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2화 〉[공항 쟁탈전 3] (82/131)



〈 82화 〉[공항 쟁탈전 3]

"큭, 으아악!"


"커헉-"

"다들 조금만  버텨! 공항 건물은  우리쪽으로 넘어올거야! 우리가 버텨야만.."

"연대장님.. 4, 4 연대는 이미 괴멸당했습니다. 남은  저희 뿐입니다.."


눈에 붕대를 칭칭 감은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제 1 연대장 에스카에게 말했다. 그의 붕대가 피로 축축히 젖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4 연대가 괴멸이라고?"


"저희도 얼마 가지 못할겁니다. 놈들이 저희에게 총공을 퍼붓고 있어요. 나머지 연대가 공항 건물을 접수하는데 실패한  같습니다.."


"(이대로 모둔 전멸인가. 우리의 희생이 물거품이 되었단 말인가..)"

"공항에서 적들이 몰려나오고 있습니다! 상당한 수입니다! 이러다간 모두-"


상황을 살피며 경고하던 병사의 머리통이 터졌다. 그의 뇌수가 엄폐물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동료들을 적셨다.


"젠장, 쏴! 끝까지 항전한다! 어차피 우리 모두 죽게될거라면, 한놈이라도 더 데려가는게 낫겠지! 다들 공항 건물에서 나온 적들에게 화력을 퍼부어라! 잭슨! 에키! 유탄 기관총 확인한 담에 발사 명령 기다리지 말고 즉각 사격해. 나머지는 최대한 엄폐물에서 놈들의 공격을 방어해라!"


에스카가 자신의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연대원들은 자신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준비하며,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공항 건물에서 몰려나온 적들 중 총기를 가진 자들은 제 1 보병 연대원들이 엄폐한 엄폐물을 신나게 두들기고, 악마들과 악마들이 부르는 폭력의 찬가에 홀린 타락자들이 날카로운 글라디오를 빼들고는 보병 연대원들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에스카가 침을  뱉으며 적들을 노려보았다. 선두에 선 타락자의 광기가 가득찬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의 눈에는 단지 폭력, 살인, 광기만이 여려 있었다. 에스카는 그들을 보며 자신과 자신의 연대원들은 저리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 연대장님! 저길 보십쇼! 저기를!"


"뭐야?!"

어느 병사가 잔뜩 놀란채 말을 더듬었다. 그의 손가락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고, 에스카는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십개의 낙하기에는 육각형의 연방군 문양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


"지..지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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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토르와 연방 보병들이 탑승한 수십개의 낙하기가 공항으로 떨어진지 2시간이 지났다. 공항 내부의 악마들은 완전히 절멸되었고, 포로가  몇몇의 타락자들은 구타당하고 묶인 채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테리우스 부중대장님."


코발트 소총을 든 벨라토르 한명이 뚜벅뚜벅 걸어와 아까 쓰러트린 케제켈의 시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테리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음?"

"방금 막 메헤테크 공항 전방에서 시간을 끌어주던 보병 연대를, 키아나 자매의 분대가 구출했다고 합니다."

"그거 잘됐군. 라미엘 중대장님은 지금 어디쯤이시지?"


"지금 오셨습니다. 후방에서 이 전투의 주요 인물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으셔서.."

"알았어. 지금 당장 뵈러 가야겠군."

"그런데, 저 악마의 시신은 어떻게하지요? 지옥 군세의 말파이스라고 하던데... 조금 조사해보아야 하는  아닙니까? 명령만 내리신다면 헤이네르 자매에게 넘기겠습니다. 헤이네르가 궁금해 하더라고요."


벨라토르가 차갑게 식은 케제켈의 시신을 슬쩍 쳐다보았다. 중대 내의 의무관인 헤이네르 자매에게 넘긴다면, 악마에 대한 비밀을 더욱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악마에 대해서 더 깊게 알게 된다면, 놈들에게서 더 쉽게 승리를 강탈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테리우스의 반응은 냉정했다.

"아니. 저 타락자들을 심문한 다음에 처형할거잖나? 저자의 시신들과 같이 불태워줘."

"하, 하지만 악마에 대해 더 알려면.."

"그만. 네르갈. 명령이네. 그리고, 헤이네르 자매가 알고 싶은게 아닌 자네가 악마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지 않나?"

"...알겠습니다."

네르갈이라고 불린 벨라토르는 케제켈의 시신을 보며 아쉬운듯한 눈길을 보냈다. 테리우스는 그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는 공항의 건물의 1층으로 내려가기 전, 그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어둠을 알기 위해 힘쓰는 자는, 저절로 어둠이 관심을 갖기 마련이네. 우리는 그저 어둠에 대항해서 빛을 만들 의무만이 있는거야. 나머지는 관심 가질 필요 없어."

"..."


테리우스가 계단을 쿵쿵 걸어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네르갈은 케제켈의 시신을 계속해서 내려다 보았다. 네르갈은 왜인지 케제켈의 손가락이 꿈틀거린 것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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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엘과 피터의 소대는 공항 건물의 1층에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벨라토르나 다른 연방 보병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거나, 건물 사방에 있는 악마들의 흔적을 지워내고 있었다. 활주로에서 버티고 있었던 4개의 연대는 활주로를 정리하고 방어를 위한 진지를 구축하는 중이었다. 곧 활주로가 치워지고 공항이 열린다면, 우주 궤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연방군의 기갑 지원이 내려올 것이었다.


"공항 탈환은 그래도 성공적인 것 같네요. 안 그래요?"

제스가 벽 한쪽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타락자들을 보며 피터에게 말했다. 타락자들 옆에는 그들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연방을 배신하는 선택지를 고른 자들의 최후라. 그 선택이 머리통에 총알이 박힐 선택이라는 것을, 저들은 몰랐던 것일까.

"그러게. 배신자들을 처형하고 있군. 우리들  아무나 마음 잘못 먹고 저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면, 저 자리엔 우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흠."

제스가 으심하는 눈초리로 피터를 살짝 노려보았다.

"아니,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지. 조국을 배반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아~ 그렇군요. 정말 어이없는-"

피터의 당황한 모습이 웃긴지 제스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둘이 무슨 얘기해?"


에리가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며 말을 끊었다. 제스는 시선을 다른데로 돌려버리며 테니와 이야기를 시작했고, 피터는 에리의 눈치를 보았다.


"아주 눈만 돌리면 다른 여편네들이랑 웃고 떠들고... 진짜 그럴래?"


"(아무것도 안했는데...)"


"둘 다 적당적당히 해. 아무리 작전을 성공했다지만 진중한 감이 없는거 아냐? 이 공항은 밖에서 죽어나간 녀석들과 이곳으로 침투한 자들의 노력으로 얻어낸 거라고."

칼리브레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말에 공항 내부에 있던 병사들이 피식 웃었다.  웃음엔, 필히 고마움이 담겨있었다.

"알고 있어. 에리, 가만히 좀 있으라고. 지금은 전시 상황이잖아.  그-"


"라미엘 중대장님!"


우렁찬 테리우스의 목소리가 공항에 울렸다. 테리우스의 목소리를 들은 라미엘이 길고  계단 위를 올려다 보며  위에 서있는 테리우스에게 시선이 꽂혔다.


"테리우스! 공항쪽을 맡은게 자네들이었나? 정말 다행이군."

테리우스는 그 길고 긴 계단 위에서 점프해 1층으로 단박에 내려왔다. 그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안착했을 때는 공항 건물이 흔들거릴 정도였다. 이윽고 1층으로 내려온 그는 반갑게 라미엘의 손을 붙잡았다.


"스승님, 아니. 중대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인류 보위부의 요원으로 발탁되어 떠난지 12년이 지났는데, 이런 작전으로 다시 만난다고해서 정말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라미엘의 손을 붙잡은 반신은 눈물까지 글썽였다.


"하하. 자네는 아직도 쾌활하고, 정이 깊군. 뭐, 내가 없는 라이징 해머 4 중대는 어떤가? 자네는 부중대장이었지? 아마 테리우스 자네가  자리를 맡아주었겠지. 내가 없는 동안 잘 이끌어주어서 고맙네."


라미엘이 허허 웃으며 테리우스의 헬멧을 쓰다듬었다.

"아닙니다. 중대장님. 지난 12년간 4 중대의 중대장 자리는 중대장님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언제나 중대장 자리에 '라미엘' 이름 석자를 지워본 적이 없습니다."


"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아니요. 중대장님의 자리는 누구라도 함부로 뺏을  없습니다. 바로 중대장님 당신이 임명해주셔야 다들 수긍할 겁니다. 우리는 언제나, 또 앞으로도 당신의 제자이자 부하들이니까요."

"...고맙군."


테리우스가 보여준 그의 충성심에, 라미엘이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테리우스도 라미엘을 보며 기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반신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망토를 걸친 장교 하나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음?"

테리우스는 무슨 일이냐며 그를 향해 뒤돌았다.


"벨라토르시여. 타락자들에 대한 진압과 심문이 전부 끝났습니다. 처형할까요?"

"어. 전부 처형하도록 해. 놈들을 살려두었다간 또 다시 반역을 일으키고... 지옥의 군세들과 손을 잡을지도 모르는 법이지.  놈도 살려두지 마."

"알겠습니다. 수호."

"그래."

테리우스의 확인을 받아낸 장교가 경례를 건네고는 뒤돌아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크게 외쳤다. 길고 긴 계단에는 위에서 아래까지 무릎 꿇고 있는 타락자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병사들까지도.


"전부 처형해!"


병사들은 장교가 내린 지시에 SK-2 소총의 장전 손잡이를 일제히 잡아당겨 장전했다. 철컥거리는 쇳소리가 공항 계단 주위에서 점점이 울려퍼졌다. 소총의 장전 손잡이가 찰칵거리는 쇳소리를 내자, 타락자들 몇몇이 바들바들 떨며 공포에 질렸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위에서 아래로, 타락자들은 하나둘 씩 처형당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배반을 후회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들의 주인, 악마들이 내려준 축복을 누린 것에 비해 죽음은 너무나 쉬운 대가라고 병사들을 비웃는 자들도 있었다.


심지어 죽기  병사들에게 울부짖으며 배신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도 있었다.

"너희 연방이 내게 뭘 해줬는데!! 좆같은 곳으로 끌고와서, 7~8년을 버티라고? 그러면 엄청난 돈과, 살 수 있는 집을 주겠다면서.. 그전에 죽는건! 죽는건 어떻게 할거지?! 연방과는 다르게 지옥의 군세놈들은 내게 행복한 미래를 보여줬다고! 족같은 너희들을 믿다가 전장에서 이름없이 뒈져버리는 것보다야, 그들을 믿고 보상을 약속받는게 나아!!!"


"이, 이 자식! 아가리  닥쳐?!"

울부짖는 타락자의 처형을 맡은 병사가 그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지만, 그는 방아쇠를 쉽사리 당기고 있지 못했다. 타락자의 이야기는,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기에.


"뭘 닥쳐! 너희도 그렇잖아?! 평화롭게 살다가, 갑자기 연방이라는 작자들이 끌고와서는 말도 안되는 괴물딱지들, 미친 외계인들, 그리고 지금까지 없다고 믿어오던 악마들과 싸우라고?! 우리는 모두 피해자란 말이야!"


"이 새, 새끼가-"


병사는 개머리판으로 타락자를 내려찍으려고 총을 고쳐잡았다. 그러나 계단과 연결된 공항 2층의 입구로 걸어들어온 어느 벨라토르가, 쏜살같이 그의 총기를 붙잡아 막았다.


",,.?!"


"그만. 둘 다 그만해."


"베, 벨라토르시여.."


"여기는 내가 맡을테니, 병사. 자네는 가서 좀 쉬어."

병사를 다른 곳으로 보낸 벨라토르는 자신 앞에 놓여진 처참한 몰골의 타락자를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허나 타락자는 그런 벨라토르를 향해 울부짖으며 분노를 뿜어냈다.

"불쌍한.."


"네놈들이 뭘 알아! 연방의 반신이라고 불리면서, 연방의 적들에게 학살을 자행하는 놈들이! 너희들은 우리의 마음을 몰라!"


"아니란다.."

"닥쳐! 너희같은 초인들이 뭘 알아?! 우리같은.. 우리같은 일개 병사의 마음을 어찌 알겠냐고..."

"아니란다. 너는 아직도 모르겠어?"


"..."


"너희가 조국을 배신하고, 이렇게 행동함에 있어서는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들어. 그럴 만도 하지. 평화롭게  살고 있던 자들을 끌고와, 나라를 지키게 만들었으니."

"다, 당신.."


타락자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벨라토르를 보며 약간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너희들이 벌인 짓을 보렴. 너희의 배신으로, 죄없는 수많은 이들이 죽었어. 그중에는 너희들을 알고 있으며, 같이 지내던 이들도 있었겠지. 결국엔 너희의 영혼도 더렵혀지고 말았잖아."

"..."

벨라토르의 다정하면서도 날카롭게 찌르는 말에, 타락자는 고개를  숙였다.


"이런 곳에 끌려와서, 수많은 공포와 절망을 겪어보았겠지. 막을  없는 외계인들과, 정신을 간지럽히며 유혹해오는 악마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고통스러웠겠지."


"...맞아.. 맞아.. 그랬다고.."

"그런데 너희가 없으면 누가 이런 일을 하지? 이곳에 있는 모든 병사들도 내 말을 똑똑히 들어줘. 조국을 위해서, 연방을 위해서 너희들이 싸우지 않으면 누가 대신 싸워주지?"

"..."

모두 말이 없었다. 모두 잠자코 벨라토르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너희들이 연방을 위해 싸우는 일을 포기하게 된다면... 결국엔 너희의 소중한 사람들이 전장으로 내몰리게 될거야. 그렇게 소중한 이들에게, 너희들이 겪었던 고통을 나누어 주고 싶어? 소중한 이들이 고통받는 걸 원하는 거야? 소중한 이들이 아니더라도,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너희들이 겪은 공포와 절망을 그들이 겪었으면 좋겠어?"

"...아니오."

"아니."

"절대로."

병사들은 벨라토르의 말에 감화되며 찬성하는 말을 뱉었다.


"우린 모두를 위해 싸우는거야. 모두의 목숨을 위해 싸우는거라고. '고작' 끌려온게 아니란 말이야. 그 목숨이 얼마나 하찮고 나약하든간에, 얼마나 강하고 위대하든간에.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과 다른 이들을 위해 싸운다. 그게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이유야. 인류 수호 연방도 그런 신념을 가지고 만들어졌지.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벨라토르는 잠시 말을 멈추고 모두를 훑어보았다.

"전장에서 울며 도망쳐도 좋아.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것도 괜찮겠지."

마지막으로, 벨라토르는 타락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물려주고 싶다면 말이야."


벨라토르의 말을 들은 타락자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떨리며, 그의 몸 곳곳에 새겨진 지옥 군세 문양이 진동했다.


"내, 내가.. 내가 무슨 짓을... 나는 딸이 있는데.."


"이제야 조금 깨달았어? 너의 행동으로 인해... 네 딸은 너의 고통을 물려받을지도 몰라."


"아, 안돼. 안돼. 그럴 수는 없단말이야."


벨라토르는 타락자의 몸에 새겨진 악마들의 문양을 흘긋 보았다.

"이미 영혼도 팔아버렸구나. 너는 되돌아올 수 없어. 연방의 군법대로, 반역자는 즉결 처형을 당해야만 해. 그래야.. 또 다른 반역자가 늘어나는  줄일  있을테니."

벨라토르가 자신의 하반신을 완전히 덮고 있는 두꺼운 갑옷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곳에는 코발트 소총을 소형화 시킨 코발트 권총이 있었다. 벨라토르는 그 권총을 뽑아들고는 타락자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너를 이해하지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의 미래를 위해 죽어다오,"

"아..아.."

[타아앙-]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타락자의 시신이 뒤로 나뒹굴었다. 벨라토르는 죽어버린 타락자의 시신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다시 모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가 이곳에 끌려온 것은 정말로 안된일이야. 7000년대의 징병이라니. 생각하기 힘들지. 하지만 그만큼 너희들의 조국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줘. 너희들의 도움이 없으면, 우리는 무너지고 말거야. 우리는.. 병사가 필요해."


병사들은 모두 그 벨라토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 대부분이 벨라토르의 말을 듣고는, 자신들의 필요성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고 있었다. 몇명을 빼면. 마리도  몇명 중 하나였다. 마리는 위선으로 점철된 벨라토르의 말을 듣고는 토악질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마리에게는 연방의 유지나, 다른 이들의 행복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오직, 피터만을 가질 수 있다면...

"저, 상태가 좀 안 좋아서.. 소위님. 화장실이라도."

"음? 지금? 상당히 뜬금없네. 화장실은 어딨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 전쟁통에 화장실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저기 있는데?"

코리가 화장실 표시가 그려진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막 병사들이 내부를 깔끔히 정리하고 정화한  나오는 중이었다.

"...진짜네.  저런 걸  찾는구나."


"피터, 네가 못 찾는거라고. 마리, 화장실 가봐. 걱정말고."


"알겠어. 다녀올게요, 소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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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가 화장실 내부로 비틀거리며 들어섰다. 화장실 내부는 강한 소독약을 뿌렸는지, 매캐하지만 강한 냄새가 풍겼다. 곳곳에는 피나 살점이 남아있는걸로 봐서, 이 곳에서는 꽤나 보기 싫은 일들이 벌어졌었으리라.

"우욱, 웨에에엑.."

그녀는 세면대에 우왁하며 토사물을 쏟아냈다. 벨라토르의 말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그녀가 처음 병사였던 시절에는, 저 말들이 진심으로 다가왔겠지만 하후케크와 같은 자들과 어울리다보니 진실을 꿰뚫을 수가 있었다.

"언제, 언제 일을 시작하는거지? 하후케크. 당장 말해줘."


"오, 나의 작은 마리야. 걱정하지 말거라.  그들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려무나. 걱정하지마. 모든게 아주 잘 풀릴 거란다. 너는 그를 갖게 되겠지!"


"그러니까, 대체 언제 되는거냐고!?"

"아직은 그 길로 가는 단계일 뿐이야. 걱정하지 말려무나."


"항상.. 항상 같은 이야기만 지껄이잖아."

"하지만  덕분에 그들의 거짓말을 꿰뚫어 볼 수 있었잖니?  반신의 거짓말 말이야."


"거짓말이기는 해도.. 어느정도는 수긍할만한 말이야. 연방은 병사들이 없으면 안돼겠지."

"후후. 마리야. 기다려보렴.  내 선물이 펼쳐질테니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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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나!"

"스승님..?"


라미엘이 방금까지 연설을 하던 벨라토르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테리우스도 라미엘 옆에 서서 그녀를 반겼다.


"중대장님이 어떻게 여기에 계신거죠? 네?!"

키아나가 헬멧을 벗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길다란 흑발이 찰랑거리며 헬멧에서부터 자유로워졌다.

"하하. 이 친구를 지키는 임무에 투입되서 말이야."


라미엘은 자신 옆에 있는 피터를 가리켰다.


"아, 당신이 그 미래 예지 능력자로군요."

"ㅇ, 예? 저를 어떻게.."

"당신 유명한데요? 쿠셴 대령이 저희에게 귀띔까지 해줬다구요."


"(쿠, 쿠셴 대령... 꼭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부담스러운데.)"


"아무튼, 우리 스승, 아니 중대장님 잘 부탁드려요. 믿음직한 분이랍니다."


"네. 고마워요. 키아나씨."

"자네는 아직도 상냥한 면이 크군. 키아나. 다정하면서도 냉철하게 결론짓는 그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지."

"하하하... 중대장님, 그래도 12년이나 저희에게 아무런 소식도 전해주지 않다니.. 다들 중대장님만 기다리느라 목이 빠진다구요."


"음, 험. 험. 그건 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하하."

"키아나. 그만해. 오랜만에 만났는데 무안하게 하지말자고."

테리우스가 키아나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키아나는 그에게 메롱 혀를 내밀며 웃었다.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피터는,  그들이 연방의 반신들이라고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있었다.

반은 신이요, 반은 인간인 그들은 인간의 모습이 남아있는 자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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