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비장의 카드2] (92/131)



〈 92화 〉[비장의 카드2]

"쿠오오오오오오-!!"

10m의 덩치를 가진 *헬 혼이 도끼를 휘두르며, 자신 주위에서 굉장히 빠르게 날아다니고 있는 공군 기동대원들을 갈라버렸다. 살아남은 기동대원들은 제트풋의 출력을 높게 끌어롤리는 것과 동시에 놈에게 관통 소총을 난사했다.
(*헬 혼: 거대한 크기의 악마. 격렬한 전장에 자주 투입된다.)


"붉은 지옥에게 영광을!"


데모니오 하나가 불경한 탄환들을 쏘아대며 아즈레엘에게 접근했다. 아즈레엘은 탄이 자신에게 닿기전, 몸을 안개로 만들어 타격을 최소화 시켰고 함성을 지르는 놈의 머리를 낫으로 참수하였다. 그가 절제된 동작으로 자신의 낫을 휘둘렀을 때, 검은 안개들이 그에게서 뿜어져나와 공기 중에서 사라졌다.


"사악한 자들에게 영광을!"

나이트 크롤러들도 아즈레엘의 빈틈을 노리며 시시때때로 공격을 가해왔다. 인류 보안부의 행동팀이자 가장 위험한 존재들 중 하나인 아즈레엘은 지옥 군세에게 커다란 위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런 악마들의 공세에도 아즈레엘은 전혀 당황하거나 긴장함이 없었다. 그는 마치 인류의 적을 도살하는 기계처럼 능숙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낫을 움직이며 악마들을 하나하나 쓰러트려갈 뿐이었다. 그의 손에 죽어가는 악마들은 아즈레엘에게 저주의 언어를 쏟아내었으나 곧 그들의 두개골은 연방 기동대원들에게 박살이 나고 있었다.


마침내 아즈레엘이 판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어느 타락자를 들어올려 목을 꺾어버렸을 때 판과 아즈레엘은 시선이 맞부딪혔다.

"..."

"..."

이 전장에서 가장 강한 자들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판, 나를 상대하기 두려운가보군? 네놈보다 훨씬 나약한 자들 뒤에 숨다니. 우리가 나약한 자들을 위해 움직일때, 너는 그 나약한 자들 뒤에 숨는 놈이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아즈레엘이었다. 그는 악마와 데모니오들의 뒤로 숨는 판을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판은 그의 도발섞인 발언에, 자신  아래에 있는 벨라토르의 헬멧을 밟아 찌그러트리며 입을 떼었다.

"라미엘은  손에 반병신이 되었지. 아마 지금도 일어나지 못할거다. 네놈도 그렇게 만들어주마. 검은 유령아.."

"나를 라미엘과 같다고 생각하지마라."

아즈레엘은 판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그의 낫 손잡이를 자신쪽으로 가까이 쥐었다.


.
.
.
.


"우, 우왓. 밖에서 엄청  소리들이 나는데. 지원군이 온 건가?!"


코리가 공항 건물 밖에서 울려퍼지는 수백대의 수송선 소리에 살짝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칼리브레가 수통에서 입을 떼고 헬멧을 벗은 자신의 머리 위에 뿌리며 부르르 털었다. 공항 건물 내부 수비는 바깥에서 벌어지는 전투처럼 정말 고된 전투였다. 살아남은 타락자들과 악마들이 거대한 공항 건물 내부로 숨어들어 게릴라 공세를 펼쳐댔기 때문에, 이를 제압하는데에 수많은 연방 보병들이 희생됐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피터의 소대는 공항 건물 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60명이었던 그들은 벌써 40명 언저리의 생존자만이 남아있었다.

"후우.. 피터는 진짜 괜찮을까?"

물기를 닦아낸 칼리브레가 코리를 향해 물었다. 코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을거라고 그들을 다독여줄  밖에 없었다. 그도 피터가 너무나 걱정되서 자신의 동료들과 당장 그를 찾아나서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 공항의 입구에서 왁자지껄하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리와 그의 동료들은 잠시 놓아두었던 자신들의 무기를 꽉 쥐고, 상황을 살피러 달려갔다.

"뭐야?"


공항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홀에, 어느 거대한 반신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바로 옆에는 정신을 잃은 피터가 눕혀져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연방 공군 기동대원들과 의무병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상태를 살피는 중이었다.


"저, 저사람은! 피터의 호위팀이랑.."

"피터다!"


칼리브레와 팔런이 쓰러진 둘을 보며 경악했다.


"아니야-! 다들 진정해. 일단.."


코리는 그런 그들을 진정시키며 한달음에 라미엘과  옆에  있는 병사들에게로 달려갔다. 그의 옆에는 걱정하는 얼굴이 점점 절망스러운 얼굴로 바뀌어가는 에리도 있었다.


"잠깐, 당신들 멈춰. 누구야? 라미엘님과 이 병사는 지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러나."


가까이 다가온 에리와 코리를 향해, 어느 기동대원이 관통 소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코리는 막무가내로 피터에게 달려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이, 이봐! 피터! 괜찮아?!"


"물러나라고 했잖아!"

기동대원이 코리의 가슴팍을 강하게 걷어찼다. 강한 발차기에 코리가 뒤로 자빠지며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무슨 짓이야?!"


"그러니 물러나라고 했잖.."

쓰러진 코리를 부축하며 에리가 기동대원에게 화를 내었다. 기동대원은 다시 차갑게 물러나라고 말하며 총을 겨누었으나, 무언가가 순식간에 둘의 사이에 끼어들며 총구를 손으로 붙잡았다.


"?!"

놀란 기동대원이 자신의 총구를 붙잡은 자를 쳐다보았다. 텍티컬 슈트를 입은, 다리에 커다란 상처가 나있는 어느 여성이 그의 총구를 강하게 쥐고 있었다. 아마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다면 그녀가 총구를 위로 꺾어버릴 것 같았다.

"그만 하시죠."

제스가 걸어나오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녀의 말은 억제력이 있었다. 그녀의 말투 말고도 그녀의 어깨에 달린 인류 보안부의 문양이 다른 병사들에게 억제력을 가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보, 보안부다..."

"저게 진짜 있는 조직이었어..?"


"처음 봐.."

병사들 사이에서 검은 안개 연대원들을 보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제스?!"


코리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자, 그에게는 상당히 살가운 인물이 보였다. 제스는 그런 그들의 시선을 달갑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대원들을 향해 잠시 돌아보았다.

"저 두분이랑, 소위님 데리고 와."


그녀의 지시에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코리와 에리, 그리고 피터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공군 기동대원 몇명이 그런 그들의 행동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눈빛에 압도되며 피터를 순순히 내주었다.


"라미엘씨의 상태를 살펴야 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하군요.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너무 그러진 마시죠. 아무튼. 라미엘씨의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제스는 연방 공군 기동대원들을 살짝 쳐다보고 말한  뒤돌아 걸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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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레엘의 창백한 낫이 판의 촉수들을 잘라내며 그가 빙의한 네르갈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창백한 낫은 그대로 네르갈의 심장을 베어버리며 피를 솟구치게 만들었고, 판은 네르갈의 고통을 직접 느끼며 고통의 괴성을 뿜어댔다.

"크우아아아-! 크아아아악-!"


"생각보다 너무나 약하군. 네놈보다 프로세르핀이란 년이 더  싸웠어."

"이 창녀와 돼지의 자식새끼가아아--"

판이 그의 뒤틀린 왼손으로 자신에게 박힌 아즈레엘의 낫을 뺏었다. 낫은 아직도 몸에 박혀 뽑히지 않았으나 아즈레엘은 빈손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으흐.. 흐으.. 웃기지 마라. 내가 여기서 쓰러질  같으냐? 난 너희들을 정복하고.. 그 해골을 가질 것이다."

"불완전하게 강림한 주제에."

아즈레엘은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판의 왼손을 피하며 자신의 몸을 안개처럼 바꾸었다. 그러나 판의 공격은 그가 완전히 안개처럼 바뀌기전 명중에 성공하여 그를 뒤로 9m 정도 날아가게 만들었다.

날아간 곳 끝에서 머리를 한번 흔들고 일어난 아즈레엘은  자신의 다리와 육신을 붙잡는 무언가가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발 아래를 내려다본 그는 그의 다리를 강하게 틀어쥐고 있는 뒤틀린 손들과 죽어버린 시신들을 보았다.


대지. 대지는 악마에 의해 변질될 수 있었다. 이것들은 타락의 늪이라고 불리는 곳이 되며 불운한 희생자를 끌어들여 죽이거나, 광인으로 타락시킨다.

아즈레엘은 자신의 다리를 움직여보며, 육신의 안개화가 억제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상체라면 몰라도 하반신의 안개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완전히 붙잡힌 그의 주위로 악마들과 데모니오들이 서서히 몰려들었다. 그들은 제각기 입가에 추잡한 미소를 띠우며, 강력한 존재를 자신들의 손으로 쳐죽일 수 있음에 기뻐하고 있었다.


"걸렸구나. 아즈레-엘."

판으 그를 비웃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대기 명령에 악마들이 몸을 베베 꼬며 당장에 아즈레엘에게 달려들어 그를 찢어발기는 욕망을 참고 있었다.


"날 그렇게 죽이고 싶은가 보군.."


"당연하지! 네놈이 사라져 준다면, 저 안에 있는 필멸자들은 모두 우리의 것이다. 그건 네가 더 잘 알텐데. 아즈레-엘?"


"...좋다. 나를 쳐죽이려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쳐죽여줬으면 하는군."

아즈레엘의 뜬금없는 소리에 판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정확히 말하면 네르갈의 육신이 꿈틀거린 것이지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하. 죽기 전의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주마. 지옥의 군세들이여! 저자의 목을 내게 가져와라! 어서-!"

판이 손을 아래로 강하게 내리며, 자신의 악마들에게 명령했다. 수많은 악마와 데모니오들이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자신들의 무기를 앞세워 아즈레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즈레엘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수많은 악의 무리들을 보며 무표정하게 자신의 가슴팍을 안개처럼 바꾸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팍에 양손을 쳐박고 무언가를 쥐더니, 거대한 길이의 권총 두정을 꺼내들었다.


JUSTICIA.

OBLIGATION.

이제 아즈레엘의 왼손에는 '정의'라고 쓰여진 권총, 그의 오른손에는 '의무'라고 쓰여진 권총이 들려있었다. 판은 그의 권총에 쓰인 글귀를 이해하곤 그르렁 거릴 뿐이었다.

[타앙-!]

 권총에서 총성이 동시에 울렸다. 그리고 그 총성이 울려퍼진 그 순간,  나이트 크롤러의 머리가 박살나며 나자빠졌다. 악마들은 쓰러진 자신의 동료들을 일제히 아즈레엘에게 달려들었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아즈레엘은 마치 두 정의 권총과 함께 절제된 춤을 추듯,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자들의 몸통과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넣고 있었다. 그는 가끔 팔을 포개어 양쪽의 적을 동시에 사살하기도 하고, 뒤에서 뛰어달려오는 적을 향해 보지도 않고 총구를 옮겨 박살 내기도 했다.

벨라토르가 맞아도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아즈레엘의 권총 두정은, 끊임없이 총알을 쏟아냈다. 그의 주위에서 권총의 총성과 섬광이 한동안 번쩍였다. 그리고 마침내 아즈레엘의 권총들에서 연기만이 뿜어져 나올때, 그의 주위에는 널부러진 시체들만이 남아있었다.


수많은 악마들과 데모니오들을 쓰러트린 아즈레엘이 천천히 타락의 늪에서 걸어나왔다. 타락의 늪은 이미 아즈레엘의 총구에서 나온 '정의' 와 '의무'로 인해 활동을 멈춘 상태였다.


"그르르.. 그런 재롱으로.. 날 죽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냐?!"

판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아즈레엘을 보며 이를 갈았다. 아즈레엘은 그의 권총 두정을 다시 가슴팍으로 집어넣고, 아까  판이 그랬듯이 자신 앞에 놓인 악마의 머리를 짓밟는 걸로 답을 했다.


"생각해보니, 낫으로 네놈을 써는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것 같군."

아즈레엘이 그의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판의 몸에 박혀있던 낫이 형체를 잃으며 안개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낫이 사라진걸 확인한 아즈레엘이 그의 허리춤으로 양손을 가져갔다. 그리곤 스릉하는 소리와 함께 날이 곡선으로 휜 두 단검을 꺼내들었다.


"네 지랄같은 재롱을 더이상 봐줄 수는 없겠다!"


판이 빙의한 네르갈의 육신이 점점 찢어지기 시작했다. 벽돌같은 근육이 가득한 네르갈의 몸은 부패와 변화를 순식간에 겪더니 드러난 상처 사이사이로 시꺼멓고 은은한 보라색을 띄는 촉수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아즈레엘. 네놈의 육신을 이 판님께서 빼앗아주마. 네놈의 육신으로 완전한 강림을 이루겠다-!"

"..."

두껍고 시커먼 촉수들이 아즈레엘을 향해 날아왔다. 아즈레엘은 몸을 안개로 바꾸어나가면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촉수들을 단검으로  한번에 잘라버렸다. 잘린 촉수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꿈틀대고, 먼지로 사라져버리는 일들이 계속되었다.

판을 상대하고 있는 아즈레엘은 한치의 자비심도 없었다. 판이 가끔가다 보여주는 네르갈의 불쌍하고, 겁먹은 얼굴은 오히려 그의 행동을 더욱 빠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네르갈이라는 벨라토르를 위해서라도, 아즈레엘은 그의 단검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내놓아라! 아즈레엘!! 네 육신을 내놓으란 말이다!"

아즈레엘의 기합과 함께 판의 마지막 남은 촉수가 잘려 떨어졌다. 판은 이미 죽어버린 네르갈의 육신을 움직이며, 뒤틀린 왼손을 강하게 휘둘렀지만 왼손은 아즈레엘을 공격하는데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즈레엘은 그대로 두 단검을 네르갈의 왼어깨에 쑤셔넣어 상처를 갈라버린다음, 덜렁거리는 네르갈의 왼팔을 일격에 절단해버렸다.

"크으으아악! 아아아악!"

"...고통스럽나?"

"이,, 이이..! 나는 지옥의 제 1군단장이란 말이다! 여기서 이렇게 육신을 잃을 수는-"

"흠."


"아즈레엘, 내 말을 들어다오. 나와 함께 하자. 나와 함께한다면 우리는 연방을 무너트릴 수 있다. 그깟 의무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지자꾸나!! 아즈레-엘!!"

"너희들은 매일 그 소리를 읊어대는군. 내가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움직일거라고 생각하나?"


육신이 죽어가, 점점 형체를 잃어가는 판을 아즈레엘이 조롱했다. 판은 마침내 네르갈의 육신이 죽어버리고 자신은 붉은 지옥으로 내쫒길  아즈레엘을 저주하는 불경한 말들을 을러댔다.


"아즈레엘-! 네놈을 억만년이 지나도 저주하마. 네놈과 네놈의 연방을 향해 저주를 내리고 말겠다! 너희는---"


네르갈의 머리가 단도에 의해 절단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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