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5화 〉[아드라말렉의 분노 1] (125/131)



〈 125화 〉[아드라말렉의 분노 1]

"아드라말렉님."

어느 타락자 하나가 시체 옥좌 위에 앉은 아드라말렉에게 무릎을 꿇으며 보고하기 시작했다.

"아보림님이 죽었습니다. 방금 막 그분의 시신을 거두었습니다."

"..."

"그리고, 퍼플 윙님이 맡고 계셨던 미래 예지 능력자가-"

"설마  자가 탈출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타락자에게 경고하듯 눈가를 찌푸린 아드라말렉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타락자는 가여울정도로 바들바들 떨며, 그에게   한 자 말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

"크아아아-!"

타락자의 머리를 잡아 들어올린 아드라말렉이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그의 쩌렁쩌렁한 울부짖음이 전선 내부를 가득 채울정도였다. 아드라말렉의 분노가 담긴 함성을 들은 악마들과 타락자들은 납작 엎드리며, 그들의 주인의 분노가 빨리 잦아들기를 빌었다.

"너희들은 항상 실패만 하지! 고작 그 인간 하나를 관리 못한다는 것이냐?! 쓸모없는 새끼들! 너희는 전부 가축행이다."

"아, 아드라말렉님, 그가 혼자 탈출한 것이 아니라 놈들의 구조대가 이곳으로 온 것-"

"닥쳐!"

아드라말렉은 그대로 붙잡은 타락자의 머리를 사과 으깨듯 으깨버렸다. 그의 넓은 손바닥에 타락자의 뇟조각과 핏덩이들이 끈적하게 묻어났다. 그는 자신의 손에 묻은 더러운 흔적들을 탁탁 털어내며 그의 도끼를 집어들었다. 그가 그의 무기를 집어들자, 나이트 크롤러 몇몇들이 다가올 사냥을 알아차리며 조용히 웃었다.

"전부 없애버려라. 나, 지옥의 돌격대 수장 아드라말렉이 명하노니. 이곳에 침입한 인간들의 목을 전부 내게 가져와라. 그들의 해골과 내장으로  옥좌를 적셔야겠다."

아드라말렉은 분노가 가득 담긴 말을 내뱉고는 어느 나이트 크롤러를 불렀다.

"네놈은 가서 *흑악을 풀어주어라. 놈을 풀어 감히 우릴 침공한 놈들을 전부 찢어죽여야겠다."
(*검은 악)

"진심이십니까? 아드라말렉님."

"당장!"

나이트 크롤러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아드라말렉은 그런 악마의 모습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고, 이내 자신을 올려다보는 악마들과 타락자들을 향해 돌아보며 전투 의지를 북돋우는 함성을 질렀다.

"쿠워아아아아아아-!!"

"와아아-!"

"붉은 지옥에게 영광을! 사악한 자들에게 영광을!!"

아드라말렉의 분노를 불러오는 함성이 타락자들과 악마들 사이로 속속들이 퍼져나갔다.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감도는 폭발적인 감정을 느끼며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
.
.
.

"제기랄! 좌측에 *헬 혼 출현! 놈이 이쪽으로 달려옵니다!"
(*거대한 날개와 도끼를 가진, 10m 이상의 악마. 이마에 커다란 외뿔이 나있는 악마임.)

벨라토르 중대원 하나가 다급히 외쳤다. 테리우스는 그 즉시 좌측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놈의 위압감있게 쿵쿵거리는 발걸음은 일반인이 보았다면 그 자리에서 까무러쳐 기절할만큼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테리우스와 그의 벨라토르들은 굴하지 않았다. 테리우스가 내린 지시에, 6명의 벨라토르 *특임병이 제트풋을 발진시키며 15m 이상을 높게 날아올랐다.
(*벨라토르 중대 내에서 특수한 임무를 맡는 군단원들.)

그들은 그들이 가진 망치와 롱 소드, 전쟁 도끼들을 높게 쳐들며 헬 혼의 불경한 육신을 향해 그들의 무기를 내리쳤다.

연방의 강력한 고화력 무기조차 뚫기 힘든 헬 혼의 가슴팍이 어느 벨라토르의 도끼에 의해 깊숙한 상처가 나며 검은 피를 흩뿌렸다. 헬 혼은 고통이 담긴 괴성을 내지르며 그를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으나, 같이 뛰어들었던 다른 벨라토르가 그녀의 롱소드로 헬 혼의 힘줄을 자르며 팔을 툭 떨궈버렸다.

"머리! 머리를 노려라!"

자신에게 더러운 턱을 들이대는 나이트 크롤러의 얼굴을 양손으로 짓이겨버린 테리우스가 외치자, 전챙 망치를 들고 있는 벨라토르 특임병 하나가  혼의 뿔을 강력하게 후려쳤다.

이 공격은 헬 혼에게 제대로 먹혀들어가며 놈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크르르르..."

라미엘에게는 비교가 되지 않으나, 그럼에도 강력한 번개가 군단원의 망치에서부터 헬혼의 뿔을 타고 온몸에 흐르며, 놈에게 끔찍하도록 찌릿한 고통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러나  혼은 자신의 위대한 뿔이 부러지는 충격에도 그의 도끼를 휘두르며 자신의 뿔을 부러트린 자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헬 혼의 도끼를 맞은 반신은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땅에 떨어졌다.

"에키드가 당했다!"

"하이가르, 테넷! 둘은 목덜미를 베고, 나머지는 그대로 목을 찔러!"

특임병 분대장의 지시에 맞춰 5명의 벨라토르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헬 혼의 뒷덜미를 그대로 베어버리자 놈이 팔을 이리저리 뒤흔들며 잡으려고 들었고, 그때를 놓치지 않은 3명의 벨라토르가 놈의 목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써억-]

[파삭!]

{촤악-!]

도끼와  소드가 헬 혼의 목을 파고들었다. 세 벨라토르들은 그들의 제트풋에 발진을 더욱 올리며 그대로 그들의 무기를 밀어올렸고, 헬 혼의 목은 뼈가 잘리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잘려 땅으로 떨어졌다.

[쿵-]

.
.
.
.

아드라말렉에게 명령을 받은 나이트 크롤러가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밖에서는 이미 전투가 벌어져 시끌벅적한 소음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중이었다.

"여기였지."

나이트 크롤러는 사슬 수십개로 묶인 거대한  앞에 섰다. 그는 사슬들을 한곳에 연결해 묶어놓은 튼튼하고 두꺼운 자물쇠에 다가가, 양손으로 그것을 강하게 붙잡았다.

[까가가가각-]

자물쇠가 나이트 크롤러의 악력을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챙그랑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나가떨어져 땅바닥을 굴렀다. 나이트 크롤러는 사슬들을 전부 잡아 뜯어내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흑악이여."

방 한가운데에 수많은 사슬에 묶인 검은 악마가 나이트 크롤러를 노려보았다.

"아드라말렉님의 명령이오."

"...무슨 명령이냐?"

"여기서 풀어줄테니, 밖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죽이라는 명령이지."

"하하하하하하!"

"...."

"좋아. 좋구나. 아드라말렉이 드디어 내게 자유를 주려고 하는군."

"....아드라말렉께 존칭을 붙이시오. 실패한 찬탈자야. 뭐, 짧은 자유지만 그래도 달콤할거요."

"흐, 그 자의 자리를 넘보려는 나를, 이리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

나이트 크롤러가 말없이 검은 악마의 사슬을 뜯어 풀어냈다. 검은 악마는 잠시 몸을 푸는가 싶더니 나이트 크롤러를 강하게 후려쳐 벽에 꽂아버리곤 손쉽게 자리를 벗어났다.

"아드라말렉의 자리를 빼앗는것도 좋지만, 반항하지 못하는 미개한 자들을 학살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는 일이지."

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어두운 방안에서 복도로 움직였다.

.
.
.
.


"좋아, 일단은 해치웠군! 키아나!"

쓰러진  혼의 시신을 경멸의 눈으로 쳐다본 테리우스가 키아나를 향해 통신을 연결했다. 악마와 타락자들이 찢겨 죽어가는 소리가 멎고, 드디어 키아나의 목소리가 응답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그쪽은 어때?! 제스 준위와 피터 소대의 잔존병들 말야!"

"지금 수송 차량으로 이동중이야! 하지만 지옥 군세 놈들이 끔찍할 정도로 달라붙는걸! 좋은 상황은 절대 아니야! 당장 여기서 탈출해서, 다이아몬드 전선으로 후퇴해야겠어."

"제길, 중대장님은! 라미엘 중대장님은 어디있는지 정보 들어온  있어?"

"...아직. 하지만 괜찮으실거야. 네가 그랬잖아! 그분을 의심치 말라고."

"알았어. 수송 차량에서 대기하라고! 이쪽도 슬슬 밀리고 있다! 한 놈을 쓰러트리면  놈이 튀어 나와서 발악을 해댈정도야."

"테리우스, 수송 차량에는 보병들을 태울테니 우리는 곧 도착할 팔콘 수송선에 탑승하면 될거 같아. 그들이 수송 차량으로 여길 벗어날 때까지 우리가 버텨야 할거야."

"..."

"테리우스? 무슨  생겼어? 이봐-"

테리우스가 그의 통신을 끊었다. 그를 가만히 노려보는 무언가의 시선이, 테리우스의 신경을 아주 날카롭게 건들고 있었다. 테리우스라는 반신은 그것이 누가 가진 시선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견줄만한 자. 자신이 싸워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자.

"벨라토르여, 네놈이 이들의 지휘관인가."

악마 하나가 거대한 턱을 씰룩거리며 테리우스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특이하게도 온몸에서 검은빛을 띠는 자였다.

놈은 어느 벨라토르에게서 뽑아낸 헬멧을 손에 쥐고 손가락을 느릿하게 움직였다. 테리우스는 그가 들고 있는 헬멧 옆에 적힌 이름을 보며, 자신이 가장 믿고 있던 자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자는 내게 아주 약한 상처만을 입힐  있었지."

자신이 들고 있던 벨라토르의 헬멧을 툭 떨어트린 검은 악마가 그것을 발로 밟아 으깼다. 파삭하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벨라토르의 헬멧이 작살났고, 테리우스는 분노에 잠겨 검을 쥔 그의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너무 울분을 갖지는 말아라. 약한 자가 죽고, 강한 자에게 밟혀 죽는 일은 당연한 섭리이니까. 내가 너를 짓밟아 죽일 것처럼 말이지."

"...."

"겁 먹었나? 연방 최고의 전사들이라는 벨라토르들이 고작 이정도라는건가? 아드라말렉이 네놈들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는 것도 멍청한 판단이었군. 한심한-"

"쉿."

"?"

"재잘재잘 떠드는건, 죽기 전에 열심히 떠들어라. 그때는 내가 네 중얼거림을 들어줄지도 모르지."

테리우스가 그의  소드를 휙휙 돌리며 자세를 잡았다. 헬멧에 가려진 그의 눈이 번뜩이며 검은 악마의 목을 쏘아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