가슴팍에서 인류 보안부의 문양이 담긴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들었다. 인류 보안부의 인원들에게 지급되는 이것은 연방의 장교들이라면 널리 알고 있을만큼 강압적인 것이기도 했다.

"자네들이 여기 배치된 보안부 대원들..?"

"뭐, 보위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죠. 저희는 이 위성사진 속 차량의 중요 인물을 호위하기 위해 투입되었습니다. '여러분'을 위해서가 아니란 말. 더이상 드릴 말씀은 없겠죠?"

"그런 녀석들이 여기엔 왜 온거지? 너희들이 움직일만큼 중요한 인물인가?"

"...말하면 입이 아플정도지요. 아무튼, 저희와 같이 온 벨라토르 중대는 이곳에 계속해서 배치해두며 다이아몬드 전선을 수비할테니 전력이 감소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사령관님, 어쩌실겁니까? 이들에게 맡길겁니까?"

"결정하시죠. 아델 사령관. 당신들이 당신들  깎는걸 두려워하며 미래의 도움이  자를 버리든지, 아니면 우리에게 맡겨서 하나도 손해보지 않는 결정을 하든지. 당신들께선 저희가 탈 차량만 내주시면 됩니다."

제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델을 보았다.

"후우."

아델은 그저 한숨을 쉬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녀는 연방군의 문양이 새겨진 금색 듀퐁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금 듀퐁 라이터라.)"
(*연방에서는 뛰어난 장교에게  듀퐁 라이터를 진급시 특별 선물로 하사한다.)

아델이 쥐고 있는 라이터를 보며 제스는 아델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능력이 뛰어난 자임을 깨달았다. 적어도 자신이 맘대로 쥐고 흔들 수 있을만한 자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들이 차량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솔리드와 브로취른 전선을 거쳐 반파된 차량으로는 구출 작전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적어도 아델 사령관이 자신들에게 차량 정도는 허용해주어야 능동적인 구출 작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었다. 라미엘이 이끄는 벨라토르 중대와 그들의 수송선은 이 전선의 큰 전력이 되주고 있었기에 그들을 이끌고 구출 작전을 진행한다면 아델이 반발할 가능성이 컸다.

"(라미엘씨와 그 중대는 실질적으로 피터 소위를 호위하기 위해 투입됐지만, 명목상으로는 이 행성을 지원해주려고 투입된거란 말이지. 아델 사령관이  부분을 집요하게 찔러댄다면 반박하기가 힘들어.)"

제스가 '저희'만 움직이겠다고 말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아델이 반박할 점까지 충분히 보완한 그녀는 아델에게 딜을 건 셈이었다.

"...좋아."

"?"

"자네들이 탈 만한 수송 차량들을 지원하겠어. 다만, 수송선들은 현재 공항과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물품과 병력을 운송하고 있기에 맡길 수는 없네. 악마놈들의 공격으로 벌써 40%의 수송선이 파괴되었거든.  구출 작전으로 수송선을 한 기라도 잃을수는 없어."

"....알겠습니다. 아델 사령관. 저흰 그걸로 괜찮습니다. 차량을 준비해주시죠. 곧 출발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제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차량은 얻어냈다. 이제 자신들이  일은 피터 소위를 어떻게든 구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고..?"

"수송 차량과 함께할 내 병사 4명을 지원하겠어."

"지원을 해주겠단 말씀입니까?"

케이겐이 반발하듯 소리쳤다. 그러나 아델은 그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며 진정시켰고, 제스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 4명은 *명왕성 특수 저격병단에서 우리쪽으로 편입된 자들이지. 사격 실력은 이 전장에 있는 수십 수백만의 병사들 중에서 단연 최상이라고 할 수 있어. 이들을 데려가면 어느정도 도움은 될거야."
(*명왕성에서만 특별히 양성되는 저격수들. 덮기만해도 어느 온도에서든지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설표 망토를 덮고 있다.)

"...그거 고맙군요."

"자네의 말을 믿겠어. 연방의 미래가 될만한 자를 구출하는 거라는 말."

"걱정마시죠."

제스가 뒤돌아 문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델은 담배를 댐배를 터는 그릇에 지져버리고는 케이겐을 불렀다.

"케이겐."

"예. 사령관님."

"날 이해할 수 없나? 내가 잘못된 선택을 내린건 아니겠지?"

부관에게 묻는 아델은, 어딘가 걱정스러운 감정이 가득했다. 케이겐은 그런 아델을 위로하며, 차선책이었다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옳은 선택을... 하신겁니다. 차선책이었어요."

"후우...."

아델은 자신의 얼굴을 맨손으로 세수하듯 문지르고는 방금 나간 그들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케이겐, 그들에게 당장 수송 차량 2대와 명왕성 특수 저격병들을 지원해줘."

"...알겠습니다. 수호."

.
.
.
.

[까가가각-]

넓은 황야 위에 놓인 수송 차량이 장갑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차량의 천장에서는 보라색 갑주를 입은 마리가 흥분한 표정으로 마구 차량을 흔들고, 장갑을 종잇장처럼 찢고 있었다.

"이거나 쳐먹어라. 이 미친년아!"

차량 안에 있던 칼리브레가 욕설을 지르며 장갑이 찢어진 틈새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곧이어 마리의 갑주에서 총탄이 튕기는 금속음과 함께 마리의 비웃는듯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틀렸어. 저 빌어먹을 악마년이 뭘 한지는 몰라도, 이제 우리 총탄 따위는 갑주에 씨알도 안 먹힌다고."

칼리브레는 총구에서 나오는 연기를 후 불며 불평했다. 피터는 그런 칼리브레에게 흥분하지 말라 말하며, 테일런을 돌아보았다.

"제기랄... 테일런, 이제 정말 방법은 없는건가? 마리를 쓰러트릴 방법이 없는거야?"

"...현재 상황으로는 힘듭니다. 중기관포를 사용한다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저희가 가진 *성탄으로도 저년의 갑주를 뚫지 못하면 소용이 없어요. 저 악마가 초근접한다면, 철갑고폭 유탄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갑주를 짓이겨버릴 수 있겠지만 그럼 여기 있는 인원은 다 죽을겁니다."
(*인류 보안부에서 만들어낸 탄환. 악마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힘.)

"지원 병력은 언제 온다는거야? 이러다간 다 죽고 나서 오겠는걸! 벌써 4명이나 밖으로 끌려나갔다고?!"

코리는 찢어진 장갑 틈새로 들어온 마리의 손이, 지금까지 4명의 대원을 끌고나간 걸 다시금 일깨웠다. 마리는 마치 어두운 상자안에서 원하는 장난감을 뽑듯, 피터가 얻어걸릴 때까지 차량 내부로 이리저리 팔과 창을 휘두르며 살육을 이어가고 있었다.

"(젠장. 구출 병력이 오지 않으면 길게 버텨봤자 1시간도 힘들어. 우린 다 뒤질걸. 대체 다이아몬드 전선 놈들은 어쩔 생각이지?)"

"테일런, 그럴바엔 차라리 모든 장비를 총동원해서 결전을 벌이는게 낫지 않겠어?"

"진심입니까? 소위님."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다들 하나씩 죽을거야.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 20명 남짓이라도 있을때, 사활을 걸어보는건 어떻냐는거지."

"....밖으로 나가서 싸우잔 말입니까?"

"그래. 네가 말한 철갑고폭 유탄이면 어떻게든 마리, 아니. 퍼플 윙의 갑주를 짓이길  있다며. 그때를 노려서 화력을 퍼부어버리면 어떻게든 될거라고."

"그것도 미래 예지 능력으로 본거요?"

"...아니. 지금같은 상황에 미래 예지 따위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 난 내 목숨이 위험할때나 깊은 잠에 빠진 상황 아니면 예지는 못한다고. 내가 원할때 되는게 아니란말이지."

"결국 도박을 해보자는거군요."

"잘 알아듣는군. 역시 베테랑이야."

"(제길, 인정하긴 싫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소위의 말이 그래도 제일 가망있다. 병력과 장비가 남아 있을때 목숨을 걸고 싸워봐야해. 이렇게 하나하나 죽어가다간 희망이 없다.)"

테일런이 고민을 하며 끙끙거리는 모습에, 피터가 말없이 천장을 쳐다보았다. 갈기갈기 찢겨 수많은 틈새가 생긴 두꺼운 차량 천장에는 마리의 모습이 이따금씩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기대하고 있어라.  손으로 네 집착을 끝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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