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연방 이능력병단]
"...저게 그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병사인가??"
밖에선 보이지 않는 유리창에서, 어두운 방에 갇힌 피터를 보며 장교가 말했다. 피터는 어두운 방 한 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혀져, 결박되어 있었다. 장교 옆에 서 있던 푸른 군복을 입은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메탄 007 기지의 쿠셴 대령이 직접 말한 내용입니다. 정확히는.. 저 자와 교전했던 악마가 말했다는군요."
"악마?"
장교가 어이없다는 눈길로 병사를 쳐다보았다.
"미,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랩니다. 악마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악마의 거짓부렁일 수도 있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다니 쿠셴도 많이 바쁜가보군."
장교의 말을 듣던 병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할말이 있어보였다.
"그렇지만, 저 병사 혼자서 나이트 크롤러와 정신 통제자를 쓰러트렸다는데... 무슨 능력이 있음에는 틀림 없어보입니다."
"그럼 당장 테스트 준비해. 마인드 능력자인지 아닌지는.. 보면 알겠지."
장교가 병사의 뒤에 뒷짐을 지고 일렬로 서 있는 병사들을 보며 박수를 짝짝 쳤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게이트 밖으로 나가 피터가 있는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병사들은 피터를 가운데로 두고, 원형으로 둘러 싸 총을 겨누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총은 피터가 맞았던 전기 탄환들을 가득 채운 제압용 소총이었다. 이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장교는 방의 상황을 조작할 수 있는 패널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겨 결박 해제라고 써진 버튼을 꾹 눌렀다.
"곧 결박이 해제된다. 놈이 마인드 능력자라면 어떤 능력을 가졌을지 모르니, 폭주한다면 즉각적으로 제압하라."
장교는 방 내부에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명령을 전달했다.
척.척척.
장교의 말을 들은 어느 병사가 손가락 2개를 들어올려 앞으로 꺾었다. 그러자 제압용 소총을 들고 있던 병사 두명이 천천히 피터에게로 다가가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피터에게 다가간 병사 한명이 피터의 결박이 완전히 해제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했다. 발목과 손목에 결쳐져있던 결박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피터가 마음 먹으면 움직일 수 있을만큼.
피터는 그 순간 주먹을 휘둘러 자신을 살피던 병사의 안면을 후려쳤다. 그후 뒤로 자빠지는 병사의 제압용 소총을 뺏어들어 바로 옆의 병사의 가슴팍에 서너발을 쏘았다. 그 병사는 전기가 찌릿하는 소리와 함께 경련하며 쓰러졌다.
피터는 먼저 쓰러진 병사의 뒷덜미를 잡아 채 자신 앞으로 끌고와 방패처럼 이용하며 방 내부의 병사들을 역으로 제압하기 시작했다. 제압용 가시 탄환은 몸에 박히는 것을 노린 탄환이라, 다른 병사들이 쏜 제압용 소총의 탄환은 피터에게 닿지 않았다.
"제렌 대령님! 놈이 일어났..!"
장교와 같이 있던 병사가 긴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대령은 콧방귀를 뀐 채 괜찮다며 진정하라고 대답했다.
"진정해. 저 방에는 우리의 마인드 능력자가 하나 있으니까."
"사실입니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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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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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으릉으으으읅.."
자신의 몸에 전기 탄환이 박히자 몸을 경련하던 병사가 신음을 내뱉었다. 피터는 자신의 방패가 되어준 병사를 툭 밀어 넘어트리고는, 혼자 남은 어느 병사를 쳐다보았다. 그 자는 피터에게 전혀 겁먹지 않고,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그 병사는 진압용 소총을 휙 내던지더니 손의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손을 자신의 뒤로 향하더니, 손 사이사이로 남청색의 에너지를 모았다.
"(씨팔.. 뭐지?)"
피터는 그것을 보고 재빠르게 남은 소총의 탄환들을 발사했으나, 병사가 내민 양손에 가시 탄환들이 공중에서 굳어 멈추었다. 가시 탄환들은 몇 초후 힘을 잃고 땅바닥으로 툭툭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마인드 능력자..."
병사는 자신의 양손에 담긴 남청색 에너지를 야구공을 던지는 것 처럼 피터에게로 던졌다. 굉장히 빨리 날아오는 에너지 뭉치는 피터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콰앙-!]
방의 한쪽이 푸른 빛으로 폭발하며 파란색의 연기가 휙 뿜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유리창 속의 병사와 장교가 제각기 떠들어댔다.
"저, 저자를 죽일셈입니까?"
"...진짜 능력자라면 알아서 살아남겠지. 안 그런가?"
"하지만, 5일 후에는 쿠셴 대령께 복귀시켜야 한단 말입니다! 만약 죽는다면-"
당황하는 병사와는 다르게 제렌 대령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에 서있는 피터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죽지는 않은 것 같군."
피터가 연기 사이에서 단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은채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는 걸어나오며 기절한 병사들의 장비에서 전기가 흐르는 진압 몽둥이를 쓰윽하고 꺼내들었다. 피터가 자신에게 점점 걸어오는 것을 알아챈 마인드 능력병은 이번엔 염동력으로 그의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
"?"
자신의 발이 약간 무거워진것을 느낀 피터가 발을 움직이려다가 멈칫했다. 그는 자신의 오른발을 휘익하며 한번 털어내고는 다시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인드 능력병은 굉장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이 누군지. 왜 나를 여기에 납치했는지를 알아야겠어."
피터는 진압 몽둥이를 후웅 소리나게 돌렸다. 마인드 능력병은 그를 노려보고는 아가처럼 자신의 손에 푸른색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이윽고 자신의 양손을 한곳으로 뭉쳐 파직거리는 마인드 에너지 뭉치를 만들어 자신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훈. 녀석을 죽이면 안 된다. 적당히 해야한다."
제렌 대령이 약간 걱정하며 마인드 능력병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훈은 흥분했는지 그의 명령을 무시하고 마인드 에너지 뭉치를 더욱 거대하게 만들어버렸다.
"훈! 그만! 테스트 중지다!"
제렌은 다급하게 외쳤지만 훈이라고 불린 병사는 자신의 에너지 뭉치를 피터에게로 던졌다. 에너치 뭉치는 눈에 볼 수 있을정도로 느리게 피터에게로 날아갔다.
제렌과 같이 있던 병사는 새파랗게 빛나는 섬광에 자신들의 눈을 가렸고, 훈 조차도 자신의 에너지 뭉치가 가진 섬광에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피터에게 닿은 에너지 뭉치는 햇살에 의해 눈이 녹듯, 사르르 녹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피터가 가진 능력에, 그를 제외한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제렌도 처음에는 경악했으나 생채기 하나 없는 피터를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대화를 해야한다니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답이 없지."
어느새 훈의 앞으로 다가온 피터는 진압 몽둥이를 높게 쳐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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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군가 했더니 검은 수염 작전의 용사들이셨네요."
쿠셴은 자신의 방으로 쳐들어오듯 방문한 에리의 일행을 보며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에리는 대령의 앞이었지만 최소한의 예의만을 지키며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쿠셴 대령님. 피터 메이슨 준위, 아니! 소위가 사라졌습니다. 행방을 알고 계십니까?"
"...흠."
"아시겠죠?!"
"피터 메이슨 소위는 지금 장교들의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5일간은 보기 힘드실 겁니다."
"훈련이라고요?"
"그래요."
"5일이나?"
"그래요."
에리는 쿠셴의 대답을 듣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것을 본 쿠셴 직속 병사들이 총기를 장전하는 소리를 크게 냈다. 그중에서, 키가 조금 큰 병사가 그들을 제지했다. 에리가 그의 면상을 쳐다보니, 훈련병 때 봤던 병사 같았다.
"그만하지 그래. 궤도 기지 사령관실에서 무슨 짓거리들이야. 대령님은 바쁘시다."
"하하, 에코 소헨 하사. 괜찮습니다."
쿠셴은 에코와 그의 병사들에게 웃어보인 뒤, 에리와 칼리브레 등 그녀와 동료들에게 싱긋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피터 메이슨 소위는 5일 후 돌아올 겁니다. 어차피 당신들도 그렇고, 그도 휴가니까요. 만약 피터 메이슨 소위가 없을 때 비상 상황이 벌어진다면. 코리 중사가 임시 소대장을 맡게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가자."
에리는 동료들과 나가며 쿠셴을 살짝 흘겨보았다. 저 생글생글 웃는 미소의 남자는 어떤 일을 꾸며놓고 발뺌하는 것이 틀림없다라고 생각하면서. 저자는 거짓말쟁이라고.
사령관실 밖으로 나와 제 2 광장으로 향한 그들은 기다란 벤치에 걸터 앉고는 제각기 할 말을 내뱉었다. 코리는 하겐과 같이 아이스크림을 산다며 잠깐 그들에게서 떨어진 참이었다.
"아, 근데. 피터도 참.. 장교 훈련 간다고 우리에게 전해주면 될 것 아냐."
팔런이 기지개를 쭈욱 편 뒤 벤치에서 늘어지며 말했다. 칼리브레는 팔짱을 끼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역시 무언가 이상하다며 추측을 늘여놓았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교 훈련이 그렇게 짧을 수가 있나? 고작 5일? 그것도 우리에겐 아무 말 없이 간다고? 에리, 역시 이상하다."
"..."
에리는 잠시 눈을 질끈 감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칼리브레는 그녀를 돌아보며 크게 불렀다.
"에리!"
"어, 어? 왜?"
"내 말 들었어?"
"...그래."
"역시 이상하다고."
"네 말이 맞아. 피터 성격에 절대 말하지 않을 사람이 아니야. 특히.. 나에게는.."
에리의 말에 칼리브레가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완전 피터와 자신을 연결시키지 못해서 안달이구만...;)"
"피터에게 무슨 일이 생긴게 틀림 없어! 우리가 찾아야만.."
마침내 고민을 끝낸 에리가 결심한듯 혼잣말 했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팔런은 한숨을 쉬며 그녀를 제지했다.
"야, 에리. 네가 피터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데, 그런 일은 5일이 지난 이후에도 피터가 오지 않았을때 해도 될 일들이야. 아직 5일의 반은 커녕 시작도 안 했다고?"
"팔런의 말이 맞아. 에리,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어. 장교 훈련이라고 하잖아."
"...그래도."
에리가 끝까지 집착을 풀지 않자, 칼리브레가 머리를 긁적였다.
"에리, 그만해도 괜찮다니까. 5일이 지나고 피터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든 쿠셴을 찾아가서 따지거나하면 된다고."
"아, 알았어.."
"자! 다들 기다렸지?!"
코리와 하겐이 품에 아이스크림이 잔뜩 들은 통을 한개씩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팔런은 왜 이리 늦었냐며 불평했지만, 이내 코리가 건네준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들고 맛있다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웃음을 띠었다.
"음~ 역시 우주상어바라니까."
"팔런은 맨날 그 아이스크림만 좋아하더라."
하겐이어깨를 으쓱하고는 칼리브레와 에리에게도 아이스크림을 하나 나눠주었다. 코리도 우주상어바를 하나 꺼내들고는 한입 베어물었다.
"우주상어바는 진짜 우주상어로 만들었을까?"
"...코리. 아이스크림 먹을 때도 그렇게 헛소리를 해야겠냐."
기계 의수로 숟가락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떠먹던 칼리브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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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진압 몽둥이를 든 피터가 헉헉 거리며 숨을 골랐다. 그의 주위에는 가시 탄환이나 진압 몽둥이에 맞아 기절한 병사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피터에게 마인드 에너지를 쏟아붓던 훈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해! 완벽하다고."
방 안에서 숨을 고르던 피터에게, 방문이 열리며 어느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그 뒤에는 실탄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피터는 전혀 겁먹지 않고 진압 몽둥이를 그 남자에게로 겨누었다.
"당신들은 누구야? 나를 왜 여기로 데려온거지?!"
"역시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네."
"뭐?"
"우리의 소개를 한다면, 일단 진정하고 우리의 대답에 응해줄 수 있겠나?"
"...생각해보지."
남자는 자신의 망토를 훅 하고 휘둘러 어느 문양을 보여주었다. 육각형의 문양 안에 그려진, 지구라는 인류의 고향. 그 문양은 틀림 없는 연방의 문양이었다.
"뭐야, 연방군이잖아..?"
"그래. 우리는 연방군에 속한 연방 이능력병단이다. 여기는 메탄 006 우주 궤도 기지로, 메탄 007과 꽤 가까운 곳이지."
"연방 이능력병단이라고.."
"연방 이능력병단은 말그대로 초능력을 다루는 병단이네. 자네같은 병사들 말이야."
"내가?"
"그렇다네. 우리가 실시한 방금전의 테스트 결과, 자네는 매우 희귀한 능력 중의 하나인... 이능력 무효화를 가지고 있다네."
"이봐, 어려운 말 하지말아줬으면 하는데. 난 아직 그런거 모른다고."
"잘 모르겠다면 우리와 함께하면서 알아갈 수 밖에 없겠군. 환영하네. 피터 메이슨 소위. 나는 제렌 대령이라고 하네. 우리의 기지에 온 것을 축하하네."
"..."
자신의 말에 피터가 반응하지 않자, 제렌 대령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제렌은 피터에게 걱정말라는 듯한 말이 담긴 시선을 보냈고, 피터는 그의 시선과 마주치고는 느릿하게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렸다.
"...알았다고."
피터가 그의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 제렌은 껄껄 웃으며 잡은 그의 손을 흔들었다.
"다시 한번 환영하네. 자네는 앞으로 5일간 훈련을 받고 메탄 007 기지로 복귀할 것이네. 그럼, 힘 내주게."