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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화 〉[폭풍이 불기전엔 항상 조용하다] (73/131)



〈 73화 〉[폭풍이 불기전엔 항상 조용하다]

피터와 동료들이 함께 쓰는 생활실. 그 한가운데에는 테이블에 앉은 MTMA 기동병들과 피터를 비롯 4명의 병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엔 서로 반신반의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코리와 피터 덕분에 점점 말문이 트여갔다. 피터는 말문이 트이도록 그들을 도와주면서도, 자신의 동료들에겐  4명의 기동병들이 맡은 임무가 얼마나 커다란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니까,난 지난 4일간 연방 이능력병단에 끌려가서 능력 테스트를 받았어. 그리고, 나는 미래 예지 능력이 있다는게 밝혀졌지. 또  외에도 이능력 무효화나.."


"이능력 무효화?"

피터의 동료들과 세일이 동시에 외쳤다. 피터의 동료들은 자신의 동기가 마인드 능력자였음에 놀란것이었지만, 세일은 상부에서 받은 내용이 아니었기에 놀란 듯 했다.

"그래. 내 능력이래."

"그,그,그, 그러니까, 네가 뭐 이상한 초능력들을 멈추거나 저지시킬  있다는 소리야?"


코리가 말을 절며 피터에게 다시금 확인했다. 피터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줄 뿐이었다.

"(상부에선 미래 예지말고 다른 능력이 없다고 했는데, 뭐지?)"

세일은 조용히 슈트의 녹음기를 작동시켰다.


"뭐, 아무튼.. 너희가 알고 있었듯이 장교 휸련 따위는 받지 않았다고. 쿠셴 대령님이 둘러댄지는 그렇게 둘러댔으면  모르겠지만."


"후.. 그래서 일단 그 이야기는 끝내자. 위험한 일도 아니었던거 같네."


칼리브레는 음료수 뚜껑을  따서 한모금 마시고는 피터에게 건넸다. 하지만 피터는 음료수를 거절하며 말했다.

"아니야. 여러번 죽을뻔한 적도 있었다고. 위험한 일이 아니라고 하기엔 좀 그렇거든?"

"...알았으니까 저쪽 양반들 소개도 들어봐야 되지 않겠어? 누군지도 모르는 양반들이 널 지킨다는데. 우리도 조금 알고 싶단 말이지."

칼리브레의 말에 피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명 한명 손가락으로 짚어주며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쪽,  기동병들의 지휘관 세일와 동료들이 함께 쓰는 생활실. 그 한가운데에는 테이블에 앉은 MTMA 기동병들과 피터를 비롯 4명의 병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엔 서로 반신반의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코리와 피터 덕분에 점점 말문이 트여갔다. 피터는 말문이 트이도록 그들을 도와주면서도, 자신의 동료들에겐 저 4명의 기동병들이 맡은 임무가 얼마나 커다란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니까,난 지난 4일간 연방 이능력병단에 끌려가서 능력 테스트를 받았어. 그리고, 나는 미래 예지 능력이 있다는게 밝혀졌지. 또 그 외에도 이능력 무효화나.."


"이능력 무효화?"

피터의 동료들과 세일이 동시에 외쳤다. 피터의 동료들은 자신의 동기가 마인드 능력자였음에 놀란것이었지만, 세일은 상부에서 받은 내용이 아니었기에 놀란 듯 했다.

"그래.  능력이래."

"그,그,그, 그러니까, 네가  이상한 초능력들을 멈추거나 저지시킬 수 있다는 소리야?"

코리가 말을 절며 피터에게 다시금 확인했다. 피터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줄 뿐이었다.

"(상부에선 미래 예지말고 다른 능력이 없다고 했는데, 뭐지?)"

세일은 조용히 슈트의 녹음기를 작동시켰다.

"뭐, 아무튼.. 너희가 알고 있었듯이 장교 휸련 따위는 받지 않았다고. 쿠셴 대령님이 둘러댄지는 그렇게 둘러댔으면 또 모르겠지만."

"후.. 그래서 일단 그 이야기는 끝내자. 위험한 일도 아니었던거 같네."

칼리브레는 음료수 뚜껑을  따서 한모금 마시고는 피터에게 건넸다. 하지만 피터는 음료수를 거절하며 말했다.

"아니야. 여러번 죽을뻔한 적도 있었다고. 위험한 일이 아니라고 하기엔 좀 그렇거든?"

"...알았으니까 저쪽 양반들 소개도 들어봐야 되지 않겠어? 누군지도 모르는 양반들이 널 지킨다는데. 우리도 조금 알고 싶단 말이지."


칼리브레의 말에 피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명 한명 손가락으로 짚어주며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쪽, 이 기동병들의 지휘관 세일 네이트 준위. 그리고 이.. 어.. 창백하게 생긴 친구가 자드. 이 친구는 마이스. 그리고-"

"내 팔을 꺾었던 아름다우신 여자잖아."


코리가 한마디 툭 뱉었다. 확실히 레나가 코리를 제압해 팔을 꺾어 벽으로 밀쳐버렸다는 건 지금 여기 있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에휴.. 그래. 이 친구는 레나. 이정도면 설명은 됐겠지?"

"아니, 조금 더 알고 싶은데."

이번엔 하겐이 궁금증을 띄우며 피터에게 물었다. 그는 기동병들의 가슴팍에 달린 문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문양은 대체 뭐야? 슈트 생김새나 어깨에 달려있는 기동병들 문양으로는 MTMA 쪽 사람들이란 건 알겠는데, 내가 보기엔 검은 안개 연대원들과 비슷한 문양같아."

"...."

피터가 침묵하며 세일쪽으로 곁눈질했다. 어디 소속인지 말해줘도 괜찮냐는 의미였다. 세일은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 친구들은 인류 보안부에서 나온 자들이야. 그렇기에 그만큼 실력이 죽여준다는 소리지. 모레 있을 전장에서 날 지켜줄 사람들이라고."


"전장? 그건  무슨 소리래."


음료수를 다 마신 칼리브레가 병을 쓰레기통에 휙 던지며 말했다. 아마 그들은 휴가가 끝난  곧바로 다른 전장에 투입되는 것 조차 모르고 있는  같았다.

"뭐야, 몰랐어? 이틀 후면 우리는 고르페우스 구역에 투입된다고. 우린  로스토크 보병 연대에 합류하여 이동할거야."


"씨팔,  총질을 하라고?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걸 보면서?"


칼리브레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하겐은 그를 달래려는 듯 말했지만, 피터는 '기회'라는 의미가 와닿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어, 하겐? 기회라니?"

"아..  말은. 악마들을 몰아낼 기회라는거지.  그래? 악마들을 몰아내면, 연방에게는 기회가-"

"난 악마들과 싸운다는 말 한적 없는데?"

"인류 보안부 대원들이 있는걸 보고 악마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그, 어. 티스들이라면 보안부 대원들 말고 다른 사람들이 왔을 수도 있잖아?"


"음. 그것도 그런가?"

피터는 아직도 의아한 느낌이 들었으나,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기동병들과 동료들의 어색함을 지우는게 더 우선이었으니까.


[똑똑]


"응? 피터, 누가  것 같은데?"

"뭐? 누가 오지? 설마.."

피터는 순간 에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찾아해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자, 어서 그녀를 만났으면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열게?"

칼리브레가 기지개를 쭉 피며 의자에 기댔다.

"응. 에리일수도 있잖아."

"걔,  엄청 찾아다니더라. 쿠셴에게 달려가 따질 정도였다고?"


"...에리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게이트 패널 앞으로 간 피터는 번호를 입력해 문을 열었다. 방문이 열리자, 그 앞에  있는 것은 피터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쿠셴 대령님이 좀 뵙자는군요. 그리고 이것도."


제스가 그에게 서류철들을 건넸다. 서류철 앞에는 연방 이능력병단의 문양이 도장으로 새겨져 있었다. 문양 아래로는 '피터 메이슨의 능력 테스트 결과'라고 적힌 글귀가 있었는데, 피터는 서류철 내용을 보지 않아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가시죠. 사령관실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어? 아냐. 제스, 테니, 그럴 필요 없어.  혼자 갔다올테니까  방 안에 있는 녀석들이랑 조금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봐."

"?"

"그럼 갔다오겠어."

피터가 제스와 테니에게 손을 흔들고 복도를 달려갔다. 잠시 얼이 빠진 제스가 고개를 돌려 피터의 방 안을 들여다보자, 장난기 많아보이는 남자가 손을 턱 올리며 인사했다.

"여!"

.
.
.
.

"...좋아. 이제 네가 할 일을 잘 알았겠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홀로 테이블에 앉아 있는 마리에게 검은 목소리가 따듯하게 속삭였다. 그의 말을 알아들은 마리는 떨리는 손으로 테이블의 서랍을 열어 면도칼을 꺼내들었다.

"해.. 하렴.. 너의 손가락에 구멍을 내고, 손목을 그어버리렴..."


마리는 면도칼을 자신의 하얗고 뽀얀 손가락으로 가져다댔다. 거기서 조금만 더 칼날을 돌리거나, 움직인다면 붉은 피가 피부와 칼날을 타고 흐르리라.


"..아냐. 못하겠어. 나는..."

마리는 면도칼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좀.. 머리좀 식혀도 되겠지?"


하지만 검은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실망한 것일지도 몰랐다.

"후우..."


한숨을 내쉰 그녀는 방 밖으로 나와, 광장 쪽으로 걸었다. 병사들이 하하호호 웃거나, 서로 간의 대화를 하며 친분을 쌓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마리는 고독감을 씹으며 인적이 드문, 광장의 뒷편으로 걸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자신이 먼저 피터와 만났다면, 먼저 그에게 사랑을 말했다면, 지금 에리의 자리에는 자신이 있었지 않을까하며.

"짜증나."

쥐새끼 하나 돌아다니지 않는 어두운 광장의 뒷편에서, 그녀는 아무 벤치나 골라잡고 몸을 기대었다. 그녀는 아까 자신의 손을 베지 못한 것을 자신에게 되물으며 손을 쳐다보았다. 창백하다고 할 정도로 하얀 손은 그녀의 눈에 너무나 외로워보였다.


이럴때 그가 있었더라면. 이럴때 그가 옆에 있어주었더라면.


마리는 더욱 외로움을 느꼈다. 피터가 아니면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외로움. 선망이라는 것은 이리도 쉽게 집착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역시 갖고 싶잖아."


지금까지 아무 말 없던 검은 목소리가, 그녀에게 다시금 속삭이기 시작했다.

"맞..아."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


"몰, 몰라."

"아니. 너는 그냥 모른 척 하는거야. 그를 사랑하기에, 그를 강제로 누군가에게서 뺏기 싫은 거겠지."


"..."


"잘난  하지마."

검은 목소리가 차갑게 말했다.


"넌, 그를 갖고 싶어해.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겠지. 하지만... 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너는 그를 가질 수 없어. 뺏기는거지. 네 욕망을 숨기지마."

[ 네 진짜 욕망을 말해. ]

검은 목소리의 마지막 말이 마리의 머릿속에서 거나하게 울려퍼졌다. 산에서 메아리를 지르듯, 은은히 울려퍼지는 그 한마디는 마리를 강타했다.

"아..."


마리는 자신의 몸속에서 어딘가 툭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갖고 싶어. 갖고 싶어."


"그럼 해. 칼을 꺼내들어. 네 손을 베어버리고, 피를 흐르게 만들렴."


자신의 주머니에서 면도칼을 꺼낸 마리가 망설임 없이 손에 가져다댔다.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 하나에 칼을 꽂아 피를 줄줄 흐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검은 목소리는 그걸론 부족하다며 그녀를 다그쳤다.

"아냐. 부족해! 부족해!"

손가락에 박힌 면도칼을 빼낸 마리가 검은 목소리의 인도에 따라 자신의 손목에 칼을 가져다댔다. 푸식하며 살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핏방울들이 방울방울 모여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좋아!!"

검은 목소리는 흥분하며 소리쳤다. 마리는 자신의 살이 베임에도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황홀감만을 느꼈다.


마리가 점점 광기에 빠져들고 있을 때, 땅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피는 한곳으로 쏠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의 웅덩이는 점점 모습을 바꾸더니, 이윽고 지옥 군세의 문양을 만들어내었다. 지옥 군세의 문양으로 만들어진 핏물은 살짝 빛나더니 그대로 타서 사라져버렸다.


"...잘했어. 마리. 너는 할 줄 아는 인간이었어... 앞으로 있을 일에 준비해두렴. 그때가 오면, 너는 '맹약의 승천자'가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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