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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화 〉[공항 쟁탈전 2] (81/131)



〈 81화 〉[공항 쟁탈전 2]

"우왓-!"


코리가 자신 바로 몇m 앞에 떨어진 낙하기를 보고 놀라 뒤로 자빠졌다. 수많은 낙하기들이 연방 보병들을 피해서 넓은 활주로 바닥으로 강하게 내리 꽂혔다. 낙하기 하단부에 달린 충격 흡수 장치와 낙하하는 순간 작동되는 역추진기 덕분에 내부의 지원군들은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취이익-]

허연 연기를 잔뜩 뿜어내며, 낙하기들의 문이 열렸다. 치익하며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연방 보병들은 경계 태세를 갖추며 총구를 들이대었다. 같은 아군인줄 알았으나 공격받은 전적이 몇십분 전만해도 있었으니.


피터 일행 코앞에 떨어진 낙하기 3대중, 가운데에 있는 낙하기에서 라미엘이 훌쩍 뛰어내렸다. 그는 노란색 코사트 포자르 아머를 입고 한 손에는 커다란 라이플을 들고 있었다. 그런 라미엘은 피터를 보자마자 손을 올려 반갑게 인사했다.

"반갑네! 소위! 일이 잘 풀리지 않나보군."

"라, 라미엘님!"

"뭐야, 너  거인이랑 아는 사이야?"


"벨라토르랑 서로 알고 있는 거였어?"


동료들이 피터에게 물었다. 피터는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한 뒤 자신의 호위팀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제스와 그녀의 소대는 신속히 낙하기에서 내린 후 낙하기의 두꺼운 장갑을 이용해 엄폐물로 삼았다. 검은 안개 대원들은 제스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스는 그들에게 잠시 대기하라는 제스쳐를 취한  피터에게로 걸어왔다.

"소위님! 다행입니다. 지금으로썬 여기서 버티는게 최선일겁니다."

"뭐? 오자마자 엄청 힘빠지는 소리를 하는데.."

제스가 자신 바로 옆에 있는 테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피터를 보며 낙하기 여러대가 떨어지고 있는 공항 건물을 가리켰다.


"여기서 버틴다는건 무력하게 버틴단 소리가 아니였어요. 라미엘씨가 소속된 '라이징 해머' 대대에서 100명의 인원을 투입시켜줬습니다. 1개 중대 인원이죠. 라미엘씨가 중대장입니다."


"그, 그렇다는건! 지금 저 낙하기에..?"


피터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며 감탄했다. 100명의 벨라토르 전사들이 있다면, 공항 건물을 빼앗는것도 전혀 무리는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공항 건물 위로 파고드는 상태였으니 임무의 성공률은 하늘 높이 치솟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요. 아까 저희를 구해줬던 연방군 함선 기억나요? 그쪽에서 벨라토르 중대와 연방 보병들을 낙하기에 태워줬습니다. 저희도 그 함선에 잠시 올라타서, 낙하기에 탑승했죠. 팔콘 수송선 같은 수송기들은 격침될 위험이 커서 말이에요. 그래서 피탄 면적이 작은 낙하기로 지원을 보낸거죠."


말을 끝낸 제스가 높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피터도 그녀의 시선에 맞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악마들의 농간인지, 붉은 하늘색은 불길함을 띠고 있었으나 거대한 함선이 지나가며 움직이는 것 같았다.


.
.
.
.

"크으으윽..."

"무, 무슨 일이야-?!"


공항 건물 내부에 있던 *타락자들과 악마들이 건물 사방에서 가해진 충격에 비틀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무언가가 거대한 공항 건물의 천장을 뚫고 내려온 듯, 천장에는 커다란 구멍들이 여러개 뚫려 있었다. 그 구멍에서는 왜인지 희망이 찾아온 것처럼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타락자: 악마와 결탁한 자. 반역자와 동일한 말이다.)


"으윽,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몰라. 다들 조심해!"

타락자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커져나갔다. 공항 건물 내부는 천장에서 뚫고 내려온 무언가에 의해 건물 잔해의 먼지가 휘날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건물 내부엔 안개같은 먼지가 잔뜩 끼어있었다.


"크르르.. 동요하지마라.. 놈들의 허술한 술수일 뿐이다."


공항 건물을 점령한 타락자와 악마들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나이트 크로울러 한 놈이 으르렁거렸다. 놈의 저주받은 날개와 복부에 달린 *지옥의 눈에서 뒤틀린 기운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지옥의 눈: 악마들이 가진 신체의 일부로, 보기만 해도 미쳐버리거나 악마에게 홀릴 수 있음.)


"...어?"


회색의 먼지들을 손으로 저어가며 주위를 살피던 어느 타락자 한명이 의문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먼지덩이 속에서 거대한 사람 같은 것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의문이 가득 담긴 말은,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콰-앙!]

먼지가 가득한 안개속에서,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벨라토르 군단원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코발트 소총의 32mm 고속 철갑고폭탄환이 그 주인공이었다.


코발트 소총의 고속 철갑고폭탄환은 그대로 먼지 안개를 뚫고 지나가 타락자의 가슴팍에 꽂혔다. 불쌍한 타락자의 가슴팍은  그대로 형체가 없이 박살이 나며 이제는 살아있는 살점이 아닌, 죽어버린 고깃덩이를 사방에 뿌려댔다.


일순간 모든 타락자들이 굳었다. 자신의 동료가 쓰러진 것도 쓰러진 것이지만, 그의 가슴팍을 형체도 없이 파괴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먼지더미 속에서 날아온 탄환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총탄을 누가 쓰는지 아주  알고 있는자들이었다.

"베, 벨라토-"


처음으로 죽은 타락자 옆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충격에 빠져 있던 타락자가 경고의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조차도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한발의 탄환으로 결국 고깃조각이 되어버렸다.


"우, 우아아."


타락자들이 겁에 질린채 먼지가 가득한 곳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총탄들이 먼지의 안개를 뚫으며 궤적을 남겼을 때, 살짝 보이는 먼지 너머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키가 3m에 달하는 거인들이 안개속에서 달려나왔다. 살아있는 반신들, 전쟁을 위해 태어난 자들. 벨라토르들은 그들이 가진 검과 총검으로 타락자들에게 가까이 붙어 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느 벨라토르는 강력한 동력이 통하는 주먹으로 타락자를 후려쳐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으아아악!"

"도망가! 도망가-!"

겁에 질린 타락자들이 무기를 집어던지거나 울먹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압도적인 차이라는 것을 느낀 이상,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 전부 도망을 칠 것이었다.

"케제켈님... 도망가야합니다!"

타락자 하나가 총까지 집어던지고 악마에게 달려와 무릎꿇고 빌었다. 당장 여기서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전부 목이 잘리거나, 연방군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말리라.


"안돼! 물러서지 마라! 이 멍청한 것들! 이러려고 너희들에게 힘을 나누어 준  알아?!"


케제켈이라고 불리는 나이트 크로울러가 자신 앞에서 사정하는 타락자의 목을 붙잡아 들어올렸다.


"도망칠바엔 내가 집어삼켜주마. 싸워라! 뺏어라! 죽여라--!"


그는 아둥바둥 움직이는 타락자의 목과 척추를 그대로 뽑아버려 흔들고는, 자신 주위에 있는 다른 타락자들에게로 던졌다. 케제켈의 강경한 명령에, 타락자들은 다시 무기를 쥐고 싸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벨라토르에게 살해당하는 공포와 도망쳐도 케제켈에게 죽는 공포에 미쳐버려, 오줌을 지리거나 광소하는 자도 있었다.

"죽어! 죽어어어어!"


타락자들은 온 화력을 쏟아 부으며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벨라토르들에게 소총을 난사했다. 벨라토르들의 갑옷은 그들의 공격에 살짝 그을음이 생기거나, 매우 작은 기스만이 날 뿐이었기에 전혀 위협은 되지 못했지만.


"정말 한심한 놈들이군! 연방을 배신한 주제에 죽음도 각오하지 못했다니!"


대대의 문양이 그려진 깃발을 등에 매고 있는 어느 벨라토르가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타락자들을 베어넘겼다. 타락자들이  한번 깜빡이는 순간에, 9명 이상이 척추가 두동강이 나며 상체와 하체가 자유로워지고 있었다. 악마와 타락자들에게 그는 막을  없는 폭풍 같은 존재였다.


"크아아아!"

그런 그에게 나이트 크롤러 두 놈이 창과 도끼를 휘두르며 접근했다. 벨라토르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먼저 달려드는 나이트 크롤러의 머리를 검으로 일도양단 내버린 후 머를 주먹으로 짓뭉개 버렸다.

"이,  자식. 감히!! 미천한 창녀의 자식 주제에!"


자신의 동료가 순식간에 죽어버린 것을  나이트 크롤러는 잠시 주춤했으나 괴성을 지르며 도끼를 벨라토르의 어깨를 향해 내리쳤다. 악마의 도끼가 벨라토르의 갑옷에 닿기만 한다면, 벨라토르의 코사트 포자르 아머는 갈라질 것이 분명했다.


"네 불경한 무기가 내게 닿을  알았나?"


"!"


벨라토르는 순간적으로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여, 놈의 도끼를 피했다. 그는 놈의 도끼를 피함과 동시에 도끼 자루의 중간을 검으로 내리쳤다. 악마의 도끼가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갈라졌다.

"이, 이게 무슨-"

"불평은 지옥으로 돌아가서 하거라."

당황하는 나이트 크롤러의 목을 깔끔히 참수해버린 벨라토르는 놈을 발로 밀어 넘어트리고는, 복부의 달린 지옥의 눈을 짓밟아 으깨버렸다.


공항 건물을 거의  접수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케제켈은 모든 타락자들에게 옥쇄를 명령하고 자신의 *사복검을 꺼내들었다. 체인으로 연결된 불경한 악의 칼날들이 번쩍였다.
(*사복검: 칼날들이 사슬로 연결된 검.)


무기를 장비한 케제켈은 자신 앞에 있는 벨라토르를 조용히 노려보았다.  벨라토르는 타락자들을 추수하듯이 학살하고, 나이트 크롤러 두놈을 박살 내버린 자였다.


"..."

낌새를 느낀 그 벨라토르도 케제켈을 향해 뒤돌았다. 육중한 반신의 갑옷이 덜컹거렸다.


"네놈이 여기 지휘관인듯 싶군. 맞겠지?"

벨라토르가 검을 한번 털어 악마들과 타락자들의 섞인 피를 털어냈다. 검고 붉은 피가 공항의 대리석 바닥을 더럽혔다.

"크크-. 진짜 나와 대적하려는 셈인가? 한  앞도 못보는 미천한 놈이구나."

케제켈이 사복검을 느릿하게 흔들었다. 그런 악마를 보고 다른 벨라토르 군단원들이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케제켈과 맞서고 있는 벨라토르가 그들을 제지시켜 총을 내리게 만들었다.

"잠깐. 놈의 목은 검으로 베겠다. 다들 물러서."

"참으로 오만방자하구나. 네놈의 이름은 뭐지? 내가 네 이름을 부르며 조롱할 수 있게 알려다오. 네 고통으로 뼈저리게 깨닫게 해줄테니."


"테리우스 알파. 내 이름정도는 알려주지. 네 놈은?"

"부중대장님! 악마에게 이름을 알려줘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놈에게 오히려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가..."


벨라토르 한명이 테리우스에게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케제켈은 테리우스를 슬쩍 보다가 픽 웃었다.

"조롱하고 싶은 이름이구나. 테리우스여."


"흥. 네놈의 이름이나 밝히시지. 어째, 겁먹어서 입이 안 떨어지나?"


"크크크... 나는 지옥 군세의 *말파이스요. 해골을 수집하는 자이니, 나는 케제켈이다. 그리고 나는 네놈의 종말이니라."
(*말파이스: 지옥 군세의 지휘 계층. 수십만의 인간을 참살해야만 받을 수 있는 계급이다.)

말을 마친 케제켈이 채찍을 다루듯 사복검을 휘둘렀다. 흑빛의 사슬로 연결된 칼날들이 금속의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쐐액 움직였다.


"흡!"

테리우스는 옆으로 물러나며 사복검의 칼날을 사뿐히 피했다. 그는 자신의 검을 똑바로 잡아 내리치는 자세를 취했는데, 등에서 거나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으윽.."

케제켈의 사복검 칼날이 뱀처럼 휘어져 테리우스의 등을 베어가고 있었다. 사복검의 칼날은 점점 더 테리우스의 신체로 파고들며 반신의 육신을 맛보았다.


"캬하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참으로 하찮구나. 좀 더 울부짖어보는게 어떠냐?"

"..."

"이제보니 겁먹어서 입이  떨어지는 건, 바로 네놈 테리우스였군! 고통에 움직이지도 못하겠나? 신경계가 아려오는 기분은 어떻지? 좋아! 이대로 척추를 끊어주마. 사복검의 칼날을 더욱 깊이-"


테리우스가 번개같이 움직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상대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할 움직임이었다. 그는 자신의 검을 그대로 케제켈의 육신을 향해 찔러넣었다. 케제켈의 육신으로 테리우스의 두꺼운 검이 파고들어 살갗을 갈랐다.


"무, 무슨... 고통에 움직이지 못할텐..데.."

"...멍청한놈."

테리우스가 검을 찔러넣은 두손 중 한손을 빼내어 케제켈의 손에 들린 사복검을 빼앗았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순간까지는 단 10초도 소요되지 않았다. 테리우스의 육신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말도 안돼. 분명히 신경계를 찢어버렸는데!"

"연방의 벨라토르들은.. 자신의 통각을 차단시킬 수 있다. 너무나도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이 모든 상황에 걸림돌이 된다면, 우리는 스위치를 꺼버리듯 통각을 차단시켜버리지."

"이런 애미없는 창녀의 자식 새끼가아-"

케제켈은 욕설과 함께 저주의 단어들을 내뱉었다. 그야말로 악마에 걸맞은 언어였다. 그러나 테리우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슴팍에 찔러넣었던 검을 위로 거세게 들어올려 놈의 쇄골, 목, 얼굴을 반으로 베어갈라버렸다.


"크, 크카악..카악.."

"흥."


테리우스는 주먹으로 케제켈의 가슴팍을 후려 뒤로 넘어트렸다. 그는 케제켈에게서 빼앗았던 사복검을 잡아당겨 등에서 뽑아낸 뒤, 땅바닥에 내던지고 짓밟아 부쉈다.

"벨라토르는, 약속한 것을 지킨다. 이 악마야."


죽어가는 지옥 군세의 말파이스를 보며, 테리우스가 차갑게 을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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