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7화 〉[지옥의 군단장 1] (87/131)



〈 87화 〉[지옥의 군단장 1]

[채-앵!]


케세우스의 생명력 강탈자가 테리우스의 롱 소드와 맞부딪히며 커다란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두 반신은 서로를 노려보며 검은 쥔 손에 힘을 가하고 있었다. 둘중 누구라도 손에 힘이 빠지는 순간, 목이 베여져 땅바닥에 구르게 될 것이었다.


 검이 합을 나누며 팽팽한 힘을 유지하고 있었을 때, 테리우스는 자신의  소드 날이 살짝 비껴나가게 꺾었다. 그 순간 케세우스의 생명력 강탈자가 무서운 속도로 테리우스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으나 테리우스는 그것을 간신히 피하고는 케세우스의 헬멧이 가린 얼굴올 향해 강하게 박치기를 날렸다.

[까캉-]


헬멧이 살짝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케세우스가 주춤거리며 뒤로 몇걸음 후퇴했다. 그의 손에 들린 생명력 강탈자가 주인의 한심함을 부르짖으며 당장 저자의 생명력을 삼켜버리라 명령하고 있었다. 테리우스도 자신이 날린 박치기의 충격으로 머리를 부르르 흔들었다. 그는 롱 소드를 붕붕 돌려 다시금 쥐고, 분노하고 있는 케세우스를 노려 보았다.

"감히. 그런 미천한 공격 방식으로..."


"흥.  미천한 공격도 예상하지 못한거냐?"


"이 자식!"

 반신이 자신들의 무구와 함께 충돌했다. 순간적으로 빛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그들이 합을 나눌때마다 노란색의 섬광과 암흑색의 어둠이 뒤섞여 흩어졌다.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던 다른 연방군들과 벨라토르, 데모니오들도 그 광경에 넋을 잃고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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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악마새끼가 리헤랄을 죽였어!!"

공항 내부에서 남아있는 지옥의 군세 잔당과 교전하고 있는 피터의 소대는 여기저기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코리는 사라져버린 자신들의 동료이자 소대장인 피터를 대신해, 부소대장의 위치에서 그들을 최대한 지휘하는 중이었다.


"동요하지마! 중화기로 놈을 집중사격해서 조져버려!"

"끄아아아악-!"

나이트 크롤러 한놈이 어느 병사의 허리를 두손으로 잡아 들어올리더니, 자신의 거대한 아랫턱으로 갈갈이 찢어 삼켰다. 모든 병사들이 충격에 잠시 굳었지만, 에리와 칼리브레는 신속히 움직여 놈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죽어라. 이 좆같은놈아!"

칼리브레는 글라디오를 휘둘러 악마의 날갯죽지 하나를 떨어트려버렸다. 나이트 크롤러는 고통에 잠시 포효했고, 에리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달려들어 로쉐 주먹을  왼손을 휘둘렀다.


[파-삭!]


로쉐 주먹의 강력한 동력장과 타격이 나이트 크롤러의 아랫턱에 명중했다. 아랫턱은 절반이 깨지며 부러진 이빨들을 흩날렸다. 나이트 크롤러는 그런 에리를 한손으로 퍽 쳐내어 날려버리고는, 도망가기 위해 날개를 펼쳐댔다.

"어딜! 하겐, 유탄을 먹여버려!"


코리는 글라디오를 훽 던져 놈의 멀쩡한 날개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날개의 막이 주욱 찢어지며 검은 피를 뚝뚝 떨어트렸다. 코리의 지시를 받은 하겐은 자신의 유탄 발사기를 능숙하게 장전했다. 수십번도  쏘아본 유탄 발사기는 이미 하겐의 신체 일부와도 같았다.

[퍼어억.]


유탄이 먼지 자욱한 공기를 뚫고 날아가 나이트 크롤러의 등에 꽂혔다. 나이트 크롤러는 터지지 않은 유탄을 어떻게든 잡아 빼기 위해 몸을 비틀어 손을 가져갔지만, 유탄은 그런 악마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듯 붉은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크캬아아아악-! 카으아아악!"


수만년을 살아온 악마의 피부가 불타기 시작했다. 고온의 화염을 내뿜는 고폭발 유탄은 발달된 악마의 피부 사이사이로 스며들며, 내부까지 싹 불태우고 있었다. 이윽고 나이트 크롤러는 자신을 죽인 연방군의 병사들에게 저주의 말을 중얼거리며 털썩 쓰러졌다.

"노, 놈이 쓰러졌다."


"쓰러졌어!?"


피터의 소대원들이 나이트 크롤러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제각기 한마디씩 외쳤다. 코리는 아직도 몸이 불타 고기 구운 냄새를 내고 있는 악마놈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코리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악마를 내려다보자, 악마는 불타 쪼그라든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코리를 올려다보았다.


"그으르르... 네놈들의 연방은.. 우리의 손으로 무너트릴 것이다.... 그땐 모두가 우리의  앞에 무릎 꿇을 거란 말이다..!"

"아, 그러셔?"

"돼지와 창녀 사이에서 태어난 불운한 자야, 너의 영-"

"그만."

코리는 날카로운 스파이크가 달린 구두로 나이트 크롤러의 머리를 짓이겼다. 그는 매고있던 자신의 소총을 집고,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철컹하는 쇳소리와 함께 총기가 장전되는 차가운 소리가 울렸다.


"그럼... *Adieu."
(영원히 안녕이다.)

"코리!"

"?"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았다. 그곳에는 아까 나이트 크롤러의 손에 맞아 날아갔던 에리가, 칼리브레와 팔런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코리는 연기가 부욱부욱 솟아오르는 자신의 총구를 후 불고는 그녀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아까는 아주 멀찍이 날아가셨어. 괜찮아?"

"재미는 있더라. 갈비뼈 몇개가 나간 것 같지만.. 아무튼, 피터는 지금 어디에 있어?"

"넌 맨날 그 녀석만 찾아대냐. 나도 몰라, 임마! 그 녀석은 우리보다 훨씬 더 무서운 형님과 누님들이 지켜주고 있을걸? 걱정하지 말라고. 일단은 우리가 살아남아야하는 문제가 있단말야."


"...하지만, 우리와 싸웠던 놈들이 대량으로 피터를 향해 몰려든다면... 그 사람들이 지켜낼  있을까?"

"괜찮을 거라구! 걱정좀 하지마. 우리보다 훨씬 대단한 양반들이라고. 안그래? 칼리브레!"

"그렇지."


"들었지? 지금은 다들 피터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우리보다도 훨씬 안전한 곳에 있을테니까. 우리에게 하달된 임무는 살아남아서 이 공항을 수비해내는 거야. 아마 내일 아침이나 오후쯤이면 연방의 지원군이 내려오겠지. 그러면 우리의 첫번째 임무는 끝! 오케이?"

"...알았어."

"좋아, 그럼 다들 잠시 정비하고, 공항 건물 내부를 살피자. 공항 내부만 해도 3km가 넘으니..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겠지."


"오케이!"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이 장비를 점검하는 시간을 틈타, 혼자 떨어져 있는 코리를 향해 팔런과 하겐, 칼리브레가 걸어왔다.


"코리."


칼리브레가 그의 의수를 까딱거리며 코리의 어깨를 톡톡 쳤다.

"무슨 일이야?"

"피터는 괜찮겠지?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랑 MTMA 기동병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괘, 괜찮겠지. 너희는 장비 점검 끝났어? 안 했음 빨리하라구."

"했어. 하지만 녀석이 걱정되서... 제기랄. 코리, 너도 그렇지?"


팔런이 걱정되는 듯한 표정으로 코리에게 말했다.

"...끙."


코리는 약간 앓는듯한 소리를 내고는, 마지못해 그들에게 인정했다.


"맞아. 나도 그래. 녀석이 걱정되서. 행여나 잘못되진 않았을까 싶다고.."

그는 말끝을 흐리며, 공항의 거대한 유리창으로 보이는 활주로와 거대한 들판을 바라보았다. 곳곳에서 악마들과 벨라토르, 연방군들이 뭉쳐 싸워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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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헤테크 공항 지하의 12층. 그곳에는 매우 귀한 인재나, 연방의 고위직을 위한 패닉룸이 존재한다. 그리고 연방의 소중한 미래 예지 능력자를 지금 패닉룸 안에서 보호하려는 검은 안개 연대원들은 패닉룸으로 향하는 거대한 문의 암호를 풀고 있었다.


"준위님. 곧 패닉룸이 열릴 겁니다. 벨라토르 4 중대에서도 4명의 벨라토르를 붙여주겠답니다."


"사실이야? 좋았으-. 내일 아침까지만 버틴다면 연방의 지원도 올거니까... 우리 임무는 일단 완수군."


"임무?"


피터가 제스에게 무슨 임무냐고 물었다. 제스는 그런 그에게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눈과 함께 말을 덧붙였다.


"당신을 보호하는 임무죠. 당신이 본 미래를 성사하기 위해, 당신이 본 미래의 다음을 알기 위해선 당신을 그대로 지켜야하니까요. 저희 전부가 죽어도, 당신을 지켜야만하는 임무는 계속되어 다른 이들이 넘겨받을 겁니다."


"음.."


피터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밖에서는 수천, 수만명이 한 덩어리가 되어 서로의 피와 살을 베어가며 죽여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중에는 자신의 목숨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자도 있을것이고, 연방의 충성을 바치며 죽어가는 자들, 연방을 배신한 자들, 단순히 살육을 즐기는 자들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 뒤로, 피터는 아주 안전한 곳에서 버티는 것이다.

피터는 이것이 죄악감처럼 느껴졌다.


"왜 그래요?"


"어..? 음. 그냥."

"설마 죄책감이라도 들어요?"


"....응."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소위 당신이 연방의 귀중한 인재라고 여겨졌으니, 그만한 대우와 보호를 받는 겁니다. 당신의 필요성이 없었다면, 그냥 길가에 버려진 돌처럼 죽었을지도 모르지만요... 암튼 제가 하고싶은 말은 그저 당신에게 주어진 자리를 받아들이란 것 뿐이에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못하면?"


"...죄책감은 더욱 커질거니까."


"준위님! 패닉룸이 열립니다!"


제스의 충고가 끝나자마자, 어느 병사가 외쳤다. 그의 외침 뒤로 패닉룸의 문이 기이잉하는 소음와 함께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았어! 자, 갑시다. 소위님."

"후우-.. 자신의 자리를 받아들이라.."

패닉룸 주위를 살피는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피터가 막 패닉룸 내부로 한발짝을 딛었을 때였다. 피터의 머릿속이 우지끈하며 커다란 두통이 따랐다.


"으윽-!"

피터는 머리를 감싸쥐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스와 다른 대원들이 그에게 급히 달려와 상태를 살폈지만, 그들의 말은 피터에게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피터의 두통이 급속하게 커지며, 새로운 미래의 정보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윽."

모든 것이 불타고 있는 공항의 바깥. 열댓명은 넘어보이는 벨라토르의 시신들이 도처에 깔려있고, 타락자와 악마들이 그들의 성스러운 시신을 짓밟고 훼손하며 불경한 성가를 불러대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어둡고 거대한 촉수를 가진 악마가 기괴한 웃음을 짓고는,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지옥의 군단장이니라."


거대한 형체는 내면을 때리는 목소리로 피터를 보고 말했다.


"네가 앞으로 나아가.. 아드라말레크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갖고 있는 육신을 파괴해야만  것이다."


이윽고 노란색 후광이 있는 존재가 벨라토르들을 이끌며 그들에게 맞섰으나, 노란색 후광이 이끄는 어느 한 벨라토르의 몸으로 거대한 악마가 촉수를 뻗었다. 촉수가 몸에 꽂힌 벨라토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잠식되어버리더니, 거대한 악마가 되어 자신의 형제 자매들을 짓밟기 시작했다. 기이하고, 불경하도록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나는 지옥의 군단장이며-! 네놈들을 지배할 자이니, 나는 판이로다!"


"커억-!"

"붙잡아! 붙잡아! 정신이 돌아오고 계신다!"


제스와 그녀의 소대원들이 땅바닥에 누워 경련하는 피터를 붙잡으며 외쳤다. 피터는 자신이 잠시 기절해, 발작을 일으킨 것을 깨달았다.

"커억.. 커억.. 우으웨엑..."


정신을 차린 그는 연대원들을 자신에게서 물러나게 한뒤, 속을 깨끗이 게워냈다. 불경한 존재의 형상을 생각하기만 해도 토악질이 솟구칠 것 같았다. 대체 그 존재는 뭐였단 말인가? 지금 밖에... 도사리고 있단 말인가..?

"괜찮아요? 소위님!"

테니가 그의 어깨와 등을 두드리며 상태를 확인했다. 피터는 그의 손가락을 들어올려 힘겹게 ok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왜 갑자기 쓰러져서 발작을 일으킨 겁니까?"

제스가 매우 불안한 표정으로 피터에게 물었다. 피터는 잠시 떠올리기 싫은 미래의 기억을 되짚으며,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구...군단장.. 지옥의.. 군단장."

"...!"

"판이.. 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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