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연방 이능력병단 4]
차가운 테스트실. 그 한복판에는 피터가 글라디오와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예지를 느꼈다.
천장과 자신의 뒷편에서, 야구공만한 물체가 갑자기 날아온다. 그것에 반응하라는 예지가 물속에서 떠오르듯 순간적으로 그의 뇌리에서 일렁였다.
[타앙! 탕!]
그는 뒤를 돌아 자신의 뒤에서 날아올 공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공들은 벽에서 발사되는 즉시 파삭하는 소리와 함께 파괴되었고,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공은 글라디오에 베여 반으로 갈라졌다.
"으음..."
피터는 다시 예지를 보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것도 그에게 경고하고 있지 않았다.
"좋아. 완벽해. 5초 정도 앞의 미래를 봤군?"
제렌이 게이트에서 나오며 박수를 쳤다. 그는 피터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네. 이번에도 온 신경을 집중하니 예지가 흘러 들어왔습니다."
"흐음. 최대로 집중해야 미래가 일순간 보이는건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
피터는 예지를 통해 제렌이 권총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피터의 가슴팍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으읏!"
그는 예지를 보자마자 옆으로 구르듯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 바로 뒤에, 제렌의 권총 소리가 테스트실을 메웠다. 피터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제렌의 권총을 보며 흥분한 숨을 골랐다.
"지,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미쳤어요?"
"역시나."
"뭐라고요?"
제렌이 피터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피터는 그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붙잡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제렌은 일어난 피터에게 미안하다며 어깨를 두들겼다.
"미안하네. 하지만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야. 너무 화내지는 말게."
"그 사과, 진심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죠? 함부로 총을 쏘다니."
"그래. 자네에게 총을 쏜 건 한가지 가설을 확인해보려고 그런 것이니까. 설명할 시간을 주겠나?"
"그러시죠."
"자네를 생포할 때도 그랬고, 처음 테스트실에서 우리 병사들을 쓰러트렸을 때도 자네의 신체에는 상당한 위협이 가해졌지. 전기로 몸을 지지질 않나, 여럿이 자네를 붙잡고 두들겨 패질 않나..."
제렌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리는 것처럼 턱을 만졌다.
"그때마다 우리에게는 자네의 데이터가 조금씩 쌓여졌어. 그래서, 우리 연구진들이 한가지 가설을 생각했지."
"그게.. 뭐죠?"
"자네의 짧은 미래 예지 능력 있잖나? 그건 자네가 원할 때나, 곧 위험한 상황에 놓일때 발현된다. 이게 우리 연구진들이 내린 가설이지."
"그렇습니까.."
피터는 자신이 참호에서 생활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해 스피터와 싸우고, 감염 군주를 처단하기 위해 길을 가로막는 동화된 자를 베어버렸던 기억들.
"뭐. 자네는 전에 그런 경험이 없었나?"
"아뇨. 있었습니다. 그런 예지들이 저를 살린 적이 꽤 있었다고요."
"역시나! 자네의 미래 예지 능력은 너무 먼 곳을 볼 수는 없지만, 가까운 미래는 거의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것 같군."
제렌은 옳았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한번 쳤다.
"그리고 자네에게 또 다른 가설을 하나 제시해주려고하는데, 대답해 줄 수 있겠지?"
"불편한 것만 아니라면 뭐든지요."
"자네는 어제 분명히 꿈을 꿨어. 그곳에서 아드라말레크를 만났다고 말했지. 참호와 전장에서 말이야. 안 그런가?"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렌도 그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짧은 미래만을 볼 수 있는 자네가 비교적 먼 미래 예지를 본 걸까? 어제 같은 경험이 또 있지는 않나?"
"..."
"소위?"
"예. 있었습니다."
"아주 좋아. 그렇다면 설명을 조금이라도 해주길 바라네."
"...제가 아직 연방에 징병되기 전, 괴물과 싸우는 꿈을 꿨습니다. 그리고 그 괴물들은 제가 전장에서 본 것과 놀랍도록 비슷했고요."
"으흠?"
"그리고, 감염자들과 싸우기 전.. 저는 제 동료들이 시체들과 싸우는 꿈을 꿨습니다. 그 후 몇시간도 안 돼서 감염자들이 저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요."
"그랬단 말이지.. 그럼 자네에게 우리 가설이 어느정도 들어맞다고 말해줄 수 있겠군."
"또 있단 말입니까?"
피터가 약간 지루한 얼굴로 대령을 쳐다보았다. 대령은 그의 표정을 알아채고는 허허 웃었다.
"너무 지루해하지는 말게. 자네의 능력이니까. 자네는 짧은 미래를 볼 수 있지만 수면 같이 누구도 방해하기 힘든 자네만의 세계에선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것 같네."
"?"
"그러니까 잠을 자면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을거라고."
"꽤나 간단한 정보군요. 알겠습니다."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렌은 그에게 미소를 짓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아, 그리고."
제렌은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하나 올리고는 피터에게 말했다.
"자네를 위한 팀을 준비했으니까, 훈련이 종료되면 광장가서 놀지말고 방에 돌아가보게. 알았지?"
"팀이오?"
제렌은 피터의 의문에 대답도 하지 않은채 테스트실 밖으로 나갔다. 피터는 잠시 멍하게 서 있었지만 스피커에서 울리는 헤르테츠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소위님. 그럼 다음 훈련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약물에 관련된 실험이니, 준비해주십시오."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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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렌은 사령관실의 게이트를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잘 정돈된 내부는 소수의 워크 비들이 날아다니며 홍차를 만들거나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테이블로 걸어가 털퍽 소리가나게 걸터앉고는, 테이블에 버젓이 올려져 있는 통신기를 집어들었다.
"맘스틴. 메탄007 쿠셴 대령과 *비밀 통신망으로 연결해주게."
(*비밀 통신망: 제렌이 직접 만든 통신망으로, 외부의 도청이 불가능하다.)
"알겠습니다. 대령님."
맘스틴의 응답이 통신기에서 흘러 나오자, 제렌은 통신기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 앞을 뽈뽈 날아다니는 워크 비에게 제스쳐를 보냈다. 워크 비는 삐릭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제스쳐를 알아내고는 쿠키와 홍차를 조금 가져와 앞에 내려놓았다.
"음, 인공지능이 만든 홍차도 맛있다니까."
제렌이 홍차를 한모금 마셨을 때, 통신기에서 쿠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제렌?"
"오. 쿠셴. 자네가 소개해 준 피터 메이슨 소위 있잖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쿠셴이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제렌은 껄껄 웃었다.
"아니, 아무 일도 생기지는 않았는데.. 그의 능력을 거의 다 파악해서 말이지."
"무슨 능력이길래 그리 행복한지 모르겠군."
"일단 쿠셴, 자네 말대로였어. 소위는 미래 예지 능력자가 맞다네. 그리고 거기에 이능력 무효화도 지닌 인간이지. 어디서 이런 거물을 구한건진 모르겠지만, 우리 기지에 두고 싶어 욕심이 날 정도야. 하지만 상부가 안다면 바로 지구로 이송시켜 매우 고귀하게 다루겠지."
통신기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쿠셴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다시 말이 트인 그는 평소와 다르게 말을 약간 절고 있었다.
"그, 그게 사실인가? 미래 예지에, 이능력 무, 무효화라고?"
"그래. 자네도 탐이 나나?"
"...됐다. 제렌, 하나만 묻지."
"좋아."
"상부에 그의 능력을 알릴건가? 미래 예지를 할 수 있는 능력자들은 어느정도 존재하지만, 능력 무효화는 상당히 적어. 그건 자네도 알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짚어주셨군. 쿠셴."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이지?"
"맞다네. 우리는 소위를 모든 상황에 조커 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어. 편안한 수면만 시킨다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고, 위협적인 적의 능력자가 나타난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
"...피터의 생각은 어땠지? 더 좋은 곳으로 가길 원하던가?"
제렌의 말을 듣던 쿠셴이 약간 걱정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소위는 고르페우스 구역에 투입될 예정이었지. 안 그런가? 그리고 소위도 자신이 본 미래를 받아들였네. 아드라말레크와 싸우기로 했어. 어차피 예지는 바뀌지 않으니까 말이야."
"알겠네. 이틀 후에 소위를 메탄 007 기지로 송환시켜줘. 그후엔, 우리 기지는 예정대로 고르페우스 구역의 전투를 도울거야. 알겠나?"
"당연히 알고 있지. 내가 보안부에 연락했네. 미래 예지 능력자를 위한 호위팀을 꾸려달라고. 그리고 보안부측에서는 흔쾌히 수락해주었지. 벌써 소위의 호위팀이 이쪽으로 도착할 정도니까. 아, 오해하지는 말게. 이능력 무효화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이제 해 줄말이 없다면 통신을 종료하겠어."
"잠깐! 하나만 묻겠네."
제렌이 통신을 종료하려는 쿠셴을 멈춰 세웠다. 그는 피터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뭐지?"
"피터 메이슨 소위와, 공격받고 있는 고르페우스 구역은 무슨 연결점이라도 있나?"
"...소위의 고향이야. 이걸로 됐다면 통신을 종료하겠네. 제렌."
쿠셴이 통신을 종료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통신기에서 두절음이 울리자, 제렌은 조용히 통신기를 거두었다.
"그래서.. 그렇게 흥분한 거였구만."
그는 혼잣말을 뱉으며 다리를 쭈욱 펴고 의자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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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님, 테이블에 올려진 것들은 능력 강화 약물입니다. 재생제처럼, 주사기를 통해 주입하지요."
테스트실의 스피커에서 헤르테츠의 설명이 이어졌다.
"3가지 약물 중에, 파란색, 빨간색, 검은색이 있을겁니다. 파란색은 블루 콘솔리다시온이라고 불리며 제일 적은 부담과 능력 강화 시간을 선물해 줍니다. 길어봤자 30초 정도지요. 집고, 투여해 보십시오."
피터는 블루 콘솔리다시온을 집고 자신의 팔을 걷었다. 그는 주사기의 뚜껑을 벗겨낸 뒤 어깨에 푹 꽂았다. 재생제와는 살짝 다른 색깔의 푸른 약물이 그의 몸속으로 점점 주입되었다.
"우우.."
알 수 없는 기운이 그의 몸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에, 피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손을 보자 약간의 푸른 불빛이 피부 내부에서 약하게 번쩍였다.
"이제 된건가?"
"예. 그렇습니다. 테스트를 시작할테니, 무기를 장비하세요."
헤르테츠의 지시에 피터가 글라디오와 권총을 집었다. 그는 이후에 일어날 예지를 보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곧, 그의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이내 머릿속으로 예지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 바로 앞에서 공이 튀어나오고, 두번째, 세번째 공은 3초의 시간이 흐른 후 순서대로 발사 되었다.
평소였으면 여기서 끝날 예지였겠지만, 그의 예지는 계속해서 길게 흘러 들어왔다. 예지는 멈추지 않고 뒤의 상황을 보여주었다. 공 다음에는 두발의 총탄이 벽에 달린 기총에서 발사되고, 그후엔 게이트가 열린 뒤 피터의 치료를 위한 병사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뭔가.. 예지가 길었어.)"
피터는 날아오는 첫번째 공을 글라디오로 베어버리며 속으로 말했다. 3초 후, 두번째, 세번째 공은 그의 권총 탄환에 터지며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모든 공이 파괴되자, 벽에 달린 기총이 그를 향해 움직였다.
"역시."
그는 기총의 궤도에서 살짝 비켜나며, 총탄을 피했다. 그러나 탄환들은 너무나 빨랐기에 그의 가슴팍을 살짝 스치고 말았다.
"어윽!"
그는 가슴팍을 움켜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즉시 테스트실의 게이트가 열리며 병사가 달려들어왔다. 그녀는 피터의 가슴팍에 재생 스프레이를 뿌리고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를 받으며 숨을 고르던 피터는 예지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기총의 탄환을 맞지 않고 스쳤어도, 의무병은 들어왔어. 어차피 나는 이 의무병에게 치료를 받을 운명이었다는거지. 총탄을 피했다고 해도..!)"
치료가 끝난 의무병이 그에게 경례를 하고는 테스트실 밖으로 나갔다. 테스트실 내부의 스피커에선 헤르테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블루 콘솔리다시온은 어떠셨습니까? 더 먼 예지가 가능했습니까?"
"...그래. 죽을뻔 했지만."
"맞으셨더라도 괜찮았을 겁니다. 메즈가 언제나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다음 약물인 레드 콘솔리다시온도 투여해 보십시오. 이번에는 이능력 무효화 테스트입니다."
"...에휴. 알았어. 알았다고. 해주면 될거 아냐."
피터는 벌써 상처가 아문 가슴팍을 툭툭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레드 콘솔리다시온과 블랙 콘솔리다시온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레드 콘솔리다시온을 집었다.
"좋습니다. 소위님. 투여하십시오."
"(젠장.. 이번에도 다치는 거 아니야?)"
피터는 이번엔 반대쪽으로 레드 콘솔리다시온을 꽂았다. 붉은색의 약물이 그의 몸속으로 꿀럭꿀럭 들어가자, 그의 어깨가 찡하게 울릴 정도로 고통스러워졌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강타하는 엄청난 두통도 느끼고 있었다.
"으으윽.. 이거 뭐야?!"
"레드 콘솔리다시온은 두통, 발작, 신체의 고통, 손가락 부패, 근력 약화등의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약물 지속 시간인 3분 이후 의무병의 도움이 필요하죠."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지?"
"벨라토르의 *베네피쿠스가 테스트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베네피쿠스: 벨라토르 군단원이자 마인드 능력자를 뜻하는 단어.)
"벨라토르..?"
테스트실의 커다란 게이트가 열렸다. 피터는 그곳으로 눈을 돌렸고, 거기에서는 *코사트V 포자르 아머를 입은 벨라토르 군단원이 떡하니 서 있었다.
벨라토르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피터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가 걸을 때마다 테스트실 내부에서 쿵쿵 거리는 진동이 울려퍼졌다. 피터의 앞에 꼿꼿이 선 벨라토르 베네피쿠스는 헬멧의 바이져를 올렸다.
"반갑네. 연방의 병사여. 나는 라미엘 하르칸이라고하네. 라미엘이라고 불러주게."
"바, 반갑습니다. 벨라토르시여."
피터는 벨라토르에게서 거대한 중압감을 느꼈다. 뛰어난 육신으로 전장을 활보하는, 살아있는 반신을 마주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라미엘님. 소위에게 능력을 행사하셔도 좋습니다. 단, 소위님이 죽을 것 같다면 능력을 곧바로 해제하십시오."
"알겠네. 헤르테츠. 괜찮겠나, 소위?"
벨라토르는 피터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피터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의 눈빛을 보내었다.
라미엘이 자신의 손을 한번 풀듯이 꺾었다. 그는 자신의 힌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서서히 돌렸다. 테스트실의 불이 미칠듯이 번쩍이고 테스트실 천장에는 검은 먹구름들이 뭉개뭉개 뭉쳐져 피어났다.
"(괜찮은 거맞나? 맞냐고..!)"
뭉쳐져 피어난 먹구름들은 콰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란 번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번개들은 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한곳으로 모여지더니, 번쩍이는 노란 섬광을 내었다.
라미엘은 쳐들었던 손을 꽈악 쥐듯이 움츠렸다. 그러자 번개들이 그의 손에 응집되며 날카로운 형상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라미엘은 파직거리는 번개를 피터에게로 집어던졌다.
번개 뭉치는 쾅하며 피터의 앞에서 폭발했다. 사방으로 샛노란 번개의 섬광이 튀었다. 폭발에 반발인 듯, 테스트실의 불빛들도 일제히 전원이 나가버렸다.
"....하사님, 큰일 난 거 아닙니까? 불이 전부 나가버렸습니다."
"예비 발전기 가동시켜. 레드 콘솔리다시온이 주입됐다면 소위님은 쓰러지지 않았을거다."
"예!"
예비 발전기가 가동되었다. 테스트실의 전원이 점점 들어오며 피터와 라미엘을 밝혔다. 피터는 다행히 부상은 없는 것 같았다. 라미엘은 그에게 한걸음 걸어오며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나?"
"커어.. 콜록! 콜록! 괜찮습니다."
"자, 일어서게."
라미엘이 손을 뻗어 그를 일으켜주었다. 라미엘은 잠시 피터를 보고는 커다란 손가락으로 피터의 머리를 톡 터치했다.
"자네가 괜찮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머리는 아닌 것 같군. 미안하네."
"예?"
피터는 당황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의 윤기나는 갈색의 머리카락들은 번개의 영향으로 높이 떠있었다.
"이, 이런.. 머리카락이.."
"라미엘님, 테스트에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테스트실의 스피커에서 헤르테츠의 말이 울렸다. 라미엘은 그들이 있는 유리창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들어온 게이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소위님. 상당히 괜찮으시군요. 아무리 레드 콘솔리다시온을 복용했더라도 벨라토르의 에너지를 견뎌내다니.. 대단하십니다."
"이, 이게 괜찮다고? 죽을 뻔 한것도 모자라서, 머리카락이 다 떴잖아. 젠장."
"하하.. 그렇습니까. 뭐, 오늘 할당된 테스트는 방금 걸로 전부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다 끝났다고?? 아직 블랙 콘솔리다시온이 남지 않았나?"
"아닙니다. 블랙 콘솔리다시온은 그저 설명을 돕기 위해 가져온 것 뿐입니다. 블랙 콘솔리다시온은 부작용이 너무나 강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정말 극한의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을겁니다. 고작 테스트로 블랙 콘솔리다시온을 사용할 수는 없어요."
"아..알았어."
"이젠 돌아가셔서 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오늘의 테스트는 정말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실의 불이 꺼졌다. 피터는 쯥하며 불이 환하게 비쳐들어오는 출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우..."
피터는 자신의 방을 향해 복도를 걸었다. 그의 머릿속은 여러가지로 너무나 복잡했다. 미래 예지 능력, 블루, 레드 콘솔리다시온, 벨라토르 베네피쿠스, 그리고... 새로운 팀?
"그러고 보니.. 제렌 대령이 날 위한 팀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었는데.. 새로운 팀이란게 대체 뭐지? 내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랬나?"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했다. 새로운 팀이라면 앞으로 같이 함께 하게 될 양반들인데, 그래도 첫 만남은 중요시해야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미래 예지로라도 볼까...? 아니다."
미래 예지를 사용해 팀의 정체를 알려했지만, 그는 그냥 그만두었다. 어차피 만나게 될 사람들이고 미래 예지는 이런 걸로 나오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그냥 첫 만남을 기분좋게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때 코리라도 있었다면 첫 만남을 어찌해야하는지 알려줬을텐데. 제길."
피터는 머릿속에 코리가 떠올렸다. 그는 광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핥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핥짝이던 코리는 피터를 보고 활짝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높이 들어올렸다.
"...아이스크림도 나쁘지 않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상속의 코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준 뒤 광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코리는 어서 가라며 아이스크림을 쥔 손을 흔들었다.
"무슨 맛이 좋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